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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일하게 무료 공공와이파이 금지하는 법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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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일하게 무료 공공와이파이 금지하는 법 폐지하라

admin | 화, 2021/03/02- 20:35

서울시가 최근 추진하려는 무료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전기통신사업법 제7조 및 제65조 때문에 난항을 겪다가 작년 10월말 청와대의 중재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협조를 얻어 서울시 부설재단에의 위탁을 통해 간신히 진행되는 모양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전 국가적으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무료로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법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악법으로서,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장려하고 확대해야 할 시대적 요청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빈부에 관계없이 통신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소통할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점을 밝히고 이에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요구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전기통신사업자가 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도서지역 커버 및 민간투자 동기부여, 경쟁촉진, 중복투자 예방을 위해 1995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나 첫째, 인터넷망은 전화망과 달리 소수의 대기업들이 도서지역을 포함하여 전 지역을 커버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망은 각 라우터가 데이터의 발신자, 수신자, 내용 및 대가에 관계없이 각 데이터패킷의 착신지에 더욱 가까운 방향으로 이웃 라우터에 전달한다는 약속, 즉 망 중립성을 지키는 네트워크들이 그 규모에 관계없이 서로 접속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소규모 네트워크 다수가 상호접속해서 만들어지는 망이든 2-3개 과점적 거대 네트워크들이 상호접속해서 만들어지는 망이든 효율이나 이용자 편익 면에서 차이가 없다. 따라서 대기업 망사업자에게 금전적 동기를 부여하면서 취약지역을 커버할 필요가 없다. 취약지역 내에서 자가망을 만든 후에 대기업 망사업자와 상호접속 관계를 맺는 것으로 충분하다. 

둘째, 2002년에 비효율적인 독점적인 국영기업을 민영화해서 경쟁을 촉진하려고 한 것과 별개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료로 인터넷서비스제공을 한다고 해서 왜 경쟁이 저하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료급식소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요식업계의 경쟁이 저하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 인터넷의 성질상 ‘중복투자’설은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인터넷 연결선의 존재 자체가, 모든 단말들이 망중립성을 지키며 서로의 메시지들을 전달해줌으로써 모든 단말들을 직접 연결하는 비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터넷 연결선이 하나라도 더 생기는 것은 더 많은 데이터 이동경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를 낭비라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데이터 이동경로들이 생겨나면서 인터넷접속료는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신규 공공부문 인터넷접속서비스의 탄생이 이용자 편익에 반한다는 주장은 기존 망사업자들의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하나의 라스트마일 경로에 여러 연결선이 중복적으로 설치될 위험도 기존 망사업자들이 가입자망공동활용(Local Loop Unbundling)을 통한 망개방 약속을 잘 지킨다면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서울시의 무료 공공와이파이는 시민들을 위한 무료 와이파이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아 기획된 것이므로 중복투자설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의 통신접근권 보장을 위해 전화회사들에 투자동기를 부여하려던 조항이, 전화회사들이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별다른 고려없이 인터넷에도 확대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도리어 현재 인터넷이 현대인의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부문을 보완하여 역내 모든 주민들이 저렴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심지어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1조(정보격차 해소시책의 마련)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3조(방송통신의 공익성 공공성)는 지자체의 이와 같은 의무를 천명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이다.

2021년 2월 18일 미국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전역에서 지자체 인터넷접속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을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도 전혀 없고 비웃음만 사고 있다. 미국의 8개 주 정도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지만 이 법들도, 지자체 유선인터넷이 제공되는 지역에서는 지자체의 경쟁참여로 인해 인터넷서비스의 가격이 더 저렴해지고 있음을 모두가 경험하면서 점차 폐지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통신사들도 공공장소 일부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통신사 무료 와이파이의 열악한 품질을 자가공공와이파이 추진 이유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가 뒤늦게 통신사들과 함께 통신사 공공장소 와이파이 품질 고도화사업을 벌인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통신사들은 무료 와이파이의 품질을 고도화할 동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와이파이가 원활하게 제공된다면 자사의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본권의 하나로 확립되어가고 있는 정보접근권의 중요한 내용인 인터넷접속권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힘을 합하여 국민들이 풍족하게 누리도록 하는 것이 옳다.

