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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가운데 안전을 위협받는 남아프리카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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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가운데 안전을 위협받는 남아프리카 여성들

admin | 수, 2021/02/24- 20:24
2020년 6월 젠더기반폭력에 반대하는 시위 여성

2020년 6월 젠더기반폭력에 반대하는 시위 여성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에는 여성 혐오와 여성 차별이 사회, 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젠더 기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 가운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해당 지역 내 여성과 소녀들의 안전과 권리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월 신규 브리핑 《가구처럼 대하다: 남아프리카의 젠더 기반 폭력과 코로나19 대응Treated like furniture: Gender-based violence and COVID-19 response in Southern Africa》을 발표했다. 이번 브리핑은 남아프리카 지역 내 5개국(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짐바브웨)의 여성 및 소녀들의 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당 브리핑에는 이들이 어떤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어떻게 그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법 제도는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하는지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뿌리 깊은 여성 혐오와 젠더 기반 폭력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에는 여성 혐오와 젠더 기반 폭력이 만연해 있다. ‘여성은 항상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거나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 같은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이 사회 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해당 지역 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욱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모잠비크의 한 활동가는 “여자아이들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라고 배운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라고 배운다

모잠비크의 한 활동가

폭력과 학대를 신고하려는 여성들은 ‘사회에서 정한 성 역할을 따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당할 위기에 처한다. 또한 폭력과 학대를 신고하더라도 수사 당국은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조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식량 배급을 받는 짐바브웨 아동 청소년들

코로나19로 식량 배급을 받는 짐바브웨 아동 청소년들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벌어지는 강간, 폭행과 살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남아프리카 지역 각국에서 봉쇄 조치가 시작된 이후 지역 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사건의 수는 급격히 상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에 따르면 봉쇄 첫 주 동안, 젠더 기반 폭력과 관련되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무려 2,300건 기록되었다고 보고했다. 2020년 6월 중순을 기점으로 여성과 어린이 21명이 배우자에 의해 살해되기도 했다.

일례로, 28세 여성 체고파트소 풀레Tshegofatso Pule는 2020년 6월 잔혹하게 살해됐다. 임신 8개월차였던 그는 6월 4일 실종되었다가 3일 후, 요하네스버그에서 흉기에 찔린 채 나무에 매달린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모잠비크에서는 2020년 3월 긴급사태 선포 이후 시민사회단체에 접수된 가정폭력 사례가 유난히 급증했다. 2020년 6월 6일에는 한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보고되었으며 2020년 5월 31일에는 모잠비크 마푸토 중앙병원의 한 직원이 강도, 강간 및 살인을 당한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는 국가비상사태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밤늦은 시각 혼자 귀가하던 중이었다.

짐바브웨에서는 국가 봉쇄 조치 이후 11일 동안 가정폭력 여성 생존자 보호 단체에 764건의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이 신고되었다. 2020년 6월 13일 기준으로 신고 수는 2,768건에 이르렀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봉쇄로 인한 빈곤 증가가 봉쇄 기간 동안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이 급증한 것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성들이 더욱 빈곤해지면서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더 의존하게 되고, 이 때문에 학대에 노출되는 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잠비아의 경우, 경찰 공식 통계에 따르면 국가 봉쇄 기간 중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이 감소했다기보다는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했음을 반영하는 수치일 수 있다. 실제로 비정부단체 여성청년 크리스천 연합Young Women’s Christioa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성폭력 사건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0월 찍은,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젠더기반폭력 기념묘

2020년 10월 찍은,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젠더기반폭력 기념묘

피해자 앞에 놓인 사법 장벽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 지역의 사법제도는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 및 생존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사법제도와 관련해 다수의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부족과, 이들이 경찰 및 당국, 병원 관계자 때문에 경험하는 2차성 트라우마 등 때문이다.

일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98년 가정폭력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결함으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법무헌법개발부 장관 로날드 라몰라Ronald Lamola는 2020년 6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들이 번번히 낙담하게 되는 제도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을 신고하면 경찰은 의무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중 다수는 피해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 가정폭력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가해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일부의 경우 경찰에서 젠더 기반 폭력 신고를 범죄가 아니라 가족 문제로 간주하고 무시한다고 한다. 젠더 기반 폭력을 둘러싼 낙인 역시 신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됐다.

2019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젠더기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 여성들

2019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젠더기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 여성들

국제앰네스티는 남아프리카 지역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한다

디프로스 무체나Deprose Muchena 국제앰네스티 동, 남아프리카 국장은 이번 브리핑 조사 결과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다수의 여성 또는 소녀들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이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봉쇄 조치로 여성들은 폭력적인 배우자로부터 벗어나거나, 집을 떠나 보호를 요청할 수 없게 되었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젠더 기반 폭력 피해 여성들은 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활동하는 여성 및 단체는 “필수적인 서비스”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에 심각한 제한을 받으며,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 SADC의 지도자들은 전염병 대유행 및 그 외의 긴급사태에 대한 국가적 대응에 젠더 기반 폭력 및 가정폭력을 방지하고 이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국가는 여성과 소녀들이 젠더 기반 폭력의 폐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경찰에 보호를 요청하거나 사법제도를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쉼터 및 그 밖의 지원 서비스 역시 변함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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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인터뷰

 

여성 청소년들은 성적 권리 Sexual Rights의 ‘주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무성적 존재’ 혹은 ‘피해자’로만 인식됩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성性이 금기가 되는 세상을 거부합니다. 모든 여성 청소년들은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활동가를 만나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2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원입니다. 활동명은 오리입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위티’는 스쿨미투를 계기로 만들어진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예요. 여성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나 미성숙 담론에 대해 반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단체나 청소년 단체와는 다른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이슈를 청소년 시각으로 해석하려 하고, 청소년 이슈에서도 페미니즘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등 꾸준히 위티의 관점을 갈고 닦는 중에 있습니다.

우선, 여성 청소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불법이기 쉬운 삶’인 것 같아요. 친권자의 동의 없이 숙박, 경제활동, 피해 사실 신고도 불가하고, 상담을 받는 것도, 약을 처방받는 것도, 선거운동이나 정당활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 되는 삶.

지원 님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페미니즘 활동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시작했어요.

예전의 저는 ‘왜 내가 이런 환경에 있기까지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원하는 피해자 정체성을 띤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중 ‘위티’에서 진행하는 콘돔전시회 포스터를 보았고, 제가 이전에 접했던 페미니즘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청소년은 약자로만 여겨지기 쉬운 계층인데,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정체화 하지 않는 부분에서 저 개인의 경험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그 계기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서는 주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요, 청소년 ‘보호주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청소년의 보호자는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먼 친척일 수도 있는데 꼭 ‘친권자’인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담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위험하게 느껴져요. 성폭력을 당해서 상담기관에 가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많은 청소년들은 상담 받기를 포기하고, 사후피임약도 처방받지 못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하기 쉬운 청소년이 있을까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주된 협박 내용이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사실이었다는 것만 봐도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가정 내에서도 여러 위계와 권력들이 작용되어 청소년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폭력 상황이 부모로부터 오는 상황도 많고, 또 성폭력 상황을 부모에게 알렸을 때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죠. 보호자가 부모여야 한다, 청소년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의 전제는 청소년의 안전을 가정에 맡겨버린다는 의미인데, 청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가 아닐 수 있고, 부모가 오히려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친권자,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여러 법제도가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을 조금 더 세심하게 고려한 법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 보호주의가 더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의제나 미디어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언어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N번방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반드시 돈이 없어서 성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비행청소년도 아니었습니다. ‘왜 일탈계에서 성적인 걸 표현하냐, 친구들끼리 하면 안되냐, 합법적인 공간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 등 피해자들을 향한 여러 반응이 있는데, 사실 그런 공간은 여성 청소년에게 없어요. 어디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성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여성 청소년의 성은 대상화가 되거나, 범주 밖의 금기시되는 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탈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도 이들의 성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걸 경계하는 이유도 이 맥락 안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려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는 여성 청소년은 절대 안전할 수 없어요. 생리대도 감추라고 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청소년이 성에 대해 말하고, 성폭력 피해를 바로 말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 피해 자체도 성경험으로 보고, 강간과 성관계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혹은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에서요.

가끔은 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보호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호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이 보호가 아닌 통제가 되고, 여성 청소년의 선택권을 좁히고 위험하게 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 또한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성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안전하게 발현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상상하게 됩니다. 관련하여 위티에서 ‘콘돔전시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콘돔전시회’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생각을 나누면서 ‘위티’가 안전한 공간임을 느꼈어요. 당시에 저희가 새로운 윤리적 지대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정말 새로운 윤리적 지대를 가지게 된 느낌이었어요. 각자가 경험한 감각을 공유하고, 긴 글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합의점, 공통감각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찾게 된 것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성과 관련된 언어는 이성애자 남성, 그 중에서 비청소년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전부였어요.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지우거나 둘 중 하나인 그런 언어들이요. 그런데 콘돔전시회를 계기로 남성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한 번도 질문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저만의 고유 언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몸을 긍정하고 있는가? 나의 섹슈얼리티는? 나의 이러한 감각은 섹슈얼리티인가?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등 사회 혹은 학교에서 만들어진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각을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도 활동가들과 함께 ‘콘돔전시회’ 도록을 보곤 해요.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호주의 신화가 깨지고, 주체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계기였고, 그 때 느낀 공통 감각이 이후 N번방 논평, 낙태죄 관련 릴레이 에세이 등의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얼마 전 스쿨미투 가해교사가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위티와 같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쿨미투 운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간혹 스쿨미투가 지난 의제처럼 들려질 때가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쿨미투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하는 것, 관련 청원이 올라왔을 때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 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연대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기숙학교의 경우 기숙사 침입 등의 이슈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학생들은 대학진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처벌을 내리지 않는 등 사건이 대충 덮이고는 해요. 이 부분은 단체 내 기숙학교 출신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위티에서 다같이 스쿨미투 재판을 간 적이 있었어요. 보는 눈이 많은 공적인 상황이었음에도 교사와 학생 사이에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사가 참관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거나, 피해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들어오는 등 폭력성이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스쿨미투는 주로 사건의 피해자가 참다가 익명으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문제 제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교육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 피해자들이 무력감을 학습하고, 언어 폭력을 당하고, 고립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스쿨미투 이야기에 이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분위기가 어떤가요?

