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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무역전쟁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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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무역전쟁의 원인

익명 (미확인) | 금, 2018/10/05- 11:00

현재 중미 간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1차로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추징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최근 다시 2,000여억 달러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였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대해 상응한 보복관세를 매김으로써 맞대응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이제 누구의 눈에도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G2 두 나라 간의 무역전쟁은 분명 국제질서 전반과 한반도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핵무기의 존재 때문에 강대국 간의 갈등이 ‘전쟁’으로 전면화할 수 없는 오늘날 조건에서, 이렇듯 거의 전 산업에 걸친 대규모의 ‘전면적 무역전은 전쟁을 제외한 강대국 간 갈등의 최고 표현 형식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열강들은 먼저 자신의 세력권을 배타적으로 ‘블럭화’ 하였는데, 이 같은 보호무역을 실시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면 전쟁이 시작되었다.

칼럼_181005 바이두
사진: 바이두

그렇다면 이렇듯 양국 간에 무역전이 전면화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금번 무역전쟁은 오바마정권 때 본격화한 ‘아시아 회귀전략’으로 대표되는 대중국 억제전략의 연장이자, 그 새로운 발전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정부의 ‘아시아회귀전략’ 은 처음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대리전적 갈등’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당시 미국은 필리핀을 앞세우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역내 관련국들의 권리주장을 적극 부추기면서 그 배후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형국을 취하였다. 이 단계는 필리핀정부의 국제중재법원에의 제소가 승소판결을 받은 2016년7월에 정점에 달하였다. 그러나 이후 점차 기세가 누그러지면서, 특히 당해 말 실시된 필리핀 대선에서 아키노정부를 잇는 친미파가 정권을 상실하고 현재의 비교적 자주적이며 친중국 성향의 두테르테 신정부가 탄생함으로써 ,이 단계에 있어 미국의 전략은 거의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남중국해 카드가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은 할 수 없이 새로운 전장을 물색하게 된다. 이 경우 미국에게 남겨진 것은 ‘대만’ 과 ‘무역전쟁’ 두 개의 카드라 할 수 있다. 그중 대만 카드는 자칫 중미관계의 근저를 뒤 흔들면서 진짜 ‘전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카드이기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예컨대, 대만독립파인 현 민진당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믿고 진짜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국은 ‘반국가분열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대만을 무력통일하게 된다. 그럴 경우 미국의 입장은 매우 난처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정부로서도 대만카드에 대해선 아직까진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무역전쟁’이 중미 대결의 제2단계 주요형식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둘째로, 미국 내부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대해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지금의 중미대결이 ‘무역전쟁’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출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문제들, 예컨대 미국이 자신의 동맹국으로까지 무역전을 확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도 이해할 수 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미국의 경우 내적 연관을 갖고 있다. 이들은 ‘쌍둥이 적자’로 일컬어지는 대단히 미국적인 현상인데, 1980년대 중반 레이건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쌍둥이 적자’ 가운데 발단은 ‘재정적자’라 할 수 있다. 즉,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미국정부가 달러 발행을 남발하게 되고, 그 다음 증가된 달러를 가지고 국내의 공급부족에 따른 물품 결핍을 해외수입을 통해 메우다 보니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세계 기축화폐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참고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아래 표에서 보듯 현재 이미 GDP의 13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 같으면 파산선고를 해야 할 수준이다.

칼럼_181005(1)
출처: 한국 국가통계포털 (KOSIS)

어떻든 이 같은 재정적자로 인해 야기된 ‘무역적자’는 최종적으로 국내의 산업공동화고용문제를 야기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통치세력으로서는 언제까지나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기층 대중들의 불만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러 미국사회 불안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정작 이 같은 대중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등장하였기 때문에,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고 차기 재선을 노리고 있는 그로선 어떻게든 일자리문제에 있어 내세울 만한 업적을 만들어야 만하는 처지이다. 그를 위한 좋은 소재가 바로 타국과의 무역 분쟁을 이슈화 하는 것이다. 트럼프정부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거대한 무역적자가 바로 중국을 비롯한 대미 흑자국가들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들로부터의 수입을 규제함을 통해 국내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낡은 공약을 내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라는 ‘우연적 요소’ 역시 간과될 수 없다. 사실 앞서 열거한 두 가지 요인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그간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세계 각국의 개방화와 지구화시대의 경제일체화를 선도하여 왔다. 이처럼 시대적 흐름을 이끌어 왔기에 미국은 탈냉전 이후의 지구화시대에 있어 패권국가로서의 지위와 리더십을 지금까지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쌍둥이 적자와 관련된 부분은 사실상 미국에게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록 유일패권을 노리는 미국에 있어 대중국 억제전략이 시급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그간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면서까지 지구화시대에 역행하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워싱턴 정가의 정통노선과 이질적인 트럼프의 등장은 얼마간 이 같은 모순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이 경우 하나의 ‘우연적’ 사건으로 간주될 것이며, 미국 전략의 내적 모순에 대한 일종의 절충적 해결방안으로 치부되게 될 것이다. 사실 트럼프 자신이 매우 모순적인 존재이다. 그가 이끄는 행정부는 얼핏 보아도 상호 충돌하는 정책들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한편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맹국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같은 포퓰리즘적 국수주의 정책을 미국 내에선 ‘신고립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최근 오바마정부가 어렵사리 성사시킨 이란과의 협정을 파기하면서까지 중동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강력한 미국’ 노선의 관철을 위해 군비를 대폭 증강하는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트럼프정부가 여전히 세계 패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돌출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개성’은 워싱턴의 정통엘리트들을 한편에선 골치 아프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의 ‘파격’과 ‘돌발성’은 미국의 서로 다른 전략 목표들 간의 모순을 은폐시켜 준다.

우리는 이상에서 금번 중미 간 무역전쟁이 기존의 대중국 억제전략의 한 단계 발전이자 ‘쌍둥이 적자’의 누적과 관련되어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와 동시에 새로 등장한 트럼프정부의 독자적인 경제·정치 정책이라는 우연적 요소 역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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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권활동가 류사오보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7월 13일,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의 대표적 인권활동가인 류사오보씨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1955년생인 그는 일생을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 왔다.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비판한 그의 활동으로 인해 류사오보씨는 오랜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고, 감옥생활 중에 얻은 병에 대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2017년 6월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서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끝내 61년간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죽음은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을 염원하는 아시아와 전 세계 모두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류사오보씨는 천안문 항쟁이 발발하자, 미국에서 즉시 귀국하여 시위대와 함께 하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인권활동가의 삶은 계속되는 투옥과 탄압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다. 특히, 류사오보씨는 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중국 국내에서 투쟁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중국 당국이 류사오보씨 본인은 물론 관련자 모두를 출국 금지시켜서 결국 아무도 참석하지 못한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수상 이유를 설명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돈을 세면서 눈앞의 국익만을 좇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할 때,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다시금 우리 모두를 위해 싸워준 이를 지지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류사오보씨가 주장한 개혁안에 대해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류사오보씨의 활동을 탄압하고 감옥에 가두고,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게 한 중국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국 정부는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류사오보씨의 죽음은 인권존중 정책 없이 힘의 논리만을 앞세우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2009년에 류사오보씨가 수감된 이후에, 그의 배우자인 류사씨도 계속해서 가택연금 상황에 처해 있다. 류사씨에 대한 감시와 탄압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중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중국 정부는 류사오보씨 같이 중국 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다가 수감된 양심수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인민을 위한다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인민을 위해 투쟁하는 인권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수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류사오보씨를 기억하는 전 세계 모든 시민들과 함께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결코 꺾이지 않았던 그의 삶은 국가의 폭력 앞에서 양심을 지켜낸 평화적 투쟁의 모범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국내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 (4.9통일평화재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반올림,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새사회연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중심 사람, 인천인권영화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해외주민운동연대)

월, 2017/07/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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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적십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한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현 시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찬물을 끼얹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상황에 바로 달려들어 양국 간 의견 차이를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 “첫 가시적인 불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 간 균열이 실제로 얼마나 깊은지, 아니면 이를 언론에서 과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의 결과로 양국 정부는 남북 양자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완화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자신도 지난 7월 19일 여야 4당 대표와 가진 회동에서 모든 대북대화의 초기 단계에서 인도적 대화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조건”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회동

▲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회동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이 같은 언론보도는 트럼프 정부가 평양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과거 미 국무부에서 근무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해왔다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트랙 투 대화’로 알려진 미-북 비공식대화를 위해 북한 당국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져 온 미국 전직 관료 및 전문가 그룹에 속해 있다.

