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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판사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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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판사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admin | 토, 2020/03/28- 01:00

지난 3월 23일, 'n번방에분노한사람들'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회의원과 사법당국의 낮은 인식 수준을 비판했습니다.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 주범 중 한 사람인 '태평양' 사건을 맡은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덕식 부장판사가 과거 고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했던 최종범과 고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었던 조선일보 기자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던 전력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이런 판사에게 성범죄 사건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담당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뿐 아니라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에 대한 판결이 벌금형으로 그치고, 성매매 업주나 아동 성착취 영상 유포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과거 오덕식 판사가 맡았던 성범죄 사건들에 대한 판결 이력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성범죄에 관용적인 사법체계가 n번방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덕식 판사가 과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속 맡게 될지, 맡게 된다면 과거와 다른 판결을 내릴지는 더 지켜봐야할 일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판사의 과거 판결들을 찾아내고 재조명한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앞으로 판사들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오덕식 판사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가능했던 것은 다행히 해당 판사가 내린 판결들의 내용이 언론 기사를 통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하여, 법관이 선고한 판결 내용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재판의 결과들이 언론 기사로 알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판결은 언론의 판단으로 '뉴스거리'가 되는 재판들에 그칩니다. 문제가 된 오덕식 판사의 판결 역시 이 내용을 기사로 옮겼던 기자들이 없었다면, 재조명 받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수사 대상인 가담자들이 무려 6만 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6만 여명에 대해 앞으로 재판이 이어질 것이고, 이들의 죄질과 유형에 따라 여러 판사들에게 사건이 맡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을 맡은 판사들이 과거 성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떤 판결을 내린 판사였는지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법원이 과거 재판들의 판결문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의 의견은 그와 많이 다른 현실입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태섭 의원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 종합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는 판결문은 겨우 전체 판결의 0.03%에 불과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아직 개선의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습니다. 대법원 특별열람실에 직접 찾아간다면 판결문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 열람실에서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4대 뿐이라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사건을 재판하는 판사가 과거에 어떤 판결을 내린 사람인지, 뉴스로 남지 않았다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법원, 검찰, 경찰들은 형사사법망을 통해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으나, 일반 시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판결의 공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덕식 판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판결의 기록이 남고 시민들에게 공개된다면 시민들은 판사들이 과연 제대로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동일한 유형의 사건들에 대해 동일한 형량이 선고되고 있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동일 범죄, 동일 처벌"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과거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법의 신뢰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판결문 공개는 꼭 이뤄져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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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년 봄, 낯선 동네였던 은평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은평구민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은평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불광천변에 널린 맛집들을 찾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향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요새는 혁신파크에 있는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동네 보다 조용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은평부심’을 느끼면서도, 본업인 정보공개 운동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해, 은평구는 자의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아 서울시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링크) 최근에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차량 운행일지를 은평시민신문을 콕 찍어 비공개 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잇따라 폭거를 저지른 구청의 행보에 신출내기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 스러지고 있는 찰나에,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 회의공개 수준이 형편없다는 동료 활동가의 제보는 또 한 번 자부심을 부끄러움으로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잘못은 구청이 했는데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모르겠습니다.

 

120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은평구청 홈페이지(링크)에 따르면 은평구엔 120개의 위원회가 존재합니다. 각종 위원회들은 조례에 따라 구청 공무원 뿐 아니라 외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며 각종 구정과 관련한 심의 및 조정, 자문의 역할을 합니다. 행정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통해 행정의 여러 분야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때로는 행정이 가지지 못한 전문성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원회의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가 그 존재 의의에 걸맞게 행정의 민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고, 둘째는 회의와 관련한 각종 정보들을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느냐 입니다.

 

각종 위원회에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더라도, 모집할 때부터 관청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뽑는다면 위원회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위원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들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이 살펴볼 수 없다면 이 역시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제대로 지켜서 운영되고 있을까요?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평구 홈페이지의 각종 위원회 현황

 

위원 공개모집 확대가 필요해!

먼저 ‘위원 모집’에 대한 부분입니다. 민간 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는지, 아니면 관청의 판단에 따라 위촉하고 있는지에 따라 각종 위원회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공모’하도록 정해져 있는 건축위원회나, 역시 조례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명시한 참여예산시민위원회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원회 위원의 모집 절차를 조례에서 따로 명시하지 않고 구청장이 위촉한다고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을 어떻게 모집하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관청의 판단에 따른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각종 위원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경우엔 구청 홈페이지의 고시/공고란에 공고문이 올라옵니다. 은평구의 경우 고시/공고란을 살펴보면 2021년 들어 건축위원회와 협치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모집 공고가 올라온 바 있고, 2020년에는 인권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공개 모집한 바 있습니다. (동 단위로 모집하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를 모집하는 제안서평가위원회는 제외하겠습니다.) 이 중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제외하면, 모두 법령이나 조례로 위원 공개모집이 의무화된 위원회들입니다. 그 이전의 공고들을 살펴보더라도 120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에서 위원들을 공개모집하고 있는 위원회는 10개 미만에 불과합니다.

 

은평구와 이웃한 고양시는 각종 위원회에 대한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예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링크) 이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벌써 17개 위원회의 위원들을 공개모집했거나, 모집 계획을 공고한 상황입니다. 새로 위원을 모집한 기간에만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청 제도를 두어 관심이 있는 위원회에 결원이 발생하면 바로 모집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있더라도, 위원 모집 공고를 매일 확인할 수 없어서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위원 모집 공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게다가 예비신청 제도를 통해서 관심 위원회의 모집 공고를 개인에게 알려준다면 더욱 편리하게 참여가 가능하겠죠.

고양시의 위원회 위원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

 

이렇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위원회도 많고, 신청 접수도 편리한 고양시민들과 비교하자면 은평구민들은 행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통로 자체가 좁은 셈입니다. 1년 차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하고 부서지는 순간입니다.

왜 안하죠? 회의 정보공개

은평구의 또 다른 이웃인 서대문구는 과거에 개최된 각종 위원회의 회의 뿐 아니라 앞으로 열릴 회의 일정까지 미리 사전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는 위원회 회의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주제로 열릴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링크)

서대문구의 위원회 회의 일정 공개

 

 

은평구는 회의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이야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지만, 일반 주민들의 경우 언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알지 못하고, 나중에 회의록이 공개된 후에야 어떤 회의가 언제 어디서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사실 이런 위원회 일정을 누가 궁금해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가 어떤 수준으로 공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 회의 정보공개의 더 큰 문제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건축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 페이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왼쪽 이미지는 은평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이고, 오른쪽 이미지는 서대문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입니다. 은평구의 경우 명단에 ‘직업’란이 있음에도, 그 어떤 위원들의 직업도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대문구의 경우 각 위원이 어떤 건축사 사무소 소속인지, 어떤 대학의 교수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의 소속이나 직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과연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 일반 주민들은 살필 도리가 없습니다. 