2021년 3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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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의원은 2020년 12월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계약 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안번호: 2106370)을 발의하였다. 조문 자체는 ‘불합리’, ‘차별’을 금지한다는 미사여구로 이루어져 있으나 결국 입법취지와 조문구조를 살펴볼 때 ‘망이용료’를 법제화하는 세계유일의 법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입법시도는 망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의무에 대해 잘못된 정책적 시그널을 보내 최근 불거진 인터넷속도 과대광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속되는 망이용료 법제화 시도에 반대하며 이와 관련된 웨비나를 5월 18일 오후1시 30분에 개최할 예정이다. (웨비나 참가신청)

한국에서 쓰는 ‘망이용료’라는 개념 즉 망사업자가 콘텐츠제공자의 데이터를 망사업자의 고객들에게 전달한 대가를 콘텐츠제공자로부터 받는 ‘데이터전송료’로서의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실행된 바가 없다. 2012년에 유럽망사업자연합회가 데이터발신자가 데이터를 받아주는 망사업자에게 전송료를 내야 한다는 발신자종량제(Sending Party Network Pays)규칙의 입법을 국제통신기구(ITU)에 제안했다가 유럽통신규제기구(BEREC)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을 받고 포기한 바 있다(아래 발췌문).

[번역: <유럽통신규제기구의 2012년 유럽 망사업자의 발신자종량제 제안에 대한 답변> 인터넷 상호접속계약은 접속용량의 제공에 대한 것이지 여러 독립된 망사업자들을 횡단하는 데이터 흐름의 단대단 전송에 대한 것이 아니다. 과거 전화망의 음성 트래픽과 달리 데이터는 독점적으로 점유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하지 않으며,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특정 데이터 흐름의 성격이나 통행량을 특정하기도 불가능하다(그래서 그런 식으로 과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상호접속에 대한 과금은 상호접속지점에서 제공되는 용량에 비례해야 한다. 유럽망사업자연합회의 발신자종량제 제안은 인터넷의 분산화된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방식에 완전히 반한다. . . 개별 트래픽의 가치나 통행량에 비례한 과금은 현재 인터넷의 과금체계에 대한 과격한 일탈이다.]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 연방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명령(Open Internet Order)에서는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아래 발췌문). 

[번역: 미국연방통신위원회 2015년 망중립성 명령, <113문단> 마지막으로, 차단금지규칙은 브로드밴드 사업자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가통신사업자의 콘텐츠, 서비스 또는 앱이 브로드밴드 고객들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망중립성 명령은 트럼프 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에 의해 취소되었지만 망중립성을 수호하려는 주정부들에 의해 2018년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에 계승되었고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 금지 조항은 3101(a)(3)(A)에 계승되었다(아래 발췌문). 참고로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은 트럼프 정부 때 법무부의  소송합의에 의해 효력정지가 되었다가 바이든 정부 법무부가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현재 유효한 법이다.

[번역: 캘리포니아 2018년 망중립성법 – 캘리포니아 민법 3101조(a)항: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이용자들에게 인터넷트래픽을 전달하는 금전적 또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느 법조문에도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개념은 없었다. 단,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망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접속료를 발신자종량제의 형태로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2020년에는 서비스안정화의무법을 통해 콘텐츠제공자에게 데이터전송서비스를 안정화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2016년 시행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경우에도 입법취지에서 ‘망이용료’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1년에는 전혜숙 의원 법안에서 입법취지에서 ‘통신망 이용료’를 명시하면서 ‘통신망 이용 및 제공에 대한 계약’의 변경권한을 규정하였다.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처음 인정하려는 것은 물론 정부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 징수를 직접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도록 하였다. 

