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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6] 2020년 보건의료 분야 예산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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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6] 2020년 보건의료 분야 예산안 분석

admin | 월, 2019/11/04- 20:05

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보건의료 분야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전체적인 평가

보건복지 분야 총예산은 82,820,291백만 원으로 전년대비 13.8%(10,031,721백만 원) 증가하였음. 보건 분야 예산은 12,973,891백만 원으로 11.7% 증가하였으며 이는 절대규모에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9.0%보다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남. 다만 보건복지 총지출 증가율과 사회복지 총지출 증가율보다는 낮은 것으로 확인됨.

 

보건산업 분야 예산은 전년대비 19.8%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이 삭감되었음에도 일반회계 분야 보건산업 관련 R&D 신규 사업이 대폭 확충되었기 때문임. 공공의료 정책 예산은 절대적 규모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세부사업을 살펴보면 공공의료와 관련된 예산이 삭감되거나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임.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법정지원금 20%에 약 1,955,468백만 원 부족한 예산만 편성한 것으로 확인되어 예산심의 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함.

 

<표 6-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보건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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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평가

보건산업정책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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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정책 사업 예산은 2019년 대비 19.8% 증가하여 539,500백만 원이 편성됨.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 예산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증가한 이유는 일반회계 분야 R&D 신규 사업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임.

 

보건산업정책 사업은 보건의료 관련 기술의 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으로 귀결되어야 함. 그러나 4차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를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사업 추진 목적이 공익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인지 의심이 듦. 또한 사업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사업에 대한 정당성, 합리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던 글로벌화장품육성인프라구축, 해외환자유치사업, 보건의료빅테이터플랫폼구축 등의 사업에 예산을 계속해서 편성하고 있음.

 

보건의료데이터와 관련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2,650백만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는데, 이는 2019년 6,225백만 원에서 3,575백만 원 삭감된 것임. 박근혜 정부 때 예산이 배정되었지만 최종심의에서 삭감된바 있음. 문제는 법적 근거가 없이 사업이 시행되고 있고, 민간기관에 민감정보인 개인의 건강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사업 추진의 신중성이 요구됨. 그럼에도 의료정보를 가공, 융합, 판매, 취합 사업의 예산이 대폭 확대되었음.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개발 사업’은 전년대비 112.9% 증가했고, 의료정보기반구축 및 융합지원, 의료기관 진료정보교류기반 구축 등은 신설되어 각각 1,353백만 원, 5,258백만 원이 배정되었음. 여기에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도 9,289백만 원 신설됨. 법적 근거도 없이 개인의 건강정보를 활용하기 이전에 윤리적,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선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해외환자유치지원사업은 전년대비 354백만 원 삭감된 9,708백만 원이 편성됨. 이미 필수의료와 관련해 해외환자의 진료는 인도주의적, 선진의료기술 보유의 입장에서 수행되고 있고, 피부미용, 성형 등의 수익성 해외환자 유치모델은 포화상태임. 이미 해외환자를 유치해 의료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은 한국의 현 경제적 수준과 의료시스템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해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함.

 

글로벌화장품육성인프라구축 사업은 작년대비 32.3% 삭감된 5,449백만 원이 편성되었음.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화장품 회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예산 사용 목적과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됨. 정부는 화장품의 글로벌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예산은 매년 삭감되고 있으며, 이는 사업 정당성의 불충분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 따라서 관련 사업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이에 따른 예산 삭감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임.

  

공공보건의료확충, 응급의료체계운영지원 사업

<표 6-3> 2020년 공공보건의료확충, 응급의료체계운영지원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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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거점 공공성 강화 사업은 2019년 113,449백만 원에서 2020년 126,420백만 원으로 11.4% 증가하였음. 정부는 작년 10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공공성 확대 및 공공의료 전환계획을 밝히며,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 의료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이를 정상적이고 양질의 의료제공이 가능한 공공의료 모델로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음. 2018년 거점병원 공공성 강화에 113,449백만 원을 책정하여, 사실상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데도 2019년 2,971백만 원만 증액했음. 예산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기능보강 사업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 실제 의료인력의 확충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예산으로 판단됨.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은 작년과 동일하게 2,900백만 원이 편성됨. 관련 예산은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 난민 및 그 자녀 등 의료취약 계층을 위한 것임. 2018년 3,301백만 원의 높은 예산집행률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2020년 예산은 2,900백만 원으로 삭감되어 편성함. 점차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 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련 예산을 현실에 맞게 증액할 필요가 있음.

 

응급환자미수금대지급 예산은 전년대비 402백만 원 삭감되어 3,614백만 원이 편성됨. 관련 사업은 의료비 부담능력이 없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대지급함으로써 의료비 때문에 치료는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임. 그간 집행률이 100%였지만 17년 이후로 대지급 지급 건수가 줄어들어 예산이 삭감되었음.