주민의 정보접근 편의성도 부족

정보를 공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은평구의 위원회 정보가 궁금하다면, 위원회의 구성 현황과 회의록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정보는 한 카테고리에 모아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은평구 홈페이지에서 위원회의 회의록 정보는 ‘행정정보공개’ 메뉴에, 위원회 구성 현황은 ‘행정자료실’ 메뉴에 따로 흩어져 있습니다. 

 

 위원회 관련 정보가 서로 다른 메뉴에 흩어져 있어, 신경 써서 메뉴들을 눌러보지 않으면 위원회 관련 정보들을 모두 살펴보기 힘든 구조

 

서대문구의 경우 회의일정, 구성 현황, 회의록을 같은 페이지에서 탭만 달리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위원회에 대한 회의정보공개부터,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편의성까지 모두 서대문구의 압승입니다.

 

위원회 정보를 한 페이지에 모아놓은 서대문구

 

 

 은평구는 주민들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찾고 싶은 정보를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UI부터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UI는 다 고만고만하게 불편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유사한 카테고리의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각종 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함께 논의하는 행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그러나 그 운영에 있어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참여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각종 위원회는 ‘면피’에 불과해집니다. 은평구청이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부터 이웃한 지자체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배우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길 바랍니다.

 

금, 2021/04/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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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정례 회동. 사진: 연합뉴스


어제(11월 16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된 TF에서는 지난 6월 19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등 45명이 발의한 인사청문회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금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국회가 이를 추진하는 근거는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의 ‘검증’보다는 신상털기를 통한 인신공격과 망신주기의 장으로 변질되어 공직자 임명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입장에서 염치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정작 인사청문회제도를 변질시킨 주범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사청문회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시행된 제도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들이 공무수행에 적합한 윤리와 전문성 등 상식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투명하게 검증하는 절차이다.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동산투기, 탈세, 논문 표절, 병역 기피, 위장전입 등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자질과 부패 정황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국민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부정적 측면보다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긍정적인 가치가 더 큰 제도이다.

도덕성 검증 청문회를 비공개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6번이나 반복해서 발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서는 이미 4차례나 발의된 상태다. 따라서 도덕성 검증 청문회 비공개화는 거대 양당이 여당이 되면 으레 발의되는 법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청문회가 비공개화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해당 법안들이 발의만 되면 전면적으로 반발했으며 국회가 국민들의 눈을 무서워하는 최소한의 염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인사청문회를 변질시키고 있는 국회의원 자신들이 반성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단지 청문회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이 아니며 제도적인 퇴행이다. 오히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공직후보자들의 윤리·도덕성의 문제들에 대해 국민 모르게 여야간 정치적 타협거리가 될 우려만 커진다.

결국 정부는 고위공직자 후보의 사전 검증을 허술하게 거쳐 국회에게 정쟁의 덜미를 제공해 놓고 국회를 탓을 하고,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청문회를 변질시켜 놓고 도덕성 검증 청문회가 국민에게 공개된 탓이라 하니, 아무도 반성이 없고 애먼 국민의 알권리만 침해될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도덕성 검증 청문회가 비공개화는 결국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정부 불신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여야의 ‘도덕성 검증 비공개 추진’을 반대하며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한다.


수, 2020/11/1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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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2020년 10월 6일, 416가족협의회는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에 두 개의 청원을 올렸다. 그중 하나가 ‘4.16 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기록물 공개 결의에 관한 청원’이다. 가족협의회는 청원의 이유로 “4.16 세월호 피해자들은 신원의 권리, 진실(진상규명)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시민들 역시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0만명의 동의가 있어야만 국회 관련 상임위에 다뤄지는 이 청원은 지난주만 해도 몇만명이 모자라 맘을 졸이게 하더니 마감을 임박한 하루 이틀 사이에 결국 1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리고 같은 날인 10월 6일, 또 다른 사건의 유가족인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은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자료를 통해 북한군이 공무원을 발견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시신이 불에 타기 시작해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 오후 10시 11분을 거쳐 불빛이 사라진 오후 10시 51분까지의 시간대에 국방부가 공무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의 정보공개요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사건이 발생했던 당일의 정부 조치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요구를 다른 사람이 아닌 사건의 직접당사자인 유가족이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유가족의 정보공개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들은 지난 6년 동안 숱하게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도 함께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소송도 하고, 헌법소원까지 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이 원했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도, 헌법재판소도, 정부도 모두 대답은 같았다.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의 정보공개요구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월 14일에는 ‘해경의 월북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해양경찰청에 해경진술서를 정보공개청구했다. 며칠 전인 10월 28일에는 정보를 은폐하지 말고 공개해달라며 청와대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몇 번의 싸움을 더 해야 할까.

세월호참사 기록 공개 못 한다는 이유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가장 쟁점이 되는 대통령기록은 2014년 4월 16일 사고가 났던 당일에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그중에서도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면보고도, 이렇다 할 조처도 취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비공개에 대한 정부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날의 기록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국회청원에서 “봉인된”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민감하거나 중요한 내용의 대통령기록일 경우 지정기록으로 정해 15년 동안 (개인정보의 경우 최장 30년까지) 보호할 수 있다.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열람이나 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을 경우,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업무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이나 사본제작, 자료제출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으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문자 그대로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법 19조에는 지정기록을 열람한 사람은 열람한 기록에 포함된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지정기록 열람은 제한된 일부에게만 열람이 허용되는 것이지,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에게 공개 못 한다는 이유

