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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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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과제

익명 (미확인) | 일, 2018/04/01- 18:07

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과제1  

 

김형용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복지 노동과 임금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한 노동자의 처우개선 요구는 사회복지사보다는 돌봄노동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민간부문 시장화로 형성한 사회서비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을 공공부문으로 끌어당김으로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안정적인 공공부문 임금체계가 적용되는 노동자와 달리 여전히 민간부문에 남아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오히려 상대적 불이익을 경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인가? 사회서비스공단이 사회서비스 노동 전반에 있어 처우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공공-민간 부분 노동자 간의 처우를 둘러싼 갈등을 가져올 것인지 논의할 시점이다.

 

사회복지사의 노동은 전근대 사회처럼 비공식부문의 개인적 동기에 따른 자선활동이 아니라 광범위한 공식적 제도 영역에서 고용된 임금노동자에 의해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용자-노동자 고용관계와 이에 따른 임금결정 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 사회복지 노동 전반에 걸쳐 임금교섭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직무, 그 직무에 따른 적정 임금, 그리고 이미 형성된 차별은 전혀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은 시장임금이 아니라 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한 당해 예산에 의해 결정되는데, 사회복지 노동자가 분노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 활동에 헌신하는(윤리강령 내용 중 일부)’ 공공재 생산노동에 최소비용 또는 비용절감의 논리가 우선하는 것과, 사회복지 노동에 사회복지사업법 상의 최대봉사의 원칙(사회복지사업법 제5조)이 특수하게 강요되어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복지 노동의 ‘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직무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다는 점, 다른 하나는 임금결정이 합리적이거나 정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열악한 ‘수준’과 함께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 당사자가 합의하는 절차가 사라진 임금결정 ‘체계’에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수준 

사회복지 노동자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대체로 ‘타 산업 노동자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산업별 직종별 임금이 같을 수는 없다. ‘타 산업종사자에 비해’ 열악하다고 할 때 그 비교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하며, 사회복지 노동자가 특정 직종의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이 책정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근거를 가져야 한다. 처우개선 요구는 이러한 조건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 수준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건복지서비스 산업 연보수총액은 25,848,000원이며, 같은 해 실시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종사자실태조사의 종사자 연보수총액은 25,859,735원이었다. 조사기관과 표본이 다른 두 실태조사의 결과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데, 즉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은 민간부문 보건복지서비스 산업의 임금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복지시설별 처우는 균일하지 않으며, 지역아동센터(15,651,694원)와 여성가족부 시설(21,769,446원)을 제외하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평균은 26,389,277원으로 소폭 상승한다. 전체 종사자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임시직(13,935,326원)을 제외하면 상용직은 26,286,109원이며, 정규직은 생활시설 27,365,677원, 이용시설은 26,507,840원이다. 원장/관장은 32,960,979원, 사무국장/과장 32,488,207원, 사회복지사 24,245,042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사회복지 시설별 그리고 직급별 임금 차이가 매우 크다고 볼 수는 없으며 평균을 중심으로 매우 압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타 산업종사자에 비해’ 낮은 사회복지 노동이란 농림어업(3,171만 원), 운수업(3,267만 원), 또는 교육서비스업(3,129만 원)보다 왜 낮은가라는 질문이며, 보건복지서비스 산업 내에서 유달리 사회복지시설 노동에 대한 차별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이 임금불이익을 받는 원인은 사회서비스 산업 전반의 낮은 처우로 이해될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결정체계 

사회복지 노동은 왜 임금이 낮은가? 민간부문의 시장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공공부문 노동의 임금결정체계가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 노동경제학에 따르면 임금결정의 기준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노동생산성이다. 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가치가 낮으면 이윤이 높을 수 없고 따라서 임금도 낮게 형성된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또한 노동의 한계생산가치와 일치한다(맨큐, 2016). 그러나 현실에서 위와 같이 임금이 형성되는 이상적인 균형시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동차 공장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하청노동자의 임금격차가 이들 각 노동자의 생산성에 기초한 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임금결정과 관련한 수많은 모델들은 오로지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노동시장의 특수성들을 다루어 왔다. 노동자의 임금은 시장논리에 지배되는 경쟁요인과 비시장적 사회제도에 의해 보완되는 비경쟁요인으로 구분되어 설명된다(이병훈·홍각범, 2008). 비경쟁 외부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단체협상과 사회제도이다. 

