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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카풀-타다금지법 철회하고 진정한 노동자성 보호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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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카풀-타다금지법 철회하고 진정한 노동자성 보호를 요구한다

admin | 목, 2020/02/20- 00:23

정부는 택시기사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타다를 법으로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부가 진정으로 운수노동자들의 후생 또는 저소득층의 경제활동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노동자성을 보장해주는 법을 통과시키는 한편, 더 많은 서민층이 운수업에 참여하여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다금지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타다금지법의 논리적 근거였던 우버금지법, 카풀금지법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타다금지법’은 단순히 기존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뿌리뽑는 조직적인 입법활동의 표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타다는 스스로를 “새로운 이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일상 속 이동이 필요할 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타다는 평소 택시 탑승이 어려웠던 단체 승객이나 거동이 불편한 승객에게 택시의 좋은 대체재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 제1호 바의 예외규정을 활용하여 승차정원 11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여 운전자를 알선하는 형태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였다. 국토교통부마저 “불특정 다수를 태우고 1인당 운임을 정하는 등 사실상 운송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령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1년이 경과하고 사용자가 130만 명에 달하자, 타다금지법이 발의되었고 며칠 후 검찰은 타다 운영을 불법으로 보아 대표를 기소했다. 

국회는 타다금지법 이전에도 플랫폼 산업을 주도적으로 말살해왔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혁신성장이 강조되어왔지만 달라진 것 없이 국회는 꾸준하게 이와 상반되는 입법을 계속 시도 중이다. 플랫폼운송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버가 2013년 8월 한국시장에 들어온 후 약 1년이 지났을 무렵 일명 ‘우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개정입법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우버를 ‘불법’으로 미리 규정짓고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보아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거대 자본을 가진 국제 기업이 국내 여객운수업 시장질서를 훼손시킨다는 명분과 함께 우버는 국내에서 ‘불법’인 사업으로 인식되었고, 2015년 한국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거대 자본’을 수반한 ‘불법’적인 택시 운송이 아닌 ‘카풀’의 경우에는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2017년 12월 스마트폰 앱으로 카풀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을 역시 ‘불법 유상운송 알선행위’로 보아 택시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개정입법이 제안되었고,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만 카풀이 가능하다는 개정법(실상 ‘카풀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풀러스, 럭시를 비롯해 우버셰어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날개를 펴보기 전 실질적으로 영업종료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택시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플랫폼운송’, ‘공유 경제’, ‘휴대폰 앱’을 활용한 혁신적인 시도가 이루어질 때마다 이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금지하는 것이 국회의 뚜렷한 입법패턴이었다. 새로운 산업이 도약하면 기존 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비단 운송업계만의 특징이 아님에도, 미래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통해 그저 기존 사회 질서를 현상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타다금지법 법안를 살펴보면 너무나도 낯익은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정부여당의 이와 같은 신산업 규제가 저소득층 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플랫폼을 금지하는 것은 플랫폼이용자들 즉 운전자들의 시장진입 자체를 막는 것이며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통신수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훨씬 더 많은 서민들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여 장기적으로는 불평등을 고착시킨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 기존 산업종사자 즉 택시운전사들의 후생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에도 맞지 않는다. 플랫폼들과 경합하는 택시운전사들은 그들대로 사납금제도의 질곡에서 신음하고 있다. 진정으로 택시운전자들의 후생이 걱정된다면 이들이 택시회사의 통제를 받는 노동자임에 착안하여, 노동계 전체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동자성’ 문제 즉 파견이나 하청을 통해 노동통제는 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피해왔던 문제를 해결하고 사납금도 더 이상의 유예나 예외 없이 폐지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 보호도 아니고 택시운전자 후생도 아니고 단순히 여객운수면허제의 강고한 틀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일까? 그러나 여객운수면허제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여객운수면허제는 여객운수시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시장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되는 숫자제한, 요금제한, 품질관리, 기사안전보호 등의 제도의 근간이 된다. 여객운수면허제의 그러한 필요성은 플랫폼을 통해 상당히 완화된다. 예를 들어, 숫자제한은 택시들의 손님 확보 경쟁이 발생시키는 혼잡이나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고 요금제한은 길거리에 서서 당장 움직여야 하는 손님의 열악한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문제들은 새로운 정보기술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며 여객운수면허제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 미국은 이들 플랫폼들을 법적으로 허용하면서도 AB5법이라는 노동자성보호법을 통해 한편으로 더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되도록 하는 한편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플랫폼 참여자들은 더 많은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누리도록 하는 일거양득의 정책효과를 내고 있다. 

