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오후 2시,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는 한남동 677-1에 위치한 한남근린공원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용산구 의회에서 개최한 이번 토론회에 서울환경연합은 한남근린공원 보전을 위한 시민사회의 대응 방안에 대한 토론으로 참석을 하였습니다.
본격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전, 한남근린공원에 대한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남근린공원은 1940년 3월 12일, 총독부 고시를 통해 지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근린공원 중 하나입니다. 당시 함께 지정된 공원은 삼청공원, 남산공원, 인왕공원 등이 있지요. 당시 한남동 인근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근 시민들의 보건과 생활환경 보전이라는 목적을 띠고 지정된 한남공원은 전쟁의 막바지에 달해 있던 당시, 결국 조성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이후에는 미군에게 국가적 목적을 띠고 장기간 임대되는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79년째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하고 오늘날에 다다른 것이죠.
공원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공원이 있습니다. 바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이지요. 센트럴 파크는 뉴욕 시민들의 보건과 생활환경 향상을 위해 계획되고 설치된 공원입니다. 오늘날 대부분 공원의 모티브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센트럴 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평지형 공원이라는 것인데요. 이 한남근린공원이 바로 도심 속 금싸라기 땅 한가운데 위치한 평지형 공원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도시공원들이 산지형이고, 이에 많은 시민들이 공원에 갔을 때 공원이라기보단 산이라고 인식을 한다는 점에서, 28000제곱 미터 규모의 평지형 공원이 시가지 한가운데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기도 합니다. 평지형 공원은 산지형 공원에 비해 더욱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접근성도 뛰어나기 때문이죠.
위 사진은 한남근린공원의 전경입니다. 용산에 주둔하던 미군 가족들의 숙소로 이용되어 왔기에, 그들을 위한 운동시설들이 설치되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요. 이런 한남근린공원이 지금까지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데에는 공원을 관할하고 조성해야 할 자치구에서 마음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었던 배경이 있습니다. 수년간 국가적 목적을 띠고 이용되어 왔기 때문인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2015년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자동실효가 적용되던 시점에서 도시공원일몰제를 이용하여 시세차익, 혹은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부영건설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하였고, 현재 그 야망이 실현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남근린공원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의도 뜨거웠습니다. 장기간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되던 땅이었기에 인근 주민들도 해당 부지가 마땅히 공원으로 조성되어야 했을 곳이 아닌 미군 부지로만 알고 있었지만, 모두에게 사랑받을 평지형 공원 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이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마음 한뜻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죠.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남근린공원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서울시 공원 조성과 실효 대응 팀의 이용남 팀장님과, 용산구 공원녹지과의 문근식 과장님, 전 서울시립대학교 연구교수이신 박문호 교수님과 서울환경연합의 최영 활동가가 토론으로 참여하였고, 국토환경연구원의 이현정 연구원께서 한남공원과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기조 발제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현정 연구원님의 발제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서울 평균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11.4제곱 미터인 것에 반해 용산구의 일 인당 공원면적은 3.2제곱 미터로 현저히 저조하며, 그중에서도 한남동 인근에는 걸어서 10분 안에 찾을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으로 남산과 둔지산, 매봉산과 한강에 둘러싸인 모습이지만, 진작부터 시가지로 개발되었던 한남동 인근에는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 따로 없다는 것이죠.
이후 서울시와 용산구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시의 방침에 따라 50%의 보상 비용을 매칭하고 있으며, 나머지 50%는 용산구에서 감당해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보상 방안(지구 관리 계획 등)을 검토하는 중에 있다고 토론하였고, 용산구에서는 한남근린공원 조성을 위한 예산이 구정 예산의 30%가량에 가깝다며, 기초 자치단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님을 호소하며, 서울시가 역사성 등을 고려하여 보다 더 책임을 많이 져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도시공원에 대해 두말할 필요 없는 전문가이신 박문호 교수님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한남공원이 평지형 공원임을 강조하시며, 용산구에서도 지방채 등의 여러 대안들을 강구해서 공원을 매입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후 서울환경연합의 최영활동가도, 한남공원이 평지형 공원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은 저명한 일이고, 인근 주민들의 건강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한남공원이 역할할 부분이 많다며, 굉장히 공원 조성의 잠재력이 깃든 한남공원은 반드시 조성되어야 한다고 토론하였습니다.
