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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에 참여하고 의견 낼 통로 부족한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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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에 참여하고 의견 낼 통로 부족한 은평구

admin | 금, 2021/04/30- 02:00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년 봄, 낯선 동네였던 은평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은평구민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은평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불광천변에 널린 맛집들을 찾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향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요새는 혁신파크에 있는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동네 보다 조용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은평부심’을 느끼면서도, 본업인 정보공개 운동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해, 은평구는 자의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아 서울시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링크) 최근에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차량 운행일지를 은평시민신문을 콕 찍어 비공개 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잇따라 폭거를 저지른 구청의 행보에 신출내기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 스러지고 있는 찰나에,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 회의공개 수준이 형편없다는 동료 활동가의 제보는 또 한 번 자부심을 부끄러움으로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잘못은 구청이 했는데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모르겠습니다.

 

120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은평구청 홈페이지(링크)에 따르면 은평구엔 120개의 위원회가 존재합니다. 각종 위원회들은 조례에 따라 구청 공무원 뿐 아니라 외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며 각종 구정과 관련한 심의 및 조정, 자문의 역할을 합니다. 행정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통해 행정의 여러 분야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때로는 행정이 가지지 못한 전문성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원회의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가 그 존재 의의에 걸맞게 행정의 민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고, 둘째는 회의와 관련한 각종 정보들을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느냐 입니다.

 

각종 위원회에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더라도, 모집할 때부터 관청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뽑는다면 위원회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위원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들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이 살펴볼 수 없다면 이 역시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제대로 지켜서 운영되고 있을까요?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평구 홈페이지의 각종 위원회 현황

 

위원 공개모집 확대가 필요해!

먼저 ‘위원 모집’에 대한 부분입니다. 민간 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는지, 아니면 관청의 판단에 따라 위촉하고 있는지에 따라 각종 위원회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공모’하도록 정해져 있는 건축위원회나, 역시 조례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명시한 참여예산시민위원회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원회 위원의 모집 절차를 조례에서 따로 명시하지 않고 구청장이 위촉한다고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을 어떻게 모집하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관청의 판단에 따른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각종 위원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경우엔 구청 홈페이지의 고시/공고란에 공고문이 올라옵니다. 은평구의 경우 고시/공고란을 살펴보면 2021년 들어 건축위원회와 협치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모집 공고가 올라온 바 있고, 2020년에는 인권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공개 모집한 바 있습니다. (동 단위로 모집하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를 모집하는 제안서평가위원회는 제외하겠습니다.) 이 중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제외하면, 모두 법령이나 조례로 위원 공개모집이 의무화된 위원회들입니다. 그 이전의 공고들을 살펴보더라도 120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에서 위원들을 공개모집하고 있는 위원회는 10개 미만에 불과합니다.

 

은평구와 이웃한 고양시는 각종 위원회에 대한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예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링크) 이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벌써 17개 위원회의 위원들을 공개모집했거나, 모집 계획을 공고한 상황입니다. 새로 위원을 모집한 기간에만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청 제도를 두어 관심이 있는 위원회에 결원이 발생하면 바로 모집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있더라도, 위원 모집 공고를 매일 확인할 수 없어서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위원 모집 공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게다가 예비신청 제도를 통해서 관심 위원회의 모집 공고를 개인에게 알려준다면 더욱 편리하게 참여가 가능하겠죠.

고양시의 위원회 위원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

 

이렇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위원회도 많고, 신청 접수도 편리한 고양시민들과 비교하자면 은평구민들은 행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통로 자체가 좁은 셈입니다. 1년 차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하고 부서지는 순간입니다.

왜 안하죠? 회의 정보공개

은평구의 또 다른 이웃인 서대문구는 과거에 개최된 각종 위원회의 회의 뿐 아니라 앞으로 열릴 회의 일정까지 미리 사전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는 위원회 회의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주제로 열릴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링크)

서대문구의 위원회 회의 일정 공개

 

 

은평구는 회의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이야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지만, 일반 주민들의 경우 언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알지 못하고, 나중에 회의록이 공개된 후에야 어떤 회의가 언제 어디서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사실 이런 위원회 일정을 누가 궁금해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가 어떤 수준으로 공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 회의 정보공개의 더 큰 문제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건축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 페이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왼쪽 이미지는 은평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이고, 오른쪽 이미지는 서대문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입니다. 은평구의 경우 명단에 ‘직업’란이 있음에도, 그 어떤 위원들의 직업도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대문구의 경우 각 위원이 어떤 건축사 사무소 소속인지, 어떤 대학의 교수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의 소속이나 직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과연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 일반 주민들은 살필 도리가 없습니다. 