물론 모든 사인간의 계약은 정부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그런 권한의 화신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규제, 담합 예방, 소비자보호 등의 목적으로 계약관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혜숙 의원 법안은 정부가 나서서 망사업자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입법흐름과 전혜숙 의원 법안에 반대한다. 첫째,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재정적으로 감당해왔던 망중립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들의 자발적인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누군가 소유하면서 타인에게 이용권을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통신시스템이 아니다. 단지 모든 망사업자들이 서로 접속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이웃으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를 도착지에 가깝게 옆으로 한 칸 전달한다는 약속으로 뭉쳐져 있고 그 약속을 뒷배삼아 고객들에게도 접속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망사업자가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데이터사용량이 아니라 접속속도(용량)이고 망사업자가 해외의 상위망사업자로부터 구매해오는 것도 접속속도(용량)이다. 망사업자들이 전송료를 받게 되면 콘텐츠를 올린 사람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열람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해야 할 것이며 인터넷이 열어젖힌 표현의 자유의 세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 엄청난 전화비와 우표값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로 퇴보할 것이다. 

망사업자들의 광고비의 혜택을 받는 국내의 다수언론은 외국에서는 망사업자들이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망사업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지만 과거에 극소수에 있었다가 그마저도 거의 없어진 사례들로서 일반화할 수 없다. 특히 어떤 사례들은 전송료가 아닌 접속료를 내고 있는 것(paid peering 사례)으로서 망사업자와 실제 접속을 하는 콘텐츠제공자에게만 적용되고 종량제가 아닌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부가되었기 때문에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라고 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안정화의무법 및 전혜숙 의원 법안은 조문상 망사업자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콘텐츠제공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물론 망사업자간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이 콘텐츠제공자에게 전송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 인터넷이 열어젖힌 전송료 무료의 표현의 자유세상에 재를 뿌리는 것이다. 

둘째, 망사업자들은 이용자들과 계약한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책임을 이용자들에게 지고 있고 이를 위해 망설비를 증축할 책임이 있다. 망사업자들은 자신의 데이터센터에서 이용자들 단말까지의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의무도 있고 해외단말과의 접속에 대해서도 상위망사업자들과의 접속속도(용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발신자종량제-서비스안정화의무법-전혜숙의원법으로 이어지는 규제를 통해 마치 망사업자들이 망증축 재원을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만 허용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제로레이팅이 폭넓게 허용될 것처럼 홍보하여 망사업자들이 본연의 업무인 인터넷속도보장에 소홀히 하게 만들었다. 

전혜숙 의원 법안은 전 세계 어디에도 법제화하지 않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결국 망사업자들은 국내지역 망설비를 확충하여 광고속도를 보장할 의무에도, 상위 망사업자의 접속속도를 확보할 의무에도 소홀히 하게 될 것이며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의 메시지가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뿌려질 때마다 전송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2021년 5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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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1/05/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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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아티클19 및 SAFENET 포함 24개 국제 인권단체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포한 정보통신부령 “MR5”에 대한 반대 서한을 전달했다. MR5는 전자프런티어재단(EFF)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인터넷규제법 중에서 최악이라고 한다. (위 서한전달을 위한 교섭을 하는 도중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행일자를 5월 24일에서 6개월 연기하였다.)

MR5는 첫째, 인도네시아 내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국내외 플랫폼에 ‘금지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플랫폼이 차단되도록 하였다. 플랫폼 운영자에게 불법정보를 미리 차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플랫폼 운영자가 사전검열(prior censorship)이나 상시감시(general monitoring)를 하도록 강요하여 국제인권원칙의 하나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리에 반한다.

둘째, 위 ‘금지 콘텐츠’는 “공공의 동요와 무질서(public unrest or public disorder)를 촉발하는(causing) 모든 콘텐츠”로 정의되어 매우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다. ‘금지 콘텐츠’의 정의는 우리나라 기준에서 과잉금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모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합법적인 정보까지 차단한다.

셋째, 특히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가 특정 콘텐츠에 대해 “긴급”차단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내에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플랫폼 자체가 차단된다. 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플랫폼 운영자가 콘텐츠의 합법성에 무관하게 과잉차단을 하도록 한다.

넷째, 위 플랫폼들이 모두 사전등록을 하지 않으면 역시 플랫폼이 차단되도록 하였다. 전 세계에서 콘텐츠 제공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사전등록제는 플랫폼들의 운영권한을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 된다.

