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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OTT에 대한 방송 규제, 필요한가 –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세미나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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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OTT에 대한 방송 규제, 필요한가 –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세미나 (2019.01.16.)

익명 (미확인) | 목, 2019/01/17- 17:09

2019. 1. 16. 국회 언론공정성 실현모임,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주최한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세미나’에서는 방송법 체계에 OTT 사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한 김성수 의원 발의 방송법 전부개정안(일명 통합방송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 참여하여 ‘방송은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다른 매체이기 때문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방송 서비스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방송법으로 포섭시켜 강력한 규제내로 편입시키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도 불이익하고 창작자들, 소규모 미디어, 개인 크리에이터, 1인 미디어 등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미디어 산업과 문화 전반의 발전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OTT에 대한 방송 규제, 필요한가

손지원(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1. 방송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방송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

(1) 방송 규제의 근본적 이유

법과 정책에 있어 규제 대상을 확정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결국 법의 근본적인 목적과 연결된다. 방송법을 논의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결국 ‘방송’이란 것이 무엇인지, 방송을 다른 표현물과 달리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를 되물어야 한다.

방송콘텐츠도 원래는 표현주체가 표현물의 내용을 결정하고 유통 방식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물이다. 다만 방송콘텐츠가 일반적인 표현물과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엄격한 각종 규제가 정당화되는 표현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콘텐츠를 일반 표현물과 다르게 만드는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이것은 곧 방송 규제의 근본적 이유와 연결된다. 방송콘텐츠와 다른 표현물의 구분은 표현물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표현물이 유통되는 경로, 즉, 전달 매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① 표현물이 공중에 동시적, 일방향적으로 침투시키는 구조의 매체를 통해 유통되었는가 (공중에 대한 일방향적 침투성) ② 이러한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유통할 권리가 제한적으로 부여되었는가 (채널의 제한성), ③ 이로 인하여 수신자인 일반 국민들의 선택권, 통제력이 제약되는가가 ‘방송’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방송을 규제하는 이유는 그러한 특성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표현물의 영향력, 그러한 매체를 이용할 권리를 부여받은 한정된 소수들이 콘텐츠 시장 혹은 사상의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무기를 쥐여준 국가가 방송사업자에게 공적 책임을 함께 부여하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TV나 라디오처럼 각 방송사들의 일방적 편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채널은 제한되어 있어 시청자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소수의 메세지를 일방적으로 전해들을 수밖에 없는 매체라야 규제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2) 동일서비스-동일규제, 규제 형평성? 인터넷은 방송과 동일한가.

통합방송법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즉, OTT가 방송 서비스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이를 방송법 규제 내로 포섭시키는 내용이다. 동일서비스-동일규제, 규제 형평성, 수평적 규제를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동영상서비스와 방송서비스가 과연 같은 것인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양방향적 매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채널이 존재하는 매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해서 보고, 또다른 수많은 콘텐츠, 채널, 나아가 다른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들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상시적으로 보장된다. 한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매체 사용권이나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부여, 보장받은 바도 없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인터넷 매체는 근본적으로 방송 매체와는 다르고, 동일한 콘텐츠라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와 방송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는 ‘다른 서비스’로 보아야 한다. 기존 방송사업자와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서비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은 방송과는 전혀 다른 매체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표현물을 ‘방송’과 같은 층위에서 규제할 수 없다.

물론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편성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IPTV처럼 특정 망과 단말기, 장기 수신계약을 통해 이용자들의 콘텐츠 선택이나 방식을 크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이용자들은 다른 수많은 채널,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그들의 편성에 구속된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러한 매체에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가 의문이나, 만에 하나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존의 ‘방송’ 층위가 아닌 다른 개념 단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3) 해외의 사례

같은 이유에서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여 별도의 수직적 규제 체계하에 있으며, 방송은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등만을 규제하고, 인터넷동영상서비스는 통신서비스로 규제되고 있다.[1]

