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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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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의 힘

익명 (미확인) | 금, 2019/01/11- 11:08

 

1. 다른 천하

이병한 선생님, 새해 벽두에 보내주신 개벽소식 잘 받아보았습니다. 마침 새해 첫 출근길이었습니다. 천지가 잠자고 있을 때 서울에서 보낸 편지를 천지가 깨어날 무렵에 열차 안에서 읽을 수 있다니, 새삼 물질개벽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첫날 일과를 마치고 대학 근처의 심야카페에 와서 답장을 쓰고 있습니다. 곧 자정이 되려 합니다.

편지를 일독하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논어』에 나오는 “후생가외”라는 말의 의미였습니다. 대개는 후학의 <실력>의 출중함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실력>보다도 <힘>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세대의 기상이 넘쳐 기성세대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는 것이죠.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프레시안》에 쓰신 글의 부제가 “유학국가에서 동학국가로”여서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는 “개벽국가의 탄생”이라는 표현에 거듭 놀랐습니다.

제가 아무리 개벽파를 자칭한다고 해도 “동학국가”나 “개벽국가”와 같은 대담한 표현은 감히 쓰지 못합니다. 지식이나 지혜는 배울 수 있을지 몰라도 기개나 기운은 압도당하는 것이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에서는 “역발산(力拔山) 기개세(氣蓋世)”와 같은 패기가 정말 중요하겠다 싶습니다. 지난 겨울에 소개해주신 하자센터의 ‘공공하는 청년들’에게서도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한반도의 대통령인양 나대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거리로 뛰쳐나와 남북평화를 노래하기 시작했더니 거짓말처럼 남북대화가 시작됐다는 그 용감한 십대들 말입니다. 평화의 뒤에는 용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이런 패기는 젊은 세대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있었던 원광대학교 시무식에서도 박맹수 신임총장께서 “개벽대학”이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신임 이사장님도 신년사에서 같은 표현을 쓰셨고요. “원광대학이 다시 개벽하여 개벽대학으로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이 기세에도 제가 압도당했습니다. 두 분 다 저보다는 한 세대 위의 분들입니다. 이번에는 “선생가외”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이념으로 “개벽의 일꾼”을 길러내자고 개교한 원광대학교가 왜 그동안 “개벽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놓지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혹시 뭔가에 억눌려 주저주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개화(서학)나 척사(유학)에 억눌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원광대학교의 모습이 그동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첫 번째 화두로 제기하신 중국의 ‘다시 천하’ 이야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중국의 근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득 “천하위공(天下爲公)”을 “천하이공(天下二公)”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이 스스로를 ‘공’(보편)이라고 자처하던 시대에서 미국이라는 새로운 ‘공’이 등장하게 되었으니까요. 고공(古公)과 신공(新公)의 상박(相搏)이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이 이공(二公) 사이에서, ‘척사’와 ‘개화’ 사이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 김태창선생님 식으로 말하면 ‘공공’을 열기 위해서, ‘개벽’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식의 근대의 시작이었고, 그래서 “한국 근대의 탄생”은 “한국 개벽의 탄생”으로 바꿔 말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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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근대

사실 제가 ‘한국의 근대’라는 진부한 주제를 다시 꺼낼 수 있기까지에는 기타지마 기신 교수님의 ‘인도-아프리카 연구’와 선생님의 『유라시아 견문』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학에서 원불교에 이르는 개벽종교만으로는 “개벽이 근대”이고, 그 근대는 “영성적 근대”였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아프리카가 그랬고, 인도가 그랬고, 이란이 그랬고, 러시아가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성속합작”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와 견문가의 ‘증언’을 듣고 나서야 확신이 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선생님께서 작년 5월 1일에 원광대학교에서 발표하신 <나와 동북아시아/유라시아 연구>의 충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치 『장자』에 나오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동해의 자라에게 바다이야기를 처음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동안 동아시아 전통과 서구 근대에 갇혀 있던 자신의 좁은 시야를 뼈저리게 반성하게 해준 자리였습니다. 30여 년 전에 서울에서 김용옥 선생님의 동양학 저서를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15년 전에 일본에서 Brook Ziporyn 교수의 노장 해석을 처음 접했을 때 이후로 받은 세 번째 지적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년에 꼽은 최고의 글은 당연히 선생님의 견문록입니다. 특히 《프레시안》에 실린 두아라 교수와의 인터뷰, 1979년의 이슬람혁명 이야기, 그리고 《한울안신문》에 실린 인터뷰가 압권이었습니다. 세상이 ‘다시 개벽’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칭 ‘개벽파’라면서 원광대에 나타나셨을 때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제서야 비로소 우리의 치우친 근대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고수가 나타났구나 하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도 한국의 젊은이들 중에는 과거의 제가 그랬던처럼, 개화와 척사 사이에서, 서학과 유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만큼은 제가 걸었던 것과 같은 정신적 방황의 길을 반복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앞 세대를 원망하면서 살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디 잊혀진 ‘개벽사’를 복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3. 부채와 치유

