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통령 사과 1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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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지원을 약속한지 1년이 지났다. (출처: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꼭 1년 전인 2017년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표정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당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진상규명, 피해자 산정 기준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등 현안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3,4단계 피해자 단체들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었다 . 4단계 피해자이며, 너나우리 공동대표 조수미씨는 "(문 대통령이) 발언이나 내용에 대해 편견이나 시간제약을 두지 않았고, 꼼꼼히 메모하며 귀담아들었다"라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가습기살균제 정부 공식 사과 1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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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결론부터 말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사과 뒤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엄청난 고통과 피해 규모에 비해 정부의 지원 노력은 아직도 너무 모자라고 더디다"고 평가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네트워크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과 피해자 모임은 8월 6일과 7일 연속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대통령 사과 1년 평가 및 제안"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6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가습기넷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피해보상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주요 발제를 맡은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1년 동안 피해자가 235명 늘어 6,040명에 달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추정되는 49만~56만명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특히 정식 피해보상을 받기 전에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가습기 살균제 책임 기업 기금인 1,250억원의 '구제계정' 조차 현재까지 단 93억(15%)만 집행됐다"며, "정부와 기업이 한통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환경부가 피해자와 전문가 33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피해구제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25점에 불과하다. 토론자로 참석한 피해자 안은주 씨는 "동물 실험이나 임상 실험 모든 것을 거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세월에 판정을 받겠나"라며 중증 질환을 앓거나 숨진 피해자도 많은 데 아직까지 동물 실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데 분노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3650" align="aligncenter" width="657"]
▲ 토론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나원 양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caption]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원이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나원이는 3년 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되었지만, 정작 책임 기업인 SK케미칼이나 애경으로부터 한 마디 사과나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원이의 아버지인 박영철 씨는 "옥시 쓴 사람은 인과관계가 확실해졌다고 피해보상 다 해주면서, SK케미칼과 애경, 그리고 이마트의 가습기메이트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확인이 안 됐다는 이유로 피해보상도, 사과도 못받고 있다. 말이 안되지 않나"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하면서 2007년에 만 4세의 첫딸 예진이를, 2009년 만 6세의 둘째딸 예령이를 잃은 두 딸의 아버지인 최세영 씨는 "현재의 심사 기준은 마치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과 뒤 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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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 갈 길이 멀다" (사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다음날 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참사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과제들을 반드시 실현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찬호 대표는 "정부는 몇몇 과학자의 말만 듣지 말고 피해자의 말도 듣고 그 의견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며, "사상 최악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 한다면, 이같은 참사는 반드시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기태 피해자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이 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정부와 전문가, 피해자가 모여 한 달에 한번이라도 정례보고회를 통해 진행사항을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에 비해 정부의 지원, 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정부와 특조위에 ▲피해 구제와 배ㆍ보상을 나눈 단계적 지원책 마련 및 가해기업들의 입증 책임 강화,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적극 찾기 : 건강 피해 조사 과정에 드는 피해 신고자들의 비용 부담 없애고, 제품 사용 확인되면 기본 보상금 지급, 지역 사회 조사와 관련 질환자 및 사망자 추적 조사 등 사실상 전국민 대상 역학조사 실시, ▲정부와 특조위ㆍ피해자들과 시민사회까지 함께 사회적 해결 방안 모색 및 실현 : 환경보건법ㆍ환경피해구제법 등의 개정ㆍ징벌적 배상법ㆍ소비자집단소송법ㆍ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입법 통해 안전사회 위한 제도적 그물망 구축 등의 과제를 제안했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 오늘(16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 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가습기넷)[/caption]
“70%를 인정해도 부족할 텐데 단 7% 만을 피해자로 인정하다니..”
지난 10일, 환경부가 담당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위원회’는 1,009명의 4차 판정결과를 인준했습니다. 그런데 판정 대상자 중에서 단 7%인 76명만을 피해자로 인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지 이틀 만에 나온 정부 발표입니다.
“원진 레이온이나 고엽제의 경우 피해가 단순하게 한가지 질병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가 한 말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과 만나서 한 말입니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약속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현재의 피해 판정을 없애고 3,4 단계 피해자도 인정토록 하겠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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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기관 절제술을 받은 뒤 목에 산소호흡기 꽂은 박영숙(57)씨는 이동형 침대에 누운 상태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가습기넷)[/caption]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마트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쓰고 폐 손상 3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박영숙 님(57세)이 이동형 침대에 누운 채 어렵사리 참석했습니다. 정상적인 폐 기능의 14%가량 밖에 남지 않아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힘들게 숨을 몰아셨습니다.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지만, 박영숙 님은 ‘피해자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라며 가족들의 만류에도 기자회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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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종 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것뿐”이라며, “피해자로 인정받고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가습기넷)[/caption]
남편 김태종 씨는 “지금까지 병원비만 1억 원 가량 들어서 재정이 파탄이 났다”면서, “폐 이식 수술을 하려면 최소 2억 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제계정운영위원회는 폐 이식이나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중증 피해자에게 3천만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김태종 씨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라며, “피해자로 인정받고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천식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이다“, ”태아도 사람이다“
기자회견에는 박영숙 님과 같은 중증 피해자 사례부터 천식, 특발성 폐섬유화, 폐손상 3단계 피해자들이 나와 피해인정 범위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피해구제위원회는 일년 넘게 전문가들과 논의해 온 천식마저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후 6년 만에 폐 손상과 태아 피해에 이어, 세번째 인정 질환으로 천식이 포함될 줄 알았던 피해자들은 황당해 했습니다.
천식에 이어 구제위원회는 또 하나의 황당한 판단을 합니다. 폐손상 1, 2단계 판정받았던 엄마의 ‘출산되지 않은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며 아무런 지원을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환경부는 ‘태아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1976년의 대법원 판례인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이라야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에 따랐다고 합니다.
또 환경부는 보도자료에서 태아의 피해를 인정했으니 제조판매사을 상대로 한 소송을 고려해보라고 적어놓았습니다. 헌데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회사가 도산한 ‘세퓨’ 업체의 피해자입니다. 부인과 태아를 잃은 세퓨 피해자에게 환경부와 구제위원회의 이번 판단은 황당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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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 개최’ (출처: 2017년8월10일자 환경부 보도자료)[/caption]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후 단 며칠 동안 벌어진 상황에 대해 피해자들은 허탈합니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말한 약속일까요? 문재인 정부는 일반 시민들도 병원비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한다는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피해자들에겐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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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기관 절제술을 받은 뒤 목에 산소호흡기 꽂은 박영숙(57)씨는 이동형 침대에 누운 상태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가습기넷)[/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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