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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99] 세월호는 사회적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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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99] 세월호는 사회적 기억이다

익명 (미확인) | 화, 2019/04/16- 13:50
<div class="xe_content"><h1 style="text-align:justify;">세월호는 사회적 기억이다</h1> <h2 style="text-align:justify;">피해자의 권리로 세월호를 기억하자</h2>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어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얼마 전 개관한 '광화문 기억·안전공간'에 다녀왔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지난 5년의 시간이 잘 헤아려지지 않아서 약간 혼란스럽던 참이었다. 5년간 광화문 광장을 지켜온 세월호 천막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 들어선 목조 건물. 그 앞에 섰을 때 문득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다는 걸 실감했다. 낡은 천막이 목조 건물로 바뀐 세월호 5주기에 안산과 진도에 있던 투쟁의 공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억을 말하는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 역시 절박한 투쟁의 결과였다. 세월호 이후 입을 모아 외쳤던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기억하는 시간과 공간을 조성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기억인가? 세월호 이후 지난 5년은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었나?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5년간의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세월호 참사는 불행한 사고나 불운한 우연이 아니었다. 사고가 재난이 되기까지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으며, 사고를 재난으로 만든 대부분의 요인이 기존에 존재했던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세월호는 사회적 사건이었다. 또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충격으로부터 지난 5년은, 국가와 사회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 확인해온 5년이기도 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요구는 배·보상의 문제로 협소화되고, 더 많은 보상을 바란다는 식으로 의도를 의심받았다. 구조나 자원봉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직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났고, 생존자는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기도 했다. 피해자 사이에 선을 긋고 누구의 피해가 더 큰지 가늠하려는 잣대가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키곤 했다. 세월호 참사는 지난 5년간 지속되어왔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삼풍백화점 붕괴(1995), 씨랜드 화재(1999), 대구 지하철 화재(2003), 춘천 산사태(2011), 태안 해병대캠프 실종(2013), 장성요양병원 화재(2014), 스텔라데이지호(2017),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017). 세월호 이전과 이후에도 재난은 반복되었고, 서로 다른 재난의 피해자가 보내온 시간은 놀라울 만큼 닮아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이유도 모르고 잃어버린 사람,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재난참사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살아나온 사람, 도무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 국가와 사회는 재난 자체만으로도 넘치도록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거나 함께 울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큰 짐을 지워왔다. 안전보다 이윤을, 생명보다 효율을 중시해온 국가와 사회는 무능했으며 또한 무책임했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세월호가 사회적 사건이라면 세월호에 대한 기억은 사회적 기억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회적 기억은 단순히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한 사건이 있었다'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켜켜이 쌓인 사회의 부조리를 직면했으며, 이 사회의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사회적 기억은 이 모든 부조리에 대한 인식과 반성을 포함해야 한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피해자의 권리로 세월호를 기억하자</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한편 지난 5년은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세워온 시간이기도 했다. 재난참사 피해자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말을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정작 피해자의 권리는 끊임없이 침해당하는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말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저 운 나쁘게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권리의 주체임을 끊임없이 외쳤다. 지난 5년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의 연단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의 선두에서 피해자의 권리는 확인되고 또 확장되어왔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인권의 중요한 원칙은 보편성과 불가분성이다. 모두에게 권리가 있으며, 각각의 권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말이다. 피해자의 권리가 확장되어온 지난 5년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가 확장되어온 시간이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언제나 진실을 요구해왔으며 이는 전 사회의 정의를 세우고 안전을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정의와 안전 또한 제대로 세워질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세월호를 사회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기억은 언제나 진실에 대한 기억이어야 한다. 지금도 남은 진상규명의 과제를 확인하는 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과 검찰 특별수사단 설치 요구 등이 중요한 이유이다. 또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이해는 세월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재난참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라는 점에서, 결국에는 사람이 겪는 일이다. 재난참사를 온 몸으로 겪은 피해자들은 그 자체로 재난참사의 증인이자 기록이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모임인 '노란리본인권모임'에서 최근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을 발간했다. 한국 사회에서 반복된 재난참사와 그 피해자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살피며 피해자의 권리 체계를 정리했다. 인권의 불가분성이라는 원칙 아래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재난참사 이후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주요한 이정표이자 나침반으로 만들자. 피해자가 권리의 주체임을 인정하며, 권리의 구체적 내용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세월호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료집을 읽고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기를 바란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 파일은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a href="https://www.sarangbang.or.kr/writing/72593&quot; rel="nofollow">바로가기</a>)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blockquote> <p style="text-align:justify;">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a href="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quot; rel="nofollow">클릭</a>)</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p> </blockquote></div>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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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민변-경향신문 공동기획

