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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납세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다고? - 핀란드의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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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납세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다고? - 핀란드의 11월 1일

admin | 토, 2019/11/02- 02:32



매년 11월 1일은 핀란드의 'National Jealousy Day'입니다. '질투의 날'이라니, 도대체 무슨 날이지? 하는 생각이 들죠? 이 날은 바로 핀란드 정부가 시민 개개인의 과세 데이터를 공개하는 날입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세금을 내는지, 얼마나 소득이 많은지 확인하면서 시민들이 '질투심'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질투의 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11월 1일 아침이 되면, 핀란드의 세무서 건물 앞에 언론인들이 기다랗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일찍부터 기자들이 몰려드는 것인데요, 핀란드 국세청은 이 날 전국 28곳 지방 세무서의 전용 PC를 통해 전국민의 과세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는 것은 '올 해의 부자'는 누구인지, 새롭게 인기를 얻은 연예인들은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정치인들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누구보다 빠르게 기사를 내보내기 위한 것이죠.

핀란드 헬싱키 세무서 앞에서 줄 서고 있는 기자들. (출처 - 뉴욕타임즈)

최근에는 '브롤 스타즈', '클래시 오브 클랜'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모바일게임 회사 '슈퍼셀'의 창업자들이 과세 랭킹 1위를 차지했는데, 한 해에 300억이 넘는 세금을 냈다고 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낸 세금을 공개한다니, 세금을 내면 당연히 소득도 공개되는 셈이니 이건 너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과세 정보를 개인정보로 보아 세기본법 제81조의 13에서 납세자의 과세정보에 대한 엄격한 비밀 유지 의무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를 비롯한 여러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시민의 과세 정보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과세정보 공개는 조세 행정의 신뢰를 높여 '높은 세금으로 이룬' 복지 국가를 유지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https://ourworldindata.org 에서 만든 유럽 각 국의 사회적 신뢰도 지도.

북유럽 국가들의 높은 사회적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핀란드에 살면서 탈세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원칙에 따라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하네요.  그뿐 아니라 과세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임금 격차가 완화되는 효과도 있다고 하구요.

많은 장점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개인의 과세정보 공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실시하여 36.7%로 OECD 최고 수준인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셩별 임금공시제도'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경영공시 항목에 '임직원의 성별 임금 현황'을 포함해야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올 해부터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실시한다고 하는데요, 조만간 발표될 공시 내용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과세정보 공개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LAB2050의 글, [북유럽 복지국가의 진짜 비결은 ‘소득공개’]를 참고하세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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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원문정보 공개율이 34.5%로 226개 기초지자체 중 225위였던 원주시, 2019년에는 원문정보공개율을 67%까지 두배 가까이 끌어올려 당당히 강원도 도내 18개 시군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높은 원문공개율의 비밀 속에 '꼼수'가 숨어있다는 것. 지역신문인 원주투데이가 원주시의 원문공개 문서 상당수가 문서 겉표지만 부분공개한 '빛 좋은 개살구' 라는 것 지적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기사 링크 : 행정정보공개 도내 1위, 꼼수였다)


