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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로컬 거버넌스의 성공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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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로컬 거버넌스의 성공모델

익명 (미확인) | 목, 2018/08/09- 11:24

 

<박상필 엮음, 금홍섭, 라미경, 민병기, 박미경, 오수길, 이경희>

<한국NGO학회, 충남연구원>

<대영문화사>

 

<머리말>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향한 도정은 일종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대리인체제는 민주주의의 본령인 인민주권론을 실현하기 어렵고, 직접민주주의는 다양한 전자 메커니즘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2016~2017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와 같은 정치적 격변을 겪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광장민주주의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체감한 국민들은 주권을 확장할 것을 요구한다. 앞으로 시민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직접민주주의의 다양한 정치기획이 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하나의 정치제도로 도입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고, 실제로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형태로 활용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 영역과 정책 과정에서 거버넌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가능하다. 거버넌스는 시민참여와 권한분산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하고, 일정한 기구의 설치와 행정절차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거버넌스는 현재로서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시민사회에서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을 주창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이러한 참여민주주의의 실질적인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존하는 민주주의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1990년대 후반에 기존의 통치(government)에 상대적인 의미로서 등장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와서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는데, 오늘날 사회과학의 전 영역에서 핵심 개념이 되었다. 이렇게 거버넌스가 사회과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매김하고 연구가 활성화되자, 행정의 일선현장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거버넌스 시스템을 실험하고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 교육에서도 거버넌스는 중요한 과목으로 채택되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에 대한 담론과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실제로 현장에서 거버넌스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할 때, 도대체 거버넌스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의문은 사실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들도 가져왔던 의문들이다. 이러한 의문은 거버넌스 시스템의 중요한 행위자로 참여하는 시민운동가로부터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여 한국NGO학회는 2017년 충남도청의 지원으로 거버넌스 성공사례에 대한 기획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학술대회가 끝나고 충남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충청남도 외의 성공사례도 발굴하여 책으로 엮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성공모델의 효과는 비단 거버넌스 영역뿐만 아니다. 시민사회의 연구영역만 해도 시민운동,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모금, 자원봉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국제협력 등의 영역에서 성공모델의 개발은 각 분야의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영역에서 성공모델을 살펴봄으로써 성공하기 위한 사업의 설계와 운영을 어떻게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거버넌스 영역에서 그러한 성공모델을 개발하여 앞으로 행정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하고자 하는 정책전문가와 시민운동가들에게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대학의 고위학부와 대학원에서 거버넌스 관련 강의의 부교재로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거버넌스는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호남지역이 활발하고 영남지역이 빈약한 편이다. 그래서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의 성공사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방정부에서 활발하고 중앙정부에서 빈약한 편이다. 실제로 국가 거버넌스의 사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여기서는 로컬 거버넌스에 초점을 두어 서울부터 광주에 이르기까지 5개 광역시도에서 6개의 성공모델을 찾아내 책으로 엮게 되었다. 충청남도는 이 프로젝트의 지원처로서 두 개의 사례를 포함하게 되었다.

이번 로컬 거버넌스 성공모델의 개발에 참여한 저자들은 대체로 행정학, 정책학, 정치학 전공자들이다. 이것은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가 이 분과학문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버넌스에서 공공영역인 시민사회의 각종 행위자가 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론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로 저술에 참여한 학자들은 평소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다.

전국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굴한 로컬 거버넌스의 성공모델이 행정현장에서 거버넌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정책가들에게 성공적인 거버넌스 운영으로 나아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학에서 거버넌스 강의의 성공사례 교재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준 저자들, 그리고 책으로 출판되도록 지원해준 충남연구원, 나아가 출판을 맡아준 대영문화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20186월 편집자 박상필

 

<차 례>

 

<머리말>/3

 

<서울시 사례>

1장 서울시 도봉구 대전차방호시설 공간재생 사업

1절 머리말 11

2절 이론적 배경: 협력적 거버넌스 13

1. 협력적 거버넌스의 개념과 의의/13

2. 협력적 거버넌스의 특징과 기능/16

3. 협력적 거버넌스의 맥락/19

3절 평화문화진지 추진 과정 22

1. 사례의 개요/22

2. 사례의 특징과 과정/25

4절 공간재생 사업의 성과와 성공 요인 27

1. 사업의 성과/27

2. 성공 요인/28

5절 맺음말 32

 

<경기도 사례>

2장 이천시 쓰레기소각장 건설: NIMBY 현상의 갈등해결

1절 머리말 35

2절 거버넌스의 이론적 배경 38

1. 거버넌스의 등장/38

2. 거버넌스의 정의/40

3. 거버넌스의 구조와 가치/42

4. 거버넌스의 NGO/44

3절 쓰레기소각장 건설계획의 추진 과정 45

1. 후보지 선정과 주민의 반대/45

2. 건설계획 유보 이후 새로운 시도와 후보지의 선정/47

3. 후보지 확정 이후 정책의 변화 및 주민의견의 수용/49

4절 쓰레기소각장 건설사업의 성공 요인 52

1. 거버넌스 시스템의 적용/52

2. 정부(시청)의 노력/55

5절 맺음말 59

 

<충청남도 사례1>

3장 천안시 민관합동워크숍: 정책형성 과정에서 협력과 역량강화

1절 서 론 63

2절 이론적 배경 66

1. 선행연구 검토/66

2. 대의민주주의 위기의 보완으로서 심의민주주의/69

3. 분석의 기준/72

3절 사례의 현황과 특성 73

1. 사례의 개요와 선정 이유/73

2. 거버넌스 도입의 배경/75

4절 천안시 민관합동워크숍 거버넌스 분석 78

1. 진행경과와 성과/78

2. 거버넌스 특성 분석/83

5절 결 론 88

 

<충청남도 사례2>

4아산시 인권조례제정: 민관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1절 서 론 93

2절 이론적 배경 97

1. 협력적 거버넌스의 개념과 배경/97

2.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성 요건과 과정/100

3. 연구방법과 분석틀/103

3절 사례 소개-‘아산시 인권조례제정운동의 개요 및 배경 104

4절 협력적 거버넌스 분석 107

1. ‘아산시 인권조례제정 과정의 주요 행위자 분석/107

2. 협력의 시작조건/110

3. 협력의 과정/113

4. 최종 결과물/119

5. 사례분석 종합/120

5절 결 론 122

 

<충청북도 사례>

5장 청주시 화장장 건립의 갈등관리

1절 서 론 127

2절 거버넌스와 NGO의 이론적 배경 130

1. 거버넌스의 개념과 특징/130

2. 거버넌스와 NGO/131

3. NGO와 자치단체의 협력 모델/133

3절 화장장 건립의 갈등과 해결 과정 135

1. 청주시 화장장 건립의 배경 및 전개단계/135

2. 행위자의 범주와 이해관계/139

3. 행위자의 상호작용/143

4절 화장장 건립사업의 성공 요인 146

1.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작동/146

2. 원활한 로컬 거버넌스 작동을 위한 과제/150

5절 결 론 152

 

<광주시 사례>

6장 광주시 푸른길공원 조성: 시민참여를 통한 의사결정

1절 머리말 156

2절 거버넌스와 도시공원 159

1. 거버넌스의 정의/159

2. 참여로 시작되는 로컬 거버넌스/161

3. 실천의 방법, 협력적 거버넌스/162

4. 도시공원과 거버넌스/163

3절 푸른길 거버넌스 164

1. 폐선부지의 푸른길로의 활용 요구/164

2. 푸른길공원 설계의 갈등/166

3. 시민참여 푸른길가꾸기 실현/168

4. 시민참여 관리/170

4절 푸른길 거버넌스의 특징과 성공 요인 171

1.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171

2. 자원의 상호의존을 통한 협력적 거버넌스/172

3. 신뢰의 형성 요인/177

4. 푸른길 거버넌스/179

5절 결 론 180

 

<찾아보기>/185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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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곳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시민운동을 했던 저에겐 지방자치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답니다. 이 친구는 1991년 어렵게 다시 부활했으니 올해로 만 27세가 되었네요. 안타깝게도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생활유지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내 친구 지방자치는 그나마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자치 선거 때는 반짝 관심을 불러일으키곤 하지만 그 외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 왕따신세랍니다. 그 친구 가끔은 철없는 행동도 하고, 어수룩해서 주변으로부터 핀잔도 많이 듣는 편입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워크샵을 핑계 삼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물론, 업무추진비를 개인 돈 쓰듯 해서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기도 했답니다. 각종 선거 때나 또는 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 위원장을 선출할 때는 서로 의장위원장을 하겠다고 패거리지어 싸우기도 하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혈세로 각종 토목사업이나 청사 건물을 마구잡이로 짓는 바람에 시민들로부터 욕을 엄청 얻어먹기도 했답니다. 물론 내 친구 지방자치가 처음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답니다. ‘지방자치가 잘 사는 지역을 만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칭송과 기대가 엄청났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내 친구 지방자치를 이용해서 권세와 부를 얻어 보려는 일부 못된 사람들 때문에 지금의 왕따신세가 된 것이죠.