‘판사 블랙리스트’ 좌담회

“국민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개헌해서라도 사법농단 끊어야”

<출처> 좌담회 기사 및 영상은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원문보기]

 

 

지난 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수집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그러나 추가조사위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컴퓨터와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760여개의 파일은 확인하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사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법 역사상 초유의 ‘사법농단’에 대해 강문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변호사)·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윤나리 변호사(전 판사)·임지봉 이 사법감시센터 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5일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만나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예상했던 수준보다 몇 배 더 심각하다”며 “정확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법론에 있어서는 검찰의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법원 내 자정작용을 믿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좌담회는 민변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경향신문 이범준 사법전문기자가 사회를 봤다. 

 

■ 충격적인 조사결과 

 

이범준 =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가 언론마다 다소 갈렸다. 조사결과에 담긴 문건은 일부 파일만 추출해 정리한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찬운 = 매우 충격적이었다. 예상했던 수준보다 몇 배 더 심각했다. 일부 ‘관리’가 필요한 법관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문건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그걸 뛰어넘어 법원행정처가 명실상부한 사찰기구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거 1970~1980년대에는 대통령으로부터의 사법부 독립이 중차대한 문제였다. 그게 제대로 안돼 인혁당 사건 같은 사법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문민정부 이후부터는 외부로부터의 독립보다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법관의 독립’을 만들어내야 될 때다. 

 

이범준 = 법원에서 나온 지 1년이 채 안된 윤나리 변호사는 법관들의 성향·평판을 뒷조사해 빨강·파랑·검정으로 분류한 문건 리스트에서 ‘파란색’으로 이름이 등장한다.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윤나리 = 저에 대해 ‘자유롭고 직설적이나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더라. 저와 가까웠던 누군가가 나에 대해 이렇게 (행정처에) 보고했구나 싶은 생각에 화가 난다기보다 슬펐다. 문건에 나온 리스트가 많이 회자되는데, 사실 그 문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법관들을 ‘핵심세력’과 ‘주변세력’으로 나눈 부분이다. 핵심세력과 주변세력으로 분류된 판사들은 그 리스트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법원행정처가 핵심세력과 주변세력이 평소 누구와 친하고 누구 말을 잘 듣는지, 이런 동향을 뒷조사해 수집한 게 더 문제다. 

 

■ 로비창구로 전락한 법원행정처 

 

이범준 = 행정처 판사들도 다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인데 이런 문건을 만들면서 과연 주저함이나 죄의식이 없었을까. 

 

윤나리 = 행정처 판사들 중에는 적응을 못하거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가 상부에 찍힌 판사들도 있다고 들었다. 

 

임지봉 = 행정처 판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판사가 아니라 행정가로 규정하는 것 같다. 컴퓨터를 강제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행정처는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논리를 펴는데, 사법권 독립은 재판에 있어서의 독립을 의미한다. 사법권 독립이 그들의 파일을 못 여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번에 연 파일은 빙산의 일각인데도 이렇게 충격적인데, 암호가 걸린 다른 파일들은 얼마나 더 충격적일지. 국민들은 그 파일들에 담긴 내용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이번 사태는 헌법을 가진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사법권의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폭거다.