 

중증외상전문진료 체계구축 사업 2020년 예산은 전년보다 3,115백만 원 삭감된 61,463백만 원이 편성됨. 권역별로 외상센터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방 가능한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이 선진국의 5배가 높은 약 40% 정도나 됨.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외상진료 등과 같은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 부족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

 

건강보험

우리나라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의해 당해연도 예상수입액의 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음. 이에 2020년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일반회계 부분 예상수입액 639,260억 원의 14%인 8,949,640백만 원을 편성함. 국민건강증진기금 6%에 해당하는 금액은 3,835,560백만 원이지만 1,955,468백만 원 삭감한 1,880,092백만 원만 편성함. 이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지원금액이 당해연도 담배부담금 예산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 때문임. 결국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은 20%에 미치지 못하는 예산만 편성한 것으로 나타남.

 

국민건강증진기금 부칙 단서에 의해 6%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지 않은 부분은 법위반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 그러나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1989년 단일국민건강보험제도 시행 이후, 지역가입자들 중 저소득층의 보험재정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의 20%를 국고로 지원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임. 따라서 속히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과 2022년까지 유효한 국고보조의 한시적인 부칙 규정을 폐기하여 영구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함.

 

정부는 그간 법적 수준의 지원금을 매년 지원하지 않아 지난 13년 동안 국고 미지급금이 24조 5,000억 원에 달함. 제도의 도입 취지는 가입자의 급여비용 및 취약계층 보험료 경감 등을 지원함으로 국민의 의료이용의 보장을 위한 것으로 정부는 국고지원 미지급금을 부담해야 함. 나아가 국고지원의 수준을 현재보다 높여 국정과제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여야 함. 유럽 국가들의 국고보조는 네덜란드 55.0%, 프랑스는 52.2%이며, 일본도 38.8%, 대만 22.9%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턱없이 낮은 수준임.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뱃값에 포함되어 세수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목적은 국민건강증진법 제1조에 ‘국민에게 건강에 대한 가치와 책임의식을 함양하도록 건강에 관한 바른 지식을 보급하고 스스로 건강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증진함을 목적’ 밝히고 있음. 그러나 편성된 항목들을 살펴보면, 보건의료연구개발에 99,356백만 원, 한의약연구 및 기술개발 7,235백만 원, 질병관리연구 R&D 45,494백만 원 등 일반회계 성격의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여 시행하고 있음.

 

반면 국가건강검진사업은 9,301백만 원으로 2019년 10,419백만 원에서 1,118백만 원 삭감되었는데 운영비 예산이 삭감된 것에 기인함. 그러나 2020년 당초 예산 요구안이 10,419백만 원이었던 것을 삭감 조정한 것인데, 국가검진사업은 의료급여수급자에게 건강검진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안정적인 건강검진을 할 수 있도록 현실을 반영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또한 국가금연지원서비스는 전년대비 10.3%가 삭감되어 13,997백만 원이 배정됨.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자살예방 및 지역정신보건사업은 72,900백만 원에서 97,436백만 원으로 33.7% 증가함.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인프라 확충 등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임.

 

결론

2020년 건강보험 예상수입액 63조 9,260억 원 중 일반회계 14%에 해당하는 8조 9,496억 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 6% 3조 8,355억 원을 합한 12조 7,852억 원을 국고로 지원해야 함. 그러나 정부는 1조 9,554억 원 감액한 12조 6,297억 원만 편성하였는데 결국 법정 지원 20%에 미치지 못한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남. 실제 국민건강증진기금법에서의 법정 지급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법 위반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 따라서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법을 포함하여 국고지원 20% 이행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함.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부칙에 의해 국고지원을 2022년까지 한정적으로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 부분을 삭제하여 영구적으로 국가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함.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재정 확충의 필요가 요구되는 바, 공공재정의 역할을 위해 국고지원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음. 또한 현재 국고지원을 예상수입액으로 하다 보니 매년 부족분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후 사후정산을 하고 있지 않아 사후 정산을 하여 법정지원금을 충당하도록 해야 함.

 

보건산업 분야에 R&D 신규 사업이 증가하여 예산이 증액 편성되었음. 보건산업 분야는 보건의료 분야 기술을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 달성을 목적으로 두어야 함에도 사업의 정당성이나 합리성 부분에서 의심이 가는 사업들이 있음. 특히 정부는 보건 분야의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이 분명하여 의료 규제완화 등 의료를 영리화할 가능성이 농후한 사업들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음. 또한 국가 예산 투입이 필요 없는 사업에 여전히 예산이 편성되고 있어 관련하여 예산 삭감 등의 조정이 필요함.