 

 

하지만 내 친구 지방자치가 잘못만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지방자치주변에는 저를 비롯해서 그를 지지하는 뜻있는 선량한 친구들이 많답니다. 그들은 더 많은 시민들과 손을 잡고 내 친구 지방자치가 전횡을 일삼지 못하도록 함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위민행정(爲民行政)을 펼칠 수 있도록 부단히 돕고 있답니다. 뿐만아니라 내 친구 지방자치도 나름대로 풀뿌리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내친구 지방자치로 인해 행정기관의 문턱이 과거에 비해 무척 낮아졌으며, 공무원들의 태도 또한 많이 바뀐 게 사실입니다. 지방자치가 없던 관치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내 친구 지방자치가 없었다면, ‘정부나 일부 토호기득권세력에 의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발전은 더욱더 늦어 졌을 것이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도 지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지요,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7년째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받으면서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려운 경제여건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금과 지방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악화되는 등 살림살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0입니다. 과거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과 배려는 지금보다 훨씬 컸지만, 지난 몇 년간 수도권규제가 전면 완화되고 균형발전 정책도 퇴보하면서 내 친구 지방자치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새정부 출범이후 지방자치, 분권, 균형발전 정책이 강조는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지방자치환경을 바꿀 특단의 국면전환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내 친구 지방자치를 대변해 보고자 오늘 이렇게 팬을 들었습니다.

올해로 만 ‘27된 내 친구 지방자치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있습니다. 지방자치는 토크빌(A. de Tocquevill)이 주장한 것처럼 국민의 정치참여 경험을 갖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자, 국민주권 원리의 실현과 그 운용이 지방정치의 장에서 행해지는 기반이라고 했습니다. 즉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한 중요한 제도이며,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타파하고, 평화적 사회개혁을 도모할 수 있는 정치제도로서 현대 민주주의에서 없어서는 안될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최근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역내부의 민주주의는 지체 상태에 빠져있고, 주민들의 공적인 참여 또한 부진한게 현실이며, 여기에다 각종 부정부패나 예산낭비 사례는 끊이지 않으면서, 단체장과 대의기관 모두 주민들로부터 총체적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보수정권에서는 지방분권 분산, 균형발전이라는 가치보다는 중앙집권이라는 일극체제를 강조 하면서 지방자치는 자치가 아닌 통치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의 지속, 무분별한 수도권 규제완화, 각종 감세정책으로 말미암아 내 친구 지방자치의 위기는 더욱더 극심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테면 각종 감세정책으로부터 시작된 지방재정위기와 수도권 중심의 균형발전 정책 등은 내 친구 지방자치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온갖 비리로 내 친구 지방자치와 함께하고 있는 공직사회는 썩은 냄새가 진동할 지경입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실태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실상이 이러하면서 적지 않은 국민들은 토호에 의한 지방자치, 그들만의 지방자치를 할 바엔 차라리 지방자치를 포기하자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 친구 지방자치가 없어지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 나아질까요? 내 친구 지방자치의 역할이 줄어들고 없어진다면 좋아할 사람들은 지역 토호기득권들과 중앙정치인들, 그리고 소수의 관료화된 공무원들 뿐일 것입니다. 그들은 수도권 중심의 중앙정치만 강조하며 지방을 항상 무시해왔던 그런 친구들이자 지역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입안하는데 있어 누구의 입김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입니다. 특히 대안 없이 지방자치를 없애 버린다면 그나마 지역주민들로부터 견제를 받거나 감시받았던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좋아하겠지만, 결국 지방자치로부터 보호받고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았던 지역주민들은 관심사에서 멀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 친구 지방자치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절름발이 반쪽 지방자치 제도에서 기인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사람과 예산 등의 실질적인 권한 이양에 인색하여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그런 구조 말입니다. 지방자치법을 살펴봐도, 여전히 주민의 접근성과 일상적인 참여기회의 확대를 가로 막는 장벽이 수두룩하고, 다수 주민의 무관심은 토호 등 소수 지배엘리트 집단의 지방권력독점 현상만 키워 왔던 게 현실입니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실종은 지역별로 다양하게 살아나야 할 지역문화의 말살을 의미하며 결국 지방자치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내 친구 지방자치를 살리고 무너져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내 친구 지방자치를 둘러싼 법과 제도를 바꾸고, 스스로 변하고 혁신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지방자치 단체장 및 소수 관료화된 공무원 중심의 지방권력구조에서 벗어나고, 중앙정부와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의존성과 종속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애써야 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지방정부의 혁신 방안을 스스로 제시하고, 지역유지와 관료에 독점된 지방정치의 인적충원구조를 폭넓게 변화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오늘날 내 친구 지방자치의 문제는 과거 중앙정부에 의해서 만들어 놓은 지방자치 관련 법과 제도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견제 장치가 없는 강한 단체장의 존재와 지역사회의 비민주적 지배구조’, 그리고 주민참여의 부재라는 제도적인 한계가 부패와 독선, 전횡, 예산낭비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저하지방자치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이에 내 친구 지방자치를 살릴 수 있는 다음 4가지의 방책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내 친구 지방자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에 대해 단 두 개 조항만을 간단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과,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책임성에 대한 내용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에서도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즉 지방분권형 개헌은 권력구조 뿐만 아니라 지방으로의 권한 배분 등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여 지방자치제도가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방자치의 기본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개헌 총칙에 대한민국은 분권국가임을 선언하고 분권국가의 운영원리와 실행방안을 명기하고, 아울러 자치입법권과 재정분권 내용 등을 포함하며, 주민참여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여 내 친구 지방자치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둘째,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및 자치권한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내 친구 지방자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문제를 지역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자치권과 정치적 자율성, 그리고 재정, 인사, 조직에 대한 권한의 보장을 통해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정착하고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분권의 핵심은 권한의 위임이나 이전만이 아니라, 재정권과 조직 등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며, 아울러 국세와 지방세수 및 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재정분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현재 19.24%의 국세의 지방교부세율을 20% 중반대로 확대하고, 국고보조금의 포괄보조금제도로의 변경 등 재정조정제도의 정비를 통해 중앙정부의 과도한 지방재정권 침해문제를 해소하며, 아울러 자주재원 확충과 지방정부의 재정투명성을 높이는 법과·제도 정비 등을 통해 재정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견제와 균형을 통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기존의 강한 단체장’ ‘약한 지방의회라는 권한의 불균형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간 대표적인 권한의 불균형 문제로는 자치단체장의 지방의회에 대한 인사권과 재정권 행사 등이며, 아울러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한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지원(보좌)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해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최소한 의회 직원에 대한 인사권만큼은 지방의회가 갖도록 한다거나, 공동보좌관제와 같은 전문 보좌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을 전체적으로 높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아직도 자치입법권이 법률이 아닌 법령에의해 통제받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내용에 자치법률제정권을 분명히 하고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자치입법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 지방의회의 권한을 정상화 시켜야 합니다. 이외에도 집행부에 대한 예산통제 및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지방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지방정부 산하 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제도의 도입 등의 단체장의 인사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도 대폭 높여, ‘강한단체장’ ‘약한 지방의회라는 권력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해소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 등의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내 친구 지방자치를 개혁하기 위해 자치권의 확대와 함께 주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반드시 정비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현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주민소송제 등의 법률에 대한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 하여 집행부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통제력을 높여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에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확대하고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자본 육성과 건강한 지역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내 친구 지방자치가 성장 발전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내 친구 지방자치가 태어 난지 올해로 만 27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제도는 본디 지역문제를 지역주민들 스스로 푸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듯 내 친구 지방자치와 관련된 제도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민들부터 스스로 요구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지역에서부터 모범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하고 지역 간 연대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중앙정치권과 중앙정부에 대해 혁신적인 입법을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지역에서부터 올바른 지방자치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질 때 비로소 내 친구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참여가 활성화 될 때 풀뿌리 지방자치가 안착되고 내 친구 지방자치도 살아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친구인 지방자치를 바꾸는 것은 내 삶을 바꾸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수단이며, 그것이 참여민주주의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방자치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중앙정치권과 지방자치 기득권 세력에게 있겠지만, 그 어떤 정부도 그 정부가 대표(봉사)하는 바로 그 시민들보다 더 나은 수준일리는 없다(A government can be no better than the people it represents)(H. George Frederickson, 1991)는 말이 있듯이, 권한과 책임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지역주민 어느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따라서 내 친구 지방자치를 개혁하고 혁신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지방자치 혐오를 불식시키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 정착을 통해 가능하며, 중앙정치 일변도가 아닌 지방자치가 보편화되고 수평화될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책임 있는 자치역량의 회복과 우리 스스로의 성찰에서 모든 문제해결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주민의 참여 없이 지방자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우리 주민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내 친구 지방자치를 바꾸고 개혁하기 위한 대장정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지방자치 개혁의 성패는 결코 소수 기득권 세력들의 손이 아닌 유권자인 지역주민들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음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내 친구 지방자치와 손잡아 주세요.