콘텐츠를 기준으로 한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했다고 알려진 EU의 경우, OTT 서비스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되며, 실시간/비실시간을 기준으로 다른 규제를 받고 있다. 2010년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에 따르면, ‘텔레비전 방송’은 ‘편성 스케줄에 따라 일반 대중의 동시 시청을 위해 일방향으로 제공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이에 해당하는 경우만 방송 규제를 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을 ‘유선이나 위성대역을 포함한 공중파를 통해 일반 대중의 수신을 목적으로 텔레비전 방송프로그램을 전송하는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지상파나 위성, 케이블 TV와 같은 전통적인 텔레비전 서비스에 한정되도록 했던 ’국경없는 텔레비전 지침‘의 ’텔레비전 방송‘ 개념을 확대한 것이다.[2] 이와 같은 EU의 결단이 옳은 방향인지, 이들에게 적용되는 규제 정도가 기존 방송 매체에 적용되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인지는 더 연구해보아야 할 사항이지만, 최소한 ‘편성’, ‘실시간 송출’, ‘동시성’, ‘일방향성’ 등을 방송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법안상 방송정의 규정의 모호성과 문제점

통합방송법안상 ‘방송’의 정의는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방송’이란 ‘방송프로그램을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이고,[3] ‘방송프로그램’이란, ‘방송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콘텐츠’를 의미하고, ‘방송콘텐츠’는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시청자에게 송신되는 영상, 음성, 음향 데이터’를 의미한다. 문언만 가지고 보면 방송 매체의 특성이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일체의 모든 시청각 콘텐츠가 방송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존 방송법상 ‘방송’ 정의 규정에서 ‘기획, 편성, 제작하여’라는 요건을 삭제하고, ‘방송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편성’ 개념도 ‘화면에서의 배치’를 추가시키는 등 ‘실시간성’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려는 듯이 보인다.

OTT 규제 부분을 보면 부가유료방송사업자는 ‘이용자와의 계약에 따라 정보통신망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이용자에게 판매‧제공하는 자’이고, 이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 또는 개인창작영상물을 활용한 콘텐츠를 공급‧판매하는 자는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분류되어 ‘방송사업자’로서 진입규제, 광고규제, 내용규제 등의 방송 규제를 받게 된다.

위에서 이미 말했듯 법안상 ‘방송프로그램’ 개념이 불명확하여 일체의 모든 시청각 콘텐츠가 이에 해당할 수 있고, 시청각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플랫폼과 이 플랫폼에 자신의 시청각 콘텐츠를 판매하는 모든 자들을 방송사업자로 포섭하여 방송 규제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표현물의 유통 방식, 영리성만을 이유로 규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통합방송법 역시 이러한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입법의도를 최대한 선해하여 해석하면, ‘방송프로그램’은 현행 방송법상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이하 ‘기존 방송프로그램’으로 부른다)을 의미하고, 이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인터넷상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자에게 방송사업자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부가유료방송사업자’ 개념을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그렇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법안처럼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없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또 다른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 많은데, 이들에게 개인창작콘텐츠를 판매한 개인 크리에이터들 역시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방송사업자’가 되고, 이들이 만든 콘텐츠 역시 ‘방송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유료로 제공하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경우, 그 콘텐츠도 내용규제, 심의 대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다른 플랫폼도 방송사업자가 만든 방송프로그램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써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3. ‘인터넷콘텐츠제공사업자에 대한 방송 규제는 과도

또한 어떠한 조건으로든 ‘인터넷콘텐츠제공사업자’를 ‘방송사업자’로 편입시키는 부분은 과도하다.

법안 설명자료에서는 개인방송은 원칙적으로 그 대상이 아니라고 하나, 아프리카TV와 같이 별풍선을 받는 것, 유튜브와 같이 광고 수익을 배분 받는 것 모두 추후 플랫폼에게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고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갑자기 부가유료방송서비스가 아니었던 OTT가 기존 방송프로그램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기로 결정하며 부가유료방송서비스사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OTT의 성격에 따라 여기에 콘텐츠를 판매하던 개인 크리에이터의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는 부당한 결과도 생길 수 있다. 유통 매체가 방송사업자이기 때문에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우려되는 것이라면, 매체 운영자인 방송사업자를 통해 최종 배포 단계에서 규제하면 될 일이지, 콘텐츠공급자를 방송사업자로 규제할 필요와 근거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방송사업자가 만든 방송콘텐츠는 심의규정에 따른 심의, 즉, 내용규제를 받고, 위반시 방통위, 방심위의 행정제재의 대상이 되며, 행정제재 미이행시에는 벌금형까지 처할 수 있다. 자신의 표현물을 유력한 매체에 돈을 받고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자신의 표현물을 널리 배포하면서 수익까지 내는 것은 모든 표현 주체의 욕망이다.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 혹시 정치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생활도 영위하고자 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이러한 공공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며 심의, 즉 내용검열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 이러한 규제는 크리에이터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경직시킨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방송과 달리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규제는 미디어 시장과 문화 전반의 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4. 결론