 

공공보건정책 사업은 전년에 대비해 증가하였으나 보건산업 분야 예산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배정되고 있음.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응급환자미수금대지급, 국가재난의료체계운영,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구축, 고위험산모·신생아지원 등은 취약계층 지원이나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전년과 동일하거나 삭감되는 등 소극적인 예산편성을 하고 있음.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 정책 관련하여 적극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함.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목적과 취지에 맞지는 않는 보건산업 분야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문제로 보임. 따라서 공공의료와 관련된 사업에 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 시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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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K-방역의 성공은 또다른 개발국가의 모습이었는가

K-방역은 한때 국민적인 자부심과 같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작년 2월 중순에서 한 달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리는 텅텅 비었고, 외국에서 전해지는 한국인에 대한 격리조치와 입국금지 조치 소식에 국가적 자존감은 추락했으며 마스크 몇 장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은 극에 달하는 듯했다. 하지만 3월 중순부터 서구 유럽국가들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평소 선진국의 표상이라고 여겨졌던 국가들에서 전국적인 이동제한령(national luckdown)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초기 확산의 중심지였던 대구·경북에 대해 봉쇄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당 대변인이 사퇴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예 전국을 봉쇄하는 나라들을 보게 된 것이다. 마스크 구매 5부제로 마스크 수급도 안정을 찾으면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대응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러한 K-방역의 성공은 이어진 4월 총선에서 여당에게 180석이라는 역사적 대승을 안겨주었다. 그러자 정부정책에서 K-방역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수록 문제는 더이상 감염병에만 있지 않았다. 감염병으로 초래된 사회경제적인 위기 징후들은 곳곳에서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감염병의 진정과 확산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은 위축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적 고립, 돌봄의 부담은 더욱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과 집단에 집중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K-방역의 그늘 아래, 이로 인한 희생과 비용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 개개인에게 방치되고 있다.

 

이제 백신이 보급된다고는 하지만 지속적인 변종의 출현 등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은 점차 불투명한 희망이 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만큼 무조건적 방역 우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희생과 피해에 대한 지원 논의가 나올 때마다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분명 나라의 재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할 것인데 이러한 입장이 나올 때마다 국가의 재정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인가란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기실 이러한 정부의 모습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에 있어서 눈부신 성과를 경험했지만 그 과정에 발생하는 사회적 희생과 피해에는 늘 인색한 전형적인 개발국가의 모습이었다. 이는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민주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도 조금 나아지긴 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 결과가 급속하게 하락한 출생률과 불안정한 고용, 양극화 등 사회적 대가로 이어져도 이에 대한 대응은 늘 부분적이었고, 국민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재정 안정성의 걱정이 우선했다. 그로 인한 비용과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 취약한 개개인과 가족의 몫이었다.

 

성공적인 K-방역은 경제개발 영역이 아닌 사회정책적 대응의 우수성을 보여주었다고 여겨졌기에 개발국가를 벗어나는 전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기대가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방역이라는 국가적 최우선 과제아래 모든 정책과 대응이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취약한 사람들의 희생과 피해, 그리고 국가의 방조는 단지 개발의 자리를 방역이 대신한 것일 뿐이었던가 생각하게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성장률 방어에 성공하며, 빠른 경제수치의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더욱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삶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결국 방역도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보다는 경제성장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K-방역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의 명과 암을 다시 조망하면서 여성, 교육에서 나타난 문제와 과도한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문제를 짚어보았다. 최정은 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불평등한 코로나19의 사회적 피해를 살펴보고 그 취약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는 복지정책의 문제를 다루었다. 방역을 위한 정부조치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 보상문제를 앞장서 제시했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둘러싼 쟁점을 따져보았다.

 

 

물론 K-방역의 성공은 많은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방역에만 편중된 정책은 많은 삶을 저버렸다. 이제 코로나19는 미지의 공포라기보다는 앞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위험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초기의 공포와 이어진 선방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복기를 해볼 때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지금의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깊어가는 위기를 넘어서 도약과 극복의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수, 2021/06/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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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603" rel="nofollow">[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72호 |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기획주제 : K-방역의 공정성을 묻다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99" rel="nofollow">[기획1] 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 찾기│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96" rel="nofollow">[기획2] 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최정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전문연구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84" rel="nofollow">[기획3] 개인을 위한 국가인가? 국가를 위한 개인인가?│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동향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81" rel="nofollow">[동향1] 미얀마 사태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전은경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활동가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73" rel="nofollow">[동향2]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56" rel="nofollow">[동향3] 한부모기본소득을 제안한다 | 유지영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톡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43" rel="nofollow">[복지톡] “시민이 감시하는 예산” 나랏돈을 지켜보는 두 눈│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복지칼럼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5581" rel="nofollow">[복지칼럼] 이용자 중심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수, 2021/06/0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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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긴축과 민영화로 공공의료를 공격하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의료정책을 폈다. 대통령 자신이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 관련 사회 서비스 산업부로 봐야”한다고 했고, “복지는 돈 쓰는 문제가 아니고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켜 준시장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팬데믹이 한창인 5월에 집권했다. 한국 당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2~4월 초과사망자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직후였다1)긴축과 맞물린 방역 완화 때문이었지만 열악한 공공의료가 낳은 재앙이기도 했다. 향후 심각한 팬데믹이 더 빈번하게 닥쳐올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새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반대였다.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부터 공공병원 설립이나 인력확충이 아니라 ‘민간병원 육성’을, 국민건강보험은 보장성 강화가 아닌 ‘지출효율화’와 ‘재정관리 강화’를 내세웠다. 반면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완화,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제시했다.2) 이런 기조가 지난 1년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했고 생태와 경제 등 다중위기에 시민들의 생명을 근본에서 위협했다.