 

금홍섭 (재)대전평생교육진흥원 원장

 

<산문집 '이문'에 기고한 원고>

화, 2018/07/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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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한 가을입니다. 예로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불렸습니다. 왜 도대체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오히려 가을이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기라 마케팅용으로 지어낸 말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 어쨌든 독서의 계절을 맞이해, 과연 지방의원들은 어떤 책들을 읽고 있나 궁금해졌습니다.




흔히 '대통령의 책'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들이 앞으로의 정국 구상에 영향을 미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지방의원들이 읽는 책 역시 앞으로 지역 사회를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해나갈 것인지 엿볼 수 있는 힌트가 되리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지방자치단체 예산 중에서는 지방의회 사무국에 편성된 '의정활동 지원비'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의원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각종 물품 및 효율적인 회의장 운영을 최대한 지원하고, 내용 연수가 경과된 사무집기 등을 교체하여 원활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 위한 예산입니다. 이 중에서 '사무관리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내역 중에서 '의정참고도서 구입비 지출'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방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참고하기 위한 명목으로, 구의회 사무국에 도서 구입을 신청하면 이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강남구의회의 의정활동 지원비 지출 내역




지난 6.13 지방선거로 당선된 민선 7기 지방의회 의원들의 임기는 2018년 7월 1일에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의정 활동을 시작한 지방의원들이 구입했을 도서들을 살펴보기 위해 2018년도 3분기(7~9월) 동안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의 의정 참고도서비 지출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습니다.




25개 자치구 중에서 동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중구, 중랑구에서는 따로 의정 참고 도서 구입비 지출내역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를 제외한 20개 자치구의회에서 구입한 도서는 총 554권이고, 도서구입비로는 2270만원 가량을 지출했습니다. 자치구마다 한 종류의 책을 여러 권 사기도 했고, 자치구끼리 겹치는 책들도 꽤 많아서, 종으로만 따지면 222종의 도서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도서구입비를 사용한 자치구는 어디일까요? 1위는 광진구입니다. 총 565만원을 사용했구요, 그 다음으로는 강북구에서 359만원의 도서구입비를 지출했습니다. 광진구의회와 강북구의회 모두 구입한 도서 내역을 살펴보면 지방의회 운영과 관련한 참고서적들입니다. 강북구는 27권씩, 광진구는 24권씩 구입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강북구, 광진구의 지방의원 수는 각각 14명 씩인데, 의원 수 보다 책을 훨씬 더 많이 구입한 것을 보니 아마 의회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나눠준 것이 아닌가 싶네요.


광진구, 강북구에서 구입한 도서들. 딱 참고서적만 구입했습니다.



 책을 구입한 수량에 비해 지출한 금액이 매우 크게 나오는데, 지방의회와 관련한 참고서적들은 보통 한 권에 6~7만원 선으로 가격이 매우 비싼 편입니다. 일반 서적들처럼 서점에 풀리는 책들이라기 보다는 지방의정과 관련한 연구소가 발간하는 전문 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입처 역시 연구소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소들은 지방의회와 관련한 참고 서적을 출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지방의정과 관련한 연구소들은 의정 참고 도서도 출판하고, 이렇게 교육 연수를 위탁하여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참고서적들 뿐만 아니라, 가장 다종다양한 책을 구입한 구의회는 용산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용산구는 모두 57권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을 살펴보면 좀 의아한 구석이 있습니다. <3시간 공부하고 30년 써먹는 부동산 시장 분석 기법>이야, 재테크 서적처럼 보이긴 하지만 지방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인사이트를 갖추기 위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살 돈으로 건물주 되기> 같은 제목의 책은 너무 노골적으로 부동산 투자용 서적인 것 같습니다. '집짓기 실전서'를 표방하고 있는 <꿈꾸던 전원주택을 짓다>라는 제목의 책은 과연 의정 활동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용산구의회 도서 구입 목록들입니다. 너무 많아서 한 장에 담기지 않네요.





저도 전원주택을 가진 건물주가 되고 싶어집니다 (...)






 '제 2의 해리포터 시리즈'라는 수식어가 붙은 판타지 소설 <네버무어> 시리즈는... 표지만 봐도 매우 읽고 싶어지는 책이긴 하지만 역시 의정 참고 도서로 보긴 어려울 듯 합니다. 연애 스테디 셀러로 유명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역시 의정 참고 도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용산구의회에서 다양한 서적들을 구입했지만, 과연 의정 참고용 도서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정과 별 상관 없어보이는 도서를 구입한 것은 용산구의회 만의 사례가 아닙니다. 구로구, 동작구, 은평구의회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서적들을 구입한 내역들이 보입니다. 사실 재건축과 재개발 문제는 워낙 지역 사회의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이를 공부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구입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이라거나, <사야 할 아파트, 팔아야 할 아파트> 같은 제목의 책들을 구입한 것을 보면 의정에 참고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의원들 개개인의 재테크를 위해 구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비단 목적과 맞지 않는 책을 샀다는 것을 넘어서, 지역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고민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혹시나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재테크 서적 뿐 아니라, 수험용 도서를 구입한 의원들도 있는 듯 합니다. 강서구의회의 경우 '2급 스포츠지도사' 수험 교재로 알려진 <스포츠심리학>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은평구의회 역시 심리학 수험 서적인 <구조적 가족치료의 기술>을 샀네요. 개인의 자격증 취득용 수험 교재들을 의정 참고 도서비로 구입했다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아무리 봐도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유추하기 힘듭니다.





 의원님들은 어학 공부에도 관심이 많으신 듯 합니다. 강서구의회의 구입 목록 중에서는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등이 눈에 띕니다. 구로구의회에서는 <나혼자 끝내는 일본어 단어장>, <여행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해커스톡 영어회화 10분의 기적>, <이보영의 여행 영어회화> 등을 구입했습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 때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쨌든 어학 공부는 기본적으로 사비를 들여서 공부하는게 맞는 것 같네요. 