통합방송법안의 OTT 규제 부분은, ‘영향력’있는 동영상 콘텐츠와 서비스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영향력, 유료 거래 여부만을 기준으로 방송의 범주로 포섭하여 무리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영향력’이란 객관적 산정이 불가능한 개념으로서 규제 기준으로 삼을 수 없고, 표현 형식이 동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표현물을 돈을 주고 사고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령 등을 통해 기존 방송과 규제 수준을 다르게 정비할 것이라는 유보는 적절하지 않다. 법률 단계에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법안은 내용규제, 제재조치 등이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하다.[4]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일반 이용자에게도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해외 서비스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 콘텐츠를 유통시키지 않게 되면 이용자들은 국내 콘텐츠를 보기 위한 서비스에 별도로 가입하여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사업으로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서비스 다양성이 줄어들고 소수의 통신사, 방송사와 연계된 플랫폼들이 유통을 독점하게 될 경우의 폐해도 생길 수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서비스 규제 법안들이 제안이유로 내세우는 ‘규제 형평성’은 정당한 입법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존의 규제 자체가 적정한 것인지, 적정하다면 기존의 규제를 새로운 매체에 적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만한 동일성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매체의 발달로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어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영향력도 분산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존의 불필요한 방송 규제를 완화하여 국내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다양한 형식의 매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국회는 기존의 매체와 성격이 다른 새로운 매체를 기존의 개념에 무리하게 포섭하여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1] 국회입법조사처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쟁점과 개선과제’ (NARS 현안보고서, 제287호, 2015)

[2] 이향선, ‘스마트미디어 환경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체계 정비 방안’, (스마트미디어 확산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 체계정비 방안 모색 토론회. 2016)

[3] ‘방송’의 정의규정에서 ‘방송’이란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어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은 현행 방송법도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4] 법안 설명 보도자료에서는 결격사유 규정 등이 OTT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발의 법안 원문 제17조 제2항에서는 외국인이나 미성년자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와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등, 구체적인 설명과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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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사단법인 오픈넷이 2021년 2월 24일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혐오에 맞서는 대항표현’이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차별을 근거로 소수자 집단을 겁박하고 그들이 차별을 내면화하도록 하여 사회적 참여를 억제해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은 그렇기에 자체로 해악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혐오표현에 관한 담론은 소수자나 피해자의 개념 정의와 범주가 주관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어 피해자의 대항표현을 가해자가 혐오표현으로 몰아세우거나, 혐오표현이 불쾌한 표현으로 등치되어 특정 단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혐오표현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인해 법적인 규제의 필요성 역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누가 사회적 약자인지, 혐오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법적 규제는 검열과 사상검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대항표현은 혐오표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항표현은 혐오표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부분적으로만 다루어져왔다. 그런 탓에 대항표현에 대한 국내의 논의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왔다. 대항표현의 가능성과 다양한 형식의 대항표현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웨비나를 개최하였다. 

아래는 각 발제문과 질의응답의 요약이다.

[발제 1] 대항표현이란 무엇인가 | 유민석(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유민석은 혐오표현과 대항표현 개념에 대하여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성 개념을 차용하여 접근했다. 그는 혐오표현을 정의하면서 모호한 개념이지만 개인이나 집단을 상대로 성, 인종, 피부색, 장애, 성적 지향 등을 욕하거나 낙인찍기 위해 의도되는 “중첩되고 교직되는 유사성들의 복잡한 조각보(patchwork)”로서, “모욕하거나 비하하거나 폄훼하거나 부정적으로 정형화하거나 인종이나 종교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이나 장애에 기반하여 사람이나 사람의 집단을 향한 증오, 차별 또는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또는 기타 표현 행위” 등을 총칭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항표현은 다양한 방식과 수단, 인물, 장소에서 실행되며, 혐오표현이 사적인 환경이나 공적인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고 권위를 가진 사람이, 또는 일반 시민이, 블루 칼라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수행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항표현 역시 개인이 할 수도 있고 집단이 할 수도 있으며, 정치인이나 국가가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항표현의 가족 구성원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1. 개인적 대항표현, 2. 집단적 대항표현, 3. 국가 중심적 대항표현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집단을 상대로 한 개인적/집단적 대항표현이 갖는 사적실천의 한계, 권위부재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가중심의 대항표현이 개인적/집단적 대항표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국가중심의 대항표현은 첫째,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되받아쳐 말하는 것과 조화되기는 하지만, 대응하도록 요구받는 주된 대상은 피해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업은 주로 공무원 또는 시민단체와 같은 제3자에게 위임된다. 둘째, 국가공무원은 많은 시민 개개인과 달리, 존엄성에 대한 공적 확신을 공격하려는 혐오표현의 시도에 권위를 갖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가 중심 대항표현은 혐오표현의 해악(인간 존엄성에 대한 확신의 파괴)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런 국가 중심 대항표현은 개인적인 대항표현이 가지기 쉬운 권위의 부재나 추가적인 이중 부담 같은 부작용들을 최소화시켜 준다고 주장했다.