미-북 간 대화의 존재는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하기 직전인 지난 6월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6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북한의 고위 핵협상 담당자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평양 및 유럽 등지에서 비밀리에 ‘트랙 투’ 회담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부터 “미국과 북한 간의 공식, 비공식 접촉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트랙 투’ 회담의 미국 측 참여자들의 주선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 국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 네 명의 처리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 국장은 노르웨이를 떠난 뒤 기자들에게 “여건이 무르익으면” 북한 당국이 미국 관계자들과 만나 북핵 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윤 특별대표는 지난 6월 뉴욕에서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특별대표는 당시 송환대상자로 고려되던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윤 특별대표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웜비어를 데려오기 위해 평양으로 향했다. 며칠 뒤 웜비어가 사망하자, 트럼프 정부가 숙고에 들어감에 따라 북-미 간 새로운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시걸 국장은 “이것을 대화 중단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트럼프가 이 절차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트럼프 정부의 최근 발표를 토대로 볼 때, 양자 간 직접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고, 오히려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7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기자들을 자신의 펜타곤 사무실로 불러모은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미국과 북한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진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그는 위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계획은 “전적으로 외교적”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이를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매티스 장관이 다른 사람들이 계속 그리려고 하는 금지선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미국 내에서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의 강경파는 모두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북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핵심 관계자들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외에는 핵무장과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열망을 해결할 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여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목소리 중 일부는 냉전 시기에 경력을 쌓은 전직 미국 정보부 고위관료들로부터 나왔다. 그 중 하나는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부장으로, 2014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송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수도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는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하기 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1980년대에 한국에서 군사정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클래퍼는 북한에 “대화와 평화 협정 체결 대가로”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는 외교다. 북한과의 대화가 최선이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서울의 한 포럼에서 2014년 자신의 평양 방문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자신과 같은 차에 탑승한 북한 정보부 고위관료로부터 분단의 아픔을 전해들은 사실을 애석해하며 말하기도 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 역시 협상을 통한 평화를 지지한다. 1991년부터 1993년 사이 CIA 국장을 지낸 그는 CIA에서 거의 27년간 근무했다. 그는 최근에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보유하는 대신 미사일에 대한 엄격한 제한에 동의하게 하자는 포괄적 제안을 공개했다. 그가 7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피델 카스트로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권 교체 정책을 포기”하고, 김정은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의 구조에 대해 “부분적인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게이츠의 계획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전적으로 중국의 중재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이츠의 제안에 따르면, 북한이 합의사항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무기시설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게이츠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그것이 당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면, 우리는 당신들이 싫어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에서는 이 같이 “중국이 하게 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전략국제연구센터)에서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빅터 차 선임고문이다. 그는 부시 정부에서 북한과의 6자 회담에 미국 측 차석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과 최근 공동으로 작성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여 미-북 간 협상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썼다. 이들은 “중국 또한 협상의 중요한 대상”이라며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축소하도록 하는 비용을 미국보다는 중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많은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것이라는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중국 및 구소련에 대한 북한의 외교정책에 정통한 역사가인 제임스 퍼슨은 “북한은 자신들을 비핵화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강요 행위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가장 분개할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을 중국에 위탁해서는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슨은 7월 10일 워싱턴 소재 정부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실용주의적인 관점은 최근 몇 달 사이 전직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 중 하나인 윌리엄 페리는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북한과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했다. 페리는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어떠한 조건도 없는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문에 서명한 전직 고위 관료 중 하나였다. 페리는 지난주에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북한은 미치광이 국가가 아닙니다.

그는 샌더스 의원에게 말했다.

그들이 무모하고 무자비하긴 해도 미치진 않았습니다. 그들은 논리와 이성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주된 목적은 바로 정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정권을 유지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윌슨 센터 기자회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이 기자회견은 제인 하먼 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이 진행했다. 지난 가을, 그녀는 퍼슨과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제안하는 기고문을 보냈다. 그는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정당화시키는 실존적 위협으로 알려진 미국만이 안보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썼다. 윌슨 센터 기자회견에서 퍼슨이 이 제안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판도를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믿을 만한 방어전략”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북한이 더 큰 사정거리를 가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역량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의 문이 열렸을 때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화시킬 때까지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최대한의 역량을 확실히 갖도록 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간 직접적인 협상은 어떤 모습일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과 한국의 연례 군사훈련을 줄이라는 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윌슨 센터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한미 군사훈련을 봄에 하기 때문에 미국이 그러한 제안을 할 ‘절호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면 “지금부터 다음 봄까지 우리는 별로 잃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20년 넘게 상대해 온 시걸 국장은 어떤 합의라도 미국 측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하는 현행 프로그램 동결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뿐만 아니라,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이 수십 년간 요구해 온 것처럼 ‘적대적인 정책’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분열 가능 물질의 생산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지만, 돈이 아니라 적대적인 정책으로부터 멀어지는 의미에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군사훈련, 일부는 제재 해제, 그리고 일부는 평화 정착 절차와 관련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해결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현실성있는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취재 : 팀 셔록
한국취재 및 번역: 임보영
촬영: 신영철
편집: 박서영

화, 2017/07/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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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적십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한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현 시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찬물을 끼얹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상황에 바로 달려들어 양국 간 의견 차이를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 “첫 가시적인 불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 간 균열이 실제로 얼마나 깊은지, 아니면 이를 언론에서 과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의 결과로 양국 정부는 남북 양자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완화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자신도 지난 7월 19일 여야 4당 대표와 가진 회동에서 모든 대북대화의 초기 단계에서 인도적 대화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조건”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회동

▲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회동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이 같은 언론보도는 트럼프 정부가 평양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과거 미 국무부에서 근무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해왔다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트랙 투 대화’로 알려진 미-북 비공식대화를 위해 북한 당국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져 온 미국 전직 관료 및 전문가 그룹에 속해 있다.

미-북 간 대화의 존재는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하기 직전인 지난 6월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6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북한의 고위 핵협상 담당자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평양 및 유럽 등지에서 비밀리에 ‘트랙 투’ 회담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부터 “미국과 북한 간의 공식, 비공식 접촉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트랙 투’ 회담의 미국 측 참여자들의 주선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 국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 네 명의 처리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 국장은 노르웨이를 떠난 뒤 기자들에게 “여건이 무르익으면” 북한 당국이 미국 관계자들과 만나 북핵 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윤 특별대표는 지난 6월 뉴욕에서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특별대표는 당시 송환대상자로 고려되던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윤 특별대표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웜비어를 데려오기 위해 평양으로 향했다. 며칠 뒤 웜비어가 사망하자, 트럼프 정부가 숙고에 들어감에 따라 북-미 간 새로운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시걸 국장은 “이것을 대화 중단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트럼프가 이 절차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트럼프 정부의 최근 발표를 토대로 볼 때, 양자 간 직접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고, 오히려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7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기자들을 자신의 펜타곤 사무실로 불러모은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미국과 북한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진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그는 위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계획은 “전적으로 외교적”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이를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매티스 장관이 다른 사람들이 계속 그리려고 하는 금지선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미국 내에서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의 강경파는 모두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북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핵심 관계자들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외에는 핵무장과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열망을 해결할 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여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목소리 중 일부는 냉전 시기에 경력을 쌓은 전직 미국 정보부 고위관료들로부터 나왔다. 그 중 하나는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부장으로, 2014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송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수도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는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하기 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1980년대에 한국에서 군사정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클래퍼는 북한에 “대화와 평화 협정 체결 대가로”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는 외교다. 북한과의 대화가 최선이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서울의 한 포럼에서 2014년 자신의 평양 방문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자신과 같은 차에 탑승한 북한 정보부 고위관료로부터 분단의 아픔을 전해들은 사실을 애석해하며 말하기도 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 역시 협상을 통한 평화를 지지한다. 1991년부터 1993년 사이 CIA 국장을 지낸 그는 CIA에서 거의 27년간 근무했다. 그는 최근에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보유하는 대신 미사일에 대한 엄격한 제한에 동의하게 하자는 포괄적 제안을 공개했다. 그가 7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피델 카스트로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권 교체 정책을 포기”하고, 김정은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의 구조에 대해 “부분적인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게이츠의 계획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전적으로 중국의 중재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이츠의 제안에 따르면, 북한이 합의사항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무기시설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게이츠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그것이 당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면, 우리는 당신들이 싫어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에서는 이 같이 “중국이 하게 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전략국제연구센터)에서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빅터 차 선임고문이다. 그는 부시 정부에서 북한과의 6자 회담에 미국 측 차석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과 최근 공동으로 작성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여 미-북 간 협상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썼다. 이들은 “중국 또한 협상의 중요한 대상”이라며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축소하도록 하는 비용을 미국보다는 중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많은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것이라는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중국 및 구소련에 대한 북한의 외교정책에 정통한 역사가인 제임스 퍼슨은 “북한은 자신들을 비핵화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강요 행위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가장 분개할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을 중국에 위탁해서는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슨은 7월 10일 워싱턴 소재 정부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실용주의적인 관점은 최근 몇 달 사이 전직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 중 하나인 윌리엄 페리는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북한과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했다. 페리는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어떠한 조건도 없는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문에 서명한 전직 고위 관료 중 하나였다. 페리는 지난주에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북한은 미치광이 국가가 아닙니다.

그는 샌더스 의원에게 말했다.

그들이 무모하고 무자비하긴 해도 미치진 않았습니다. 그들은 논리와 이성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주된 목적은 바로 정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정권을 유지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윌슨 센터 기자회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이 기자회견은 제인 하먼 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이 진행했다. 지난 가을, 그녀는 퍼슨과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제안하는 기고문을 보냈다. 그는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정당화시키는 실존적 위협으로 알려진 미국만이 안보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썼다. 윌슨 센터 기자회견에서 퍼슨이 이 제안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판도를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믿을 만한 방어전략”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북한이 더 큰 사정거리를 가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역량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의 문이 열렸을 때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화시킬 때까지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최대한의 역량을 확실히 갖도록 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간 직접적인 협상은 어떤 모습일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과 한국의 연례 군사훈련을 줄이라는 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윌슨 센터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한미 군사훈련을 봄에 하기 때문에 미국이 그러한 제안을 할 ‘절호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면 “지금부터 다음 봄까지 우리는 별로 잃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20년 넘게 상대해 온 시걸 국장은 어떤 합의라도 미국 측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하는 현행 프로그램 동결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뿐만 아니라,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이 수십 년간 요구해 온 것처럼 ‘적대적인 정책’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분열 가능 물질의 생산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지만, 돈이 아니라 적대적인 정책으로부터 멀어지는 의미에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군사훈련, 일부는 제재 해제, 그리고 일부는 평화 정착 절차와 관련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해결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현실성있는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취재 : 팀 셔록
한국취재 및 번역: 임보영
촬영: 신영철
편집: 박서영

화, 2017/07/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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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 과정과 결과를 미국 탐사전문기자 팀 셔록(Tim Shorrock)과 공동 취재해 보도합니다. 팀 셔록 기자는 1996년, 미국이 광주 학살을 묵인, 혹은 승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정부 기밀문건, 일명 ‘체로키 파일’을 공개해 광주 학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탐사기자이자, 한미 관계 전문 독립언론인입니다.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첫 날,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한미 군사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의례적인 발언을 한 직후였다.