몇 년 전에 우연히 서울의 홍은동에 있는 대종교 총본사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총본사라고는 하지만 굽이굽이 비탈길을 올라가서 산꼭대기에 허름한 건물이 두어 채 있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놀란 것은 창고에 방치된 채 쌓여 있는 방대한 대종교 경전과 문헌들이었습니다. 그 귀중한 문서들이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 방 한 곳에 랩으로 쌓여 있었습니다. 도서목록도 없었고 자료정리도 전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자료실이나 박물관 같은 것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럴 인력이나 재정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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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 중추였음에도 방치되어 있는 대종교 문헌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이나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에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유학 연구에는 나라에서 방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항일독립투쟁을 가장 치열하게 전개했다고 하는 대종교에 대해서는 왜 저렇게 냉정하고 무심하나 싶었습니다. 신종교라는 편견이 있어서일까요? 이렇다 할 가문이 없어서일까요?

저는 비록 종교는 없지만 그냥 한국의 소중한 사상자원으로 느껴졌습니다. 가문을 떠나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주벌판의 혹한의 전장에서, 혹독한 감옥에서, 수련을 해가면서 써내려간 경전과 문헌들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대 규장각, 고전번역원, 안동의 국학진흥원… 온통 조선시대 유학을 연구하는 기관들뿐입니다. 이들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한국학의 편중과 독식을 뼈저리게 절감하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유학이 싫어서가 아니라 불균형은 불건강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오구라 기조 교수가 한국인들은 ‘우리’ 아니면 ‘남’이라고 했는데, 유학은 ‘우리’지만 대종교는 ‘남’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대종교는 비록 ‘개벽’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을지 몰라도 ‘개천(開天)’을 말했습니다. “새로운 하늘을 연다”는 개천은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개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종교도 큰 틀에서는 개벽종교이자 개벽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개벽이 ‘부채’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공에 상관없이 이 땅에서 인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연구해야 할 숙제 같은 느낌입니다.

개벽을 모르고서 한국의 근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최근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문명의 대전환을 공부하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근대성에 관해 토론한 책이었는데, 어느 선생님께서 “개벽파는 척사파의 일종이 아닌가요?”라는 발언을 하시더군요. 불과 몇 년 전의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개벽사상을 모르고서 한국의 근대를 논한다는 것은 계몽주의를 모르고서 서구의 근대를 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한국의 근대에 관한 모든 논의는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모래성을 쌓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개벽의 역사는 어두운 과거, 패배한 역사라서 보기가 싫다고도 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피해가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개벽사를 읽어내려 가다 보면 거기에도 밝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부채’이자 동시에 ‘치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적하신대로 중국의 지식인들이 천하를 고수하고, 일본의 위정자들이 개화에 기댈 때, 한국의 민중들은 개벽을 창안했기 때문입니다.

 

4. 개벽의 힘

지난 연말에 일본의 동북대학에서 ‘토착적 근대’를 주제로 한일공동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때 발표자로 참석하신 동경대학교의 이타가키 유조 명예교수께서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동학의 보편성을 설명하는 일이다”는 총평을 하셨습니다. 주최측인 동북대학의 가타오카 류 교수는 학술대회 후기에서 “한국의 동학이나 촛불혁명과 비견할만한 일본사상의 지하수맥을 발견하는 작업을 한국과의 공동연구의 형태로 지속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근대성을 주제로 몇 년 동안 지속적인 학술교류를 한 끝에 마침내 양국 연구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음을 느꼈습니다. 비록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해원상생의 가능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이 “개벽의 힘”입니다.

일본 동북대학에서 열린 학술대회

학술대회가 끝나고 우리는 일본적 개벽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하치노헤에 있는 안도 쇼에키 자료관을 방문했습니다. 18세기에 동북지방에서 활약한 안도 쇼에키는 극심한 기근에 3천여명의 농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당시의 사무라이 지배층을 “성인의 이름을 빌려 무위도식하는 도둑놈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성인 중심의 지배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한 동아시아 최초의 사상가였습니다. 동학식으로 말하면 향벽설위에서 향아설위로의 전환을 시도했다고나 할 까요? 비록 동학처럼 세력화가 되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메이지시대에 농민들과 함께 공해반대 운동을 벌인 다나카 쇼조의 유적지를 찾아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개벽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서구 근대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근에 일본에서 활동하는 어느 중국인 연구자가 한국에 와서 “전 세계에서 서구 근대의 독을 가장 많이 먹은 나라는 한중일 삼국이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곡을 찌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작 중독이 된 당사자들은 이 말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작가 구기와 지 옹오는 “정신의 탈식민지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디톡스 작업이야말로 개벽학에서 말하는 정신개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아직도 개벽이 여전히 진행중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으로 첫 번째 답신을 마치고자 합니다. 좋은 대화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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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3/27) 한겨레신문은 ‘2017 시민정책 오디션 – 육아정책’에 관한 대담을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를 다 보고 의문이 들었다. 대선 후보들의 육아공약은 정말로 현실화될까? 그리고 대담자들이 좋다고 생각한 공약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육아 관련 대선공약은 이행되지 않거나 매우 미흡하게 실현될 것이라고 본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과 무관하게…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너무 너무 명백한 <예산제약>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진보(유권자)가 사실상 <저부담-고복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속된 말로, 바라는 것은 들입다 많고, 부담해야 할 것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하거나 심지어 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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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이러한 유권자 여론에 편승한다. 또는 ‘맞짱구’를 쳐준다. 그래서 “이거 해줄께~ 저거 해줄께~”라고 헛된 약속을 하며 득표율 극대화를 꾀한다. 그러나, 재원 마련 방안은 없다.