유가족이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은 ‘사망한 A씨가 북측의 총에 맞아 숨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10시 51분까지 우리 군의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과 A씨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꽃이 관측된 같은 날 오후 10시 11분부터 51분까지 40분간 녹화 파일’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11월 3일 유가족에게 ‘공개가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국방부는 “유가족 측이 요청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 공개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군사기밀보호법 상 비밀로 지정돼 정보공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 도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을 1급~3급 비밀로 구분해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하지만 군사기밀이라고 해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9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비밀보호서약 등 보호조치를 취하고 난 후 제한적으로나마 군사기밀을 제공하거나 설명할 수도 있다(같은 법 8조). 하지만 그때는 법률에 따라 군사기밀의 제출 또는 설명을 요구받을 때, 군사외교상 필요할 때, 군사에 관한 조약이나 그 밖의 국제협정에 따라 외국 또는 국제기구의 요청을 받았을 때, 기술개발, 학문연구 등을 목적으로 연구기관 등이 요청할 때, 이상 네 가지 이유에서만 가능하다. 군사기밀과 관련한 피해당사자의 권리구제가 필요할 때 등의 이유는 언급조차 되어있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누구의 곁에 있나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과 현행법의 한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유가족들의 정보공개청구한 정보들이 공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유가족들도 이를 모를 리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왜 유가족들이 멈추지 않고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일 것이다. 정보가 없으면 진상규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는 유가족들이 사건이 났던 그 날에서 단 하루도,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는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 피살 유가족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며 내용의 민감성을 감안해 공개에 따르는 비밀서약까지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가족을 잃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가족의 요청보다는 국가안보의 손을 잡았다. 세월호 유가족은 기록을 공개해달라며 한 달 새에 10만명을 모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기록을 국회의원뿐만이 아닌 특조위와 피해자들에게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본다. 어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으니 진실을 알 수 없고, 가족을 앗아간 사건이 여전히 납득 될 리 없다. 온전한 진실과 정부의 짧은 말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유가족들의 요구에 이들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국민보다 소중한 국가안보와, 탄핵된 대통령의 예우가 다 무슨 소용인가.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수, 2020/12/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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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국정원)의 태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 곽노현 전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 등의 사찰 문건 관련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린 후 국가정보원은 사찰 정보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전향적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배우 문성근, <버닝> 등의 영화를 제작한 이준동 영화제작자, 故이소선 여사, 故문익환 목사, 故노회찬 의원의 유가족들도 국정원에 사찰 파일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국정원은 아예 기조실장이 팀장을 맡고 변호사 직원을 포함하는 ‘민간인 사찰정보 공개를 위한 전담 TF’를 꾸린다고 한다. 이는 분명히 극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현행 정보공개법에는 별다른 처벌과 제재조항이 없어 아무리 대법원에서 공개 판결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간 공공기관들은 마음만 먹으면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뺌하거나, 공개를 차일피일 미뤄 늑장 공개하거나, 아예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끝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미루어보면 국정원이 스스로 사찰정보를 당사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결코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없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9.ⓒ뉴시스

이런 변화 기류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정원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지난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설치하며 개혁을 시작했으나, 지난 3년간 국내 첩보 업무 이관을 위한 조직개편과 예산삭감 등의 내부 개편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국내정보수집업무 폐지,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남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국정원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에 정보위에서 통과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가기관 등에 국정원이 사실조회 및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국정원 직원에게 광범위한 조사권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수사권 이관은 정작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7년부터 이어졌던 국정원 개혁의 칼자루와 책임을 다음 정권에 넘긴 것이나 다름 아니다. 즉 다음 정권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국정원 개혁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불안이 내재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사찰 파일 공개한 국정원

중앙정보부 시절부터의 폐해 청산은 용두사미 우려

안보 가치 소실된 국내업무 문건 국민에게 공개해야

국정원 마크 ⓒ김철수 기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국정원 개혁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앙정보부 설치 이후 현재까지 지난 60년간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기록은 단 72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마저도 2014년부터 단 네 차례 이관이 이루어졌고 2018년 이후로는 아예 단 한 건도 이관된 바가 없다고 밝혀져 오히려 정보공개의 측면에서 보면 국정원 개혁의 저의마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다. ‘본질적 차원의 변화’는 결국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간과하지 않았다면, 국정원 개혁의 시작은 대외 안보적 가치가 소실된 국내업무 문건들을 비밀해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활동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민간인 사찰 및 정치개입,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등 직전 보수 정권들의 국정원과 관련된 부정과 치부를 밝히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1961년 중앙정보부 시기부터 오늘날 국정원까지 60년에 이르는 현대사에서 정보기관 본질과 한국 사회에 끼친 폐해들을 오롯이 마주하게 하지는 못한 셈이다.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수사권 이관이 3년간 유예되며 국정원 개혁의 종결도 결국 3년간 유예된 셈이다. 따라서 향후 3년간 국정원 개혁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없이 대외 안보적 가치가 다한 국내업무 문건들을 과감하게 비밀해제하고 이들을 국민들 앞에 공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신설될 국내업무를 전담할 수사기관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정원의 어두운 길을 다시 밟지 않을 수 있다.

화, 2020/12/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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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4일, 여수 산업단지의 한 특수고무 생산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청소하던 하청노동자가 산업용 로봇의 팔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로봇이 사람을 포장해야 할 제품으로 잘못 감지하여 작동한 것이다. 사람이 로봇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작동했어야하나, 공장에서는 포장 작업을 멈추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강제 해제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기계를 정비하거나 청소하는 작업을 할 때 기계를 정지해놓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지만, 이 상식적인 안전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포장 작업 공정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지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로봇 팔에 맞아 쓰러진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진지 1시간 만에 숨졌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이 사고는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에서 해당 사고가 일어난 공장의 구인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마침 최근에 구인 공고가 올라온 참이었다. 제품 생산라인보조, 3조 3교대, 고무 제품 검수 및 포장, 시급 8590원. 담당 업무를 설명하는 문장 맨 마지막은 ‘어렵지 않습니다.’로 끝났다. 이 모집공고를 보고 현재 13명의 구직자가 지원한 상태라고 표시되었다. 이 13명의 구직자들은 2년 전에 이 ‘어렵지 않은’ 일을 하던 누군가가 로봇 팔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 길이 도무지 없다. 안전관리 미비로 사망 사고가 일어났던 공장임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지원서를 넣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어느 공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기억하는 사람이라곤 없으니까.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화면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화면ⓒ워크넷

비단 이 공장만의 일이 아니다. 연간 10만 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병에 걸리거나, 죽는 나라에서 구직자들은 내가 일하고자 하는 곳이 안전한 일터인지 미리 알 길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매년 산업재해가 일어난 사업장 명단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긴 하지만, 아마 일자리를 찾으면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수고를 들이는 구직자는 없을 것이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업정보, 근무조건 이상을 확인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내가 앞으로 일할 직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산업재해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얼마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산업재해 기업이 관련 정보 없이 구직광고 내는 현실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재해 정보 제공하고,
산업재해 사업장 정보를 오픈해 민간에도 제공하는 해야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하는 이유는 당연히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관보에만 명단이 올라온다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사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다.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가 제대로 된 실효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앞으로 일할 당사자들에게 그 정보가 알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해당 기업의 산재 발생 현황이 함께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기업의 산재 발생 현황을 구직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지금도 법으로 공개하고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는 물론이거니와, 산업재해 예방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에서도 구직자들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왜?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직업소개, 구인과 구직과 관련한 사항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직업안정법이다. 현재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구인 공고가 올라오지 않거나, 임금체불 사업주가 구인 공고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2015년에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안정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택배사에 대한 규탄과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택배사에 대한 규탄과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마찬가지로 직업안정법을 개정하여, 구인공고에 구인 기업의 산업재해 현황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한다면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굳이 법 개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도 많다. 직업안정법 시행규칙을 바꿔, 구인신청서에 필수적으로 적게 되어있는 업체 정보에 산업재해 현황을 기입하게 해도 충분하다. 고용노동부가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데이터를 오픈 API로 제공하여 워크넷이나 민간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손쉽게 기업 산재 현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70%를 넘겼다. 이제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시대적 과제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응답해야 한다. 기업의 산재 현황 정보를 제공하여, 구직자들에게 더 안전한 직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그러한 수단의 하나일 것이다.