다섯째, 위 플랫폼들이 사전등록과 동시에 사용자 정보에 “직접 접근(direct access)” 권한을 정보통신부에 부여해야 하며 이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역시 플랫폼이 차단된다. 이와 같은 직접 접근은 아무런 근거 없이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허용하고 특히 영장과 같은 절차적 보호기제를 생략한다. 이는 오픈넷이 주도하여 500여 시민단체들이 연명한 통신감시에 대한 필수성 및 비례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1/06/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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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소비자시민단체,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철회 촉구

지난 7일, 요금인가제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안’ 과방위 통과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한 대표적인 통신사 배불리기 법안

기간서비스인 ‘이동통신의 공공성 포기’ 선언과 다름없어

일시장소: 2020년 5월 11일(월)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

1. 오늘(5/1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들은 국회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소비자단체들과 많은 국민들이 ‘이동통신 요금 인상’을 우려하며 줄곧 반대해온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을 처리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해당법안을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당 원내대표실과 의원실을 방문하여 법안 처리 불가 입장을 전달합니다. 

2.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7일(목) 이용약관인가제도(이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이용약관)을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요금인가제도를 폐지하고,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3. 이용약관인가제도는 주파수라는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이동통신서비스가 기간통신서비스로서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필요로 하고, 이동통신 가입자가 5천만명을 넘는 등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동통신의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G 상용화 과정에서도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만 구성된 요금제안을 제출했을 때 정부가 저가요금제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반려하여 5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하는 등 이용약관인가제로 인해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폭리를 일정 부분 견제해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인가제가 도입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제 역할을 했던 사례였습니다. 

4. 정부와 국회는 ‘유보신고제’를 통해 경쟁이 촉진되어 통신 요금인하가 이루어질거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요금인가제는 공급비용, 수익, 비용·수익의 서비스별 분류, 서비스 제공방법에 따른 비용절감,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가하도록 하데 반해, ‘유보신고제’ 하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에만 15일이내에 신청서를 반려하게 됩니다. 심사에만 통상 한달가량이 소요되던 엄격한 조건의 인가제 하에서도 20년간 단 한 차례의 신고반려만 있었던 걸 미루어보면, 15일로 완화된 조건에서 실제 반려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금을 인하할 경우에는 현재법으로도 신고만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인가제가 있어도 시장점유율이 90%인 이통 3사가 베끼기 요금을 통해 사실상의 요금담합을 하고 있는데, 인가제도를 폐지해서 이통사들의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은 꿈 같은 얘기입니다.

5. 요금인가제도 폐지는 인가제 도입 후부터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되어왔습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인수위에서 연내폐지를 발표했다가 철회하기도 했고,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논의만 거듭하다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으로 추진되었으나 논의만 지속되었고, 20대국회에서도 초기부터 폐기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번번히 상임위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통신사의 공정거래를 침해한다는 주장보다 요금인가제 유지로 인한 공익이 더 크며, 폐지될 때 일어날 통신비인상과 지금보다 더 심해질 과점현상이 우려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6. 요금인가제도 폐지대표적인 ‘대기업 규제완화 법안’이며, 전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를 부담하는데 비해 이통재벌 3사가 연 3조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통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서민악법’입니다. 명백한 ‘이동통신요금 인상법’이며, 정부와 국회의 ‘이동통신 공공성 폐기 선언’입니다. 이에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통신소비자단체들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개정을 포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기자회견 개요

  • 제목: “‘민생국회’ 외치더니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왠말이냐!” 요금인가제 폐지 반대 통신소비자단체 공동기자회견
  • 일시와 장소: 2020. 5. 11.(월)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
  • 주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
  • 기자회견 발언
    •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 박경신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 변호사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 각 당 원내대표실과 의원실에 의견서 전달

