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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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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유감

admin | 화, 2021/02/09- 23:02

[월간경실련 2021년 1,2월호 – 시사포커스(1)]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유감

– 향후 제대로 된 법률 개정을 바라며 –

 

오세형 경제정책국 팀장

작년 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각계 각층의 노력이 있었고, 많은 노동자들과 재해사망 유가족 등의 간절한 단식투쟁 등으로 마침내 지난 1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확인해 보면 그 취지에 맞는 법률안 제정이었는지 의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는 2017년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2020년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나,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고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관련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및 공무원 등의 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제정된 법률안의 내용은 핵심 내용이 빠진 누더기 법률안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의 주요 내용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이 유보되어 있어, 전면적용 추진도 노동계의 주요 현안이다. 노동자의 생명이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은 당연히 전체 사업장이었어야 했다. 5인 미만 사업체가 거의 80%에 가까운 현실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생명의 소중함을 차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50억 원 미만의 공사)은 3년간 적용이 유예되었다. 중대산업재해의 경우에는 경영책임자의 적용도 없다. 중대산업재해는 발주회사의 무리한 요구 등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발주를 해당 법률의 적용에서 제외했다.

공무원의 책임 부분이 삭제된 것도 매우 아쉽다. 중대재해의 경우, 관련 사업과 관련하여 기본적인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거나 인허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의 임무해태가 직간접으로 연관된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 공무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관련된 내용이 모두 제외되었다. 국가가 지는 최소한의 재해예방의무조차 실행하지 않고 방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책임자나 법인에 대한 처벌수위도 매우 낮아졌다.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형량도 최초 논의되었던 3~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1년 이상으로 낮춰졌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도 하한이 없어지고 매출액의 일정 범위 내의 금액으로 가중이 가능하도록 했던 조항도 삭제되었다. 최소한의 하한을 통한 솜방망이 처벌의 위험을 막고자 한 내용도 없어진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금액으로만 평가될 순 없지만, 상당한 손해배상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하한이 없는 것으로 되었고, 그 상한인 손해액의 5배 범위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강한 금전적 손해배상에 대한 부담을 통해서라도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노력조차 강제하지 못할 수준인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도 있었고, 이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도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지만, 노동자의 생명 보호와 안전한 작업현장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확인해 보면 더 교묘하게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막고 있는 것 아닌가 답답할 때가 많다. 개정을 위한 지난한 싸움이 또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기꺼이 힘을 모을 것이다. 몇 해 전 보았던 한 일간신문의 1면이 머릿속에서 늘 떠나지 않는다.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글과 함께 빼곡히 적힌 1,200명의 산재사망사고 노동자들의 이름이었다. 더 이상 출근한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없기를, 매우 적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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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시사포커스(5)]

국책사업감시단의 직접시공제 탐방기, GS건설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2019년 12월 5일.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몇 년 전부터 직접시공을 시행 중이라는 GS건설을 방문했다. 초겨울 날씨인지라 도시 건물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다. 하지만 건설대기업에서의 직접시공 사례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은 상쾌했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우리나라 건설산업 경쟁력 향상 방안으로 직접시공 활성화를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원도급 건설사의 직접시공은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뷰는 GS건설 본사가 있는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4층에서 진행됐다. GS건설 측에서는 인프라국내CM팀 김종찬 부장, 이승규 차장 그리고 홍보팀 김창태 부장이 인터뷰를 위해 나왔다. 인터뷰는 경실련이 질문을 하면, GS건설의 직접시공 시스템을 설계한 김종찬 부장이 주로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실련(이하 ‘경’) ● 하도급 없이 직접시공해서 적기준공 등 매우 의미 있는 사례를 알게 됐다. GS건설 실무팀을 직접 만나서 얘기 듣고 싶었다.

GS건설 ● 반갑다. 궁금한 내용은 솔직담백하게 답해 드리겠다.

경 ● 현장에서는 직접시공을 직영이라고 하던데, 직영 개념이 뭔가?

GS건설 ● 현장에서는 직접시공보다는 직영이라는 말로 편하게 쓴다. 직영은 말 그대로 하도급하지 않고, 원도급업체가 인부고용, 장비수배, 자재구입 등 공사관련 업무를 모두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경 ● 경실련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주요 문제가 하도급고착화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을 직접시공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세울만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건설대기업인 GS건설의 직접시공 사례를 접하게 됐다. 직접시공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GS건설 ● 계속 설명하겠지만, 우리에게 ‘직접시공은 생존의 문제’였다. 직접시공에 대한 고민은 2011년경 시작됐다. 2011~12년 사이에 같이 일했던 하도급업체가 계속해서 부도났다. 2011년에 원도급사도 기업회생(구 법정관리) 신청을 많이 했고, 협력업체도 엄청나게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2012년부터는 기업회생 신청 후 파산되는 사례로 번져갔다. 대형 전문건설업체가 다 넘어졌다. 그 과정에서 GS건설의 직접시공시스템이 태동됐다.