예전에 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하자센터가 함께한 10대연구소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혐오’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젠더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는 정말 어렵죠. 또래 친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성적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학교는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순수하길 요구하고 청소년의 정당활동뿐 아니라 정치활동도 금지하는데, 여기서 정치활동이라고 함은 선동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쓰여요. 그 안에 페미니즘도 포함시켜서 금지하는 거죠. 학교 자체가 논쟁을 꺼리는 공간이고, 학생들이 논쟁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교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들조차 충분히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거나 쉬쉬하며 진행되는 등 민감한 문제, 예민한 문제라며 피하곤 해요.

또한 학생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 많아요.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은 입시로 인해 매우 바쁘고 꽉 찬 삶을 살고 있어서 뭔가를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권리, 시간을 쓸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없는 듯 해요. 이러한 부분에서 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성적 권리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들이 직접 페미니즘 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는 청소년이 교육받는 존재에서 나아가 직접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페미니즘 교육입니다. n번방, 학내 성폭력, 구시대적인 성교육 표준안을 넘어선 새로운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교육자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학력이나 나이, 경력 등으로 담보되었는데, 저희는 전문성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당사자성이 전문성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닦아온 청소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와 감각이 새로운 전문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련하여 여러 기초교육을 받으며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안을 완성한 상황이고, 3월부터 ‘위티’ 내부강의, 학교 강의, 열린 강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네 팀으로 나눠서 청소년 페미니즘, 학내 페미니스트, 정치 사회참여 청소년, 가정 내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추어 강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다들 안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무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동료가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주변에 동료 한 명이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가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성을 긍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피해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데,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위티는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가요?

1차적으로는 동료가 없는 분들,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동료를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페미니즘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과연 내가 페미니스트라 해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도 오시면 좋겠어요!

위티의 2021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

위티는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거나 작은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페미니즘 동료를 만나고 활동을 시작하는 집행위원회 ‘별별 기획단’과 단체의 운영을 고민하고 회원조직, 전국의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들과 네트워킹하는 운영위원회 ‘도란도란’을 모집하고 있어요.

2021년 위티의 말하기를 함께하고 싶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이를 옹호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 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하지만, 그것의 속성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몸과 관계에 대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 건강, 성생활, 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피임을 포함한 임신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고 구성할 권리
  • 강간과 그 외 성폭력 등의 차별과 강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전 세계 많은 곳에서는 가족, 공동체, 종교기관, 국가 등이 개인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혹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는 침해되기 쉬운 영역이 되곤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몸과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성과 재생산 권리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만 16세~19세)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옹호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래 설문조사 링크를 클릭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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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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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착취 사각지대 : 플랫폼 추적의 시작 #얼마나_바뀌었을까?

1년 전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의 검거로 일명 ‘n번방’ 사건이 대대적인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이 디지털기술을 만난 위험한 조합이 온라인을 타고 얼마나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인권 유린 사건이자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인권 과제라 부를만 했다. 검찰에 송치되던 25일 아침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모습은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불려오던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척결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는 듯 했다. 경찰과 서울중앙지검은 각각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와 특별수사 TF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와 투쟁이 두드러졌다. 익명의 여성 연대자들은 성 착취물을 채증, 신고하고, 경찰 수사에 공조했으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전달하거나 전국 성착취 재판을 단체로 방청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 정부는 불법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다.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_문재인 대통령

이런 기류를 타고 디지털 성범죄 법정형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일명 ‘n번방 방지법’들이 국회를 통과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박사방’ 조주빈이 1심에서 총 45년형이라는 비교적 높은 형량을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보는 눈’이 덜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대다수는 집행유예나 낮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들은 더욱 고도화된 수법으로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활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n번방’ 사건을 갈무리한 어느 특집 기사 속 피해생존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

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은_모두에게_안전할까?

비대면 시대 한층 가까워진 온라인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편리함과 무한한 연결성을 담보하는 한편,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성 착취물이 무방비 상태로 무한 공유되는 참담함을 안겨주었다. 온라인상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속도는 신규 파일을 업로드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이를 업로드하고 공유, 저장하는 기술의 발전이 더 선호되었고 그래서 더 빨리 상용되었다. 피해생존자들은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접근할 권리,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를 보호받을 권리 등을 처참히 침해당했다. 이들의 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의무 담지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권적 노력을 수행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가해자 처벌과 제도 개선뿐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어준 플랫폼에도 더욱 책임을 촉구해야할 이유다.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조장하는 온라인 여성 폭력의 대두와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공적 및 사생활 범주 모두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일은 여전히 글로벌 사회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으며, 이러한 과제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와 왓츠앱, 라인 등의 메신저앱에 해당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인터넷 중개자는 상호작용을 위한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인권 보호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지닌다”고 명시했다. 특별보고관은 또한 ICT,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대표되는 비국가 행위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에도 주목할 것을 언급했다.

#Stop_ONLINE_Violence_against_Women_2021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n번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해자들의 수법과 행위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가? 충분한가?

이를 위해 국제앰네스티는 가장 오랜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해온 추적단불꽃과 머리를 맞댄다. 지난 2020년 앰네스티 언론상의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추적단불꽃은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를 추척하며 취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앞서 2018년 트위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혐오적 언어폭력 문제를 다룬 조사 보고서 를 발간하고 ‘누구나 두려움 없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온 바 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04년 3월 여성의 날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의 시급함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 ‘Stop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를 론칭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온라인’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려 한다. ‘Stop ONLINE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콘텐츠 연재를 시작한다. 오는 3월 말, ‘n번방’ 대응 1년을 돌아보는 콘텐츠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착취의 드넓은 사각지대인 ‘플랫폼’에 남은 질문을 던지는 생생한 추적기를 공유하려 한다. 그 어느때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삶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 되었다. 더디지만 천천히 사회가 변화하듯 온라인 공간 속 질서와 사용 방식도 바로 잡을 수 있고 학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여정에 함께할 시민들의 결코 사그러들지 않는 연대를 기대해본다.

N번방 영상 티져 대체 이미지
, 김을지로 (2021)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디지털 성착취 근절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티저 영상 을 제작했다. 3D 아티스트 김을지로가 구현한 이번 티저 영상은, 현실(자연)과 가상(인공 큐브)을 상징하는 두 개의 공간성에서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바라본다. 두 세계를 아우르는 하늘 위 구름은 ‘망’ 혹은 ‘공유 기술’을 암시하며, 업로드와 다운로드로 끊임없이 연결된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조성한다. 한편, ‘n번방’ 사건 직후 떠들썩 했던 공직자들의 말과 1차, 2차 가해자들의 말이 맴도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가상의 세계는 섬뜩하게도 현실의 모습이 무한 반복된 집합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 디지털 성착취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만연한 여성 폭력 근절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추적단불꽃의 불길과 앰네스티의 촛불이 추적을 시작한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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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래퍼 슬릭님의 노랫말입니다.

나는 불꽃이다

슬릭

 

나는 불꽃이다
나는 불꽃이다
나는 불꽃이다
나는 불꽃이다

내 몸을 이루는 모든것들은 기능하기 위해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지

내 몸을 이루는 모든것들은 살아가기 위해
사는 순간을 위해 존재하지

똑같지 않은게 당연해 난 사랑하기위해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지

몸뚱아리일 뿐인 몸은 나의 영혼을 담기 위해
내가 나이기위해 존재하지

나를 탓하네 처음엔
내가 탓하네 거기에
하필 그 밤에 혼자서
하필 그 짧은 옷사서

막차를 골라서
탈 생각을 뭐하러
흔하단 그 광경
내 감각으로 체험할 줄은

몰랐어 그 다음엔
니가 나를 탓하네
나도 없대 잘한게
난 뭘 하지도 않았는데

흔한 일인 걸 알면서
조심하지를 않았대
죽임당할 걸 알면서
살아있길 원한대

감히, 똑같아지길 바라지
감히 똑같은 사람 취급, 인간 대접을 바라지
드러나기를 바라고 돈받기를 바라고
잘못하고난 빌미를 세상 밖에 둔 척 한다지

감히, 평화를 바라지
아무도 죽이지 않는 노래 퍼지길 바라지
우리가 만든 파도가 멈추지 않길 바라지
드러나기를 바라고 돈받기를 바라지

우리는 웃을거야
우리는 아플거야
우리는 꿈꿀거야
우리는 아물거야
우리는 춤출거야
우리는 갚을거야
우리는 우리꺼야
우리는 내꺼야

우리는 배울거야
우리는 버릴거야
우리는 채울거야
우리는 거닐거야
나를 망가뜨린 만큼의 억배로 부술거야
후련함이든 허무함이든 나만이 느낄거야

죄인은 벌할거야
죄인은 미워하고 죄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죄인을 미워하고 죄는 미워하지 않을거야
죄인을 미워하고 죄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작가명

래퍼 슬릭

참여 소감

파도는 멈추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바다가 생기고 난 후로 단 한번도 파도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파도를 일으키는 인력처럼 우리의 파도는 누군가의 살아있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으로, 누군가의 글로, 누군가의 말로, 누군가의 움직임으로, 누군가의 노래로 계속 일렁이고 있습니다.

뜻깊은 프로젝트에 동참할 기회를 주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감사드립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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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작가 하미나님의 기고문입니다.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하미나

 

돌이켜보면 한 번도 페미니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활동가는 커녕 광장에도 제대로 나가본 일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구호를 외칠 때면 혼자서 ‘아 근데 꼭 이것만 맞는 말인가?’ 딴 생각이 들며 군중 속에서 홀로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열렬한 활동가로 지낼 거라는 상상을 못했던 건 “튀려고 하지마. 평범하게 살아.”를 반복하던 부모의 말 때문일 수도 있고, 또 내 머릿속 심어진 활동가, 특히 페미니스트 활동가에 관한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활동가는 늘 확신에 차 있고 온갖 훼방에도 꿈쩍 않는 강한 사람들일줄 알았다. 나는 의심이 많고 툭하면 우는 사람이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확신보다는 질문이, 강함보다는 연약함이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나는 ‘페미당당’을 만나며 어쩌다 활동가가 되었다. 페미당당은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2016년 4월 총선 때 결성됐다. 페미니즘 의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성 정당에 실망하여 “뽑을 당이 없다면 우리가 직접 창당하자”는 의지로 반쯤 농담처럼 모인 친구들 모임이었다.