이런 식으로 표지만 공개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간담회 건의사항 내용이 궁금한 시민은 결국 정보공개 청구를 할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사실 원문공개율을 끌어올려서 지표 성과를 좋게 만들기 위해, 문서의 표지만 부분공개하는 꼼수는 원주시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체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정보공개를 잘한다는 서울시 역시 84%가 넘는 원문공개율을 자랑하고 있으나, 실상을 따져보면 전체 문서 중 '부분공개'를 제외한 '공개문서'는 4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중 표지만 공개하고 있는 '꼼수 공개'가 얼마나 될지는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상당히 많은 문서들이 결재문서의 본문과 실질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첨부파일은 비공개 처리한 채 표지만 공개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재문서 공개율. 공개문서가 부분공개문서보다 더 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원문공개율'을 정보공개제도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은데요, 정보공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원문공개율을 높이려다 보니, 정작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은 비공개 처리하고 표지만 공개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원문공개율을 산정할 때 공개 + 부분공개 문서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공공기관의 정보를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보공개제도의 원 취지입니다. 원문공개란 그러한 취지에 맞도록 비공개할 근거가 없는 문서들을 시민들에게 바로 공개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정작 원문공개율이 평가의 지표로 자리잡으면서, 원문공개율을 높이기 위해 별다른 판단 없이 표지만 공개하는 부분공개 문서들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정보를 찾는 시민들에게 짜증만 유발하게 됩니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담당자들을 만날 때, 정보공개 정책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원문공개율'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히 이야기하곤 합니다. 정말로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잘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편리하게 정보공개 메뉴를 활용할 수 있을지, 정보공개 메뉴의 UI나 사전공개 정보들의 접근 용이성을 개선하는 것 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게시판 형태로 수백개의 사전공개 정보들을 나열해서, 정작 내가 살펴보고 싶은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게시판 페이지를 넘겨봐야 하는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은 꼭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원주시청 홈페이지 사전정보공개 메뉴. 행정의 용어를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은 게시판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야 원하는 정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표'를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제도를 개선하는 것, 모든 행정의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20년에는 좀 실질적인 변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화, 2019/12/3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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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가 매 달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매일 노동자가 죽는다. 6월 1일 오전 8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재 사업장에서 청소 작업하던 노동자가 경사로에서 떨어져 죽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44분, 충청남도 논산시의 개축 공사 현장에서 보강토 붕괴로 1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2일 오전 9시, 경상북도 고령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경사지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깔려 1명이 죽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인 6월 3일 오전 7시 반, 경기도 평택시의 건설현장에서 지게차에 부딪혀 깔린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렇게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사망사고 속보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에서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시 지체 없이 지방고용노동청에 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중대재해 보고가 접수되면, 고용노동청과 함께 산업안전감독 조사를 하고, 조사 내용에 따라 사망 사고 원인을 확인하여 사망사고 속보를 올리고 있다. 이 속보로 인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일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어느 기업에 고용되어 일했는지, 원청 기업의 이름이 무엇인지, 이후 어떤 조치가 취해졌고 안전관리가 미비했을 경우 책임은 제대로 물었는지는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평택항 고 이선호 사고 이후 6월 3일까지 안전보건공단 사망속보 ⓒ민중의소리

 

글의 처음에 언급한 울주군 추락사 노동자는 울주군청의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였다. 논산시의 건설현장에서 매몰되어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돼지 축사의 배수관을 공사하고 있었다. 고령군에서 차량에 깔린 노동자는 (주)우석건설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평택시 건설현장에서 지게차에 깔린 노동자는 삼성물산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어느 기업이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안전보건공단의 속보에서 살펴볼 수 없는 정보들은 노동문제에 그나마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소수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 가까스로 공개될 뿐이다.

 

왜 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속보에 기업의 이름은 빠질까?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었어도, 그 사업장 이름을 밝힐 법적 의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는 1년에 2인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했거나, 다른 사업장에 비해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사업장, 산재 사실을 은폐한 사업장들에 대해서만 사업장 이름과 발생 건수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도 원청 기업의 이름은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예방조치를 위반했을 경우에만 공개한다. 그 정보도 사망사고 속보처럼 상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1년에 한 번 공개하는데, 그것도 여러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2019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정보를 2021년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마저도 업종, 규모, 사업장명, 소재지, 사망자 수 등의 통계만 알 수 있을 뿐,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기업의 예방조치는 적절했는지,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등의 정보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다행히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망사고에 대한 새로운 공표 규정이 생겼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3조는 단 한 사람이 죽더라도 중대재해로 보아 해당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공개 대상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사업장의 이름이나 사고자 수 등만 달랑 공개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괄목할만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만 공표 대상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있는 것이다. 왜 ‘모든 중대재해’가 아니라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만 공표 대상으로 정해두었을까? 기업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데,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 사망사고가 일어난다면 기업의 명예가 억울하게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까? 그렇지만 사고 원인이 함께 공개되기 때문에 이런 억울한 상황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체 중대재해에 대해 정보를 공개한다면, 어느 기업에서, 어떤 직군에서, 왜 사망사고가 일어났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예방하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단서조항으로 인해 정보공개가 한없이 미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도 산재재해 발생 건수를 공표할 때, 원청의 법 위반 사실이 재판에서 확정된 이후에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재판이 한없이 길어지는 경우, 산업재해 사업장 공개도 덩달아 미뤄질 수밖에 없다. 2017년에 발생한 사고정보가 기나긴 재판을 거쳐 2021년에야 공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고에 대한 여론이 사그라들고 관심이 사라진 후에야 사건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공식적으로 공개된다는 뜻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개 경제단체장들과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6.03 ⓒ사진공동취재단