[발제 2] 대항표현을 위한 선결조건 |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는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하여 차별을 정당화하고 조장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가지는 혐오표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법의 한정적 문헌에서 혐오표현의 유형과 전달매체, 성질, 발화자의 지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기 어렵고, 오히려 소수자들의 표현을 억제할 우려가 있거나, 형벌 조항의 한계와 형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대체적 혐오표현들이 가능하고, 이런 대체적 표현들이 처벌되지 않을 때 오히려 혐오표현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은 더 많은 표현과 더 좋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혐오와 차별의 의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그 첫 번째 조건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 소수자들의 말이 들릴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것을 들었다. 그는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게 언급했는데, 표현을 증진하기 위해 혐오표현에 대한 연구,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거나 차별적 구조를 없애기 위한 제도 개선, 국가차원에서 대항표현을 바로하하거나 혐오표현의 해악을 알리고 대항력을 기르는 교육과 홍보를 실시할 것을 그 적절한 개입으로 들었다. 이것이 세 번째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꼽았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관한 통합적 정의와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법으로 차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예방책과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발제 3] 성공적인 대항표현을 위한 몇 가지 전략 | 캐시 버거(혐오표현 프로젝트 연구팀장)

혐오표현 프로젝트 연구팀(Dangerous Speech Project, DSP)의 팀장으로 활동 중인 캐시 버거는 대항표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DSP에서 그간 진행했던 연구의 일부를 소개했다. 그는 SNS상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를 토대로 대항표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혐오표현 발화자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혐오표현을 초래하는 게시물이나 댓글이 사장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긴 것은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는 또 다시 혐오표현을 반대하고 대항표현을 지지하지만 소극적으로 방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전염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 외에도 유럽 축구 경기시 소수인종의 축구선수들에게 바나나를 던지는 혐오표현에 대한 대항표현 역시 사례로 들었다. 2014년 두 명의 브라질 출신 축구선수가 경기 도중 경기장 안으로 떨어진 혐오의 상징물인 바나나를 주워 먹어버렸고, 팀원이 온라인에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라고 말하며 지지하는 대항표현을 올리자 전 세계가 즉각적으로 이 대항표현에 반응하며 이들을 격려했다는 것이다. 버거는 각각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혐오표현 발화자를 직접 언급하는 것보다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더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발제 4] 머신러닝 기반 시각화를 통한 악성 댓글 문제 완화 연구 | 박지현(랜덤웍스 테크 디렉터)

대항표현의 형식은 다양할 수 있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표현 억제나 규제라는 단일한 해결책만이 능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박지현 디렉터는 이와 같은 가능성을 고려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악성댓글을 자동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댓글로 인한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매체인 뉴스의 댓글을 시각화한 사례로 댓글의 긍정 부정의 정도를 시각적으로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체 댓글의 시각화로 전체 댓글의 긍정, 부정의 경향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과 유저가 작성하는 댓글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사이렌은 해당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술 개발 수 대상을 선정하여 평가 실험도 진행하였는데, “댓글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완충제 역할을 하여 댓글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보고싶은 성향의 댓글만 볼 수 있어, 악성댓글로 인한 피로도를 줄일 수 있었다”, “댓글을 쓸 때 신경을 써서 댓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댓글을 쓰는 중 사이렌이 반응하여 댓글을 쓰는데 각성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질의 응답]

모든 발제가 끝난 후 혐오표현에 대한 언론의 역할, 댓글 시각화 기술에 있어 결과물에 대한 시각화 문제 등 발제에 대한 심화된 질의 응답이 오고갔다. 시차로 먼저 자리를 떠야했던 캐시 버거의 발제에 대한 질문만 간략하게 정리한다. 

