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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n번방 방지 법안의 문제점 –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 토론회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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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n번방 방지 법안의 문제점 –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 토론회 (2020.04.28.)

admin | 목, 2020/04/30- 03:06
 

2020. 4. 28. 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 토론회에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가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강화와 함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사전적 조치의무 등의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고 있는 관련 법률 개정안의 내용이 반복되는 디지털성범죄의 재발방지에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내용의 보완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올바른 논의방향을 제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토론문] n번방 방지 법안의 문제점

글 |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1. 불법촬영물
정의의 문제점

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1]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과 이의
복제물이 불법촬영물이며, 불법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이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배포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음. 현재 발의된 n번방 방지 법안들은 이러한 불법촬영물의 정의에 근거하고
있음. 문제는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인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으며[2], 성폭력처벌법상 성범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한데, 만약 피해자가 특정이 되지 않거나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촬영 당시 또는 배포 당시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문제됨. 따라서 범죄행위의 결과인 “성착취물”에 대한 정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음. 아동음란물의 경우에도 애니메이션 같은 가상아동 음란물과 실존아동 성착취물 구분이 필요함

2. 플랫폼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 신설 법안의 문제점

n번방 방지 법안 중 다수가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와 유사하게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이 불법촬영물을 발견하여 즉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3]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플랫폼에게 불법정보 유통방지 의무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지우고 있음. 디지털 성범죄물 관련해서는 2011. 9. 15.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아동음란물 발견 즉시 삭제 또는 전송 중단을 할 기술적 조치 의무가 도입되었고, 2015. 4. 14.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웹하드 사업자의 음란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가
도입되었음. 그 밖에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관련 규제도 존재함. 이렇게 강력한 플랫폼 규제가 있는데도 소라넷, 웹하드 카르텔, n번방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함

한편 플랫폼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할 기술적 조치를 취할 의무, 즉 모니터링 의무를 지운다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 비밀의
자유가 침해됨.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하기 위해 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상 오가는 통신 내용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 대화방 모니터링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음. 또한 기업 차원에서는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스타트업 같이 영세한 곳은 플랫폼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임

게다가 디지털 성범죄물만 100% 골라내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음.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술적 조치는 키워드에 의한 필터링이나 동영상 해시값
기반 필터링인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함. 해시값 기반 필터링의 경우에는 컴퓨터가 1차로 걸러낸 영상을 인간이 육안으로 보고 성범죄물인지 여부를 확인한 동영상의 해시값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하는데,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영상을 일일이 다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함. AI 기술도
완벽하지 않아서 합법적 성인물인지 디지털 성범죄물인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이 필요함. 카카오그룹에서 아동음란물이
공유되었다는 이유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 위반으로 기소당했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기술적 조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줌. 사업자에게
국가의 역할을 떠넘기지 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필터링에 필요한 성착취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성착취물 모니터링 전담반을 설치해야 함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역외적용 규정을 도입한다 해도 집행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해외 플랫폼의 이용을 막는 것은 중국처럼 만리방화벽을 쌓지 않는 한 불가능하며, 플랫폼의 합법적인 이용까지 차단하는 결과를 낳게 됨. 그리고 음란물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국법을 적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수사 및 사법공조가 이미 잘 이루어지고 있음

결론적으로 실효성 없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는 모니터링 의무나
기술적 조치 의무를 신설하기 보다는 디지털 성범죄 신고가 들어 왔을 때 바로 차단·삭제하도록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성착취물의 피해자를 빨리 찾아서 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

3.
불법촬영물 소지죄 신설 법안의 문제점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중 일부는 불법촬영물과 복제물 소지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4]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물 소지죄가 도입된다면 한국은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성범죄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첫 국가가 될 것임. 전 세계적으로 심지어 실제 살인행위나 강간행위를 촬영한 영상물인 소위 스너프 필름에
대해서도, 살인행위나 강간행위 등 실제로 이루어진 범죄행위는 처벌되지만 영상을 소지했다고 처벌받는 소지죄는
존재하지 않음.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결과물을 의미하는 불법촬영물의 개념이 촬영과 배포의 전후 정황을 모르고 범하게
되는 소지행위에 적용될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 연출된 영상과 진짜 범죄영상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하며, 성행위와 촬영이 모두 합의 하에 이루어진 후 유출만 의사에 반하게
된 경우에도 소지죄가 적용되어야 하는지도 세밀한 검토가 요구됨

따라서 소지의 처벌은 촬영된 행위가 범죄행위인 경우로 한정되어야 함은
물론 그 사정을 소지자가 알고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함. 또한 고발 및 수사 목적의 소지는 일반인에
대해서도 허용되어야 함. 마지막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소지죄의 형량은 아동 성착취물 소지죄보다
높아서는 안될 것임

————————————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생략

[2]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길에서 본 여성 A(23)씨를 뒤따라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뒤 스마트폰으로 A씨의 상반신 부분을 촬영하는 등의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된 유모(29)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5도16851).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카메라나 그 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며 “이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9820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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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협박하여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도록 하거나 다른 남성을 시켜 여성을 강간해 얻어낸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공유해 온 n번방/박사방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자 정치인들은 발빠르게 해법이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형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지만 기시감이 든다. 웹하드, 소라넷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웹하드 처벌법, 몰카 방지법, 아동음란물 유통방지 의무법 등 처벌을 강화하는 수많은 법안이 쏟아져 나왔고 입법되었으나 디지털 성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고 있고 그 처벌도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법감정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작년 웰컴투비디오 운영자가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처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범죄행위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은 n번방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는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음란물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여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후자에 대한 법적·문화적 경계심을 고양시키고, 사법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구분이 절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반복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디지털 성범죄물에 관대한 한국사회의 문화 때문이다. 이런 문화는 수사기관의 수사 방식이나 법원의 양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 더 문제적인 것은 범죄자들 역시 성범죄에 관대한 양형 기준을 학습하며 더 끔찍한 범죄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성범죄에 관대한 문화의 뿌리 중 일부는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형사법제에 있다.

음란물이란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을 말하며(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성도덕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불법 촬영물’은 성행위는 자발적일지라도 그 촬영 또는 배포가 촬영대상의 의사에 반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촬영대상의 성적 프라이버시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아동 성착취물’은 아동의 성행위 또는 선정적인 행위를 촬영한 것으로서 촬영된 아동에게 미치는 정신적 피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중요한 것은 ‘불법 촬영물’, ‘아동 성착취물’은 촬영 대상에 대해 끔찍한 피해를 끼치는 성범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는 음란물과는 구분되어야 하고 처벌도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이렇게 구분이 명확히 되었다면 n번방 사건을 “야동을 본 것 정도”로 생각하는 일각의 몰이해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법제는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실존아동에 대한 성착취가 이루어지지 않는 소위 “교복물”이나 미성년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을  “가상아동” 음란물도 “아동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실존아동을 강간해 아동 성착취물을 만든 제작자나 아동 캐릭터가 등장하는 음란한 만화를 그린 만화가나, 아동 성착취물 소지자나 어려보이는 성인배우가 등장하는 교복물 소지자나 똑같은 조항이 적용되어 사법적 판단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아동음란물 사건 중에는 웰컴투비디오와 같은 아동 성착취물 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교복물과 같은 ‘가상아동 음란물’이 문제된 사건이 훨씬 많다. 이런 현실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모든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수사자원을 디지털 성범죄물 단속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지 못하고, 법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죄질이 다르더라도 같은 처벌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형벌을 선고하지 못한다. 여기에 포르노그래피, 소위 “야동”은 대부분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엄격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제에 의해 마치 불법 영상인 것처럼 삭제·차단되는 상황이  혼돈을 가중시키고, 심지어 디지털 성범죄물도 “야동”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형사법제상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구분이 절실하다. 강요·협박·강간·아동성착취·불법촬영 등 범죄행위의 결과인 디지털 성범죄물 관련 조항을 신설 및 강화하고, 아동청소년음란물은 ‘가상아동 음란물’과 ‘실존아동 성착취물’을 구분하여 형벌을 달리해야 한다. 