여기서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남근린공원의 그간 역사 중, 2015년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자동실효 시점이 다가올 당시, 용산구는 본디 한남공원을 포기할 생각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에서는 한남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시비와 국비를 최대한 많이 지원할 테니 공원 조성 계획을 고시하라는 공문을 하달하였고, 용산구가 계획을 고시함으로 한남공원의 자동실효 위기는 넘어가게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도시공원일몰제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지를 매입했던 부영 건설에서는 서울시의 공문 하달에 대해 가만히 있었으면 실효되었을 것을 억지로 막았다며 사유재산권 침해를 외치며 소송을 제기하였고, 3심에 걸친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서울시가 승소하며 오늘날까지 공원 부지가 실효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남근린공원의 15년도 지가는 1400억 정도 규모로, 당시에도 용산구는 공원 매입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비춰왔습니다. 허나 서울시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펼치며 용산구를 설득하였고, 공원 조성만을 앞두고 있는 현재 한남공원의 지가는 3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만약 시의 방침대로 50%씩을 매칭하여 공원을 조성한다면, 용산구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기존보다도 거대해져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이날 토론회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공원 조성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것임을 내비쳤고, 몇몇 분들께서는 적극적인 모금 의사까지도 밝혀주셨지요.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에서 최초로 지정된 도시공원이자, 서울 숲과 같이 주민들에게 반드시 사랑받게 될 한남근린공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마지막까지 주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풍부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서 정하여 보전하도록 하는 이 제도에 대해 내용을 찾아보다 보면, 자연환경을 체계적/효율적으로 보전하고 지역주민이 자율적으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태 · 경관보전지역이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야생생물보호구역이라던가 하천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구역과 같이 일정한 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보호 제도가 효율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동시에 지역의 관광자원처럼 소비되며 관리되는 체계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전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절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이 관리되는 체계와 인식 등에서 아쉬움이 조금 있다는 것뿐이지요.
지난 10월 20일, 제가 방문한 곳은 불암산에 있는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불암산 삼육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익히 알려진 이곳은 중부지방의 극상수종인 서어나무림의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인데요. 입구를 찾아 들어가고자 물어물어 찾아오다 보니 삼육대학교 정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문을 지나 쭉 올라가야 한다고 하네요.
절대 금연에 금주라고 하는데 이건 당연한 거고요.. 이륜차도 그렇다고 치는데 애완견 출입 금지는 조금 새롭습니다. 백사실 같은 경우 애완견 들의 대변이 물에 섞여들어가서 수질오염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해서 애완견 출입을 금지한 것 같지는 않고요. 이 생태경관보전지역 일대 공간을 삼육대학교의 일원들이 명상과 산책의 공간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 때문에 이런 행위들을 전부 금지한다 써 붙여 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뒤를 돌아서 지나온 길을 살펴봤습니다. 나무들이 참 높더군요. 사실 이 숲을 지나 화랑로를 건너면 바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입니다. 불암산에서 태릉과 강릉으로, 또 태강릉의 연지로 이어지던 이런 멋들어진 숲이 있던 자리를 밀어버리고 화랑로가 들어선 것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제명호를 향하던 중 흥미로운 것들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로 썩은 나무들이 한곳에 모아져 있는 것이었는데요.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저렇게 썩어있는 나무는 풍뎅이 등의 애벌레들에게 굉장히 좋은 먹이이자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저 나무를 갉아먹고 굴을 파 안에 자리를 잡고 겨울을 나는 것이죠.
걸음을 다시 옮기며 바닥을 살피다 보니 청설모가 있을만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도토리가 참 많이도 떨어져 있더군요. 여긴 괜찮은 것 같지만 보통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나물을 캐시거나 도토리나 밤을 주워가거나 하는 경우들이 꽤 많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이 숲에서 사는 야생동물들이 먹을 게 없어요.. 또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자연물들을 채취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기도 하고요.