‘요금인가제 폐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소비자시민단체 의견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5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용약관 인가제도(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독과점과 가계통신비 부담만 심화시킬 것임을 경고하며, 다가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반대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통신소비자 시민단체들의 반대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이용약관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이며 적용 대상도 무선 통신 부분에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만 신규 요금제 출시, 기존 요금제의 인상 시에만 적용됩니다. 즉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 할 때에는 신고만 하면 되고, KT ㆍ LGU+에게는 신규요금 출시·기존요금제 인상·인하에는 신고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인가제는 통신사들의 자율적인 경쟁을 저해하지 않으며, 인가제 폐지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민 모두의 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6천만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기간통신서비스’의 마지막 공공성 확보 수단을 포기하고 이동통신 대기업에게 요금과 이용조건의 결정권한을 완전히 넘기는 최악의 법안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인가 업무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형식적이고도 기계적이며 안이한 검증 방식을 고수하는 등 요식행위로 처리해오면서 기간통신서비스인 이동통신서비스를 통해 대기업 이동통신 3사가 막대한 이익을 거두도록 하는 한편, 저가요금제 이용자에게 특히 차별적인 요금제 구조를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통신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인가제를 강화하여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투명한 심의제 운영으로 요금인가제를 통신요금 인하 기제로 작동하도록 요구해왔습니다. 이에 이용약관심의제 신설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를 한 바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최초 신고 이후 정부가 15일간 심사해 시장경쟁저해 가능성 등 문제가 발견될 경우 반려가 가능한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고자 하지만, 15일의 기간은 약관의 문제점을 검토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어서 사실상 약관에 대한 부실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는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을 역행하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통신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오직 이동통신사들의 이익을 위해 통신공공성을 포기한 국회 과방위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만약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처리된다면 이번 국회가 역사상 길이 남을 최악의 국회이자 반민생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국회는 국민 모두의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용 중인 ‘기간통신서비스’인 이동통신 요금을 정하는데 있어서 특정 재벌대기업이 아니라 국민과 전체 소비자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가계통신비 부담은 높이고 이동통신사들에게는 무소불위의 이동통신 요금 결정 권한을 보장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2020년 5월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공동논평] 국회는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즉각 철회하라 (2020.05.11.)
월, 2020/05/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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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유럽사법재판소는 프랑스 내의 인물이 요청하고 프랑스 개인정보보호기구가 검색엔진에 명령한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가 유럽연합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결과에는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였다(Case C-507/17 Google LLC, successor in law to Google INC. v Commission nationale de l’informatique et des libertés(CNIL)).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6년 위 소송에 이해관계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아티클 19(Article 19),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전자개척자재단(Electronic Frontiers Foundation, EFF) 등 총 6개 단체의 명의로 제출한 바 있으며, 그 의견서의 취지가 유럽사법재판소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

법원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유럽연합 내 … 사람에 대한 링크에 유럽연합 외부의 이용자들이 접근권을 가지면 유럽연합 내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즉각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상당하고, 따라서 세계적으로 검색배제를 하는 것이 완전한 방법이겠지만, 수많은 제3국가들은 검색배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를 접근하고 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고, 사회에서의 기능과 관련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비례성 원칙에 따라 다른 기본권들과의 관계에서 균형잡혀야” 하며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 보호와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자유권(freedom of information) 사이의 균형은 세계 여러 곳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현재로서는 유럽연합법 아래 검색배제명령을 받은 … 검색엔진 운영자가 검색엔진의 모든 (국가) 버전에서(예를 들어, 프랑스 당국의 명령을 google.com에서 – 편집자) 이러한 검색배제를 수행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유럽연합법은 검색엔진 운영자가 모든 회원국의 검색엔진 각 버전에서 검색배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 회원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유럽연합 외부의 검색엔진 버전을 통해 해당 링크에 대한 접근권을 단념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 회원국의 법원에게 달려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유럽연합법이 현재 검색배제가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수행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동시에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회원국의 관계자들은 국가적 기본권에 대한 자국의 기준에 따라 정보대상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자유권을 비교형량하여, 적절한 경우 검색엔진의 운영자에게 그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검색배제할 것으로 강화할 권한이 있다”고도 하였다. 