화, 2021/01/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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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회원인 문화사회연구소 강남규 연구위원이 정보공개센터의 국회 기록관리 캠페인에 대한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하셨습니다. 강남규님의 허락을 얻어 전재합니다.

칼럼 원문 링크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 바로가기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후대 대통령들에게 반면교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의 퇴임을 사흘 앞두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도 좋은 사례다. 보존되어야 할 대통령기록물들을 트럼프가 자꾸만 찢어버리는 통에 찢어진 문서를 테이프로 붙이느라 백악관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얘기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무엇 하나 함부로 버릴 수 없다. ‘대통령이 남긴 기록들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여겨서다. 미국은 1978년 대통령기록법을 통해 이 원칙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도 2007년부터 대통령기록물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보존하고 있다. 이 원칙은 너무 간명해 보인다. 좀 더 포괄적으로 고치면 ‘공공의 예산으로 행한 일에 대한 기록은 공공의 것’이라는 원칙이다. 그래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기록물 보호 의무를 지닌다.

 

국회에 대해서도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을 통해 국회사무처나 국회도서관 같은 ‘국회소속기관’의 의무를 부여하는데, 놀랍게도 여기에 국회의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러다보니 의원실이 각종 의정활동 자료를 모아 ‘기증’하면 기록물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찾아와 ‘수집’하는 형국이다. 의무가 아니니 이 귀찮은 일을 애써 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19대 국회에서는 20개 의원실, 20대 국회에서는 30개 의원실이 기록물 기증 의사를 밝혔단다. 그나마 실제로 기증한 의원실의 수는 더 적고, 모든 기록물이 온전히 기증된 것도 아니다.

 

기증되지 않은 기록물은 대부분 폐기된다. 국회의원이 막강한 자료요구권으로 얻어낸 정보나 유능한 보좌관들이 4년간 생산한 정책자료 같은 것들이 임기종료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왜 기록을 남겨야 할까? 우선 다음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을 파고들 때 긴히 참고할 자료가 된다. 또 국회의원이 남긴 자료를 민간 영역이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우리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세금으로 벌인 일을 사유화하거나 함부로 폐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금 한국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존재가 민주주의 원칙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방증한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에게 기록물 보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강력한 권력을 민주주의 궤도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의원회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존재인지 자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법을 바꿔야 할 일인데, 그냥 되진 않을 것이다. 마침 좋은 시작점이 있다. 2008년부터 알 권리 확대운동을 벌여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이다. 이곳은 작년 5월에 모든 국회의원실에 기록 기증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19대 국회 20곳에서 20대 국회 30곳으로 기록을 기증한 의원실이 늘어난 데는 이곳의 기여가 있었다. 이곳이 최근에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기록이 있어야 공개와 감시가 가능하다.” 캠페인 취지는 이렇게 간명하다.

금, 2021/02/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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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며 웃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 변 하사의 부고 소식 며칠 전에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정치를 한다던 논바이너리(남성/여성으로 구분되지 않는 젠더) 트랜스젠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들의 죽음으로 사망통계에서 자살원인 비율은 늘어나고 인구통계는 두 명이 줄어들겠지. 청년 인구통계에서도 두 명, 변 하사는 지난해 성별 정정을 마쳤으니 여성인구 통계에서도 한 명. 김기홍은 어느 통계에서 사라졌을까. 스스로의 정체성 맨 앞에 내걸었던 논바이너리 통계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은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A하사에 대해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날 전역을 결정했다. 2020.1.22 ⓒ뉴스1

어쩌면 이 둘은 생전에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갔었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만 13~18세 성소수자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시도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이 조사 후에 상황은 나아졌을까.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누군가 했다는 이 말은 그래서 더욱 시리다. “그런데 슬프게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아픔은 통계로도 안 잡히잖아요.”

우리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청소년 자살시도율 통계를 보며, 저 숫자 어딘가에 성소수자 청소년의 고통이 녹아있겠거니 유추할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사회 시스템 조직과 구성의 근거가 되고, 정책을 위한 자료가 된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세상을 더 평등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모든 일에 데이터는 쓰인다. 그러나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이처럼 통계로도 기록되지 않아 그들을 위한 정책들도 당연히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 투명인간이 어디 성소수자 뿐인가. 우리 사회는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존재를 데이터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그녀의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를 통해 표준인간을 남성으로 설정해 놓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여성의 존재가 지워지는지를 고발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여성 데이터가 없다며 젠더데이터 공백 문제를 꼬집었다. “의학부터 직장, 도시계획, 경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간 수집되었고 지금도 수집 중인 방대한 데이터는 대부분 남성의 것이고, 그 결과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 환경이, 남성 디폴트(기본값)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젠더 데이터 공백은 우리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 때문에 악화된다. 2017년에 쓰인 한 논문은 “성희롱이 얼마나 만연한가에 관한 대용량 데이터가 없다”라고 말한다. 저조한 신고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범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中 -

 

김기홍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녹색당

우리에게는 어떤 데이터가 충분하고, 어떤 데이터가 부족할까.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데이터는 또 무엇인가. 우리는 데이터에서도 ‘표준’ 밖의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을 지워버린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은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데이터의 활용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될 권리를 포함한다. 누구나 국가의 데이터에 포함되어 정책의 대상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세상에 인정되지 못하고, 통계로도 존재하지 못한다. 세상이 평등하지 못한 건 혹시 데이터 때문은 아닐까. 데이터로도 남지 못한 사람이, 통계에서도 지워져 버린 사람들을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 만큼 우리 사회는 친절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데이터는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있는지, 몇 살에 사망하는지, 얼마나 많은 남자, 여자 그리고 아동이 여전히 빈곤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얼마나 많은 아동에게 교육이 필요한지, 얼마나 많은 의사가 훈련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학교가 지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세금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있지는 않는지, 해양의 어류 자원은 멸종 위기일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는지, 어떤 업종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지, 어떤 회사가 무역을 하고 있으며 경제활동 상태가 어떠한지 알 수 없다.
- UN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데이터 혁명:셀 수 있는 세계> 中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화, 2021/03/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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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 내역,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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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의 자랑 불광천

 

정보공개 청구 교육을 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공공기관의 어떤 정보를 알고 싶어서 교육을 듣느냐고 질문한다. 그때마다 항상 나오는 답변이 “구청에서 돈 쓴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공개 청구는 구청에서 돈을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는 청구하고, 답변이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자칫 비공개 통지라도 나온다면 더 시간이 걸리고, 이의신청 절차까지 밟는 와중에 더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사실 ‘구청에서 돈 쓴 내용’은 굳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구청에서 매일 공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60조 5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매일 주민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주민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세부사업별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여, 세출예산 운용상황, 즉 '구청이 돈 쓴 내용'을 매일매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2015년부터 법으로 의무화 되어 있다. 시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관련한 내용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세출예산 운용상황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그 정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오늘은 은평구의 사례를 통해 ‘구청이 쓴 돈’의 내역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은평구의 ‘돈 쓴 내역’ 확인하기

은평구의 경우, 구청 홈페이지 메뉴에서 열린 행정 - 예산/결산을 클릭하면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이라는 링크가 나온다. 여길 클릭하면 은평구 세입세출 공개라는 페이지가 뜬다.