코로나19, 각자도생 강요하며 국가책임 방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혹독한 각자도생 정책을 추구했다. 집권하자마자 ‘긴축재정’을 표방하더니3)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범위를 축소하고 재택치료비 지원을 중단했다. 돈을 아껴 감염병 고통을 서민에게 전가한 것이었다. 이는 ‘숨은 감염자’를 더 많이 늘렸다. 격리의무는 유지하면서 생계지원이 줄어 진단검사를 회피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공식 확인된 확진자는 크게 늘지 않는데도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 응급실이 코로나19 의심환자들로 적체되는 등 의료가 마비되었다.

정부는 의료대응역량도 축소했다. 6월부터 전국의 모든 생활치료센터 문을 닫아 고시원이나 장애인시설에서 거주하는 확진자는 격리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보건소에 연락해도 “알아서 민간 숙소를 찾으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또 정부는 ‘자율입원’을 확대했다. 국가의 병상배정 책임을 스스로 면제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알아서 병상을 찾아야 했고 민간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입원거부를 해도 막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정부는 그간 전담병원에 보상했던 지원을 아꼈다. 행정과 재정을 축소한 긴축대응이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7월부터 6차 유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백경란 질병청장은 “국가 주도 방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개인의 자발적 방역 참여만을 강조했다. 시민들은 ‘질병구경청’, ‘국가 도주 방역’이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그 결과 8월에는 하루 사망자가 83명으로 급증해 100여 일 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정부는 “독감처럼 받아들이라”면서 “입원해도 할 게 없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하는 것도, 입원치료가 의미 없다는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정부는 국민과 제대로 위험소통을 하지 않으며 방역을 포기했다. 사망자 증가에도 “일희일비 않겠다”고 하는 등 국민들의 삶과 죽음에 무감각했다.

공공의료 공격하며 민간병원 배불리기

후보시절부터였다. 2021년 1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윤석열 선대위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모든 병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언론과 함께 “정부가 민간병원만 쥐어짜고 공공병원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마타도어에 나선 것이다. 실상은 10%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70∼80%를 치료하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진료를 제외하면 모든 병상이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반면 민간병원들은 돈벌이 진료를 멈추지 않으려고 고작 1.5~ 3% 정도의 병상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수언론과 윤석열 후보는 이런 민간병원 돈벌이를 비호하면서, 공공병원에 입원해 있는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내쫓으라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이 주장이 관철돼 이듬해 1월 초까지 80여 명의 저소득층,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부 쫓겨나게 되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 후 국립중앙의료원을 공격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사업비를 삭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한 1,050병상을 76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의 보루이자 공공의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2019년 25.9%에 달하고 응급, 중증외상, 감염병, 심뇌혈관 등 필수 중증 의료 중앙센터 역할도 한다. 이런 병원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적어도 1,000병상은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기재부는 615억 원을 더 쓰지 않아 상징적 국가 병원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부자와 기업들에게는 향후 5년 간 수십~수백조 원을 감세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민영화도 추진했다. 공공병원이 민간에 위탁되면 수익성 중심 의료행위를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은 역사적 경험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고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앞장섰다. 경북 포항·김천·안동의료원, 대구의료원, 서산의료원 등이 그 대상으로 언급되었고, 가장 우선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성남시의료원이었다. 경영이 어렵고 시 재정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성남시의료원 경영 문제는 지난 3년 코로나19 치료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성남시의료원 뿐 아니다. 많은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의사 인력, 진료건수, 수술건수, 필수진료과 개설률, 의료수익 등이 크게 감소했다.4) 윤석열 정부는 공익을 위해 나섰다가 위기에 처한 공공병원 재정을 책임지고 지원하기는커녕 이를 핑계로 민간위탁하려 한다. 성남시의료원은 그나마 노동조합들과 시민운동의 만만치 않은 저항 때문에 민간위탁이 잠시 멈춰지게 되었지만 불씨가 여전하다.

새로 설립하기로 약속되거나 예정되었던 공공병원들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제2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첫 유행지인 대구에 짓기로 전 시장이 약속도 했지만, 윤석열 정권 등장과 홍준표 새 시장 당선 직후 무산되었다. 광주와 울산에 지어질 지방의료원도 기재부가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갔는데 ‘경제성’ 평가에 발목을 잡힐 것이 우려되고 있다. 지방의료원이 하나도 없는 몇 안 되는 대도시들에도 이토록 공공병원 설립이 불투명한 것은 경제논리에 생명과 건강을 종속시키는 정부 기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내용은 공공기관 예산절감, 인력감축,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축소, 자산매각을 포함하는 민영화 종합세트였다.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립대병원 정원을 감축하려 했다. 공공병원 간호사를 비롯한 인력은 평소에도 늘 부족해 허덕이고 과로하다 사직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그런 부족한 인력으로 감당하며 피눈물을 쏟았는데도, 정부는 인력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냉혹하게 줄이려 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공동파업으로 맞섰다. 투쟁의 성과로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들 중 정원 감축 대상에서 예외가 된 두 기관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 1년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공격을 대중운동으로 막아낸 사실상 유일한 사례였다.

