[논평] P4G 정상회의와 “서울 선언”,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인가

P4G 정상회의와 “서울 선언”,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인가
- 한국 정부 먼저 2030 배출절반, 2030 탈석탄 선언해야
- ‘생물다양성 보전’, ‘순환경제’, ‘지속가능 물 관리’ 모두 모순적이거나 공허한 선언 뿐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이하 P4G)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P4G에 참여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공동으로 “서울 선언”이 발표되었다. 실질적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선언이며, 한국 정부로서는 자가당착에 가까운 선언이다. 어떤 실천 없이 말잔치로만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한국정부의 무능에 대한 부끄러움은 왜 또 시민들의 몫인가.
한국정부는 P4G 개최국이었음에도 실효적인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원론적 원칙만 재확인했다. “서울 선언”에서는 각국의 야심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환영하고, 여타 국가들의 조속한 상향을 독려했다. 그러나 선언의 주체인 한국이야말로 야심찬 NDC 상향을 발표해야 하는 처지다. 다른 국가를 독려하기 전에 한국 먼저 배출 절반 수준의 2030 NDC를 확정해야 한다.
서울 선언이 강조한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에너지전환 역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가당착에 가깝다. 한국은 여전히 과학적 분석과 시민사회의 권고에 따른 ‘2030 탈석탄’에 기반한 석탄 퇴출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도 2040년 최대 35%로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또한, 국내외 석탄투자의 회수에 관한 전략도 부재하다. 개최국부터가 5℃ 목표 달성을 위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언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한 서울 선언은 생물 다양성 손실이 동시대의 가장 큰 환경문제 중 하나라고 밝히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강조했으나, 한국 정부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은 이와 정확히 상반된다. 숲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전력을 다해 지켜야할 곳이 어디인지 자명하지만 정부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늙은 나무는 벌채하여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는 나무심기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 탄소 배출 감축 의무를 애꿎은 나무에 덜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산업, 수송부문에서 더욱 획기적인 배출감축과 생물다양성 증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물관리 또한 그 내용에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4대강 유역의 녹조문제로 인해 깨끗하지 못한 물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벌써 수년째다. 깨끗한 물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의 확보는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고 이행해야 할 때이다. 4대강 유역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해마다 불거지는 녹조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유역 관리방안, 자연성이 회복된 강을 만들기 위한 한국 정부의 진심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사회의 대량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체제 개편 없이 ‘순환 경제’는 허울뿐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선언에서 실체가 모호한 ‘순환 경제’, ‘제로 웨이스트 사회’를 되풀이할 바에는, 국가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목표 설정,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전면 금지를 선언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또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실체가 육상에서 기인한 폐기물이라는 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국제적 행동규범 없이 나온 ‘국제적 결속’은 수사에 불과하다. 더는 순환 경제로의 전환은 미루고 회피할 문제가 아니며, 경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체제 전환 없이 기후 위기 극복은 불가능함을 경고한다.
이밖에도 서울선언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과 기후행동 참여를 독려했으나 현실은 전혀 이 선언의 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P4G 개회 전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에는 ‘공정전환’ 분과가 있음에도,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빈민, 장애인 등 전환 당사자의 주체적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 또한 P4G를 앞두고, 시민사회가 실효적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전국적 ‘기후행동’을 벌였으나 이 요구는 모두 묵살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 기후활동가가 연행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실효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열 가지 과제를 제안한 바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공허한 선언은 “서울 선언”으로 끝나야 한다. 정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을 당장 시작하라.

영풍제련소 인근 낙동강 토양오염 조사결과지[/caption]





지난 2002년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연합뉴스[/caption]
제주도는 최근, 동부지역의 교통량 해소를 목적으로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 비자림로를 지나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km 구간에 대해 지난 2일부터 도로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바 있는 비자림로의 삼나무들을 하루에 100여 그루씩 베어내고 있는데 벌목작업만 6개월이 걸리고, 훼손되는 삼나무 수는 2,400여 그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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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확장 공사로 아름드리 삼나무가 잘려나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공사 현장. ⓒ제주의소리[/caption]
이 때문에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제주의 자연을 갉아먹는 무모한 행위에 대해 성토를 하고 있다. 8일부터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며칠도 안 돼 10,000명을 넘는 기록적인 결과를 낳았고 중앙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직접 현장 취재를 오고 있다. 사실상, 제주도가 전국적인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당국은 이 무지하고 무모한 사업을 일시 중단이 아니라 전면 철회하여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 비자림로 확장사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비자림로 확장사업은 제주제2공항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추이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번 도로확포장 공사는 지난 4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1단계 구(舊)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이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하면서 나온 5개 구간 중 제주시~제2공항 연계도로인 번영로~대천동사거리~비자림로~금백조로 14.7km 구간의 확장 사업 중 일부(2.9km)를 시작한 것일 뿐이다.
비자림로 확장이 끝나면 금백조로 확장 공사가 준비 중이다. 금백조로는 백가지의 약초가 있다는 백약이오름 부근에서부터 성산읍 수산리까지, 아름다운 오름 군락과 수산곶자왈 그리고 광활한 초원지대인 수산평(수산벵듸)을 관통하는 도로이다. 이곳을 4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차량이 정체되는 곳이 아니지만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전제 아래 확장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금백조로 구간 주변 일대는 제주도 중산간 지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와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담겨 있는 곳이다. 이 일대는 제주도에서 오름 군락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서 화산섬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각종 광고에도 곧잘 나오는 곳이 이 일대이다. 아직까지는 원형이 잘 보존돼 많은 관광객들이 트레킹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며 제주의 풍광을 만끽하는 곳이기도 하다.
금백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백약이오름의 용암이 만들어낸 수산곶자왈이 자리 잡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이 수산곶자왈도 일부 잠식이 불가피하다. 또한 이곳 일대는 수산평(수산벵듸)가 자리 잡고 있다. 벵듸는 오름과 곶자왈처럼 제주어로만 존재하는 제주의 고유 생태계로서 초지가 발달한 들판을 말한다. 제주도의 면적이 남한의 2%도 채 안되지만 초지 면적이 전국 초지 면적의 약 46%에 달하는 것은 제주도 중산간 곳곳에 흩어진 이러한 벵듸 지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산벵듸는 몽골(원나라)이 일본과 남송 정벌을 위해 1276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인 탐라목장이 있는 곳이다. 원나라가 패망한 이후에도 이때의 목축 전통이 이어져,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으로, 일제시대에는 마을공동목장이 세워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목축문화가 시작된 역사적인 벵듸이다.
이 금백조로 확장공사가 시작된다면 이곳의 일부를 잠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도로 개발이 결국, 이 지대를 난개발로 끌고 갈 첨병이며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더 큰 문제가 대두된다. 비자림로나 금백조로 확장공사는 제주제2공항 확정을 전제로 만들고 있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주제2공항이 확정된다면 이 지대는 온통 난개발로 파헤쳐진 평화로 중산간지대(샛별오름 일대)의 전철을 그대로 밝을 것이다.
제주제2공항은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사전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가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사업이다. 원희룡지사도 사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제주제2공항 계획의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이처럼 제주제2공항을 기정사실로 해놓고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며 도로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뿐만이 아니라 금백조로 확장 등 제2공항 연계도로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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