 

구청 홈페이지 메뉴 - 열린 행정 - 예산/결산 -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

 

이 사이트는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재정포털의 하위 페이지로, 서울재정포털에서는 서울시의 각종 재정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평구 뿐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세입세출 내역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각 자치구 페이지에서는 크게 세입세출총괄, 세입운용상황, 세출운용상황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세입세출총괄은 한마디로 매일 지자체의 총수입액과 총지출액, 그리고 잔액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다. 현재 다른 자치구들은 이 메뉴를 통해서 세입세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은평구의 경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부터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입세출총괄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입운용상황은 역시 일 단위로 지자체의 세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일반회계, 특별회계로 나누어, 매일 매일 지자체의 수입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다. 한 달 동안 구청에서 얼마나 수입이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운용상황 메뉴에서 검색해보자. 2021년 1월 기준으로 은평구가 거둔 세입은 1063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집중적으로 살펴볼 메뉴는 세출운용상황이다. 세출운용상황은 말 그대로 지자체가 돈을 쓰는 내역, 세출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세출운용상황에서 다시 세부 메뉴로 예산집행현황, 사업 및 예산정보, 지출정보라는 탭이 나오는데, 예산집행현황 탭에서는 분야별 예산 집행 총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자치구와 다르게 은평구는 이 메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불광천 관리에 돈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의 '사업 및 예산정보' 탭

‘구청이 돈 쓴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사업및예산정보 탭이 중요하다. 부서별로 어떤 사업에 얼마나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지, 사업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도 있고 사업에서 예산을 집행한 내역도 일자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사업명으로도 검색이 가능한 것도 편리한 부분이다. 은평구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걸어봤을 불광천, 관리에 예산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하면 세부사업명에 불광천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을 하면 된다. 불광천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구청의 사업 예산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불광천' 키워드 검색 후 보이는 사업내역

 

‘불광천 유지 관리’라는 사업이 눈에 띄어서 사업내역을 클릭하면,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이고 사업 추진 근거는 무엇인지, 사업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돈을 쓴 내역’이니까, 지출현황을 살펴보자.

 

불광천 유지관리에서 지출현황을 통해 세세한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가을마다 불광천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코스모스 종자 구매비는 90만원, 레인보우 다리를 꾸미는 꽃모에는 32만 4800원이 쓰인다. 또, 불광천 꽃길 조성에 들어간 사업비는 4800여만원 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사업별로 지출 내역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구청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지출정보 탭을 클릭한다. 부서별 / 세부사업 키워드 별/ 기간별로 본인이 원하는 설정을 통해 구청의 지출 내역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고, 또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 분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울재정포털을 활용한다면, 굳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구청의 예산 지출 내역을 언제든지 살펴볼 수 있다. 문득 구청에서 하는 사업에 돈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해졌을 때, 혹시 부풀려진 공사 예산은 없는지 궁금할 때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출예산 공개제도, 의문이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목, 2021/03/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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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국내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 백신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백신을 둘러싼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다행히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어선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이 92%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져오지만, 일부 부유한 국가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의 경우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조차 좀처럼 기약이 없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백신이 언제쯤 개발될 것인가'는 모든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 각국은 백신 연구개발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임상실험과 약품허가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은 10개월 남짓 만에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런데 백신이 개발된 이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백신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레니힝의 세보켕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사용을 홍보하는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뉴시스/AP
 
 

물론 모든 국가들이 동일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용화 초기부터 부유한 나라들은 제약회사와 선구매계약 경쟁에 뛰어들며 앞다투어 백신 확보에 나섰지만,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들의 경우 아직까지 단독적인 백신 구매 계약을 단 한 건도 맺지 못했다. 이에 지난 1월 WHO는 세계 14%에 해당하는 인구가 백신 생산량의 과반수를 독점하도록 만든 부국의 '사재기' 행태를 지적하며 '세계는 도덕적 실패 직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가 곧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세계 대다수의 인구가 백신에 접근할 수 없고, 따라서 코로나의 종식 역시 계속해서 멀어져만 가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백신의 공급량이 전 세계 인구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한 것일까? 과연 공급을 늘릴 방법은 없는 걸까?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도덕적 실패'의 중심에는, 단언컨대 '지식과 정보의 독점'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공개되지 않는 정보, 공유할 수 없는 지식

특정 국가나 기구가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백신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절대 공개되지 않는 것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백신의 가격이다. 한국의 백신계약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약회사들은 계약을 맺는 모든 국가 혹은 기구에 대해 가격에 대한 비밀유지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약가 협상에 있어, 제약회사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반대로 구매를 하려는 측에서는 약가가 적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세'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는 백신에 소요된 연구개발비용과 자금의 구성 내역이다. 약을 구매하려는 국가는 해당 의약품의 제조원가가 얼마인지, 약품 개발에 있어 공적자금이 얼마만큼의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약가협상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협상에서 제약회사들은 절대적인 우위에 서 있다.

