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참여연대, 국토부에 공인중개사협회의 등록임대주택 교육관련 질의

한반도 평화 정세 역행하는 2019년 국방예산 요구안
8.6% 무리한 증액 요구 수정되어야
3축 체계 구축 사업 중단하고 국방개혁 방향 새롭게 수립해야
지난 7월 24일~2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방부는 ‘‘책임국방’ 실현을 위한 군사적 역량 확보, 국방개혁 추진’ 등을 위해 2019년 국방예산으로 작년 대비 8.6% 증가된 46조 9천억 원을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보 상황의 변화에 상관 없이, 북한 WMD 위협 억제 및 대응을 위하여 우리 군의 핵심능력 구축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작년 7% 증가에 이어 아무런 정책 변동 없이 또다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겠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 정세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이며 <판문점 선언>의 단계적 군축 합의에도 반하는 것이다. 무리한 증액 요구는 수정되어야 하며, ‘군사비 축소’라는 기조 아래 방위력 증강 계획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기존에 3축 체계(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킬 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 구축이 중심 방향 중 하나였던 국방개혁(안) 역시 새롭게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2019년 국방예산 요구안은 전력운영비 31조 4천억원(67.1%)과 방위력개선비 15조 4천억원(32.9%)으로 구성되어 있다. 병 봉급 인상, 간부 증원 등으로 인건비 증가율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력운영비 증가는 차치하더라도, 방위력개선비를 계획대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은 납득할 수 없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업무보고에서 ‘3축 체계 조기 구축’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를 위한 예산은 그대로 배정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의 과정에서 국방부,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3축 체계 구축 계획에는 전혀 변동이 없으며 올해보다 17% 가량 증액한 금액으로 요구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언급을 자제해왔던 KMPR에도 20% 가량 증액한 상태로 요구안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얼마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심시설인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 작업, 평양 인근의 ICBM 조립시설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 DMZ 내 GP 전력 철수, 판문점 비무장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3축 체계 구축 사업은 더이상 명분이 없을 뿐더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3축 체계는 선제타격까지 상정한 공세적인 무기체계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 수 있고, 한국군이 정보와 지휘통제력을 미군에 의존하고 있어 3축 체계의 유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지속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복지 지출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군사비 지출은 전 세계 평균치를 넘어 올해도 세계 10위에 올랐다. 우리는 이미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는 더 많은 군사비 지출이 아니라 대화와 신뢰 구축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과감한 군축을 통해 대규모 군사비를 복지와 평화정착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2019년 국방예산 요구안에 대한 기재부 2차 심의가 완료되었고, 8월까지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정부가 국회 제출 전 국방예산 요구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향을 논하다
일시 및 장소 : 2018년 4월 25일 (수)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주최 : 국회의원 최운열, 국회의원 채이배, 참여연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요업무추진과제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대해 경제민주화 실현과 급변하는 시대상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특히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변화된 사회 변화 및 국민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전면 개정 추진시 현행 법률의 각 장별로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합니다.
프로그램
○ 좌장 : 이황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발제 : 김남근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 토론
- 이봉의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박승룡 교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민주주의법학연구회)
- 이동우 변호사, 참여연대 실행위원
- 박재근 본부장,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
- 구상엽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 김재신 국장,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국립국어원, 그게 최선입니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페미니스트’ 정의 2항,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삭제 및 수정에 동참해주세요!
페미니스트는 ‘여성에게 친절한 남성’ 일까요?
최초
1. 여권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2.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2015년
1.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2. 여자에게 친절한 남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017년
1.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2.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의 ‘페미니스트’ 정의는 잘못된 성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현 정의 2항,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고, 성차별을 조장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잘못된 성 인식에 우려를 표하며, ‘페미니스트’ 정의 2항을 삭제하고 정의를 추가할 것을 요구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바른 이해, 성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위해 현 정의 2항 삭제를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서명은 국립국어원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어떻게?
- 온라인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Bit.ly/이게최선
-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서명 링크와 함께 #국립국어원_그게_최선입니까? 를 올려주세요
- 3월 4일(일) 12시, 서울 광화문광장 '청년참여연대' 부스에서 만나요!
문의 : 청년참여연대 (02-723-4251)
박근혜정권의 빅데이터 정책, 기업간 개인정보 불법 거래 위한 포석에 불과했다
2016년 [범정부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3억 4천여만 건의 개인정보 결합물 기업에 제공
국민의 개인정보 사고 팔기 위해 도입된 비식별화가이드라인 즉각 폐기하라
경악할 일이다. 국가기관 혹은 국가가 지정한 전문기관들이, 민간기업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결합시키는 데 이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1년 전 설립한 이른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전문기관’이 그간 20개 기업 3억4천만 건에 달하는 규모의 개인정보 거래를 중개했다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식 빅데이터 정책은, 민간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인 국민 모르게 불법적으로 거래하도록 국가기관이 중개하는 것이었다.