주민의 정보접근 편의성도 부족

정보를 공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은평구의 위원회 정보가 궁금하다면, 위원회의 구성 현황과 회의록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정보는 한 카테고리에 모아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은평구 홈페이지에서 위원회의 회의록 정보는 ‘행정정보공개’ 메뉴에, 위원회 구성 현황은 ‘행정자료실’ 메뉴에 따로 흩어져 있습니다. 

 

 위원회 관련 정보가 서로 다른 메뉴에 흩어져 있어, 신경 써서 메뉴들을 눌러보지 않으면 위원회 관련 정보들을 모두 살펴보기 힘든 구조

 

서대문구의 경우 회의일정, 구성 현황, 회의록을 같은 페이지에서 탭만 달리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위원회에 대한 회의정보공개부터,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편의성까지 모두 서대문구의 압승입니다.

 

위원회 정보를 한 페이지에 모아놓은 서대문구

 

 

 은평구는 주민들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찾고 싶은 정보를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UI부터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UI는 다 고만고만하게 불편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유사한 카테고리의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각종 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함께 논의하는 행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그러나 그 운영에 있어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참여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각종 위원회는 ‘면피’에 불과해집니다. 은평구청이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부터 이웃한 지자체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배우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길 바랍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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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n번방에분노한사람들'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회의원과 사법당국의 낮은 인식 수준을 비판했습니다.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 주범 중 한 사람인 '태평양' 사건을 맡은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덕식 부장판사가 과거 고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했던 최종범과 고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었던 조선일보 기자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던 전력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이런 판사에게 성범죄 사건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담당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뿐 아니라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에 대한 판결이 벌금형으로 그치고, 성매매 업주나 아동 성착취 영상 유포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과거 오덕식 판사가 맡았던 성범죄 사건들에 대한 판결 이력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성범죄에 관용적인 사법체계가 n번방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덕식 판사가 과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속 맡게 될지, 맡게 된다면 과거와 다른 판결을 내릴지는 더 지켜봐야할 일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판사의 과거 판결들을 찾아내고 재조명한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앞으로 판사들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오덕식 판사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가능했던 것은 다행히 해당 판사가 내린 판결들의 내용이 언론 기사를 통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하여, 법관이 선고한 판결 내용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재판의 결과들이 언론 기사로 알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판결은 언론의 판단으로 '뉴스거리'가 되는 재판들에 그칩니다. 문제가 된 오덕식 판사의 판결 역시 이 내용을 기사로 옮겼던 기자들이 없었다면, 재조명 받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수사 대상인 가담자들이 무려 6만 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6만 여명에 대해 앞으로 재판이 이어질 것이고, 이들의 죄질과 유형에 따라 여러 판사들에게 사건이 맡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을 맡은 판사들이 과거 성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떤 판결을 내린 판사였는지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법원이 과거 재판들의 판결문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의 의견은 그와 많이 다른 현실입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태섭 의원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 종합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는 판결문은 겨우 전체 판결의 0.03%에 불과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아직 개선의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습니다. 대법원 특별열람실에 직접 찾아간다면 판결문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 열람실에서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4대 뿐이라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사건을 재판하는 판사가 과거에 어떤 판결을 내린 사람인지, 뉴스로 남지 않았다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법원, 검찰, 경찰들은 형사사법망을 통해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으나, 일반 시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판결의 공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덕식 판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판결의 기록이 남고 시민들에게 공개된다면 시민들은 판사들이 과연 제대로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동일한 유형의 사건들에 대해 동일한 형량이 선고되고 있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동일 범죄, 동일 처벌"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과거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법의 신뢰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판결문 공개는 꼭 이뤄져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토, 2020/03/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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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공무원들의 성매매에 대해 너무나 가벼운 징계가 내려지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성매매에 관대한 공직사회 (1) - 너무나 가벼운 징계, 이래도 되는걸까?] 4년 간 검찰/경찰 공무원들의 성매수 행위에 대한 징계를 살펴보니, 과반 이상이 경징계에 그쳤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성매수에 대해서도 견책 처분이 대다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의 성매수, 정말로 '가벼운' 비위이기 때문에 경징계에 그치고 있는 것일까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서는 단순히 '성매매특별법 위반'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구체적인 비위 내역을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비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궁금해져,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공개되고 있는 소청심사 사례들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소청심사란, 공무원이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 소청을 통해 일종의 재심을 요구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당사자의 소청 사유서와 징계 자료들을 살펴보고 징계의 수위가 적절했는지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청심사 사례들은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억울한' 징계를 받았다고 생각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겠죠.