또한 이에 맞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신설이 필요하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살인과 뇌물, 성범죄, 횡령·배임 등 20개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이 수립되어 있지만, 아동 성착취물이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아직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만든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아동 성착취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특수성과 국민의 법감정을 잘 반영해 납득이 가는 수준으로 기준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양형기준의 신설 외에 지금 제시되는 해결책으로 법정형 강화와 소지죄 신설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방안에 대한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법정형을 늘리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관련 법정형이 다른 범죄와 비교하여 낮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관한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하면 아동 성착취물 제작이나 아동의 강간은 동일하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아동 성착취물 제작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강간이 이루어지므로 당연하다). 살인죄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한 형이 아니다. n번방과 같이 아동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는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사람을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제추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 불법 촬영물을 촬영하거나 배포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배포죄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점에 비교하면 일반 음란물에 비해 불법 촬영물 배포는 5배 이상 가중처벌되고 있다.

실효성 없고 이용자 프라이버시 침해하는 플랫폼의 모니터링 의무 신설 지양하고 자율규제 유도해야

n번방 관련 발의된 법안 중에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와 유사하게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이 불법촬영물을 발견하여 즉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플랫폼에게 불법정보 유통방지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물 관련해서는 2011. 9. 15.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아동음란물 발견 즉시 삭제 또는 전송 중단을 할 기술적 조치 의무가 도입되었고, 2015. 4. 14.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웹하드 사업자의 음란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가 도입되었다. 그 밖에 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관련 규제도 존재한다. 이렇게 강력한 플랫폼 규제가 효과가 있었다면 우리나라 인터넷상에는 디지털 성범죄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통한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실효성 없는 플랫폼 규제 신설은 지양해야 한다.

한편 플랫폼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할 기술적 조치를 취할 의무, 즉 모니터링 의무를 지운다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 비밀의 자유가 침해된다. 왜냐하면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하기 위해 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상 오가는 통신 내용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방 모니터링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게다가 기업 차원에서는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스타트업 같이 영세한 곳은 플랫폼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디지털 성범죄물만 100% 골라내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술적 조치는 키워드에 의한 필터링이나 동영상 해시값 기반 필터링인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해시값 기반 필터링의 경우에는 컴퓨터가 1차로 걸러낸 영상을 인간이 육안으로 보고 성범죄물인지 여부를 확인한 동영상의 해시값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하는데,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영상을 일일이 다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AI 기술도 완벽하지 않아서 합법적 성인물인지 디지털 성범죄물인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페이스북을 포함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대기업들도 불법정보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직원들을 두고 있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역외적용 규정을 도입한다 해도 집행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해외 플랫폼의 이용을 막는 것은 중국처럼 만리방화벽을 쌓지 않는 한 불가능하며, 플랫폼의 합법적인 이용까지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음란물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국법을 적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수사 및 사법공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따라서 실효성 없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는 모니터링 의무나 기술적 조치 의무를 신설하기 보다는 디지털 성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차단·삭제하도록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디지털 성범죄물의 피해자를 빨리 찾아서 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하면 플랫폼 사업자는 삭제하기 전에 수사기관에 신고부터 해야 하고, 신고받은 수사기관은 피해자 구제에 나서고 플랫폼 사업자는 그 다음에 삭제 의무가 발생한다.

제일 중요한 건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유포된 디지털 성범죄물의 삭제 및 재유포 방지 지원과 법률상담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신체적, 정신적 치료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활동가들이 지적하는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하며, 예산 증액 등으로 더욱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2020년 4월 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보도자료] 오픈넷, 아청법 개정안(신창현, 23925)에 대한 의견서 제출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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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성인교복물 및 애니메이션에 대한 법원의 아청법 무죄 판단을 환영한다.(2014.9.30.)
[논평] “애니메이션에 아청법이 적용되는 경우 위헌”이라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2013.8.20.)
마이너리티 리포트, 한국에서 아청법으로 현실화하다 (슬로우뉴스 2013.7.22.)
[논평] 수원지방법원의 성인교복물 아청법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2013.6.27.)
[논평] 법원의 아청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환영한다. (2013.5.30.)
[오픈블로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사건 1년 만에 22배 늘었다. (2013.3.29.)
[보도자료] 사단법인 오픈넷,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과도한 적용에 헌법소원 제기 (2013.3.14.) 
[오픈블로그] 아청법 개정안,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표현물인 경우에만 처벌 (2013.3.6.)
월, 2020/04/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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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터진 대규모의 디지털 성폭력 사건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유난히 관대했던 우리 사회가 치르는 아주 가슴 아픈 대가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이 대가는 우리 사회가 아니라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잔인해지는 성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왔던 여성들이 치르고 있다. 수법이 점점 잔인해지고 대범해지는 디지털 성폭력을 포함한 성폭력에 제동을 걸고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이나 규제가 성범죄를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는 결코 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4월 6일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 성범죄와 음란물을 명백히 구분하는 법제 변경을 요구하는 한편 부작용을 막기 위해 플랫폼에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규제에 반대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이어 오픈넷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1) 성범죄 촬영촬영물 소지죄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시작할 것과, (2) 이른 시기부터 포괄적인 성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성인 대상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에 대한 신중한 논의 필요

지난 국회에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발의되었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중 일부는 성인(주로 여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대상 불법 촬영물과 복제물 소지죄를 신설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것을 여성계에서 꾸준히 요구하였으나 우리 사회는 무심하게 대처해왔다. 성폭력 전반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은 남성들이 강간문화로 연대한다는 표현까지 만들어냈으며, 가해자들이 더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끔 유도한 토대가 되었다.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성범죄를 어떻게든 빨리 위축시킬 필요가 있다.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의 도입은 현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성범죄 촬영물의 소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소지만 처벌하는데, 그 이유는 아동의 성행위 촬영은 그 아동에게 항구적인 정신적 피해를 남기며 그 촬영물에 대한 소지 욕구가 촬영행위를 촉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성범죄도 다르지 않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과 청소년과 아동의 섹슈얼리티는 남성들의 그것과 달리 취약해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강간 장면의 촬영 또는 n번방과 같은 강요와 협박에 의한 성행위 장면 촬영 역시 피사체인 여성에게 비슷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소지와 촬영 사이에 비슷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 도입을 우리 사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섣부르게 소지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도입 방식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소지죄가 도입된다면  한국은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성범죄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지어 실제 살인행위나 강간행위를 촬영한 영상물인 소위 스너프 필름에 대해서도, 살인행위나 강간행위 등 실제로 이루어진 범죄행위는 처벌되지만 영상을 소지했다고 처벌받는 소지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남용되어 왔던 과거 역시 소지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우리나라 현행법상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결과물을 의미하는 불법 촬영물의 개념이 촬영과 배포의 전후 정황을 모르고 범하게 되는 소지행위에 적용될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연출된 영상과 진짜 범죄영상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성행위와 촬영이 모두 합의 하에 이루어진 후 유출만 의사에 반하게 된 경우에도 소지죄가 적용되어야 하는지도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따라서 소지의 처벌은 촬영된 행위가 범죄행위인 경우로 한정되어야 함은 물론 그 사정을 소지자가 알고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또 고발 및 수사목적의 소지는 일반인에 대해서도 허용되어야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의 형량은 아동 성착취물 소지죄보다 높아서도 안 된다.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성교육의 지향점과 교육안 재설계해야