 

강문대 = 법조인의 한 명으로서 대단히 수치스럽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법원행정처가 브로커나 로비창구로 전락한 모습을 보여줬다. ‘법원사찰처’나 ‘법원공작처’로 이름을 바꿔야 될 정도다. 어릴 때부터 지시에 순응해 목표를 달성하고 엘리트 의식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잘못된 임무를 부여받고 사명감을 가졌을 때 어떤 행태를 보일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 반성적 사고가 결여돼 있고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법관들이 기존의 자신의 습성과 방식대로만 과제를 달성하려고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준 것이다. 오래된 적폐이고 성찰되지 않는 관성의 당연한 귀결이다. 

 

박찬운 = 행정처 판사들이 소위 ‘악의 경쟁’을 했다. 문건을 보고 대단히 세밀하게 잘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사찰보고서’를 만드는 데 자신들의 시간과 정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우습지만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법원행정처 처·차장, 나아가 대법원장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사찰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까지 경쟁했구나 싶다. 

 

■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 

 

강문대 = 행정처 판사들은 2~3년 근무한 후 재판 업무로 복귀를 하는데, 그런 문건을 만든 사람들이 과연 국민의 권리와 소수자의 관점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까.

 

임지봉 =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를 판사들끼리의 패권다툼이나 세력다툼으로 몰고가는데,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어 시국사건의 경우 판사의 인권의식, 가치관, 세계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장이 유죄나 중형의 선고가 내려지기를 원하는 사건에 보수적인 판사에게 배당되도록 보직을 부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윤나리 = 그런 문제가 법원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법원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는 아무나 안 보낸다는 오랜 믿음이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건 1심을 다 서울중앙지법에서 하지 않나. 지금은 한 건, 한 건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판단을 할지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사람들을 (주요 포스트에) 앉히는 식으로 재판에 개입한다.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 때도 특정 재판부에 사건이 집중 배당됐다. 믿을 만한 판사에게 사건을 밀어주는 거다. 그래서 2014년 처음 실시됐던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때 보직을 판사들이 함께 결정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미리 보수적인 성향의 판사들을 배치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강문대 =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중립적인 기구를 설치한다고 했는데 사건 배당, 보직문제 등도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 구체적 근거 없는 대법관들 입장 

 

이범준 = 원세훈 문건과 관련해서 대법관 13명이 성명을 발표했다. 재판에 청와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게 맞다면 행정처는 원세훈 문건을 어디에 보고했는지 의문이다. 적어도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행정처장, 대법원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았을까. 성명을 발표한 대법관 13명 중 6명은 당시 대법관이 아니었다. 이들이 성명을 발표한 시기나 이유, 적절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찬운 =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했다. 그 문건들이 행정처 판사들이 작성한 보고서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설사 재판부가 외압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에 대한 사죄가 있었어야 했다. 게다가 당시 재판에 관여하지도 않아놓고 성명에 동참한 6명의 대법관은 무엇인가. 대법관은 한 명, 한 명이 각각 (독립적인) ‘지혜의 기둥’이어야지, 일사불란하게 동료애가 발휘되는 조직이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가치를 소화해야 하는 대법원 구성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강문대 = 전원합의체로 가는 사건은 기존 판례가 바뀌거나 소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사건들인데, 원 전 원장 사건은 13 대 0으로 나왔지 않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요구가 반영된 것 아닌가 충분히 의심할 정황이 있다. 그런데도 일치단결해서 대법관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했다. 