오랜 시장주의 의료정책이 누적된 결과, 한국의 필수의료는 지난 한 해 심각한 붕괴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이 발생했는데도 긴급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서 사망했다. 2023년도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10%대였다. 길병원은 전공의가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병동을 폐쇄해 충격을 줬는데, 연달아 여러 병원들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대로 정부는 수가 인상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는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료를 올려 95%가 민간인 병원수익만 올려줄 정책이다. 병원이 돈을 더 번다고 전문의 고용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지난 십수 년간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의 강화이지만, 정부는 불평등과 시장주의를 강화할 오답만 내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을 내놓는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과잉진료를 유발하여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기존 보장 항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MRI와 초음파를 재검토 사항의 예로 들었고, 본인부담 상한제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했으며,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5)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치에 맞지 않다. 우선 한국의 건강보험 지출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어 보장성이 낮은 것이 문제이지 ‘재정 건전성’을 운운하며 긴축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 국가가 지출하거나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이 OECD 평균의 약 1.5배 적고,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거나 본인부담 의료비로 지출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은 거꾸로 약 1.5배 많은 나라다. 공적 지출이 적어 개인 부담이 높은 것이다. 입원비 건강보험 보장성이 67%로 OECD 평균 87%보다 매우 부족한 것으로도 나타난다. 또 과잉진료의 원인은 정부가 주장하듯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라 민간 의료공급자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다. 한국은 일인당 의사 진찰 건수가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인데 이는 OECD가 행위별수가제 때문이라고 해설한 바 있다. 높은 보장성이 과잉진료를 낳는다면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유럽 국가들은 그 문제가 심각해야 할테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은 민간병원들이 무분별하게 병상을 늘리고 CT, MRI도 OECD 평균의 1.7배를 보유하면서 갑상선, 무릎, 척추 수술을 외국의 몇 배나 하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많은 것이다.6) 또 실손보험이 비급여 확대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병원과 보험을 통제하지 않고 불필요한 의약품·의료기기를 규제완화로 무분별하게 시장진입시켜 비급여를 양산하면서 과잉진료 책임을 환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의 태도이다. 이는 철저히 기업주들의 주문에 따른 정책으로,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공공부문의 기업 지출을 줄이고 민간의료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7)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개인의료정보 상품화

이렇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면서 정부가 애쓰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넓혀주고 나아가 직접 치료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의 정책은 영리회사의 의료행위를 금지한 한국 의료체계의 공적 안전망을 허물고 보험사에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다.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로부터 시작해 의료서비스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HMO)로 나아가는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12개 업체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을 부여했다. 여기에는 삼성생명 가입자 대상 서비스, KB손해보험 자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비의료’라는 건 말 뿐이고 사실상 민간보험을 중심으로 영리기업의 의료행위를 허용한다. 건강증진, 예방, 재활은 WHO가 규정한 일차보건의료의 일부이며 만성질환은 관리가 다름 아닌 치료다. 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민영보험사에게 만성질환은 ‘직접치료’ 목적으로도 허용하겠다고 했고, 사업범위는 ‘포괄적’으로 확대해주었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사가 만성질환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면서 병원을 알선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8)

민간보험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전자전송하는 정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험사들이 환자 보험금 지급을 편하게 해 더 많이 지급하려고 이 정책에 혈안일 리 없다. 실제로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80%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유하기 위한 것이다. 소액진료 뿐 아니라 공보험 진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정보를 전산화·표준화된 형태로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이 통과되면 환자들은 보험금 지급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더 적게 받게 될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어떻게든 환자 개인 건강정보, 의료정보를 수집해서 환자를 선별하고 등급을 매겨서 보험료에 차등을 두거나 보장범위를 줄이려 한다. 정부가 정말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을 늘리고 싶다면 보건당국이 나서서 보험사들의 최저 지급률을 법제화하면 된다. 카지노와 로또에도 최저 지급기준이 있는데 민간보험은 그런 하한도 없이 완전히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는 비급여를 양산하고 그 비용을 천정부지로 올리며, 과잉진료를 일으키는 실손보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충분히 올리면 애초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개인의 건강정보·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 등 영리기업에 제공하려는 규제완화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심평원의 가명정보가 민간 보험사들에게 팔려나간 일도 폭로된 바 있다.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개인 식별이 충분히 가능한 정보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가명정보의 기업활용을 더 용이하게 하도록 법도 만들려 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헬스케어법’을 통해서다. 이 법에는 개인의 실명 의료정보를 기업에게 넘기는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내용도 있다. 각자에게 자신의 정보 통제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클릭 한 번에 민감한 의료·건강정보를 기업에 통째로 넘길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의료 마이데이터’라고도 부른다. 온갖 군데 흩어진 정보를 한 번에 기업에 넘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질병청,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의료기관, 웨어러블기기 등에 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는 작업도 이미 해두었다. 현행 의료법은 아무리 개인이 동의하더라도 제3자에게 함부로 전자정보를 전송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기업과 개인 간 권력격차가 있는 사회에서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호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정부는 개인 정보인권에 대한 이런 안전장치를 허물어 기업 돈벌이를 장려하려 한다.