인사혁신처 홈페이지의 소청심사제도 소개


 먼저, 2015년에 파면 처분을 받았다가 2016년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으로 징계가 변경된 경찰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소청사례 링크)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경찰인 A 경장은 어느 날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동석했던 유흥업소 여종업원 두 명과 연달아 성매매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얼른 일을 치르고 돈만 받아 나가려는 태도에 기분이 나빠져' 한 명을 돈도 주지 않고 내보냈는데, 종업원이 돈을 받지 못했다며 경찰에 신고하여 입건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고한 여종업원과 거짓진술을 모의하고, 과오를 은폐하려 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려지자, A 경장에겐 파면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A 경장은 파면 처분이 '비행의 정도에 비해 과중한 징계'이고, 별거 문제로 괴로워하다가 주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며, 경찰관으로 일한지 5년째 별다른 징계 없이 성실히 근무했음을 이유로 들어 징계소청을 냈습니다. 

 소청 이유서에서 A 경장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만 따져보더라도 사실 이상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경찰이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드나든다는 점, 해당 유흥업소는 여종업원들이 '2차'를 가는 곳이라는 점, 술에 취한 채 여종업원에게 자신이 경찰이라며 명찰을 보여줬다는 점, 만취 상태에서 성매수를 했다고 변명하나, 술을 마신 이유로는 '별거 중인 부인과 한달 전에 태어난 딸이 보고 싶어서'라고 주장한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또, 종업원을 내보낼 때 '동네 선배'에게 전화했고, 그 이후 새로운 여성이 방에 들어왔으며, 화대는 나중에 '동네 선배'에게 지불할 생각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A 경장은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클럽이 성매매 업소임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 출입하였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단순히 '동네 선배'의 가게에 드나든 것이라기보다는, A 경장이 지역의 성매매업자와 유착 관계를 맺고, 업소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죠.

그러나 소청심사위원회는 A 경장이 성구매자교육프로그램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형사처벌을 면했고, 해직될 경우 부양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지며 파면 처분이 유사한 사례에 비해 과중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감경, 강등으로 변경하였습니다. A 경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마찬가지로 2015년에 있었던 다른 사건은 더욱 가관입니다. 경찰서 팀장과 팀원 5명이 민간인 1인과 동행하여 펜션으로 단합대회를 갔습니다. 펜션으로 이동하는 중 팀장이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한창 술을 마시던 밤 11시 경 왠 남자 둘과 외국인 여성 3명이 팀장이 초대한 손님이라며 펜션에 찾아옵니다. (소청 사례 링크)

알고보니 이 손님들은 '마사지업소 운영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권유로 두 팀원이 외국인 여성과 펜션 2층으로 올라가 10분 가량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 후 외국인 여성에게 현금을 지불하자, 마사지업소 운영자와 외국인 여성들은 펜션을 떠났습니다.