개인정보보호권은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윤리적 평가를 어느 만큼 허용할 것인가라는 고도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판단을 요하는 문제로서 다른 인권들과 달리 사회적 논의로 남겨지는 영역이 크다. 오픈넷은 캐나다법 하의 상표권 침해에 따른 검색배제조치가 캐나다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에도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다룬 Google Inc. v. Equustek Solutions Inc. 2017 SCC 34 사건에도 아티클 19,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이해관계자 의견서에 참여하였으나 여기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잊힐 권리와 상표권에 대한 보편타당성에 대해서는 국제법조계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정보자유권 즉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에 대해 우리나라 내에서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란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검색결과에서 그 사람이 타인들의 기억으로부터 잊히기 원하는 사실들을 담은 웹페이지 링크들을 제외하는 조치를 말한다. 오픈넷은 “잊힐 권리” 보호조치가 명예를 훼손하지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합법적인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에 타인이 접근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사람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며, 과거의 사소한 언행 때문에 부당하게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 검색배제조치 신청인의 욕구 해소에도 도리어 해가 된다는 취지에서 반대해왔다(관련 논평 아래 [관련 글] 참조).

2019년 10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알권리와 잊힐 권리 (시사IN 2017.11.13.)
유럽이 틀렸다 | ‘잊힐 권리’ 법제정이 위험한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6.04.28.)
[논평] 방통위 ‘잊혀질 권리’ 제정에 반대하며 (2016.03.15.)
“잊혀질 권리”라는 이름의 사상통제 (경향신문 2014.06.09.)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과하면 독이 된다 (슬로우뉴스 2014.07.24.)
개인정보소유권 이야기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자 (경향신문 2014.07.15.)
수, 2019/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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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인정한 최초의 결정이라는 데 의의

정부는 위헌 의견 취지 존중하여 제도 개선 노력 필요

지난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2017년 11월 1일 청구인 두 명을 대리해 청구한 휴대폰 실명제 헌법소원에 대해 7: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7헌마1209). 오픈넷은 휴대폰 실명제가 익명 통신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함을 인정하면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정부는 헌법재판관 2인의 위헌 의견을 존중하여 휴대폰 실명제의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제3항 및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6은 휴대전화 통신계약을 체결할 때 전기통신사업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해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헌법재판소는 ‘휴대전화 가입 본인확인제’라고 했으나 여기서는 ‘휴대폰 실명제’라고 한다). 휴대폰 실명제는 2014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되었고, 그 이전에는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정한 이용약관에 가입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져 왔다. 이후 ‘휴대전화 개통 사기’나 대포폰에 의한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계속 증가하자, 2014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대포폰의 유상 구매와 유통을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도입함과 동시에 휴대폰 실명제도 도입한 것이다.