플랫폼 민영화 원격의료 추진, ‘혁신’이라는 신기루로 규제 완화

올해 상반기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의료민영화 하나를 꼽자면 원격의료일 것이다. 원격의료는 단순히 의료를 대면으로 하는지 비대면으로 하는지에 관련한 사안이 아니다. 비대면 의료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다는 명목으로 영리기업에 의료시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영리기업에 원격의료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나오미 클라인이 말한 ‘재난자본주의’의 보편적 재현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정부는 팬데믹을 맞아 영리기업에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그 결과 캐나다는 원래 의료를 공공에서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원칙의 붕괴를 경험했다. 의료서비스가 유료화되어 환자 부담이 늘었고 민간의료보험 적용대상이 되었다. 또 원격의료 제도는 공공 보건의료자금이 영리기업으로 흐르는 통로가 되었다. 과다청구도 늘었다. 공공적 무상의료하에서는 불필요했던 돈벌이 과다청구가 자행되었다. 기업이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다루니 유출 사건도 더 쉽게 발생했다.9)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반복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에도 이미 ‘닥터나우’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의약품 오남용과 과잉처방을 부추겼다. 전문의약품이 버젓이 광고되었고, 의약품 선택서비스가 제공됐으며, 탈모약·여드름약 ‘성지’ 병원들이 생겨났다. 95%가 민간의료기관이라 안 그래도 과잉진료와 과잉처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또 복지부 2차관은 플랫폼 돈벌이는 수가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에는 의료로 돈벌이를 할 수 없었던 자본들은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택시’와 마찬가지로 의료로 영리를 추구할 것이고 그러면서 의료 생태계 자체를 상업적으로 왜곡시킬 것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명목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다른 예는 의료기기·의약품 규제완화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기술에는 기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제대로 된 안전·효과 평가를 생략하거나 유예하는 방식을 채택하려 한다. 이런 디지털 예외주의(digital exceptionalism)는 세계적 추세이나, 한국은 결코 다른 나라들에 못지않다.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기술 같은 ‘혁신 의료기술’은 기존에 잠재성 같은 별도 기준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선진입-후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10) ‘혁신’이란 안전과 효과가 명확히 입증돼 시민들과 환자들에게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부는 단지 ‘새로운 것’이면 다 ‘혁신’이라는 엉터리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최근 과방위를 통과한 ‘인공지능산업육성법안’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의료기술에 대해 선진입-후평가를 허용했고,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논의될 ‘규제과학혁신법’은 식품·의료기기·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총망라해 ‘예외주의’를 실현하려는 내용이다. 이런 규제완화는 공통적으로 기업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마루타 삼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며

윤석열 정부는 겨우 집권한 지 만 1년이 됐을 뿐인데도 이처럼 공공의료를 공격하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전방위적이었다. 긴축과 민영화가 고통과 죽음을 낳는다는 연구와 저서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만, 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들이야말로 그 구체적인 현실의 표본들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강력한 사회운동의 부재다. 이 정부 4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반복될 팬데믹·기후 재난과 경제위기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겪을 재앙과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다. 연대와 저항이 실로 절실한 이유다. 


1) Our World in Data – Statistics and Research. Coronavirus(COVID-19)

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2022.5

3) 기획재정부,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2022.7

4) 이흥훈,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의 현황과 회복을 위한 과제, 공공보건의료 회복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토론회, 2022.9.26

5)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2022.12.8

6) OECD health at a Glance 2019

7)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새정부 정책 혁신과제, 2022.4

8) 보건복지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2차, 2022.9

9) Canadian Health Coalition, NUPGE report warns against privatization through virtual health care, 2022.1.26

10) 관계부처 합동,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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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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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사업 현황과 과제

 