 

6월 3일 기업인들로 이뤄진 경제단체장들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임박하자, “중대재해처벌법이 과도하다”며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시행령을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과도하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었어도, 시민들은 여전히 어느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었는지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 매일 사고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듣고, “더 이상 죽이지 말라”며 입법 청원에 참여한 10만 명의 시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다. 곧 입법예고 될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중대산업재해의 공표 방법, 공표 기준, 공표 절차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 중대재해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시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인만큼, 중대재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들이 시민들에게 빠르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다.

수, 2021/06/0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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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공장들에서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노동자들에게 암, 백혈병, 불임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해 논란이 되자, 피해자측과 반올림 등 시민사회는 공장이 배출하는 인체유해물질과 환경파괴물질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법원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보공개가 타당하다고 2심까지 판결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9월, 국회와 언론·시민사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개정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지정하기만 하면 작업환경측정평가보고서 대부분의 정보가 비공개됩니다. 이에 삼성만을 위한 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법개정이 통과된 이후, 반올림이 제기한 또다른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소송에서 앞의 고법 판례를 뒤집고 비공개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한창현 노무사가 이번 판결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의 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기술 보호가 노동자 생명보다 우선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삼성전자 화성·기흥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취소 판결

서울행정법원 제1부 안종화 재판장, 2018구합80698

 



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055/682/001/f35a9... style="width:193px;height:200px;" />


 한창현 노무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공개판결을 무력화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2018년 2월, 삼성전자 아산캠퍼스 디스플레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결(편집자 주 –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 허용석 부장판사, 2017누10874)을 내렸다.

 

그러자 삼성 측은 2018년 3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사전 판정을 신청하였고, 산자부장관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9조 6항에 따라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중 측정위치도, 부서/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상품명), 월 취급량이 반도체 분야의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어서 2019년 8월 20일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주도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20년 2월 19일, 반올림 등이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기흥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제기한 정보공개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고법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국회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취지에 따라 삼성 측의 손을 들어 비공개하는 퇴행적 판결을 내렸다.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다. 마치 고법 판례를 뒤엎기 위해 삼성과 산업자원부, 자유한국당이 손발을 맞춰온 듯한 기습작전의 합작품처럼 느껴진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환경측정에 대해 공개의 원칙을 정하고 있음에도, 측정결과에 대한 정보가 누구보다 절실한 산재신청 노동자 및 그 유가족에게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로써 수많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반올림 등이 거대자본을 앞세운 삼성과 수년간 싸워 쟁취한 직업성 질병에 대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자기방어권 및 알권리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듯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제도를 둔 목적이 무엇인가?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안전한 물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면,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5조(작업환경측정)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발암물질 및 각종 유해한 화학물질 등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그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측정결과(작업환경측정결과)를 노동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있고, 노동부에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면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한 설명회 등을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으로 정해놓은 이유는 사업주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제든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권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방어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업주의 유해물질 사용내역 (유해물질명, 사용장소, 사용량, 사용시기, 노출기준 초과 여부 등)에 대해 노동자가 당연히 알 수 있도록 노동자의 알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중 보고서의 핵심내용이 되는 노출측정위치도, 노출부서/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상품명), 월 취급량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여 비공개한다고 하면, 결국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피해당사자는 본인이 어디서, 어떤 작업 중,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산재신청을 준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기업을 상대해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것도 고단한 일이다. 그런데 재해 피해자임에도 질병 발병의 가장 기본적 원인인 작업환경에 대한 측정결과마저도 알 수 없다고 하면, 향후 직업성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질병에 대한 산재신청은 일방적으로 기업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 뻔하다.

 

반면 사업주는 산업자원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이라는 판단만 받으면,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대해 더이상 노동자 및 근로자대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에 대해 그 측정결과의 중요사항을 누락하거나 임의적으로 생략한 체 형식적인 고지만 할 가능성이 높다. 직업성 질병의 사전예방과 노동자의 건강권 및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이제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된 것이다.