 

임지봉 = 6명의 대법관이 동참한 것은 아마 앞으로 대법원 재판부가 내릴 판결 전체가 불신을 받을까 우려돼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관들의 생각이 국민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억울할 수 있지만 그전에 의혹의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부터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 대법관들은 대법관회의를 통해 법원행정처의 행정에 관여한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사과를 해야 했다. 국민의 눈높이와 같다면, 국민을 배려하는 대법관들이었다면 그러한 성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윤나리 = 문건에 적힌 대로 다 흘러갔다. 전원합의체에 갔고 5개월 만에 재판이 이뤄졌고 결국에는 파기가 됐다. 대법관들은 당연히 청와대와 관계없다고 하지만 그건 주장이다. 증거를 대야 한다.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은 대법원장과 관련된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 극소수만 안다.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에 대해 스스로 밝혀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직접 해명해서 사람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 2차 추가조사 과연 가능할까 

 

이범준 =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체조사를 한 번 더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의 강제수사로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윤나리 = 판사들 내부에서도 검찰 수사는 어쩔 수 없는 자업자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판사들에게 기회를 더 줬으면 좋겠다. 이 사건이 덮이지 않고 밝혀진 것은 평판사들의 힘이었다.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추가조사를 요구해 이뤄진 것들이다. 판사 사회에 아직 힘이 남아 있다고 본다. 조사하지 못한 760여개 파일을 열어야 한다는 건 이제 온 국민이 안다. 해당 판사들도 저번처럼 무작정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조만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또 소집될 것이라고 본다.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하지 않은 보통 판사들도 정말 경악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지봉 = 법원이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는 것은 불행한 일이고 가급적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도 추가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강제수사로 갈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양승태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박찬운 =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사건은 범죄행위이고, 사건 관련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사건 관련자들이 진상을 국민들에게 고백하고 책임졌다면 고발까지 가지 않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건 초기부터 관련자들이 전부 다 부인하고 파일 접근을 거부했다. 그러다보니 2차 추가조사가 필요하고, 고발도 되는 상황 아니냐. 현재로서는 검찰 강제수사를 모면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 제도개혁은 어떻게 

 

박찬운 = 대한민국 사법부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인사제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법원장의 제왕적인 인사권 등이 전면적으로 쇄신되지 않는다면 법원행정처를 통한 법관 길들이기는 어느 시대에나, 어떤 정권이나, 어떤 대법원장하에서나 있을 수 있다. 헌법을 개정해서 이런 문제들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나아가 인사요인을 최소화해 판사들이 안정적으로 재판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중차대한 과제다. 

 

임지봉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안에서는 법관 추천과 국회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사법평의회에서 대법관들을 사실상 선출하게 하고, 대법원장은 그중에서 호선하게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대법원장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해서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사법권을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일이 계속된다면 개헌을 해서 뜯어고쳐야 된다. 

 

강문대 = 대법원장 전횡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법무부가 탈검찰화를 하듯이 법원행정처도 탈판사화해야 한다. 사법행정을 꼭 판사들이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 있으니 적법절차를 넘어서는 일이 쉽게 일어나는 것 아닌가 싶다.

 

<2018년 1월 26일 정리 이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월, 2018/01/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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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은 민영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합의 추진을 중단하라

대표적 박근혜최순실법으로 알려진 두 법에 대한 합의 추진은 적폐의 일부가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시기 추진 중단을 약속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과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규제프리존법) 추진하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체 규제프리존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기획재정부는 국회 상정돼 있는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여당의 입장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적폐청산의 핵심인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은 당장 폐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은 말 바꾸기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찬성하는 안철수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냈다” 고 비판했으며, "안 후보가 기업인들과 만나 '저와 국민의당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며 "이 법은 박근혜 정부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통해 대기업에 입법을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기업 청부 입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촛불의 염원으로 집권 여당이 된지 100일도 안된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적폐의 일부가 되고, 대기업 청부 입법의 공모자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박근혜 정부가 못다 이룬 핵심 적폐를 나서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부 여당의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해명을 요구한다.