이인재 한신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2004년 노동부·재정경제부 등의 관계부처가 참여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 주도의 부처별 노동시장 프로그램(재정을 통한 일자리 지원 사업)을 종합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더 뚜렷해져 가는 소득 및 노동시장의 양극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력 부족 및 고용문제 악화 등으로 인해 양산된 취업 취약계층에게 직·간접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등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역시 정부 주도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고, 저임금 및 자영업 중심의 열악한 취업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주체가 되는 Able 2010 프로젝트에 의거한 정책으로 2007년 시범사업 시행 후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현황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자리를 통해 사회참여를 확대시키고 소득보장을 지원하며 장애유형별 맞춤형 신규 일자리를 발굴, 보급하여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근로연계를 통한 장애인복지 실현 및 자립생활을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그동안 일자리 유형을 다양화 및 세분화하였고, 참여자의 일자리 확대를 통한 국가지원예산을 증액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시범사업은 2개 유형(장애인 복지 일자리 사업,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의 일자리와 1개 유형의 사업장(시각장애인 안마센터)을 지원하는 사업이었으나 2010년 사업장(시각장애인안마센터) 지원을 폐지하고 대신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파견하여 일자리 유형을 3개로 확대하는 정책 변경을 하였다. 이후 2014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은 명칭의 변경과 세부사업 확대 등의 재정립을 통해 기존 3개의 일자리 유형에 변화를 주었고 그 결과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 이 ‘일반형 일자리’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특화형 일자리’ 사업을 추가하여 세부 일자리 사업유형으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 사업을 신설하고 기존의 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 사업을 편입시켰다. 그리고 2017년에는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와 청년형(2017년 7월) 복지 일자리를 추가 신설·운영한바 있다. 2021년 현재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별 지원 개요는 다음 <표3-1>과 같다.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 및 참여제한 규정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시도해 왔다. 사업 유형은 일반형 일자리(전일제/시간제), 복지 일자리(참여형/특수교육-복지연계형), 특화형 일자리(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사업/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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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반형 일자리(전일제,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는 만 18세 이상의 등록 장애인이 사업대상이며,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전이를 위해 직업능력을 습득시키고 소득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고 근무 시간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로 구분된다. 전일제 일반형 일자리의 경우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으며 시간제는 2017년 처음 도입되었다. 일반형 일자리의 직무유형은 행정도우미, 전담지원 행정도우미, 복지서비스 지원요원, 직업재활시설 지원요원(시간제에 한함)이 있고, 특히 전담지원 행정도우미의 경우 기본적인 사무자동화 업무수행(문서 작성, 데이터 관리 등)이 가능한 자를 선발한다. 

 

② 복지 일자리

복지 일자리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장애유형별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보급하여 직업생활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직업경험을 지원하는 일자리로 참여 대상에 따라 참여형과 특수교육-복지연계형으로 구분된다. 참여형은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을, 특수교육-복지연계형은 전공과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복지 일자리의 직무는 대부분 업무보조나 단순, 반복적인 특성을 가진다. 세부 직무는 사무보조, 도서관 사서 보조, 우편물 분류, 영유아 돌봄, 문서파기, 홀몸 어르신 안부확인, 사회서비스사업 모니터링, 실버케어, 디앤디케어(D&D Care), 호텔객실 관리,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계도 및 홍보, 기부물품 관리, 세탁, 급식지원, 은행서비스, 안내, 어린이동화 구연, 환경정리, 버스청결 관리, 캠핑장 관리, 재래시장 관리, 농업․임업․어업, 교통약자 승하차 지원, 건강검진센터 지원, 대형서점 도서정리, 스포츠이용시설 안내, 반려동물 돌봄, 장난감 세척, 대형마트 매장정리 및 상품관리, 공공자전거 세척, 인식개선교육(보조) 강사, 이동보조기기, 분해 세척 및 소독, 템플스테이 업무 보조, 다회용품 세척 및 관리 등이다.

 

③ 특화형 일자리

특화형 일자리는 장애유형에 따라 구분되며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과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가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은 안마사 자격을 갖춘 미취업 시각장애인이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을 이용하는 어르신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이며,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는 요양보호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보조하는 일자리이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의 세부 직무는 식사 도와드리기, 이동(보행) 도와드리기, 말벗하기, 거주환경 청소하기, 심부름하기, 어르신 문제 상황 모니터링, 부식(간식 등)복용 도와드리기, 주변 정리하기, 프로그램 및 치료 진행 지원 등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직접일자리 사업 중앙부처·자치단체 합동지침(고용노동부)에 의해 최대 2년까지 연속 참여가 가능하다. 2년 연속 참여자의 경우 1년 참여 제한을 둔다. 하지만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자, 만 65세 이상인 자는 2년 이상의 연속 참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선발 기준을 세워 차등 점수를 주고 높은 점수를 받는 대상이 동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자격을 제한한다.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추진체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추진체계는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지방자치단체, 사업수행기관으로 구분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며, 관련 법령 및 제도에 관여하는 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일자리 전문관리직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현장 수행기관을 관리/지원하고 장애유형별 적합 일자리 및 배치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광역자치단계는 관할지역의 사업 추진 계획 수립 및 예산 지원을 수행기관별로 관리하고 점검, 평가한다. 또한 지역 특화 장애인 일자리 및 배치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수행기관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기관으로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전담하고 있지만 지역 내 장애인 유관시설 및 민간기관과 연계하여 사업을 위탁·관리하기도 한다. 사업수행기관은 참여자의 모집에서부터 선발, 교육, 직무 배치, 지역자원 연계, 배치기관 개발, 참여자의 일자리 전이 지원, 행정관리 등 사업 전반을 운영한다. 유사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인 자활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과 달리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정책 과제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인프라 강화  