활동이 무게감을 가지고 본격화된 것은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이후 일어난 시위에서 ‘거울행동’ 퍼포먼스를 하면서부터다. 가해자는 7명의 남성을 보내고 최초로 들어온 여자를 죽였다. 정확히 여성을 표적한 사건이었으나 세상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말 대신 묻지마 범죄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미당당은 이 사건이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었던 범죄임을 보이기 위해 근조 리본이 달린 영정 크기의 거울을 들고 강남역 10번 출구를 함께 걸었다.

당시 나는 제자에게 상습 성추행을 저지른 대학교수를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여성임을 자각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에서 이제는 반드시 자각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기로 이동하게 됐다. 삶의 모든 것이 재편되었다. 내가 입는 옷, 대화를 하는 방식, 공부의 방향, 관계를 맺는 방식, 가족과의 관계 등등. 페미당당과는 그 과정에서 만났다.

활동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제까지 뭉쳐왔던 분노와 이를 동력으로 삼은 에너지가 가슴 속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주변인과 참 많이도 싸우고 이별했다. 나에게 종종 전화해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던 남성 과선배는 어느날 전화하더니 너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진정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 시기 나와 내 주변을 바꿔가며 자기의 세상을 뒤엎어버린 또래의 여자가 많을 것이다.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인생의 한 번은 꼭 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었다.

페미당당에서 나는 세미나를 맡았다. 나와 친구들처럼 ‘어쩌다 페미니스트’가 된 여자들을 위해 개최했다. 살려고 보니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데, 그 말을 그토록 무서워하는데, 그러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겠는데, 근데 나는 충분히 페미니스트인가? 그러면 이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미나였다.

페미니즘 정치(“여성이 비로소 사람이 되었을 때”), 가스라이팅(“가장 약한 마음을 가장 강한 용기로 사랑하라”), 범죄(“‘괴물’앞에 선 여성들”), 대중문화(“페미니스트 분들 계시는 자리에 케이팝 틀어도 되나요?”), 트랜스젠더(“당신의 성별을 증명하시오”), 낙태죄(“나라님 말대로 낳고 말고 해야 한답니까”), 과학(“과학이 페미니즘을 만나 더 나은 과학이 되기를”), 학교(“우리가 하는 일은 이전에는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것”), 디지털 성폭력(“우리의 일상은 당신들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최근 이 세미나를 기반으로 책을 냈다. 제목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여성으로 사는 삶을 자각하게 된 것은 사실 행운이다. 이전에는 행동으로 나설만큼 심각하게 차별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거니까. 혹은 차별을 당해도 더 잘하면 된다고, 예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똑똑한 여자들의 많은 수가 이런 착각을 많이 한다. 능력주의는 사회의 수많은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을 너무 개인의 몫으로 남겨 둔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런 때가 온다. 도저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때.

여성으로 사는 삶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늦춰지는 건 앞선 여자들의 덕이다. 그들이 싸워서 얻어낸 것 덕분이다. 탁월한 단 한 명의 여성보다는 그럭저럭 평범한 여성 여럿이 사회에서 활개를 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우먼이 아니라 작당모의다. 앞선 여자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간다.

페미니즘에 눈을 뜬 최초의 자각은 강렬했고 모든 것이 명쾌했다. 연대는 달콤하고 감동스러웠다. 그러나 분노가 엄청난 동력을 만들어낼수록 몸은 지쳐 나가 떨어졌다. 지금은 동질성보다는 차이를 더 자주 생각한다. 우리라는 말보다는 우리로 포함이 안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뻣뻣한 연대보다는 유연한 연대를 생각한다. 분노보다는 유머와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생각한다.

얼마전 내가 원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런 결론이 나왔다. 나는 뭐든 돼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정확히는 그런 상상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손상과 훼손과 약함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죽음과 질병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특이해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여성의 삶, 환자의 삶, 장애인의 삶, 노인의 삶, 유색 인종의 삶, 레즈비언의 삶, 트랜스젠더의 삶, 노동자의 삶, 가난한 사람의 삶, 페미니스트의 삶을 상상할 때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든, 그렇게 존재하겠다고 선택했든, 원하지 않았지만 뜻밖에 그렇게 되었든 관계없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장혜영이 추천사로 써주셨던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짓고 싶다. “없던 길을 내면서 가는 저항자로서의 여성들이 여기에 있다. 성별이분법과 성차별, 성폭력으로 쌓아올려진 견고한 성채에 균열을 일으키는 최고의 무기는 질문이다. 어떤 질문이 우리를 가두고 길들이는가? 어떤 질문이 여성을, 나아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가?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들은 길을 만든다. 그리고 걸어간다. 때로 막다른 골목을 마주치더라도, 가스등이 깜빡이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아직 멈추고 싶지 않기에. 그렇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섬세하게 싸우고 복잡하게 연대하며 함께 걷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작가명

작가 하미나

참여 소감

분노로 너무 지치지 않기를, 유머와 상상력이 동력이 되기를.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작가 하미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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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작가 김지승님의 기고문입니다.

 

언제고 돌아오는 여성들

김지승

여자들이 돌아온다.
멀리, 영원으로부터. 그리고 ‘바깥’으로부터.
마녀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황무지로부터 여성은 돌아온다.

– 엘렌 식수, <메두사의 웃음>에서

 

“새처럼 훠이훠이 날고 싶었어요.”

고된 시집살이에 혼자 훌쩍훌쩍 울면서 밭길을 걷다가 멀리 날갯짓 우렁찬 새들을 보며 순애씨(가명, 81세)는 그런 생각을 했다. 75세에 남편과 사별 후 한글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순애씨는 그동안 글 대신 의사소통에 썼던 그림과 새로 배운 한글을 섞어서 ‘문드러진 속’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문드러진 속. 순애 씨 표현이 그랬다. 결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공부 많이 하다가 찌인한 연애나 한 번 해보고 죽어야지요.” 했다. 순애씨도 자유의 갈망과 자유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살아온 여성 중 하나였다. 지역의 한 문화원에서 혼자된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홀로서기’에 필요한 정서 지원 워크숍을 기획했고, 연계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 나는 순애 씨를 포함해 여성노인 스무 명을 5주간 만났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기차를 타고 나는 에리카 종의 『비행 공포』를 읽었다. 글쓰는 여성 화자, 이사도라 화이트 윙과 작가 에리카 종이 자전적 서사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는데 그들과 순애 씨가 또 이상하리만치 스르르 물처럼 섞였다.

순애 씨와 이사도라 화이트 윙은 현실 인물과 작품 속 캐릭터라는 차이 외에도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 차이를 그대로 두고 둘을 연결하는 건, 이 폭력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존재하기의 곤란함이라는 공통점이었다. 에리카 종이 욕조 안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29년 동안 가슴속에 넣고 다녔던 차가운 돌이라는 두려움에 대해 쓸 때, 순애 씨는 빈 쌀독 옆에 쭈그리고 앉은 자기를 그려놓고 “이게 아닌데… 빈 쌀독 같네, 마음이.”라고 썼다. 여성에게 주어진 차가운 돌 같던 두려움이 정확히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간단명료하게 쓸 수 없다고 쓴 게 『비행 공포』라면, 자신은 무학이지만 많이 배웠더라도 이 마음은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쓰는 게 순애 씨의 글들이었다. 쓸 수 없다고 쓰는 글. 아직은 쓰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쓰는 글.

“그러니까, 그게 뭘까요?” 내가 묻자, 순애 씨는 우는 여자 형상을 그리면서 대꾸했다.

“오죽하면 여자 귀신은 울기부터 했을까. 그걸 다 어떻게 말로 하겄어요?”

나와 순애 씨도 다른 세계, 다른 언어 속에 있었다. 그러나 “그걸 다 어떻게 말로 해요?”라고 반문하는 순간 나는 곧장 순애 씨와 연결되었다. 말하고 쓸수록 더 소외되는 기분에 좌절하고만 경험이 나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런 경험은 나에게 여성으로 말할 수 없고 쓸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려줬다. 한글을 잘 몰랐을 때는 그래서 쓸 수 없다고 여겼던 순애 씨가 글을 배우고 문장을 짓고 있음에도 새가 되고 싶었던 그 마음 , 빈 쌀독 같던 마음을 표현할 말을 모르겠다 했으므로 우리는 동그란 불가능성을 사이에 두고 가끔 만나서 울거나 웃었다. 쓸 수 없는 것들에 사로잡히면 지금까지 내 안에 있(다고 믿었)던 모든 언어는 내 오랜 착각이었다는 듯 사라지곤 했다. 교육, 글쓰기로부터 또 공공 발화로부터 격리되어온 역사 속 여성들이 동시에 내 안에서 손을 들고 “나도, 나도!” 했다. 결코 환영받지 못할 진실의 증언을 안고 세계를 통과해 온 여성들이 내 안에 또, 옆과 앞에 있었다. 그들은 폭력의 역사를 계승한 몸이기도 했다. 그래서 썼다.

그들은 구멍 난 언어로라도 썼고, 쓰고 있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여성작가 에리카 종도, 70년 넘게 한글을 거의 쓰지 않던 순애 씨도, 자기 꿈 하나 해석할 언어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쓰지 않다가도 쓰고, 잠시 멈췄다가도 쓰고, 도래할 좋은 세상 같은 건 믿지 않으면서도 쓰고, 곰팡이 속에서도 쓰고, 악몽 속에서도 쓴다. 대항하는 언어는 쓰는 과정에서 발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억압할 많은 언어와 함께 이전 여성들이 발명한 저항의 언어를 물려받았다. 억압의 언어와는 싸우고, 저항의 언어는 돌보면서 여성의 새 언어를 발명해왔다. 삶은 자주 덫이고, 쓰는 여성에게는 더욱 그러했지만 연결하는 쓰기, 손을 잡는 쓰기는 지금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순애 씨가 말했다.

“그때는 날아서 갈 데가 없었어요. 그게 참 슬프대. 이제는 선생님도 보러 가고, 더 높이 엄마도 보러가고…”

폭력은 단순하지만 피해의 양상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언어는 복잡하고 모순 가득히 팽창하다가 불현듯 터져버린다. 언제나 여기 우리에게 주어진 언어로는 여성의 경험을 다 말할 수 없다. 그 불가능성 때문에 잠시 침묵이 찾아오기도 한다. 침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식수의 말처럼, 언제고 여성들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저 멀리 살아 있는 마녀들의 황무지’로부터, 더 많은 언어를 가지고 여성들이 돌아온다. 잠시 침묵했던 자리에서, 돌아온 여성들이 몇 겹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부서진 언어로라도 쓰려는 여자들, 그 수많은 이름들이 깜빡인다. 거기에는 순애 씨도 있다.