한국의 진보는 박근혜와 정말 다른가?

재원 마련 방안은 결국 증세이다. 그런데 증세 이야기를 꺼내면 당장 진보-야당부터 여당-강남-보수까지 ‘OO폭탄론’을 내세우며 좌우합작, 대동단결해서 난리 부르스를 친다. 결국, 전부 ‘뻥 복지’ 혹은 ‘구라진보와 구라보수’의 경쟁으로 귀결된다.

대담에서 언급된 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하나씩 살펴보자. 실제로 어떻게 될지…

1)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2) 육아휴직 수당 인상 + 휴직기간 확대

3) 보육 교사의 처우개선 (서비스 질과 연동.)

4) 개방형 직장 어린이집 확대

5) 아빠 육아할당제 도입

► 1)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결국 예산 문제이다. 증세 규모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규모는 연동된다. 그러나,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A후보와 B후보는 약 12조원 규모의 담배값을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간접세인)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OECD 국가 중에서 꼴찌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의 부가세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된다. 그래서 해마다 ‘OECD 한국보고서’는 한국에 부가가치세 인상을 제안한다.

한국에서 담배값 인상은 ‘죄악세’라는 명분으로 ‘우회적인 부가세(=간접세) 인상’이었다. 담배값 인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주장했다. 당시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이 되니 담배값 인상 반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민주당은 당론으로 총력 반대투쟁을 했다.

이를테면, <담배값 인하 공약>은 쓰리쿠션으로 돌고 돌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반대 공약>과 사실상 같은 셈이다. 왜?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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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담배값 인하 공약>은 사실상 <민주당 버전의 줄푸세>와 진배없다. 집권 이후, 정말로 담배값을 인하하게 되면, 12조원 예산 분량만큼은 어디에서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정치적으로 힘 없는 취약계층의 복지재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2) <육아휴직 수당 인상 + 휴직기간 확대>의 경우, 왜 현실화되기 어려울까?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의 문제이다. 물론, 고용보험료의 경우 예산효율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육아휴직수당 인상 + 휴직기간 확대를 하려면,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의 문제이다.

한국 수준의 세금으로, 스웨덴 수준의 복지를?

고용보험료 인상은 누가 반대할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다. 내가 과문해서인지, 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고용보험료 인상을 주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고용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게 되면, 나중에 경총과 전경련이 반대하게 될 것이다.)

‘스웨덴 수준의’ 육아휴직 수당과 육아휴직 기간을 원하면, ‘스웨덴만큼의 세금’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참고로 스웨덴은 소득의 50%~60%를 세금으로 낸다.) 현재 한국의 진보(유권자)는 ‘한국수준의 세금으로, 스웨덴 수준의 복지를’ 주장하는 셈이다.

► 3) <보육 교사 처우개선>의 경우,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이다. 첫째, 세금을 왕창 퍼부어 지원하는 경우이다. 이게 왜 어려운지는 위에서 충분히 이야기했다. 둘째, 보육료에 대한 가격통제 정책을 풀어줘야 한다. 보육료로 한 달에 100만원을 받든, 1천만원을 받든 ‘가격경쟁’과 ‘서비스 경쟁’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결국, 증세와 가격자율화 정책 모두를 배제한, ‘보육교사 처우개선’은 프레임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다. 공약(公約)이라기보다는 유권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덕담’인 셈이다.

► 4) <개방형 직장 어린이집 확대>의 경우, 민간기업의 비용 증대 문제이다. 개방형 직장 어린이집 확대를 ‘법으로’ 강제하면, 민간 기업은 정말로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여성고용 자체를 회피하게 될 것이다. 반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인센티브 주는’ 방법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도 결국 ‘금전적’ 인센티브인 한에서 재정지출이거나 조세지출이다.

► 5) <아빠 육아할당제 도입>의 경우, 듣기에 매우 기분 좋은 공약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확산되기에는 제약이 많다. 왜냐하면, 월 400만원 받는 남편과 월 200만원 받는 부인이 있는데, 신생아 한명과 5살짜리 아이 한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이 경우에 누가 육아휴직을 하고, 누가 회사로 출근하는게 경제합리적인 선택인가? 해답은 자명하다. <월급 적은 사람이 육아를 담당하는게> 경제합리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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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으로 강제’하면 할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되어, 월급이 더 많은 아빠의 육아휴직을 반대하는 ‘엄마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남편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은 열어두되, 해당 부부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가 가능한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매우 높고, 여성의 경력단절도 현저히 적고, 남녀간의 임금격차 등도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즉, 전반적으로 남녀평등 수준이 높기에 역설적으로 아빠 육아휴직제도 작동될 수 있다.)