기존 업계와 새로 도약하는 산업이 갈등을 빚을 때마다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법안 개정을 통해 신산업을 ‘불법’화하고 사회와 기술 변화를 막는 것이 지속가능한 해결 방안일까. 비단 운송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문제해결이 아닌 문제해소를 위한 이러한 접근법이 바람직한 것일까. 장기적으로 국민들을 위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때 그때 화두가 되는 새로운 플랫폼 사업의 규모가 커질 때마다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손쉬운 회피 방안이 아닐까. 

산업종사자와 소비자의 권익보호에 충실하고, 새로 도약하는 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오픈넷은 타다금지법을 반대하며 국회가 이러한 물음에 숙고를 거쳐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2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참고: 우버금지법, 카풀금지법, 타다금지법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관련 글]
[논평] 검찰은 타다 기소를 철회하라 - 차량공유 전면금지부터가 문제 (2019.11.18.)
우버 금지법을 금지하라 (슬로우뉴스 2015.04.29.)
[논평]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불법화하는 <우버 금지법>은 위헌적이며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2015.04.14.)
자원공유의 자유 (경향신문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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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의원은 2020년 12월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계약 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안번호: 2106370)을 발의하였다. 조문 자체는 ‘불합리’, ‘차별’을 금지한다는 미사여구로 이루어져 있으나 결국 입법취지와 조문구조를 살펴볼 때 ‘망이용료’를 법제화하는 세계유일의 법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입법시도는 망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의무에 대해 잘못된 정책적 시그널을 보내 최근 불거진 인터넷속도 과대광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속되는 망이용료 법제화 시도에 반대하며 이와 관련된 웨비나를 5월 18일 오후1시 30분에 개최할 예정이다. (웨비나 참가신청)

한국에서 쓰는 ‘망이용료’라는 개념 즉 망사업자가 콘텐츠제공자의 데이터를 망사업자의 고객들에게 전달한 대가를 콘텐츠제공자로부터 받는 ‘데이터전송료’로서의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실행된 바가 없다. 2012년에 유럽망사업자연합회가 데이터발신자가 데이터를 받아주는 망사업자에게 전송료를 내야 한다는 발신자종량제(Sending Party Network Pays)규칙의 입법을 국제통신기구(ITU)에 제안했다가 유럽통신규제기구(BEREC)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을 받고 포기한 바 있다(아래 발췌문).

[번역: <유럽통신규제기구의 2012년 유럽 망사업자의 발신자종량제 제안에 대한 답변> 인터넷 상호접속계약은 접속용량의 제공에 대한 것이지 여러 독립된 망사업자들을 횡단하는 데이터 흐름의 단대단 전송에 대한 것이 아니다. 과거 전화망의 음성 트래픽과 달리 데이터는 독점적으로 점유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하지 않으며,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특정 데이터 흐름의 성격이나 통행량을 특정하기도 불가능하다(그래서 그런 식으로 과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상호접속에 대한 과금은 상호접속지점에서 제공되는 용량에 비례해야 한다. 유럽망사업자연합회의 발신자종량제 제안은 인터넷의 분산화된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방식에 완전히 반한다. . . 개별 트래픽의 가치나 통행량에 비례한 과금은 현재 인터넷의 과금체계에 대한 과격한 일탈이다.]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 연방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명령(Open Internet Order)에서는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아래 발췌문). 

[번역: 미국연방통신위원회 2015년 망중립성 명령, <113문단> 마지막으로, 차단금지규칙은 브로드밴드 사업자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가통신사업자의 콘텐츠, 서비스 또는 앱이 브로드밴드 고객들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망중립성 명령은 트럼프 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에 의해 취소되었지만 망중립성을 수호하려는 주정부들에 의해 2018년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에 계승되었고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 금지 조항은 3101(a)(3)(A)에 계승되었다(아래 발췌문). 참고로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은 트럼프 정부 때 법무부의  소송합의에 의해 효력정지가 되었다가 바이든 정부 법무부가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현재 유효한 법이다.