 독서의 계절 가을이라면, 소설 읽기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 매니아로서 지방의원들의 도서구입 목록에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인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다섯 권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신경 쓰이네요.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도 보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고양이>나, 공지영 작가의 <해리> 역시 여러 구의회에서 인기를 얻는 책으로 보입니다. 좋은 소설을 많이 읽고 감수성을 기르는 것은 좋지만, 역시 의정 참고 도서로 구입하기에 적절한지는 의문이 듭니다.








 아니, 지방의원들이 이런 책을 읽는단 말이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정말 '감수성 터지는' 책들도 있습니다. 동작구의회에서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강서구의회에서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샀습니다. 용산구의회에서는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골랐네요. 





동작구의회, 강서구의회, 용산구의회에서 고른 '감성' 도서들입니다.




 자, 그렇다면 지방의원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작가는 누구일까요? 정치를 떠나 방송과 집필 영역에서 모두 맹활약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가 가장 인기가 있는 듯 합니다. [역사의 역사],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등등 유시민 작가의 책들은 총 14권이 노원구, 동작구, 성북구, 영등포구, 용산구, 은평구의회에서 구입한 도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와 함께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정재승 교수 역시 인기가 있는 편이네요. 신작 [열두 발자국]을 비롯해 다섯 권의 책이 여러 의회에서 보입니다.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등의 에세이로 잘나가는 작가로 데뷔한 문유석 판사의 책 역시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영등포구, 용산구 등에서 구입한 내역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해외 저자 중에서는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가 눈에 띄는 편입니다.




서울 지역 구의회들이 꼽은 베스트 작가들로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




이렇게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정보공개센터가 지방의원들의 도서 구입 내역을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방의원들이 열심히 책을 읽고, 의정 활동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당연히 권장해야 할 일이겠죠. 하지만 '의정 참고'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들여서 책을 구입할 때는 좀 더 엄격한 기준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공의 대표자로서 세금을 쓸 때는 공과 사를 더 분명하게 구분하는 의원들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대다수 지방의회들이 도서를 구입할 때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도서 구입 리스트를 관리한다거나, 지출 증빙 서류를 갖출 때 더 편리하겠죠. 하지만 세금으로 책을 사는 만큼, 이왕이면 동네 서점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참고로, 강남구의회의 경우 개포동의 지역 서점인 서적백화점에서, 동작구의회에서는 장승배기의 지역 서점인 한길서적에서 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 정보공개센터가 각 자치구에 청구하여 받은 2018년 3분기 의정 참고 도서 내역은 아래 첨부된 파일을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 자료들을 모두 한 파일에 모아, 저자 이름을 추가한 파일입니다. :-)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의정 참고 도서 구입 내역 총합.xlsx



 

월, 2018/10/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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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p><img alt="복지부는 지자체의 복지사업에 제동걸지 말아야" src="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35/613/001/d866…; /></p> <h2><span style="color:#3498db;">지자체 복지사업을 막는 것은 지방자치 본질을 침해할 우려 있어</span></h2> <p>보건복지부가 최근 서울특별시 중구가 도입한 ‘어르신 공로수당’에 대해 기초연금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기초연금법 시행령 제23조 제4항’을 근거로 보조금 삭감조치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주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을 중앙정부가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의 이 같은 조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p> <p> </p> <p>복지사무는 기본적으로 주민의 복리를 증진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본질적인 업무에 속한다. 중앙정부의 프로그램이 지역 주민의 복지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여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자체 예산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중앙정부가 유사ㆍ중복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려는 복지사업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헌법상 보장된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처사이다. 각 지자체가 자치예산을 활용하여 각 지역의 특성과 시민들의 욕구에 맞춰서 어떤 복지를 제공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 조례를 정하여 이를 시행하는 것이야말로 지방자치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이다.</p> <p> </p> <p>‘기초연금법 시행령 제23조 제4항’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기초연금과 유사한 성격의 급여ㆍ수당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의 10%p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그 자체로 독소조항으로서 시급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소득인정액으로 수급권을 제한하고 있기는 하나, 전국적으로 대상이 보편화된 현금수당인 기초연금의 경우 중앙정부가 비용의 전부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서울특별시 중구가 도입한 ‘어르신 공로수당’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기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동일한 성격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p> <p> </p> <p>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혹은 변경하고자 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것은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된 제도이다. 제도 도입 당시부터 지방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박근혜 정부는 이 개정 조항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들을 축소ㆍ폐지시켰다. 결국 이 제도는 중앙통제 방식으로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억제, 획일화하며 하향평준화시켜 온 복지분야의 적폐 중 하나인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의 핵심적인 취지는 국민의 ‘복지 증진’이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확대 노력을 ‘유사ㆍ중복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복지사업에 제동을 거는 시도를 즉각 멈추어야 할 것이다. </p> <div> </div> <div>논평 <a href="https://docs.google.com/document/d/1nnPLKjKJH1lLkw2Ra9NgvrIzsjrm45fxW2a…;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a></div></div>
수, 2019/02/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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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조례안 의견 제출할 권리 사실상 제한해

행정절차법과 같이 조례안 예고도 ’20일 이상, 의무화’ 의견 제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현행 지방자치법에서 ‘5일 이상’으로 규정한 조례안 예고기간이 너무 짧아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며, 행정절차법의 자치법규 입법예고기간과 같은 ’20일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 의견서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들에 제출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77조에는 조례안의 최단 예고 기간을 5일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현행 행정절차법 제43조의 행정상 입법예고기간을 40일 이상, 자치법규는 20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회법 제82조의2국회 입법예고에 관한 규칙 제4조에는 법률안 입법예고기간을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10일 이상,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의 경우 15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조례안의 최단 예고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지방의원이 발의하는 조례안의 경우는 그나마도 ‘예고할 수 있다’는 권고조항으로 규정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안을 지방의원을 통해 발의하는 ‘우회 입법’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지방의원들이 조례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조례안 예고를 사실상 건너뛰면서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감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더구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국회의 입법예고기간과 자치법규인 조례안의 예고기간을 달리 해야 할 법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조례의 경우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관련 법률 등과의 충돌 여부 등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하므로 예고기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참여자치연대는 의견서에서 현행 자방자치법의 조례안의 최단 예고기간을 현행 ‘5일 이상’에서 행정절차법에 규정한 자치법규의 입법예고기간과 같은 ’20일 이상’으로 늘리고, 조례안 예고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자치연대 보도자료 [원문보기/내려받기]
참여차지연대 의견서 [원문보기/내려받기]

The post 조례안 최단 예고기간 5일은 너무 짧아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목, 2023/04/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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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16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민선 6기 서울시 1년을 맞아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2015 서울시정 평가 포럼'에서 "2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부적으로는 아마추어적인 시민사회 비판자들과 거리를 두고 다른 편으로는 중앙정부의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1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거버넌스를 통한 정통성의 강화와 더불어 혁신을 통해 다른 행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개척자의 모습을 내세웠다"고도 지적했다.


뉴스1, 전성무, 2015-7-16

news1.kr/articles/?233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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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7/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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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서울지역 노동·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5 서울시정평가포럼'의 발제 '새로운 기업가적 시장의 등장?…겉도는 소통과 협력'에서 "1기 시정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다양한 행정혁신과 시민참여 실험이 (2기 시정에서는) 박 시장의 공식적 언급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1기 시정에서는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한 권한분산을 통해 전임 시장들과 차별화하고 전문화한 행정구조를 시민 눈높이에서 다시 살피는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시민의 열광을 끌어냈지만 2기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권영전, 2015-7-16 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7/16/0200000000AKR20150716073700004.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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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7/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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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서울지역 노동·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5 서울시정평가포럼’의 발제 ‘새로운 기업가적 시장의 등장?…겉도는 소통과 협력’에서 "1기 시정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다양한 행정혁신과 시민참여 실험이 (2기 시정에서는) 박 시장의 공식적 언급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1기 시정에서는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한 권한분산을 통해 전임 시장들과 차별화하고 전문화한 행정구조를 시민 눈높이에서 다시 살피는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시민의 열광을 끌어냈지만 2기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 송찬영, 2015-7-16

www.ekn.kr/news/article.html?no=14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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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5/07/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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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10)
빌바오 도시재생의 비밀