청설모도 만나고 상수리나무도 만나고, 서어나무 군락도 지나 드디어 제명호에 다다랐습니다. 인공 호수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물이 썩 맑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경관적으로는 참 우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서양 쪽 영화에 나오는 시골 호수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던 중 이런 안내판(?)을 발견했습니다. 녹지활용계약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공원으로서 개방 한 시설이라는 내용인듯합니다. 녹지활용계약이란, 해당 자치단체의 장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녹지 확충을 위해 도시 안에서 환경성이나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토지의 소유자와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합니다. 해당 토지를 시민들에게 공공재로서 개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당 토지의 환경성을 유지하고 보존하고 이용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죠. 이런 녹지활용계약은 지난 7월 대규모 실효를 불러일으킨 도시공원일몰제의 대안 중 하나로도 언급되던 제도입니다. 녹지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도심지에서 공공녹지로서 활용 가능한 토지는 제한적이니 이런 방식으로 도심 안의 공공녹지를 확대하는 것은 좋은 것 같긴 합니다. 다만 보전이 우선되어야 할 생태계보전지역이 공원으로서 기능하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호숫가 바로 옆에는 이런 시설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태릉 유아숲 체험원이라고 하네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숲을 체험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써져있었는데, 전 이런 걸 볼 때마다 의문입니다..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서 미끄럼틀을 만들고 그네를 매달아서 숲에서 노는 방식을 단일화 시키는 느낌..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서 놀기 마련이라지만 ‘숲 체험원’이란 이름을 붙일 거라면 정말 아이들이 숲을 느낄 수 있고 또 숲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고민들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돌아 나오는 길, 청둥오리 한 쌍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있다는 것은 뭔가 이 호수에도 먹을 것이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청둥오리가 원래 도시에서 보기 쉬운 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이런 공원 둔치나 호수마다 청둥오리가 굉장히 많아진 것 같습니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점점 단일화되고 단순해지는 것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생태계보전지역들을 도시생태계의 보루로서 온전하게 남겨둘 수 있기 위한 노력들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을 찾았습니다. 현통사로 올라가는 길 바라보는 맞은편 인왕산의 모습 아래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백사실계곡이 주거지역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거지역이 가까우니 인근 주민들의 방문도 굉장히 잦은 편일 것이란 걸 유추할 수 있죠.
종로구 신영동에서 백사실 하류인 현통사로 올라가는 길의 모습입니다. 원래 이런 모습은 아니었는데 최근에 야자 매트가 깔렸습니다. 곳곳의 생태계보전지역에서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야자 매트인데, 다행이라면 계곡과 가까운 쪽에는 깔려있지 않다는 것일 겁니다. 이런 매트가 깔리는 대표적인 이유가 편안한 통행을 위해서라는 것인데, 생태계보전지역인 만큼 이런 불편함은 방문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백사실계곡은 조금 복잡합니다. 최상류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이 형성되어 있거든요.
현통사와 계곡 하단부의 모습입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며 수위는 많이 낮아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곡의 하단부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핵심 보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름철에는 물놀이를 하러 온다거나 하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통사보다도 아래쪽에서 꽤나 많은 양서류들이 산란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철이면 대부분이 산으로 갔을 때기도 하고 집중 산란시기에 비해 영향은 덜 가겠지만, 백사실계곡 안에서 살아가는 민물 어류들이나 물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홍제천의 어류들까지 생각하면 사람들이 와서 발을 담그고 음식을 먹고 하는 것들이 지역의 생태계에 좋은 영향은 아닐 거라는 생각입니다.
계곡으로 진입해보니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벌래 때문이었을까요 사면의 풀들을 거의 전부 예초한 모습입니다. 지금은 백사실계곡의 생물들이 대부분 월동을 준비할 시기이긴 하지만 갑자기 큰 변화를 맞이한 계곡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서터에 다다라서 보니 조금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백사실 생태 지킴이 분들의 모습이 안 보이네요? 계곡에 들어가지 말라는 걸 알려주는 목책(?), 금(?) 같은 것들이 새롭게 만들어져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대대적인 보수라도 하는 것인지..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별서터 못에 가득 차 있던 물이 다 사라졌습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득히 차있었는데 말이죠, 이제 이곳이 다시 꽉 찬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내년 장마철은 되어야 할 겁니다. 올해만 해도 꽤나 많은 무당개구리들이 이곳에 있는 걸 보았으니 내년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날이 날인지라 별다른 생물종들이 목격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백사실의 모습은 참 멋집니다. 앞서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간략하게 했었는데,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생태경관보전지역 중에는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보전해야 할 가치가 인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백사실계곡의 경우 뛰어난 생물상과 식생, 자연경관 등을 이유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허나 보전구역으로 지정돼서 좋은 일만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보전 지역으로서 지정되었기에 이 정도로 보전될 수 있었던 걸 수도 있지만, 보전 지역 지정 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방문객들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백사실의 생태계가 점점 시름을 앓기 시작했거든요. 불암산 삼육대 생태경관보전지역도, 백사실계곡도 우수한 임상과 경관, 식생 등을 앞으로도 길이 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전구역에 걸맞은 보호 수단들이 마련이 되고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구리사다리라는 말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지나가는 내용 정도로 언급을 했던 적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마 자세하게 알고 계신 분들은 없을 것 같은데요. 개구리사다리는 영국 로즈 디자인 서비스의 트레버 로즈 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도심지의 우수관이나 하수로 등에 빠져 올라오지 못하는 양서류들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다리입니다.