[번역: 캘리포니아 2018년 망중립성법 – 캘리포니아 민법 3101조(a)항: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이용자들에게 인터넷트래픽을 전달하는 금전적 또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느 법조문에도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개념은 없었다. 단,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망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접속료를 발신자종량제의 형태로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2020년에는 서비스안정화의무법을 통해 콘텐츠제공자에게 데이터전송서비스를 안정화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2016년 시행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경우에도 입법취지에서 ‘망이용료’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1년에는 전혜숙 의원 법안에서 입법취지에서 ‘통신망 이용료’를 명시하면서 ‘통신망 이용 및 제공에 대한 계약’의 변경권한을 규정하였다.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처음 인정하려는 것은 물론 정부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 징수를 직접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도록 하였다. 

물론 모든 사인간의 계약은 정부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그런 권한의 화신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규제, 담합 예방, 소비자보호 등의 목적으로 계약관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혜숙 의원 법안은 정부가 나서서 망사업자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입법흐름과 전혜숙 의원 법안에 반대한다. 첫째,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재정적으로 감당해왔던 망중립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들의 자발적인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누군가 소유하면서 타인에게 이용권을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통신시스템이 아니다. 단지 모든 망사업자들이 서로 접속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이웃으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를 도착지에 가깝게 옆으로 한 칸 전달한다는 약속으로 뭉쳐져 있고 그 약속을 뒷배삼아 고객들에게도 접속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망사업자가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데이터사용량이 아니라 접속속도(용량)이고 망사업자가 해외의 상위망사업자로부터 구매해오는 것도 접속속도(용량)이다. 망사업자들이 전송료를 받게 되면 콘텐츠를 올린 사람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열람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해야 할 것이며 인터넷이 열어젖힌 표현의 자유의 세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 엄청난 전화비와 우표값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로 퇴보할 것이다. 

망사업자들의 광고비의 혜택을 받는 국내의 다수언론은 외국에서는 망사업자들이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망사업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지만 과거에 극소수에 있었다가 그마저도 거의 없어진 사례들로서 일반화할 수 없다. 특히 어떤 사례들은 전송료가 아닌 접속료를 내고 있는 것(paid peering 사례)으로서 망사업자와 실제 접속을 하는 콘텐츠제공자에게만 적용되고 종량제가 아닌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부가되었기 때문에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라고 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안정화의무법 및 전혜숙 의원 법안은 조문상 망사업자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콘텐츠제공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물론 망사업자간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이 콘텐츠제공자에게 전송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 인터넷이 열어젖힌 전송료 무료의 표현의 자유세상에 재를 뿌리는 것이다. 

둘째, 망사업자들은 이용자들과 계약한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책임을 이용자들에게 지고 있고 이를 위해 망설비를 증축할 책임이 있다. 망사업자들은 자신의 데이터센터에서 이용자들 단말까지의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의무도 있고 해외단말과의 접속에 대해서도 상위망사업자들과의 접속속도(용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발신자종량제-서비스안정화의무법-전혜숙의원법으로 이어지는 규제를 통해 마치 망사업자들이 망증축 재원을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만 허용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제로레이팅이 폭넓게 허용될 것처럼 홍보하여 망사업자들이 본연의 업무인 인터넷속도보장에 소홀히 하게 만들었다. 

전혜숙 의원 법안은 전 세계 어디에도 법제화하지 않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결국 망사업자들은 국내지역 망설비를 확충하여 광고속도를 보장할 의무에도, 상위 망사업자의 접속속도를 확보할 의무에도 소홀히 하게 될 것이며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의 메시지가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뿌려질 때마다 전송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2021년 5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콘텐츠]
망중립성 영상 1편 - 인터넷은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있는걸까?
망중립성 영상 2편 - 인터넷도 쓰는 만큼 돈을 내야 할까?
망중립성 영상 3편 - 망중립성은 왜 이슈가 되는걸까?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①]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②]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1] 5G폰 지금 사지 마세요 – 다같이 빨라져야 합니다
[2] 인터넷은 무료다 – 해외여행에서 만나는 망중립성
[3] 페이스북이 느려지면 누구 책임인가?
[4] 인터넷도 전기, 수도처럼 “쓴 만큼 내는 게” 옳지 않을까?
[5] ‘망이용료’도 없고 ‘역차별’도 없다
[6] 우리나라 인터넷접속료가 파리의 8배, 뉴욕의 5배?
수, 2021/05/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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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아티클19 및 SAFENET 포함 24개 국제 인권단체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포한 정보통신부령 “MR5”에 대한 반대 서한을 전달했다. MR5는 전자프런티어재단(EFF)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인터넷규제법 중에서 최악이라고 한다. (위 서한전달을 위한 교섭을 하는 도중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행일자를 5월 24일에서 6개월 연기하였다.)