이후 마사지업소 운영자들이 민원을 제기하여 이 사실이 경찰서에 알려지게 되는데, 소청인들은 자신들이 2층에서 여성과 함께 있긴 했으나 경찰의 직분을 생각하여 성관계를 가지진 않았고, 어디까지나 '팀장의 친구'라기에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어 함께 술자리를 한 것일 뿐이며, 외국인 여성이 먼 거리를 온 것이 미안해서 돈을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당시 상황을 녹음했고, 오히려 자신들이 성매매업주들의 '로비'에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업주들이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소청인들에게는 본래 정직 1개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민간인이 동행한 사적인 단합대회에 관용차를 사용한 것, '단합대회' 명목이었음에도 펜션 대금의 일부를 민간인이 납부한 점, 그리고 '경찰대상업소 접촉금지 제도'를 위반한 것이 그 사유입니다. 성매수 행위의 경우, 의혹은 있으나 입증이 어려워 아예 징계 사유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경찰 황정민과 조폭 출신 건설업자 유해진이 사건 조작을 위해 만나는 장면. '접촉금지제도' 등을 통해 경찰과 업주들의 사적 접촉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유착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경찰대상업소 접촉금지 제도란, 경찰이 단속대상 업소(사행성게임장, 성매매/유흥업소, 불법대부업) 운영자나 종사자, 조직폭력배와 사적인 만남과 연락, 회식이나 금전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경찰과 불법업소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인데, 불가피하게 단속대상자들과 만나게 될 경우 미리 경찰서에 접촉 사유를 밝히거나, 아니면 사후 7일 이내에 사후접촉사실신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우연하게 단속대상자인 성매매업주를 만났다하더라도, 성접대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사후 신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정직 1개월 처분에 대한 소청인들의 이의제기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집니다. 성매매업주들이 팀장의 친구였기 때문에, 팀원들이 성매매업주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바로 돌려보내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결국 정직 1개월 처분은 감봉 3개월로 줄어들었습니다. 

소청인들의 주장을 100퍼센트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경찰들의 단합대회에 성매매업주가 함께 와서 술을 마시고, 심지어 경찰 대상으로 일종의 성접대를 하려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을 불러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경찰 간부인 팀장입니다. 지역의 성매매업주들과 경찰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지역신문 기자가 조폭 담당 경찰에게 '조폭이 자신의 친구이니 잘 봐달라'며 유흥주점에서 술을 사고, 성접대를 한 사건이 있습니다. (해당 사례 링크, 단, 문제의 성접대는 소청인이 아닌 B경위에 대한 것) 링크한 소청 사례의 배경을 잘 살펴보면 경찰이 성매매업소를 드나들며 업소를 성접대를 받는 장소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합니다. 

자신이 알고 지내던 성매매업소가 단속에 걸리자, '정보원으로 쓰던 곳인데 어떻게 안되겠느냐'라고 무마 청탁을 한 사례, 경찰이 성매매업주와 15년 간 친구로 지내며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1년에 50회 이상 통화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감봉 1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풍속 위반불법 영업을 하는 BAR의 사장과 연인 관계로 지내면서, 경찰 대상업소 접촉금지제도를 위반한 경우도 견책 처분에 그쳤습니다.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경찰이 불법영업을 알면서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시사항을 위반해서는 안되겠죠.

출처 - 노컷뉴스 (권미혁 의원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실에서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유흥업소 등 단속정보 내부감찰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이에 따르면 2014~2018년 성매매업소와 클럽, 불법게임장 등 불법 업소와 유착해 단속정보를 흘렸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모두 30명이었다고 합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30명 모두 정직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되어 있는데, 막상 위에서 살펴본 내용만 보면 단속정보를 구체적으로 흘렸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유착'을 의심할 수 있는 사례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경징계에 그쳤습니다.


경찰이 단속을 하다보면 성매매업소에 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단속'을 핑계로 본인이 성매수를 하거나, 성접대를 받거나, 업주와 유착 관계를 맺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경찰대상업소 접촉 금지 제도'를 만들었구요.

이러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면서까지 성매매업주들과 관계를 맺고,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를 넘어서 경찰 본인이 성매수를 했다면, 이건 일반적인 유착을 넘어서는 사건이라 봐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징계 소청 사례를 꼼꼼히 따져보니, '수사를 하다보면 연락을 취할 수 있는거 아니냐', '경찰이 되기 전부터 알던 친구였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등등의 변명, 그리고 '성실한 경찰이었고 이번이 초범이다', '생계가 어려울 수 있으니 감경하자' 등의 봐주기 논리가 먹혀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현직 경찰이 성매매업소를 인수하여 다른 업주에게 위탁 운영을 시킨다거나(소청 사례 링크), 경찰이 집단으로 성매매업소를 돌면서 노골적인 금품 상납을 요구하는 경우(기사 링크) 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러한 '봐주기'는 경찰 조직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진정이 걸려 있는 건설업자를 단란주점에 불러내 술 값과 접대비를 제공 받은 사례(강등), 필리핀 해외주재관한인회 임원들과 술을 마시고 여성접대부와 호텔에 투숙한 사례(감봉3월), 공무원이 향응을 제공 받으며 두 차례 성매매를 한 사례(감봉2월) 등 그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공무원 성매매는 단순히 개인의 불법 행위를 넘어서, 공직 사회를 향한 '향응과 접대'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여성의 성 착취를 매개로 한 민관 유착과 부정 부패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성매매를 뿌리 뽑지 못할 망정 '가벼운' 비위로 취급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 날 공직사회의 현실입니다. 공무원 성매매, 이제는 끝장내야 하지 않을까요?