관여된 기업으로는 KT, SKT, LGT 등 이동통신3사를 비롯해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삼성생명보험, BC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SCI평가정보, NICE평가정보, 보험개발원 등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 1년 간 26번에 걸쳐 자신들의 고객정보를 타사의 고객정보와 결합시켰다. 1회 결합될 때마다 이용자 개인정보가 평균 1천3백만 건씩 제3자인 다른 기업들에 넘어간 셈이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2017년 2월 양사에 동시 가입한 240만여 고객의 ‘가입건수, 보험료, 가입기간, 가입상품 및 카드이용 실적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13회에 거쳐 결합했고, 보험개발원은 자체 보유한 1억5000만 건의 개인정보를 현대자동차 고객정보와 2회에 걸쳐 결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은 이렇게 결합된 개인정보를 마케팅, 대출심사, 신용평가 그리고 자사 보유 개인정보의 거래 가치를 높이는데 사용할 계획이었다.
모두 현행 개인정보 관련 법률들을 위반한 행위이다. 그 배경에는 전경련의 건의로부터 유래한 박근혜 정부의 빅데이터 정책이 있다. ‘비식별화’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 이 가이드라인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해 주겠다"는 초법적인 거짓말에 다름 아니었다. 헌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이 보호하는 개인정보를, 정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는 이유로, 정보주체도 모르게 기업에 무단으로 넘긴 것이다. 이른바 ‘비식별 조치된’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사전동의 등 절차와 책임이 생략되므로 본인의 정보가 기업에 제공돼 활용되더라도 정보주체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개인정보 재식별과 대량유출 등 문제가 발생해도 이들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도, 정보주체가 소송 등을 통해 법적 구제와 보상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소위 비식별 전문기관들과 이들 기업들은 비식별 조치를 했으므로 문제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들 스스로 취한 비식별화 수준이 충분했을 리 없다.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상대 기업과 개인정보를 교환할 때 주민번호나 이름은 가렸다고 하지만, 성별 비식별화의 수준이 남성 2, 여성 1로 표기하는 데 그치거나, 이용가치가 높은 항목은 비식별화를 적용하지 않기도 하고, 아니면 어떤 항목의 범주를 수십, 수백 개로 세분화해서 이름이 가려진 이를 나중에 재식별하기 쉽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이 개인정보들은 소비자들이 기업을 믿고 맡긴 개인정보이고 이를 목적 외 개인정보 거래로 이득을 얻었다면 명백히 불법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며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 외 이용, 사전동의 취득 등의 규정을 어긴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이런 불법 개인정보 거래를 독려하고 중개하고 보증했다는 점이 경악스럽다. 박근혜 정부였기에 가능한 위법, 위헌적인 개인정보 거래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버젓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더욱 더 문제다. 개인정보 정책의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빅데이터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기업들의 엄살은 사실이 아니다. 세계 여러나라가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 현실은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기업들이 마구 침해하는 형국이다. 마트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불법적으로 팔아버린 홈플러스 사건은 형사와 민사 재판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미국 빅데이터 업체인 IMS헬스는 국내 병원과 약국에서 우리 국민 4천4백만 명 50억 건에 달하는 처방전 정보를 모두 사가지고 가서 전세계를 상대로 판매 중이다. 지난 정부 어느 부처도 개인정보 불법거래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 개인정보 거래를 부추겨 왔다.
올바른 빅데이터 정책은 개인정보 보호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이 박근혜식 창조경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듯이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를 비롯한 개인정보 감독 체계가 바로 수립되어야 한다. 이미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서는 ‘비식별’이라는 개념이 개인정보 여부가 불분명하고 국제적 통용성이 부족하다고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2017. 1. 9).
불법적으로 기업들에 넘어간 개인정보를 즉각 모두 환수하고 파기하라. 전문기관과 기업들의 불법 행위는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라. 빅데이터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사회적 감독 체제를 강화하라. 나아가 앞으로도 국가기관이 계속 이런 방식으로 불법적인 개인정보 거래를 중개해야 할지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를 비롯하여 여러 부처가 추진중인 빅데이터 정책들은 대개 박근혜 정부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빅데이터 정책에서도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의 개인정보 거래를 중개하고 공공과 민간 정보를 연계시켜 주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비식별화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17년 10월 11일
참여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실련, 무상의료운동본부, 사회진보연대, 서울YMCA,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환자단체연합(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공수종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대한건선협회)
- [카드뉴스] 나의 개인정보를 불법거래한 기업은?