난데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의 경제관계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바로 지금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은 주위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오바마 정부가 최종 확정한 한미FTA를 ‘미국에 불공평한 협정’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우리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30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지난 6월 30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업사냥꾼’ 출신 상무부 장관의 속보이는 훈계

더욱 충격적인 장면은 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백악관 캐비넷 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을 만났을 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환영사를 한 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것을 부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언론 카메라 앞에서 로스 장관은 문 대통령과 강 장관에게 한국의 미국 자동차 및 철강 수입 제한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 비슷한 논조의 발언으로 독일 정부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했던 로스 장관은 이날도 외국 제품에 대한 한국의 행정 ‘규칙 제정’이 제조업 같은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북한 문제나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답변을 시작했으나, CNN은 80살인 로스 장관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보도를 마무리했다.

AP통신은 “가까운 동맹국 간 회의에서 보기 드문 우월감의 표출로 끝이 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로스 장관의 발언은 의전 규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미 행정부에서는 국무부 장관이 주로 외교 정책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과거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회담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지난주 여러 언론매체는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의 대우에 크게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간 대립이 대부분 그렇듯, 이 이야기에는 양국 언론이 놓친 숨겨진 이면이 있었다.

부산에서 노동변호사로 일한 문 대통령도 경험으로 알고 있겠지만, 로스 장관은 1990년대 한국 IMF 위기 발생 당시 몰려든 약탈적 투자자들의 물결을 이끈 뉴욕 자본가다. 당시 수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외국계 기업들과 사모펀드들은 부도난 한국 기업들을 사고 팔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로스 장관의 경우에는 철강 제조업체로 재미를 봤다.

나는 1999년에 로스 장관이 파산한 한라그룹의 파업을 진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로스 장관은 당시 김대중 정부로부터 IMF 위기 국면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은 반면, 그의 개입으로 희생자가 된 파업 참가자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당시 한 한국경제학자(한성대 교수였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지칭-역자 주)는 2006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스가 “취약한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이득을 취한 사기꾼이라는 평판을 얻고” 한국을 떠났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은 그 후 경제를 회복하여 현재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백악관 캐비넷 룸에서 있었던-역자 주) 로스 장관의 불평을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변화를 강요하는 오랜 아젠다를 밀어붙이면서, 로스 장관은 마치 트럼프 일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편협한 관심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행동해왔다. 미국 외교정책은 한 부자의 개인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한미 동맹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대통령이 2017년 확연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양측 모두 만족한 동상이몽?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목적은 한미 군사동맹 강화 및 대북 공동목표 모색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방미 일정 첫 이틀 동안 한국전쟁 추모식 등에 참석하고 한국전쟁 당시 자신의 부모님이 북한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왔던 미군에 감사하는 등 정서적으로 접근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담 전에 현재 환경 평가를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논란 많은 사드 배치를 궁극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승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도 목요일에 미 의회 의원들과 공화당 지도부와 만나 이 점을 재차 확인했다.

이러한 행동의 결과로 문 대통령은 자신이 원한 것을 많이 얻었다.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따르면, 양 정상은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데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 문제에 있어서는 자신의 일방적인 접근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시작부터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하루 전, 미 재무부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의 자금세탁을 도운 중국 은행과 중국인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타이완에 대한 대규모 미국산 무기 수출과 함께 이뤄진 그의 지시는 “중국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에 대한 경고이며, 외교를 통한 압박을 강조한 것”으로 널리 해석됐다고 뉴욕타임즈가 논평했다.

같은 날 양국 간 불화를 보여준 또다른 사례는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 목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군수업체들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는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인 CNAS(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신미국안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에 더욱 큰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군사적 관계 강화가 어떻게 사업상 도움이 되는지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많이 주문한다. 록히드 마틴사의 F-35 전투기를 사고, 다른 군사장비도 전보다 훨씬 많이 사가고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록히드 마틴이 사드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CSIS 연설은 워싱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승인 도장’

문 대통령이 한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로스 장관의 훈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공세를 문 대통령과 그의 방문단이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임은 명백하다. 문 대통령은 서울로 귀국하기 직전인 토요일에 한국 기자들에게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자신이 백악관과 “합의한 내용에는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마찰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 대한 자신의 두 갈래 접근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해 준 점과 양측 모두 대북 제재와 대화를 강조한 점 등 이번 회담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 것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귀국 직전 토요일에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역할과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와 관찰자들 역시 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했다. 문 대통령이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전략국제연구센터)에서 연설을 한 금요일 저녁에 CSIS의 빅터 차 선임고문은 “모두가 엉망이 되리라 전망했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좋게 흘러갔다”고 뉴스타파에 말했다.

사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환경 평가가 향후 한미 동맹에 문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차 선임고문은 강 장관이 지난 6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CSIS 포럼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명백히’ 밝힌 것에 안심했다고 밝혔다. 차 선임고문은 강 장관의 발언이 “매우 중요한 발언이었고, 상황을 개선했다”고 지적했다(그는 자신이 차기 주한미대사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의 CSIS 연설은 문 대통령에 대한 워싱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일종의 승인 도장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앉은 청중들 중 앞줄에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외교관들과 국가안보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콜린 파월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 전직 국무부 장관 두 명, 콜린 파월의 부장관이자 국방부 관료였던 리처드 아미티지, 전직 국방부장관인 윌리엄 코헨, 그리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의장을 지내고 오랫동안 한미 관계에 관여해 온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 등이다. 차 선임고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후 거의 두 시간 동안 CSIS 이사진들과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 CSIS 전문가 초청 만찬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매들라인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오른쪽)

▲ CSIS 전문가 초청 만찬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매들라인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오른쪽)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의 모임인 ICAS(Institute for Corean-American Studies:한미문제연구소)의 김상주 부회장은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러 왔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지만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와 미국 기업들의 이해

문 대통령의 첫 공개일정이었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미국의 정책을 좌우하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행사에 수백 명의 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 국무부, 상무부, 그리고 미국통상대표부 관계자 수십 명이 참석했다.

상당수 참석자가 제트 엔진 제조업체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를 자회사로 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같은 방위산업체 관계자였다. 최근 보잉(Boeing Corporation) 사의 국제사업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대사는 대사 시절 그를 흠모한 팬들에게 둘러싸여 환영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거대 로비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나 세계적인 숙박 회사 에어비앤비(AirBNB)를 비롯해 시그나(CIGNA), 하니웰(Honeywell), 퀄컴(Qualcomm)과 같은 대기업의 뱃지를 단 사람들도 보였다. 두산, LG, 삼성 등 한국 기업들도 참석했다.

가장 규모가 큰 미국 기업 대표단 중 하나는 텍사스와 걸프연안(U.S. Gulf Coast)의 액화 천연 가스(LNG) 업계에서 왔다. 한 테이블에서 나는 넥스트 데케이드(NextDecade)라는 텍사스 회사 설립자이자 CEO인 케서린 아이스브레너(Kathleen Eisbrenner)를 만났다. 넥스트 데케이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LNG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텍사스 브라운스빌에 대규모 가스액화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넥스트 데케이드의 매니저 지 윤(Jee Yoon)은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임원들을 자랑스럽게 가리키며, 그들이 자신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틀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가 “250억 달러를 넘는 계약에 따라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를 한국에 최초 선적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가스업계가 액화 천연가스에 큰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같은 입장에 서야 한다고 회담에 참석한 미국 고위급 관계자들이 말했다. 제프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은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의견을 일치시키고 준비됐다고 말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치, 그 너머의 일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의 다분히 회유적인 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등 미국 측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평화적 문제해결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 협상 과정이 전개되면 미국 기업들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수 있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감수성에 대한 최선의 호소였지만, 귀담아 들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제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야 할 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개인적 스타일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바로 언론과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정상회담 기간 내내 미국 언론은 유명 앵커 미카 브레진스키를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트윗 관련 보도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의 첫 백악관 입장 당시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윗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까?”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주말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공개적으로 경멸하고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CNN과 레슬링을 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 논란은 한층 악화되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시민과 언론 모두와의 만남을 즐기는 듯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일부 교민들이 그를 환영하기 위해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미국상공회의소 건물 앞에 모였다. 이들 중 일부는 백악관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문 대통령이 그들 사이에 나타나 교민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있던 교민 중 서울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다는 교민 양하나 씨는 “이것은 잊지 못할 기억”이라며 “우리는 문 대통령이 한국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마지막 일정이었던 토요일 동포 간담회에는 500명 이상의 한국 교민들이 문 대통령의 방미 소감을 듣기 위해 워싱턴 DC의 힐튼 호텔에 모여들었다. 뉴욕에서 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구혜란 씨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인 구익균 선생이며 박정희 정권 당시 수감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박근혜 정부의 보훈처는 그의 현충원 안장을 불허했다. 구 씨는 기자에게 말했다. “그러니 제가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인 게 얼마나 기쁘겠어요? 문 대통령이 하나씩 다 바로잡고 있어요.”