돌아와 쓰는, 밑에서부터 쓰는, 연결하며 쓰는, 중첩된 존재로서 쓰는 그 저항의 언어가 오랜 바람을 타고 파도가 된다. 혹시 쓸 수 없다면, 쓸 수 없다고 쓰자. 왜 쓸 수 없는지 쓰고, 쓸 수 없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자. 불가능성이 만들어내는 파도는 필연적으로 가능함으로 향할 것이다.

작가명

작가 김지승

참여 소감

파도는 낮아지고 천천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파도다. 그렇다고 오늘, 38여성의 날에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작가 김지승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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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국제앰네스티 X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작가명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참여 소감

느리지만 확신을 가지고 함께 걷고 있습니다. 눈 앞에는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잔뜩 쌓여 우리를 막아내고 있는 것 같아도 뒤돌아 돌이켜보니 우리는 꽤 멀리 나와 있더군요. 한걸음씩 따박따박 걸어나온 시간들이 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 먼저 미래로 갑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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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민서영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민서영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민서영

작가명

작가 민서영

참여 소감

느린 분노도, 작은 슬픔도, 낯선 두려움도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변화가 되어 돌아온다.

 

작가 민서영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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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비차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작가명

작가 비차

참여 소감

내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단추 탓을 하고 싶었지만 그건 단추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말하지 못해서 나에게만 일어난 것만 같았던 우리의 이야기를 꺼내고,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되고 이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 비차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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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이지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작가명

작가 이지

참여 소감

3월 여성의 날을 맞이해 이렇게 뜻깊은 캠페인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불과 몇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보며 아, 그래도 변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이상 여성의날 캠페인이 특별한 프로젝트가 되지않을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작가 이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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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이번 캠페인의 메인 디자인을 작업한 페이퍼프레스의 작품입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1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2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3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4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5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6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영상 슬로건 1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영상 슬로건 2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영상 슬로건 3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Giphy 스티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로고 3종

 

작가명

페이퍼프레스

참여 소감

페이퍼프레스는 9999999999–번의 파도 중에서 그래픽 파도 1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또 뒤 이어질 999999999999999–번의 파도들이 너무 기대됩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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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래퍼 슬릭,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등 총 8명의 여성 아티스트와 협업
추적단 불꽃과의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추적기 협업을 알리는 티저 영상 공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기고문 및 인터뷰 발행

(서울 2021-03-08)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을 전개하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성 인권 이슈를 알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그동안 이야기되어 온 ‘여성을 향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대신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Women Against ViolencE, WAVE)’을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주제로 삼아 수동적으로 보호 받아야 하는 여성이 아닌,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자의 삶에서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대항하며 서로 연결되는 여성의 목소리를 파도(WAVE)로 비주얼화했다.

이번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에는 작가 김지승, 작가 민서영, 작가 비차, 래퍼 슬릭,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작가 이지, 작가 하미나, 페이퍼프레스 등 총 8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참여 아티스트는 웹툰, 기고문, 그림 중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과 연대한다. 이와 함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대중의 공감과 연대를 장려하며 참여형 SNS 캠페인 ‘#파도는멈추지않는다’를 일주일간 진행한다.

한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텔레그램 내 성 착취 사건의 최초 신고자이자 기록자인 ‘추적단 불꽃’과 협력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은 질문들을 쫓는 활동을 시작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추적단 불꽃의 문제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티저 영상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을 공개한다. 영상은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공간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제를 던진다. 추적단 불꽃의 추적 기사는 3월 말부터 지부 웹사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n번방’ 사건 이후 ‘피해자’ 혹은 ‘무성적’ 존재로 여성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로 성적 권리를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여성 청소년, 권리로서의 성적 권리에 대해 말하다’ 기고문과 ‘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인터뷰를 발행한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낙태죄’ 폐지 이후 한국 여성 인권의 현주소와 폴란드 등 국외 사례를 통해 멈추지 않고 대항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소개한다. 앞서 언급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에 대한 모든 자료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 페이지 링크: https://amnesty.or.kr/campaign/WEARETHEWAVE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국제 비정부기구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로 전 세계 160개국 이상 1,000만 명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이다. 국적·인종·종교 등의 그 어떤 차이도 초월해 활동하며,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익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표현의 자유, 사형제도 폐지, 고문 반대,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 보호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협의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1977년 노벨평화상과 1978년 유엔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72년에 설립되어 국내외 인권 상황을 알리고 국제 연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화, 2021/03/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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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은밀하고 악랄하게
활개치는 가해자의 플랫폼 세상

n번방 1년, 변화 그리고 가해자들의 말 타임라인

‘n번방’ 1년, 굵직한 사회적 사건과 변화가 있을 때마다 온라인 내 가해자들은 술렁였다. 그러나 이내 고도화된 수법으로 법망과 기술을 따돌리며 끊임없이 성착취물을 재유통했다.

복수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성착취물
: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 유튜브, 트위터까지

1년 전 텔레그램 **방(불법촬영 및 유포물이 활발히 공유됐던 방, 1,000명 이상 상주)에서 확인했던 피해자 K씨의 불법유포 영상을 올해 3월 12일, ‘디스코드’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1년 전, 유포 피해 발생 후 K씨에게 가해자 재판에 필요한 채증본을 제공한 적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의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는 검거 후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K씨의 피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가해자가 사라졌어도 피해 영상물이 여러 플랫폼에 남아 익명의 가해자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으니 말이다.
당시 피해자의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는 검거 후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K씨의 피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가해자가 사라졌어도 피해 영상물이 여러 플랫폼에 남아 익명의 가해자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으니 말이다.
가해자들도, 성착취물도 여전히 플랫폼에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n번방’ 사건이 가장 큰 주목을 받던 지난해 3~4월에도 성착취물 판매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갖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검색해보는 이들이 늘자 공급하겠다는 이도 늘었다. 텔레그램 뿐 아니라 트위터, 유튜브 그리고 디스코드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래가 오갔다.
채증 '샘플 보시고 구매의사가 있다면...'

2020년 3월, ‘박사’조주빈 검거 시점에 채증한 트위터 계정을 재구성했다.

조주빈이 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성착취물 판매 홍보글 하나가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 계정은 해당 포스팅 이전에는 그 어떤 게시물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직 성착취물 판매를 목적으로 트위터에 가입한 것이다. 그를 팔로우하는 사람은 89명이었다.
채증,

2020년 3월, 유튜브 댓글에서 발견한 판매자 아이디로 연락을 취했던 라인 대화방을 재구성했다.

비슷한 시기 성착취물을 교환하자는 유튜브 영상을 목격했다. 영상에서는 “로리(아동 성착취) 영상 교환할 사람은 댓글에 아이디를 적어”라는 자막이 5초간 재생됐다. ‘n번방’ 판매를 홍보하는 또 다른 영상에도 같은 아이디를 적은 유저를 발견했다. 해당 아이디로 연락해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문화상품권 3만원에 ‘n번방’ 3번, 4번방 링크를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2월 중순, 페이스북 불특정 게시물 댓글에 디스코드 대화방 링크가 지속적으로 달리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디스코드에) 요 며칠 사이 갑자기 이런 방이 많아졌어요. 방 회원수는 기본 3,000명, 많게는 8,000명도 있어요” 이날 제보받은 디스코드 방 링크만 13개였다. 제보자는 가해자들이 상주하는 대화방에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은 범죄다”라며 채팅을 올렸지만, 회원들은 “너가 여가부냐? 왜 성욕도 마음대로 못 갖게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수십개의 디스코드방 운영자들은 피해 여성의 신상과 사진을 대화방 공지에 올려 홍보했고, 영상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
(디스코드에) 요 며칠 사이 갑자기 이런 방이 많아졌어요. 방 회원수는 기본 3,000명, 많게는 8,000명도 있어요.
지난해 4월 29일 ‘n번방 방지법’의 일환으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고무적이었다. 불법 성적 촬영물에 대한 반포.판매.임대.제공만 처벌대상으로 삼던 기존법에서 나아가 ‘소지’와 ‘시청’까지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텔레그램은 물론 더욱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성착취물은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2021년, 텔레그램은 성착취물 공유의 ‘허브’이며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성착취물의 충실한 ‘영업장’이자 ‘유통망’ 역할을 하고 있다.

몸사리는 가해자들, 돈 대신 성착취물 ‘물물교환’

텔레그램방 모니터링을 시작했던 2019년 7월, 당시 가해자들은 거침없는 언행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이나 전과 기록을 채팅창에 흘렸다. 각종 정보를 모아보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해당 정보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로 이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마저도 요원하다. 가해자들은 가벼운 개인정보조차 공유하기를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는 더 은밀해졌다. 단체 대화방이 아닌 개인 대화방에서 성착취물 거래가 늘었다.
가해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는 더 은밀해졌다. 단체 대화방이 아닌 개인 대화방에서 성착취물 거래가 늘었다. 예전 같으면 방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구걸’ 몇 번으로 텔레그램 대화방 잠입 취재가 가능했지만 일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전 거래 대신, 서로가 보유한 성착취물을 교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성착취물끼리 맞바꾸면 적어도 금전거래로 인해 경찰에 추적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성착취물은 일종의 화폐이자 상위방으로 이동하는 ‘입장권’으로 기능하고 있다. (‘상위방’이란 성착취물 공유 등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친 소수의 멤버만이 들어갈 수 있는, 본격적으로 불법이 판치는 대화방이다.)
금전 거래 대신, 서로가 보유한 성착취물을 교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성착취물끼리 맞바꾸면 적어도 금전거래로 인해 경찰에 추적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위방에 입장하기 위해 교환해야 하는 영상에도 이전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붙었다. ‘아무거나 보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피해자 얼굴이 꼭 나와야 한다던가, 얼굴이 나오더라도 ‘신작’이 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신작’이란, 널리 알려진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 피해 영상이 아닌, 그 이후에 만들어진 새로운 성착취물을 말한다.