성폭력과 같은 범죄를 강력한 처벌과 규제 만능주의로 억누르면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성폭력 범죄를 없애지는 못한다. 모욕죄로 성희롱을 고소하고 처벌할 수 있으나 모욕죄의 존치로 성희롱을 뿌리뽑지는 못하듯이 말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섹슈얼리티의 취약성이 오히려 비례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처벌과 규제는 사회적 약자들의 섹슈얼리티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뿐 왜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섹슈얼리티의 취약성과 이를 이용한 낙인찍기와 혐오 조장이 왜 남성들의 경우에는 해당되기 어려운지, 이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이러한 영상물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왜 범죄인지, 피해자의 위치에 결박당한 사회적 약자가 위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등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범죄 촬영물”과 “야동”을 혼동하는 일부 남성들의 그릇된 인식과 피해자들이 성적 낙인이 두려워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피해규모를 키운 요인이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처벌보다 시급하다. 형식상으로만 존재하고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실시하고 성교육의 지향점과 교육안을 재설계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2017년 성교육을 생물학적 특징이나 생식기와 연관된 개념으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이라는 의미에서 포괄적 성교육이라 규정하고 <성교육 국제 실무 안내서> 개정판을 출간했다.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후천면역결핍증과 성병, 예상치 못한 임신, 젠더 기반 폭력, 젠더 불평등이 만연한 곳에서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적인 성관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포괄적인 성교육의 핵심 역할로 설정하였고, 청소년이 향후 타인과 원만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한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도록 하는 데 포괄적 성교육의 목표를 두었다. 또한 다섯 살 때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성에 관한 이야기로 넘쳐나지만 정작 성을 매개로 한 건강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관계 맺기의 방법과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 그 정보에 접근하고 취득할 수 있는 경로에 관한 논의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성에 관한 논의의 초점이 성관계와 사회 구성원 재생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성은 성교를 포함한 성행위, 성별, 성역할 등 성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생물학적 조건에서부터 경제적, 사회적 조건 등에까지 영향을 광범위하게 미치는 요인이다. 성에 관한 협소한 초점은 사회적 구성원들이 성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 이와 같은 지점을 고려해 재설계한 내용으로 이른 나이부터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강간 장면이나 성을 매개로 사회적 약자를 겁박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야동”이 아니라 그 배포나 소지가 범죄일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신체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과 아동청소년들이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변화는 현장의 교사들이 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전환을 전제로 한 성교육의 필요성과 적극적인 교육 실행에 공감하고 실천해야 가능하다. 여성주의에 공감하는 개개인들의 실천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

법적 처벌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이다. 강한 처벌은 인식변화를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단기간 동안은 강한 처벌로 다스리되 처벌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범죄 촬영물이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성교육을 생물학적 특징이나 생식기와 연관된 것이 아닌 성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으로 재정의하고 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회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0년 4월 1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디지털 성범죄의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는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명확한 구분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물 양형기준 신설 필요 (2020.04.06.)
아동음란물 정의 세분화해 양형기준 세워야 (2020.03.30.)
목, 2020/04/1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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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최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모 정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자의 과거 대리게임 이력이 논란이 되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정치이념으로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자로서의 자격에 대한 논란까지 번졌다. 사실 대리게임은 공정성의 관점에서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갖추어야 할 고도의 도덕성에 비추어 보면, 대리게임 이력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 대리게임은 현재 단순히 정치적ㆍ도덕적 비난의 대상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대리게임은 형사처벌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오늘 대리게임의 문제를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 즉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특히 대리게임을 형사처벌하는 법적 규제의 문제를 한 번 짚어 보고자 한다. 대리게임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의 문제이기도 하다.

첫째, 게임은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된다.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은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헌법 제22조에 의해 보장되는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기도 한다.

둘째, 게임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고, 게임을 이용하는 행위도 일종의 표현행위라면, 대리게임은 그것을 의뢰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대리게임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되기도 한다. 여기서 익명표현의 자유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도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그러면 대리게임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게임이용에 있어서 익명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오늘날 인터넷 게임을 통하여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을 반드시 실명으로 혹은 본인임이 확인된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약간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명인사들이 본인의 회고록을 집필할 때 전문작가를 고용하여 대리집필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물론 익명표현의 자유도 우리 헌법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본권보다도 더 고도의 보장을 받는 표현의 자유가 갖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소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대리게임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사회적 해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물론 대리게임처벌법이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요건을 설정하고 있지만,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매우 추상적이고 불분명하여, 사회적 해악이 분명하지 않은 대리게임마저 형사처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대리게임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개별 게임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계약 약관 및 개별 게임사업자 차원에서의 자율규제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남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국가가 형벌권을 동원해서 개입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현행 게임법상의 대리게임처벌조항은 향후 게임법 개정을 통해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4.03.)

수, 2020/05/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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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망 사용료’ 공방이 뜨겁다. ISP들은 트래픽이 많은 CP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보는 반면 CP들은 ‘망 중립성’을 들며 납부에 반대하고 있다. 이 논란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13일과 15일자에 걸쳐 게재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전격적으로 ‘이용자 수’ 및 ‘트래픽 양’이 많은 인터넷회사들에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맥상 인터넷 트래픽의 혼잡 의무를 지우겠다는 내용이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인터넷은 물리적으로는 컴퓨터들의 연결체일 뿐이지만 민주주의의 양태를 바꿔놓았다.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통신, 즉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규모가 천지 차이다. 보통은 자신의 주장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려면 콘텐츠의 크기, 이용자 수, 이용자의 위치에 비례해 돈이 든다. 우표를 붙이든 국제전화비를 내든 받아줄지 알 수 없는 방송이나 신문에 제보하든 품이 무지하게 많이 든다.

하지만 콘텐츠가 인터넷에 들어가는 순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비용은 제로다. 인터넷에 콘텐츠를 올려놓기만 하면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의 비용으로 콘텐츠의 복사본을 가져간다. 콘텐츠 제공자는 자신이 있는 지역의 망사업자를 통해 콘텐츠 복사본을 올려놓는 비용만 부담하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복사본을 가져가도 비용이 늘지 않는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말이 인기 있다고 해서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으니 자유롭게 수많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이 ‘인류 최초로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구현할 수 있는 매체’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과거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허약했다. 권력에 대항하려면 골방에서 먹물 등사기로 힘들게 만든 팸플릿을 가슴속 깊이 숨기고 1, 2장씩 나눠주는 것이 표현의 자유였다.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 행사 방식을 ‘규모화’시켰다. 이제 컴퓨터 앞에 텍스트든 영상이든 올리는 것만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

최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걸고 있는 싸움은 바로 이 인터넷의 규칙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 콘텐츠를 끌어다보고 있으니 국내 망사업자인 자신에게 돈을 내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장이며 인터넷으로 규모화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 이렇게 되면 좋은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리기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수많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데 그 수가 많아지면 이용자 소재지의 망사업자가 통신비를 청구하겠다니, 누가 좋은 글을 올리겠는가.

이 글은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5.13.)

목, 2020/05/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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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3법 졸속추진 중단하고 21대 국회에서 논의하라

스타트업기업·소비자시민단체, 국회와 과기부·방통위에 방송통신3법 관련 공동의견서 및 여야 원내대표단 면담요청서 전달

면담 답변 없으면 19일 국회 앞 기자회견 진행 후 방문예정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과 1,300여 개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오늘(5/17)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통신 3법(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졸속추진을 중단하고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위 단체들은 공동의견서를 통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방송통신 3법(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대기업인 이동통신 3사의 이익에는 크게 부합하고 규제의 정도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는 충분하지 않은 반면, 다수의 인터넷·스타트업 기업들과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편익은 침해하는 법안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많은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인 만큼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논의를 거쳐 추진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위 단체들은 공동의견서와 더불어 여야 원내대표단에 긴급면담요청서를 전달하였으며, 만약 면담에 대한 답변이 없으면 본회의 하루 전인 19일 국회 앞에서 면담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실로 방문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방송통신3법 졸속추진에 대한 스타트업·소비자시민단체 공동의견서>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위원장 대안)」,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위원장대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위원장 대안)」은 대기업인 이동통신 3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익에는 크게 부합하고 규제의 정도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다수의 인터넷·스타트업 기업들과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편익은 침해하는 법안들입니다. 또한 해당 법안들은 대기업 이동통신사를 제외한 다수의 인터넷기업과 스타트업 기업, 소비자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각각의 이유를 들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는 법안들이며, 동시에 많은 사회적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안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회 과방위와 정부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이 중요한 법안들을 처리함에 있어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논의절차 없이, 20대 국회 종료 시한에 맞춰 처리하기 위한 ‘졸속 추진’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법안들에는 전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과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은 내용, 국내 인터넷·스타트업 기업에게 상당히 모호한 의무와 책임을 강제하는 내용이 뒤섞여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N번방 법안을 앞세워 대형이통사들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는 반면, 인터넷사업자들에게는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소비자들에게는 가계통신비 인상 부담을 지우는 법안을 묶어서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이에 우리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과 인터넷·스타트업 기업들은 국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곧 임기만료를 앞둔 20대 국회가 위 법안들을 이번 임기 내에 무리하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논의를 거쳐 추진할 것을 요구합니다.