Q) 230조 및 애국법(laws like section 230 and the patriot act)이 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점진적으로 침식하거나 무시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해야합니까?

A)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230조(그 자체로는 법이 아니지만 커뮤니케이션 품위 법의 한 섹션)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제 230조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컴퓨터 서비스의 제공자나 사용자는 다른 정보 콘텐츠 제공자가 정보를 생산하거나 발행한 자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즉, 온라인 중개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사이트에 게시된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소셜 미디어 사이트는 잠재적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있는 모든 콘텐츠를 삭제할 가능성이 거의 높습니다. 표현의 자유의 가치에 대한 교육과 자국에서 현재 시행되고있는 법률에 의해 현재 허용되고 금지되는 사항에 대한 교육은 모든 시민이 자신의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Q) 음모론, ‘비과학적’, 인종 차별, 성 차별주의로 간주하여 사회 정치적으로 불편한 담론을 은폐하는 언론과 어떻게 싸워야할까요?

A) 제가 대화를 나눈 많은 대항표현 참여들은 그들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정치적 토론과 토론을 위해 온라인 대화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지, 하나의 관점 또는 다른 관점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항표현은 말로 인해 발생할 수있는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검열의 대안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특정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것(hushing)’에 맞서 싸우는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인종, 문화, 상대성 등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양상을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온라인에 존재하는 유해한 언어 규범의 종류에 대해 더 많은 시청자를 교육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온라인 활동의 예를 찾았습니다. 때로는 많은 팔로워가 있는 어떤 사용자가 더 많은 청중이 볼 수 있도록 이 연설을 리트윗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직관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해로운 말을 제거하려고 하기보다는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또 특정 그룹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말이 사용되는 방식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화, 2021/03/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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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다수의 사람들이 악의적 허위보도를 하는 ‘나쁜’ 언론을 징벌하겠다는 정의로운 법안을 왜 반대하냐고 의문을 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징벌’의 칼날은 누구나 휘두를 수 있고, 누구의 목에나 겨눠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마디로 이 법안은 악의적 허위보도를 하는 나쁜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언론 활동마저 크게 위축시켜 언론의 자유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규제다. 개정안은 허위성을 명백히 인식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경우뿐 아니라, ‘중과실’에 의한 허위보도, 즉, ‘오보’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취재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과실이 인정되어 징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허위보도’란 것도 마치 누구나 똑같이 명확하고 정의롭게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문장에서 사용된 단어 하나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판단자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문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로 같은 사건이라도 법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 사례도 많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는 모호한 표현 하나를 꼬투리 잡으면 ‘허위보도’로 쉽게 프레임 씌워져 소송이 제기될 수 있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가짜뉴스라며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법원이 결과적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기에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침해될 일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은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분야라 누구도 법적 결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언론으로서는 큰 부담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도 대상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기사열람차단 청구로 압박하면, 불안한 언론은 억울해도 기사를 내려주거나, 해당 언론은 물론 다른 언론도 앞으로 그 사안에 대한 후속, 추가 보도는 자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법안은 많은 경우에 언론의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규정하여,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위치에 있음을 명시하고, 소 제기는 더욱 쉽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언론보도의 주요 대상인 공인과 기업 등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도 더욱 부추겨,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다시 공직자나 대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언론의 폭넓은 감시와 의혹 제기가 보장되어야 하는 권력자는 너무나 많다. 또 측근 비리 보도처럼 그 공인과 측근이 함께 보도 대상인 경우에는 피해주장자(원고)를 측근으로 하여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일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법은 헌법적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려워 후에 위헌으로 판단되어 삭제될 소지도 높다. 즉, 이 조항은 비판 무마용 장식적 조항에 불과한 것이다.

‘진실임을 확실히 증명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 최대한 선해할 수 있는 이 법안의 메시지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대부분의 사건은 진실임이 명백히 증명되기 어려운 것들이며, 이러한 사건이 오히려 더 세상에 알려질 필요가 있는, 보도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단계에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켜 은폐되고 있는 진실을 발견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는 신속한 초기 의혹 보도는, 곧 언론의 존재 이유라고 할만큼 중요하며 사회 변혁의 중대한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법안은 무엇보다 이런 초기 의혹 보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모든 법안은 좋은 목적을 지향하며, 물론 이 폭넓은 규제법으로 억울한 언론 피해자가 큰 보상을 받고 저질 언론이 징벌을 받는 정의로운 결과도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수의 사례를 위해 너무나 많은, 가치있는 언론 활동마저 위축, 포기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됨을 의미한다.