 

교섭력 이론은 단체교섭((bargaining power)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임금과 노동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각자 소유함으로서 교환하는 것이고, 이들의 협상과 선택을 통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제도주의 이론은 정치적 그리고 역사문화적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저임금제에 볼 수 있듯이 임금은 노동자의 생산적 기여가 아닌 그 사회가 가진 관습과 제도에 의해 결정되고 한 번 결정된 임금 수준은 상당기간 경직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직무-직종에 종사하면서 동일한 생산성에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국가의 경우 여성의 임금이 더 낮게 형성되는 것은 그 사회 내의 여성의 지위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임금결정은 고용과 성장 그리고 복지를 구성하는 정치적·제도적 매커니즘과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사회적 합의가 핵심이다(Esping-Anderson, 1999). 

 

생산성 임금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표적인 노동시장이 공공부문이다. 공공부문 임금은 실질적인 고용주인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고용과 승진 그리고 임금이 시장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고, 조직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설정한 규칙과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내부노동시장의 하나이다(신광영, 2009).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의 노동자도 공공부문 노동이다. 이들은 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의해 인건비 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노동자는 공무원과 달리 노동3권이 보장되고 공공기관의 임금결정의 최종단계는 단체교섭이다. 단체교섭에서 공공기관의 장이 사용자 역할을 하지만, 예산과 업무상 직간접적인 감독을 통하여 사용자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가 모든 결정을 한 후 경영진과의 교섭이 이루어지므로 공공기관의 단체교섭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 그러면 공공기관은 단체교섭에서 무엇을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공공기관의 단체협상은 임금수준 이외의 더 중요한 실질적 권리를 확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성희(2012)의 사례연구는 이를 잘 보여주는데, 공공기관은 교섭 내용으로 총액임금을 직원들 간에 어떻게 분배하는가를 협상한다. 하후상박형으로 할 것인지, 성과급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수당을 기본급화 해야 하는지 등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 교섭의제인 임금은 정부에 의해서 정해지지만,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와 근로조건의 문제가 기관별 단체협상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조직들은 공공기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의 사회보장급여인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살펴보면, 그 중에서 공공부조는 공적 전달체계 내에 있어 이미 공무원 신분이며, 사회보험은 각 공단에 소속되어 있는 공공기관 노동자로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공공-민간의 애매한 협업 구조 내에 놓여있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노동자이다. 동일한 사회보장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다수 시설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단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법은 1) 법률에 따라 정부가 설립하거나, 2)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50%이상을 차지하거나, 3) 기관 정책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또는 4) 상기한 특성을 가진 공공기관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타 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하는 법인 단체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기관이 아니면 현재로서는 공공기관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은 공공부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당수 시설이 1) 개별 법률에 따라 지자체가 직접 설치하고 2)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고 있고, 3) 정부가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서 규정한 사회복지시설, 즉 26개 사회복지 개별법에 의해 설치된 시설은 첫 번째 요건에 해당된다. 두 번째 기준인 정부지원액 비중을 살펴보아도 명확하다. 2016년 기준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에 등록된 2,713개소의 정부보조금 비율을 보면 평균 75.7%이다(이철선 외, 2016). 시설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회복지 직영시설과 위탁시설들은 대다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자 지위에서 사업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부문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에게도 공공기관의 임금결정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임금의 결정은 타 공공기관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지침이 무용지물이다. 둘째, 사회복지 노동은 교섭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지침은 적용의 원칙에 있어서 개별시설의 담당부서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사정에 따라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최소수준의 지급권고 기준인 보건복지부 임금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의무 자체가 모호하여 실효성이 낮은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시설 수준으로 내려가면 체계적인 임금 결정구조가 없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임금가이드라인을 결정해도, 지자체가 자체 임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해도, 시설은 배치기준에 따른 인건비 지원총액에서 직급별 직종별 기준을 또 따로 마련한다. 공공기관의 임금결정 체계와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시설법인에 이르기까지 지침이 무용지물이다. 이렇듯 임금수준의 결정이 아직까지도 인사담당자의 재량에 놓여있다는 것은 그동안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얼마나 임금에 무심한 것이었는지를 반증한다.  

 

특히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 결정과 관련된 왜곡된 관행들 중 세 가지를 비판해 볼 수 있다. 첫째, 사회복지계가 처우개선 목표로서 인식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임금가이드라인 준수가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기준으로 타당한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기준은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제3조가 제시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급여수준이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가이드라인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보수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부합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노동자가 임금 목표를 공무원의 임금수준으로 제시하는 분야는 사회복지 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 임금은 상후하박 구조인데, 초급임금은 매우 낮아 9급공무원 1호봉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기본급+직급보조비=152만 원), 퇴직자의 평균 재직년 수가 27.8년에 달하는 공무원은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이 매우 높게 형성된다. 따라서 2017년 기준 공무원 평균 기준소득월액은 510만원, 연평균보수 6,120만원에 달한다. 반면 사회복지 종사자는 평균 근속년수가 5년 정도에 머무른다. 이에 상후하박의 임금체계를 가진 공무원을 기준으로 하면, 하위 직급에 몰려 있는 사회복지 노동자는 박봉에 열악한 근로조건을 그대로 감내하게 된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임금 수준에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공무원과 달리 하급직의 보수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이다.