채증, 얼굴 나와야 한다. 신작이어야 한다

2021년 3월, 텔레그램 성착취방에서 오간 가해자들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길거리 업스’란 길거리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의 밑으로 카메라를 넣어 속옷이 보이도록 찍은 불법촬영물을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성착취물 시청자가 제작자로 변해 권력을 키워가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을 보려면 나부터 ‘레어 영상’을 소지해야 한다. ‘레어 영상’을 소유하기만 하면, 또 다른 성착취물과 교환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이를 미끼로 인기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수도 있다. 직접 운영하는 방의 규모가 커지면, 돈을 받고 되팔 수도 있어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이 흐름에서 기존에 공유 혹은 유포 범죄만 저지르던 가해자들은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해 ‘레어’성착취물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성착취물 시청자가 제작자로 변해 권력을 키워가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을 보려면 나부터 ‘레어 영상’을 소지해야 한다.

한국 넘어 아시아 위협하는 디지털 성범죄
: 텔레그램 ‘중국방’ 속 전세계 피해 여성들만 수만명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은 국내 성착취 피해 영상을 찾기 어려워지자, 해외 성착취 피해 영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해외방’ 수십 곳의 링크가 한국인들이 활동하는 ‘링크 모음’ 대화방에 수시로 올라왔다. 그중 가해자 대부분이 중국어를 사용하고, 올라온 성착취 영상은 중국인 피해자로 추정되는 일명 ‘중국방’이 가장 활발히 운영됐다. 3월 18일 낮 12시 기준, ‘중국방’에는 22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 방에서 공유된 성착취물 개수는 2만 2,694개였다.

‘중국방’에 올라오는 영상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화장실 불법촬영물, 성관계 불법유포물,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온갖 불법물을 망라한다. 전세계 가해자들이 모여 있는 방인 만큼, 업로드 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시도때도 없이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놀라운 것은 22만 명이 들어있는 이 방의 개설시점이 2년 전이라는 것이다. 이 방은 2019년 3월 31일에 개설되어 현재까지 폭파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텔레그램 ‘중국방’은 지금도 계속해서 몸덩이가 불어나는 중이다. 3월 3일 참여자가 21만 7,000명이었는데 불과 2주만에 7,000 명이 늘어나 총 22만 4,000명이 되었다. 이 방 외에도 6만 명, 4만 명 등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대화방들이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이 방의 가해자들은 중국어와 태국어, 한국어를 사용한다. 단, 피해자는 아시아권에 국한되지 않았다. 아시아 말고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피해자가 등장하는 성착취물이 마구잡이로 업로드 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더는 한국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는 이미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경없는 인권 침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생존자 A씨 이야기
신고한 지 3년, 여전히 돌아다니는 사진들
‘신상털기’에 얼굴도, 이름도, 학교도 바꿨어요.

“다음 주에 또 경찰서를 가야해요. 또 유포가 돼서. 계속해서 유포가 되고 또 지우지 않는 사이트도 있으니까. 걔네(가해자들)가 계속해서 재유포 할 수 있는 거니까요.”불법 유포 피해를 입은 피해자 A씨가 범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건, “미안한데 너 사진을 본 것 같다”며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면서부터였다. 2019년 여름을 회고하던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사진은 다수의 불법 사이트에 유포 돼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광범위하게 유포된 건 아니었다. 최초 유포자가 또 다른 가해자들과 피해 사진을 교환하고, 판매하면서 유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최초 유포 시점은 모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3년째 유포 피해가 지속되는 것을 보아 A씨의 피해 사진을 소지한 가해자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짐작됐다.

다음 주에 또 경찰서를 가야해요. 또 유포가 돼서. 계속해서 유포가 되고 또 지우지 않는 사이트도 있으니까. 걔네(가해자들)가 계속해서 재유포 할 수 있는 거니까요.

A씨는 경찰에 신고해 가해자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사이트에, 무슨 내용으로 피해 사진이 유포됐는지 일시와 URL 주소를 함께 채증해둬야 한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요즘도 매일 밤 불법 사이트를 뒤져가며 본인의 사진을 찾는다. “불법 사이트 중에서도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하는 곳이 있어요. 그런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려고 쓴 사비만 20만원이 넘어요.”A씨는 본인이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피해에 맞서 당당하게 살고자 노력했다. “고소와 모니터링을 계속 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고,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엄청 노력했어요. 사실 제정신은 아니었죠. 겉으로만 멀쩡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들은 유포를 멈출 기미가 없고, 오히려 더 (유포 횟수가) 확대되는 것을 보고 모든 걸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택했죠.” 그렇게 A씨는 성형수술을 했고, 이름을 바꾸고,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근래에는 A씨의 피해 사진뿐 아니라 신상을 유추하려는 댓글도 달린다고 한다. “처음엔 다 틀린 정보의 댓글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진짜 사실이 적혀 있는거죠.” 그저 텍스트라고 생각했던 위협들이 자신의 실제 신상 정보인 것을 확인하자 A씨의 두려움이 배가됐다. 이른바 ‘신상털기’였다. A씨가 불법 유포와 별개로 맞닥뜨린 또다른 명백한 디지털 성폭력이었다.

삭제했지만 삭제되지 않은 이유를
플랫폼에 묻다.

지난 1년 간 정부와 국회, 법원, 그리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와 일부 미디어 등 여러 주체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이야기했다. 정부는 수사 및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을 확대했고 국회는 처벌의 범주를 넓혔으며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약속했다. 여성단체는 이러한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를 끊임없이 감시하며 누구보다 가까이서 피해생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우리의 추적이 확인한 피해자들의 1년 후는 여전히 암흑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검색어’를 각 종 사이트에 입력해보며 살아가고, 가해자들은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 온라인을 활보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앰네스티와 추적단불꽃이 올해, 가해자들이 사실상 무법지대 삼은 이 ‘온라인 공간’에 주목하려는 이유다.

피해생존자 정의회복의 기본 전제는 결국 어딘가에서 돌아다닐 성착취물의 온전한 삭제에 있다. 피해생존자가 원하는 지원이란 ‘불법 사이트 차단’과 ‘유포자 강력 처벌’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영상이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돌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가해를 영속화 하는지, 제도의 변화에도 왜 피해생존자의 고통이 멈추지 않고 삭제된 영상은 왜 되살아 나는지에 사회는 아직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질문한다. 이 모든 디지털 성범죄가 자행되는 실질적인 판으로 기능하는 온라인 공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해를 갖고 있을까? 온라인 공간을 운영해 이윤을 취하는 기업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응답을 갖고 있을까? 사진과 동영상 등의 시각 콘텐츠로 광고 수익을 얻는 소셜 플랫폼 기업 또는 수십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불법 성착취물을 압축한 대용량 파일 링크를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기업은 어떤 책무를 절감하고 있을까?

트위터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면

법적 책임이 가중되는 분위기에 따라 자체적인 예방 캠페인을 취한 기업도 있었지만 실효성은 미미했다. 트위터의 경우, 지난해 5월 당시 공론화된 텔레그램방 관련 키워드 입력 시 피해자가 도움받을 수있는 곳을 알리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나 검색창에 ‘지인능욕’이라고 검색만 해도, 도움 안내 메시지 바로 밑에 지인을 능욕하는 검색 결과들이 성인인증 없이도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둘러싼 기존의 담론으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유엔 비즈니스와 인권 가이드라인[1]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그들의 운영과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모든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기업은 자신의 활동이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기여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그러한 영향이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해야한다. 또한 기업이 직접 영향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 등과 연결된 관계에서 인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이를 방지하고 완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2017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반 권고 35호[2]에 따라 각국의 기업과 초국가적 기업 등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고 이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가능한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는 성 고정관념 근절에 초점을 맞춘 메커니즘을 만들거나 강화해야 하고, 그들의 플랫폼에서 저질러지는 모든 성차별에 의한 폭력이 근절되도록 적극 장려해야 한다.

이를 둘러싼 플랫폼 기업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책무responsibility’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급하다. 오는 4월 말 게재되는 2번째 콘텐츠에서 우리는 그 책임의 주체를 따라가본 추적기를 이어간다. 피해생존자들의 정의를 가로막고 있는 눈 앞의 방해물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파헤쳐 본다.


목, 2021/03/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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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n차’ 유포 불붙이는 ‘클라우드’

국제앰네스티 X 추적단불꽃

지난해 말, 150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한 끔찍한 불법 촬영 유포 범죄가 발생했다. 한 명의 가해자가 수백 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영상을 불법 촬영해 이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이후 가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수 백 편의 영상은 온라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돼 있었다. 가해자는 숨지기 전 구글 드라이브에 최소 1TB테라바이트가 넘는 피해자들의 영상을 업로드했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구글 드라이브 링크 주소를 수천 명이 상주하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했다. 링크를 발견한 수천 명의 가담자들은 구글 드라이브를 타고 들어가 영상을 다운받았다. 영상은 다시 텔레그램, 다크웹Dark Web, 불법 성인 사이트 등 온갖 온라인 세상으로 퍼졌다.

대용량 영상이 삽시간 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건 클라우드 기능의 편리성 때문이었다. 영상을 하나씩 소셜 플랫폼이나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리려면 업로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기의 저장 공간에 제한도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링크 하나만 공유하면 누구든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 영상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탓에 가해자 역시 국내에서 범용성이 두드러지는 클라우드로 피해영상물을 유포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가해자들의 ‘믿는 구석’, 클라우드

클라우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실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불거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피해물이 퍼진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한 장본인 문형욱(닉네임 갓갓)은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아동 성착취물 600건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해당 링크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이후 링크를 가진 이들은 돈을 받고 팔거나, 대가 없이 유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추적단불꽃에 연락을 취해온 이들 중에는 이런 제보자도 있었다. “트위터에서 ‘n번방’ 피해 영상이 담긴 줄 모르고 ‘메가’ 링크를 5만 원 주고 샀다”며, 반성문과 함께 지금은 비활성화된 메가 링크 하나를 불꽃의 메일로 보내온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지난해 10월, 44명의 남성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아동 성착취물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해 전 세계 수천 명의 성범죄자들과 공유했다.그렇다. 추적단불꽃이 지난 2년 동안 수십 개의 소셜 미디어와 검색 플랫폼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비롯한 모든 범주의 불법 유포물은 정확히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다. 바로 ‘클라우드 링크’를 타고 퍼진다는 것이다. 구글 드라이브, 메가, 드롭박스, 네이버MYBOX 등 클라우드 기술이 제공하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파일 저장 및 공유 기능의 부정할 수 없는 이면이었다.
추적단불꽃이 지난 2년 동안 수십 개의 소셜 미디어와 검색 플랫폼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비롯한 모든 범주의 불법 유포물은 정확히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다. 바로 ‘클라우드 링크’를 타고 퍼진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의 말들 재구성한 그래픽

가해자들이 상주하는 텔레그램 채팅창에서는 드라이브에 관한 수많은 대화가 오간다. 이들에게 드라이브는 가장 빠르게 대용량 성착취물을 취하는 통로이자 결코 본인들의 신원이나 행적이 추적당하지 않을 거라 장담하는 ‘믿는 구석’이었다.