언론 피해 구제가 부족했다는 문제는 법원이 구체적, 개별적 사건에서 판결로 손해액 자체를 높게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법원이 실무상 위자료를 적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법원도 그런 비판을 받아들여 2016년에 대폭 상향된 위자료 산정기준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기존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특수한,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이유는 없다.

찬성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나쁜’ 행위에 대한 엄벌주의는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로, 어떤 분야든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다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언론 분야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구체적,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언론이 정치적 이슈, 정치적 이해와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은 늘 언론에 민감하고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입법자인 국회의원들도 언론과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한 규제는 진영을 불문하고 언론의 주요 감시, 비판 대상인 모든 정치권력의 공통된 염원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가짜뉴스 규제 논의는 주로 선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론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가짜뉴스를 엄벌해야 한다는 것은 트럼프가 강력히 내세웠던 기조이기도 했다. 한편 대중들도 보통 자신과 관점이 다른 언론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은 이를 ‘국민적 합의’로 이용한다. 그래서 언론, 표현 분야는 강한 규제가 쉽게 논의되고 도입되는 분야다.

언론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언론의 자유를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인 국민이 언론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 미운 언론도 물론 있지만, 위험을 무릅쓴 언론 활동 덕에 사회는 진보해왔다.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회의 손해로 돌아온다. 결국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언론의 주요한 감시, 비판 대상인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며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점을 늘 되새기고, 규제의 적정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8.17.)

월, 2021/08/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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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개특위,
선거법 전면 개정 논의 나서야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개정 의견 제출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위헌 결정 반영 넘어 폭넓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필요

1/17(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국회에 선거운동 및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선관위가 표현의 자유 보장과 알 권리 확대 등을 위한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킨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의 선거시기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는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정개특위가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보다 확대,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개정 의견 제출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선관위는 2022년 7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준용한 선거법 개정 의견을 밝혔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물·인쇄물의 게시·첩부·배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제90조 제1항과 제93조 제1항), △선거운동기간 중 유권자에게도 소품 또는 표지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며(제68조),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가 게시판에 올라온 선거 관련 게시글의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을(제82조의6)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 조항들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당연히 개정되어야 하는 조항들이다. 특히 제90조제 1항과 제93조 제1항은 선관위의 유권 해석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야기한 대표적 독소조항인 만큼 별도의 자구 수정도 필요없이 아예 폐지해야 마땅하다. 선관위도 이미 지난 2021년 4월, 제90조제 1항과 제93조 제1항의 폐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과 단체의 정당⋅후보자 정책이나 공약을 등급화·서열화하지 못하게 해 사실상 비교⋅평가를 금지한 선거법 제108조의3에 대해 언론기관 혹은 언론과 공동으로 해야만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은 터무니 없다. 이 조항은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후보자에 대한 공약과 정책의 자유로운 평가를 제약하고 유권자가 그에 따른 정보를 얻을 수 없도록 해왔다. 언론기관은 단독으로 서열화나 등급화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도, 단체는 언론기관과 공동으로 하지 않으면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며 단체 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정책 선거의 활성화를 위해 단체는 얼마든지 단독으로 정책과 공약을 비교 평가하고 이를 시민과 나눠볼 수 있도록 선거법 제108조의3조를 폐지해야 한다.