이런, 제기랄~. 그럼, 도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이모양 이꼴인 것은 박근혜-최순실-김기춘-삼성 때문만은 아니다. 진보-야권-우리 자신의 수준도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복지국가가 실제로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야당-민주화-진보일수록 <저부담-고복지>을 주장하는 무책임한 정치행태와 결별해야 한다. 담배값 인상, 연말정산을 반대하던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저부담고복지’ NO, ‘복지체험과 연동되는 증세체험’ YES

그리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등 진보적 사회운동 단체들은 ‘고용보험료 인상’을 통한 육아휴직 보장성 강화를 주장해야 한다.

반독재민주화 이슈로 성장했던 한국 정치가 복지국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 덕택이었다. 무상급식은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젊은 엄마들 표’가 야권 성향으로 돌아서고, 애초 무당파적 스윙보터였던 젊은 엄마들이 <복지동맹>에 가담하여 <다수자정치연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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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이후, 한국의 복지국가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복지체험과 연동되는 증세체험>을 하되, 다수자정치연합에 성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구라진보와 구라보수의 ‘뻥 복지’ 공약이 난무하는, 혹은 유권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덕담의 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누구이든, 그간 그래왔듯이…

목, 2017/03/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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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다른백년 연구원장이 올해(15회) ‘송건호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김 원장의 수상 이유로 11권의 단독저서 외에도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동시대인을 지적으로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인이 아닌 학자가 이 상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난해에는 변상욱 CBS 대기자가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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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호언론상은 40년간 언론자유와 진실보도를 위해 헌신했고,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을 지냈던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2년 만들어진 상입니다.

김 원장의 수상식은 오는 12월 6일 오후 6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립니다.  짬이 나시는 분들은  참석해 축하해주시면 좋겠네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청암언론문화재단(011-7575-3377)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관련해 한겨레신문 기사를 참조하세요. 청암 선생 자취따라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늘 고민”

수, 2016/11/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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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른백년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팀과 함께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6편에 걸쳐 우리 주변의 삶을 들여다본다. 장시간 노동자, 청년 실업자,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노인,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노인은 말동무를 찾아 매일같이 탑골공원에 간다. 취업 못한 청년은 안전한 직장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고립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사치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프롤로그> 1. “들어줘서 고마워”      2. 한국인의 밥상

한국에서 ‘식구(食口)’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3417명 중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는 사람은 44.7%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이는 2005년 조사 결과인 62.9%보다 18.2%포인트가량 줄어든 수치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대답한 사람도 64.9%로 3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사람의 비율은 2005년 76.1%에서 2008년 68.6%, 2012년 65.7%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반면, ‘혼밥족(族)’은 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대학생 및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혼밥 실태 및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6.4%가 혼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혼밥을 경험하지 못한 이는 3.6%에 불과했다.

특히 일주일에 10회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3명 중 2명(66.8%)이었다.

#1. 마트근무자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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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근무자 이모씨(26)의 저녁 밥상.

마트 근무자 이모(26)씨는 제육볶음과 오징어젓갈, 콩자반으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이씨는 9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 일한다. 식사시간에 편히 밥을 먹지도 못한다.

이씨는 방직공장에서도 두 달여 일했다. 6시에 출근해 15시에 퇴근했고, 주간 조일 때는 13시부터 23시까지 일했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공장에서 쉬는 시간 없이 일했고 주말도 출근했다.

몸이 버티지 못해 그만두고 두 번 만에 새 직장을 구했다. 직장 근처에서 집을 구하다 보니 친구와 연락이 뜸해졌다.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이씨는 “일도, 사람도 쉬운 게 없다”면서 “힘들 때 서로 다독일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노량진 고시준비생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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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준비생 이모씨(27)씨의 밥상

노량진 취업 준비생들은 고시 뷔페에서 홀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한 끼에 4천5백 원 수준이지만 한 달권을 끊으면 더 저렴하다. 이모(27)씨도 그중 하나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나온 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씨는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노량진에 온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주 어울리던 친구들을 만날 겨를 없이 바쁘게 산다. 연애는 합격 이후로 미룬 지 오래다.

매일 마주치는 학원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함께 스터디를 하는 일은 없다. 그는 저녁에도 같은 고시 뷔페에서 끼니를 때울 생각이다.

#3. 자영업자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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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박모씨의 밥상

박모(61)씨는 남편과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한다. IMF 끝 무렵 남편이 명예퇴직을 당하고 알음알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몰라 부부는 하루를 둘로 쪼개 반씩 근무를 한다. 교대시간 전후 두 시간 남짓이 박씨가 하루 중 애들 아빠를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전 10시 반. 박씨는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사이의 첫 끼니를 먹는다. 다시 오후 3시 반. 남편이 오고 박씨는 빈집으로 돌아간다.