2020. 5. 17.

사단법인 오픈넷, 참여연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일, 2020/05/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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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현 정부의 정보통신발전계획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야, 네이버, 카카오!
너희 구글, 페이스북 따라 잡겠냐.
너희들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망사업자들과 같이 국민들한테 통신요금이나 뜯고 외국업체들 망이용료나 뜯어보겠다.’

그 기조의 최근 발현이 2020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악수

우선, 공공재인 주파수와 도로 위 전봇대나 아래의 관로의 독점적 이용을 불하받아 천문학적 이윤을 올리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의 마지막 보루인 (1)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여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비를 그대로 두겠다고 한다.

요즘은 이동통신에서 음성전화보다 중요한 것이 인터넷이며 음성전화도 인터넷전화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 다시 말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이동통신가격이 떨어지기가 어렵다. 또 시장경쟁상황이 HHI지수 기준 인구 2천만 이상의 선진국에서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시장과점의 정도를 측정하는 HHI지수 국가간 비교. 한국 3,736

(2) 또 불법정보유통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망사업자들은 쏙 빼놓고 부가통신사업자 즉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에게만 부과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에 대한 사적 검열과 사적 감시를 부추길 것이며 외국플랫폼으로의 망명을 부추길 것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하여 업체들에 대한 이용자 감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n번방 재발 방지라는 입법 의도가 실효되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유지해왔던 정보매개자 책임 제한 원리, 즉 자신이 몰랐던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훼손하여 사업자가 이용자의 포스팅을 사전검열하거나 전면적으로 감시하도록 해 인터넷의 생명을 유지해왔던 ‘허락받지 않고 말할 자유’를 훼손한다(참고: 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3) 게다가 한낱 서버들의 묶음인 데이터센터들에게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나 적용되던 재난관리계획 제출의무를 지워 인터넷업체들을 허가제로 만들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모든 사업자’로 정의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든 안하든 홈페이지 만들어놓고 댓글창이라도 달아두면 신고를 했든 안했든 부가통신사업자다. 학교도 도서관도 심지어는 오픈넷도 부가통신사업자인데 웹 서버를 자가로 하면 그게 결국 데이터센터인데 여기에 재난관리계획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의 자유를 파괴한다.

인권과 경제 다 놓치는 악수 시리즈의 결정판은 (4)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미사여구가 동원되었지만 결국 인터넷접속 속도나 질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인터넷업체들에게 지우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이며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 경제적 역할 모두 모두 포기한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접근 가능 책임, ‘콘텐츠 제공자’에 분산 

망사업자들은 이미 인터넷접속료를 고객들로부터 받는다. 여기서 ‘인터넷 접속’이라는 상품은 전 세계 단말들에의 ‘접근가능성’(full connectivity)을 의미한다.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어떤 서버이든 망사업자는 자신의 고객들이 이 서버들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자신의 망 입구까지 전달만 된다면 말이다.

고객들에게 각자 초당 1GB의 접속용량(속도)를 판매했다면 그 속도로 전 세계 어느 서버들의 콘텐츠이든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1동네의 10가구에 그렇게 판매했다면, 그 동네 입구에는 초당 10GB 용량의 선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고객이 1천만 명이라면 자신보다 상위의 해외 망사업자와는 초당 1GB×1천만 명의 해외접속용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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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가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동시에 해외 콘텐츠를 보는 것은 아니니 합리적인 범위 내의 오버부킹(Overbooking; 실제 확보한 용량보다 더 많은 용량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예측이 어긋나서 혼잡이 발생한다면 자신의 고객에게 ‘접근 가능성’(full connectivity)를 약속하고 돈을 받은 망사업자‘가’ 약속한 속도가 나오도록 상류접속용량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 책임을 콘텐츠 제공자에 분산시킴으로써 망사업자들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네이버스포츠나 카카오TV 영상 중에 킬러콘텐츠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면서 콘텐츠 제공 경로에 혼잡이 발생했다고 하자.

혼잡을 풀기 위해 망사업자가 접속용량을 확보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개정법 조항을 들어 망사업자가 네이버나 카카오에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는 그들대로 인터넷접속료를 망사업자들에 냈고, 이들 역시 국내망사업자 고객들의 단말들을 포함한 전 세계 단말들에의 접근가능성을 약속받았다. 개정법은 네이버나 카카오에 자신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송출할 때 필요한 접속용량에 대한 접속료 한 번 그리고 그 콘텐츠가 망사업자의 고객 단말기에 전달될 때 필요한 접속용량에 대한 접속료 한 번 이렇게 두 번 돈을 내라는 것이 된다.

개정안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중복해서 접속료를 내게 한다.
개정안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중복해서 접속료를 내게 한다.

결국, 국내 콘텐츠업체 죽이는 법 

법 추진 세력들은 국내 사업자에게 적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외 콘텐츠업체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법이라는 게 그렇게 마음대로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구글, 페이스북 등은 우리나라 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행정법의 집행력은 공공기관이 신고를 취소하는 등의 징계를 할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니 해외 업체들에 대해서는 법 집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만 죽이는 법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망사업자 보호를 위해 특별히 2016년부터 시행해온 역시 세계 유일의 발신자 종량제 덕에 네이버(734억 원+), 카카오(300억 원+), 아프리카TV (150억 원+) 등이 국내 망사업자에게 내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참고: 망중립성 관점에서 ‘망 이용료’ 논쟁 이해하기).

영세업자에 제공되는 초고속인터넷 접속료가 미국과 수십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망사업자들은 실제 제공하는 가격은 이것보다 저렴하다고 하며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PC방 전용회선 상품을 살펴보면 실제로 1Gbps를 월1백만 원에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관이 법적 책임을 담보하는 문서이므로 실제 가격대비 속도를 정관이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업자들의 해명이 필요하다.

서울의 초당1MB 접속 가격이 파리의 8배 뉴욕의 5배다. 국가가 망사업자들이 서로 인터넷의 구동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이터 발송 비용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어 망사업자들이 서로 인기있는 콘텐츠 유치를 꺼리게 되었고 심지어는 일부 콘텐츠업자들은 아예 발신자 종량제로 접속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 유일의 망 혼잡 해소 비용까지 콘텐츠업체에게 더 내놓으라니.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과 노벨평화상

결국 발신자 종량제는 인권도 죽인다. 인터넷이 노벨평화상 후보(2010년)에 오를 만큼 인권 보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 발송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전기, 수도 같은 종량제가 아니다. 거울에 빛이 반사되어도 아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듯이 텔레비전을 아무리 오래 보아도 수신료나 케이블월정액에 변함이 없듯이 인터넷도 똑같은 전자기파 신호라서 데이터량에 따른 비용 발생이 없다.

더욱이 인터넷은 지상파, 전화, 케이블TV와 달리 하나의 업체가 데이터 경로 전체를 책임지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이웃의 데이터를 ‘옆으로 한칸씩’만 전달해주겠다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데이터 전달이 이루어져 데이터 전달 비용이라는 것을 서로 받지 말자고 만든 통신시스템이다.