월, 2019/10/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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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성의 지방의정 실전 가이드

자료요구 잘 하면 공무원 수 백 명이 내 보좌관

자료요구권은 지방의원의 강력한 법적 권리... 당당히 누려야

 

나라살림연구소 서호성 책임연구위원

 

지방의원은 바쁘다. 지방의원은 아직 보좌관이 없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의원의 자료요구권을 잘 활용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수백 명에서 몇 천 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을 보좌관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료요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료요구권이 지방의원의 당당한 법적 권리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에게 세뇌돼 잘못 알고 있던 소심한 기억을 지워야한다.

 

지방의회의 자료요구권은 지방자치법 제40조에 보장된 지방의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의원은 언제나 건수 제한 없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법령이나 조례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 외에는 그에 따라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40(서류제출요구) >

 

본회의나 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와 직접 관련된 서류의 제출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위원회가 제1항의 요구를 할 때에는 의장에게 이를 보고하여야 한다. [개정 2011.7.14]

1항에도 불구하고 폐회 중에 의원으로부터 서류제출요구가 있을 때에는 의장은 이를 요구할 수 있다. [신설 2011.7.14]

1항에 따른 서류제출은 서면, 전자문서 또는 컴퓨터의 자기테이프·자기디스크,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매체에 기록된 상태나 전산망에 입력된 상태로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신설 2011.7.14.]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8(서류제출 요구 방법 등)>

법 제40조에 따른 서류제출 요구는 늦어도 그 서류 제출일 3일전까지 하여야 한다.

1항의 요구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법령이나 조례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 외에는 그에 따라야 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43(행정사무 감사 또는 조사의 방법 등)>

법 제41조제4항에 따른 현지확인의 통보 및 서류의 제출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관계 공무원 또는 그 사무에 관계되는 자의 출석증언 및 의견진술의 요구는 늦어도 그 현지확인일서류제출일출석일 등의 3일 전까지 의장을 통하여 하여야 한다.

1항의 요구를 받은 관계인 또는 관계 기관은 법령이나 조례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 외에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하며 감사 또는 조사에 협조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한 지방의회의 자료요구권이 집행부 공무원들의 교묘한 거짓논리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지방의회 자료요구에 불응하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개인정보보호법인데, 둘 다 틀린 법적용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9(비공개 대상 정보)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들의 목록이 나열 돼 있다. 그래서 지방의회가 자료요구 했을 때 공무원들이 이를 근거로 자료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자료제공 하는 데 악용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비공개 대상 정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대통령령 및 조례로 한정한다)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

2.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3.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4.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矯正),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5.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6.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 각 목에 열거한 개인에 관한 정보는 제외한다.

.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

. 공공기관이 공표를 목적으로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는 정보

.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

7.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 각 목에 열거한 정보는 제외한다.

.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8. 공개될 경우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공공기관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가 기간의 경과 등으로 인하여 비공개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에는 그 정보를 공개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공공기관은 제1항 각 호의 범위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업무 성격을 고려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전문개정 2013. 8. 6.]

 

공무원들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딱 이 부분, 9(비공개 대상 정보) 항목들만 인쇄해 들이민다. 얼핏 보면 그럴싸해서 지방의원들이 곧잘 속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그 대상이 지방의회가 아니라 국민이다. 공공기관이(여기에는 지방의회도 포함된다) 국민의 자료공개요구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를 밝혀놓은 법이다. 그것은 이 법 제1조와 제5조에 잘 나와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1장 총칙 <개정 2013. 8. 6.>

1(목적)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전문개정 2013. 8. 6.]

 

2장 정보공개 청구권자와 공공기관의 의무 <개정 2013. 8. 6.>

5(정보공개 청구권자)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전문개정 2013. 8. 6.]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국민(주민)’간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법이고, 지방의회의 자료제출 요구권은 기관 대 기관으로서, 지방자치법 제40조에 명백하게 보장하고 있는 지방의회의 기본 권한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돼 자료제출이 어렵다는 집행부 공무원들의 답변은 명백히 위법이다.