어떤 업체는 한 현장의 미불(미지급) 어음이 40억 이상이었고, 두 개 현장 합쳐서 96억까지 미불이 있었다. 우리는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했지만, 그 돈들이 아래로 보내지지 않았던 것이다. 미불을 해결해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이중변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스란히 적자가 됐다. 발주처와의 계약은 진행돼야 하고, 어떻게든 계약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 ● 하도급업체 부도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GS건설 ● 협력업체가 부도가 나면 공사가 3~4개월 중단된다. 당시엔 외주 하도급시스템이기 때문에 잔여 예산을 가지고 하도급업체를 다시 선정해야 하므로, 공기(공사기간)는 한없이 늦어졌다. 어렵게 재계약한 하도급업체가 다시 부도나버리면 그땐 방법이 없다. 비용도 2~3배 정도 늘어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공사비는 30억 남아있는데 공사를 끝내려면 90억 가량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당시 토목현장의 90%가 그렇게 됐다.

경 ● 당시 GS건설의 원가율은 어느 정도였나?

GS건설 ● 발주방식별 낙찰률에 따라 다르다. 당시 원가율이 안 좋은 현장은 수서-평택(SRT) 9공구가 134%, 서울지하철 917공구 124%, 인천 지하철 2공구 108% 정도였다. 평균 114% 정도 초과였다. 모두 협력업체가 부도난 현장이었다.

경 ● 손실의 주원인을 공기지연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나?

GS건설 ● 업체 부도에 따른 공기지연이 컸다. 여기에다 공공발주 사업은 예산이 제때 나오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아울러 우리 잘못 없이 발생한 설계변경에 대해 제값을 못 받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

경 ● 최근의 직접시공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GS건설 ● 2018년의 경우 20개 토목현장 중 16개 현장을 순수 직영으로 수행했다. 건축 분야나 기계설비 공사 빼고는 다 직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조경공사도 직영으로 했다.

경 ● 최근 직접시공 사례 하나를 설명해 달라.

GS건설 ● 경기도가 발주한 하남선 3공구 지하철공사가 기사에 난 경우다. 100% 직영이다. 그라우팅(지반보강공사) 같은 특허공사를 제외하고는 토공사 및 가시설, 콘크리트 타설, 터널공사를 모두 직접시공했다.

2014년도에 이 공사를 수주하고 여러 생각을 했다. 모든 지하철 현장에서 이윤을 못 챙기는데 뭐가 문제인지 미래가 안 보였다. 우리가 실력이 없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 한번 잘 해보고 싶었다. 현장을 설득해서 직영으로 끌고 갔다. 공사 초기에는 현장소장이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소장도 이전 현장에 있을 때 하도급업체가 다 부도나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직영에 동참했다.

지금은 직접시공 전도사가 됐다. 인프라국내CM팀 역시 매주 현장에 가서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정말로 최선을 다해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직접시공은 하도급업체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 주었다. 발주처에게도 계약 공사기간을 지켜주니, 계약상대자로서 우리 요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경 ● 건설업체는 영리법인이다. 직접시공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윤을 얻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려울 것인데, 실행원가율은 어느 정도 되는가?

GS건설 초기인 2015년~2016년은 협력업체 부도 및 타절에 따른 직영수행으로 원가율이 좋지 않았으나, 2017년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여 직영 현장이 원가율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표> 참조).

경 ● 직접시공은 의지만으로 어려울 것인데, GS건설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GS건설 ● 우리 회사가 직접시공을 할 때는 유능한 직영팀장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2011~2012년 수습 단계를 지나서 2014년도에 본격적으로 직접시공제 시스템 설계에 들어갔다. 일 잘하는 직영팀장을 공종별로 공모를 받아 직영팀장 풀(Pool)을 만들었다. 팀장 대부분은 협력업체 소장, 임원 또는 직접시공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우리의 컨셉은 ‘사람’이다. 일을 해보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고 사람을 대하는지 안다. 그런 사람들과 신뢰를 갖고 일을 하자는 컨셉을 잡았다. 직영팀장들은 전문건설업체 출신들로 그 분야에서만 20~30년 일했고, 누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신뢰가 없는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 덕망을 쌓은 사람들이다.