사고의 전환: 탈시설의 현재와 미래
조아라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이 세상 끝이 어딘지 가보는 경험
"차라리 교도소는 징역 채우고 나갈 수라도 있는데 여기는 언제 나가는지도 모르고...“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이 세상 끝이 어딘지 가보는 경험 같았다. 시설은 지역 중심가에서도 굽이굽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 대부분, 대중교통으로는 어림없는 곳이다. 어느 곳은 하루 전 날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밤을 보내야했고, 어느 날은 전철도 다니지 않는 새벽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확보할 수 있는 면담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 오후 4시 30분이면 저녁식사를 하고, 그 뒤엔 세면을 하고 8시면 취침하는 시설의 시간표는 매일 마주해도 낯설기만 했다. 작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로 만난 사람들은 약 천오백 명이다. 그런데 모두 다른 시설에서 사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천오백 명의 사람들의 삶은 무서우리만치 유사했다. 앞서 언급한 시설의 시간표도 마찬가지로 수십 개의 이름을 가졌을 뿐 똑같았다.
한 분은 내게 지금이 몇 년도인지 물었다. 2017년이라 했더니, 벌써 그렇게 되었냐며 놀랐다. 입소년도를 보니 꼬박 19년을 이 시설, 이 방, 이 침대에서 보낸 분이었다. 또 다른 분은 면담 내내 음악 이야기를 하며 꺄르르 웃었다. 자신은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시설에서는 혼자 들을 수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아 눈물이 난다고, 바깥에 나가면 실컷 음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전철을 타고 둘러보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이어폰을 꼽고 있는 시대에, 나는 좀 서글퍼졌다. 한편 누군가는 시설에서 모든 게 자유롭다고 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고 했다. 그 시설에서 그 사람만,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방에서 꼼짝없이 있었다. 직원의 도움 없이는 꼼짝할 수 없는 와상장애가 있거나, 오랜 시설 생활로 무기력하거나, 정해진 시간 외, 정해진 장소 외 이동이 불가하다는 규칙을 몸에 익혔거나하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정책이 변화하여 시설 내 프로그램실, 휴게실 등의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지만, 사람들은 그게 있는지조차 몰랐다.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는 하루를 꼬박 천일 넘게, 십년이 넘게, 수십 년을 넘도록 보내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희미했다. 그러나 그 희미한 목소리, 몸짓, 표정 속에서도 그리움, 무기력, 갈망이 잔뜩 묻어났다.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는 삶
”고민이 없어요. 할 게 없어요. 눈감고 있으면.."
사람은 보편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사람 간의 여러 사건과 자극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터득한다. 하지만 시설과 같이 분리된 공간에서는 여러 사회적 경험과 관계에 대한 기회가 차단되고, 오랜 단체생활은 여러 문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이 총체적인 문제를 ‘시설화’라고 한다. 시설화는 ‘시설병’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자극이 없이 단조롭게 반복되는 시설 생활로 인해 사람들이 꿈과 욕구,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나가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평생 이곳에서 살다 죽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설화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뿐만 아니다.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된 시설 안에서 직원들 또한 무기력해지고, 새로운 지원에 대해 상상해볼 수 없다. 조사 중 어떤 직원은 시설이 너무나 외진 곳에 있어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꼼짝없이 퇴근도 못한다고 했다. 새로운 프로그램 강사를 섭외하려고 해도 강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직원도 마찬가지로 외부자극으로부터 무뎌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긴 말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시설에 가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시설거주인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무기력한 모습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고립된 시설에서의 일하는 사람과 지역사회서비스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표정과 활기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했다. “그렇다면 시설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그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전체 등록장애인 중 4.45%는 시설수용
그렇다면 이처럼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얼마나 있을까? 한국에서 그동안 장애인 거주시설과 시설 입소 인원은 꾸준히 늘어왔다. 시설은 2015년까지 매년 4~5%씩 늘어오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6년 12월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수는 1,505개소, 입소현원은 30,980명이다. 장애인복지법에 포함되지 않는 정신장애인시설 입소인원은 2017년 정신의료기관 66,688명, 정신요양시설 9,990명이며, 노숙인시설에도 2015년 기준 4,089명의 장애인이 수용되어있다.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2016년 기준 2,511,051명)의 약 4.4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밖에도 미신고시설, 수도원 등에도 장애인이 수용되어있지만 그 시설의 수나 수용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진=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한국의 탈시설 정책 현황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약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조용히 기다리라’는 말이 아닐까. 별이 보이지 않는 밤을 지새우며 시설에 사는 사람들은 가족의, 직원의, 공무원의 ‘기다리라’는 말을 별 수 없이 믿으면서도 나갈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은 없다. 오랫동안 시설수용 중심 정책 속에서 지금 당장 탈시설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 근거도 부실하며, 추진할 인력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런 와중에 2010년 장애인연금제도, 2011년 활동보조지원제도 도입은 탈시설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가 되었다. 시설거주인이 탈시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요소로 집, 생활비, 활동보조를 꼽기 때문이다.