 

둘째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국정농단세력인 박근혜-최순실-전경련의 최종 결정체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촛불의 시작은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부터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두 재단에 전경련 소속 기업들이 거액을 입금했고, 전경련이 그 대가로 국회 통과를 요구했던 핵심 법안이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국정농단세력이 그토록 두 법안에 매달린 이유는 두 법 모두 공공부문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의 돈벌이를 무제한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은 부패한 권력과 기업에게는 ‘미래먹거리’를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안전과 환경 그리고 생명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비스법이 기재부를 통해 의료, 교육, 철도, 가스 등 모든 사회공공서비스의 공공 규제를 허물수 있는 법이라면, 규제프리존법은 기재부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위임하고 전 국토를 전략산업 특구로 만든다는 명목하에, 모든 사회 공공 정책과 관련된 규제를 제로(zero)로 만드는 법이기 때문이다. 적폐 중에 적폐인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은 새 정부가 나서서 폐지해야 할 핵심법안이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해 수많은 안전 장치와 사회의 공공 규제들이 해제되는 것을 목도한 바 있다. 그 결과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이루 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의 재앙들이 펼쳐졌고, 국민들은 그 앞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세월호를 어루만지고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초청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하며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달라야 한다. 그 다름의 시작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리고 온갖 환경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의 폐지다. 이윤보다 생명, 돈보다 안전이 우선하는 사회가 촛불의 뜻이고 모두를 위한 미래다. 문재인정부와 정부여당은 약속을 지키고,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 폐지에 나서라. 

 

2017. 8. 10
광주인권지기 활짝,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자연대, 녹색당,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인권위원회, 사회노동위원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무상의료운동본부, 문화연대,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민예총,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환경운동연합 

목, 2017/08/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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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미역밭 물주기 (20130609, 독거도, 홍선기 촬영)

세월호의 흔적과 진도 앞바다의 조도군도

 

홍선기(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2017년 4월 9일 드디어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거치되었다. 2014년 4월 16일 이른 아침 인천항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즐거운 수학여행은 진도 맹골수로를 지날 무렵 졸지에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대형 여객선 침몰사건이 발생하였고, 대부분의 어린 학생들이 사망하였다.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진도 주변 섬의 수십척 어선들이 침몰하는 배에서 학생들을 구하려고 달려갔지만, 돌아가라는 소리에 손을 못 쓰고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과 어민들. 그들에게는 지금도 눈앞에서 세월호가 침몰되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사건의 규명은 퇴보하고, 진도앞바다는 비극의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침몰하여 펄에 묻혔던 세월호는 다시 부상하여 진도 앞바다를 거쳐서 목포신항으로 들어왔다. 이제 다시 진도 앞바다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77437" align="aligncenter" width="640"]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홍선기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홍선기[/caption] 진도의 많은 섬들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다. 1816년 영국 해군장교이면서 여행가였던 바실 홀(Basil Hall)이 라이러호 함장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류큐로 향하는 가는 길에 조도에 머물면서, 상조도 도리산 정상에서 조도군도를 바라보면서 ‘세상의 극치‘라는 표현을 썼다고 할 정도이다. 이중에서 조도군도는 진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15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새떼와 같다고 하여 조도(鳥島)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하조도의 길이가 7km정도 되니 그야말로 마치 크고 작은 포도송이처럼 섬들이 뭉쳐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조도군도는 미역생산으로 매우 유명하다. 특히 청등도(靑藤島)와 덕거도(獨巨島)의 자연산 돌미역은 진도곽(珍島藿·진도미역) 중에서도 으뜸으로 쳐줘서 지금도 생산하기 전 미리 예약을 받아서 먹어야 그 맛을 볼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77439" align="aligncenter" width="640"]미역밭 물주기 ⓒ홍선기 미역밭 물주기 ⓒ홍선기[/caption] 1530년(중종25)에 발간된『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는 진도의 토산품 중 하나로 미역을 꼽고 있다. 1923년 발간된 ‘진도군지(珍島郡志)’에는 진도산 돌미역을 왕실과 중앙 조정에 상납했고, 진도곽 중에서 독거곽(獨巨藿·독거도 미역)을 최상급으로 꼽는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대체로 미역은 끓일수록 풀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하는 자연산 돌미역은 오래 끓여도 색상, 탄력성과 쫄깃쫄깃함이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미역은 산후 조리용 미역국의 최고품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층에 의하여 전부 예약, 팔리고 있다. 최근 완도에도 미역이 대량 양식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조도군도의 미역은 소규모, 명품으로 유명세가 알려지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77438" align="aligncenter" width="640"]독거도의 미역밭 개딱기와 물주기 도구 ⓒ홍선기 독거도의 미역밭 개딱기와 물주기 도구
ⓒ홍선기[/caption] 청등도와 덕거도에서는 매년 1~2월에는 자연산 돌미역의 포자가 잘 부착할 수 있도록 갯바위를 닦아내는 ‘개딱기’(海草除去作業)라는 작업을 한다. 음력 섣달 보름에서 정월 대보름 사이에 돌미역 밭에 있는 해초제거작업이 이뤄지는데, 워낙 마을공동으로 돌미역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이 개딱기 작업 또한 마을 공동으로 한다. 개딱기 뿐 아니라 갯바탕에 ‘물주기’도 한다. 개딱기를 해서 미역이나 톳 등 유익한 해조류의 포자가 잘 부착되어서 성장할 무렵, 날씨가 더워지고 건조해 지면, 어린 미역들은 죽고 만다. 따라서 간조시에 갯바탕이 들어날 무렵에는 수시로 바닷물을 퍼 올려서 뿌려준다. 마치 부모가 자식 키우듯 돌봐주는 것이다. 이렇게 청정 바다의 은혜를 받고 있는 조도군도의 미역 생산은 자연이 준 천혜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의 침몰로 조도군도의 섬 마을은 어수선해졌고, 진도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이 줄었지만, 오늘도 자연산 미역을 위하여 조도군도의 주민들은 묵묵히 갯바탕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후원_배너
월, 2017/05/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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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블랙박스 영상들 속에는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어진 이유뿐만 아니라 표류하던 선체가 어째서 그토록 급격하게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도 등장한다. 한쪽으로 급격히 쏠린 화물들에 의해 C데크 화물칸의 유리창들이 다수 깨졌고, 파손된 창문을 통해 물이 급격히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단서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C데크 벽면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균열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취재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됐다.