 

둘째, 지자체가 복지부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자체예산에 따른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간접고용 위수탁 사회복지시설의 임금체계를 왜곡시킨다. 간접고용의 주된 이유는 비용절감과 사용자의 책임회피이다. 간접고용은 수탁인에게 확정된 금액만 지급하면 되고 근로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부담은 일체 수탁인이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간접고용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의 위험부담이 거의 없어진다. 따라서 ‘담당부서와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지침’이 갖는 의미는 실질적인 사용자가 간접고용으로부터 얻는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의도를 실행할 수 있는 장치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위기를 촉발시키는 국고보조의무사업의 예산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비용절감을 위하여 지방이양사업인 사회복지시설 관련 예산을 조정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고,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사회복지 인력을 활용하고자 한다. 한편 간접고용 노동자는 자신이 갖는 노동3권을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용자는 시설법인이나 시설법인은 임금지급의무를 지자체의 책임(예산)으로 넘긴다. 시설법인은 인건비를 협상할 수 없으니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시설법인이 단체교섭의 사용자 지위를 지방자치단체에게 넘기는 것은 결국 경영효율성(비용절감과 책임회피)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위수탁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고용안정이 중요한 사회복지 간접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할 필요조차 못 느낀다. 

 

셋째, 임금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사회복지시설 노동이 아직도 많다.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소규모 사회복지시설 뿐 아니라 돌봄 노동자와 같이 시간제 노동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임금체계는 아예 없고, 최저임금이 사실상 유일한 임금결정 기제로 작동한다(김유선, 2014). 예를 들어, 바우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서비스 수가방식에 의한 인건비 지급방식으로 인해 시급제 저임금이 고착화되어 있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시설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다 보니 저임금 남용 등 근로기준 위반사례가 속출해 왔다. 이에 2015년부터「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장기요양기관은 급여유형별로 지급받은 비용을 인건비지출비율에 따라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인건비지출비율을 이들의 임금체계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치과위생사, 그리고 요양보호사 등 관리자를 제외한 모든 종사자 전체의 인건비가 수가 수입의 일정부분 이상을 차지해야한다는 의미에 불과할 뿐이다. 직무나 호봉에 따른 공식적 임금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민간 노동시장의 유일한 임금 보호장치는 최저임금 제도이며, 정부가 개벌 기업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들이 창출하는 수익 또는 생산성에 맞는 임금이 주어질 뿐이며, 유일한 임금가이드 라인은 수익인 것이다. 인건비지출비율이라는 행정규칙은 시장임금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낸, 즉 시설의 재무회계로 간접적으로 접근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개선 - 공공부문으로서 기능과 역할 정립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고용관계 정립이 우선이다. 사회복지 노동자가 자기정체성을 공공부문 노동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 물론 공공부문 정체성은 스스로 규정한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사회복지 노동도 사회보장급여 전달체계 내에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역할정립이 동시에 요구된다. 

 

반면 사회복지 노동자가 스스로를 민간부문 노동자로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시장임금을 수용해야 한다. 이 경우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실천가들이 처우개선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 모델이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식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생산성이란 대다수 국민을 잠재적 위험집단으로 규정하고, 상업적 동기에 의해 각종 증후군과 약물남용 등 사회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우선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야 고가의 정신보건과 발달지원 시장의 보완 대체재로서 임상실천 사회복지 노동의 생산성이 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두 가지 경로가 남아 있다. 하나는 정부보조금 대신 법인전입금과 후원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조직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의 구매계약이나 바우처 재정지원 서비스를 위주로 공급하는 사회복지 기업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비영리독립재단과 공공서비스를 대행하는 서비스기업 또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영역의 종사자 모두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과 관련이 없다. 여전히 생산성에 따른 임금이 시장가격으로 정해진다. 