‘완벽한 탈시설 정책’이란 끝내 지금까지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아니, 시설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회의 위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형기 없는 감옥보다 배가 고파도, 추워도, 더워도 바깥이 낫다’고 했다. 그리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탈시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투쟁에 ‘마로니에 8인 농성’이 있다. 이들의 60여 일간의 농성은 지금의 서울시 등의 탈시설 정책을 만들어낸 밑불이었다.
2008년 서울시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하여 시설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탈시설 욕구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2009년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가 설립되었고, 2013년 7월 인권증진기본계획을 통해 전국 최초로 시설거주 장애인 600명의 탈시설화를 지원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5개년 계획(2013~ 2017)」을 발표했다. 현재는 2차 탈시설화 5개년 계획을 수립·이행 중이다. 이어 전주시가 「전주시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2015~2019)」을, 대구시가 「시설거주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추진계획(2015~2018)」을 발표하였고, 2017년 광주시 또한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 5개년 계획(2017~2021)」을 발표하였다. 현재까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은 체험홈, 자립생활주택, 자립생활가정 등 탈시설 전환주거 제공, 탈시설 정착금 지급이 주를 이룬다.
한편, 문재인정부는 역대정권 최초로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생활 환경조성’을 위해 탈시설 지원센터 설치, 자립지원금 지원, 임대주택 확충, 범죄시설폐지 및 탈시설정책추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또한, 1842일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농성의 결과로 구성된 탈시설민관협의체에서는 지난 2월부터 탈시설 정책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는 그동안의 정권과는 다르게 지역사회 통합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일 뿐만 아니라,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함께 꿈꾸는 지향
그렇다면, 약속한 탈시설 정책은 ‘어떻게’ 이행되어야 하는가? ‘탈시설화’는 (시설이 아닌)제약이 최소화된 지역사회의 일반 주택에서, (인간 존재와 삶에 필수적인)개인의 자유, 자율성, 사생활을 보장받고, (이를 위한)소득 및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자신의 연령대와 선호에 맞게 사회의 일원으로 포함(inclusion)되어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충분히 담아낸 철학과 추진 원칙이 필요하다. 더불어 명확한 개념정의와 국가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탈시설화 추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시설수용 중심적인 장애인 정책 전반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내에 탈시설만을 전담할 부서를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국정과제에 명시한 대로 전국 17개 시도에 공공기관으로서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시설거주 장애인의 개인별 탈시설지원 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소득, 주거, 활동지원, 의료 및 건강관리 지원, 직업 및 주간활동지원, 관계 및 심리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하나의 컨트럴타워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이 같은 지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탈시설을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가족들의 설득을 위해서도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시설에 대한 폐쇄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시설 자체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신규시설 설치와 신규 입소를 제한하고, 현재 존재하는 시설들에 대해 일정기간 내 탈시설 계획을 수립하여 폐쇄하는 정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설입소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시설’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려면 어떤 지원체계가 필요한지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중요한 것은 탈시설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시설을 쪼개어 유지하거나 소규모시설을 확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역사회 자립’을 명목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보강사업비 등의 보조금이 기존 시설 개조, 공동생활가정 과 같은 소규모시설 확충에 쓰였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가 지역사회로 나가는데 있어 또 하나 넘어야할 산이 될 뿐이었다. 우리는 변질된 시설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원되어야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탈시설의 대안은 사고의 전환
남은 것은 기간과 예산의 문제이다. 이제는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탈시설, 어느 기간을 목표로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여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외국이 탈시설하는데 3~40년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우린 그와 꼭 똑같은 과정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걸까? 아직 이미 시설에서 수십 년 세월을 보낸 당사자에게 당신을 지원할 예산이 없다고 ‘기다리라’고 해야 하는 걸까? 좀 더 단순하고 명쾌하게 바라보면 좋겠다. 탈시설 예산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예산의 철학을 전환하는 문제이다. 시설을 유지하며 투여하는 예산, 한 사람당 지원되는 시설 예산을, 이 당사자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예산으로 목적을 바꾼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 시설거주인당 지원되는 금액을 산수로만 계산하면 연간 2,853만 원인데, 이를 개인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들이 모두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면, 즉 개인별 지원을 고민한다면 누군가는 지역사회에 살면서 그 이하가,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책과 예산의 전환은 그동안의 사고를 뒤집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동안 장애가 있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만을 획일적으로 제시했다면, 이제는 묻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꿈꾸나요?’, ‘그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서비스가, 얼만큼 필요합니까?’, ‘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까요?’.
존엄한 삶이란 결국 한 사람이 꿈을 찾아가고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사고해야할 현실이란 불가능한 조건의 나열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삶에 있다.
<참고문헌>
박숙경, 김명연, 김용진, 구나영, 문혁, 박지선, 정진, 정창수, 조아라, 2017, 「장애인 탈시설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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