경 ● 사람’이 컨셉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GS건설은 건설노동자와 어떻게 근로계약을 체결하나?

GS건설 ●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100% 직영하므로,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걸 우리 회사 이름으로 책임진다. 그렇게 해야 직영이라 할 수 있다. 건설근로자와 직접계약하지 않았다면 기사도 못 나갔을 것이다. 일용직이지만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니 퇴직금, 주휴수당, 월차 등도 다 보장된다. 여담이지만 임금은 ‘일당’이 아닌 ‘시급’ 개념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급으로 해야 근로기준법에 맞는 임금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 ● 건설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GS건설 ● 모든 임금과 대금을 정해진 날짜에 한 번도 끊기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하므로 다들 좋아한다. 기능공 분들은 GS건설의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쓰고 작업하기 때문에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숙소에 많은 신경을 쓴다. 모든 숙소가 2인 이하로 구성됐고,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했다. 더운 여름에 일을 잘하려면 그 전날 잠을 잘 자야 한다. 그래야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다.

직영팀장 중에 3년 반 정도 같이 일한 분이 있다. 계속 우리와 일하는 걸 선호하지만 지금은 일이 없어 다른 현장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정규직 또는 상용직 채용을 하고 싶지만, 공공공사 수주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그렇다. (웃으며) 가능하지 않겠지만, 정부에서 직접시공 우수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준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경 ● 일용직은 작업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임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당직은 52시간 적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GS건설은 어떠한가?

GS건설 ● 최근 52시간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근로시간은 시급을 높여서 총 임금이 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300인 미만 기업이 많아서 법이 늦게 적용되지만, 우리는 52시간 적용 회사이고 근로자들도 우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52시간을 준수한다.

요즘은 일당이 좀 올라서 기능공들도 주말에 쉬기를 원한다. 일요일에는 거의 안 나온다. 건설현장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도 만만찮다. 그래서 52시간 적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건설인들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원도급업체 직원도 아침 7시에 조회 및 체조를 해야 하고, 매일 같이 야근한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나.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건설인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특히 공공공사는 국민 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경 ● 지금까지 직접시공 사례 및 사람중심의 철학에 대해서 감명 깊게 들었다. 건설현장의 4대 관리대상은 안전, 품질, 공기 및 원가라고 하는데, 안전과 품질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GS건설 ●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안전시설물 설치도 직영팀에서 한다. 먼저 안전시설물 설치한 뒤에 구조물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하니 직영팀장은 일이 빨라지고 품질이 좋아진다고 얘기한다. 최근 3년 동안 직영으로 수행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없다가, 안타깝게도 2019년에 사망사고 1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아직 자료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직영현장의 산재사고 발생이 하도급한 현장과 비교하여 현저히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사고건수로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직영현장에서는 안전사고를 바로 인지해서 모두 산재신고를 하는데, 하도급 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의 미보고 및 자체 공상처리로 산재신고되지 않는 안전사고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GS건설 직영현장의 실제 안전사고 건수는 대폭 감소하였다고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품질도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도급한 공사에 대해서는 하자발생시 하도급업체와 하자원인을 두고서 실랑이를 벌여야 하지만, 직영시스템은 하자가 나면 100% 우리 책임이다. 목적물을 제대로 못 만들면 우리가 다시 공사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쓴다.

경 ● 공사기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GS건설 ● 앞에서 말한 하남선 3공구는 계획단계부터 직영방식을 적용한 첫 현장이다. 고난도의 지하철공사임에도 옆 공구보다 1년 먼저 완공했다. 매월 격주 휴무를 했는데도 충분히 공기를 완수한 것이다. 경기도가 처음으로 지하철 공사하면서 3공구 사례에 상당히 만족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현재 당사 직원 2명만 남아서 시운전하고 있다. 참고로 하남선 1공구는 서울시 발주구간이고 2,3공구 경기도 발주구간이다. 옆 공구는 협력업체가 2번 부도가 나서 공사가 늦어졌다.

경 ● 경실련은 대형공사장에서의 직접시공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에 대한 실증적 사례를 보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관련 당사자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먼저 가장 가까운 GS건설 직원들의 평가는 어떤가?

GS건설 ● 팀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업무량이 많아졌다. 자재관리도 직접 해야 하고, 시공상세도(shop drawing)도 직접 그려야 한다. 당연히 현장시공에도 더 많이 관여해야 한다. 예전에는 모두 하도급업체가 했던 부분이다. 업무량이 늘어났지만 그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이 디테일해졌다. 일명 엑셀맨이 아니라 진짜 엔지니어가 된 것이다. 초기에는 어려워했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만족하고 좋아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민자사업 현장에서도 직접 시공하겠다는 소장님들이 나오고 있다.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응집력 있게 일할 수밖에 없다. 야근한다고 현장에 남을 수 없다. 시간 내에 계획성 있게 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진다. 쉬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까 건설노동자 역시 효율이 높아지고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 ● 혹시 직접시공으로 협력업체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은 없는가?