 

결국 한국사회 맥락에서 민간부문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개선은 사회서비스 전문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지, 자선과 비영리 부문이 현재의 사회복지 공급을 대체할 만큼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정부의 아웃소싱 사회복지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이러한 자유주의 경로는 미국보다도 심각한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귀결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노동에서 정부의 인건비로 고용되는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는 정원 내 정규직 종사자이지만, 후원금과 재단전입금으로 고용되는 종사자들은 대다수 계약직 임시직 형태로 비정규직 종사자이다. 사회복지시설이 아웃소싱 민간기업으로 정체성을 가진다면, 정부 보조금은 인력배치 기준에 따른 인건비 보조가 아니라 서비스 구매계약이나 바우처로 활용된다는 의미이므로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노동자 또는 서비스 수가에 의해 임금을 지급받는 요양보호사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민간부문의 정체성을 신념으로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복지 노동을 공공부문으로 편입하려는 방안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공단이다. 사회서비스공단 또는 사회서비스진흥원의 모형이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표준화된 임금체계를 적용시키는 방안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지방공기업 또는 출연기관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노동에도 공공기관의 임금결정 체계가 적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그리고 민간부문의 지역사회 복지시설들과의 제도적 관계설정에 있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공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사회복지 노동의 사용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임을 명백히 함으로서,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결과적으로 사회보장급여로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1) 이 글은 김형용(2018)“사회복지 노동과 임금: 가격결정의 문제들”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0(1)호에 게재된 논문을 수정한 것이다.


<참고문헌>

김유경 외 (2014).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선 (2014). 임금체계 개편 논의, 비판적 검토와 대안 모색. 한곡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맨큐 (2016). 맨큐의 경제학. 김경환 김종석 역. 교보문고. 

신광영 (2009). 한국 공공부문 임금 결정에 대한 연구. 한국사회학. 43(5). 62-100. 

이병훈 홍각범 (2008). 임금 결정의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고용과 직업연구 2(2)., 1-21. 

이성희 (2012). 공공부문 임금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이철선 외 (2016).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의 시설별, 직무별 적정임금 산정을 위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sping-Andersen. (1999). Social Foundations of Postindustrial Econom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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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지침’ 공식 폐기 환영한다


양대지침 폐기는 당연한 귀결, 고용노동부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헌법·노동관계법상 노동권을 보장·확대할 노동행정이 절실해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이 오늘부로 폐기되었다. 소위, ‘양대지침’의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정권이 강행한 양대지침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 양대지침을 폐기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써 규율하도록 한 헌법과 부당한 해고를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정지침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강행한 고용노동부의 지난 행적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며 노·사관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유발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양대지침의 폐기와 함께, 양대지침이 의도했던 바인 ‘사용자 일방’에 의한 더 쉬운 해고와 노동조건 결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 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으며(법 3조)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법 4조)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임금불안정노동의 확산, 10%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조합 조직률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고려하면, 해고의 문제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노동조건조차 절대 다수의 사업장에서 ‘사용자 일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에서 노동조건이 사용자 일방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 내용이 노동3권을 훼손하지 않는지, 고용안정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지 않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것이다. 


행정지침의 문제는 비단, ‘양대지침’에 한정된 사안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 일방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 헌법과 근로기준법 등의 취지에 배치되는 행정지침을 양산해왔고 이를 통해 현행 노동관계법 등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했다. 양대지침의 폐기를 계기로, 현행 행정지침을 점검하여 법의 취지에 맞게 폐기·개선해야 할 것이다. 양대지침을 공식 폐기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헌법와 노동관계법에 명시된 노동자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과 확대를 위한 노동행정을 기대해 본다. 

 

 

논평 원문 보기/다운로드
 

월, 2017/09/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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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팟

 

국내 유일의 아시아 전문 팟캐스트

'아 시 아 팟 (Asia Pod)'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아시아로 여행을 갑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국도 아시아에 속한 국가인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아시아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아가는 일,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이 아시아 인권과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 한달에 한 번,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06.21 1회 / 두테르테 1년, 필리핀 가도 될까요? - 정법모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07.19 2회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산다는 것은? - 이일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08.16 3회 / 버마의 '로힝쟈', 존재를 부정당하는 사람들 - 김기남 미국변호사,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09.20 4회 / 아시아 사람들은 한국 기업을 반가워할까요? - 나현필 국제민구연대 사무국장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02-723-5051 [email protected] 

 

 

월, 2017/09/2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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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야 말좀 들어! 정치를 바꾸는 청원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이것이 우리가 진짜 우리가 원하던 변화인가요?”

추운 겨울, 광장의 촛불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우리들.

하지만 여전히 국회와 지방의회에는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50% 득표율로 90% 의석차지, 거대 정당 나눠먹기는 이제 그만!

 

내년에 다가올 지방선거,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를 바꿀 적기입니다.

 

지금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정치를 바꾸는 청원>

 

하나. 지방의회와 국회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로 바꿔야합니다.

 

둘. 정치 장벽을 깨고, 정치 다양성과 여성 정치를 확대해야합니다.

 

셋. 시민의 정치참여를 제대로 보장하고, 만18세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전국 440여 개 단체들과 함께,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법 개정을 비롯해 정치를 진짜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청원을 지지하는 서명을 해보세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의원들에게 직접 촉구해보세요!