주말도 휴가도 없는 연중무휴의 도돌이표 하루는 12년째다. 박씨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거 두 개 사면, 하나 더 드려요”다. 서른 발자국만 가면 있는 이웃 편의점에 대해 그는 “얼굴도 몰라요”라며 웃었다.

#4. 고3 수험생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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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이모군(19)의 밥상.

이모(19)군은 대치동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휴일이라 집에서 공부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나왔다. 혼자 햄버거를 먹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수능이나 대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냐’는 질문에 “6월에 모의고사가 있어서 부담되지만 자신있다”고 답했다.

한 살 많은 여자친구와 지난해 헤어졌다. 수시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여자친구는 공부를 이유로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

관계를 묻는 말에 “가족과의 사이도 친구와의 사이도 나쁠 건 없다”며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듯 무심하게 답했다.

#5. 직장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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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54)의 밥상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54)씨는 영어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막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오는 길이었다.

단출한 파이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이 그의 점심이었다. 김씨는 끼니를 때우면서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모 대기업에서 일하는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학원에 다닌다.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꼭 필요한 영어를 놓을 순 없다.

추가 질문에 난감해하던 김씨는 “제가 영어 듣기를 해야 해서”라고 말하며 이어폰을 꽂았다.

혼자 식사를 하는 이유는 세대별로 달랐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유진 박사가 ‘1인 가구 증가 양상 및 혼자 식사의 영양’이라는 보고서에서 20~60대 직장인 4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는 혼밥을 하는 이유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어서’(24.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30대 이상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30대와 50대 이상은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홀로 먹는다고 답한 비율(30대 38.7%, 50대 37.9%)이 가장 많았다. 40대는 ‘시간이 없어서’ 홀로 먹는 비율이 29.2%로 10명 중 3명꼴이었다.

한국인에게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닌 타인과 관계를 맺는 매개체다. 함께 밥 먹으며 소통함으로써 정신적인 유대감이 생기고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사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일, 2017/02/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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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났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를 새로운 장관 후보로 지명하자 나온 말이다. 박 교수의 지명 소식이 전해진 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실제 검찰을 놀라게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검찰은 그간 공수처 설치만은 일관되게 반대해 왔는데 새 수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공수처 설치’였던 것이다.

중단없는 검찰 개혁 의지

안경환 후보자가 낙마한 뒤 박 후보자가 지명되는 데는 열하루가 걸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최선을 다해 정말 고민스럽게 깊이 들여다봤다”고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읽힌다. 안 후보자에 이어 다시 한번 검찰 출신이 아닌 비법조인 학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사·기소권이 100% 검찰에 독점된 경우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법무부 검찰국과 법무실 국·과장 보직에 검사 독점을 깨고 전문가를 임명해야 한다.”

박 후보자는 그동안 각종 논문과 언론기고문, 토론회 등에서 검찰의 과도한 권한, 인사시스템 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만약 장관에 임명된다면 언론인 출신 4대 김준연 장관(1950~1951) 이후 처음으로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법조인·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우연히도 검찰 개혁의 양대 축인 법무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민정수석이 같은 비법조인 학자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시민단체 출신으로 박 후보자가 경실련, 조국 민정수석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법학자

박 후보자는 195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배재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모교인 연세대에서 후학을 가르쳐 왔다. 연세대 법과대학장(2003~2006)과 동덕여대 재단 이사장(2004~2007)을 지냈다.

형법 전문가로 국내 형사법, 형사정책 등의 권위자로 꼽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모교 은사인 박 후보자의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분에 대한 기억은 잘 웃지 않는 모습? 늘 진지하셔서 그 자체로 진정성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장점이 있는 분입니다.”

박 후보자는 학업성취도나 수업참여도가 낮은 학생들에게 가차 없이 C와 D학점을 많이 줬던 탓에 ‘CD플레이어’라는 별칭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보통 학생들끼리 진행하는 학회 세미나까지 참석해 직접 논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3년 법대 학장 시절에는 법대 학생 전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장학금을 성적순이 아닌 경제 형편에 따라 지급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장학금을 양보한다면 대신 성적과 선행에 대해 표창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사법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지만, 법은 인간도 모르고, 사회도 모르면서 오로지 법 적용만 능숙하게 할 줄 아는 법 기능인이 많아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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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임 중앙위원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삿말을 하는 박상기 후보자의 모습.

박 후보자는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법학 교수다. 시민운동가로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아오다 후보자 지명 직전인 지난 5월 경실련 공동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경실련 공동대표 취임 뒤 쓴 칼럼 ‘새 정부에 바란다’에서 그는 새 정부가 꼭 해야 할 적폐청산의 대표적인 사례로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을 꼽았다. 특히 검찰개혁은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법과 정의가 평등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제안했다.