급격한 횡경사 직후 C데크 좌측 벽면에서 분출된 물은 어디서 왔나

세월호 C데크 좌현 벽 쪽에 주차됐던 1톤 트럭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직후 앞쪽 벽 틈새로 물이 새 들어오고 운전석 옆쪽 벽면에서도 많은 양의 물이 퍼붓듯 쏟아지는 장면이 포착된다. 이 물은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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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는 뉴스타파가 확보하고 있던 기존 자료들 속에서 나왔다. 그건 지난 2012년 9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인수하기 직전 임직원들이 일본에 직접 가서 배의 안팎 곳곳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자료들이다.

당시 C데크를 촬영한 동영상 속에 이 1톤 트럭이 주차됐던 위치가 확인된다. 이 위치에 트럭 모습을 포개 봤더니 운전석 바로 옆 벽면에는 유리창이, 좌측 앞으로는 에어벤트, 즉 환기구 설비가 위치하는 것으로 나온다. 또 환기구 설비 윗부분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분명하게 보인다. 이 지점에 밖으로 뚫린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참사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서 차량이 벽면에 부딪힌 직후 앞쪽에서 솟구친 물줄기는 바로 이 균열을 통해 들어온 바닷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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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운전석 옆 방향에서 쏟아지듯 분출된 물은 어디서 온 걸까. 트럭의 위치와 물이 쏟아진 방향을 볼 때 C데크 벽면의 유리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C데크 화물칸의 유리창은 배가 정상 운항할 때는 수면보다 9미터 이상 높기 때문에 바닷물이 닿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당시엔 이미 선체가 47도나 기울어져 옆면이 수면을 훑으며 오른쪽으로 방향이 꺾이고 있었다. 결국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 트럭이 벽에 부딪히면서 유리창을 깨뜨렸고, 이곳을 통해 바닷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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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중 깨진 유리창과 환기구 통해 해수 대량 유입 가능성