GS건설 ● 예전에 같이 일했던 협력업체 대부분이 부도났기 때문에 그런 불만이 생길 수 없다. 그 이전에 우리가 상생해야 할 대상이 누군가 생각해봤다. 현장근로자, 장비업자, 자재업자들이다. 물론 새롭게 협력업체로 들어오고 싶은 전문건설업체가 있겠지만, 하도급업체 부도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직영시스템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경 ● 좋은 말씀 잘 들었다. 향후 계획을 듣고 싶은데, 공공 토목현장 말고 건축현장 등으로 직접시공을 확대 시행할 계획은 있는가?

GS건설 ● 토목현장은 전부 직영시스템으로 시행하고 있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공사는 우리팀 소관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한다. 토목현장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토목현장의 직영시스템 운영현장도 많은 이윤을 남기는 건 아니다. 공사기간을 지키는 정도다. 악화되는 걸 방지하는 정도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앞으로도 많다.

경 ● 잘 알겠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GS건설 ● 직접시공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업체들의 방문을 받았다. 하지만 직접시공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강한 추진체가 있어서 그나마 가능했다. 사장님, 본부장님, 상무님 그리고 우리 인프라국내CM팀이 한 몸이 되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건설회사의 기술력이 무엇이겠나? 우리는 생존의 문제로서 고민과 철학이 확고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가능했다. 결과만 아니라 그간의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 ● GS건설의 직접시공 사례는 대기업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다. 아시겠지만 경실련은 직접시공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지?

GS건설 ● 현실적인 사안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말한다면, 동절기 등 현장작업 단절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 제도 신설 및 지원이 되었으면 한다.

화, 2020/02/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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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특집. 그리고… 다시 시작(4)]

21대 국회의 전망과 소망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건국대학교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요즘 공화국 개념을 사회복지주의의 근거 원리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사회복지주의에 대한 근거는 헌법의 다른 조항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공화국 개념은 ‘합의체 기관’으로서 국회가 국가기관 중 최고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그것이 공화국의 원래 의미이다. 공화국 원리에 따라, 헌법은 헌법 아래에서 최고의 국가의사인 ‘법률’을 국회가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이처럼 막강한 입법권을 행사하므로,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공무원으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공무원 의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제발 1. 청렴하고, 2.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3.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수 있는 수양(修養)이 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 20년 뒤에 우리 자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를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리를 탐해서 국회의원이 됐다면, 이제 국회의원을 해봤으니 즉시 사표를 내고 나올 일이다.

20대 국회에 대해서 국민이 완전히 실망했었다. 국회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 청산에만 몰두했다. 여당, 야당이 서로 편을 갈라 으르렁거리는 데 시간을 허비할 뿐, 미래를 위한 대화와 토론은 뒷전이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였다. 이렇게 국회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가슴속에 미래 청사진이 들어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저들 없는 국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은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리지는 않았다.

이제 21대 국회가 새로 출범한다. 늘 그랬듯이 국민은 절묘하게 선택했다. 국회의석수 300석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여당에 몰아줬다. ‘한 번 해보라!’라는 격려이다. 국회의원 각자가 원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비전을 실현해 보라는 명령이다.

오늘날 정치는 ‘행정부(대통령) : 입법부(국회)’의 견제 균형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 야당’의 견제 균형이다. 그리고 5분의 3 이상 의결정족수 국회법 조항으로 인해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국회가 마비될 수 있다. 국민은 국회의 이런 현대적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국민은 정부와 여당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원대한 꿈이 실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 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여당은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하고, 보일 수밖에 없다. 더는 야당을 핑계 삼아서 자신의 무능을 숨기거나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핑계를 댈 곳이 없어졌다. 자신의 적나라한 진상을 보여야 한다. 평소 품고 살았던 비전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펼쳐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권을 잡겠다고 노력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 영달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진정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던 것인지, 단순히 정권을 움켜쥐고 장기집권하고 싶었던 것인지,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국민과 함께 누리기 위한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정권을 잡았고, 더하여 다수 여당이 되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다. 이제 ‘정권을 잡기 위한 소수정예 정치인’이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자’이다. 이제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비밀을 유지하던 사람들 속에서 뱅뱅 돌 것이 아니다.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국가 인재들과 함께 국정을 논의할 때다.