 

“검찰의 문민화를 통해서 법무부를 검찰조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고취하고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독일 법무부는 명칭부터 ‘법무 및 소비자보호부’이다.

검찰의 문제는 견제되지 않는 권력행사로 인하여 각종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검찰이 한국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까지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가 되었다. 검찰개혁은 검찰이 본래의 자리를 찾게 함으로써 검찰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법무부 정책위원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과 인연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부터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2005년에는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와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법무부 정책위원회는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로, 안경환 전 후보자가 위원장이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에서의 인연은 법무장관 후보자가 되는데 밑거름이 됐다. 참여정부 시절 박 후보자가 제안한 방향들에 대해 법무부나 민정수석실에서 많은 공감을 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3년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은 이렇게 회상한다. “(박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포함한 여러 사법개혁안을 제시하고 관여하기도 하였지요. 법무부가 법무행정중심 부처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게 하는 데는 적임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검사들 공부 많이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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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열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회에 참석한 박상기 후보자의 모습(왼족 두 번째).

2003~2004년에는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이 함께 위원으로 활동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법조 일원화 추진,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이 이 위원회를 통해 발표됐다. 박 후보자는 당시 로스쿨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5~2006년에는 대통령 자문기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도 김선수 변호사 등과 함께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사개추위에는 검찰국 소속 검사였던 박균택 현 법무부 검찰국장, 권익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있었다.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익숙한 얼굴들을 다시 보게 되는 셈이다.

2007~2010년에는 검찰 출신이 아니면서 최초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냈다. 검찰 출신이 아니지만 경청하고 토론하는 스타일로, 비교적 검찰에 대해서 잘 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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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 연구원을 방문한 UNODC 동아시아태평양지역센터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0년에는 연구원이 한국형사법학회와 공동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는데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 적용범위 확대, 즉시항고권 폐지 등 검찰 권한 축소를 담은 내용을 포함시켜 화제가 됐다.

검찰 수사권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하던 법무부의 안과 배치됐던 것이다.

청문세 공세, 색깔론이냐 자격론이냐

박 후보자는 검찰 개혁 외에 다른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각종 인터뷰나 기고를 통해 비교적 진보적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 왔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참사 추모대회에서 태극기를 태운 시민에 대해서는 “국기모독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오자 “왜 무죄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핵심 피의자에게는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이다. 완전 폐지보다는 최소한으로 둬서 규범력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도 “개인의 자유결정권을 너무 깊숙이 침해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 일부에서는 비판도 나온다.

재벌 문제도 다소 관대한 시각을 보여줬다. 2009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박 후보자는 유죄 인정 자체는 적절하며 대기업 오너 구속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을 것이라 평가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도 뇌물죄보다 공갈죄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뇌물죄로는 유죄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취지이지만, 공갈죄로 적용할 경우 재벌은 ‘피해자’에 머물게 된다.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왔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펼친 적이 있다.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박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색깔론’ 공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과거 기고에서 “국가보안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유사고에 대한 족쇄는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일부 개인 당원의 행위를 일반화해 불법 정당으로 판단한 후 해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공중분해시켜 버리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위협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벌써부터 그가 쓴 <간첩죄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여부는 해석상의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등의 문구를 들어 그의 대북인식을 공격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해당 구절은 다른 이들의 견해를 소개한 것일 뿐이고, 전체적인 논문 내용은 간첩죄를 ‘적국’ 혹은 ‘반국가단체’에 한정해서는 제대로 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취지다. 북한 옹호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동덕여대 사태, 깔끔하게 해결 못해

‘색깔론’보다는 동덕여대 이사장 재직 시절 보여준 박 후보자의 모습이 더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박 후보자는 2004년 비리로 얼룩진 동덕여대 재단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당시 동덕여대는 재단 이사장인 어머니를 등에 업은 조원영 총장의 비리와 전횡에 맞서 학교 구성원들이 힘겨운 투쟁 끝에 박 후보자를 새 이사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동덕여대를 사학 개혁의 모범으로 만들겠다’는 박 이사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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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동덕여대 본관 복도에서 손봉호 총장 해임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학생과 교직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사이로 박상기 당시 재단이사장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명망가인 손봉호 전 한성대 이사장이 총장으로 취임했지만 학내 구성원들은 그를 독선적이라고 비판했고 해임을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처음에는 손 총장을 옹호했다.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총장이 퇴진하면 학교는 큰 혼란에 빠지고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나중에는 해임 절차를 밟지만 절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해임 취소 결정이 나기도 했다.

공과를 떠나 어쨌든 한 조직의 내홍을 원만히 수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무부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를 향해 제기되는 비판들도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 법인카드 사용이 잘못됐다거나 겸직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등 조직의 수장으로서 깔끔하지 못한 처신들에 관한 것들이다.