그래서 클라우드가 뭔데?

‘클라우드’는 온라인 서버와 소프트웨어, 저장공간 등의 IT 자원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팅 환경으로 사용자의 개인 외장하드나 자체 서버 없이도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거나 대용량의 자료를 보관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컴퓨터를 활용하는 각종 작업과 자료의 저장이 개개인의 컴퓨터 장치에서 이루어진 것과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기업의 데이터 센터 서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용자는 인터넷에 연결된 한, 기기에 상관없이 해당 서비스에 로그인함으로써 서버에 저장돼있는 자료를 꺼내 쓸 수 있다. 해외 기업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네이버, 카카오도 기업용 및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며 클라우드 업계는 본격 호황기를 맞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대로 인해, 생성된 데이터를 관리하는 인프라로 클라우드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글로벌 공용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전년도보다 35% 증가한 1,200억 달러 규모[1]로 특히 한국의 경우[2] 2021년까지 연평균 20.5%씩 증가해 시장 규모만 3조4,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붙’ 한 번이면 끝나는, 손쉬운 유포 방법

지난 2년간 텔레그램, 트위터 등 SNS상에서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영상 및 각종 불법 촬영물이 거래되는 양상을 살펴보았을 때, 판매자와 구매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로 연락을 한 뒤 구글 드라이브, 메가구 메가업로드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성범죄물을 주고받는 패턴을 보였다. 이렇게 전달받은 클라우드 링크를 클릭하면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영상을 한 데 볼 수 있다. 클라우드에 올라와 있는 피해 영상의 링크를 ‘복사’해, 가해자들이 있는 방에 ‘붙여넣기’만 하면 ‘n차’ 유포가 시작된다.불과 며칠 전인 4월 13일에도, 가입자가 1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의 한 그룹에서 ‘메가 3TB테라바이트’ 링크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 게시물에 첨부된 저장 목록 캡처 사진을 보니 수많은 미성년자 피해자가 등장하는 불법 촬영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용량의 각종 디지털 성범죄물이 저장돼 있음을 홍보할 목적으로 클라우드 화면 캡쳐 올린 걸 볼 때, 이들 사이에서는 클라우드를 판매하고 구입하는 문화가 이미 정착된 듯했다. 1990년대 일명 ‘빨간 비디오’가 ‘비디오테이프’를 매개로 저장되고 유포됐다면, 오늘날 디지털 성착취물은 ‘클라우드 링크’를 타고 그 어느 때보다 멀리 그리고 빠르게 퍼지고 있던 셈이었다.

국내 개인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2019년 기준 네이버 MYBOX와 구글 드라이브다. 가해자들은 이름과 전화번호 일치 여부 확인 등 본인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네이버와 달리 가상번호로 복수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는 구글의 서비스를 선호했다. 가해자들이 상주해있는 텔레그램 방에서는 종종 “텔레그램에서 성범죄 저지르면서 국내 클라우드 쓰는 바보는 없지?”라는 말이 오갔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로 연락을 한 뒤 구글 드라이브, 메가구 메가업로드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성범죄물을 주고받는 패턴을 보였다.

기사를 작성 중이던 4월 19일에도 “성관계 불법촬영물 구드구글 드라이브 링크 2TB테라바이트 보유중”이란 홍보 글이 텔레그램 대화방에 버젓이 올라왔다. 한 번 구글 드라이브 링크로 퍼진 피해 영상은 반복적으로 누군가의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돼 무한정 유포되는 것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클라우드에서 최초 게시자의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면 수사가 수월할 테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업자들은 사건에 따라 자체적인 협조 기준을 두고 있어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며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영상물 유포는 더 광범위해지고 피해자의 고통은 더 확산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쳐 1. 딴놈들한테 가서 이상한 거 받아보지말고 나한테 와서 확실한거 다 받아가라 메가 3테라페북에 떠도는 희귀자료말고 구하기 힘든 희귀자료 다량 보유중~~

지난 3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3]에 따르면 구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n번방’ 사건과 관련해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구글 검색, 구글 드라이브의 111개 항목에 대한 신고 요청을 받았고, 같은 해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간 구글 검색 URL 46개에서 ‘n번방’을 직접 언급한 신고 요청을 받아 액세스를 삭제하거나 차단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자동 탐지 기능, 사람에 의한 탐지 작업, 해시 매칭 방식, 머신러닝 분류 등을 활용해 아동성적 학대물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가 접수될 경우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ational Centre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에 연계해 전 세계 각국의 적절한 법 집행 기관에 전달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이 아닌 성인 피해물의 경우엔 그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구글은 지난 2015년부터 성인 피해물을 ‘동의없이 공유된 선정적 이미지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의 범주에 넣고 구글 검색결과에서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구글에서 콘텐츠를 삭제할지 판단할 때는 공익과 보도 가치를 고려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며 ‘매우 드물지만, 사용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공익 차원의 강력한 필요성에 따라 신고된 콘텐츠를 삭제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도움말 센터에 밝힌 상태다. 

이 부분과 관련해 구글코리아에 받은 답변에 따르면, “아동 성적 학대물과 달리 성인 피해물은 의도적으로 제작된 포르노물인지 ‘리벤지포르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구글은 피해자 신고 혹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대신해서 확인해 줄 수 있는 기관들[4]을 통해 비동의 유포된 성인 피해물임을 확인하고 있다.” 결국 구글에서 성인이 등장하는 피해 영상이 삭제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와 신뢰 기관, 정부 기관을 통해 동의 없이 공유된 성인 피해물임을 인증받은 후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삭제 절차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을 유포하는 가해자들의 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구글에 직접 신고해봤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영상이 퍼지는 플랫폼이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삭제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벽에 부딪혔다. 추적단불꽃은 지난 2년간의 취재 속에서 다양한 피해자들의 사례를 확인했고,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대리 신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신의 피해 영상이 있는 클라우드 링크나 구글 검색 결괏값을 삭제할 것을 구글에 요청해본 피해자 및 활동가들의 증언을 재구성했다.

#1. 신고가 제대로 된 것인지, 하염없이 기다릴 뿐

구글 화면 캡쳐. Google에 제출한 신고

피해 사진을 하나라도 더 지우기 위해 불법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한 불법 사이트 **** 에서 내 사진이 들어 있는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발견했다. 증거를 확보해야만 신고가 가능했기에 불법 사이트인지 알면서도 포인트를 구매해 내 사진을 결제했다.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받아 열어보니, 내 피해 사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과 함께 저장되어 있었다. 수십 번을 지웠음에도 또다시 발견한 내 사진을 보며 낙담했다. 사진의 오른쪽 상단 메뉴 중 ‘악용사례 신고’를 클릭했다. 구글에 신고를 접수하자 게시물 신고를 접수했다는 자동 이메일만 왔을 뿐, 삭제 진행상황에 대한 추후 알림은 오지 않았다. 진행 상황을 모르고 그저 기다리는 이 순간에도 얼마나 더 많은 가해자들에게 링크가 공유될지 생각하면 아찔했다. 매일같이 그 링크를 접속해보기를 5일, 드디어 “접속할 수 없는 링크”라는 창이 떴다. 이렇게 하나의 링크를 막았지만, 언제 또 내 사진을 발견하게 될지, 두려움은 여전하다.

피해 사진 비동의 유포 피해자 C씨

#2. 문의 전화는 먹통, 본사에 전화하자니 언어장벽

영상은 한시라도 빨리 내려야 추가 유포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내 영상에 꼬리표처럼 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내 개인정보가 적혀있는 사진이 바로 구글에 뜬다. 해당 사진에 대해 삭제요청을 해놓은 상태였지만, 이틀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려달라고 요청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구글 메인 페이지 하단의 구글 코리아 전화번호로 전화 문의를 했다. 구글 코리아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온라인을 참고하라”는 자동응답이 나올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구글 본사로 전화를 연결해보려 했지만, 거긴 미국이었고, 난 영어도 잘 못 하는 상황에서 내 영상을 내려달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K씨

#3. ‘신고 양식’은 어디에

구글 화면 캡쳐 3. 본인 동의 없이 게시된 부적절한 이미지 또는 영상 신고하기

구글에서 내 피해 영상이 검색되는 것을 발견하고 올바른 신고 양식을 찾기까지 꽤 헤맸다. ‘동의 없이 공유된 선정적 이미지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 Google에서 삭제하기’라는 페이지를 찾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가장 구글 검색창에 ‘삭제 요청’을 검색하자 ‘구글에서 정보 삭제하기’라는 결괏값이 나왔고, 여러 번의 스크롤 끝에 ‘구글의 삭제 정책 검토’라는 파란색 하이퍼링크 글씨를 발견해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또다시 길을 잃었다. ‘동의 없이 공유된 선정적 이미지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 ‘동의받지 않은 가짜 포르노’, ‘연락처 정보를 노출하는 ‘신상털기’ 콘텐츠’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처럼 3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3번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올바른 신고 양식에 유효한 정보를 기입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피해 영상 비동의 유포 피해자 D 씨

#4. 신분증 올려 피해자 본인 ‘인증’하는 신고 방법

구글 화면 캡쳐. 신원확인을 위한 증빙자료 제출

구글 검색에서 피해자 동의 없이 게시된 불법 촬영물을 발견했다. 그러나 구글의 ‘본인 동의 없이 게시된 부적절한 이미지 또는 동영상 신고하기‘ 신청 양식에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항목들이 피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름, 국가, 전화번호, 이메일 그리고 무엇보다 신고자의 신원 확인을 증빙하기 위한 필수 제출 자료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첨부해야 했다. 피해 영상이 돌아다니는 온라인에 피해자의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찍어 올리는 행위를 해야 한다니. 어렵게 신분증을 업로드했다 해도 망설여지는 지점은 또 있다. 신고서를 제출하려면 ‘본인은 Google이 이 요청에 조처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사실과 Google이 관련 법에 따라 삭제 요청을 제출할 다른 방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에 동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업로드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미리 해두는 것 같았다.