 

어떠한 국가 핵심기술이라도 국민의 신체·생명·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라면 그 기술은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빨리 폐기 처분하거나, 국민의 건강에 지장이 없는 안전한 기술로 대체되어야 한다. 국가까지 나서 보호할 가치 있는 기술로 대접 받아서는 안된다.

 

(편집자 주 :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가 뒤늦게 알려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정보는 공개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추가한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안을 2019년 12월 신창현 의원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토, 2020/03/1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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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20대 국회, 정보공개 관련 의정활동 점수는?)을 통해서 20대 국회에서 모두 17건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정보공개법'이 아닌 방향에서 국회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보통 국회의원들이 어떤 법안을 발의할 때는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어 법안과 관련한 이슈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오픈한 열린국회정보 사이트에서는 국회의원 별로 어떤 정책 세미나/토론회를 열었는지 그 목록을 공개하고, 자료집 역시 함께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펼쳐나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셈이죠. (정보공개센터의 열린국회정보 사이트 소개 글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중에서 정보공개, 알 권리, 투명성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여 이와 관련한 행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뽑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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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10:00)

김종민 의원실, 박광온 의원실, 박주민 의원실, 박주현
의원실, 나라살림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에 관한 공청회

2017.03.07(14:00)

김종석 의원실, 최운열 의원실, 금융위원회
('의료게이트'
사태로 본,)국립대병원 공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병원장 임명 절차 투명성 확보 및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

2017.06.19(14:00)

윤소하 의원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새정부의
공약실천을 위한)적정 조세부담률과 조세행정의 투명화 : 정책토론회

2017.06.21(10:00)

오제세 의원실, 김두관 의원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근혜정부의
기록관리·정보공개를 평가한다

2017.07.13(14:00)

이재정 의원실, 진선미 의원실
임상연구 수행의
투명성 확보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 : 국회 정책토론회

2017.07.17(15:00)

박인숙 의원실
정부 예산의
종교 지원 현황과 과제 : 정부 예산의 투명성·공공성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

2017.08.28(10:00)

오영훈 의원실, 새로운 불교포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예산권 부여, 어떻게 것인가? : 예산권의 투명성·전문성 강화 방안

2017.09.18(10:00)

민경욱 의원실
한국방위사업발전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학술심포지움

2017.12.07(14:00)

김병기 의원실, 한국사회안전범죄정보학회(KSCIA)
화학물질
조사결과 정보공개, 올바른 이해와 소통을 위한 토론회

2017.12.19(14:00)

서형수 의원실, 환경부
사법절차
투명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

2018.02.22(14:00)

민병두 의원실, 금태섭 의원실, open net
투명한 유통체계
확립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토론회 : 포털쇼핑, 오픈마켓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와 공시를 중심으로

2018.03.08(10:00)

박용진 의원실
한국방송공사
정보공개 행정소송의 의미 : 2018 제52차 언론인권포럼

2018.05.11(10:00)

김경진 의원실, 추혜선 의원실,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차명재산
실소유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2018.08.29(10:00)

심상정 의원실, 전해철 의원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용서비스노동조합, 한국투명성기구
사립대
외부회계감사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 : 사학의 재정·회계비리 방지와 투명성 제고에 대한 논의

2019.04.17(10:00)

박용진 의원실, 민주연구원
감정평가와
조사산정 :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의 투명성 및 과세형평성 제고방안

2019.05.10(14:00)

김현아 의원실, 이종구 의원실
공무원 보수
공개와 총 정원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

2019.05.23(10:00)

이언주 의원실, 국회의원연구단체 자유민주포럼,
시장경제살리기연대,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
투명한 공시지가
산정 방식과 형평성 개선을 위한 법 개정 토론회

2019.05.30(10:00)

이언주 의원실, 국회의원연구단체 자유민주포럼,
시장경제살리기연대, 행동하는 자유시민
재정정보 공개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토론회

2019.06.05(14:00)

권미혁 의원실, 강병원 의원실, 김병관 의원실, 김정우
의원실, 소병훈 의원실
감사인워크숍(정책토론회).
제5회, 비영리부문의 운영투명성 제고방안

2019.08.28(14:00)

주호영 의원실,  (사)한국감사인연합회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

2019.10.25(10:00)

금태섭 의원실
피의사실공표 및
범죄피의자 신상공개제도의 현황 및 개선과제

2019.12.09(14:00)

정성호 의원실, 정갑윤 의원실, 국회입법조사처

정보공개센터 역시 시민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하나로 20대 국회의 몇몇 토론회에 발제자, 혹은 토론자로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이런 토론회 중에서 주목할 만한 법안 발의로 이어진 사례를 따로 살펴보겠습니다.