이렇게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의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약회사가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약을 희소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언뜻 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경제 상식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약회사들의 기술 독점은 특허라는 고유한 제도를 통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는 특정한 지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발명자가 이윤을 가져가게 하고, 이러한 보상을 동기 삼아 더 많은 혁신과 과학적 연구를 하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특허제도는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생산의 동기를, '지식을 상품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건 짓는다는 데에서 굉장히 문제적이다. 이는 정보와 지식을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산하기보다는 산업적인 이윤의 가능성에 따라 생산하도록 만들며, 지식 및 그 결과물을 '공공의 자산'으로 유통될 수 없도록 강제한다. 또한 자본이나 개인 발명가에게 모든 권한과 보상을 귀속시킴으로써, 지식을 생산하는데 기여 하는 여러 주체들을 지식의 결과물로부터 소외시킨다.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예로 들면, 이러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제약회사의 노력 뿐 아니라, 백신 개발을 앞당기려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자금지원, 임상실험에 기꺼이 참여한 개발도상국 거주민, 혈장을 기증한 감염병 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기여한 결과다. 그러나 특허는 이렇게 구성된 전 인류의 지식을 제약회사가 홀로 독점하고 사유화하도록 함으로서, 백신이 공공재로 유통될 수 없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팬데믹을 장기화시켜 모든 사회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상품화 되어서는 안 될,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특허출원은 매우 활성화되어있다. 그리고 이윤 추구를 우선하는 제약회사의 입장은 지금과 같은 팬데믹 속에서도 굳건하다. 코로나19에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지목된 '램데시비르'를 만든 미국 길리어드 제약사는 1만 2천원으로 만들 수 있는 약을 약 46만원으로 책정해 판매하고 있고, 특허를 7년 더 연장하기 위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철회한 바 있다. 백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백신에 대한 특허를 내지 않거나 포기한 제약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달 19일 독일 대도시의 백신 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비오엔테크 코로나 19 백신 주사약병을 들고 있다. 2021.1.19.ⓒ사진 = AP/뉴시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특허 면제' 조치 지지해야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 백신의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해서 특허권 조항을 면제하자는 제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상정했다. 현재까지 164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찬성 의견을 냈지만,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선진국이 반발하면서 '특허권 면제' 안은 계속해서 결렬되어 왔다. 한국 정부 역시 말로는 '코로나19 백신의 평등한 국제적 분배를 촉구' 한다면서도 실제 제도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코로나 종식은 어렵다. 이미 남아공, 영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들이 나타나고 있고, 백신 공급이 최대한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변이가 심화될 수 있다. 만약 특허라는 장벽이 없어지고 전 세계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인도 등 이미 대형 위탁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나 한국처럼 생산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나라에서 최대한 많이 백신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3월 WTO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특허권 면제 안'에 반드시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

한편으로 특허로 인한 건강권 박탈의 문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허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조건 지어왔다.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삼아 과학적 지식과 기술,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식의 독점’에 대해 공공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통제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바꿔나가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이미 누군가에게는 늘 자행되고 있었던 ‘도덕적 실패’를 가시화한 사건일 뿐이며, 이런 식의 ‘도덕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의약품 접근의 문제를 ‘도덕’에만 맡겨 두지 않는 것이다. 

목, 2021/03/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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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LH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근 민변과 참여연대의 발표로 밝혀진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솔직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민변, 참여연대의 활동가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였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LH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분석 작업에 참여한 민변 서성민 변호사는 “제보받은 지역의 토지 중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거래된 토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몇 필지를 선정하여 토지대장 및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해당 토지의 소유자로 표시된 명의자들을 LH 직원 조회를 통해 매칭한 결과” 투기 의혹 직원들을 밝혀냈다고 했는데요, 말은 간단하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속칭 '노가다'가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주소를 중심으로 검색하게 되어있습니다.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아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온라인으로 발급 신청을 할 때 '주소'를 중심으로 검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법인의 경우에만 상호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어느 지역에 특성 개인의 대규모 부동산 투기가 의심된다면, 그 지역의 부동산 주소를 하나하나 넣어서 등기상 소유주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분석 작업을 할 때도 전수조사를 하지 못하고, 무작위로 필지를 선정해 내용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그야말로 눈알이 빠지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개인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해서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한번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규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동명이인이 있기에 검증 작업이 더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주소를 기준으로 하나하나 대장을 열람하는 방법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겠지요.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한다면, 누가 어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나 살펴볼 수 있으니 개인정보 침해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 사람이 소유한 부동산 정보를 한번에 찾아볼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된 곳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의 자산정보 등기시스템 ACRIS가 대표적인데요, 주소로 검색하여 등기를 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름 검색도 가능합니다.

 

 

미국 뉴욕주의 자산정보 등기시스템 ACRIS

 

이런 시스템 덕분에 과거 한국 언론사가 국내 재벌들의 미국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밝혀낸 적도 있습니다. 2014년, KBS 탐사보도팀이 '회장님의 미국 땅'이라는 제목으로 재벌 회장들의 미신고 해외 부동산 투기 내역을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때 분석 작업에 활용한 시스템이 바로 ACRIS였습니다. 

 

시스템에서 이름만 넣으면 토기 소유 내역과 거래 내역이 한번에 뜨니, 수상한 거래가 있다면 누구나 감시할 수 있는 셈이죠.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맨해튼에서 트럼프가 거래한 부동산 내역과 은행 대출 서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ACRIS에서 TRUMP로 검색하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나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하게도 개인의 재산이나 자산과 관련한 정보는 프라이버시라는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납부하는지, 부동산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지 잘 공개하지 않는 관행이 있죠. 예를 들어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전 국민의 납세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세기본법에서 이러한 정보를 비밀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가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경우엔 이런 정보도 널리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북유럽의 납세 정보 공개는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탈세를 막는 것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임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독일의 임금공개법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구요. 

 

 

만약 부동산 등기를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다면, 이번 LH 사건과 같은 공직자의 투기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지와 같은 부동산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에 대한 검색과 공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토, 2021/03/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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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전체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부동산 투기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 토지를 구입한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이런 투기 의혹을 검증할 때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1차 자료가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내역입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부장판사 등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신들의 재산 내역을 신고하고, 매년 3월 말 경에 이를 공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3월 마지막 주에 공개하고 있으니, 올 해의 재산등록 내역도 열흘 후면 모두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때 예금, 부동산, 증권에서부터 채권, 지식재산권, 보석류, 회원권, 자동차 등 다양한 재산들을 공개하는데, 차명 투자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공직자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함께 공개됩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쏟아지는 3월

이번 사태로 공직자윤리법 상 재산신고와 공개 대상인 공직자의 범위를 더욱 넓혀야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3월 들어서 벌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7건이나 발의가 되었는데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LH공사처럼 부동산과 관련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공직자들에게 재산을 등록하고 공개하도록 하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자는 것입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막기 위해 LH공사와 같은 공기업까지 재산공개 의무를 확대하자는 법안에 당연히 찬성합니다. 그런데, 딱 2%가 부족한 법안들입니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 꼭 바뀌어야 할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공개는 하지만, 활용하긴 불편한

 

현재 공직자의 재산공개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제10조제1항에서는 재산 내역을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 접속해야 합니다. 1차적인 문제는, 이 재산신고 내역이 한 군데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각각 따로 관보 파일을 업로드하는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관할하는 기관만 해도 대통령,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80여 곳에 가깝습니다.

 

이 많은 내용을 하나하나 클릭해서 다운로드 받다보면 혈압이 오를 수 있습니다.