장애인 일자리 지원인프라 강화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정책과제의 핵심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지원할 중앙단위 지원조직을 체계화하고, 기초단위에서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전문인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2007년 Able 2010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그동안 일자리 유형을 확대 및 세분화를 하였고, 2021년 현재 24,896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누적 참여 인원은 총 175,735명(2020.3월 기준)에 이른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성과 제고 등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수행체계 보완은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 민간영역의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차원의 장애인개발원, 광역차원의 장애인개발원 지역조직, 기초단위의 지원체계까지 기본 인프라가 보강되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일자리지원 전담인력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직무지도 등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유사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전담인력이 담당하는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인프라 강화는 선행연구들과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평가에서도 언제나 우선적으로 제안되는 내용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일자리정책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다루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고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성과제고 방안으로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지방정부는 재정 위기로 인해 사회서비스 공급을 민영화했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 영역에서 이를 지원하는 반관반민 조직들이 다양하게 성장했다. 즉 고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제공이 중앙정부의 전적 책임에서 중앙정부 중심으로 지방정부 및 민간의 다양한 관련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수행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민간 일자리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원인프라 개선은 필수적 전제가 된다. 민간 장애인 일자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복지기관 중심에서 시장혁신지향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새로운 사업수행기관으로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인프라로 사회적 경제조직을 포함하는 경우, 노동통합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활용안이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증진을 제도적 목적으로 하는 보건복지부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예비)사회적 기업 지정제도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건비 지원, 전문인력지원, 세제 혜택 등의 직접 지원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 직업재활 분야의 경우 (예비)사회적 기업 제도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신규 장애인 일자리 개발 및 표준화

장애인 일자리 확산을 위해서는 신규 장애인 일자리 개발 및 표준화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시장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의 표준화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사업 표준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검증된 사업들을 선정하여 이를 중앙단위에서 표준화하고 실질적인 확산을 지원하며,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 운영하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민간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경우, 개별수행기관에서 사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운영하는 경우는 노무관리, 세무관리는 물론이고 인허가 등 법적 문제까지 장애인복지실무자들에게 생소한 전문영역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비즈니스 관련 노하우가 부족하여 일자리 사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간 시장형 사업으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검증된 사업들을 선정하여 이를 중앙단위에서 표준화하고 실질적인 인큐베이팅 과정을 지원하며,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 운영하는 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정책 중 유사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인 자활사업과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도 신규 적합 일자리개발과 주요 사업의 표준화를 통해 사업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자활사업은 사업 초기에 간병 등 돌봄, 재활용, 청소용역 등 표준화 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수행기관을 확산하였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사업 초기인 2005년 공공부문 노인 적합형 전략 직종군으로 청사 및 공공건물 관리, 청사 안내 수위, 복지시설 지킴이, 공원 관리, 주정차 단속원, 학교폭력 지킴이, 산림보호 감시원, 식물재배원, 고향 지킴이, 노인체험관 운영, 물품분류원 등 11개 직종군을 선정한 바 있다. 11개 전략 직종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확대에 따라 청사 및 공공건물 관리, 공원 관리, 학교폭력 지킴이 등으로,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 사회적 가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복지정책의 재정특성에서 사회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운영과정과 운영주체들이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관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이인재 외,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평가연구, 사회서비스연구원, 2020).

 

첫째, 사회정책 차원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잔여적 복지특성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통합과 사회연대의 관점에서 장애인과 노동(일자리)의 기본가치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장애인소득보장을 위한 보충급여 이상의 사회적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 실천과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의 내부과정과 외부관계에 대한 사회적 가치 실천과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기본계획에서는 인권, 사회통합, 노동, 환경 등을 비롯한 13개의 하위 가치들이 있는데, 주어진 재정 및 정책의 기본 틀 속에서 사업운영의 내부과정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게 사업관리체계를 우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업 참여자 구성의 다양성, 작업장의 안전성과 작업과정의 환경가치 반영, 그리고 사업 참여자와 사업수행기관 간의 소통활성화 등이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 가치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핵심 영역 중심으로 중장기적 전략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13개의 모든 사회적 가치 영역을 동시에 추진하기보다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업 운영 지표들을 중심으로 단기적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이후 사회적 지지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과제를 정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전자와 관련해서 기본조건을 활성화하는 사업 운영 지표로서 참여자 수와 만족도, 참여자의 성별·지역별·장애유형별 다양성 지표, 안전사고지표, 참여자 노동조건 지표, 참여자의 소통과 참여지표 등에 대한 일관성 있는 측정 및 관리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사업 참여자들의 사회적 관계 혹은 사회적 연대와 관련된 사업운영 지표를 개발·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의 사회통합지표, 작업과정에서 환경친화적 혹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지표, 사회적 경제와 연계 지표, 지역사회와 관계 활성화 지표 등이 포함된다. 

 

금, 2021/07/0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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