위헌 결정 반영 넘어 폭넓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필요

이말고도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선거운동 정의 조항(제58조)과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에게 적용되어 과다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온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제254조 제2항)에 대한 의견이 빠진 것은 아쉽다. 최소한 제58조 개정을 통해 선거나 정책에 관한 유권자의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후보와 정당에 대해 비판과 풍자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악용되는 제251조 후보자비방죄는 폐지해야한다. 후보자에 대한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 현행 허위사실 유포죄로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주체, 기간, 수단에 대해 체계적이고 조밀하게 제한하고 있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을 때 해당 조항의 일부분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선거시기 유권자들의 표현에 대한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선거법은 일반 유권자가 아닌 후보자와 정당의 선거운동과 선거비용에 대해 규제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정개특위의 활동 기한은 4월 30일까지로, 여야 합의로 개정하기로 한 정치개혁 의제들을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 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선거에 능동적이고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선거법 재정비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The post [논평] 국회 정개특위, 선거법 전면 개정 논의 나서야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수, 2023/01/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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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사단법인 오픈넷이 2020. 8. 21. 2020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에서 ‘인터넷 공간의 안전’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KrIGF는 국내 주요 인터넷 공공정책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 및 토론을 위해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기관 및 단체가 함께 연 1회 개최하는 포럼이다.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공동기획으로 개최되었던 이번 워크숍은 2020 KrIGF의 큰 주제인 인터넷 공간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워크숍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미루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의 발제에 이어 이승현 비온뒤 무지개 재단 이사장, 오영택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 기획단 사무관, 왹비 주홍빛 연대 차차 활동가와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가 토론했다. 1.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혐오와 배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2.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안전 담론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 혐오와 배제를 넘어 ‘안전’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아래는 발제문 전문과 요약한 토론 내용이다. 

[발제문] 인터넷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가? –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인터넷은 마치 공기와도 같았습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수 있었고 여전히 그러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서로 연결되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안전을 추구했던 시절이 한때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퇴색되었을지라도 인터넷의 미덕은 접속자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며,  젠더의 구분 없이 혹은 자신이 원하는 젠더로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해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기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해방의 공간이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갖춘 익명성의 미덕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도구로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여성들은 인터넷을 통해 일생을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인권과 노동권을 외쳤습니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악의적인 00녀 시리즈 등 우리 사회와 인터넷 공간에서 넘쳐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적대에도 맞서 싸워왔습니다. 미러링을 통해 적대적인 혐오에 대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의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여성들과도 연대했습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해시태그 운동은 전 지구적 규모의 여성이 인권 향상과 여성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렸습니다. 또한 거대한 연대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막강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여성의 해방과 연대는 아주 협소하고 배타적인 범주의 ‘여성’을 위한 것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폭력을 없애고 성적 대상화를 거부한다는 이유와 ‘여성’의 품격을 평가절하시킨다는 이유를 근거로 인터넷 상에서 성, 섹스,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터부시되거나 심지어는 적대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잣대로 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비난, 혐오, 적대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타적인 권리 주장은 현실 세계에까지 실질적인 위협으로 드러나는 등 높은 파급력으로 충격을 되먹이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성노동자 등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집단에 속하지 못한 소외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수위 높은 낙인과 배제가 그 결과일 것입니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절대적일 수도 없고, 가치중립적이지도 않은 기준은 공격과 비난을 받아도 될 대상과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누군가가 사회가 비난하고 꺼리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거나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경제, 문화 등등의 무수한 맥락은 단지 전체 여성의 가치 저하라는 추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명제로 빨려들어가 사라져버리고 있습니다. n번방 피해자에게 책임을 되물었던 일부 여론은 음란과 성폭력의 구분을 우리 사회가 한사코 거부했던 결과일 테지만, 여성 청소년의 성적 욕망이나 실천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나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 금지라는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변방의 목소리로 묻혀버렸습니다. 

바로 지금 ‘여성’의 해방과 연대는 ‘여성’이라는 범주에 속할 수 없는, 속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사라져야만 실현 가능한 것인 듯합니다. 안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 존재의 삭제를 요구해도 되는 정당한 권리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꿈꿨던 인터넷을 통한 연대의 가능성도 무참히 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해방과 연대를 가능하게 한 인터넷의 미덕과 가치가 빛바랜 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들은 되물어야 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사회적 보호와 안전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선별적인 특권인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진정한 해방과 연대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여성’의 연대에서 배척되었던 소수자들이 경험했던 차별과 혐오 그리고 배제의 경험들을 들어보며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토론] 