 

공무원들은 그 동안 이 법조항을 들먹이며, “재판중인 사항이라 안 되고, 수사 중인 사항이라 못 준다거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은 안 된다며 지방의원들을 골탕 먹였다.

 

그런데 이 법률의 조항을 잘 뜯어보면, 집행부는 그 동안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더라도 줘야하는 자료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제9조 제1항 제6호를 보면,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가목)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 (다목)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라목)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마목)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을 공개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제40조에 따라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지방의회는 공익을 위한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모두 위 항목에 해당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위촉한 위원회 개인의 성명과 직업은 자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제9조 제1항 제7호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나목) 위법부당한 사업 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특별히 많은 계약을 맺은 업체의 정보나 지방세를 감면받은 법인이나 개인의 정보를 자료로 제공받아 국민의 재산이 보호받지 못했는지를 감시할 의무가 지방의회에 부여돼 있다.

 

지방의회의 자료요구에 불응하며 집행부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논리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명시돼 있다. 지방의회의 자료요구권은 지방자치법에 특별히 규정돼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15(개인정보의 수집이용)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5.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17(개인정보의 제공)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공유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15조제1항제23호 및 제5호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이렇듯 비교적 법령에 명백히 규정돼 있는 지방의회의 자료요구권리가 그 동안 부당하게 침해받은 이유는 첫째, 지방의회 스스로 법령을 잘 따져보고 강력하게 권리주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회 자료요구관련 질의에 회신을 애매모호하게 해 혼선을 조장하고 있다. 지금도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는 잘못된 질의회신이 수두룩하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이 질의회신을 들이민다. 강력히 항의해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 지방의회의 권리를 지키고 지방의정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기구의 부재 혹은 부실도 문제다.

지방의회와 관련된 단체는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전국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등이 있지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등 자치단체장협의회에 비해 활발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3월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 전화를 걸어 지방의회 자료요구권리행사가 잘 안 되고 있는데 대책이 있나요?” 질문했다가 좌절한 기억이 떠오른다. “자치단체들이 자료 잘 주지 않나요?”

 

부족하지만 지방의회의 지속적 투쟁끝에 비교적 성공한 사례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다.

서대문구청장은 2019구의회 의원요구자료 작성시 유의사항 안내란 제목의 공문을 통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더라도 자료 제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신상에 관한 자료, 기타 개별 법령상 제출제한 자료 등 제출 거부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의회와 협의를 통해 직접 열람 등의 방법으로 자료제출 등을 전 부서에 지시했다.

 

당연히 지켜야 법적 사항을 가능한잘 지키고 의원 기분상하지 않게 잘 대처하라고 자치단체장이 공문으로 공무원들에게 당부한 것인데, 이나마 곳곳에 오류와 왜곡이 숨어있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이렇게라도 한 사례를 찾기 어려우니 감사해야할지.

 

의정활동의 시작, 자료 요구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스스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싸우지 않으면 권리를 찾을 수 없다.

 

화, 2020/07/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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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회원인 문화사회연구소 강남규 연구위원이 정보공개센터의 국회 기록관리 캠페인에 대한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하셨습니다. 강남규님의 허락을 얻어 전재합니다.

칼럼 원문 링크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 바로가기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후대 대통령들에게 반면교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의 퇴임을 사흘 앞두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도 좋은 사례다. 보존되어야 할 대통령기록물들을 트럼프가 자꾸만 찢어버리는 통에 찢어진 문서를 테이프로 붙이느라 백악관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얘기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무엇 하나 함부로 버릴 수 없다. ‘대통령이 남긴 기록들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여겨서다. 미국은 1978년 대통령기록법을 통해 이 원칙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도 2007년부터 대통령기록물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보존하고 있다. 이 원칙은 너무 간명해 보인다. 좀 더 포괄적으로 고치면 ‘공공의 예산으로 행한 일에 대한 기록은 공공의 것’이라는 원칙이다. 그래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기록물 보호 의무를 지닌다.

 

국회에 대해서도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을 통해 국회사무처나 국회도서관 같은 ‘국회소속기관’의 의무를 부여하는데, 놀랍게도 여기에 국회의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러다보니 의원실이 각종 의정활동 자료를 모아 ‘기증’하면 기록물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찾아와 ‘수집’하는 형국이다. 의무가 아니니 이 귀찮은 일을 애써 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19대 국회에서는 20개 의원실, 20대 국회에서는 30개 의원실이 기록물 기증 의사를 밝혔단다. 그나마 실제로 기증한 의원실의 수는 더 적고, 모든 기록물이 온전히 기증된 것도 아니다.