정보공개법 개정

정보공개센터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이재정 의원이 2017년 7월 13일에 공동주최했던  '박근혜 정부의 기록관리 ·정보공개를 평가한다'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보공개센터는 악의적 비공개 처벌, 회의 공개법 제정, 정보공개위원회의 상설기구화 등 정보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이 진선미, 이재정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상당히 반영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재정정보 공개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토론회

재정 정보공개 강화

2019년 6월 5일, 국회에서는 '재정정보 공개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디지털 책임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률」을 사례로, 통합적인 재정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출정보는 당연히 공개가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열린재정, 지방재정365, 교육재정알리미, e나라도움, 알리오 등 여러 재정정보 공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나 각 시스템의 정보들이 통합적으로 제공되지 않아 보조금 수혜가 집중되는 등의 문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19년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지출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은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내용을 반영, 개별적으로 제공되었던 재정지출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합하고, 지출정보 공개 표준화를 이루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재정정보의 투명성 확대와 접근 편의 개선은 일부 관료와 전문가들에게 관련 정보가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꼭 이뤄져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에 그쳤지만, 21대 국회에서는 꼭 이러한 과제를 해소할 국회의원이 등장하길 바랍니다.

판결문 공개

정보공개센터가 주목한 20대 국회의 알 권리 관련 의정 활동 중 하나는 사법 개혁을 위한 판결문 공개 확대입니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여러 차례 판결문 공개가 확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요, 20대 국회에서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토론회와 법안 발의에 힘쓴 바 있습니다. 2018년 2월 22일, 2019년 6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한 금태섭 의원은 2017년 2월 24일  "누구든지 판결서의 열람 및 복사를 할 수 있도록 함", "판결서는 문자열과 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어야 함"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판결문 공개는 사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한 방안입니다. 최근 디지털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서도 많은 시민들이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달라지는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데요, '동일 범죄 동일 형량'이라는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판결문들이 공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공개 확대가 지지부진한 현실입니다. 사법 투명성 확대를 위해 앞장 설 국회의원, 21대 국회에서는 누가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국민은 찬성하고 판사는 반대하는 판결문 공개, 국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출처 - 리걸타임즈)

사립 대학 투명성 강화

유치원 운영실태 평가결과 공개, 유치원운영위원회 회의록 공개 등을 포함한 '유치원 3법'으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사립대학 회계 투명성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 바 있습니다. 2019년 4월 17일,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사립대 외부회계감사 실효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끊이지 않는 사립대학 재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립대학 재정정보 공개 강화가 논의되었습니다. 현재 각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와 대학알리미 등을 통해 회계 및 재정정보를 공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립대학의 법정기준 충족 여부나 적립금 사용 계획 및 투자 현황 등은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대학 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제대로 이루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립대학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사장 및 총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공기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도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은 셈입니다.  

이러한 토론회를 거쳐 박용진 의원은 2019년 3월 22일, 6월 17일, 10월 29일 세 차례에 걸쳐 사립대학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사립학교법인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결과 공개, 이사회 회의록 공개 강화, 학교 법인 결산 내역 공개, 회계부정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임기 중에 이러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사립 유치원에 이어 사립 대학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한 더욱 실질적인 방책들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학물질 알 권리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2017년 12월 29일 '화학물질 조사결과 정보공개, 올바른 이해와 소통을 위한 토론회 '를 개최했습니다. 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듬해인 2018년 3월 1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공동으로 '지방정부 화학물질 관리체계 개선방안 : 전문가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서형수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화학물질 알 권리와 관련한 법안들을 여럿 발의한 대표적인 국회의원입니다.