그동안 정권을 잡기 위해서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던 것을 벌충할 수 있는 국가 인재들을 서둘러 영입해서 함께 걸어갈 시점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니 내 주머니 수첩에 적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에 있는 수많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다음 정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누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공부를 깊이있게 하고 있는지 축적해둬야 한다.

내 편에 속한 사람도 다시 관리해야 한다. 어떤 ‘자리’에 가면 사람이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 앞에서 제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도 있다. 만일 내 편 사람이 잘못되었으면, 그 사람을 없애고 더 좋은 사람을 새로 찾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내 편 전체가 튼실해질 수 있다. 내 편이라고 해서 불성실하고 부정한 사람을 끝까지 옹호하다가 내 편 전체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은 피할 일이다. 편 가르기는 정의, 공정, 올바름을 뒤흔드는 ‘눈의 들보’이고,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다. 시야를 넓게 확보해야 한다.

정권을 잡은 이유는, 국가를 운영할 때 네 편 내 편을 나눠서 내 편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과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한 것이다. 우리 헌법이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함께 잘사는 민주주의이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국민을 죽여서 더 이상의 경쟁자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상대방과 경쟁자는 필수요소이다. 그들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경쟁자와 상대방이 없어질 것을 꿈꾸기보다 진실과 정의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서 나가야 한다. 대화와 토론, 비판과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이곳에서 굳이 21대 국회가 할 일의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헌법을 고치는 일, 국가조직을 정비하는 일, 국민의 거래질서를 개선하는 일 등등. 국회에서 180 의석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그중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정부 여당이 원래부터 가졌던 꿈과 비전을 펼쳐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만일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이나 처리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세비로 맛있는 음식이나 먹을 생각이라면 또한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할 일의 내용과 관련해서 한마디만 덧붙인다. 우리나라 국가질서에서 정치는 ‘시장’을 전제로 하고,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정치는 시장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규제하고 조정할 사명(使命)을 다해야 한다. 시장을 모른 채 정치를 한다면 시장에 놀림만 당할 것이다. 시장에 끌려다닌다면 정치의 사명을 저버리는 셈이다. ‘나는 정치가 전공이니, 경제는 모른다’거나 ‘몰라도 된다’라는 어리석은 말은 꺼내지도 말라.

우리 헌법에 시장과 정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조문이 있다. 제119조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국가(정치)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국민은 시장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시장에서 죽고 시장에서 산다. 시장에서 아프고 시장에서 괴로워한다. 국회, 국회의원, 정치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모른다면 국민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것이고, 벌거벗고 활보하는 임금님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진보정권과 진보여당이 마음껏 뜻을 펼칠 기회를 얻었으니 멋있는 정치를 국민에게 선사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금, 2020/06/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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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시사포커스(2)]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악영향

 

서휘원 정책국 간사

 
1. 위성정당 논의의 시작

지난 연말 공직선거법개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미래한국당을 필두로 거대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통과로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위성정당 논의가 본격화됐다. 미래통합당은 2020년 1월 20일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2020년 2월 3일 황교안 대표가 한선교 대표를 당 대표로 수락했다. 또 정운천 등 5명이 꼼수 제적과 이적을 통해 국고보조금 5억 7천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수령했다.

그전까지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과 고발까지 했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 2월 6일, 당 지도부가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한 이후, 시민을 위하여를 창당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한 정당의 등록의 신청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명분으로 미래한국당 정당등록 승인(2/13)에 이어 시민을 위하여 정당등록 승인(3/16), 더불어시민당으로의 정당명칭 변경(3/25)을 승인했다.

2.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훼손과 위성정당 창당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하여,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자는 제도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구에 편승해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기득권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던 소수 정당이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가지게 해 정당지지율만큼 총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취지는 훼손됐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석을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하고, 이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 법안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총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그 수준을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국한하고, 그마저도 30석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큰 법안이었다.

3.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제도적 결함을 비집고 들어가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 창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수정당이 국회로 진출해 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의 훼손과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제도 개혁 이전보다 의석과 지지율 간의 불비례성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헌법과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었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순전히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정당인 위성정당은 우리 헌법 제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헌법 제24조의 선거권과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그런데도 헌법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거대정당이 공공연하게 위성정당 창당을 표방하고, 공직선거에 나서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둘째,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시켰다.
거대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파고 들어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지역구 163석, 비례대표 17석, 총합 180석(60%),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지역구 84석, 비례대표 19석, 총합 103석(34.3%), 정의당은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 총합 6석(2%), 국민의당은 비례 3석(1%), 열린민주당은 비례 3석(1%), 무소속이 지역구 5석(1.7%)을 얻었다. 한편 정당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33.35%,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33.84%, 정의당 9.67%, 국민의당 6.79%로 나왔다. 이에 따라 왼쪽 <표>와 같이 실제 비례대표 의석수와 정당득표율 사이에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전체의석수 비율은 180석(60%)이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33.35%에 불과했다. 반면, 정의당의 전체의석수 비율은 6석(2%)에 불과했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9.67%에 달했다.