▲ 미국 현지교민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있는 문재인 대통령

▲ 미국 현지교민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있는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DC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서혁교 NAKA(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Americans: 미국동포전국협회)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전 대통령들의 방문 때와 비교하여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모인 인파 구성이 매우 다양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와 세월호 희생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며 “교민들의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 서 부회장은 또 문 대통령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한미동맹이 굳건하고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운전석에 앉을 때가 됐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남북대화의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취재 : 팀 셔록
번역 : 임보영

화, 2017/07/0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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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관련 한·중 협의 결과에 대한 논평

 

10월 31일 한중 당국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드 문제에 관한 협의 결과의 요지는 ▷양국의 기본 입장(한국 : 북핵 미사일 방어 및 제3국 겨냥 부인, 중국 : 사드 한국 배치 반대)을 확인하고 ▷중국 측은 한국 입장 표명 유의 및 적절한 처리를 희망하며 양국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사드 문제를 소통할 것과 ▷중국의 (미국)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에 대한 우려를 천명하고 한국 측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월 30일,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고, 현재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 같은 협의 결과가, 사드 배치를 굳히려는 미국의 요구와 사드 한국 배치로 미국이 MD에 참여하여 한미일 동맹으로 나아가는 것을 반대하는 중국의 요구를 봉합한 것이라고 본다. 이 같은 결과는 당장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간의 갈등을 덮을 수는 있어도, 사드 배치를 통해 한미일 MD 및 동맹 구축으로 나아가려는 미국의 입장과 이를 자국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중국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확인되었듯이 한미일은 미사일 방어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했고, 작전, 정보, 군수 등 분야에서의 군사협력도 보다 강화되고 있다. 미국 MD 참여의 결정판이라 할 SM-3 도입도 한미 양국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한미일 군사협력과 MD 참여 등으로 인한 갈등은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고, 그 경우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사드 배치 문제는 일시적인 봉합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드는 군사적 효용성이 없는 반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 군비 대결을 격화시키고, 우리의 평화·안보·주권을 위협한다. 배치 결정과 이후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박근혜 정권의 최악의 적폐인 사드 철회에 대한 주민과 국민의 요구는 한결같다. 한미 당국이 SCM을 통해 사드가 ‘임시 배치’된 것임을 확인한 만큼, 사드 가동과 공사부터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다음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평화와 안보에 대한 영향, 절차적 정당성, 주민 및 환경 피해 등에 대해 원천 재검토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중 간의 협의 결과와 상관없이, 임시 배치된 사드의 가동 중단과 철거를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사드 철거 평화 정세의 조성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주민의 평화적 생존을 위한 길이며, 동북아의 대립 구도를 막아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2일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사드배치저지 부울경대책위원회(가),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논평 [원문보기 / 다운로드] 

 

목, 2017/11/0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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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경제 성장은 ‘신노동자’라는 새로운 집단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3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 ‘농민공’을 ‘신노동자’로 지칭해 이 집단의 과도기적 성격과 현황, 전망을 연구한 기록이다. 저자 려도(뤼투)는 중국에서 ‘신노동자’ 연구 시리즈를 차례로 펴내고 있으며,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은 이의 첫 저작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신노동자’ 관련서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그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저자에게 ‘농민공’이 스스로 ‘신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중국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사회학자이자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인 저자는 농촌에 호적을 두고 도시로 와 일하는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고용, 임금 등의 노동 과정은 물론 주거, 여가, 가족관계, 생활방식 등 삶의 모습까지 두루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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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백년연구원은 <정책비평>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개혁해야 할 정책 과제를 산업, 금융, 고용/노동, 외교/안보, 안전, 관료제/선거제도 등 분야별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글에 대해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시는 분께서는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다른백년연구원은 열린 공간, 열띤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백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담론을 기획해나갈 것입니다. 

수, 2017/11/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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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법인 다른백년은 11월 30일 신촌 히브루스에서 ‘포스트 사회주의 –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학술 발표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다른백년에서는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0년의 기간 동안 진행된 사회주의 실험을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향후 전개될 포스트 사회주의에 대한 심도 깊은 탐색을 목표로 관련 연구사업을 6개월 여의 기간 동안 진행하였습니다.

   본 발표회는 기간에 진행된 ‘포스트 사회주의’ 연구사업의 최종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보고서의 최종점검 및 대중적 검증을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발표회는 김동춘 다른백년 연구원장(성공회대 교수)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구갑우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다른백년 연구기획의원)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림2

 

   김동춘 다른백년 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러시아 혁명 이후 진행된 100년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기간의 사회주의 실험에서 문제 삼은 자본주의의 모순과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현재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며,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사회주의 실험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본 발표는 현실사회주의를 대표했던 러시아, 중국, 쿠바, 베트남, 북한의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국민대 전재원 교수(국민대)는 ‘러시아혁명과 소련 국가사회주의, 그리고 체제전환’을 주제로 러시아(구 소련) 사회주의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정재원 교수는 과거 구소련 체제의 붕괴요인을 중앙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생산자 직접 민주주의의 실패에서 찾으면서,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사회는 급속하게 주변부 자본주의화 하면서, 신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입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두번째 주제인 ‘중국사회주의의 역사적 전개: 소련 모델, 현실, 제체전환’을 발표한 박철현 교수(국민대)는 중국 사회주의가 초기에 소련모델을 수용하면서 시작하였지만, 서서히 중국적 현실에 맞는 ‘중국식 사회주의로 발전해 나갔다고 한다. 중국 사회주의는 소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분권적 성격이 매우 강했는데, 이는 중국사회가 처한 역사적, 물적 조건에 의해 강제된 측면이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적 성격이 중국 사회주의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하였다.

   세번째 발표는 ‘제3세계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소고: 쿠바사회주의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정이나 교수(부산외대)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정이나 교수는 쿠바 사회주의의 주요한 특징을 보건의료체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하며서, 쿠바 사회주의가 이룩한 보건의료체제의 위대한 성과를 소개하였습니다. 쿠바 사회주의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에 의해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운동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네번째 발표는 ‘베트남의 사회주의와 탈사회주의’를 제목으로 이한우교수(서강대)가 진행하였습니다. 이한우 교수는 현재 베트남 경제에서 국유경제부문이 GDP 대비 30%까지 쪼그라들었으며, 이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과거 민족주의 운동과 통일과정에서 획득한 정당성에 필연적으로 위기가 도래할 것이며, 이는 엘리트 중심의 베트남 사회주의 체제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사회주의의 변화: 이데올로기와 사회사회구조’를 제목으로 정영철 교수(서강대)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정영철 교수는 발표문에서 북한의 사회주의가 ‘주체’사회주의이며, 주체사회주의는 외적으로는 주체사상을 앞세우지만, 현실에서는 실리주의적 측면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공산주의를 먼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체제라는 인식하에 실리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향후 북한사회가 더욱 개방적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발표회에는 50여명이 플로워를 메우며 발표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발표회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가 여전히 의미 있는 성찰과 고찰의 주제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포스트 사회주의’ 보고서에 세미나에서 논의되었던 제안들을 반영하고 보완하여 최종적인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월, 2017/12/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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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트럼프라는 ‘괴물깡패’가 야기하는 한미 현안과 북미간 극한대립, 그리고 평창 평화올림픽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동안에, 중국에서는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의 신호탄인 제19차 공산당 전당대회(CCP)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실행하는 첫 작업으로 중앙정부의 국무원이 제1호 문건(No.1 Document)을 발표하였다. 제목은 ‘농촌재활력(Rural Revitalization)’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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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구이저우(貴州) 쭌이(遵义) 시찰에 나선 모습. (사진: 인민망 한국어판)

우선 제목 자체가 던지는 이미지로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중국사회가 가장 중시하는 현안을 제 1호 문건이라는 이름으로 담았으리라는 짐작이다. 물론 지난 10여 년간 중국 국무원이 감당해야 하는 가장 주요한 현안이 항상 농업과 농촌에 관련한 주제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제1호 문건이 제시하는 내용과 방향은 여러 면에서 기존의 발표와는 격을 크게 달리하는 느낌이다.

 

현대 중국의 4번째 거대한 실험의 시작 알리는 선언인가

 아직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나오지 않았고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지만, 필자가 받는 느낌은 현대 중국에서 4번째로 시도되는 거대한 실험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 같은 것이었다. 설명을 보태자면, 모택동 시대에 이룬 정치군사적 ‘자력갱생’, 등소평에 의해 촉발된 산업경제적 ‘개혁개방’, 후진타오가 주도한 서부 대개발과 동북부의 공업화를 통한 지역격차해소 또는 ‘’조화사회’라는 기존의 변혁적 실험에 이어 시진핑의 정치적 구호인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농민과 농민공, 그리고 농촌중심의 지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에 찬 구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80억 인류 인구의 10%가 넘는 9억 중국 농민과 농민공, 그리고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실험을 선언한 셈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농민 농촌 농업을 융합하는 삼농(三農)주의를 진작에 제창하여 중국농업의 큰 방향을 제시한 원태쥔(溫鐵軍 – 중국인민대학 농업학원장 역임) 교수의 이야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녹색평론 2018, 1-2월호 참조). 그는 농업이라는 관점에서 세계를 1) 농민이 경제인구의 2-3%로 위축된 식민지 종주국(유럽), 2) 노예와 현지인 노동력의 수탈을 기반으로 규모의 기업농이 가능했던 식민지화 대륙(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절반), 3) 오랜 전승 속에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기반이 되었던 소농 중심의 원주민 대륙(동아시아)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특히 서세동점의 근현대 과정에서 구미세력에게 능욕을 당하고 일본에게마저 청일전쟁에서 패배를 경험하여 실의에 빠졌던 중국사회가 거대한 농촌 인구와 지역사회 연합을 통하여 일본의 악랄한 침략을 버티었고, 농민을 기반한 기층 민중이 중심이 되어 중국 공산당의 승리(以農村包圍都市 전략)를 이끌어 내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계속되는 서구 패권적 자본주의의 다양한 경제적 침탈을 견디어 내면서, 마침내 내생적 자력의 기반과 고도의 경제성장의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주장한다.