MR5는 첫째, 인도네시아 내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국내외 플랫폼에 ‘금지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플랫폼이 차단되도록 하였다. 플랫폼 운영자에게 불법정보를 미리 차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플랫폼 운영자가 사전검열(prior censorship)이나 상시감시(general monitoring)를 하도록 강요하여 국제인권원칙의 하나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리에 반한다.

둘째, 위 ‘금지 콘텐츠’는 “공공의 동요와 무질서(public unrest or public disorder)를 촉발하는(causing) 모든 콘텐츠”로 정의되어 매우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다. ‘금지 콘텐츠’의 정의는 우리나라 기준에서 과잉금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모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합법적인 정보까지 차단한다.

셋째, 특히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가 특정 콘텐츠에 대해 “긴급”차단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내에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플랫폼 자체가 차단된다. 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플랫폼 운영자가 콘텐츠의 합법성에 무관하게 과잉차단을 하도록 한다.

넷째, 위 플랫폼들이 모두 사전등록을 하지 않으면 역시 플랫폼이 차단되도록 하였다. 전 세계에서 콘텐츠 제공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사전등록제는 플랫폼들의 운영권한을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 된다.

다섯째, 위 플랫폼들이 사전등록과 동시에 사용자 정보에 “직접 접근(direct access)” 권한을 정보통신부에 부여해야 하며 이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역시 플랫폼이 차단된다. 이와 같은 직접 접근은 아무런 근거 없이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허용하고 특히 영장과 같은 절차적 보호기제를 생략한다. 이는 오픈넷이 주도하여 500여 시민단체들이 연명한 통신감시에 대한 필수성 및 비례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1/06/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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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2019/7/19 공정경쟁과 데이터 세미나 토론문

공정경쟁을 위한 데이터현지화(data localization)가 화두이다. 그런데 데이터현지화 담론의 가장 큰 허점은 목적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목적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1) 규제상의 역차별” 완화 (2) “망이용료” 상의 역차별 완화 (3) 세법 상의 역차별 완화이다. 참고로 GDPR도 데이터현지화를 한정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자국민의 프라이버시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프라이버시가 개인정보보호수준이 낮은 나라로의 이전만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논의는 반드시 우리나라 안에 데이터를 둬야 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인터넷이 문명에게 준 선물은 힘없는 개인들도 정부나 기업과 같은 홍보력과 정보력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 홍보력과 정보력에는 외국문물로부터의 정보를 수집할 자유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홍보할 자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착신지의 다양성 뿐만 자신이 선택한 communication governance를 통해 통신할 자유도 포함하는 것인데 현재 데이터현지화의 대상이 되는 플랫폼업체들은 사실 자신의 데이터가 아니라 이용자들간의 소통을 mediate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를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알아보자. 

(1) “역외적용” 담론 마저도 일관되게 갈라파고스적

  “인터넷사업자는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사업자는 동일한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업자에게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여당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적반하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국내인터넷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무이하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다.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만 있으면 30일 동안 게시물을 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제도,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삭제차단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 우리 국민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로서 자본금 1억 이상이라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불법물을 사전차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조항들, 청소년의 합법적인 콘텐츠 접근을 막기 위해 실명제까지 하라는 청소년유해매체물실명제, 청소년유해물도 아닌 인터넷게임을 하려는 사람들도 실명확인을 하라는 인터넷게임실명제, 이들 실명제를 위한 온라인 상의 본인확인 방식도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고비용의 휴대폰본인확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강요하는 본인확인기관제도, PC방을 포함한 모든 스타트업들의 전용회선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는 발신자부담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모든 온라인결제와 행정민원 서명에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공인인증서제도, 밤12시부터 새벽6시 사이에 청소년을 잠을 자야 한다는 폭력적인 전제에 만들어진 게임셧다운제, 진실이나 감정표현도 불법물로 분류하여 매년 1만건 넘는 기소가 이루어지는 명예훼손/모욕죄 법규 등 수많은 제도들이 국내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이 법들이 우리나라에 공익적으로 좋은지 안좋은지를 지금 다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제들은 OECD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고 있으면 우리나라 인터넷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50년대에 법률로 유색인종들인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였는데 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들도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통 국가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든 규제에 대해 기업들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인터넷기업들에까지 그 제도를 적용해서 ‘평등한 규제환경’을 만들겠다는 특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부르면서 외국기업에 부담을 돌리려 하는가? 갈라파고스제도로 사고를 쳐놓고 갈라파고스적인 해법을 내놓는 형국이다. 