반영구적인 스테인리스 제질의 강판이 사다리의 몸통이 되고, 그 위를 ‘앵카 매트’라고 하는 나일론 계열의 그물이 덮습니다. 그리고 못 등을 이용해서 사다리를 고정만 해주면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없어 말라서 또는 얼어서 죽던 개구리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개구리사다리는 도심지의 양서류를 구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농경지 주변에서 설치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농수로가 흙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양서류는 물론 미꾸라지와 같은 수생생물들도 살고 있었다 합니다. 이런 소생물들이 살고 있으니 이들을 잡아먹는 상위 개체들도 자연히 많았고 생물다양성의 수준도 높았었습니다. 그러나 편의 등을 이유로 시멘트 농수로가 들어서고 난 뒤에는 이런 광경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논과 산을 오가며 살아가는 개구리들만이 가운데에 들어선 깊은 농수로에 빠져 탈출하지 못한 채 말라죽거나 얼어 죽는 일들이 늘어났을 뿐입니다. 이에 농수로에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여 이들이 무사히 서식지와 번식지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시작된 것이죠.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월 트레버 로즈 박사를 초빙해 진행했던 최초의 개구리사다리 워크숍 이후 경기도 연천, 서해 최북단 백령도 등지에서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는 활동에 참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한스자이델 재단과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강원도 고성으로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사다리를 설치하기 위해 고성의 농경지를 찾았습니다. 지역의 계장님과 반장님들도 참여해서 몇 가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시멘트 농수로의 특성상 매년 퇴적물을 걷어내는 준설을 진행하는데, 농수로의 바닥에 사다리가 닿는다면 준설과정에서 파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죠. 이에 강판을 잘라서 매트만 늘어뜨리는 형식, 강판도 매트도 걸리지 않도록 바닥과 거리를 두는 형식, 바닥까지 강판도 매트도 내려가도록 하는 세 가지 형식으로 설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설치 후 운영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할 위치에 대해서는 중국 난징 대학의 교수이자 양서류 전문가인 아마엘 볼체 교수가 짚어주었습니다. 양서류의 행동양식에 대해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가 선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설치하다 보니 배워가는 점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로 개구리의 시야에 대한 지점이 있었는데요. 산개구리류의 개구리들은 대부분 앞 밖에는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청개구리류의 개구리들은 대부분 위아래도 동시에 살핀다고 하네요.
설치가 완료된 개구리사다리의 모습입니다. 당일에 총 14개의 사다리를 설치할 수 있었고 개구리가 직접 사다리를 이용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참개구리 두 마리 정도가 농수로에 갇혀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조만간 긍정적인 모니터링 소식이 들려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금까지 접경 지역의 농수로를 중심으로 설치되어온 개구리사다리를 도심지의 우수관이나 도시공원의 사방시설과 같은 곳에도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 도심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도시생태계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톡톡히 역할하는 양서류의 안녕을 위해, 서울환경연합과 서울환경연합의 양서류 보호 활동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인왕산로(인왕스카이웨이)는 1968년 1월 21일 사태 이후로 청와대 일대의 경비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북악스카이웨이(1968.9.28. 개통)의 2차 확장도로입니다. 1969년에 착공하여 8개월 만에 개통되었죠. 당시 돈으로 무려 1억 2천3백만 원이 소요되었고, 도로를 놓기 위해 뚫어낸 암반만 10만 7천 세제곱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인왕산 생태계의 연결성을 파괴한 것이죠.
인왕산로는 서울시 소유의 ‘시도’입니다. 그러나 이는 행정적인 분류일 뿐이죠. 청와대 경호 강화와 수도 방위라는 군사적 목적을 띄고 만들어진 도로에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도로의 사용/운영/관리 등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건 수도방위사령부 그러니까 국방부였죠.
그런데 2017년부터 인왕산로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열린 청와대 방침에 따라 인왕산의 전 구간이 개방되었고 그에 따라 인왕산로에 있던 군초소와 시설들도 철수한 것입니다. 군사시설이 아닌 시민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죠.