그런데 C데크 화물칸 좌측면에는 모두 13개의 유리창이 있다. 만약 이 트럭의 블랙박스 속 상황처럼 왼쪽으로 쏟아진 화물들로 인해 다른 유리창들도 다수 파손됐다면, 이곳을 통해 표류하던 세월호의 C데크 내부로 많은 양의 바닷물이 계속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오전 9시 15분쯤 둘라에이스호에서 촬영된 세월호 모습을 보면 이 유리창들과 높이가 같은 선수갑판의 불워크가 이미 수면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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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상태에서는 C데크 유리창은 물론 그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환기구를 통해서도 바닷물이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월호 선조위가 선체 내부를 직접 확인한 결과 이 환기구는 흘수선보다 낮은 위치인 데크스토어로 연결돼 있었다. 환기구를 통해 이곳으로도 물이 계속 유입됐다면 선체가 가라앉는 속도를 크게 가중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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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월호 침수 과정을 분석한 보고서들은 표류 중인 세월호 내부로 바닷물이 유입된 경로를 D데크의 도선사 출입문, 그리고 좌현 램프의 틈새 정도로 추정해 왔다.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C데크 좌측 벽면에 존재한 균열, 파손된 유리창, 그리고 환기구를 통한 해수 유입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세월호 내부로 빠른 침수가 진행된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도 재조사할 필요가 생겼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금, 2017/09/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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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녁에 '차가운 소주'를 붓는 당신

노동 시간 단축, 노동 시간 특례부터 폐기해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1984년 발간된 박노해 시인의 시 '노동의 새벽'의 첫째 연이다. 33년이 지난 지금 우리 노동의 현실은 달라졌는가? 한국은 엄연히 주당 40시간 노동이 법제화 되어 있지만. OECD 최장의 노동 시간 국가이고 오히려 노동 시간의 양극화가 강화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시인의 말처럼 '이러다가 끝내 못가고' 과로사로 사망해서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만 해마다 310명이 넘는 것이 2017년 오늘의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더욱이 분통이 터지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과 4개월여 전인 대통령 선거에서는 노동 시간 단축과 휴식 있는 삶을 외쳤지만 막상 국회에서 노동 시간 단축 법안 논의는 7월과 8월 동안 공방만 거듭했다. 9월 21일-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재개되지만, 비쟁점 법안만 다루겠다는 입장이 강하고 노동 시간 단축 법안은 심의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이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이다. 대표적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뇌심혈관계 질환을 발생시키고. 사고율도 높아지며, 우울증을 유발시켜서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 보고는 넘쳐난다. 이에 현행의 산재보상 인정기준에서 뇌심혈관계 질환과 정신질환에서 장시간 노동은 주요 인정기준 지표 중의 하나이다. 매년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 건수는 2300여 명을 넘어서 지난 10년간 산재신청 노동자만 2만4950명에 달한다. 이중 인정받은 노동자는 5636명으로 약 20%에 불과하다. 노동 시간 산정 문제를 둘러싸고 경비, 택시 등 많은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불승인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승인 남발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뇌심질환 산재인정이 매년 560여 명이고, 이중 사망 노동자가 매년 310명을 넘고 있다. 매년 추락으로 인한 사망이 350~380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수치이다.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과로자살까지 합하면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 올해에 들어 일본은 과로사 문제가 주요 사회 이슈였다. '덴츠'라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 분야 대기업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과로자살을 한 것이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보수정권인 아베조차 과로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기업 내 2개 이상의 지점에서 과로사망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에 대해서 전국 지점에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한다. 사업장의 노동 시간 기록은 이미 법제화 되어있고, 이를 공표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덴츠는 과로자살로 인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2014년에는 과로사 유족들의 지난한 투쟁으로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해 전국 지방 노동관서에서는 과로사, 과로자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업종별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1만 개 사업장 2만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되어 최초로 과로사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일본보다 월등히 많은 노동 시간과 과로사망,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저임금 및 고용구조와 연계되어 있는 노동 시간 단축은 주당 노동 시간에 대한 노동부 행정해석, 포괄임금제, 재량근로제등 장시간 노동을 고착화 하는 여러 법 제도가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중에서 민주노총이 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두 가지 과제가 노동 시간 특례 59조 폐기와 법정공휴일 유급 휴일화다. 근로기준법 59조 노동 시간 특례는 1961년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에는 '공익 또는 국방상 특히 특별한 경우'에 한정해서 '사용자가 보건사회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서 노동 시간과 휴게 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업종도 특정하고, 노동 시간을 변경하더라도 '상한 시간'을 두어 시행하는 그야말로 '특례'였다.