 

기초지자체까지 감시의 범위를 넓히자면 더 골치 아파집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의 구의원이나, 서울환경공단 이사장의 재산공개 내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서울시보를 찾아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재산공개 대상인 공직자들이 특정한 신도시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서 80여 곳에 이르는 파일을 전부 다운로드 받고, 17개 광역시도 홈페이지에도 모두 접속해서 하나하나 파일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만 해도 이런 형식의 표 300개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보나 공보는 보통 PDF 파일로 업로드되며, 게다가 재산공개 양식도 검색과 필터링, 정렬 등이 불가능한 이상한 표 형태로 올라온다는 점입니다. 검색/정렬/필터링 등을 용이하게 하여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선 다운로드 받은 PDF 파일을 csv 파일로 변환한 다음, 구조화된 형태로 정제를 해야 비로소 재산 내역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의 표를 정제하면 이런 형태가 됩니다.

 

재산공개 내역을 데이터 형태로 변환해야 누가 가장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신도시 지역에 땅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관보나 공보에 실린 표를 쉽게 변환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제하도록 코드를 짜서 시간을 확 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들이 코딩에 익숙한건 아니죠. 그런 기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은 살펴보기 어려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정보입니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상시적 감시를 통해 공직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불투명한 부분은 없는지 검증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입니다. 그러나 재산공개 자료가 여기저기 퍼져 있고, 이렇게 살펴보기 힘든 서식과 형태로 공개하다보니 상시적인 감시가 어렵습니다. 이번처럼 투기 의혹 사건이 터져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려고 해도 접근성이라는 문턱이 시민들을 가로막는 셈입니다.

 

 

LH 투기 사건 이후 스프레드시트로 정제한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이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인기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재밌는건, 모든 공공정보가 이런 식으로 공개되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년 국세청이 공개하는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의 경우, 아주 친절하게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공개됩니다. 심지어, 지도를 통해서 고액 상습체납자의 주소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탈세를 막고, 상습 체납자들의 은닉재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국세청이 제공하는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지도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는 이렇게 불편하게 공개될까요? 공공데이터법 제24조는 "공공기관의 장은 공공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정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는 수정, 변환, 추출이 자유로운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의 자료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으로 정해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공개는 하지만, 시민들이 감시하기 편하도록 데이터 형태로 제공할 마음은 없다는 것일까요? 도무지 데이터 강국'을 꿈꾸는 나라답지 않은 태도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이참에 이것만은 바꾸자

 

시민들 누구나 공직자들의 재산감시를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선, 먼저 공직자윤리법 제10조제1항부터 손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관보 또는 공보'에만 공개하게 해서는,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기에 매우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인터넷 등을 통해' 라는 한 구절만 추가되더라도 좀 더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개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현재 공직자의 재산등록 및 공개, 재취업 심사 등은 인사혁신처에서 운영하는 공직윤리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만약 이미 존재하는 공직윤리시스템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일반 시민들도 공직자재산 신고 내역을 한번에 살펴 볼 수 있다면 공직자들의 부정한 재산형성을 감시하기가 훨씬 편리해지겠죠.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투명성 확대를 위해서 또 한가지 바뀌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재산공개 자료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품을만한 '이상하고 불편한 표'의 정체, 바로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10호 서식'입니다.

 

 

누가 봐도 데이터로 정제하기 귀찮아보이는 바로 그 양식입니다.

 

한눈에 봐도 활용하기 매우 불편한 표 서식은 2005년 도입된 이래로 무려 16년 동안 큰 변화 없이 계속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서식이 재산등록을 신고하는 공직자들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을지 몰라도, 재산공개 내역을 살펴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서식을 행과 열로 구조화하여, 데이터로 활용하기 쉽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한다면 공직자 재산 감시 작업은 두 배는 편리해지리라 단언합니다.

 

LH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는 이 시점이지만, 공개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재산공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 법안은 아직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공직 사회의 투명성을 위해서 규제 강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의 활성화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이번에는 제발 PDF와 표 서식 말고 '데이터'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화, 2021/03/1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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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지자체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재산공개자료 데이터 제공은 필수입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공직자 전체의 투기 스캔들로 번져 나가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경기 시흥시, 하남시, 인천 계양구, 경북 영천시, 고령군 등에서는 지방의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것이 밝혀져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매년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데이터로 정제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LH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수상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기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 - https://www.opengirok.or.kr/4890 )

관심이 몰리는 것은 국회의원 뿐만이 아니다. 기자들이나 지역의 활동가들로부터 지방의원들의 재산 내역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구가 관할하는 국회의원 300명과 달리, 지방의원은 광역/기초의원을 통틀어 4천 명에 달하고, 17개 광역시도 각각의 공직자윤리위원회로 관할 기구가 나뉘어 있어 재산 내역도 각기 따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인사혁신처 보도자료

공직자들의 재산등록과 공개에 대한 사항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담당하며, 매년 3월 말 관보나 공보를 통해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광역의원의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공개를 담당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를 통해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기초의원의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시보나 도보에서 재산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평구를 지역구로 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재산을 살펴보려면,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 공보를, 서울시의회 의원의 경우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은평구의회 의원의 경우 서울시보를 각각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 동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고 싶은 시민이 있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보와 공보는 PDF 파일로 공개되는데다가, 표 양식도 정렬이나 필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자료를 데이터 형태로 변환을 해야, 누가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 분석을 하고, 시민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시각화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관보와 공보의 재산 공개 내역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도 보통 국회의원의 재산 내역들을 정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지방의원이나 지방공사/공단의 기관장까지 재산 내역을 분석하거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MBC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공개되자마자, 발빠르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시각화한 페이지를 공개했다. (http://property.assembly-mbc.com) 매우 편리하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순위나 자산 구성 비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웹사이트지만, 이 역시 국회의원들만 공개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공직자 재산 내역을 시민들이 살펴보기 편리하게 제공하려면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만약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모아놓고, 데이터 형태로 재산을 공개한다면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기에 훨씬 편리해진다. 이런 방향이 공직 사회의 투명성을 확대하겠다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에도 훨씬 부합하며,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지역 공직자들에게도 감시의 영역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가 실시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2021년에도 공직자 재산공개의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별다른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2021년 공직자 재산공개 책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 1885명의 재산 내역이 담겨있다.

인사혁신처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담긴 두꺼운 자료 책자를 넘겨보고 있는 사진을 함께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 볼 때 필요한 것은 이런 두꺼운 책자가 아니라, 쉽게 검색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정제된 데이터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뜨거운 분노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제는 책자가 아닌 데이터를 기준으로 재산공개 제도를 바꿔나갈 때 아닐까?


월, 2021/04/0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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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터는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우리는 작업 현장을 돌듯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을 돌며 행정기관과 의회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엘 들어가 본다. 어떤 위원회가 무슨 회의를 했는지 훑어보는데, 익숙지 않은 위원회의 회의자료가 눈에 띈다. '2021년 제1차 시민행복위원회' 2020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곳이길래 개요와 안건을 제외하고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비공개다.