등산객들 사이로 인왕산로를 통과하는 자동차
그러나 인왕산로는 여전히 차량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차량 통행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가 떡하니 남아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인왕산을 등산하기 위해 찾은 등산객들, 산책을 위해 인왕산을 찾은 지역주민들이 인왕산로를 꾸준히 지나다 보니 좁은 보행로에는 많은 사람이, 넓은 차도에는 적은 차량이 다니는 불합리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모두문화예술원,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장동서가와 같은 서촌 지역 주민단체들과 함께 차 없는 인왕산로를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제한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방부 등 인왕산로와 관련이 있는 기관들에 제안하였죠.
그러나 청와대 경호처는 “현재 경호처는 경호 목적상 인왕산로를 관할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방부와 수도방위사령부는 인왕산로는 ‘시도’라며 서울시로 답변을 이관했습니다. 서울시는 “해당 구간의 보행로에는 산책, 등산하는 분들이 다니지만, 군부대가 인접하고 있어 작전 차량, 비상차량 통행 등 시각을 다투는 국방 수행과 관련된 보안 · 긴급상황 등의 발생 가능성이 있기에 해당 지역은 차량 통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신 인왕산로를 이용하는 보행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해당 구청과 협의하여 안전사고 예방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시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왕산로에 차량 통행을 제한할 수 없는 이유는 시각을 다투는 국방 수행과 관련된 긴급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는 책임을 회피하며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 서울환경연합과 모두문화예술원, 서촌주거공간연구회와 장동서가는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차 없는 인왕산로를 제안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인왕산로 차량 통행 제한에 시민 서명을 전달하며 다시 한번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을 제안하였습니다. 물론 기존에 제안했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제안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을 일시 제한하고 보행자 중심 도로를 조성하자는 서울환경연합의 기본적인 취지에 동감한다는 국방부의 응답을 추가하여 서울시에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적으로라도 실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방부는 ●군 차량을 위해 별도의 차도 유지, ●차량 통제시설 설치 시 일시적 제거 권한 보장, ●군 차량 통행 보장내용 조례 반영 등을 조건으로 인왕산로의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에 동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난 6월 1일 기자회견 후기를 보셨다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차 없는 인왕산로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인왕산로 차 없는 거리 추진을 위해 관계 기관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8월 ~ 11월에는 주말 중으로 시범 운행을 해보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죠.
그러나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을 다시 한번 제안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질적인 변화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와대는 차 없는 거리 추진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나 자료가 확보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국방부는 군 차량 통행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단기간의 제한적인 시범운행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조례 재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인왕산로의 실제 교통량 정보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 서울시는 폭염으로 무더운 여름철에 교통량 조사를 진행하면 객관적인 데이터라고 보기 어려우니 가을철에 진행하면 어떨지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2050 온실가스 감축 전략’ 중 서울시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양은 무려 9.056천 톤 co2eq로 전체의 19.2%에 달합니다.
조례를 개정하는 것은 분명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교통량 조사도 객관적인 데이터 마련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지표, 자료도 당연히 필요하고요. 그러나 서울시에서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인왕산로와 같은 여건이 갖춰진 도로의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인왕산로에서는 차량 통행제한과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을 위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머지않아 올해중으로 시범운행이 진행될 수도 있죠. 그러나 단순히 이 길이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되는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교통문화와 그린인프라 이용방식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전환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울환경연합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백사실계곡이 자리한 북악산은 예로부터 궁궐의 북쪽에 자리한 ‘주산’으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관저인 청와대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기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음에도 시설 출입이 제한적인 곳이 많고 군부대가 늘 주둔하며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사진의 가운데 나무토막에 매달려 있는 무당개구리가 보이시나요? 서울시 보호종인 무당개구리는 비가 한차례 세차게 내린 후에 본격적인 산란을 시작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별서터는 대표적인 무당개구리의 산란장이지요. 별서터 연못에 물이 차있는 시기가 1년에 얼마 되지 않는데, 주변 방문객들로 인한 영향으로 산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듭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라 했었지요. 어찌 되었던 보전을 우선시해야 할 보전지역, 보호지역의 상류에 강성 자재를 이용하는 보수공사를 진행했다면, 그 영향은 어떤 방식으로던 아래의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시멘트 가루가 물에 희석되어 수질을 전체적으로 오염시켰을 것이고, 그로 인해 수생태계가 영향을 받고 양서류들의 생존도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불러왔겠지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을 관리하는 서울시 자연생태과와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실질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종로구 공원녹지과를 대상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서 강성 자재를 사용하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을 엄중하게 요구하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는 생각보다도 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약한 소생물들의 터전이 무너지면 그 위기가 우리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그리 먼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생물이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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