인터넷은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넷은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카카오TV에 정부 비리를 고발하는 영상을 올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봐서 카카오TV 서버의 데이터가 많이 전달되더라도 고발자가 데이터 전달 비용을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고 만든 시스템, 즉 표현의 경제적 비용은 없애자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이걸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법이 통과되면 영상의 이용자들이 많은 지역의 망사업자가 ‘당신 영상 때문에 망혼잡이 발생하니 해소비용을 내라’고 카카오TV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영상 플랫폼에 킬러 콘텐츠가 올라오는 것이 두려운 업체들은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페이스북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다.

경제, 인권 다 포기하고 망사업자들과 잘 살아보세.

이 글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5.19.)

수, 2020/05/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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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이 아카데미 7기 수강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합니다. 

2019년 12월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강력한 전파력으로 전 세계를 멈춰세웠습니다. 빠른 전파 속도, 대규모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3년 메르스를 경험하며 집단 감염의 공포와 폐해를 이미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세 차례의 경험이 충분한 준비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와 공익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 확산되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의 강경론, 예상치않게 맞이하게 된 원격교육의 시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거나 감염병 노출의 위험에도 보호장치 없이 노동할 수밖에 없었던 플랫폼 노동자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단순한 생체 질환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집단 감염병의 시대가 일상화될 것이라 예견하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집단 감염병의 도래는 이 예견에 힘을 실어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지금부터 할 일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일 것입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event/214799)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

[오픈넷 아카데미 7기] “인터넷 법과 사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

일시: 2020. 6. 1. ~ 7. 13. 매주 월요일 저녁 7:00 – 9:00 

장소: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서울 중구 퇴계로 212-13)

[커리큘럼]

  • 6/1(월) 1강: 사회적 격리가 촉발한 망중립성 갈등 – 박경신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6/8(월) 2강: 백신과 지적재산권 – 브루주 킬릭 Burcu Kilic, Research Director (Public Citizen) *원격연결
  • 6/15(월) 3강: 자가격리와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질병코드 분류 – 황성기 교수(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6/22(월) 4강: 감염병 시대의 프라이버시 – 이상욱 교수(한양대학교 철학과)
  • 6/29(월) 5강: 코로나 사태와 가짜뉴스 그리고 표현의 자유 – 류영재 판사(대구지방법원)
  • 7/6(월) 6강: 코로나와 플랫폼 경제 – 복면강사
  • 7/13(월) 7강: 코로나 시대의 인터넷을 가능케하는 기술 – 고양우 

수강료: 7만원 *부분 수강 가능

  • 수강료 할인혜택: 학생(대학원생 포함) 50%, 오픈넷 후원회원 무료 
  • 수강 신청 및 납부: 온오프믹스에서 “오픈넷” 검색(https://www.onoffmix.com/event/214799)
  • 수강료는 후원금으로 처리되며,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가능합니다.
  •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오픈넷 측에서 현장에 추가로 비치합니다. 입장 전 모든 수강생 발열체크 합니다. 책상 간격은 2미터 이상 유지해 배치합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0/05/2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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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제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일명 ‘매크로금지법’, ‘실검 조작 방지법’ 등으로 불리운다. 이용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본 개정안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여론 조작’, 즉,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댓글 등이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타인 계정을 이용하여 조작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명분이다. 그러나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글을 게시하거나, 게시물에 대한 호불호를 표시하는 행위와 이를 실현함에 있어서 직접 수동으로 행할 것인지, 매크로 등의 자동화된 기술을 이용할 것인지, 혹은 익명‧가명으로 표현할 것인지, 타인의 허락하에 타인의 계정으로 표현할 것인지의 여부는 모두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제한하는 법은 모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로서 엄격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제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판단주체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표현행위의 제한 여부가 남용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과, 표현 행위가 단지 장래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추상적 해악의 발생 가능성만을 이유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중대한 해악을 초래한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본 법안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할 소지가 높다. ‘부당한 목적’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 용어로 사용될 수 없다. 최소한의 예시 개념도 없이, ‘목적’이라는 누군가의 주관적인 내심의 의사가 ‘정당’(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함)한지, ‘부당’(이치에 맞지 아니함)한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확인할 것인가. 본 법안의 모태였던 개정법안들, 즉, ‘여론 조작 금지’를 목적으로 드루킹과 같은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며 발의된 개정법안들 역시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등의 불명확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정치적 이익을 목적하는 행위라면 본조의 ‘부당한 목적’으로 포섭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일 기업이 본인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불리한 기사를 밀어내기 위한 각종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실이 대중에게 꼭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당 검색어 순위나 기사를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서 매크로를 이용한 행위는 ‘부당한 목적’인가? 또 만약 장애인단체가 정당이나 정치인의 장애인 혐오발언 사실을 알리고 그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단체 구성원들의 포털 계정의 포괄적 이용 허락을 받아 게시글, 댓글을 올리거나, 추천을 누르는 집단행위를 도모하였고, 장애인인 운영진이 그 과정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매크로 기술을 사용하였다면, 이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여론 왜곡’ 행위인가, 아닌가?

또한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입법 의도상 실검이나 댓글의 추천수, 조회수 등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이에 포함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협의안의 배경이 된 소위 회의록을 보면 “안 제48조 4항 서비스를 조작하여서는 아니된다의 내용에 ‘게시판에 부호, 문자, 음성, 음향, 화상, 동영상 등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재, 입력하거나 게시판에 게재된 정보의 조회수, 추천수, 또는 실검 순위를 변경, 조작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등으로 ‘변경’의 의미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다. 그렇다면 ‘변경’의 대상이 될 ‘본래’의 서비스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직접 행한 1회의 의사표시를 반영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을 본래의 서비스로 해석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생각건대 크라우드 소싱을 본질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의 다양한 이용행태를 반영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 프로그램 자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지 그 프로그램의 기계적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서비스 결과에 영향을 미친 행위는 서비스의 ‘이용’ 그 자체로 보아야하지, 이를 ‘변경’이나 ‘조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결국 위와 같은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는 본 법안은 법률의 수범자인 일반 국민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나아가 법의 집행자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여 판단자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높은 위헌적 법안인 것이다.

한편, 본 법안이 규제하고자 하는 행위가 과연 강제 규제나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인지,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로써 이를 규제하는 것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매크로를 이용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표현행위를 하는 것이 서비스 제공 약관에 어긋나는 이용행태라 할지라도, 즉, 이용자들이 서비스제공자가 기대하는 방식대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부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 프로그램 자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지 그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서비스 결과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위험은 크라우드 소싱을 본질로 하는 서비스 내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것이며, 서비스제공자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율적 선택에 따라 일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작 가능성을 포착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개선할지,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지 여부도 서비스제공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해결하여야 할 문제다. 만일 서비스 제공자의 영업상 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다면 이용약관 위반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민사적으로 해결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면 되지,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여 많은 인터넷 이용자를 함부로 형사 수사 및 처벌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일이 아니다.

또한 타인의 용인, 위임 하에 타인의 계정이나 정보를 이용하거나, 매크로와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등 각종 방법을 통해 ‘소수의 의견이 실제보다 다수의 의견처럼 보였다’는 것만으로, 이러한 행위를 법으로 규제할만큼 타인의 권리나 사회적 법익에 어떠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종 캠페인이나 집회, 시위 등 모든 형태의 표현행위는 실제보다 더 큰 위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기 마련이며, 정치활동의 본질이 바로 자신이 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음을 내세우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여론’이란 일의적으로 정의되거나 보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왜곡’, ‘조작’이라는 것도 증명할 수 없으며, ‘순수한 여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본연의 업무라고도 할 수 없다.