오픈넷이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취지는 1) 휴대폰 실명제가 익명 통신을 전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므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2) 통신기기와 이용자의 실제 신원이 예외 없이 강제적으로 연계됨으로써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인에 의한 감시 가능성을 키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3) 전기통신사업자가 계약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무조건 수집해야 하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실명제의 도입의 주요 목적은 대포폰에 의한 범죄 예방인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SIM카드 등록제를 도입한 멕시코는 3년 만에 폐지했으며,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는 SIM카드 등록제의 도입을 검토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GSMA, The Mandatory Registration of Prepaid SIM Card Users, November 2013). 게다가 한국의 경우처럼 아무런 예외도 두지 않은 전면적 실명제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써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휴대폰 실명제가 “가입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제공·이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며, “‘통신수단의 자유로운 이용’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는 상태로 통신수단을 이용할 자유, 즉 통신수단의 익명성 보장도 포함”되므로 “익명으로 통신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통신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여 익명 통신의 자유를 제한함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단지 선불폰이 범죄에 이용되는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필수적이지 않은 선불 이용제 계약의 경우에도 본인확인제를 예외 없이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시했다. 그리고 휴대폰 실명제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되 보관하지 않는 일회적 이용에 그치도록 하고 있고 현재 개인정보보호 법제 및 관행의 개선으로 적절한 통제장치를 둠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는 이동통신사들이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의 예외인 본인확인기관으로서 이미 거의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보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유출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집적될수록 유출 위험은 높아지고, 한 번 유출된 이후에는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지켜봐왔다. 그럼에도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들은 건재하고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집단소송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유명무실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 번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익명 통신의 자유 제한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등 국가기관이 휴대폰 실명제로 인하여 “통신의 내용과 이용 상황에 관한 정보(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며,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언제나 실제 통신 당사자와 일치할 것을 전제하지도 않는다”고 설시했는데, 그렇다면 범죄 예방과 수사의 편의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부정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 표현에 대한 제한효과가 중대한 반면, 휴대폰 실명제가 “통신의 자유에 끼치는 위축효과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정도로 심각하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고 직접 대면을 하는 현재 상황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통신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특정한 당사자들 간에 일대일로 연결되는 매체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밀한 영역에서의 사생활을 형성하는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용될 경우 통신의 당사자에게조차 큰 해악을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어 양면성을 띤다”고 하면서 익명의 발신자에 의해 수신자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피해의 대상에 놓일 위험이 있고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다고 보았다. 하지만 다수의견이 인정한대로 1대1 통신이 내밀한 사생활임을 고려한다면, 소수의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그런 내밀한 프라이버시 영역에서까지 우리 모두가 양보를 해야 하는지, 우리 중의 극소수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의 비밀을 보호받지 못하고 우리 모두의 신원이 밝혀져야 한다는 논리가 과잉하지 않은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재판관 이석태와 김기영은 위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으며, 오픈넷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반대의견은 “차명휴대전화 또는 익명휴대전화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언제나 범죄의 목적을 가지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아니하고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자의 취재원 보호,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 유지, 내부고발자, 인권활동가, 목격자 등의 보호, 개인정보 유출 우려, 불법 도청·감청으로 인한 피해 방지 등의 다양한 사유가 존재할 수 있다. 요컨대 익명통신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것이므로, 차명휴대전화 또는 익명휴대전화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부터 부정했다. 그리고 선불요금제의 경우 명의도용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으며, “범죄는 여러 가지 동기에 의하여 다양한 행위태양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차명휴대전화나 익명휴대전화가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흉기와 같이 그 자체로 법익 침해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고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에도 치밀한 사전계획에 입각하여 발신번호 변작 및 사업자를 수차례 경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휴대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실효성이 있는 수단도 아니라고 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개인식별번호에서 더 나아가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개인에 관한 정보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구축되고 그 번호를 통해 또 다른 개인정보와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개인에 대한 통합관리의 위험성을 높이고, 종국적으로는 모든 영역에서 개인을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용을 제한할 필요성은 여타의 개인정보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 그런데 휴대폰 실명제는 원칙적으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의 이용을 강제하는 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익명성은 타인에게 노출될 위험 없이 통신을 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 영역을 형성하는 기능을 갖는다. 현대사회에서 익명통신은 이용자가 자신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소수의 수단들 중 하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럼에도 휴대폰 실명제는 익명으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여 그 제한이 중대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미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나 대포폰을 이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 다수 존재하고, 대포폰 제공이나 전화번호 변작 등 범죄를 범하기 위한 수단적 행위들 또한 형사처벌을 통하여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으며, “범인의 은폐시도에 따른 특정의 어려움은 범인 검거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서 일반적인 수사기법에 의하여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지(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참조), 범죄와 무관하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들의 신원 확인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휴대폰 실명제는 “모든 국민에 대하여 이용자의 추적이 가능한 통신을 이용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반대의견의 취지를 숙고하여 휴대폰 실명제의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픈넷은 2012년 사망선고를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포함해(그러나 공공기관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 등 우리나라에만 존재했고 존재하는 각종 실명제가 익명으로 표현하거나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시민들의 표현 및 통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며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본인확인을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보관을 강제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감시를 쉽게 만든다고 본다. 앞으로도 오픈넷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굴하지 않고 실명제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지될 때까지 대중 캠페인, 입법 운동, 소송 등을 통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첨부. [2017헌마1209 소송 기록]

2019년 11월 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오픈넷, 익명 통신의 자유·프라이버시·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하는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2017.11.02.)
[논평] 대포폰 사용자 처벌은 과도한 정보인권 침해! 이원욱 의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2017.02.03.)
[논평] 타인에게 휴대폰 빌려주면 형사처벌? 헌법소송에 동참해주세요 (2014.02.11.)
금, 2019/11/0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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