빌바오(Bilbao)는 스페인 동북부에 위치한 바스크 주의 수도이며, 1980년대까지 스페인의 금융 및 철강산업 중심지로서 바스크(Basque)주 전체의 경제 중심지이기도 했다. 빌바오 시 및 시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지역의 인구는 100만 명 규모로, 바스크 지방 전체를 견인하는 경제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빌바오의 이런 위상은 역사적으로 빌바오가 풍부한 철광석 생산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중심지였던 데다 항구도시였기 때문이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네르비온 강까지 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수심이 확보되었으며, 강을 거슬러 올라와 도심에 설치된 항만은 빌바오를 스페인 산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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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1980년대 빌바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단일산업구조의 철강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급속히 경쟁력을 잃음에 따라 도시 실업률은 24%까지 치솟았다. 수많은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 도시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문 닫은 공장들과 오염된 항구로 빌바오는 혐오스러운 도시로 변해갔다. 다량의 마약유입과 함께 범죄가 급증하였고, 더욱이 바스크 민족의 독립운동에 따른 테러리즘도 빌바오를 극도로 위험한 도시로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1983년에는 유래 없는 대홍수가 도시를 덮쳐 도심이 2층 높이까지 완전히 침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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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의 도시재생은 이런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도시의 미래전략을 차근히 고민할 여유 없이, 도심을 복원하고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긴급하게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강을 정화하고 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의 문화공간과 생태공간은 빌바오를 매력적인 주거환경을 가진 도시로 바꾸었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도시 건축물들은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하게 하였다.

도시재생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불리는 빌바오 도시재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구겐하임 효과(Guggenheim Effect)로 불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압도적인 랜드마크가 빌바오의 부흥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빌바오 시청 아시르 아바운사 도시계획국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를 국제화하는 데 역할을 한 것뿐이며,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빌바오 박람회장에 우스깔두나 콩그레스 뮤직 홀, 사무디오 기술단지, 파인아트 뮤지엄, 빌바오 국제공항 등 수많은 개·신축에서부터 빌바오 지하철, 아반도이바라, 소로사우레 등 지구단위개발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공업에서 문화로, 도시전략의 전환

빌바오는 산업구조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깨달았다. 한 도시나 어떤 기업, 조직의 주력 업종이 위기를 겪게 되었을 때, 치밀하게 제반환경을 분석하고,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하게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는 기존의 영역이 잘되도록 노력을 하지만, 빌바오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전환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빌바오는 도시재생의 개념을 설정하기 위해 수많은 선진도시들을 견학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빌바오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가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치 전략으로 빌바오는 문화에 주목했다. 문화산업으로 도시의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계획은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빌바오는 철강 산업의 침체로 잃어버린 일자리를 문화 및 관광산업에서 그대로 회복했고, 쾌적한 주거환경과 국제적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메트로폴리 회의와 빌바오 문화도시 bilbao4-400-270 bilbao5-400-270

빌바오는 현재도 문화산업에서 나아가 대학과 지역 내부를 연결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지역의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려 하고 있으며, 새로운 스포츠 단지와 팝·록 페스티벌 공연장, 유럽에서 가장 큰 지붕을 덮은 재래시장의 복원 등 모든 섹터를 결합시켜 창조산업과 관련된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또한 빌바오의 도시경쟁력을 연구하고 전략을 추진한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미래의 도시가치로 혁신, 전문성, 정체성, 공동체, 오픈마인드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되어 여성의 지위 향상, 반외국인운동 극복 등 도시문화 개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단순한 물리적 재생으로 보지 않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경제, 사회, 환경의 복합적 요소가 결합된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 빌바오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성공을 담보한다

빌바오는 도심의 복원과 함께 도심 강변의 항만시설들을 철거하여 모두 네르비온 강 하구 바닷가로 이전시켰다. 이를 통해 도심 요지에 개발공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용도변경과 택지개발을 한 후 민간에 매각해 막대한 개발자금을 확보하였다. 빌바오 시는 이 자금을 통해 강변을 따라 에우스깔두나, 아메촐라 등 수많은 문화시설, 택지개발 및 네르비온 강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추진할 수 있었다.

물론, 빌바오가 바스크 주의 다른 주요 도시인 빅토리아, 산세바스찬과 바스크 도시권에 대한 협력조약을 체결하는 한편, 바스크 주가 거둔 지역 세금의 6.2%만 치안과 방위를 위해 중앙정부로 보내고, 주에서 확보한 90%의 세금을 도시재생의 주요 자원으로 활용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많은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같은 고민을 하며 실행전략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빌바오의 토지 및 재원확보 전략은 구체성이 바탕이 된 사업계획이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기본 요소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중 거버넌스를 통한 지속적인 도시재생 역량 확보

빌바오는 1983년 대홍수 당시 도심복원을 위해 1985년 15명의 법률가, 건축가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빌바오 도시재생협회를 설립하고, 1987년 네르비온 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기존의 철강 등 전통산업기반이 아닌 문화적 접근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95%에 이르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추진한 이 기구는 빌바오 도시재생의 소임을 1991년 빌바오 리아 2000과 빌바오 메트로폴리-30에 넘겨주었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빌바오 도시전략을 연구하는 민관 합동 연구소였으며, 빌바오 리아 2000은 각급 정부가 모여 설립한 도시재생 추진 공사였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지역의 대학, 금융, 철도, 전기, 빌바오 시청 등 빌바오의 모든 민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처음에는 19개 회원조직으로 시작하여 현재 140개 단체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빌바오의 재생을 위한 모든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프로젝트별로 관련된 회원들이 모여 기획을 하고 기획안이 완성되면 회원 중 일부나 빌바오 리아 2000이 실행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 빌바오 리아 2000에는 바스크 주정부, 비스카야Bizkaia 지방정부, 빌바오 시정부 및 모든 정당 등 빌바오의 변화에 발언할 권한이 있는 모든 정치기관이 참여하였다.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의 지분이 50%, 지방정부와 관련된 지분이 50%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르비온 강의 주요 사업 시행을 전담하였다. 정부기관들은 또한 빌바오 리아 2000에 대해 예산의 직접 지원, 정부차원의 신용보증, 토지의 용도변경 등을 진행하였다.

두 조직의 운영 상의 특징은 빌바오 도시재생의 성공요인에 있어 중요한 거버넌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의 경우, 다른 민간회원과 마찬가지로 빌바오 시청 또한 회비를 내는 140개 회원 중 하나의 회원 자격일 뿐, 민간을 지원하는 행정의 입장이 아니다. 민과 관이 50대50으로 회비를 부담하고 회비의 과소로 권한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철저히 관련된 연구주제에 따라 실무진만 참여하는 독립적 구조이다. 연구의 성과는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의 이름으로 발표되지 않고, 연구결과를 시행하는 회원단체의 계획안으로 진행된다. 연구와 수행성과를 참여회원 단체에 돌리는 것이다.

빌바오 리아 2000의 경우, 다양한 각급 정부기관들이 참여한 공사이다 보니 성과 공유의 방식이 다르다. 이 업체에서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는 공사의 이름으로 완공되어, 어느 정부나 정당의 치적이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기관들은 오직 빌바오 시의 발전을 위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과 합의를 이뤄내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런 합의구조는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빌바오의 도시재생이 집권정당 및 시장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전략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주민의 보행권과 지역사를 중시한 도시재생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르게 주민중심의 철학을 갖고 있다. 95%에 이르는 주민이 1억 유로가 투자된 구겐하임 미술관의 유치를 반대한 부분은, 비록 민주주의 원칙에 있어 한계는 있었으나 주민중심 도시재생의 원칙에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것은 아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유치는 주민들의 생활과 결합된 용도나 방식의 문제가 아닌 도시경쟁력과 주력산업 전략에 대한 문제였기에,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도시경쟁력 복원이라는 측면의 전략을 주민들과 토론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미래전략과 관련된 전략은 때로는 주민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주민을 대표하는 위치와 역할에서는 추진과정에서 합의를 이뤄가며 주민들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계획은 빌바오 도시재생과 관련된 모든 민․관 단체들이 참여해 도시전략을 도출하였다.