셋째, 정당체계의 안정성과 통치력이 더욱 악화됐다.
정당체계론에서는 정당체계를 전환시키는 요인으로, 선거제도와 정당 효과를 꼽는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정당체계는 그동안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근거를 둔 선거제도의 효과로 양당체계와 온건한 다당체계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한국의 정당은 선거전문가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그 결과 선거결과 예측을 통해 이합집산함으로써 한국의 정당체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정당 내 파벌이 정당의 지속성을 어렵게 만들고, 정당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즉, 한국의 정당체계는 이합집산에 의한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은 정책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한 원심적인 경쟁의 양상을 보여준 것으로, 소모적이며, 정치체계 전반의 안전성과 통치력을 약화시킨 것이었다(곽진영, 2009).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러한 한국의 정당체계의 변화를 불러오고, 정당들 간의 정책선거를 도모할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 창당과 이합집산으로 인해 한국의 정당체계는 전환되지 못했고, 오히려 한국의 정당체계의 안정성과 통치력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

4. 남겨진 과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6일, 경실련이 제기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한 정당등록 위헌확인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지난 4월 7일,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처리했다. 이에 경실련은 위성정당의 선관위의 정당등록 승인행위로 인해 국민들이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 심각한 혼란을 겪었음에도 헌법재판소가 자기관련성 부족을 이유로 각하 판결했던 것에 대해 유감의 의사를 표했다. 이에 경실련은 4월 21일 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재청구했지만 또 다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제 시민사회단체에게는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 운동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온전히 살아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고, 정당의 편법과 불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정당법을 개정하는 데 주력 할 것이다.


참고
•곽진영, 한국 정당의 이합집산과 정당체계의 불안정성, 한국정당학회보 제8권 제1호, 2009.02. 115-146.

금, 2020/06/0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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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전문가 칼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거리둔 협력’으로

 

박만규 아주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멈출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다행히 지금까지 방역이 가장 잘 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 요인들은 무엇일까?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우선은 감염원을 끝까지 추적하는 정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포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할 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를 관리할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19의 출현을 염려해서 진단법을 준비했었고 출현하자마자 바로 키트를 만들었으며 정부는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내주었던 상호 협력, 즉 소위 3T, 즉 Test(진단), Tracing(추적), Timing(타이밍)의 3박자가 모두 잘 맞아떨어졌던 이유도 있었다.

왜 정부와 보건당국과 민간이 서로 협력할 수 있었을까? 이는 평소에는 서로 헐뜯고 싸워도 위기 때는 뭉치는 한민족 특유의 민족성에 기반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손 씻기와 더불어 생활방역의 핵심 중 하나인 마스크 착용의 적극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서양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스크 하나는 참 잘 쓰고 다닌다.

그렇다면 왜 서양인들은 마스크 쓰는 것을 싫어할까? 이는 마스크라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와 관계가 있다. 우리가 쓰는 ‘마스크’라는 말은 영어의 mask에서 왔다. 우리말에서의 ‘마스크’는 병균이나 먼지 따위를 막기 위하여 입과 코를 가리는 물건이라는 제한된 의미로만 쓰이지만, 본래 영어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의 일부뿐 아니라 전체를 가리는 물건을 두루 가리킨다. 그러니까 방독면, 검투사용 투구 등까지도 mask가 된다.

이 mask는 프랑스어 masque에서 왔고 이는 중세 라틴어 masca에서 왔다. 그리고 이는 프로방스어(provençal, 남부 프랑스 방언)의 mascarar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이는 ‘검게 만들다, 어둡게 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눈화장을 위해 칠하는 ‘마스카라’(mascara)도 바로 여기에서 온 말이다. 요컨대 얼굴을 ‘검게, 어둡게 한다’는 뜻에서 얼굴을 ‘가린다, 차단한다’는 뜻이 나온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비유적으로 ‘가장(假裝)하다’, ‘은닉하다’, ‘가리다’, ‘감추다’라는 뜻이 나왔다. ‘가장무도회’를 영어에서 masquerade(프랑스어 mascarade)라고 하는데 이것도 물론 mask와 같은 어원이다. 요컨대 마스크는 검게 만든다는 뜻에서 출발하여 가린다는 뜻이 되었고 얼굴을 가리는 물건을 가리키게 되었다.