즉, 이와 같은 방식의 표현행위가 실질적으로 어떤 중대하고 명백한 해악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충분한 입증과 근거없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남용될 수 있는 불명확한 기준을 내세워 국민의 일반적인 표현 행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형사처벌 등을 무분별하게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및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매크로 사용이나 여론 조작을 금지하는 법이 다른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와 같이 추상적이고도 세세한 조치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 역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선택에 따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서비스 이용 환경을 보장할 권리를 침해하고,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행태를 상시적으로 감시, 검열하게 함으로써 일반 국민인 이용자들의 인터넷상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인터넷 서비스가 순수한 여론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신화에 기반한 인터넷 서비스 규제는 곧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규제의 도입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안 제48조 제4항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서비스가 실명제 혹은 준실명제에 기반하여 제공되어야 함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소위 회의록을 보면 “본조의 개인정보 ‘이용’에는 ‘도용’뿐만 아니라 ‘매매나 대여’하는 경우 등까지 포함되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실명제를 넘어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표현행위에 대한 대리권을 수여‧행사하는 행위까지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여론 조작’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부당한 목적’의 ‘서비스 조작’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이용한 위헌적 법안을 남발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손쉽게 국민의 자유로운 공론장을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새로 구성될 제21대 국회는 헌법에 위반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유사 법안을 발의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

토, 2020/05/2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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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가 콘텐츠 제공자들에게 ‘서비스를 안정화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그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접속 지연 등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결국 접속 지연을 해소할 비용을 치를 수 있는 가진 자들의 통신을 선호하게 만들어 망중립성을 침해한다. 

인터넷은 정보가 이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에 대해 발언자가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서 표현의 자유를 ‘규모화’했다. 즉 힘없는 개인도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어 신문, 방송 못지않게 수많은 타인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다. 발언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데이터가 자신의 단말에서 출발하기에 충분한 접속용량만 구매하면 이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데이터가 자신의 단말에 도착하기에 충분한 접속용량만 구매하면 된다. 여기서 망사업자들의 역할은 명백하다. 각 망사업자는 자신의 지역의 발언자 및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인터넷 접속 용량을 판매하는데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은 전 세계의 단말들 사이의 접근 가능성을 말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돈을 받을 근거가 없고 특히 다른 지역의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을 근거는 더욱더 없다. 그런데 이 법은 망사업자가 자신이 인터넷에 접속시켜준 고객으로부터 받는 인터넷 접속료 외의 별도의 비용을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발언자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제22조의7(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 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인터넷에서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올 때마다 신속히 복사본이 송출되도록 송출 단계에서 충분한 인터넷 접속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송출단계의 혼잡 때문에 서비스가 불안정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혼잡은  ━ 최근 논란의 예에 비추어 보자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자신의 고객들에게 전달할 때 발생하는 혼잡은 ━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해외망에서 SKB망으로 진입하는 지점(소위 “해외중계접속”)또는 SKB망에서 개별고객들에게 분배되는 지역(소위 “라스트마일”)에서 발생한다. 즉 지금의 서비스 불안정은 물리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가 안정화할 수 없는 것이다. 위 개정법이 이렇게 부가통신사업자가 물리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만든다면 결국 부가통신사업자는 망사업자들에게 혼잡 해소 비용을 지급해서 망사업자들이 해외 중계 접속용량이나 라스트마일의 접속용량을 확충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법의 범위는 넓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타인의 전기통신을 매개하는 자’로서 ‘기간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 망사업자 등)가 아닌 자’로 정의되었다. 홈페이지에 댓글 창만 만들어 놓아도 댓글을 통해 제3자들이 소통을 할 수 있으니 누구나 부가통신사업자가 된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 오픈넷 홈페이지에도 댓글창이 있으니 당장 오픈넷 홈페이지 접속이 느려져도 신생조항 하에서의 불법을 저지르게 만든다. 물론 대통령령을 통해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많은 부가통신사업자로 한정하겠지만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많다는 것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뜻인데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멋진 책을 쓴 작가에게 그 책이 시골 서점까지 제대로 전달되도록 자기의 인세를 깎아서 서점유통업체들에게 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인터넷으로 ‘규모화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위 법 조항을 폐기하거나 부가통신사업자가 송출접속용량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는 의무 외에는 부과되지 않도록 대통령령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류는 더욱더 인터넷에 의지하여 소통하고 있다. 인류가 상호 소통할 자유는 망사업자가 자신의 의무를 다할 때 지켜질 것이다. 

2020년 5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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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0/05/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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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채 손을 올려 시위를 하고 있는 홍콩 시민

마스크를 쓴 채 손을 올려 시위를 하고 있는 홍콩 시민

 

중국 정부가 홍콩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국가보안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 부국장 조슈아 로젠웨이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중국은 인권운동가를 표적으로 삼고 모든 형태의 반대 의견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 안보’라는 명분을 계속 남용해왔다. 이번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제정 제안은 홍콩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정의해왔고, 홍콩 정부는 이를 점진적으로 수용해왔다. 억압적인 보안 규정을 밀어붙이는 시도는 홍콩 법치주의의 존치에 사실상의 위협을 가하는 것이며, 이는 홍콩의 인권에 어둠이 드리우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국가 보안 관련 법률을 이용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해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본적인 형사 재판 절차를 완전히 회피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다는 것은 변호사, 가족과 접촉하지 못한 채, 비밀 구금되거나 수용소에 수용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베이징 정부는 이 법이 홍콩을 ‘안정화’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의 시위를 통해 억압적인 법은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질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도한 안보 우려를 명분으로 홍콩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거리를 거니는 시위대와 시위대 옆에 걸려 있는 전광판

거리를 거니는 시위대와 시위대 옆에 걸려 있는 전광판

 

배경 정보
지난 목요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연례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전인대는 이번 회의에서 홍콩 내 국가 보안 조치의 ‘수립·강화’와 관련한 결정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이 승인된다면 전인대 상임위원회는 ‘분리주의, 정부 권력에 대한 전복, 테러리즘, 외국의 간섭’을 겨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앙 정부 기관이 홍콩에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홍콩 정부에 법 집행을 포함한 국가 안보 절차 및 제도를 수립하고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의 행정 장관은 “국가 안보의 보전, 국가 안보 교육 확산 그리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의무를 수행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중앙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법률은 전인대 상임위원회에서 공포된 후 홍콩 기본법의 부속 문서 3에 등재될 예정이다. 때문에 해당 법률은 홍콩 입법회의 검토 없이 법률이 될 수 있다. 사실상 홍콩 입법자들을 우회하는 것이다.

2003년,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이라고 불리는 기본법 제23조를 제정하고자 했으나 5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인 이후 보류되었다. 한편 중국은 2015년 정치, 문화, 금융, 인터넷 등 분야를 망라하며 수색을 하고 인권을 탄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온라인액션
홍콩 민주화 지도자 15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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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0/05/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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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하는 2020년 예비법률가 공익인권 프로그램에서 정보인권분야 협력단체로 선정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선정되신 분은 오픈넷과 함께 표현의 자유 관련 헌법소원 청구서 작성 연습, 코로나 시대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사례 연구, 가상의 저작권 상담 사례 답변 작성 연습, KrIGF 등 인터넷 거버넌스 행사 참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2020 공익익권 프로그램 신청: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xmt-hWtPWEy5Z827Q13vypR-F-IURaDsUhp08hmlM0o99uw/viewform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2020년 예비법조인 공익인권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공익인권 분야에 관심있고 공익변호사로서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로스쿨생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이번 공익인권프로그램은 서울지방변호사회와 11개분야 16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공통프로그램을 통해 공익변호사에게 꼭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관심있는 인권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의 활동으로 살아 숨쉬는 인권현장의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1. 지원자격 및 모집인원
– 지원자격 : 공익인권 분야에 관심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1~2학년 대상)
– 모집인원 : 30명 내외

2. 주요일정
– 접수기간 : ~ 6월 14일 (일) 24:00
– 결과발표 : 2020년 6월 19일 (금) 12:00
– 활동기간 : 2020년 8월 10일 (월) ~ 8월 21일 (금) / 2주(10일)

3. 주요활동 (프로그램)
* 아래 프로그램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가. 공통프로그램
– 오리엔테이션 : 실무수습 일정 안내 및 상호 소개 / [특강] 공익변호사의 하루
– 역량강화 프로그램 : 각 분야별 주요 공익소송 수행 변호사로부터 듣는 실무강의
– 현장방문 : 출입국/외국인보호소, 구치소, 소년보호소, 보호감호소 등 실무현장 기관방문
– 평가와 네트워킹 : 개별 활동 소개 및 평가, 전업 공익변호사들과의 네트워킹과 진로상담