주민중심의 철학이 반영된 부분을 짚어보면, 빌바오가 1983년 대홍수로 파괴된 도심을 복원하면서 도시공간의 재생에 있어 가장 큰 원칙을 둔 것은 보행로의 확보이다. 구도심은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로 위주의 공간으로 구성하였으며, 분지형의 도시공간에서 고지대에 거주하는 노령층 및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엘리베이터 등을 지역 요소마다 설치했다. 또한 철도와 네르비온 강으로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철도를 이전하고 포스떼리또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지하철과 트램(경전철), 수많은 보행교와 다리를 건설했다. 빌바오의 네르비온 강변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이 아니라 평범한 빌바오 시민들의 운동, 산책, 놀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시 주민의 사랑을 받는 도시의 핵심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빌바오시 보행공간 bilbao7-400-270

빌바오는 차량 증가를 막기 위해 주차장과 도로를 극도로 제약한 런던의 사례와 달리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였다. 이에 대해 빌바오 시청의 도시계획국장은 대도시인 런던과는 교통의 압박도 다르지만, 주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도시정책은 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세금과 요금제를 이용해 도심혼잡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바오는 대홍수로 파괴된 도심을 복원하면서 산업유산과 빌바오의 역사적 건물들을 복원하여, 조선소를 컨벤션센터로 바꾼 에우스깔두나처럼 현대에 적합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훌륭한 관광자원 가치뿐만 아니라 빌바오의 주민들에게 정신적 가치를 전하는 의의도 있다. “빌바오가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더 멋지고 오래된 건물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의 보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이해해야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빌바오시청 도시계획국장)

관광객을 위한 도시재생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기 위한 도시로 재생, 이를 추진하기 위한 혁신적인 가치전략과 합리적인 실행전략, 이를 통해 빌바오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라서가 아닌 살기가 좋기 때문에 주민들이 애착을 갖고 발전하는 도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들도 각기 다른 지역의 자원과 관계망을 갖고 있기에, 지역에서 합의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지역의 주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지역의 자원으로 풀어갈 때 우리나라에 맞는 지역재생 성공모델이 도출될 것이다.

글_이남표(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금, 2015/11/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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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달팽이공부방에서는 김정후 박사님을 모시고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주민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행정과의 소통을 통해 그 의견을
금, 2016/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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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민 스스로 정의하고 주민의 관점에서 정책화하면, 우리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종로구에서는 행복정책을 만들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주민, 전문가,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종로행복드림 이끄미'(이하 행복이끄미)를 구성하고, 주민을 위한 행복아이디어 발굴을 비롯하여 종로구 정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종로행복드림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종로구가 행복에 접근하는 방식이 기존의 행정이나 전문가가 중심이 된 정책결정 위원회와 다르다는 것이다. 행복이끄미는 행정에서 기본계획이 먼저 나온 후 주민들을 이 틀에 맞춰 참여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첫 설계 단계와 방향 설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이처럼 주민들 스스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들여다보면서 이웃과 공동체를 고민하게 되는 과정은 지역사회의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으며, 주민이 느끼는 실제 행복과의 정책적 괴리를 좁힐 수 있는 고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민-관 협력 거버넌스와 주민참여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을까? 지난 4월 22일, 이 기획을 이끌어가고 있는 종로구 사회복지과 행복드림팀을 만났다.

Q. 행복이라는 가치를 통해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우수 모델을 만들고 계신데요. 행복이끄미 활동의 배경과 의미를 소개해주세요.

A. 먼저 공공정책의 최종 목표가 개인이나 사회의 행복이라는 점에 동의한 부분이 있었고요. 사업 이전에 종로구청 내에 행복 관련 직원 동아리가 구성됐어요. 3~4개월 간 행복을 어떻게 정책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함께 스터디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주민이 중심이 되는 사업으로 시도해보자 생각하게 되었고, 행복드림팀이라는 전국에서 유례없는 팀이 생기게 됐죠. 보통 행정에서는 기본적인 계획이 먼저 나오고 그 후 주민에 맞춰 사업이 진행되는데요. 저희는 설계와 방향 설정의 첫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전 워킹그룹을 구성해보자 했죠. 그게 바로 행복이끄미예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과 전문가, 구 의원, 관련 공무원들이 함께 했는데요. 보통은 모집이 잘 안 되면 지역별, 단체별로 할당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행복이끄미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자발적인 사람들만 해보자고 했죠.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요구르트 배달하시는 분부터, 과학자나 영화감독, 은퇴한 공무원, 교수나 변호사 등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셨어요.

처음에는 행복에 대한 학습에서 시작했는데요.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주민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 등 순차적으로 낮은 단계부터 진행을 했어요. 매월 열리는 회의에서 일상의 행복한 사례를 나눴는데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개인의 행복만을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이웃・사회와 관련된 것들이 개인의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시더라고요. 이 사업은 주민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어떻게 등장시켰는지가 포커스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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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행복 상상테이블

Q. 종로구 위원회가 다른 지역의 거버넌스 위원회와 특별히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별점은, 하고 싶은 사람, 즉 손을 든 사람을 등장시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형식적인 거버넌스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고, 자발성이 강하다보니 모임이 지속할 수 있었고 시너지 효과처럼 다른 분들한테도 전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주민참여 정책에 길들여져 있어서 행정에서 다 해줄 거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래도 오신 분들의 80%가 기존 행정 위원회에 참여하신 적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 같이 만들어 갈 수 있었어요. 심지어 작년에 참여하셨던 어떤 분은 관공서 오는 게 꺼려지고 공무원이 무서운 존재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많이 변했다고 하셨어요. 서로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죠. 보통 주민참여라고 하면 많이 그리고 자주 이야기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만 듣는데, 저희는 ‘보통’ 주민들의 창구와 통로가 되기 위해 노력했죠.

Q. 주민들이 행복의 의미를 직접 정의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주체로 나서는 과정이었는데요. 실제 종로구 정책방향이나 주민들의 실제 삶에 변화와 효과가 있었나요?

A. 주민들을 등장시키기 위한 정책은 사실 많아요. 주민참여예산이나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런 사례죠. 저희는 주민발의조례를 통해 주민이 직접 입법화하는 하는 활동을 시도해보자 했죠. 이 과정에서 종로의 주민자치나 주민참여민주주의가 성숙되었다고 봐요. 조례발의 뿐 아니라 주민서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경험하고 확산시킬 수 있었죠. 작년 같은 경우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행복 관련 정책을 모았는데요. 행복이끄미와 주민들이 심사해 선택한 부분은 각 부서의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올해 시작하는 ‘행복드림 아카데미’나 ‘나도 행복강사’가 대표적이죠.

Q. 일반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또 앞으로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가지고 계신가요?

A. 매년 연말에 주민들이 직접 종로 10대 뉴스를 선정 하는데요. 행복드림프로젝트가 실행 1년 만에 2위에 올랐어요. 중앙부처에서 하는 정부 3.0 소통 분야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향후 계획은, 종로만의 행복지표를 개발하고 측정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행복지표의 경우 전문가나 전문기관에서 만든 지표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종로구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도록 주민이 참여하는 우리만의 행복지표를 만들어 이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정책으로 보완하고요.

이 프로젝트는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시민운동과 같이 가야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공공에서 메우지 못하는 부분은 시민의 운동으로 채워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연차별로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거죠. 작년에는 인증샷을 공모했지만 올해는 시민들이 행복한 일이 뭔지 찾아서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 인증샷 캠페인

Q. 진정한 ‘주민참여’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어떤 프로그램에서 ‘참여’라고 말했을 때는, 저희가 주관하고, 주민들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는 주민을 대상화하는 관점이 배어있어요. 주민참여라고 하면서 주민들을 들러리화하고 대상화하는 그런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주민참여와 자발이 아닐까 싶네요. 주관 주체가 주민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주민참여’가 되는 거죠.