검찰개혁 어떻게 진행될까

“권력과 맞서는 검찰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소신 있는 검찰총장이 몇 사람만 존재해도 국민을 위한 검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 취임에 즈음해 기고한 서울신문 칼럼 ‘검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이렇게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에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가 새로 임명될 검찰총장과 어떻게 ‘검찰개혁’이라는 퍼즐을 맞춰나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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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비고시 출신 박상기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그가 검찰 내부의 조직적 저항을 뚫고, 검찰개혁을 순조롭게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sbs)

검찰 조직을 얼마나 잘 장악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첫 번째 시험대는 오는 7~8월 단행될 예정인 검찰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팀이 아예 따로 꾸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 기획실장과 법무실장, 인권국장 정도를 외부에서 개혁이 가능한 사람들이 맡는 형태로 인사를 낸다는 것이다.

평소 그가 주장해 온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의 폭발적 사안은 그의 손에서 과연 어떻게 모양을 갖춰갈까?

지금으로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박 후보자를 잘 아는 동료 교수는 그를 “온건한 개혁주의자”라고 평했다고 한다.

20여 년 동안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실련 관계자도 “굉장히 올곧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상황이나 조건을 감안할 줄 아는 합리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과거 기고에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민정수석을 통한 검찰권 장악 등 법조계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 ‘법-권 유착관계’부터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개혁은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긴 어렵다. 법조의 특징을 인정하면서 외부에 의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그 ‘외부 개혁’의 중심에 박 후보자 자신이 서게 됐다.

수, 2017/07/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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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득권 여기저기에서 피워 올리고 있는 개헌론은 연막탄 기만술이다. 개헌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우선 제1야당이 반대하는 한 그런 식의 개헌은 원천적으로,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개헌을 운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막이 자욱한 가운데 재빠르게 장소이동, 신분세탁을 하여 신주류, 신다수를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이다. 소위 ‘신보수 정계개편론’이다.

보수파들의 ‘개헌’ 연막술

11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에도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의 암시가 있다. 탄핵 시도를 물 먹이고 촛불 민심이야 어떻든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검은 심보에도 요상한 개헌론이 기만의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이야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존재다. 기만적 개헌론의 선봉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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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구렁이는 물샐 틈을 잘도 찾는다. 그 구렁이 머리는 김무성씨 등 비박-친박 왔다-갔다 하는 새누리 동요세력이다. 이들이 흔히 끌어들일 대상으로 운위하는 인물들로는 안철수씨, 손학규씨, 더하기 포장지로 반기문씨가 있다.

그렇게 얼기설기 이어 붙이면 제1야당을 압도하는 큰 덩어리가 된다—라고 꿈을 꾸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는 버리고’라는 전제 위에서다 (그러나 박근혜씨는 야속하게도 끝까지 이들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 기만적 개헌파의 목표는 현행 헌법상의 대선이지, 개헌 자체가 아니다. 어짜피 안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게 모아서 대선에서 이기면 된다고, 게임 오버라고, 생각할 뿐이다. 요행이든 무엇이든 여기에 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책 문재인

이 얄팍한 수작에 야권은 그만 넘어가고 말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정의당 심상정씨와 노회찬씨의 팬이다. 요즘 박지원씨의 노련한 활약에도 놀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력한 요즘 행태에 많이 실망하지만, 그럴 정도로 어수룩하게 몽땅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침몰하는 여권의 연막 개헌론을 따라가자니 말이 안 되고, 무시하자니 그도 말이 안 된다. 개헌은, 제대로 된 총체적 개헌은, 국민의 여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씨가 개헌 논의는 다음 정부로 미루자고 하는 말이 설득력을 못 갖는다. 그냥 무대책으로 들린다. 무성하게 말이 나오는데 그걸 다 없는 것으로 무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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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지금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부동의 제1주자로서 그저 버티기로 나간다는 항간의 사시(斜視)를 풀어주지 못한다.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계속 놓치고 있다.

그 부동이라고 해봐야 딱 붙은 20%다. 그렇게 ‘안전빵’으로 끝내자는 허약한 전략이 험난 무쌍할 전도에 결국 승리로 마감될지 누가 확신하겠는가. 지난 대선의 모든 허약함이 되풀이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섬뜩하다.

촛불로 분출하는 각성된 시민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퍽 다른 존재라는 것을 지난 대선에서 느꼈다. 대통령 후보는 오히려 결사적이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느긋한 국회의원 계급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지역구와 재선이 중요하지, 대선 결과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제 지역구만 지킨다면, 재선만 보장된다면, 정치적 이합집산은 캐비어처럼 즐기는 입 안의 고급 도락이다.

이들의 도락은 찬란하다. 최순실은 그런 문화 풍토에 활짝 피었던 요화일 뿐이다. 어느 국회의원 어느 고급관료가 그들의 은밀한 유혹을 거절했던가? 지금 국회, 여야는 자신의 힘으로 제대로 된 개헌을 할 수가 없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지금 촛불 민심은 거대하고 특별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과도 다르고, 87년 6월의 열기와도 다르다. 2008년에는 좌절했고, 87년에는 속았다. 이젠 좌절하지도 속지도 않을 거대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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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 주권의 핵심문제를 매일 뚫어보고 있다. 광화문 광장만이 아니다. 사이버 광장에서 수천만 건의 교신 학습이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어떤 국회여야 하는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 매일 주시하고 공부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나라를 새로 세우려는 에너지요, 입헌적, 제헌적 민심이다. 제2의 건국을 요구하는 국민적 의지다.