(2) “망이용료” 상의 역차별

  “망이용료”라는 말 자체가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외국업체들은 국내이용자와의 접속(하늘색 루트)만 구매하는 것이고 – 반드시 외국업체가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망사업자가 외국업체의 정보를 중앙의 핑크색루트를 통해서 받을 경우 너무 많은 양의 접속(transit)용량을 상위 ISP로부터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망사업자의 필요에 의해서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그러니 무료거래도 발생하는 것)이고 – 국내망사업자들은 전세계 단말들과의 접속루트(핑크색 루트 전체)를 구매하는 것이다. 한쪽은 캐시서버 접속료이고 한쪽은 전체 인터넷에 대한 접속료이다. 당연히 역차별을 논의할 수 없다. 외국단말과의 통행량이 적어도 (“2.6%”, 2019.11.10. 인터넷상생협 토론회 중 SK 윤세은 상무 발언)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작은 통행량이라도 그것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그 인터넷업체들을 회피할 것이다.

(3) 세법 상의 역차별 완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이 해외CP들이 국내에서 콘텐츠를 팔 경우 이에 대해 세금을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차가 미국에서 차가 팔린다고 해서 미국국세청이 중국제조업체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가?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디지털무역은 디지털콘텐츠를 해외에 파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디지털콘텐츠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다. 이에 따라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 콘텐츠 등의 사본을 이용자들이 자신의 PC를 통해 받아보는 방식으로 디지털무역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는 것은 아니며 이들이 콘텐츠를 주의(attention)을 제공하고 콘텐츠 업자는 이 주의를 이용자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생각하는 광고주들에게 팔아서 현금화함으로써 디지털무역이 완성된다.

  이에 대해서 소득세과세를 하고 싶다면 소득세의 기본원리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국제적 논의를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과 분리되어서 세법 상의 역차별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수, 2019/11/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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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유럽사법재판소는 프랑스 내의 인물이 요청하고 프랑스 개인정보보호기구가 검색엔진에 명령한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가 유럽연합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결과에는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였다(Case C-507/17 Google LLC, successor in law to Google INC. v Commission nationale de l’informatique et des libertés(CNIL)).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6년 위 소송에 이해관계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아티클 19(Article 19),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전자개척자재단(Electronic Frontiers Foundation, EFF) 등 총 6개 단체의 명의로 제출한 바 있으며, 그 의견서의 취지가 유럽사법재판소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

법원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유럽연합 내 … 사람에 대한 링크에 유럽연합 외부의 이용자들이 접근권을 가지면 유럽연합 내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즉각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상당하고, 따라서 세계적으로 검색배제를 하는 것이 완전한 방법이겠지만, 수많은 제3국가들은 검색배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를 접근하고 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고, 사회에서의 기능과 관련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비례성 원칙에 따라 다른 기본권들과의 관계에서 균형잡혀야” 하며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 보호와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자유권(freedom of information) 사이의 균형은 세계 여러 곳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현재로서는 유럽연합법 아래 검색배제명령을 받은 … 검색엔진 운영자가 검색엔진의 모든 (국가) 버전에서(예를 들어, 프랑스 당국의 명령을 google.com에서 – 편집자) 이러한 검색배제를 수행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유럽연합법은 검색엔진 운영자가 모든 회원국의 검색엔진 각 버전에서 검색배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 회원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유럽연합 외부의 검색엔진 버전을 통해 해당 링크에 대한 접근권을 단념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 회원국의 법원에게 달려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유럽연합법이 현재 검색배제가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수행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동시에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회원국의 관계자들은 국가적 기본권에 대한 자국의 기준에 따라 정보대상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자유권을 비교형량하여, 적절한 경우 검색엔진의 운영자에게 그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검색배제할 것으로 강화할 권한이 있다”고도 하였다. 