또한 1만 년 간 소농 중심 농업문명의 긴 역사적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6억의 농민인구에 더하여 도시를 떠돌지만 언제나 귀향할 수 있는 3억 명의 농민공을 합한 농촌 호적 인구가 중국 전인구의 70%를 점하면서 거대한 생산기반과 소비시장 그리고 미래지향적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판단한다. 이는 일본과 한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산업적 기반을 구축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근거에는 경자유전의 농지개혁을 이루어 낸 배경이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국무원이 현대화(modernization) 또는 산업화(industrialization) 대신에 농촌의 재활력(revitalization) 이라는 용어를 일부로 사용한 것에는 깊은 함의가 있다.

 

농촌 현대화, 산업화 대신 ‘재활력(revitalization)’이라고 한 이유는 

Revitalization은 캐나다의 시민운동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로서 농업을 다른 산업과 구별하여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산업화가 가져온 온갖 부정적 결과와 기후환경의 위기에 직면하여 성찰적 반성을 통해 자연과 인간사회 간 대화와 조화, 환경적 친화라는 치유적인 생태적 전략을 요청하는 용어이다. 이는 사실 중국의 오랜 전통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정착농업이 시작된 지난 1만 년 동안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환경친화적 지속 가능한 유기농의 전승과 道法自然의 원칙을 설파한 노장사상의 연장 속에서 생태문명이라는 현대중국의 주요 슬로건과 쌍생아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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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찾기 위해 짐을 떠메고 도시로 찾아드는 농민공들. (사진: 서울신문)

좁은 시각에서 보면, 지난 해 말 북경에서 벌어졌던 일로, 수천 명의 농민공들이 불법 점거하여 거주하던 빈민촌에 발생하였던 화재사고를 빌미로 이들을 추운 거울에 대책도 없이 준비할 시간의 여유조차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북경의 외곽으로 추방한 사건에 대해 중국시민사회의 격렬한 비난과 항의가 제1 호 문건으로 농촌의 주제를 내놓은 배경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나가서는 경제가 6-7%의 고도성장을 이룩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산업분야에서 더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대책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하여 선진적 경제의 수준에 이른 대부분 국가에서 앞으로 일어날 현상으로, 제 4차 산업혁명이 더욱 진전이 되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산업현장의 작업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거 도입이 되고 기존 개념의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자연스레 이에 대한 대책으로 농촌지역의 활성화가 현실적 주제로 떠오른 셈이다.

마침 중국 공영방송인 CGTN이 소개한 여러 보도와 기사들을 통하여 ‘농촌활력화’라는 거대한 실험의 배경과 지향을 읽어 볼 수 있기에 내용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저축률은 2016년 기준으로46%에 달하며, 이는 18% 수준인 미국과 27% 수준인 일본 등과 비교하여 대단히 높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이를 투자할 대상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더 이상 투자의 대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는 거대한 규모를 지닌 중국의 농촌이 당연히 잠재적인 투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선진적 현대 기술의 적용에 있어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최첨단을 형성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구매와 결제 방식은 이미 중국인민들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역을 이루고 있으며,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역시 구매한 물품을 당일이 아닐지라도 수 일 내에 받아 볼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농촌지역에서는 수많은 농민들이 단순히 구매 행위자일 뿐만 아니라 재화의 공급자로서 온라인 쇼핑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20세기의 경제를 기계산업이 받쳐 주었다면, 21세기는 기술이 경제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며, 중국은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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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캉 사회 건설에 걸림돌이 농촌과 서부 지역이라고 판단한 후진타오 지도부는 2006년부터 적용된 ‘제11차 5개년 계획’에 삼농(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위한 ‘신농촌 건설’ 추진을 포함시켰다. 삼농 문제는 매년 1월 가장 먼저 제정해 시달하는 중요 정책문서인 ‘중앙 1호 문건’ 핵심 주제에 7년 연속 채택될 정도로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 (자료 출처: 서울신문)

이런 환경과 조건에서 중국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도로나 다리 또는 산업생산기지 등 기반시설의 확충이나 사업적 환경의 조성에서 끝나는 것 아니라, 재산 소유권의 재구성, 법치적 공의와 적의적인 적용, 생태적 환경 조성, 지역 친화적이며 분권적인 문화 형성 등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자본을 투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기술만 있다고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합의된 목표의 실현을 위한 역할과 정책적 과제를 수행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실험은 이미 19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있기 전에 시도되었다. 토지 임대에 대한 권한이 30년 이상으로 연장되었고, 시장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대규모의 농촌 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상해와 심천 등 연안의 도시들을 세계적 수준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당연히 이러한 도시의 성공경험이 이제는 농촌지역으로 전면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위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면 중국정부가 지향하는 ‘농촌재활력’ 사업은 다음의 4가지의 목표를 지향하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시 주석이 제시하는 생태문명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실현해나가는 실천을 통해 농촌지역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으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 (농촌).

둘째는 미국이 20세기 초에 모든 동원 가능한 물적 인적 자원을 농업에 집중시키면서 세계 최강의 국가로 발돋움하였듯이, 21세기에 성취한 현대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인구의 절반이 종사하는 농업을 현대화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여 농촌에 거주하는 인민생활의 향상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 (농업).

셋째는 CGTN 보도기사에서 자세히 다루었듯이 단순한 교통과 물류 등 사회간접시설의 수준을 넘어서, 법치, 행정, 금융, 정보, 문화, 교육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반의 제 조건을 갖추어 나가는 것 (농민).

최종적으로 농촌지역에 사는 농민의 생활수준이 도시의 임노동자의 수준과 동등하거나 이를 넘어서, 중국사회의 최대 현안이자 불안요소인 3억에 가까운 농민공에게 자신이 호적상 속해있는 농촌으로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라는 선물’을 마련하는 것 (현대적 이농촌포위도시 전략).

 

현대적 以農村包圍都市 전략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나 국무원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개략 다음과 같이 기간을 3단계 (단기-중기-장기)로 나누어 기본적인 대강을 설정한다고 발표하였다.

우선 2020년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정치시스템을 구축하여 중국에서 단 한 명의 농민도 빈곤선 수준 이하에서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농촌지역에 생산력과 농산물 공급을 신속히 확장시킨다 (온포 溫飽).

By 2020, institutional framework and policy system should be basically established. By then, no one in China will be living under the existing poverty line, and rural productivity and agricultural supply will improve substantially.

2035년까지 농업과 농촌지역의 현대화를 통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하여야 한다. 모든 중국 인민들은 농촌에 거주하든, 도시에서 생활하든, 기본적인 공공재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도농간의 융합이 진전되어야 한다 (소강 小康).

By 2035, “decisive” progress should be made with basic modernization of agriculture and rural areas. All Chinese, either in cities or rural areas, will have equal access to basic public services. Urban and rural integration will improve

2050년에는 농촌지역이 모든 영역에서 활력을 되찾아 경쟁력 있는 선진농업을 이루고, 거주하기에 생태적으로 아름다우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생활을 즐긴다 (대동 大同).

By 2050, rural areas should see all-around vitalization featuring strong agriculture, a beautiful countryside and well-off farmers.

상기의 문건에 대한 중국방송의 보도내용과 해설기사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래로 몇 가지 소회를 적어본다.

중국과는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사회는 과연 일반산업과 달리해야 하는 자연재적 농수임산업(農水林産業)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친화적이며 문명사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단코 포기할 수 없는 식량수급의 안보전략,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축복,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악지형 등을 감안하여, 단기적인 이해관계와 성급한 성과주의에 휘둘리지 말고 금수강산을 천년만년의 후손에게 넘겨줄 백년지계의 구상을 마련하는 데 중국의 ‘농촌재활력’ 계획을 반면지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백년지계 구상은 나올 수 없나

서구의 정당정치와 대의적 민주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무능함과 더불어 편협한 민족주의와 천박한 포플리즘에 휘둘리는 현재의 세계적인 정치 지형과 흐름 속에서, 현대중국은 현능적 민주주의(merito-cracy)의 실현을 통하여 지난 40여 년간 놀라운 사회경제적 성과를 이루는 동시에 새로운 문명사적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우리가 중국처럼 인민집중적 일당독재의 방식을 따라갈 수도 없고 도입해서도 안될 일이지만, 역사적 소명을 분명히 하면서 위민 위공(爲民爲公)의 자세로 철저히 헌신하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지닌 자질과 덕성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자연히 현재처럼 저질적이며 퇴행적이고 병리적 수준의 편아적 행태를 보이는 수구적 정치인들이 국회(國會)의 과반을 차지하는 한국의 정치제도와 현실을 질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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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공의 삶은 중국 경제 발전의 불균형을 나타냄과 동시에 사회 문제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선거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거니와, 근본적으로는 대의적 민주제를 뛰어 넘어 모든 시민들이 각성하고 학습하고 직접 참여하여 조직해 내 가는 고에너지의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시민의회, 공론화 위원회, 지역대표성을 보완하는 직능직업 대표제의 도입 등 다양하게 21세기형 민회(民會)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의 정치는 절차적 과정으로서 민주제와 더불어 인민대중의 생활향상을 위한 민본적(民本的)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개발과 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물질적 진보는 반드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개별적 삶의 성취와 인간적 해방을 지향해야 한다 (로베르토 M 웅거의 ‘민주주의를 넘어’).