1. 현재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이 마주한 혐오와 배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의 성에 대한 담론은 제대로 인식되기도 전에 비가시화되거나 부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이버 불링’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피해자가 해당 공간에서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여성청소년의 경우에도 단순히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제대로 된 대화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비가시화된 존재로서 성소수자로 뭉쳐져 이야기되어왔을 뿐 제대로 이야기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조금씩 트랜스젠더의 이야기, 성소수자 내에서도 다양한 존재들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는 심화되고 있다. 복합적인 맥락에서 혐오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트랜스젠더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성노동자에 대한 모순된 시선이 존재한다. 여성운동가들은 성매매 철폐를 외치며 이를 성착취라고만 이야기하고 성노동자들의 운동을 폄하하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누구도 성노동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성노동자는 말할 수 없는 존재로 존재해야 한다. 언어를 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성노동자의 언어를 탈취하여 성노동자를 타자화시키는 것이 일부 여성주의 진영이 취하는 전략이다. 성노동자의 현실이나 당사자들의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페미니스트들은 사이버 불링의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소수자가 자신을 말하고 드러내는 행위가 안전해지기 위한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이고, 기초적인 감각이 인터넷 기반에서 구성되어 있다. 이들에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정보 획득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간이다. 분명 인터넷은 청소년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 공간인 것은 맞다. 스쿨미투 역시 그런 배경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여성청소년들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 어리고 순결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 등 사회가 여성청소년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다양하지 않고 여성청소년이 권리주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성적 쾌락과 성담론을 문란한 것으로 치부하고 규제하려고만 하고 있다. 이런 모순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는 N번방 사건 일탈계에서 나타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에서도 혐오차별에 대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진정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지정되어야 하는데 혐오, 차별 표현은 하나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건 처리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 혐오차별 대응기획단도 만들고 혐오표현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기획단은 혐오표현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범사회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고,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책적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안전 담론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연대’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여성주의 슬로건 중에 “단 한 명도 더 잃을 수 없다”는 슬로건을 좋아한다.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것은 단 한 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단 한 명도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치 파이싸움처럼 누가 더 많은 파이를 가질것이고 누가 파이를 가질 자격이 없는지를 검증하는 배제주의적 페미니즘을 직시하고 주변화된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모두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르고 사회구조적 문제, 개인의 관계망 등 여러 원인으로 성노동자가 되곤 한다. 이런 사회구조적 논의 없이 똑같은 자리에 선 사람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자격이라면 우리가 싸우고 있는 기득권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 보호법이 오히려 청소년을 규제하는 것으로만 작용하고 정작 무엇이 유해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 성적 쾌락, 성담론을 일탈적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감각으로서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금지하는 것만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대응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집단이 아니라 젠더 규범과 차별의 역사를 계속 반복시키는 사람들의 생각이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 페미니즘은 결국 누가 조금 더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가느냐를 두고 갈등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방식으로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투쟁의 대상을 단순화하고 맥락에서 제거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 배제가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젠더 규범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단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접점을 만들어 소수자간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혐오표현 규제들은 맥락과 역사적인 고려 없이 단순히 거친 표현, 욕설 등을 주로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무엇이 혐오표현이고 어떤 것이 차별의 맥락을 담고 있는 것인지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 기업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3. 혐오와 배제를 넘어 ‘안전’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을 규제와 혐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혐오표현의 규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 전체적 맥락에서 무엇이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지 이야기 나눌 공론장의 구성이 필요하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0/09/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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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일시 및 장소 : 2월 24일 (월) 14시, 헌법재판소 앞

주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 취지와 목적

 

작년 8월 2일 국회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악시켰습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목적과 달리 사용하고 공개하면 처벌한다고 합니다. 노동자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2월 2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사고와 질병, 죽음 등 국민들이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이 법이 위헌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대책위는 오는 2월 2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헌법소원 기자회견은 맨 아래 소개와 같이 진행됩니다.

 

한편, 2월 24일 오전 10시에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이 국회 정론관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이 기자회견은 잘못된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기로 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님의 어머니 김시녀님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법률팀을 대표하여 임자운 변호사가 참석하여 발언할 예정입니다.

 

  • 개요
    • 제목 :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 일시 : 2월 24일(월) 오후 2시/ 장소 : 헌법재판소 앞

    • 주최 :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대책위 참여단체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건강한노동세상, 생명안전 시민넷,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기자회견 순서 

    • ⓵ 작업환경측정보고서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포함하여 반올림의 우려 :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 ⓶ 노동현장의 우려 :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 ⓷ 연구자의 우려 :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최상준 교수 (산업보건학회)

    • ⓸ 피해당사자 발언 :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 ⓹ 기자회견문 - 헌법소원 취지 및 내용 요약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헌법소원 법률팀

    • ⓺ 퍼포먼스 : 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 참여자들


      * 기자회견 후,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합니다


  • 문의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02-3496-5067 / [email protected]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이지은 02-723-0666


    보도협조쵸청서https://drive.google.com/open?id=1OWfafte1beEDLIkCAsSisyQDSWRg_IO_zD-4gz...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20/02/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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