나. 협력기관 프로그램
–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16개)에 직접 방문하여 진행
– 각 기관별 상근변호사 또는 기관과 1:1 매칭을 통한 멘토변호사 배정
– 협력기관
> 로펌 공익재단 ( 공익사단법인 온율, 공익사단법인 정)
> 민생경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사회복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 여성 (탁틴내일)
> 과거사 (민족문제연구소)
> 노동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
> 이주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
> 장애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정보인권 (오픈넷)
> 환경 (기후솔루션)
> 국제연대 (Asian Dignity Initiative : 아디)
> 대안적 분쟁해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4. 문의: [email protected] (담당 : 조영관 변호사)

화, 2020/06/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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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얀 웨첼(Jan Wetzel)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수석 법률고문이 HKFP에 게시한 기고글입니다.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번 제정 소식은 홍콩의 인권에 대한 중국의 가장 위협적이고 냉혹한 공격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얀 웨첼Jan Wetzel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수석 법률고문이 HKFP에 게시한 기고글입니다.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번 제정 소식은 홍콩의 인권에 대한 중국의 가장 위협적이고 냉혹한 공격이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홍콩의 인권이 서서히 잠식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국가보안법 제정 계획이 마련되면서 잠식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중국은 1997년 홍콩 양도 당시 약속했던 내용을 준수하려는 시늉조차 포기했다.

 

홍콩 경찰과 불타고 있는 시위 잔해들, 잔해 한 가운데에 ‘저항하라’는 마크가 그려져 있다.

홍콩 경찰과 불타고 있는 시위 잔해들, 잔해 한 가운데에 ‘저항하라’는 마크가 그려져 있다.

 

중국은 본토의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법률을 보면, “국가 보안“의 정의는 사실상 무한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정치, 문화, 금융, 인터넷, “그 외의 국가적 중대 관심사” 등 광범위한 영역을 모두 포함한다.

베이징 정부가 원하는 것은 “분리주의“, “전복“, “테러” 행위 및 영내에서 “간섭하는 외국 및 해외 세력의 활동“을 직접 금지하고 그 과정에서 홍콩 입법부를 근본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이다.

이 법이 어떻게 시행될 것인지 엿보고 싶다면, (위에 나열했던) 용어들이 중국 본토에서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 보면 된다. 무서운 광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타시 왕축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타시 왕축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분리주의

중국 정부의 “반 분리주의” 활동은 신장 및 티베트계 지역에서 특히 심각했다. 타시 왕축Tashi Wangchuk의 사례가 단적인 예다. 그는 학교에서 티베트어 교육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뉴욕 타임즈에서 그의 활동이 등장하는 영상이 제작되자 중국은 그가 영상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분리주의 선동” 혐의를 내리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왕 쿠안장이 가족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

왕 쿠안장이 가족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

 

전복, 선동

“체제 전복 선동”은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반정부 인사들과 활동가들에게 자주 사용되는 포괄적인 혐의다. 변호사인 왕 쿠안장Wang Quanzhang은 인권을 옹호하고 부정부패를 폭로했다가 “전복”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가족들은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그의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중국에서는 2015년 새로 도입된 대테러법으로 종교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소수민족의 인권까지도 합법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소위 “테러리즘”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1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인과 이슬람계 사람들을 신장의 정치 “재교육” 캠프에 구금했다.

 

외국 개입

“외국 개입”은 중국과 홍콩 정부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혐의다. 이 용어를 근간으로 두 정부는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시위 등의 지역 운동을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선동한 “색깔 혁명”의 시작이라고 규정하려 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2016년 “외국 비정부단체 관리법”으로 정부가 비 정부 단체에 대한 무제한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단체의 활동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있다.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있는 홍콩 시위대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있는 홍콩 시위대

 

홍콩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법이 홍콩 정부를 통해 적용될 것이며 시민들은 홍콩 법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공안이 홍콩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이러한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홍콩법의 “해석”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이번 국가보안법을 마련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있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 본토에서는 반정부 활동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안에 국가 안보 논리를 적용한다. 그를 통해 일반적인 형사사법절차에서 제공해야 할 안전 조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접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정된 장소에서의 거주지 감시”이다. 이 조치는 수사관이 공식 구금 제도 밖에서 개인을 6개월까지 억류할 수 있는 권한으로, 비밀 독방 구금에 해당할 수도 있는 조치다. 피고는 원하는 법률 자문인을 접견하거나 가족을 면회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은 채 구금되며, 고문과 부당대우를 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

이것이 중국 인권의 암울한 현실이다. 중국이 이처럼 인권침해적인 국가 안보 청사진을 홍콩에도 강제로 적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일까?

 

거리 행진 시위를 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

거리 행진 시위를 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

 

지난 한 해 동안 평화적인 집회 도중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한 것이 중앙 정부에서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게 된 주요 원인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어떤 행위가 홍콩 현행법으로 기소할 수 없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반면에 시위 주최자와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에게는 아주 작은 구실만 있어도 “선동을 선동”했다는 혐의, 심지어는 “내란” 혐의까지 적용하여 주저 없이 처벌했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적인 관심이 코로나19 대유행에 집중되면서 무역 관계가 더욱 중요한 협상 카드로 떠올랐고, 다른 국가들이 인구 800만 도시인 홍콩을 위해 의미 있는 옹호에 나서기 어렵게 되었다. 중국이 이러한 상황을 계산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사회가 코로나19 격리로 한 발 물러서거나 조용한 외교에만 의존할 때가 아니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중국 정부도 강력한 정치적 역풍에 부딪히거나 지속적인 여론의 압박이 있다면 얼마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미 다시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홍콩 국가 보안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는 탄원에 서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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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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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0/06/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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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30일 제21대 국회가 출범했다. 제21대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제20대 국회 막바지에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었음에도 성급하게 이루어진 소위 “n번방 방지법”의 일부 내용에 대한 개정일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제21대 국회에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의 신속한 개정을 촉구한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은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딥페이크 영상, 아동·청소년이용성착취물(이하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지우고,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는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1] 그런데 n번방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할 의무를 지우고자 하는 입법취지는 타당하나, 현재의 문언은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이미 제정된 정의로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으로서 이는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칙이다. 한편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에 의한 위임 입법을 허용하고 있지만, 위임을 하는 경우에도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처벌법규를 위임할 때는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은 “종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그 사업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부가통신사업자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문언만 봐서는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 즉 처벌 규정의 수범자와 처벌 대상인 행위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령을 만들게 될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무리 비공개 대화방은 포함되지 않으며, 신고 기능 수준의 기술적 조치만을 요구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해서 문언의 위헌성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오픈넷이 지적해온 바와 같이 현재의 기술로 가능한 기술적 조치는 키워드 필터링과 해시값/DNA 필터링 두 가지가 있다. 키워드 필터링은 정보의 제목이나 파일명 등이 특정 키워드를 포함하는지를 비교하여 필터링하는 기술이고, 해시값/DNA 필터링은 동영상의 해시값이나 DNA 등 특징을 분석하여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필터링 기술이다. 어떤 방식의 필터링을 적용하든지 간에 사업자가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공유하는 정보를 다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만약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비공개 대화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포함되어 이러한 사업자가 대화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면 이는 헌법 제18조가 보호하는 통신비밀의 침해이자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그리고 비공개 대화방이 아닌 일반에 공개된 게시판이라도 정보매개자인 플랫폼에 이용자가 올리는 모든 콘텐츠를 일일히 확인하도록 하는 소위 “일반적인 모니터링(general monitoring)”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적 검열을 강화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한 국제적 인권 기준[2]에 어긋난다.