목, 2018/02/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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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비친 애플스토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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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수요일(2월 28일)이면 애플은 중국 내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의 사용자 데이터 저장 방식에 중대한 변경사항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이제는 중국 내 애플 사용자들을 자유롭게 감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애플은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와 보안 유지 정책으로 이름나 있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강력하게 암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FBI가 휴대전화의 보안을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미국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에 항소하면서 각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애플의 모든 소비자들에게 프라이버시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편지를 개인적으로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애플은 중국 사용자들이 ‘애플 뉴스’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고, 중국 앱스토어에서 VPN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번 아이클라우드 업데이트는 중국의 억압적인 법률문화로 인해 애플이 기존 자사의 사용자 프라이버시 및 보안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음을 시사하는 가장 최근 사례다. 이러한 변경사항 적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애플의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1. 중국의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2월 28일, 애플은 중국 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의 운영권을 중국 기업인 구이저우빅데이터산업발전(GCBD)에 이전한다. 이로 인해 중국 사용자들이 애플의 클라우드 기반서버에 저장한 사진, 문서, 연락처, 메시지를 비롯한 모든 사용자 데이터와 컨텐츠 역시 영향을 받게 됐다. 2017년부터 시행된 중국의 새로운 사이버보안법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반드시 중국 현지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 즉 애플과 같은 기업은 중국 현지에 서버를 임대하거나,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2.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서버에 저장하는 것이 개인에게 어떻게 위협이 될 수 있나?

중국 국내법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사생활권, 표현의 자유 등 사용자의 기본권에 대한 충분한 보호조치 없이도 중국 내에 저장된 모든 사용자 데이터를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다. 중국 경찰은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며, 대략적이고 모호하게 구성된 법과 규제를 이용해 ‘국가 안보’ 등 형사범죄 혐의를 들먹여 반대세력과 저항세력을 침묵하게 만들거나 정보를 검열할 수 있다. 또한 인권옹호자 등에게 괴롭힘을 가하거나 이들을 기소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단순히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정보와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거나 열람하기만 해도 체포 및 구금을 당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에 따르면 네트워크 운영자는 법집행관 및 국가정보요원에게 “기술적 협조 및 지원”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즉 중국 정부가 GCBD에 찾아와 범죄 수사 목적으로 어떤 아이클라우드 사용자의 정보를 요청한다면, 기업은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이에 항의하거나 거부할 법적 수단이 거의 없는 것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2017년 12월 중국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2017년 12월 중국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3. 애플은 자사의 암호화 키를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백도어 침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중국 사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지 않나?

애플이 GCBD 및 중국 정부에 아이클라우드 사용자의 암호 해제된 데이터 접근 권한을 허용할 것인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사용자가 중국 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면, “합법적으로 필요한 경우” 법집행기관에 자신들의 정보와 컨텐츠를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데에도 동의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애플은 중국 사용자들의 암호화 키를 미국이 아닌 중국에 저장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법상 합법적인 정보 제공 요청이라면 애플은 암호 해제된 데이터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법 조항 대부분이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보 요청이 중국법상 합법인가 아닌가를 단순히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요청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문제까지 다룰 수는 없다. 애플은 정부의 정보 요청이 사용자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것인지, 평가한다면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직접 시험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애플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안타깝게도 그 때가 오는 것은 아마도 시간 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백도어”, 혹은 법집행기관 및 정부기관이 정식 요청 없이 암호 해제된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술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그 사용을 차단하려는 애플의 노력은 감탄할 만하다. 그러나 법집행기관이 범죄 수사 목적이라는 말 한 마디만으로 쉽게 암호 해제된 사용자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면, 그러한 노력도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다.

 

4. 중국의 아이클라우드 사용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 정부로부터 개인적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정보를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를 소지한 사용자는 해외 주소를 이용해 계정을 개설한 후,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중국 외부에 저장할 수 있다. 그 외에 중국 사용자들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삭제하고 영구히 서비스에서 탈퇴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곳에서 탈퇴 절차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애플 역시 아이클라우드 동기화 해제를 기본으로 설정하고, 사용자에게 서비스 이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 사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필수적인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

 

5.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중국에서 책임감 있는 운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은 세계 어디서든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모든 인권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중국에서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이에 대응해 기업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명백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기업은 정기적으로 입증 가능한 인권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관리감독 및 실사, 책무성 절차를 시행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중국 정부가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고, 정부가 인권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때는 과감히 발언하고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인권침해의 높은 위험을 경감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은 중국에서의 사업 운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애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필수적인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이 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다.

월, 2018/03/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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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체가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에 흥분하고 있던 시점인 지난 4월27일과 28일 양일간 중국 삼국지 이야기의 한축이었던 오나라의 수도 우한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수상이 아름다운 호수인 동호의 산책길을 걸으며 때로는 쉼터에 앉아 중국 명차를 나누면서 격의없는 회담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도보다리에서 이야기를 나눈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어쩌면 인류 역사에 세기의 회담으로 기록될 만한 대사건이 될 수도 있는 만남에 대해 양국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보도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조용히 넘어가면서 더욱 궁금증을 일게 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회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식적인 정상회담이 아닌 비공식적인 사인(私人)간의 만남처럼 다루면서, 의제도 미리 조율하고 선정하지 않은 채 격의없는 대화의 형식을 취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경향
사진 출처: 경향

여기서 당시 한국언론들이 보여준 호들갑과 보도의 태도에 대해 한마디 지적하고자 한다. 판문점 회담이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트럼프 미대통령과 아베 일본수상 등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회담의 결과를 설명한 반면에, 시진핑 주석은 상기의 우한 회담으로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고 북경으로 복귀한 후 며칠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통화가 가능하였다. 이를 두고 마치 ‘중국패싱’ 운운하면서 시주석이 서운한 심정에서 의도적으로 전화를 거절한 듯한 뉴앙스의 추측 기사가 여러 곳에 실렸다. 세계정세와 흐름에 어두운 국내 어리석은 언론들의 속좁은 식견이 벌인 해프닝으로 ‘우물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이를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대국에 둘러싸인 반도에 위치한 국가의 입장에서 지정학과 지경학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근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난삽하게 드러난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함과 무책임 그리고 망각증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역사에서 배움이 없으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는 격언에도 불구하고, 현하 목격하듯이 한반도에서 냉전의 마지막 해체작업이라는 시대 흐름을 역류하는 자유한국당의 막가파식 무책임한 발언과 무뇌아적 황당무계한 처신에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수상과 인도 경제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듯이, 국제정세 흐름의 새로운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라는 대국의 수상이자 인도인민당의 지도적 인물 그리고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모디는 1950년 생으로 ‘불가촉천민’ 바로 위에 위치한 빈민 중심의 수드라 계층 출신이다. 10대부터 열차와 거리에서 차를 파는 잡상인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하여, 30대 젊은 시절 인도국민당에 입당하면서 입지전적 성공과 출세를 거듭한 사람이다. 학력으로는 델리에 있는 통신대학을 간신히 수료하였고 후에 구자라트주의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받는다. 독실한 힌두교인으로 하루 4시간 정도의 짧은 수면을 취하면서도 매일 요가와 명상의 수련을 빼먹지 않는 지독한 일벌레로 알려져 있다. 구자라트주 수상 당시 발생한 힌두교도의 무슬림 집단학살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개혁과 경제정책을 추진하여 세계가 주목할 만큼 놀라는 발전의 성과를 이룬다. 인민당이 다수 여당이 된 유리한 정치환경에서 2014년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어 인도의 수상에 취임한 이래,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신용등급을 단계단계 올려가며 지난 수 년간 인도의 연 성장률을 한때 중국을 능가하는 7-8%대로 끌어올린다.

지난 세월 인도는 20여개 주의 세법과 거래관행이 모두 달라 경제와 산업을 인도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통합하기 어려웠으나, 모디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고, 기득권층과 소상인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세법(Common Service Tax)의 도입을 강행하였고, 내로라 하는 전문가와 경제정책 관료들의 극심한 만류를 뿌리치며 2015년 가을 단하룻밤 사이에 화폐개혁을 신속히 단행하였다.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 거래와 투자에는 반드시 자금출처의 소명을 의무화하는 등 부패와 기득권을 혁파하고 개혁하는 과정에서 작년부터 성장률의 일시적 저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정에서 보여준 예의 모습대로 인도의 강점인 IT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찬 정부혁신, 환경친화적 농촌(Clean India), 제조업중심( Made in India), 전자상거래와 금융의 투명성, 소규모 중소기업 중심과 벤쳐산업 육성 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2,800불 수준의 인도 GDP가 조만간 5,000불을 달성하고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중진국 대열에 합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한 회담의 의미와 배경

비공식 만남이라는 핑계로 일체의 성명과 합의 내용의 공개가 없었지만 양국 지도자의 우한 회동에 대한 중국방송과 외국신문에 비친 여러 기사와 보도를 종합하면서 필자 나름대로 지난 4월 27-8 양일간 있었던 회담의 의미와 배경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본다.