 

 

> 온라인 캠페인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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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참여로 시민의 목소리가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금 더 앞당깁니다. 

 

1) 서명하기 : 3대 의제에 찬성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청원페이지 해당란에 ‘이름’, ‘지지하는 나의 의견’을 넣고 ‘참여하기’ 버튼을 누르면 참여할 수 있어요. 로그인이 필요없으므로 짧은 시간 간편하게 참여가 가능!



2) 공유하기 : 해당 서명운동 페이지를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요. 


​서명 참가하기 바로 밑에 공유할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이를 누르면 페이스북/트위터로 사이트를 바로 공유할 수 있어요.



3) 촉구하기 :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메일을 직접 보낼 수 있어요. 


정개특위 국회의원 중 의견을 묻고 싶은 의원을 골라 ‘촉구하기’ 버튼을 누르면 의견을 묻는 메일을 보낼 수 있어요!

 

<정치를 바꾸는 청원>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월, 2017/09/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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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정치의 실현, 지방선거에서부터!”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비례성․대표성 높은 지방선거제도, △지역정당 설립, △유권자 자유 등 풀뿌리 민주정치 살리는 입법청원 제출

 

1. 참여․자치․분권․연대의 정신에 기반하여 활동하는 전국 20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내일(9/26),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혁, 지역정당 설립 등을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한다. 이번 청원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전국 연대기구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진행하는 “정치야 말 좀 들어” 릴레이 캠페인 여덟 번째 청원이며,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개의원으로 참여하였다.  

 

2. 현행 지방의회 선거제도는 득표와 의석 사이의 불일치가 심각하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낮은 득표로 선출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국회에 제출한 청원 내용은 득표만큼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방의회 선거에 적용하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3. 이날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청원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민주정치 활성화를 위하여 ‘비례성․대표성 높은 지방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지방정치 활성화를 위해 지역정당을 허용,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선거법 90조와 93조 등 독소조항부터 폐지할 것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촉구할 예정이다.  끝. 

 

 

▣ 기자회견 개요

"정치야 말 좀 들어! 여덟 번째 릴레이 입법청원” 

<풀뿌리 민주정치, 지방선거에서부터!> 기자회견

 

- 일시 장소 : 2017년 9월 26일(화) 오후 2시, 국회 정론관 

- 주최 :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정치개혁 공동행동 

- 진행

  여는 말 :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가자 소개 및 청원안 취지 설명 :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지역별 선거제도의 문제, 정개특위에 개선 촉구 :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소속 20개 단체 

경기북부참여연대 / 대구참여연대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 부산참여연대 /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 여수시민협 / 울산시민연대 / 익산참여자치연대 / 인천평화복지연대 / 제주참여환경연대 / 참여연대 / 참여와자치를위한춘천시민연대 / 참여자치21(광주) /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 보도협조요청서 [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17/09/2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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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반영하는 정치․선거제도로 바꾸자!” 

정치개혁 공동행동, 10개 이상의 릴레이 청원 접수, 청원 서명 모으는 온라인 캠페인 진행

- 민심그대로, 정치다양성과 여성정치 확대, 참정권 확대요구 - 

 

전국 424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오늘(9/25) <정치개혁 부산행동>이 국회에 여섯 번째 입법 청원서를 접수하는 등 “정치야 말 좀 들어” 릴레이 청원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페이지(http://bit.ly/정치야말좀들어) 통해 “지금 앉은 자리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세 가지 방법”캠페인을 시작했다. 온라인 페이지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서명과 의견을 남길 수 있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에게 직접 메일이나 트윗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청원 운동에 시민들의 지지와 힘을 모을 예정이다.  

    

2. 9월 11일 시작된 정치를 바꾸는 릴레이청원은 오늘 ‘정치개혁 부산행동’ 6번째 청원이 접수되며, 이번 주 중에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의 청원이 이어질 예정이다. 

 

3. 한편 시‧도별 정치개혁 공동행동도 연이어 발족하고 있다. 이미 9개 시․도(울산/강원/광주/대구/부산/대전/충북/충남/제주)에서 지역차원의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발족했고, 9/26 정치개혁 경남행동이 발족하며, 9/28 정치개혁 인천행동이 발족할 예정이다. 

   새로운 방식의 시민참여도 시도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도별로 진행하게 되어 있는 기초의원(시․군․자치구의원) 선거구획정 관련해서 <정치개혁 광주행동>에서는 100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민들이 직접 선거구획정을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9/27 울산에서도 “우리지역 선거제도 우리가 만든다”는 워크숍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지역주민들을 배제한 채 진행되던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이다. 