이럴 때 주권자인 국민의 힘을 진실로 믿는 ‘진국’(민) 정치인, 국회의원들,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제2건국을 요구하는 거대한 국민적 의지에 몸체를 부여하는 일에 이들이 겸허하게 자기희생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미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밑으로부터의 광범한 민회운동이 제안되는가 하면, 놀랍게도 ‘혁명정부 수립하자’고 용감하게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중고생연합’ ^^).

원론적으로 다 좋다. 그러나 현 상황에 선명한 효과를 가져다줄 실효성과 현실성, 국회·정당과의 연계와 협력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진정한 대안이란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현실적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까지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완성된 대안은 유사한 초기 실험이 여러 번 현실 속에서 시행되고 그 결과를 보고 개선되었을 때야 비로소 그 모습을 갖출 수 있다.

개헌 논의는 시민의회 주도로

이 모두를 고려한, 그 결과, 옛적의 원론 수준에서 두 세 단계쯤 진화된 형태의, 그 실효성과 현실성이 널리 검증된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시민의회’가 그것이다. 지난 번 칼럼(차은택의 머리는 누가 깎아 주었나?)에서 쓴 것이다.

 “시민의회를 소집하라. 국회의원과 동수의 시민의회 의원을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한 층화무작위 샘플링(stratified random sampling)으로 뽑으면 된다. 이 시민의회에서 제대로 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가 최대한 협조하면 된다. 시간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개헌안을 시민의회 의원들 앞에 충분히 개진하라. 시민의회는 그 개진된 의견들을 놓고 가장 공정하고 사심 없는 토론을 통해 최선의 개헌안을 채택할 것이다.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는 이미 선례가 많다. 바로 이 시간에도 아일랜드에서는 시민의회가 소집되어 개헌을 논의 중이다. 2013년에도 시민의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아이슬랜드에서는 2012년 시민의회에서 새헌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위한 시민의회 소집으로 영역을 넓히면 그 사례는 크게 늘어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온타리오 주,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호주 등이 그렇다.”

시민의회는 국회가 소집해 주어야 한다. 우선 시민의회법을 가능한 빨리 발의, 가결하여 주어야 한다. 야3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법을 실행하면 된다. 입법 취지는 간단하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야 할 국가의 중대한 사안에 관해 시민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하면 된다. 이하 여러 구체적인 법률적 사항들은 이미 여러 나라에 시민의회법이 존재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À´Â 2007³â ±¹¹ÎÀÌ Çü»çÀçÆÇ¿¡ ¹è½É¿øÀ¸·Î Âü°¡ÇÏ´Â '±¹¹ÎÂü¿© ¹è½É¿øÁ¦µµ' ½ÃÇàÀ» ¾ÕµÎ°í 12ÀÏ ¿ÀÈÄ ¼­¿ïÁß¾ÓÁö¹ý¿¡¼­ ¿­¸° ¸ðÀÇÀçÆÇ¿¡¼­ ¸í¿¹¹è½É¿ø´ÜÀ¸·Î Âü¿©ÇÑ ¹®È­¿¹¼úÀεéÀÌ ¹ýÁ¤ ¹Û¿¡¼­ ¹è½É¿ø ÆòÀǸ¦ Çϰí ÀÖ´Ù. ³²¼Ò¿¬ ±âÀÚ / 2006.4.12
사진은 2007년 ‘국민참여재판’ 시행을 앞두고 모의 배심원재판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평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거대한 입헌적 에너지가 끓어오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 순간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형태의 시민의회가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누가 말했다는 ‘우주적 기운’이 바로 이 곳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다. 평화로우면서도 거대하고 강력한 기운이다.

시민의회의 본체는 물론 무작위 선발된 시민의원단이다. 여기에 정당,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적 힘을 적절히 배합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개헌논의는 시민의회에서 하면 된다. 차분하게,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것이다. 국회는 그 결과를 받아 심의 가결하면 된다.

기만적 개헌논의를 원천 봉쇄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민의회 소집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 개헌 논의는 시민의회로 넘겨라.

그럴 때 연막용 개헌논의는 사라지고 실효 있고 내실 있는 개헌논의가 차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 그래야 대통령 탄핵, 퇴진, 잔당 척결, 차기대선 준비라고 하는 만만치 않은 정치 일정이 기만적 개헌론에 휘말리지 않고 한 길로 힘차게 나갈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부수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시민의회 소집에 대한 동의 확산 과정, 법률 입안, 통과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정당, 국회, 시민사회를 넓게 포괄하는 정치적 연대가 형성될 것인데, 그렇게 형성된 연대는 민주적 차기정부의 태반이자 등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목, 2016/12/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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