피해 영상 비동의 유포 대리 신고자 추적단 불꽃 ‘단’ 증언

이처럼 피해자들은 구글 등 기업에 직접 신고를 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은 “구글은 아동성착취물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신속하지 못하다. 왜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지 피해자나 피해자 대리인이 자세한 소명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검토, 판단, 조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구글의 정책을 지적했다. 이에 정부에서 피해자를 돕고자 공공기관이 직접 대리로 구글에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영상물을 삭제 지원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정부 기관이다. 센터는 “구글과 정부 기관 전용 삭제 창구를 이용하도록 핫라인을 구축하여 협력하고 있다. 다만 구글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에 대한 자체적인 판단기준을 두고 있어, 경우에 따라 지원센터의 요청에 따른 즉각적인 협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코리아에 추적단불꽃이 발견한 위의 장벽들에 대한 공식 확인을 요청한 결과, 구글은 #1에서 지적한 ‘삭제 처리 진행 상황 안내 미흡’에 대해 “(구글은) 해당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인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박사방’ 사건부터 최근의 불법 촬영 및 유포 사건 등 다수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변호하는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구글 드라이브에서 최초 유포된 원본 영상을 내려받은 가해자들이 누군지 파악이 안 됐는데, 소지자들은 이미 피해 영상을 재가공해 유포하고 있다”며 “유포가 광범위해질수록 피해자들은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흔히 새하얀 구름 모양 아이콘으로 표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저장하고,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유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를 그저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묘사되는 ‘기술의 양면’ 혹은 ‘신기술의 그늘’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피해의 정도가 너무나 방대하다. 기술의 발전에 기생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활동이 진화하는 만큼 기술 개발자와 운영자 모두가 신기술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는지 다시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하지만 유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를 그저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묘사되는 ‘기술의 양면’ 혹은 ‘신기술의 그늘’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피해의 정도가 너무나 방대하다. 기술의 발전에 기생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활동이 진화하는 만큼 기술 개발자와 운영자 모두가 신기술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는지 다시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신진희 변호사는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부작용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으니 이에 대한 규제는 국가기관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라며 ”기업에서도 기술을 개발하면 새로운 세상이 될 것처럼 좋은 점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나서서 부작용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속도경쟁만 한다”고 꼬집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과거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관여되어 있는 구성원들이 확대되고 있어서 결국 기업이 사건의 당사자라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려면 클라우드 사업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1] 포레스터 리서치
[2] 가트너 <2021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지출 전망>
[3] 구글 투명성 보고서, 방송통신위원회, 2021.3.31
[4] 그 내역을 검토 후 삭제처리 하고 있다.
수, 2021/05/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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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방해하는 자, 누구인가

국제앰네스티 X 추적단불꽃

‘n번방’ 사건 이후 입법·사법·행정적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법촬영과 지인능욕, 온라인 성착취, 비동의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경로는 피해 유형만큼이나 다양하다. 지인에게 ‘당신의 사진을 본 것 같다’는 메시지가 오는가 하면, 온라인상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가해자에게 “너의 사진이 여기 올라와 있다. 사진이 다른 곳에 유포되길 원치 않으면 내 말을 들어라”는 등의 협박성 메시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피해사실을 인지하게 된 피해자들은 ‘n차’ 가해를 일으키는 텍스트와 사진, 영상 등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지우기를 원한다. 이들은 각종 온라인 검색으로 찾은 가능한 모든 경로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경찰청,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물론, 착취물이 게시되어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직접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 및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나 추적단불꽃, 리셋 같은 단체의 도움을 얻어 삭제 및 신고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 기관 및 단체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 삭제에 열과 성을 쏟는다 해도, 완벽한 삭제는 힘든 게 현실이다. 피해자들의 영상 삭제를, 일상회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가 보니 빠른 삭제를 매번 가로막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플랫폼 기업이었다.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가 보니 빠른 삭제를 매번 가로막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플랫폼 기업이었다.
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성돼 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플랫폼이 존재한다”며 “폭력을 구성하는 주체인 플랫폼, 즉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온라인 성폭력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했음에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플랫폼이 존재한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구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국내외 플랫폼에 자율 규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 총 4,929건이 삭제됐다. 방심위는 플랫폼에서 자율 규제 요청에 대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중복 삭제 요청을 하므로 온라인상에 떠도는 디지털 성범죄 정보의 정확한 건수를 파악하는 건 사치인 수준이다. 최승호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이하 디성심의지원단 긴급대응팀장은 “전화, 이메일 등 삭제를 요청하기 위한 모든 창구를 동원해 자율 규제 조치를 하고 있고 한 번 요청하는 건 불안해 여러 번 요청한다”라며 “따라서 방심위가 해외 플랫폼에 자율규제를 요청한 건수는 삭제된 건보다 3배에서 10배 정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가 해외 플랫폼에 자율규제를 요청한 건수는 삭제된 건보다 3배에서 10배 정도 많을 것

— 최승호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 긴급대응팀장

피해물의 삭제 여정 = 무한 좌절의 연속

본인의 피해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 피해자 대부분은 가장 먼저 경찰을 떠올릴 것이다. 직접 경찰서를 방문하여 범죄 피해를 신고하거나,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경찰에서는 가해자 검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피해자가 피해영상물 삭제를 원할 경우 디성센터나 방심위를 통해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을 연계한다. 경찰이나 시민 단체 등을 통해 디성센터로 연계된 피해자는 본격적인 피해영상물 삭제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영상물 삭제를 위해선, 우선 해시값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수치, 디지털 지문이라고도 한다을 추출하기 위한 피해 원본 영상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피해 원본 영상과 대리삭제 동의서를 제출하면 디성센터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플랫폼에 피해 촬영물 삭제를 요청한다. 삭제 지원은 따로 기간 제한이 없다. 처음 3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으며 원할 경우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삭제 지원이 시작되면 한 달 주기로 3달간 삭제지원 결과보고서를 피해자에게 발송한다. 이후 1년 주기로 연간 결과보고서를 전달한다. 이외에도 디성센터는 수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수사에 필요한 증거 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돕거나, 피해자 거주 지역과 가까운 상담소의 의료 및 심리 치유 지원을 연계하거나 무료법률 도움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디성센터는 피해자 접수가 들어오면 유포 여부에 따라 대응을 하고 있다. 유포가 진행됐을 경우 삭제를 위해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하고, 유포 불안일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현황을 확인한다. 이외에도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 요청,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제출할 채증 자료 작성을 돕는다. (출처: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 흐름도)

디성센터는 피해자 접수가 들어오면 유포 여부에 따라 대응을 하고 있다. 유포가 진행됐을 경우 삭제를 위해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하고, 유포 불안일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현황을 확인한다. 이외에도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 요청,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제출할 채증 자료 작성을 돕는다. (출처: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 흐름도)

그러나 디성센터의 삭제지원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해외 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삭제를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디성센터는 방심위 측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한다. 방심위는 신고 접수창구와 경찰청, 디성센터 등 유관기관 및 단체로부터 사이트 차단 요청이 들어오면 심의위원들이 심의를 거쳐 사이트에 강제 차단 조처를 내린다. 또한 방심위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도 디지털 성착취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심의를 진행해 문제가 되는 사이트는 국내 접속을 차단한다.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인도 신고할 수 있다.삭제 방법은 플랫폼마다 상이하다. 플랫폼 내 신고 버튼이 있는 곳도 있으며, 방심위나 디성센터 같은 기관은 플랫폼 사와 핫라인 소통 창구를 구축해 신고가 들어올 경우 바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전용 신고양식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해외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애초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가 없을 경우엔 요청 메일을 보낼 수조차 없다.

디성센터나 방심위, 경찰의 수사 지원을 받아도 플랫폼이 지금과 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상, 피해자들의 삭제 여정의 끝을 알 수 없는 긴 싸움이다. 각 기관과 활동가, 그리고 피해자의 노력 끝에 피해물이 삭제됐다고 해도, 가해자들이 피해물이 올라와 있던 시간 동안 본인 PC에 피해물을 저장하고 다른 플랫폼에 다시 올린다면 피해자가 경찰청과 디성센터, 방심위를 오가며 피해물을 지우고자 노력했던 삭제 여정이 무색해질 따름이다. 그렇게 다시 삭제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 피해자는 언제 또다시 피해물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디성센터나 방심위, 경찰의 수사 지원을 받아도 플랫폼이 지금과 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상, 피해자들의 삭제 여정의 끝을 알 수 없는 긴 싸움이다.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간 결과, 플랫폼의 불통으로 동일한 요청이 무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간 결과, 플랫폼의 불통으로 동일한 요청이 무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다시 삭제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 피해자는 언제 또다시 피해물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시달릴 수밖에 없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디성센터와 방심위의 삭제지원 및 경찰의 수사 지원 외에도, 각 지역의 여성의전화나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등을 통해 심리상담 및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무료법률구조공단, 대한 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을 통해 법률지원 또한 가능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증언:
피해물 대신 얼굴과 이름을 지울 수밖에 없던 이유

비동의 유포 및 재유포 피해자 P씨
“구글은 나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3년 전, 친구를 통해 내 영상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는 내게 성형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가해자들 때문에 내 얼굴을 바꾸고 삶을 단절시켜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피해와 단절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형으로 내 얼굴을 바꾸고, 이름도 개명하는 일이었다.사이트에 올라온 내 사진을 삭제하려면, 먼저 사이트에 유포된 내 사진을 확인해야 했다. 사이트 내 유료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확인하고자, 유료 포인트를 구매해 사진을 확인해야 했다. 내 피해물을 판매하는 가해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여태껏 쓴 결제한 포인트만 20만 원이 넘는다. 그렇게 내 피해 사진을 확인하고, 삭제를 요청해 왔다. 무려 3년 동안 말이다. 피해가 멈출 만도 한데 요즘도 나는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들락날락한다.

비동의 유포 및 재유포 피해자 P씨

처음에는 ‘내가 왜 가해자들 때문에 내 얼굴을 바꾸고 삶을 단절시켜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피해와 단절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형으로 내 얼굴을 바꾸고, 이름도 개명하는 일이었다.