Q.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지속하고 확대하려면 (제도적, 행정적으로)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A. 행정에서는 어느 정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해요. 주민들은 자기 직업도 있고 다른 일도 있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어요. 공무원들은 업무로 하다보니까 ‘금방 될 것 같은데 왜 못할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좀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어요. 저희는, 우리의 성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려고 해요. 주민들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생업이 있는데 참여만 하라고 하니까, 모르는데 하라고만 하니까, 준비되지 않았는데 목표만 달성하라고 하니까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공무원은 주민을 믿지 못하고, 주민은 참여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Q. 행복이끄미 활동하면서 한계점을 느끼기도 하셨나요?

A. 이끄미 분들이 각자 생업이 있는데다가 이 활동이 영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쉽지 않은 점이 있어요. 이사나 이직 등의 변동사항이 생긴 경우가 여섯 분 정도 있었어요. 처음이라서 막연한 부분도 있었어요. 행복이라는 추상적 키워드를 정책으로 가져온다는 측면도 막막했죠. 하지만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주민과의 관계에서 오는 기쁨도 있었고, 전문가 분들이 컨설팅도 잘해주셨죠. 구청장님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사업 진행이 어렵지 않았을까요?

Q. 가장 인상적이거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A. 1년 정도 하다 보니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걸 많은 부분에서 느끼고 있어요. 처음에는 여기만 오면 뭔가 막연하게 행복해질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고, 저희가 마치 기도원이라고 생각해서 신청하신 분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조금씩 주민들의 생각이 개인적 바람을 뛰어넘어 사회나 공동체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작년에는 한 번도 누구한테 서명을 부탁해본 적 없는 분들이 그 추운 날 조례 서명 받으러 다니시더라고요. 2기 행복이끄미 중에는 조례 서명 과정에서 알게 되어서 오신 분들도 계세요. 작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게 보일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행복이끄미와 같은) 주민참여 거버넌스에 대한 공무원 내부의 인식은 어떠한가요?

A. 주민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고 많이들 놀라십니다. 사실 공무원 조직이 보수적인 부분도 있고, 주민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뜬 구름 잡는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요. 공무원들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끼거든요. 그래도 행복이끄미가 주민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주민들의 참여를 확장시키는 활동을 할 때 더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활동을 쉽게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성별이나 연령대에서 제한적인데, 이런 부분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행복드림프로젝트 2.0의 목표는 마을과 마을, 학교와 학교 간의 만남과 연대예요. 행복이끄미와 대학, 공동체와 공동체의 만남을 끌어내는 거죠. 안에서의 연대에서 좀 더 확장하는 거예요. 추상적이고 어려운 것 같지만, 노력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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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구 행복드림팀 이경자 팀장(왼쪽), 이진영 주무관(오른쪽)

Q. 종로구 행복이끄미 모델이 다른 구나 지역에 확산될 가능성과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저희는 농담처럼 얘기해요. 저희 구민 전체를, 행복이끄미화 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이지요. 시와 구로 확산하는 게 저희 바람이죠. 이 프로젝트는 종로구의 행복증진정책이자 범시민운동이에요. 시민운동이 종로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니까 하나씩 퍼져나가길 바라고 있어요.

밀레니엄 2000년을 선포하면서 한국은 경제발전에 집중했지만, 프랑스는 행복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방송에서 날마다 행복 관련 강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하고요. 우리도 이렇게 행복을 확산시켜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일어나는 행복을 엮어주고 끌어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Q. 행복드림팀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거버넌스(협치)는 어떤 것인가요?

A. 협치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생소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일단 한 번 가보는 거죠. 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보완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걸 만나는 거지요. 가보지도 않고 안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복도 마찬가지고요. 출발해서 가다보면 중간 중간 좋은 것도 만나고 목표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지요. 여럿이 함께 하면 길이 생긴다는 말에 공감을 많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협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행복드림팀이 생각하는 거버넌스란?

A. 동반 행복

인터뷰는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종로구 행복드림팀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주민참여 거버넌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주민을 대상화하는 일반적인 참여방식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 끊임없이 강조되었다. 종로구가 행복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을 이미 다 설치된 무대에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무대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정리 : 이은지 | 지속가능발전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05/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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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원조직’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행정과 시민 또는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지원조직이 거버넌스의 고리이자 다양한 시민활동의 플랫폼으로서 작동하려면 행정과 시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간지원조직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 활성화에 더 집중하고, 행정은 중간지원조직을 행정의 보조 수단이 아닌, 거버넌스를 위한 파트너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 시민, 전문가, 대학, 행정 등 다양다종한 지역사회의 역량과 요구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서 중간지원조직이 해야 할 역할을 찾고 강화해야 한다.

화, 2016/05/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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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복잡 다양해질수록 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강조되는 거버넌스(협치)! 과연 무엇일까요? 거버넌스는, 정부, 지자체, 기업, 국민, 시민단체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요.
화, 2016/05/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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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의 추억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와 함께 공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신경이 꽝인 이모와 놀아주는 조카가 있다니, 얼마나 큰 영광인가. 동네 조기축구회는 휴일이 되면 멋진 유니폼을 뽐내면서 큰 함성과 함께 한바탕 경기를 치른다. 조카는 옥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경기가 끝날라치면 재빠르게 내방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와식생활을 하는 게으른 이모를 끌고 운동장으로 간다. 우리는 텅 빈 운동장에서 소림축구의 주인공처럼 비장하게 경기를 시작한다. 그 어떤 규칙과 제한이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엉터리 축구’이다. 굴러가는 공을 따라 이쪽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그날도 둘이 공 하나를 갖고 신명 나게 놀고 있었다. 나의 엉거주춤식 현란한 드리블이 재미있게 보였는지 조카 또래의 한 친구가 다가왔다. 함께 놀고 싶다는 것이었다. 셋이 된 우리는 엉터리 축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운동장에 등장했다. 조카와 같은 반 친구였다. 그 친구도 엉터리 축구에 합류했다. 누군가는 보고 있구나, 그리고 함께하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엉터리 축구, 또 다른 놀이로 진화하다

넷이 되니 엉터리 축구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골키퍼도 있어야 해’ 등 아이들이 의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역할을 정하면서 티격태격 다툼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로 합의를 보는 등 슬기롭게 갈등을 해결해나갔다. 나는 이때다 싶어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운동장 가장자리로 빠졌다. 이제 슬렁슬렁 주변을 돌며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살피기만 하면 된다. 나중에 응원 차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다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공을 갖고 신나게 놀다가 지치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냈다. 일명 골대 그물망에 걸린 ‘축구공 구출하기’ 놀이다.

엉터리 축구, 엉뚱한 방법으로 위기 탈출하다

아이들은 위기와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경우 그 상황을 놀이로 바꿨다. 해결방식도 놀이방식으로 풀어갔다. 또 다른 놀이는 아주 우연히 탄생했다. 힘차게 걷어찬 공이 골대 상단 그물에 걸린 것이다. 아이들은 공을 빼내려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작은 키 때문에 공은 계속 공중부양 중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깔깔깔 웃고 즐긴다. 나는 막대기라도 가져다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어찌 해결하는지 보고 싶어 가만히 있었다. 셋은 한참을 궁리하더니 신발을 벗어 걸린 공을 향해 힘껏 던졌다. 공은 신발을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다고 한다. 순간이었지만 정말 놀라웠다. 나는 왜 막대기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역시 해결방법은 무수하며 창의적 집단지성은 혁신적 대안을 가져온다. 아이들은 다시 축구를 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공을 다시 그물망 위로 올려버렸다. 그리고 순서를 정해 공을 떨어뜨리는 놀이를 반복했다. 성공의 경험을 다시 맛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엉터리 축구는 잊고 이미 다른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유연하고 자연스럽다. 때문에 나는 아이들에게 늘 배운다. 축구공 구출에 빠져있던 아이들은 그렇게 한참을 더 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또 만나 놀자는 약속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의 연대는 느슨하며 부담이 없고 쿨하다.