도대체 무슨 위원회인지 궁금해 조례를 찾아본다.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시민 행복 증진 조례' 어디에도 회의나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도 찾아본다. 아니! 문서에서는 비공개한 위원 명단이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다.

대체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문서에서는 왜 굳이 비공개한 걸까. 이렇게라도 공개해줬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궁금했던 정보를 보긴 했지만 후퇴하는 정책과 폐쇄적인 행정 관료주의의 단면을 함께 봐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누드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정보소통광장'이라는 정보공개를 위한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결재문서와 회의록 등 주요 정보를 선도적으로 공개했다. 이전에는 비공개가 일쑤였던 위원회 관련 정보와 회의록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처음처럼 정보를 잘 공개하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잘 공개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냥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2021년 제1회 시민행복위원회 개최 결과보고' 문서의 일부

뒤늦은 정보공개, 안 하느니만 못해

투명한 행정, 책임지는 정책을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수다. 기존 권력 시스템이 독점하던 정보는 공개를 통해 불균형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공개해야 할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위원회와 회의의 공개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위원회 구조야말로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시민과 나눈 민주주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사회에서 제공자와 수혜자라는 정부와 시민의 전통적 역할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해 온 변화이고, 시민들의 참여 요구로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지금 행정의 많은 영역에서 참여민주주의, 협치 등의 이름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들은 특히 차등 없는 정보의 제공이 실질적 거버넌스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태에서는 논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 역시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누락 없는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협의하고 결정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거버넌스 시스템 자체가 신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참여의 충실성을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를 위해 정보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공개하는 것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말이다. 정보는 타이밍이다. 철 지난 유행가 같은 정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정보와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많은 국제원칙에서는 '시의적절한 공개'를 정보 개방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뒤늦은 개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를 켜고 행정이 지금 무슨 논의를 하는지 생중계해주는 시장을 보고 싶다. 의사결정 과정이 다 끝난 이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시장 말이다.

회의 자체가 공개되면 회의록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거리가 될 뿐이다. 회의 공개는 시민을 거버넌스에 더욱 깊숙하게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시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연결된다. 

미국에는 '회의공개법'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연방과 각 주 정부의 주요 회의를 공개하도록 정한 법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부패하기 쉬웠던 정책 결정 과정에 햇볕을 비춘다는 의미로 '햇볕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공공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아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아 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혁신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만 역시 회의 공개가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그가 참석하는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해커톤이나 민관이 함께 하는 회의 역시 온라인으로 송출해 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보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공무원들이 그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의와 결정 과정의 공개는 결과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번엔 본인의 회의에 카메라를 켜 줄 시장이 나타날까 싶어 공약을 살펴본다. 박영선 후보도, 오세훈 후보도 데이터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데이터로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 취업을 지원하겠다와 같은 성장 논리밖에 보이질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철학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올 시장에게 요구한다. 아니 부탁한다. 나중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투명하게 공개해주기를 말이다. 시민에게 신뢰받고 싶다면,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일을 공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작성 : 정진임

월, 2021/04/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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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의 ESG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은 기업의 재무제표상 이익뿐 아니라 기업활동이 환경과 사회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며 운영하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경향이다. 단순히 이익 창출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시대적 요구이며, 앞으로의 기업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체질 개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 투자자본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서 더욱 가속화 되고있는 실정이고,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ESG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책임투자원칙을 내세우면서 국내 기업도 더이상은 ESG 경영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사회적책임투자(ESG) 글로벌 공시, 평가 및 법적 쟁점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2021.03.11.ⓒ뉴시스

해외기업의 ESG 경영 핵심을 채우고 있는 것은 친환경적인 생산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유럽과 미국 등이 최근 선제적으로 근미래에 화석연료를 퇴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한 것도 이러한 기업의 변화에 대한 결과물과 맞물려 있다. 한국도 기업의 ESG 경영을 투자 또는 정부의 기업지원과 혜택의 전제조건으로 제도화한다면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 정경유착, 불공정거래, 노동탄압 등의 개선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저변도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이 기업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으로 견고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ESG 경영 실행 여부와 실행되고 있다면 실행 수준과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작 ESG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ESG 경영에 관련된 정보는 원활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ESG 경영과 관련된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주주의 권리,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현황,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등과 같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사항들을 담은 ‘기업 지배구조보고서’와 기업의 환경 관련 위기요인 및 대응계획, 노사관계·성평등과 같은 사회 이슈 관련 개선 노력을 담은 ‘지속가능보고서’이다. 이 두 보고서는 공개는 되고 있지만 2020년 기준으로 ‘기업 지배구조보고서’는 211개 기업이, ‘지속가능보고서’는 2019년 기준으로 20개 기업만이 공개하는 실정이라 한국 기업 전반의 ESG 경영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도 ESG 관련 정보의 공시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ESG 평가지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국민연금의 ESG 평가지표에도 정보공개에 대한 평가는 아예 포함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투명한 정보공개라는 전제가 없다면 사실상 한국의 ESG 경영이 내실화되고 일반적인 경영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요원한 상태다.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강조하는 ESG 경영
기업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보다 즉각적으로 ESG 경영을 정착하기 위해 관련된 정보공개를 제도화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공개한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즉 비재무적 리스크로서 ESG 정보의 공개를 제도화·정례화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기업에게 환경, 노동 등과 관련된 규제와 신고 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정보를 기업으로부터 제출받고 있다. 온실가스 외의 환경을 파괴하는 각종 가스 배출량, 환경유해물질 배출관리, 사업장별 구체적인 산업재해 현황, 하도급법 위반현황, 작업장 안전관리 현황 등의 정보는 ESG 경영에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정보이며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정보를 투자자본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해 모범적인 기업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면 ESG 경영은 자연스럽게 기업에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및 노동 관련 규제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정보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정부 서버 깊숙이 저장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올해가 ESG 경영 확산의 원년"이라며 축사를 하고 있다. 2021.3.31ⓒ뉴스1

기업이 유발하는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와 노동권 등 사회문제에 관련된 정보는 단순한 기업의 영업비밀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공성과 밀접한 정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정부는 기업 입장의 유불리를 떠나 이러한 성격의 정보를 국민 모두 알 수 있도록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단순히 문제의 발견이 아닌,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에 대한 출발이다. 때문에 ESG 경영에 있어 기업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는 필수이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확인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 전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ESG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연금과 같은 공공기관의 ESG 평가 요소에도 기업의 정보공개를 주요한 평가 요소로 두어 보다 적극적인 기업의 정보공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해당 칼럼은 민중의소리 [공개사유]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월, 2021/04/2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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