개인정보보호권은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윤리적 평가를 어느 만큼 허용할 것인가라는 고도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판단을 요하는 문제로서 다른 인권들과 달리 사회적 논의로 남겨지는 영역이 크다. 오픈넷은 캐나다법 하의 상표권 침해에 따른 검색배제조치가 캐나다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에도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다룬 Google Inc. v. Equustek Solutions Inc. 2017 SCC 34 사건에도 아티클 19,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이해관계자 의견서에 참여하였으나 여기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잊힐 권리와 상표권에 대한 보편타당성에 대해서는 국제법조계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정보자유권 즉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에 대해 우리나라 내에서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란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검색결과에서 그 사람이 타인들의 기억으로부터 잊히기 원하는 사실들을 담은 웹페이지 링크들을 제외하는 조치를 말한다. 오픈넷은 “잊힐 권리” 보호조치가 명예를 훼손하지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합법적인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에 타인이 접근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사람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며, 과거의 사소한 언행 때문에 부당하게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 검색배제조치 신청인의 욕구 해소에도 도리어 해가 된다는 취지에서 반대해왔다(관련 논평 아래 [관련 글] 참조).

2019년 10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알권리와 잊힐 권리 (시사IN 2017.11.13.)
유럽이 틀렸다 | ‘잊힐 권리’ 법제정이 위험한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6.04.28.)
[논평] 방통위 ‘잊혀질 권리’ 제정에 반대하며 (2016.03.15.)
“잊혀질 권리”라는 이름의 사상통제 (경향신문 2014.06.09.)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과하면 독이 된다 (슬로우뉴스 2014.07.24.)
개인정보소유권 이야기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자 (경향신문 2014.07.15.)
수, 2019/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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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인정한 최초의 결정이라는 데 의의

정부는 위헌 의견 취지 존중하여 제도 개선 노력 필요

지난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2017년 11월 1일 청구인 두 명을 대리해 청구한 휴대폰 실명제 헌법소원에 대해 7: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7헌마1209). 오픈넷은 휴대폰 실명제가 익명 통신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함을 인정하면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정부는 헌법재판관 2인의 위헌 의견을 존중하여 휴대폰 실명제의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제3항 및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6은 휴대전화 통신계약을 체결할 때 전기통신사업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해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헌법재판소는 ‘휴대전화 가입 본인확인제’라고 했으나 여기서는 ‘휴대폰 실명제’라고 한다). 휴대폰 실명제는 2014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되었고, 그 이전에는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정한 이용약관에 가입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져 왔다. 이후 ‘휴대전화 개통 사기’나 대포폰에 의한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계속 증가하자, 2014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대포폰의 유상 구매와 유통을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도입함과 동시에 휴대폰 실명제도 도입한 것이다.