반면 한국어에서 ‘마스크’가 차지하는 지위는 다르다. 우리말에는 얼굴을 가리는 ‘탈’, ‘가면’, ‘복면’, ‘마스크’라는 단어들이 다 달리 존재한다. 영어나 프랑스어, 독일어 등 유럽의 언어들에서는 이들이 모두 하나의 단어이다. 최초의 시작이 가리는 물건에서 시작했다가 연극용 가면으로 확장되었고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 보건용의 의미를 추가한 것뿐이다. 만약 우리가 ‘마스크’라는 외래어 대신에 ‘탈’이나 ‘복면’(覆面), 혹은 ‘가면’(假面)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간단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도 부정적이었을 텐데 우리는 보건용만 ‘마스크’라고 하니까 부정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우리는 미세먼지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니 ‘탈’이나 ‘가면’과 달리, 마스크가 생활에서 친숙한 물건이 되어 있다.

서양인들에게 마스크의 핵심적 의미는 얼굴을 가리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부정적 이미지가 아주 강하다. 자기의 정체(identity)를 가리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둑이라든지 테러범이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지고, 특히 이슬람의 히잡에 대한 거부감도 가세를 하면서 마스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 특히 프랑스가 19세기 말에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신분증을 도입할 때 사진을 붙인 나라인데, 이때 마스크나 히잡 등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 역사도 있어서 유럽인들에게는 더욱 더 부정적인 의미가 강화되었다, 얼굴이나 신체를 가리는 의상을 가진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그것을 가속화한 것이다.

요컨대 한편으로는 언어·문화적인 요인으로 마스크 착용을 꺼리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문화적인 이유로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덧붙여지는데, 이는 서양인 특유의 개인주의와 관련이 있다. 겸손이 미덕인 동양과 달리, 그들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강하다, 그러니까 굳이 내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표현하려 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심리적 경향의 극단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영도력하에 있는 한 국민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코로나19 자체를 폄하했었다. 그러다 막상 사망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뒤늦게 입장을 바꾸었다. 하지만 회의나 행사 시에 다른 참석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는 상황에서도 한동안 본인은 쓰지 않았다. 그것은 ‘나는 강하다’는 자의식의 표출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자신감으로 퇴치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이처럼 서양인들은 마스크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의 코드로 접근한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써야 감염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예의인 것이다. 이처럼 마스크 착용을 사회적인 예의로 접근하다 보니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방역은 마스크 착용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어서, 적절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감염원으로부터의 격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끈질긴 감염원 추적으로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격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K-방역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격리’에 해당하는 영어 어휘가 quarantine(쿼런틴)인데 이 말의 본래 뜻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 말은 40을 뜻하는 옛 이탈리아어 quarantina에서 온 말이다. 1660년대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베네치아 세관에서 페스트 발생국들로부터 입항하는 배들을 40일 동안 대기하도록 조처하였다. 40일이 지나도 특별한 증상이 없을 때 입항을 허가했는데 이는 당시에 잠복기를 40일(quarantina giorni, 즉 forty days)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40일’을 의미하는 quarantina가 1670년경부터는 아예 ‘격리 기간’을 뜻하게 되었고 이후 이 단어가 영어에 들어와 quarantine이 ‘격리’와 ‘검역’을 뜻하게 되었다.

현대 의학에서는 림프절 페스트와 패혈증 페스트의 잠복기는 1-6일이며, 폐 페스트의 잠복기는 1-3일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에 잠복기를 너무 길게 잡았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항생제 치료 개시 후 48시간까지 격리를 한다고 하니 이래저래 예전에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격리를 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의학이 발전하여 코로나19의 잠복기를 14일로 잡고 있는데, 만일 이를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면 40일 동안 격리를 하고 있을 테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처럼 잠복기 파악도 되어 있고, 의료체계도 비교할 바 없이 발전했는데도,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각국이 손쉽게 대처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경제의 몰락 우려가 확산되는 등, 사회 전반에 더욱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왜일까? 치사율이 예상보다 높은 측면도 있지만,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유럽으로 가는 데 단 하루가 걸리지 않는 초연결사회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좋든 싫든 전 세계가 톱니바퀴와 같이 서로 꽉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만을 실행해서는 결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이와 동시에 사회적 ‘협력’도 실천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우리 모두가 처해 있다.