 

4. 오늘(/25)부터 시작하는 온라인캠페인은 시민들이 직접 정치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온라인 서명과 함께 시민들이 남기는 의견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청원 등의 형식으로 접수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붙임1. 릴레이 입법 청원 순서

 

[릴레이청원 순서] 

 

1> 9/11 한국YMCA전국연맹 청원 기자회견

2> 9/12 정치개혁 공동행동 3대의제/11대과제 청원서 접수

3> 9/19 정치개혁 청년행동 기자회견 및 청원서 접수(피선거권 및 청년할당제)

4> 9/20 정치개혁 부천행동, 정치개혁 서울행동(준) 등 지방선거제도 개선 기자회견 및 청원서 접수

5> 9/20~9/22 적페청산 사회대개혁 경기운동본부,경기진보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정치개혁 수원시민행동 선거제도 관련 기자회견 진행, 6개 청원 진행

6> 9/25 정치개혁 부산행동 기자회견 및 청원 예정

7> 9/26 정치개혁 경남행동 기자회견 및 청원 예정(오전 11시, 경남도청 브리핑룸)

8> 9/26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오후 2시 국회 정론관),

9> 9/2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오전 11시 20분, 국회 정론관)

10> 9/26 민주노총, 한국노총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요구 입법 청원서 접수

11> 9/28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 및 청원예정(국회 정론관)

-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청원도 진행될 예정

 

 

▣ 붙임2. 9/25-9/27 집중 홍보되는 온라인 캠페인 웹자보,

9/29 지방선거제도 개선 요구 청원 기자회견 사진

월, 2017/09/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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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_채용비리 고발 기자회견 (2)

 

헬조선의 매관매직,부정채용의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고발

 

청년단체 등, 공기업 부정채용 의혹 받는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직권남용, 업무방해죄 혐의로 형사고발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의혹 관계자 전면수사하고 관련자 엄벌해야
 

오늘(9/25) 오후 2시, 민달팽이유니온, 우리미래, 청년광장,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참여연대,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강릉시민행동는 최근 자신의 인턴 및 지인을 공기업에 불법・부정하게 채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이 공기업 부정채용에 연루됐으며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의 죄 등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심각한 청년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구직자들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결여된 사회에 깊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년단체들은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을 전면수사하고 관련자를 엄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비서를 포함해 총10명 이상의 인원을 강원랜드에 부정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강원랜드 관련자들에게 청탁하여 인사팀 직원들이 인턴비서로 일했던 하모씨가 지원한 일반직군의 서류전형 합격인원을 부당하게 늘리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모씨의 최종 성적은 17위 아래로 애초 채용계획선 밖에 있었음에도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도록 하게 하는 등 인사팀 직원들과 인사팀장, 카지노관리실장, 호텔관리실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고, 채용청탁 행위로 강원랜드의 신입 직원 채용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이러한 권성동 의원의 행위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 및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을 통해 강원랜드에 채용을 청탁한 이는 최소 80여명에 이릅니다. 이는 2012~13년 강원랜드 교육생 1,2차 모집에 응시한 5200여명의 1.5%이고, 이 가운데 최종 합격 인원은 최소 20~30명 여명으로 강원랜드 내부 감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즉, 염동열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강원랜드 관련자들에게 청탁하여 인사팀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고, 채용청탁 행위로 강원랜드의 신입 직원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입니다. 


권성동, 염동열 의원의 고발 사실은 모두 강원랜드 내부감사 결과와 검찰조사를 통해 이미 모두 확인됐고, 이후에도 관련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권성동과 염동열의 범죄 의혹과 이에 대한 은폐 관련 사실들이 연달아 밝혀지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강원랜드의 채용 실무 담당자들은 피고인의 지위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라는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여 채용청탁을 한 장본인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은 관련 행위에 대한 조사는 물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를 통해 공기업 35개 기관을 포함한 주요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부정사례가 100건 적발됐습니다. 대규모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청년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헬조선의 매관매직이라고 불리는 이번 부정청탁행위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청년단체들은 이번 고발을 통해 최소한의 사회정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권성동 ・염동열 의원 등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 관계자들의 청탁・개입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며, 관련 사실이 밝혀질 경우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끝.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고발장 [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17/09/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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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상실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 환영!”
시간과 기름 낭비 줄어들고, 서민 기쁨은 늘어납니다!!