서형수 의원이 2017년 발의한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그동안 화학물질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 취급정보를 비공개했던 경우를 방지하고,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영향 평가 제도를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강병원 의원은 고독성물질 취급 사업장이 배출 저감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공개하여 고독성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 나가도록 하는 법안을 냈구요. 2017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러한 법안을 반영하여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알 권리 국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20대 국회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의정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어, 제도로 안착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알 권리'가 중요하고 필요하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더라도, 그것이 시급을 다투는 정치적 과제로 인식되지는 않기 때문일까요?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사안에 따라 '알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알 권리를 다루는 법안이 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지난 해 정보공개센터가 주최한 국회 기록관리 오픈세미나



 곧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러나 불안하게도 21대 총선에 나선 정당들의 정책과 공약 중에서는 '알 권리 확대'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투명한 국회를 위한 기록관리/정보공개 정책제안'을 통해 1. 국회의원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화 2. 국회의원 기록 생산 및 공개 플랫폼 구축 3. 회의록 및 속기록 등 의사결정과정의 기록관리·정보공개 의무 강화를 21대 국회의 정책 과제로 제안했습니다. 어느새 내일로 다가온 총선, 부디 '투명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제안이 잘 반영되는 21대 국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화, 2020/04/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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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4일, 여수 산업단지의 한 특수고무 생산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청소하던 하청노동자가 산업용 로봇의 팔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로봇이 사람을 포장해야 할 제품으로 잘못 감지하여 작동한 것이다. 사람이 로봇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작동했어야하나, 공장에서는 포장 작업을 멈추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강제 해제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기계를 정비하거나 청소하는 작업을 할 때 기계를 정지해놓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지만, 이 상식적인 안전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포장 작업 공정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지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로봇 팔에 맞아 쓰러진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진지 1시간 만에 숨졌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이 사고는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에서 해당 사고가 일어난 공장의 구인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마침 최근에 구인 공고가 올라온 참이었다. 제품 생산라인보조, 3조 3교대, 고무 제품 검수 및 포장, 시급 8590원. 담당 업무를 설명하는 문장 맨 마지막은 ‘어렵지 않습니다.’로 끝났다. 이 모집공고를 보고 현재 13명의 구직자가 지원한 상태라고 표시되었다. 이 13명의 구직자들은 2년 전에 이 ‘어렵지 않은’ 일을 하던 누군가가 로봇 팔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 길이 도무지 없다. 안전관리 미비로 사망 사고가 일어났던 공장임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지원서를 넣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어느 공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기억하는 사람이라곤 없으니까.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화면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화면ⓒ워크넷

비단 이 공장만의 일이 아니다. 연간 10만 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병에 걸리거나, 죽는 나라에서 구직자들은 내가 일하고자 하는 곳이 안전한 일터인지 미리 알 길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매년 산업재해가 일어난 사업장 명단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긴 하지만, 아마 일자리를 찾으면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수고를 들이는 구직자는 없을 것이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업정보, 근무조건 이상을 확인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내가 앞으로 일할 직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산업재해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얼마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산업재해 기업이 관련 정보 없이 구직광고 내는 현실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재해 정보 제공하고,
산업재해 사업장 정보를 오픈해 민간에도 제공하는 해야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하는 이유는 당연히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관보에만 명단이 올라온다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사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다.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가 제대로 된 실효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앞으로 일할 당사자들에게 그 정보가 알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해당 기업의 산재 발생 현황이 함께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기업의 산재 발생 현황을 구직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지금도 법으로 공개하고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는 물론이거니와, 산업재해 예방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에서도 구직자들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왜?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직업소개, 구인과 구직과 관련한 사항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직업안정법이다. 현재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구인 공고가 올라오지 않거나, 임금체불 사업주가 구인 공고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2015년에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안정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택배사에 대한 규탄과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택배사에 대한 규탄과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마찬가지로 직업안정법을 개정하여, 구인공고에 구인 기업의 산업재해 현황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한다면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굳이 법 개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도 많다. 직업안정법 시행규칙을 바꿔, 구인신청서에 필수적으로 적게 되어있는 업체 정보에 산업재해 현황을 기입하게 해도 충분하다. 고용노동부가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데이터를 오픈 API로 제공하여 워크넷이나 민간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손쉽게 기업 산재 현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70%를 넘겼다. 이제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시대적 과제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응답해야 한다. 기업의 산재 현황 정보를 제공하여, 구직자들에게 더 안전한 직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그러한 수단의 하나일 것이다.

화, 2021/01/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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