엉터리 축구가 남긴 것들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한 것은, 그간 무언가를 ‘체계화’하고, ‘분석’하고, ‘계획’하는 것에 익숙했던 내가 ‘엉터리’, ‘엉뚱함’, ‘자연스러움’, ‘느슨함’, ‘우연함’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텅 빈 운동장을 가득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구상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공 하나만 있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울 수 있는데 말이다. 수많은 놀이기구나 도구를 생각한 것은 또 얼마나 한심한가. 두세 명이어도 장단만 맞으면 작당이 충분한데 말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나름의 규칙을 정하면서 놀이를 진화시켰다. 다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 역시 그들만의 합의로 슬기롭게 해결되었다.

운동장에서 공 하나 굴렸을 뿐인데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 날 내가 한 것은 초반에 엉터리 축구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주고, 중반부터는 아이스크림으로 응원한 게 전부이다.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잘못된 환상 깨야

요즘 ‘거버넌스’니 ‘협치’니 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용어도 어렵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다양한 영역과 분야의 정책을 다루는 숱한 보고서들이 매번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로 끝을 맺는다. 일명 ‘기-승-전-거버넌스’다. 많은 거버넌스의 파트너십 기구들이 공동의 정책 생산과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다. 그 기구들은 매번 같은 전문가들의 이름으로 채워지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민사회나 시민의 참여에 대해서는 ‘형식화’와 ‘들러리’라는 평가 일쑤다.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하는 주체들 간에는 ‘문제’와 ‘해법’을 바라보는 인식과 역량의 차이가 크다. 때문에 아주 작은 견해차나 갈등에도 서로 쉽게 결별을 선언한다.

나는 이 모든 문제가 ‘함께한다’는 환상이 가져온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함께’라는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갈등도 있어야 하고, 기다림도 있어야 한다. 품과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생략된 역사가 깊다. 때문에 모인 이후에도 예고 없이 직면한 것들에 질색하고 흩어지기 쉽다.

거버넌스는 지속가능발전 실현의 중요한 수단이고 과정이다. 전문가와 과제 위주로 단기간의 성과에 맞춰 운용되는 거버넌스위원회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또한 국가나 광역단위 거버넌스 기구와 구 단위・마을 단위 거버넌스 기구의 구현방식은 달라야 한다. 생활영역에서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학습을 통해 공유하고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면서 정책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진화된 모습의 거버넌스가 아닐까. 마치 내 조카를 비롯한 여러 아이가 공을 가지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정책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국가의제도 바꿀 수 있다. 마을 안에 국가가 있는 것이다.

희망은 그래도 있다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리고 ‘좋다’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단위마다 구성원과 놓인 상황(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풀어가는 방식과 결과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아직 좋은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우겨본다. 작은 단위의 소소하고 다양한 실험과 경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거버넌스’와 ‘협치’는 더는 실체 없이 둥둥 떠다니는 어려운 말이 아닐 것이다. 설사 실체와 구체성이 없더라도 그 ‘없음’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풀어가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은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문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때론 촉진자의 역할로, 의미를 읽어주고 재구성할 수 있는 지점을 짚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관 또한 정보와 자원을 나누고 ‘바라봄’과 ‘기다림’의 조율사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어린 딸과 엄마, 할머니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대를 기획하고, 그 위에 올라서기 시작한 것이다. 절망이 잠식하고 있는 암울한 시대에 이들의 등장은 희망의 빛줄기다.

글 : 인은숙 | 지속가능발전팀 팀장 · [email protected]

월, 2016/05/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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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협치)는 1990년대에 한국에 소개된 이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거버넌스는 정부와 민간부문 간 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가 조직되고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지칭한다. 진정한 거버넌스는 정부-시민사회-시장 간의 경계변화와 수평적 파트너십을 통한 새로운 협력(협치)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거버넌스가 우리 사회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공공의 비효율성과 부패 등 정부실패와 함께 사회적 양극화, 불공정 등 시장실패로 인한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거버넌스를 전제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국·내외의 압력과 함께, 인구절벽과 재정절벽 등 각종 사회정책적인 문제를 더는 공공부문 혼자서 해결할 방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 측면에서도 해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민선 5기부터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혁신’과 ‘참여’ 그리고 ‘거버넌스’를 중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거버넌스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복지전달체계, 주민자치, 참여예산제 등 공공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구조와 집행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실행을 위한 중간지원 조직과 회의체를 신설하여 다양한 주체를 양성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위장된 거버넌스’ 또는 ‘사이비 거버넌스’라는 냉혹한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도 부인할 수 없다. 민간은 민간대로 불만이 커지고 있고,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많은 노력과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찾지 못한 채 피로감만 호소하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평가가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거버넌스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자치단체장이나 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이 거버넌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버넌스 추진에 대한 평가 기준은 무엇으로 측정해야 하고, 훌륭한 거버넌스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진전된 민관협력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를 위한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공무원이 아닌 정부 이외 행위자의 역할과 파트너십의 수준을 지적하고 싶다. 거버넌스는 단순한 들러리 형식의 회의체 참여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의미하는 것으로, 행정의 기획・실행・평가단계 등 모든 과정에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인 것이다.

둘째,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부서 칸막이를 뛰어넘는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거버넌스 이행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추진체계를 갖추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셋째, 소수단체가 대표성을 독점하고 진영논리에 몰입한 결과 나타날 수 있는 정치 과잉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주체가 얼마나 나타났고, 관계망 형성이 어느 정도로 진전되었는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명성과 개방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공유의 정도와 효율적인 거버넌스 추진을 위해 민간과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거버넌스 역량, 즉 사회적 자본이 비약한 상황에서 거버넌스 추진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또한 거버넌스는 종착지가 없다. 끊임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별다른 대안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가야 할 길이니 다시 심기일전해서 기본부터 점검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음을 옮겨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거버넌스를 ‘결정은 시민이 하고 책임은 공무원이 지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시민들은 반대로 단순한 의견제시와 자문을 넘어 결정과 실행까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전혀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는 대부분 공공정책에 능통하기 어렵고 행정 내부의 제도와 관행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시민들에게 책임지는 경험을 제공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도 행정의 몫이 되고 있다. 행정이 선제적 또는 선도적으로 거버넌스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민의 입장에서는 불편을 느끼게 되고, 거버넌스의 본질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시민들은 참여하고 결정하면서 정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책임감을 내면화해 가며 국민에서 ‘시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정부가 함께하는 시민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민사회는 정부가 처해있는 상황과 그 내부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서로 적대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민관 거버넌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능력 (ability of empathy)’이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도구인 동시에 창의적인 디자인이다. 다시 한 번 거버넌스 본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글 : 송창석 | 거버넌스센터 교육원장

월, 2016/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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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UN)이 1972년부터 시작한 지속가능발전 이슈 연구는 마침내 1987년 전 노르웨이 수상인 브룬트란트(Gro Harlem Brundtland)가 3년간에 걸쳐 세계각지의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펴낸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세계환경개발위원회 발간)에서 마침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 Rio+20 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 추진시스템 강화방안으로 목표를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2015년 9월, 유엔 회원국가들이 모여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합의했다. 모든 국가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SDGs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7개 목표 · 169개의 세부목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실정에 맞게 우순순위를 정해 적용하고 추진해야 한다. 성공적인 지속가능발전 이행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분권구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분권적인 지속가능발전 이행구조를 통해 SDGs이행을 위한 거버넌스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정책도구가 필요하다.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이행계획 수립을 통해 새로운 행정프레임을 제시하고, 지속가능발전 추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실행로드맵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 추진시스템은 행정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 사회, 환경의 통합성을 제고해야 조직 간의 조정과 협력을 통한 상승효과(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한 거버넌스를 통해 주민의 행정수요를 반영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지속가능발전의 추진에 따른 성과와 결과는 단시일 내에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더디고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효과가 나타나며, 그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동네와 마을, 그리고 지역의 지속가능발전 실현이 하나하나 모여 지속가능한 나라를 만든다. 이제는 지속가능발전 렌즈로 지역과 정책을 바라볼 시점이다.

화, 2016/06/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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