 명절 중 3일이 아니라 명절 전 기간 적용 조치 제안과 함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유료도로법 개정 당부
명절 통행료 면제 제안했던 윤관석 의원과 민생․시민단체 공동주최

※ 일시 및 장소 : 9.25일(월), 오후 3시, 국회 정론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과 인권연대,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대전충남인권연대 등 4개 인권·민생 시민단체들은 올해 추석부터 적용되는 ‘명절 고속도록 통행료 면제 조치’를 환영하고, 나아가 추가적인 조치를 제안하고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9.25일(월) 오후 3시에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합니다. 윤관석 의원과 인권연대,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대전충남인권연대 등은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의 필요성을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안해온 바 있습니다.

 

추석과 설 등 명절 시기에는 500만 대 이상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고속도로 정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차량 정체로 인해 평소의 2~3배 넘는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허비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의 기능은 상실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기뻐해야할 명절 때, 귀성과 귀경 차량 정체로 인한 불필요하고도 무의미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절 고속도로의 고질적인 차량 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습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 하루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시행한 결과,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의 수는 518만대, 전국 등록차량 4대 중 1대꼴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지만, 전국 어디서도 극심한 정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를 위한 불필요한 정체를 없애 전체적인 소통 상황이 원활해진 까닭입니다. 그것은 작년 5월 6일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 때도 추가로 입증되기도 한 사실입니다.

 

또, 귀성과 귀경 과정에서 허비하는 국민들의 시간이나, 차량 정체로 인한 연료비 증가와 에너지낭비‧환경파괴, 장시간 운전으로부터 안전운행 보장,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명절 휴무 보장 등을 생각하면 명절만이라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함으로써 얻는 사회적‧국민경제적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 각자가 명절 선물을 받는 것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고, 고속의 왕래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 통행료 납부가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근거이므로 명절마다 ‘거북이 도로’가 되는 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닌 명백한 ‘저속도로’이므로 통행료를 평소와 같이 받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또한, 명절 연휴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한국도로공사와 민자 사업자를 포함한 고속도로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겨야 할 민족 최대의 명절에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고초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서민‧중산층들에겐 명절은 아무리 뜻 깊어도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왕복 통행료라도 면제된다면 서로에게 좋은 정책(선물)이 될 것이고, 이것은 극심한 민생고와 양극화에 고통 받는 우리 국민들에겐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이번 추석부터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다만, 우리들은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조치를 더욱 실질화 하고, 혹시라도 통행료면제 기간에만 차량이 몰릴 우려도 있어서 명절 연휴 전 기간에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추석엔 10월 3일~5일 3일 동안만 적용하는데 실제 추석 연휴는 10월3일~6일까지 4일이므로 4일 동안 적용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또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도 의미 있는 조치이긴 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유료도로법 개정안 처리도 당부 드립니다. 현재 20대 국회엔 19대 국회에 이어, 명절 및 하계휴가 기간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유로도로법 개정안(윤관석 의원 대표 발의 법안 등)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민생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나기기 위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전향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민생대책을 기대합니다. 끝.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인권연대/참여연대/
대전충남인권연대/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 별첨자료 
※ 별첨 1 : 인권·민생단체 공동 제안문
※ 별첨 2 : 윤관석의원 대표발의 유료도로법 개정안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17/09/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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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2017.10

 

세상에는 무서운 것이 참 많습니다.
귀신, 호랑이, 강도, 테러리스트...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 몸에 쌓이는
합법적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  atopy

 

    04    여는글    몸은 시대의 화두다    법인스님
    06    아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김균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08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이덕희
    11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안종주
    14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최예용
    17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이동우

 

사람

    22    통인    새 대법원장에게 건네는 ‘이용훈 코트’의 선물 보따리 - 권석천 JTBC보도국장   박유안           
    28    만남    인생이라는 그래프 - 정방 회원   호모아줌마데스

 

칼럼

    32    경제    청하와 노동친화적 성장    전성인
    34    역사    금기를 깨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는다!     이신철
    36    여성    백래시와 여혐시장     손희정

 

만화

    38    만화    이럴 줄 몰랐지 <연이의 입원생활>    소복이

 

살맛

    40    읽자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을 만나는 곳, 책을 읽는 사람    박태근
    42    듣자    윤이상 100년,  분단을 넘어 그의 음악을 껴안을 때    이채훈
    44    떠나자    [스페인] 지칠 때까지 먹어야 스페인 여행이지    김은덕, 백종민

 

뉴스

    48    현장    국회여, 개혁행 급행열차를 타라!     이한나
    49    공유    시민의 힘 2017 이 달의 참여연대    안진걸
    54    심층    검찰 셀프개혁은 이제 그만!    김희순
    56    심층    대학 등록금·입학금 문제, 청년이 직접 바꿉니다!    이영모
    58    참여    시민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정세윤
    60    참여    통인동 살이 10년, 참여연대가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영미
    62    참여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알림

    64    투명회계    참여연대 23살 생일을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현정
    66    튼튼날개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박효주

 

화, 2017/09/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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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시대의 화두다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공동대표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일찍이 노자는 ‘인생의 큰 우환은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통찰했다. 사실이 그렇다. 몸을 가진 생명체는 먹어야 하고, 병고에 시달려야 하고, 폭력에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노쇠(老衰)의 슬픔을 감내해야 하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몸이 견디는 고통은 팔만사천 가지 번뇌만큼이나 많고 무겁다. 절집 대웅전 앞에서 기와를 시주하면서 적는 소원에는 대부분이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달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몸은 삶의 장애인가? 