 

기증되지 않은 기록물은 대부분 폐기된다. 국회의원이 막강한 자료요구권으로 얻어낸 정보나 유능한 보좌관들이 4년간 생산한 정책자료 같은 것들이 임기종료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왜 기록을 남겨야 할까? 우선 다음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을 파고들 때 긴히 참고할 자료가 된다. 또 국회의원이 남긴 자료를 민간 영역이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우리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세금으로 벌인 일을 사유화하거나 함부로 폐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금 한국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존재가 민주주의 원칙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방증한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에게 기록물 보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강력한 권력을 민주주의 궤도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의원회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존재인지 자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법을 바꿔야 할 일인데, 그냥 되진 않을 것이다. 마침 좋은 시작점이 있다. 2008년부터 알 권리 확대운동을 벌여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이다. 이곳은 작년 5월에 모든 국회의원실에 기록 기증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19대 국회 20곳에서 20대 국회 30곳으로 기록을 기증한 의원실이 늘어난 데는 이곳의 기여가 있었다. 이곳이 최근에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기록이 있어야 공개와 감시가 가능하다.” 캠페인 취지는 이렇게 간명하다.

금, 2021/02/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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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책임진다며 공소장 비공개를 지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한겨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청와대 수석과 울산시장, 울산경찰청장 등 전현직 주요 공직자들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데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해 논란입니다. 특히 법무부 내부에서는 전례가 없어 공개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추 장관에게 제출되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국회에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것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더욱 큽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추 장관은 2월 5일 공소장의 국회 제출되고 그로 인해 전문이 공개를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추 장관의 발언은 법무장관인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명시하는 국회법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담고 있는 정보공개법 마저 '잘못된 관행'으로 싸잡아 버리고 있는 것 같아 눈 앞이 아찔합니다. 

해당 공소장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전현직 공직자들의 선거개입과 하명수사 등 혐의 사실을 적시하고 이를 재판에 넘기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 공소장은 기능상 재판을 시작하기 위한 기소권자의 법원제출서식이기도 하지만 알 권리를 가진 시민과 국회의 입장에서 공소장은 검찰의 기소 행위에 대한 설명책임을 담지하는 공공정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고 제출된 공소장들 중, 전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언론을 통해 선별적으로 공소장이 공개되어 왔던 것은 참여정부가 소위 '묻지마 기소'인 검찰의 기소기밀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던 사법개혁의 성과이자 유산이었습니다. 또 이 제도가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도 이견이 없었이 유지되었던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암묵적인 이해와 합의. 즉 사회적 상식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공소장 공개를 통해 검찰의 기소 타당성 여부가 국회와 시민들에게 비판이 제기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중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지난해 말 공개된 A4용지 2장짜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일 것입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이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의 불신과 혼란만 더 가중시킬 뿐입니다. 이미 비공개 결정을 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비공개 하는 것 아니냐’ ‘공소장 공개가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봐 비공개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비공개의 실익이 있느냐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미 일부 언론사에서 해당 공소장을 입수해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고, 사건관련자의 성명 역시 이미 공개되어있는 내용입니다. 

결국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은 청와대의 주요 인사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주의의 근간과 관련한 중차대한 사건이자 공직자의 권력형 범죄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 없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에는 제출해야 하는 사안으로 법무부의 비공개는 해당 법 위반의 소지도 있습니다. 추 장관의 말마따나 국회에 제출하면 언론에 노출된다는 관행 때문에 공개 할 수 없다면 그 관행을 개선해야 할 것이지, 관행을 개인적으로 평가해 그를 근거로 비공개하는 것은 독단이자 아집입니다. 부디 공소장 비공개 사건이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첫 부작용 사례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추 장관은 공소장 비공개를 지시하며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의 무리한 비공개로 인한 결과는 사건과 관련한 의혹의 가중과, 알권리 침해입니다. 알권리 침해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알권리 침해를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공개 뿐입니다. 추 장관은 여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지금이라도 국회에 공소장을 다시 제출하고 향후에도 장관의 독단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하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목, 2020/02/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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