더욱이 유통방지 의무가 부과되는 “불법촬영물”이란 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과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이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배포된 촬영물을 말한다. 문제는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인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으며, 성폭력처벌법상 성범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한데, 만약 피해자가 특정이 되지 않거나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촬영 당시 또는 배포 당시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결국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성적인 이미지나 영상은 다 차단·삭제해야 할 것이고 결국 과도한 검열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n번방 방지법”의 입법 취지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의 문언으로는 유통방지 의무를 지는 부가통신사업자의 범위와 범죄의 구성요건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명백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행정부인 방송통신위원장의 구두 해명은 법률의 위헌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는 입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제21대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개정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1]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①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제22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제2조제14호가목에 해당하는 자(이하 “조치의무사업자”라 한다)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다음 각 호의 정보(이하 “불법촬영물등”이라 한다)가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ㆍ단체의 요청 등을 통하여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ㆍ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3.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②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2] JOINT DECLARATION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INTERNET by The United Nations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OSCE) Representative on Freedom of the Media, the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A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African Commission on Human and Peoples’ Rights (ACHPR)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Access to Information, June 1, 2011; EU Electronic Commerce Directive 2000/31/EC, Article 15(1)

2020년 6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기자회견] 오픈넷, 전기통신사업법 각종 쟁점 해설 기자설명회 개최 (2020.05.18.)
[공동논평] 스타트업·소비자시민단체, 국회·정부에 방송통신3법 관련 공동의견서 제출 (2020.05.17.)
[논평]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을 중단하라 (2020.05.13.)
[논평] n번방 재발방지, 처벌과 함께 인식변화 병행되어야 (2020.04.16.)
[논평] 디지털 성범죄의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는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명확한 구분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물 양형기준 신설 필요 (2020.04.06.)
목, 2020/06/1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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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장)

일제강점기 일본 조선총독부는 시국 불안정 등을 이유로 조선에 댄스홀을 허가하지 않았다. 1937년 잡지 삼천리에 실린 한 레코드 회사 소속 여성들의 ‘경성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라는 제목의 기고는 조선총독부에 대한 탄원서 형식의 글이지만, 조선의 제도적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도시에는 있는 댄스홀을 유독 조선에만 허가하지 않는 것을 통탄하며 댄스홀에서 춤을 추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확률형 상품 판매 시 사업자가 공급 가능한 재화 등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의 확률형 상품에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도 포함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본입장이자 입법의도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은 매우 잘못된 정부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첫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개정안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확률정보 공개 자율규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 주도 확률형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 시작부터, 2018년 확률정보 공개대상 범위 확대 및 개별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로의 일원화, 2018년 게임자율규제기구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출범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게임 분야에서의 자율규제를 정부규제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게임서비스에서 정부규제는 결코 만능이 아니고, 과거처럼 정부규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이 시행되는 순간부터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수준은 떨어져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명분에 반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와 낮은 수준의 정부규제가 동시에 공존하는 경우, 전체적인 규제수준은 당연히 떨어진다. 수범자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제재가 적용되는 정부규제만 준수하면 되지, 비용도 많이 드는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까지 준수할 필요성이나 유인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영역에는 정부규제가 끼어들면 안된다. 사회적 요구에 비해 자율규제 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정부규제의 명분과 실효성이 생긴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으로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게임자율규제기구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그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일정한 규제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반자를 적발해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니터링기구, 위반 여부 심의를 위한 인적ㆍ물적 자원이 상당히 소요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의 준수 여부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어떠한 세부기준을 갖고 위반 여부를 심의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들어본 바가 없다.

넷째, 자율규제도 ‘규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규제의 정당성 및 실효성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체재 혹은 보완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부정하고, 이미 작동하고 있는 자율규제의 싹을 뿌리째 없애는 것은 오늘날의 스마트 시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아니면 최소한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국내 서버를 두지 않은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정부규제도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의도치 않게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만 발생시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게임 규제는 산업계의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는가.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게임 자율규제의 확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산업계는 갈수록 스마트해지는데, 정부는 산업계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 가지 못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게임 자율규제를 허(許)하라!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6.15.)

화, 2020/06/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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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6. 23. 헌법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역사왜곡금지법’(양향자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0044)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역사왜곡금지법’에 대한 의견서

1. 법안 요지

역사왜곡금지법(양향자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100044, 이하 ‘본 법안’)은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민주화운동 및 4·16 세월호 참사 등에 관한 국민의 역사의식을 제고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①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민주화운동 또는 4·16세월호참사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 또는 현저히 축소·왜곡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② 일제 식민통치 옹호단체에 내응하여 그들의 주장을 찬양·고무, 선전하거나 동조하는 행위, ③ 독립유공자와 전쟁범죄 피해자,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및 4·16세월호참사피해자 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역사 부정·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은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사상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임. 국가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행위나 사상을 표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제는 국가와 정치권력이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높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금기시되는 규제 방식임. 본 법안은 제안이유와 목적 부분에서 밝히고 있듯 ‘국민의 올바른 역사의식 고취’, ‘국민화합’ 등을 주요한 입법 목적으로 하고, 이러한 목적을 국민에 대한 ‘형사처벌’로써 달성하려는 방식의 규제로써,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고 있다고 보여짐.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헌법재판소 2002. 6. 27. 결정, 99헌마480 참조)는 헌법재판소의 설시를 고려하여야 함.

3.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 침해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을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집행자에게는 객관적인 판단지침을 제공하여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집행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임. 헌법재판소는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ㆍ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참조),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고 판시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입법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또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라고 하여, 형벌조항에 대해서 더욱 강화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본 법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임. 그런데 역사적 사실을 ‘부인’ 또는 ‘현저히’ ‘축소’, ‘왜곡’한다는 구성요건 개념은 추상적·주관적이고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자의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높음. 또한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 부분과 ‘거짓’ 부분을 명확히 판별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어디까지가 이를 부인, 왜곡, 축소하는 행위인지도 명확히 확정할 수 없음. 즉, ‘현저한’, ‘부인’, ‘왜곡’, ‘축소’ 등의 개념은 표현의 허용 여부 및 형사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부적절하며,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됨.

한편,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민주화운동 및 4·16 세월호 참사 “등”이라 규정하여, 규제 대상인 역사적 사건 및 사회적 재난 사건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아 추후 무한정 확장 적용될 위험도 있음.

4.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행위로 인하여 초래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즉, 표현이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애당초 배제된다고 할 수 없음(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참조).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써 형벌과 책임간의 비례원칙도 고려되어야 하며, 표현행위로 인한 해악이 일단 표출되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거나 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됨.

그러나 본 법안은 표현행위로 발생하는 ‘결과’나 ‘해악’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도 않고, 표현행위 자체가 역사적 사실을 ‘부인’, ‘왜곡’, ‘축소’하거나, 일제 식민통치 옹호단체의 주장을 ‘찬양·고무’, ‘선전’, ‘동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 또한 ‘정보통신망’은 오늘날 국민 개개인의 대부분의 표현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 수단임에 비추어 ‘정보통신망의 이용’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과도한 검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

국론 분열이나 역사 인식 왜곡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할 정도로 심대하고 명백한 해악으로 볼 수 없음. 역사 부정·왜곡 행위가 불러올 수 있는 해악은 ‘관련 사건의 유공자와 유족의 인격권 침해 등의 피해’ 및 ‘장래에 유사 사건의 재발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음. 그러나 유공자 등 사건 관련자들의 현저한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현행 명예훼손·모욕 법제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함. 또한, 현재 사회통념상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국민들은 본 법안에 열거된 사건들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고, 각종 법률로도 공언되어 본 법안상의 ‘독립유공자 등’과 유족이 국가적으로 배상 및 예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하에서, 열거된 사건들을 부인, 왜곡하는 소수의 표현행위로 인해 사건 관련자들이 사회에서 차별, 배제된다거나 유사 사건이 재발될 위험이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할만큼의 명백·현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움.

한편, 안 제8조가 독립유공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에 대해서 “고소가 없거나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는 때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인격권 침해 범죄에 있어 피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형사법상의 대원칙에 거스르는 것으로써 입법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심히 의문스러운 부분임.

5. 결론

위와 같이 본 법안은 헌법상 여러 원칙들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으므로 철회되어야 함.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0/06/2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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