오픈넷이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취지는 1) 휴대폰 실명제가 익명 통신을 전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므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2) 통신기기와 이용자의 실제 신원이 예외 없이 강제적으로 연계됨으로써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인에 의한 감시 가능성을 키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3) 전기통신사업자가 계약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무조건 수집해야 하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실명제의 도입의 주요 목적은 대포폰에 의한 범죄 예방인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SIM카드 등록제를 도입한 멕시코는 3년 만에 폐지했으며,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는 SIM카드 등록제의 도입을 검토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GSMA, The Mandatory Registration of Prepaid SIM Card Users, November 2013). 게다가 한국의 경우처럼 아무런 예외도 두지 않은 전면적 실명제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써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휴대폰 실명제가 “가입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제공·이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며, “‘통신수단의 자유로운 이용’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는 상태로 통신수단을 이용할 자유, 즉 통신수단의 익명성 보장도 포함”되므로 “익명으로 통신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통신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여 익명 통신의 자유를 제한함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단지 선불폰이 범죄에 이용되는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필수적이지 않은 선불 이용제 계약의 경우에도 본인확인제를 예외 없이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시했다. 그리고 휴대폰 실명제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되 보관하지 않는 일회적 이용에 그치도록 하고 있고 현재 개인정보보호 법제 및 관행의 개선으로 적절한 통제장치를 둠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는 이동통신사들이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의 예외인 본인확인기관으로서 이미 거의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보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유출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집적될수록 유출 위험은 높아지고, 한 번 유출된 이후에는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지켜봐왔다. 그럼에도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들은 건재하고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집단소송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유명무실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 번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익명 통신의 자유 제한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등 국가기관이 휴대폰 실명제로 인하여 “통신의 내용과 이용 상황에 관한 정보(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며,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언제나 실제 통신 당사자와 일치할 것을 전제하지도 않는다”고 설시했는데, 그렇다면 범죄 예방과 수사의 편의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부정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 표현에 대한 제한효과가 중대한 반면, 휴대폰 실명제가 “통신의 자유에 끼치는 위축효과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정도로 심각하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고 직접 대면을 하는 현재 상황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통신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특정한 당사자들 간에 일대일로 연결되는 매체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밀한 영역에서의 사생활을 형성하는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용될 경우 통신의 당사자에게조차 큰 해악을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어 양면성을 띤다”고 하면서 익명의 발신자에 의해 수신자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피해의 대상에 놓일 위험이 있고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다고 보았다. 하지만 다수의견이 인정한대로 1대1 통신이 내밀한 사생활임을 고려한다면, 소수의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그런 내밀한 프라이버시 영역에서까지 우리 모두가 양보를 해야 하는지, 우리 중의 극소수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의 비밀을 보호받지 못하고 우리 모두의 신원이 밝혀져야 한다는 논리가 과잉하지 않은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재판관 이석태와 김기영은 위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으며, 오픈넷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반대의견은 “차명휴대전화 또는 익명휴대전화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언제나 범죄의 목적을 가지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아니하고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자의 취재원 보호,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 유지, 내부고발자, 인권활동가, 목격자 등의 보호, 개인정보 유출 우려, 불법 도청·감청으로 인한 피해 방지 등의 다양한 사유가 존재할 수 있다. 요컨대 익명통신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것이므로, 차명휴대전화 또는 익명휴대전화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부터 부정했다. 그리고 선불요금제의 경우 명의도용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으며, “범죄는 여러 가지 동기에 의하여 다양한 행위태양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차명휴대전화나 익명휴대전화가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흉기와 같이 그 자체로 법익 침해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고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에도 치밀한 사전계획에 입각하여 발신번호 변작 및 사업자를 수차례 경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휴대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실효성이 있는 수단도 아니라고 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개인식별번호에서 더 나아가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개인에 관한 정보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구축되고 그 번호를 통해 또 다른 개인정보와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개인에 대한 통합관리의 위험성을 높이고, 종국적으로는 모든 영역에서 개인을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용을 제한할 필요성은 여타의 개인정보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 그런데 휴대폰 실명제는 원칙적으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의 이용을 강제하는 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익명성은 타인에게 노출될 위험 없이 통신을 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 영역을 형성하는 기능을 갖는다. 현대사회에서 익명통신은 이용자가 자신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소수의 수단들 중 하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럼에도 휴대폰 실명제는 익명으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여 그 제한이 중대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미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나 대포폰을 이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 다수 존재하고, 대포폰 제공이나 전화번호 변작 등 범죄를 범하기 위한 수단적 행위들 또한 형사처벌을 통하여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으며, “범인의 은폐시도에 따른 특정의 어려움은 범인 검거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서 일반적인 수사기법에 의하여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지(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참조), 범죄와 무관하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들의 신원 확인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휴대폰 실명제는 “모든 국민에 대하여 이용자의 추적이 가능한 통신을 이용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반대의견의 취지를 숙고하여 휴대폰 실명제의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픈넷은 2012년 사망선고를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포함해(그러나 공공기관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 등 우리나라에만 존재했고 존재하는 각종 실명제가 익명으로 표현하거나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시민들의 표현 및 통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며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본인확인을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보관을 강제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감시를 쉽게 만든다고 본다. 앞으로도 오픈넷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굴하지 않고 실명제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지될 때까지 대중 캠페인, 입법 운동, 소송 등을 통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첨부. [2017헌마1209 소송 기록]

2019년 11월 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오픈넷, 익명 통신의 자유·프라이버시·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하는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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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9/11/0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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