첫째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이래 줄곧 발생한 중인(中印)국경분쟁의 봉합과 조정에 대한 첫걸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아래의 그림자료에서 보듯이 중국과 인도의 인접지역은 히말라야 산맥 지류의 고산지역으로 네팔과 부탄의 두 나라가 자연스레 거인 국가들을 갈라놓고 있지만 동쪽으로는 시킴 지역과 부탄에 인접한 인도령 아르나찰프나데시주 주변을 둘러싼 변경, 그리고 서쪽으로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악사이친 회랑지역이 항상 분쟁의 불씨로 남아 있으면서 실제로 지난 수 십년 간 몇 차례의 군사충돌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2017년 6월 춤비 계곡의 동트람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로 인하여 수백 명씩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BRI, Belt & Road Initiative)의 주요 투자국가인 파키스탄과 연결하는 인도 경유의 수송통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양국간의 긴장과 대립이 매우 높아진 상태였다. 

 

국경분쟁

분쟁직후 모디가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를 끌어안은 당시, 이를 보도한 신문자료를 살펴 본다.  

2017.06.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인도 정상회담이 이뤄진 전날 중국과 인도 동북부에서 도로를 건설하던 중국군 부대와 인도군 부대 간 충돌이 빚어졌다. 이 사건을 다룬 27일자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에는 “인도는 중국 앞에서 거만을 떨 주제가 아니다. 국내총생산은 중국의 4분의 1이고 군비투자는 3분의 1이니 중국과의 국경 분쟁은 조심히 접근하는 게 최선” 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관영언론으로는 지나친 표현이다. 마찰이 발생한 지역은 인도와 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경분쟁지역 중 하나인 춤비(春丕)계곡으로 부탄과 인도 영토 시킴(Sikkim)을 연결하는 핵심 길목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인도를 중시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ㆍ기후변화 등 의제에서 모디 정부와 입장 차이를 드러내 왔지만, 26일 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미국의 번영과 성공이 인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선언해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트럼프를 구워 삶았다. (이상인용).

모디는 국경분쟁으로 갈등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불만스러운 트럼프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방적 미국우선주의를 비난하고 세계경제포럼에서 개방적 자유무역 원칙을 옹호한 시진핑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결국 나날이 심해지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에 크게 실망한 인도는 미국 일변의 의존관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과 협력관계 구축이 간절했고 이를 위하여 수십 년간 지속된 중인(中印)국경분쟁부터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한의 회동을 통하여 양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체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문제의 분쟁지역에서 정기적인 군사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만약을 대비하여 항시적인 대화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미국과 일본이 수 년째 공을 들여온 중국봉쇄전략에 일방적 편입을 거부하고 다변다극한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인도의 독자적인 입장을 굳건히 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일본은 지난 10여 년간 미일을 중심으로 한 태평양 동맹에 한국과 호주를 넘어서 인도를 편입시킴으로써 중국의 진출로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확장되는 것을 봉쇄하고 아시아 권역에서 일본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도와의 전략적 수준의 협력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엄청난 공을 들여왔다.  

2015-2-30에 보도된 불룸버그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모디 수상과 아베 수상 간 정상회담을 통하여 미국을 대신한 듯 핵실험 중단에 따른 민간 핵기술 협력, 150억 달러에 달하는 고속 철도 건설, 경제개발 촉진을 위한 124억 달러 자금지원 그리고 중국의 해양확장을 막기 위한 해군 훈련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후 인도는 인도양에서 미일과 함께 연례적인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더불어 일본이 약속한 경제지원과 고속철도의 공사 등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하여 지면서, 인도는 미일의존관계를 벗어나 기존의 BRICS관계망에 더하여 상해협력기구SCO, 아세안 안보포럼 ARF, 유럽연합 등으로 다양하게 접촉을 넓혀가면서 다변적 균형을 추구해 가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한마디로 시진핑과 우한에서 양인이 단독으로 사전의 아젠다 없이 만나 흉금을 열고 부담없이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의 메시지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중국봉쇄 전략에 인도가 가담하지 않고 균형적이며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전세계에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양인의 회동이 중요한 것은 인구가 각자 13-14억에 달하는 거대한 양국이 지난 2백여 년간의 서세동점 속에 수모와 비참함을 벗어나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을 성취해 가고 이들 양국이 과거 인류역사에 차지했던 정치적 경제적 비중이 되살아 나면서 향후 국제사회와 미래의 향방에 거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관점을 아래의 두 개의 도표가 정확히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gdp
도표1. 영국 연구기관에서 작성한 지난 2,000년간의 GDP 비중

도표2. 산업혁명 이후 2015년 까지 GDP 비중의 변화 by 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

도표2. 산업혁명 이후 2015년 까지 GDP 비중의 변화 by 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

도표1은 지난 2,000년간의 경제비중을 보여주는 곡선의 조합으로 영국에서 작성한 탓인지 인도의 비중이 우리가 추정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고, 압도적 제국이었던 당(唐)과 인류 최초로 상업의 시대를 연 송(宋)나라 그리고 청(淸) 3현제 시대의 풍요로 40%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중국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적게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혁명이 있기 전까지 지난 18세기 동안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비중이 전세계의 50-60% 수준까지 육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으로 19세기 이후 2세기간 유럽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를 포함하여 구미 지역이 번성을 구가하면서 약 50-6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다가 근래 들어서 급격히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표2를 참조하고 이를 PPP기준으로 재조정하여 판단하면, 2017년 기준으로 유럽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히 15-17% 정도, 중국은 20%, 인도가 5-6%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를 포함하면 아시아의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여전한 기술력과 군사력 그리고 달러라는 국제통화의 발권력을 기반으로 제멋대로 국제적 질서와 교역의 기준을 임의로 무시하거나 변경하고, 급기야 지난 5월 초에는 주요 국가들과 13년간 합의 통해 이룬 ‘이란핵합의’를 2년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이란과 협력을 지속하는 국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대전의 위험까지 내다보며 외국 주요 언론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중동 발 세계전쟁이 없길 바라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이란과 관련 국가들에게 일시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결국은 미국의 급격한 퇴조와 함께 미국의 강요에 굴복한 국가들 역시 선택에 따른 상당한 부담과 손실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합의를 깬 대가로 국제사회에서 지위가 심각하게 위축당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그리고 러시아가 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하게 연대하여 대응할 경우에는 미국이 가하는 충격은 대해(大海)에 잠시 이는 일과성의 파랑에 불과하며, 오히려 이들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자원과 잠재력이 향후 사태의 진행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필자는 중국과 인도의 두 지도자들이 어떤 정도 깊이의 인식에서 어느 수준의 이야기와 합의를 도출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위의 도표가 지난 2,000 년 간의 기록으로 보여주듯이, 역사적 도시 우한에서 우연을 가장해 이루어진 회담의 결과로 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리잡게 되면, 이는 한 세기 이상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역사의 간계를 지금처럼 깊이 느껴본 적이 없는 필자는 중국방송에 기고된 한 칼럼의 글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현대 중국과 인도 양국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낙후되었다. 이런 양국이 협력을 통해 발전의 시대로 들어서면, 동양의 문명이 되살아 나게 될 것이고 아시아의 새로운 세기가 열리게 될 것이다. 세계는 지난 세기에 겪지 못한 변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으며 동양 문명의 재출현(부활)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추세이다.”

In modern times, both China and India lag behind Western countries. If China and India develop through cooperation, it will help to revive oriental civilization and create a new century in Asia. The world is undergoing a major change that has not existed in a century. The re-emergence of Eastern civilization is an irreversible trend.”

월, 2018/05/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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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후 한반도 상황은 급진전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되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반면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은 아직 많은 불안요인(unstable and unpredictable)을 안고 있다. 우선 북미관계 정상화에 승부수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내 정치적 입지가 매우 불안하다. 상대적 진보라고 여긴 민주당과 CNN 등 주류사회는 오히려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또한 파리기후협약의 묵살, 이란핵합의의 일방적 파기, 유엔 인권이사국 탈퇴,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갈등에 더하여,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적으로 설정해온 자유무역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외교적 고립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질서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간의 대결과 긴장은 통상의 영역을 넘어서 군사 외교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반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두 대국간 향후 전개가 자못 심각한 양상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초미의 대상이다. 이에 세계적인 경제일간지 Financial Times의 전문취재단이 북한이 향후 어떤 체제로 변할지 예측한 특별기사를 소개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한 그의 대략적인 비전을 설명하면서 서구사회의 이상과도 같은 해안가를 조망하는 호화로운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 정상회담이 열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모델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 모델은 바로 중국이었다. 34세의 독재자 김정은은 국제적 긴장 완화와 북한 경제개발이라는 새 시대를 위한 중국의 재정지원을 얻고자 이틀간 중국을 방문 후 지난 수요일 베이징을 떠났다.

북한의 진정한 야망을 두고 회의론이 여전하지만, 새로운 낙관론과 함께 풍부한 광물 매장량과 엄청나게 저렴한 노동력 등을 포함한 미지의 북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북한 경제에 대한 쟁탈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이 자유로운 자본주의가 아니라 거대한 이웃국 중국의 경제모델인 국가 주도형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우정과 정치적 친밀감을 쌓아온 중국은 그간의 투자에 대한 자신의 몫을 챙길 태세다. 과거 CIA 최고의 중국 분석 전문가 중 한 명이었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심히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을 중국과 가까이 묶어둘 수 있고,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거나 김정은 정권에 반하는 민주항쟁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면 경제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스탈린주의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북한은 2011년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조용하지만 큰 변화의 시간을 거쳤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농업개혁, 2014년 법률개정, 2015년 회사법 정비 등을 단행했는데 이들은 모두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줄이고, 약간의 임금 상승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는 대부분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북한 정권 내 거대 기관의 그림자 틈에서 사기업을 통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아냈다. 김 위원장은 선친이자 전임자인 김정일과는 달리 시장 경제의 번영을 허용했고, 경제개발을 추구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정치적인 자유를 동반한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은 중국을 인정하지는 않고 그저 베끼고 있습니다. 개방은 없는 개혁인 셈이지요.”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의 말이다.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란코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한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원하는데, 현재 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투자를 유치하는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기꺼이 북한을 도우려 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Global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개혁, 개방 그리고 경제개발”이라는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북한 관료들을 맞이했다.