 

그러나, 1996년, 1997년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서 모든 요건이 사라졌고, 2017년 현재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만 있으면 아무런 제약 없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1996년 규제완화를 하면서 달았던 '노동부 장관 신고'도 바로 이듬해인 1997년에 없어져서 노동 시간 특례가 어느 정도 실시되고 있는지 그 누구도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961년 제정 당시 적용 대상이었던 업종은 특별한 요건이 사라진 뒤에도 단 한 번도 업종 축소 논의가 없어 그대로 유지되었고, 오히려 1999년에 사회복지사업이 시행령으로 도입되었다. 

 

현재 노동 시간 특례가 적용되는 업종은 26개 업종에 달한다. 철도, 지하철, 버스, 택시. 비행기 등 운송업과 운송 서비스업, 도소매업, 금융보험, 영상 방송 제작, 우편업, 병원, 광고, 숙박, 설비 청소, 사회복지 서비스 등 수많은 업종이 대상이 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상 업체는 전체 사업체의 60.2%에 달하고 종사자도 전체의 42.8%에 달한다.(노동부 조사에서도 45%의 사업체가 해당되고, 38%의 노동자가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제한 노동이 강요되는 노동 시간 특례는 결국 노동자와 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 노동 시간 특례가 적용되는 우편업의 경우 올해에만 사망한 15명의 집배 노동자중 12명이 과로사, 자살 노동자이다. tvN <혼술남녀> 이한빛 PD의 자살을 계기로 조사한 결과 방송 제작 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1일 19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시간 이상 연속 노동도 비일비재해서 제보센터에 올라온 이들의 하소연은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만이라도 금지해달라는 정도였다. 그나마 낫다고 하는 영화제작 현장의 경우에도 1일 평균 노동 시간은 13.18시간이었다. 

 

장시간 노동은 시민 안전과도 직결되고 있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의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2241건에 달하고 치사율은 18.5%로 가장 높다. 택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전 산업에 걸쳐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택시의 경우 노동 시간 특례가 적용되면서 1인 1차제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서도 1인 1차제가 교통사고율이 68.9%에 달해서 격일제의 33.8%, 1일 2교대제의 49.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사고율을 보이고 있다. 운송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항공지상 조업 노동자들은 노동 시간 특례 적용으로 3일을 꼬박 일하고 4일째 되는 날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 근무 일과다. 노동자들의 건강도 위험하고, 이런 노동조건에서 진행되는 항공정비도 위험하다. 병원을 포함한 보건업에도 노동 시간 특례가 적용되는데, 보건의료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병원 노동자의 경험하고 있는 의료사고 경험률은 33.6%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10월 연휴를 앞두고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 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연휴를 제대로 쉬는 노동자는 30%에 불과하다. 공휴일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것일 뿐 유급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는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연휴에 이용하는 버스, 택시,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더불어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받는 현실이다. 추석에 물량이 몰리는 집배 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 연휴 기간에 보게 되는 영화, 방송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노동 시간 단축은 저녁 있는 삶, 일과가정이 양립하는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또한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수년 동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은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급증이다. 적어도 무제한 노동이 아무런 제약 없이 질주하는 근거인 근로기준법 59조 노동 시간 특례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금, 2017/09/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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