사진 유포는 사이트에서 멈추지 않고 구글 드라이브로도 공유됐다. 몇백 장이 압축된 파일을 올리고 그 링크를 파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내 신고를 받고 구글 측에 삭제 요청을 보냈다. 그러나 수사관이 전해준 말에 따르면, 나는 불법촬영을 당한 것도,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아니라 구글은 답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내 사진을 유포한 것을 동의한 적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글은 나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피해가 계속되니 결국 나는 내 몸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옷 입을 때나 로션 바를 때, 심지어 공부를 할 때도 글씨를 쓰는 내 손을 볼 수가 없었다. 내 신체를 보면 피해가 생각이 나고. ‘내가 여자가 아니었으면, 내가 몸이 없었더라면’ 등 나의 몸을 피해를 야기한 매개체로 인지하게 됐다. 어느덧 학업을 중단한 지 1년이 넘어간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는 모두 연을 끊었다.

사진 유포는 사이트에서 멈추지 않고 구글 드라이브로도 공유됐다.
나는 내 사진을 유포한 것을 동의한 적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글은 나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

사진 합성 및 유포 피해자 R씨의 언니 S씨
“플랫폼에 노출된 시간만큼 유포 불안 커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텀블러Tumblr라는 곳에 동생의 사진과 성적인 모욕 글이 함께 올라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대체 왜 내 동생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생의 피해 사진이 올라가 있는 가해 계정을 들어가 보니 수많은 일반인 피해자들의 사진과 성적인 글들이 1,000개 넘게 올라와 있었다. 하나하나 읽으며 더욱 화가 났고 이런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SNS 접속은 물론 스스로 피해물을 확인할 엄두를 못 내었기에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합성 및 유포 피해자 R씨의 언니 S씨

동생은 SNS 접속은 물론 스스로 피해물을 확인할 엄두를 못 내었기에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 연대를 결성해 국민 청원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SNS 계정을 해킹당하기도 했고, 나와 동생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노출되기도 했다. 휴대폰 번호도 여러 번 바꿨고,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수시로 초기화했다. 전자기기의 카메라를 항상 가리고 사용했고 IP 우회 서버를 유료로 사용했다. 동생의 사진이 다른 어디에 퍼져있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에, 매일 밤 구글 등 검색엔진을 통해 동생의 이름, 신상정보를 검색했다.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동생이 보면 어떡하나 싶은 불안한 마음과 함께, 사진을 올린 가해자들에 대한 증오가 솟구쳐올랐다. 사진과 정황을 채증해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삭제지원센터에도 삭제를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증거가 삭제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경찰의 말에 혼란이 왔다. 결국 동생과 나는 사진 삭제와 수사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신고해서 가해자를 잡고 싶은 마음과, 온라인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동생의 사진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문제를 알게 된 이후 동생의 사진이 유포될 불안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졌다. 평소에 없던 불안 장애가 생겨서 손을 계속 물어뜯기 시작했고, 우울증이 생겨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동생에 대한 오해나 이상한 시선, 뒷얘기가 도는 것도, 공공장소를 가거나 버스, 기차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증거가 삭제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경찰의 말에 혼란이 왔다. 결국 동생과 나는 사진 삭제와 수사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신고해서 가해자를 잡고 싶은 마음과, 온라인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동생의 사진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눈감고 귀 닫은 플랫폼:
공식 기관 요청에도 묵묵부답

디성센터와 방심위는 피해 접수가 들어오면 여러 플랫폼 및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한다. 네이버, 카카오처럼 국내 플랫폼일 경우엔 ‘n번방 방지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으로 제재가 가능하지만, 해외 플랫폼일 경우엔 공인된 기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승호 방심위 디성심의지원단 긴급지원팀장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율 규제 요청을 보내도 바로 메일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조급한 마음에 메일을 읽을 때까지 여러 번 삭제 요청 메일을 보내며 재촉했다가 소통 계정을 차단당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이렇게 소통 창구가 막히게 되면 삭제가 지연되고 그만큼 피해 규모는 확산된다. 해외 플랫폼도 디지털 성착취물 관련 정보는 규제 대상에 해당되어 방심위의 자율 규제 요청이 내려지긴 하지만 해외 사업자의 경우 요청에 이행하지 않아도 국내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 해외 플랫폼에는 제재가 아닌 협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텔레그램같이 본사가 어딘지 파악되지도 않는 경우엔 삭제 조치가 더욱더 어렵다. 겨우 연락처를 알아내 자율규제 요청을 한들, 플랫폼이 요청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플랫폼일 경우엔 공인된 기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성인 비동의 피해물에 대한 플랫폼의 상이한 대응도 문제다.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이하 경기디성센터의 삭제지원 담당자는 “피해자가 성인일 때와 아동 청소년일 때 플랫폼에서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속도가 다르다”며 성인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을 증명하려면 플랫폼에 제출할 서류도 많아 삭제가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백미연 경기디성센터장은 “아동·청소년과 성인 피해자에 대한 삭제 정책이 다른 것도 문제”라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3년, 5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청소년이었던 피해자가 성인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입는 고통의 정도를 연령으로 가늠할 수 없음에도 많은 플랫폼이 성인 피해물의 경우 삭제 지원에 잘 협조하지 않고 있고, 재개정된 위장수사 역시 아동·청소년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적용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플랫폼이 성인 피해물의 경우 삭제 지원에 잘 협조하지 않고 있고, 재개정된 위장수사 역시 아동·청소년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적용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

— 백미연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장
포털 사용자의 편리성을 돕는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가해로 작용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직접적인 피해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의 URL이나 클라우드 링크가 삭제된다고 피해가 멈추지 않는다. 가해자들은 의도적으로 ‘ㅇㅇ대학교 ㅇㅇㅇ피해자 이름’, ‘n번방 ㅇㅇㅇ’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연달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는 것으로 2차 가해를 이어간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불법촬영 및 비동의 유포사건을 전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 A씨는 “구글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자동완성검색어’에 노출하고 있어 검색어 삭제를 요청했으나 수개월째 시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본 피해자가 실시간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플랫폼은 ‘피해자 신상을 노출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피해자와 수사관의 요청에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가해로 작용

삭제 지연은 ‘n차 유포’의 또 다른 시작:
플랫폼 책임 더 크게 물어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모든 기관은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피해 사실에 노출되거나 곱씹는 일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이 방관하고 침묵하는 사이 거침없는 유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국가기관과 민간기구, 피해 당사자의 삭제요청은 결국 무한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직접 피해 영상을 찾아봐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암담하다. 피해자 P씨는 피해 이후 ‘1초를 견디기 어렵다’라고 했다. 피해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은 무력함이 일상 속의 1초를 견디는 것조차 버겁게 만든 것이다.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아 피해물 삭제가 지연될수록 또 다른 가해자들의 ‘n차 유포’ 기회는 늘어난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아무리 국내법 적용이 안 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내는 이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승호 방심위 긴급대응팀장은 “현재 성착취물이 올라온 해외 사이트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 사이트들이 클라우드 서버로 이동 중인 만큼 디지털 성범죄는 더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 지원하는 일에 글로벌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함을 주장했다.

서승희 한사성 대표 역시 “디지털 성폭력 피해 지원을 하다가 막히는 건 결국 플랫폼의 대응”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협조가 없으면 피해물 삭제를 비롯한 형사 사건, 민사 사건 등 모든 사건 대응이 다 막혀 버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랫폼이 삭제 및 수사 협조를 하지 않았을 경우 얼마나 큰 인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직시해야 한다”며 “사후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적극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 정책을 만드는 등 예방적 접근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사업자들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있어 제도적 개선을 위한 중요한 구심체로서 기능하기 바란다”며 플랫폼 자체가 ‘장벽’이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가 될 것을 촉구했다.

피해 당사자와 국가기관, 민간기구는 입을 모아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포’라는 가해가 일어나는 현장이 플랫폼이라는 점, 피해물을 삭제할 수 있는 힘이 플랫폼 기업에 있다는 점을 볼 때,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다.

피해생존자들은 정작 지워져야 할 디지털 성착취 피해물 대신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을 지우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추적단불꽃은, 지워져야 할 것은 성착취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디지털 성폭력은 온라인에서 여성이 겪는 수많은 폭력 중 하나이며, 이러한 폭력들이 결국 온라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이 안전하게 온라인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어떤 새로운 상식과 논의가 필요할까. 오는 6월 말 공개할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마지막화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모색하며 총 4화의 콘텐츠를 마무리 짓는다.

금, 2021/06/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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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의 오랜 후원회원, 배우 김선영 후원 캠페인 영상 참여
“두려워해야 하는 사람은 생존자가 아닌, 폭력을 행사한 자와 폭력을 방치한 이들”
사진자료: BRAVE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 김선영

사진자료: BRAVE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 김선영

(2021-06-22 서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디지털 공간에서 자행되는 여성폭력을 알리고 연대와 참여를 촉구하는 후원 캠페인 영상 ‘BRAVE’에 배우 김선영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의 오랜 지지자이자 후원회원인 배우 김선영은 이번 캠페인 영상에 출연해 디지털 성착취의 문제를 알리고 대중의 더 많은 관심과 연대를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여성인권 활동의 일환인 BRAVE 후원 캠페인 영상(DRTV)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두된 ‘디지털 성착취’를 주제로 제작됐다. ‘#우린두렵지않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중심으로, 이번 캠페인은 ‘두려워해야 하는 사람은 생존자가 아닌, 폭력을 행사한 자와 폭력을 방치한 이들’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대중이 디지털 성착취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연대해 문제해결의 발판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드라마 ‘응답하라1988’, ‘사랑의 불시착’, 영화 ‘허스토리’, ‘세자매’와 같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김선영 배우는 이번 BRAVE 캠페인에 재능기부로 나서, 디지털 성착취의 심각성을 알리고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김선영 배우는 2006년부터 국제앰네스티를 지지해 온 후원회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캠페인이 갖는 의미가 크다.

촬영 현장에서 김선영 배우는 “오늘은 배우 김선영으로 촬영장에 온 게 아니라, 국제앰네스티의 지지자로 온 것”이라고 말하며 디지털 성착취 문제에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수년간 함께해온 김선영 배우님과 이번 BRAVE 캠페인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국제앰네스티는 평범한 사람들이 연대해 특별한 변화를 만드는 세계 최대 인권 단체로, 여성과 소녀를 향한 폭력을 대항하는 용기에 목소리를 더하고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는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우 김선영이 참여한 ‘BRAVE’ 캠페인의 영상은 6월 22일부터 방송에 송출되고 7월 중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공개될 예정이며, 촬영 비하인드 인터뷰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1V-iN91bm1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 2021/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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