그런데 동양과 서양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소위 ‘책임지는 자유’, 즉 개인의 책임하에서 사회적 접촉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권리를 많이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는 경제 살리기 명분도 있지만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유럽 정부들도 경제를 손상시키기 싫어 많이 느슨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초기 대응에 실패했었다. 특히 네덜란드나 스웨덴 같은 경우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서 개인의 권리를 더욱 우선시했다. 반면에 동양의 경우, 우선 중국은 봉쇄에 개인의 권리를 희생시켰다. 한동안 바이러스가 잘 잡혀가는 듯 하였지만 전문가들은 재확산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수백만 명의 난민을 만들어 내고 거주와 이동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얻은 결과라서, 이것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상당히 특이한 사례인데 봉쇄를 선택하지 않아 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방역 조치를 따르는,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한 케이스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좋은 결과를 도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는 바이러스와 공생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제는 일상이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표준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로 가야 한다. 봉쇄를 해서 일상을 정지시키고 경제를 죽여서도 안 되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일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만 만족해서도 안 된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일상화해면서 여기에 사회적 협력을 추가하여 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위축되어 가는 경제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제 사회적 협력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거리 둔 협력’이라 부르고자 한다.

IMF 위기 때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 때처럼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이 단결하면 ‘거리 둔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건, 의학, 과학기술, 사회적 시스템, 인문정신 모두!

인류의 역사를 보면 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전염병이 그 동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위기 때 위기로부터 잘 배우는 나라가 흥한다. 우리는 잘 배우고 있는가? 아직은 그런 것 같다.

계속 잘하자! 더욱 잘하자!!

금, 2020/07/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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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시사포커스(3)]

경찰권 비대화 방치하는 자치경찰제 도입안 철회해야

 

조성훈 정책국 간사

지난 7월 30일 당·정·청은 합의를 통해 자치경찰 조직을 국가경찰에서 분리하지 않고 사무만 분리하는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국가경찰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자치사무만 분담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국가경찰의 권한 분산과 지역 밀착 경찰 서비스 제공이라는 자치경찰의 도입 취지와 매우 동떨어져 있다. 정부·여당은 조직을 분산하지 않은 이유를 예산 절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자치경찰을 도입하지 않기 위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작년 통과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자치경찰제의 후퇴는 경찰 권력의 비대화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권력기관 개혁 방향과도 배치된다. 이해 당사자인 경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논의과정과 의견수렴도 부족한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방향은 개혁의 실패와 제도의 왜곡으로 이어져 치안 공백과 인권침해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비대해진 경찰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권한의 분산과 통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과 사무의 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치경찰은 경찰의 조직과 사무를 분산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국가경찰은 수사를, 자치경찰은 지역 특성과 주민수요를 반영하는 생활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대화된 경찰권의 분산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 조직을 분리·신설하고 사무에 해당하는 인력을 과감하게 이관해야 한다.

또한 현재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신분이 국가직으로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의 지휘를 받는다.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자치사무에 대한 별도 통제 장치가 있지만 시·도 자치경찰위원 2명에 대한 추천권을 국가경찰에 두고 있어 지방자치에 입각한 실효적인 위원회 작동이 가능한지 의문이 크다. 국가경찰이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는 구조로는 진정한 자치경찰이라고 할 수 없다.

자치경찰은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개혁의 이름을 붙이기엔 미흡 수준을 넘어 초라한 지경이다. 국가경찰의 권한의 대부분은 그대로 둔 채,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방안, 수사의 독립성을 담보할 방안, 정보경찰의 폐단에 대한 개혁 방안 등이 담기지 않았다. 이러한 말뿐인 경찰개혁안으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로 거듭나게 할 수 없다. 오히려 인권침해 등 과거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수사의 독립성 확보,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를 통한 경찰의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과 정보경찰 폐단 극복 등의 과제를 담은 개혁안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오랜 기간 행해왔던 국민의 인권침해, 정치 경찰의 모습을 목도해왔기 때문에 결코 과거의 폐단을 답습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바 자치경찰의 핵심은 지역 특성과 주민수요를 반영하는 생활 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다. 지역과 주민이 배제된다면 이름만 자치경찰에 머물고 말 것이다. 따라서 당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심히 우려된다. 자치경찰은 노무현 정부에서 첫 논의가 시작되어 제주자치경찰이 시범모델로 탄생했다. 그러나 논의만 십수 년째… 자치경찰 도입에 진전이 없었다. 그나마 자치경찰로서 희망을 보여줬던 제주자치경찰대만 폐지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자치경찰 방안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정은 자치경찰의 도입 취지를 다시금 살펴야 한다.

금, 2020/09/2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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