이들의 베이징 방문은 중국 국경 근처 북한 경제특구인 신의주 주재 중국대사의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통제된 경제개발 모델을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번 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에 북한 경제개혁을 이끄는 핵심인물인 박봉주가 포함되면서 중국 모델을 향한 김 위원장의 관심이 다시금 강조되었다. 서울 소재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연구원은 “이번 중국 방문의 일차적 목표는 경제적 지원을 얻는 것”이었다면서 “북한에게는 중국의 경제모델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고, 현실적인 선택이며 [중국의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필시 북한의 정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북한을 안심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복제를 시도한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중국 남부의 선전(Shenzhen)과 주하이(Zhuhai) 등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 경제특구(SEZs)이다. 북한은 현재 20개 이상의 경제특구를 대부분 국경 지역에서 운영 중이지만 이들 중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많지 않다.

북한의 경제특구는 국제 제재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견고한 북한의 관료주의와 전기와 도로 등 인프라의 부족, 재산 몰수에 대해 두려움으로 인해 이미 매력을 잃은 상태였다. 란코프 교수는 “때로는 북한이 정치적 동요를 막으려고 일부러 이런 경제특구를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들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북한은 항상 투자유치를 원했지만, 항상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투자유치를 원했고, 중국도 과거 이런 조건에 난감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런 조건을 수용할지도 모릅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한국전문가 이성윤 교수는 “김 위원장은 외화창출을 위해 고립된 땅에 통제된 경제특구만을 추구”했다면서 북한 내 경제개혁의 범위에 의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개혁과 개방은 은행과 민간 부문의 자유화를 가져오고 금융과 무역의 투명성을 높일 터인데, 장기집권에는 모두 저주나 다름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북한의 경제 자유화와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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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신문

문재인 정부는 이미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동서 해안을 따라 철로를 개발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개발로 은둔 국가 북한이 더 넓은 지역과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경제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재벌들은 북한 내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이달 초 167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북제재가 해제 시 북한에 투자할 준비가 되었다고 답한 비율이 75%에 육박한다. 최근 몇 주간 철강, 시멘트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시멘트의 주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 조짐과 함께 3월부터 6월 사이 50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NH투자증권 정연욱 PB는 “열기가 대단하지만,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의 많은 이들이 남북의 오랜 대립 관계 때문에 이러한 투자전망이 꺾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PB는 “이미 지난 10년간 중국과 한국은 서로 북한에 접근하려고 경쟁해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더욱 편하게 생각하고, 덕분에 중국은 이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특파원 브라이언 해리스(Bryan Harris),

베이징 특파원 루시 혼비(Lucy Hornby),  드미트리 세바스토풀로(Demetri Sevastopulo)

화, 2018/06/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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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카리스마 있는 학생 굴리게이나 타시마이마이티Guligeina Tashimaimaiti는 굴곡 없이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굴리게이나는 최근 말레이시아 공과대학(UTM)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고, 박사과정에 합격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참이었다.
총명한 학생이었던 그녀는 영예롭게 졸업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말 못할 어려움

굴리게이나 타시마이마이티(31)는 말레이시아 공과대학에서 유일한 중국 위구르 출신 학생으로, 2010년부터 이곳에서 학부 과정을 시작했다.
굴리게이나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북부의 일리 지역에서 태어났다. 7년간의 말레이시아 유학 생활 동안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학비를 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굴리게이나 역시 틈틈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사로 일하며 돈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일리로 돌아갔을 때, 굴리게이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녀는 아버지가 경찰에 불려가 기나긴 심문을 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굴리게이나와 독일에 사는 그의 언니 굴지레까지, 가족 중 2명이 외국에 산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표적이 된 것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새미(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함)”는 굴리게이나의 절친한 친구다. 그녀는 일리 경찰이 굴리게이나에게 여권과 학위증명서 사본은 물론 혈액과 DNA 샘플까지 요구했으며, 그 사실을 굴리게이나에게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학업을 마치면 중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친필 각서까지 요구했다.

굴리게이나의 아버지는 중국 정부로부터 딸이 졸업 이후 귀국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위협을 당했다고 굴리게이나에게 말했다. 복잡한 심정으로 말레이시아에 돌아온 굴리게이나는 학업에만 매진했고, 기록적인 시간 안에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새미는 굴리게이나가 성실한 태도와 우수한 성적뿐만 아니라 봉사활동까지 참여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미는 굴리게이나가 밤낮 없이 쉬지 않고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걱정된다고 말을 꺼냈지만, 굴리게이나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를 꺼리며 가족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만을 남기곤 했다. 새미는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점차 친구가 말 못할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굴리게이나의 언니 굴지레는 20년째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결혼해 자녀 두 명을 뒀다. 굴지레는 중국 정부가 가족이 외국에 있는 위구르 사람들을 집중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굴리게이나가 석사논문을 마친 후 일리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하자, 굴지레와 새미는 그녀를 만류하려 했다. 새미는 중국에서 수많은 위구르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굴리게이나의 안위를 걱정했다.

강제실종 전의 굴리게이나가 보낸 사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굴지레는 굴리게이나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재교육 캠프”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2016년부터 위구르 자치구역에는 “반극단주의센터” 또는 “교육변화센터”라 불리는 구금시설이 대량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을 정해지지 않은 기간 동안 임의로 구금하고, 이들에게 중국의 법과 정책을 강제로 교육시키는 시설이다.

굴리게이나는 자신은 정치 활동이나 “분리주의” 활동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으니 중국 정부에 공정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굴지레와 새미에게 말했다.
굴지레는 전화 및 위챗(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부모와 연락하는 것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많은 친구들이 위챗에서 두 자매를 조직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굴리게이나는 일리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금방 말레이시아로 돌아올 것이라고 친구들을 안심시켰다.
새미가 마지막으로 굴리게이나를 본 것은 세나이 국제공항에서였다. 새미는 비행기까지 그녀를 배웅하며, 안전하다는 신호로 매주 위챗의 프로필 사진을 교체해 달라고 부탁했다.

굴리게이나는 2017년 12월 26일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그 뒤로 그녀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굴리게이나는 일리에 도착하고 일주일 뒤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이후 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수 주간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경 사진이 감방처럼 보이는 어둡고 우울한 흑백 사진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바뀐 굴리게이나의 프로필 사진

언니인 굴지레는 위챗을 통해 굴리게이나와 연락을 취하려 했고, 말레이시아의 친구들 역시 메시지를 보냈다. 현지의 이웃 주민들과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한 이웃 주민은 굴지레가 끈질기게 추궁하자 굴리게이나가 “교육 수용소”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는 힌트를 남긴 후 위챗에서 그녀를 차단했다. 이웃 주민, 친구, 가족들까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차례로 굴지레를 차단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제 위챗에 남은 연락처는 하나도 없어요. 모두 저를 차단했거든요.” 굴지레는 그렇게 말했다.

굴지레는 2017년부터 “재교육 수용소”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외국에 있거나 외국에서 막 귀국한 위구르 사람들은 표적이 되어 “재교육”을 위해 끌려갔다.
굴지레는 굴리게이나 역시 그런 곳으로 끌려간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요.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학력이 있고, 박사과정에도 합격했는데 갑자기 저나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연락을 끊을 이유가 없잖아요.”

 

위구르인 집단 구금

이처럼 굴리게이나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을 대상으로 한창 탄압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중국 정부는 “극단주의” 및 “분리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위구르인을 비롯해 이슬람계 소수민족 구성원을 집단으로 구금해왔다.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본인이나 가족이 외국에 거주하는 위구르인 다수가 표적이 되어 위협을 당했고, 중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갖가지 구금시설로 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언론에서는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이루어지는 탄압과 관련해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관련 내용을 독립적으로 보도하려면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또한 “재교육 수용소”에 관한 특정 정보를 입수하고 확인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걱정에 빠진 학교 친구들과 교수진

굴리게이나는 말레이시아로 돌아와 2018년 2월 18일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도 언니인 굴지레는 물론 말레이시아에 있는 굴리게이나의 학교 친구들과 교수들 역시 그녀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굴리게이나의 학교 동료 및 친구, 지도교수들은 말레이시아 공과대학에 굴리게이나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콸라룸푸르의 중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굴리게이나가 중국에서 온 친구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 학생들과도 가깝게 지냈다고 호소했다.
이 서한에는 “그녀는 매우 사교적이고, 중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고 적혀 있다.

우리는 그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수십년 동안 역경과 고난을 견딘 끝에 그녀는 마침내 말레이시아 공과대학의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굴지레는 동생이 있을 만한 장소를 전혀 짐작할 수 없어 매우 괴로운 심정이라고 했다.

“굴리게이나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에요. 항상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걸 좋아했죠.” 굴지레는 그렇게 말했다. “평생을 공부만 해 온 아이예요. 정치적인 활동 같은 건 한 적도 없어요. 재교육 수용소에서 지낸 경험은 그 아이에게 상처로만 남을 거예요.”

굴리게이나의 학교 친구인 새미는 그녀가 결국 받지 못한 석사학위와 학교에서 수여한 상장을 보관하고 있다.

어서 굴리게이나가 일상으로 돌아와서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공부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다들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월, 2018/07/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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