 

예부터 철학자들은 진지하게 몸에 대해 탐구했다. 플라톤은 몸과 영혼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몸은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본래 밝고 자유로운 영혼이 몸에 갇혀 무지와 욕망으로 오염되었다고 파악했다. 영혼을 우위에 두고 몸을 열등한 속성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학습과 수양을 통해서 영혼이 몸을 지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견해가 달랐다. 그에게 몸은 영혼의 질료(hyle)이고 가능태(dynamis)이고, 영혼은 몸의 형상(eidos)이고 현실태(energeia)이다. 몸과 영혼을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상호관계성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후 서양철학은 이원론적인 관점에서 영혼중심설을 강화하는 경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불교를 비롯한 동양철학은 몸과 마음을 애초에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精)·기(氣)·신(神)의 연계가 그러하고 수신(修身)의 강조가 그러했다. 몸에 대한 탐구는 근대에 이르러 서구에서도 니체나 메를로 퐁티와 같이, 인간 존재가 결코 영혼 내지 마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면서 몸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탐구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경전 곳곳에서 몸은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속성을 가졌다고 보았다. 아무리 튼튼하고 힘이 넘치는 몸을 가진 청춘도 시간이 흐르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늙고, 쇠약해지고 흩어진다. 그러니 몸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믿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또 몸에 대한 불건전하고 과도한 애욕은 타는 목마름과 같은 갈증의 고통을 주기 때문에,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 사고하고 애착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몸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집착을 없애기 위해 수행자들은 몸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하는 명상을 한다. 보기에는 아무리 예쁜 얼굴과 몸이라도 뼈와 해골, 여러 가지 내장 기관, 오줌과 똥, 피고름 등으로 이루어진 몸의 구조를 통찰하면 맹목적인 탐착(貪著)에서 벗어나 청정함과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몸을 경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몸을 경건한 대상으로 사유하고 있다. 늘 건강에 유념해야 하고 잘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는글-교체

 

싯다르타는 출가하여 수년간을 극단적으로 음식을 절제했다. 그 결과 기력은 쇠약해지고 정신은 혼미했다.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위험하고 불안한 속성을 가진 몸이지만 결코 혐오하거나 학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몸이 건강할 때 바른 정신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수자타라는 소녀가 공양한 유미죽을 먹고 기운을 얻어 수행한다.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석가모니는 정신과 감각을 가진 몸은 존엄하다고 했다. 따라서 타인의 몸에 대한 멸시와 폭력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법구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은 죽임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이 일을 나에게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때리지 마라.” 신체적 폭력은 곧 인간 존엄성에 대한 위해임을 역설한 것이다. 

 

산업자본주의에 이르러 몸은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늘날 몸은 소비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욕구를 소비하기 위하여 몸은 탐닉과 과시의 대상이 된다.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본주의는 몸을 기꺼이 상품으로 만든다. 또 하나! 돈을 지상의 최고가는 가치로 여기는 이들은 몸에 서슴없이 위해를 가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살충제 달걀, 끝없는 유전자 조작 식품 등이 우리 몸을 위협하고 있다. 부끄러움도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몸은 삶의 전부이다. 몸 철학이 필요한 때이다. 

 

화, 2017/09/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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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주변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화학물질로 이뤄지지 않은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요즘 이런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증을 일컫는 ‘케미포비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케미포비아’란 화학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과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 라고 합니다.

 

이번 호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은 이러한 케미포비아 현상을 다뤄봤습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화학물질의 양면성,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편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도를 알아봤습니다. 더는 살충제 달걀, 독성생리대 등으로부터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달의 <통인>은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방송국으로 옮기기 전, 신문사에서 ‘송곳’ 같은 기사를 써온 27년 차 베테랑 기자입니다. 『정의를 부탁해』로 우리 사회 ‘정의’를 이야기했던 그가 이번엔 법조 분야 경력을 살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를 내놨습니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코트의 사법개혁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소신있는 판결을 하면 재임용에 탈락하고 징계를 받는 양승태 코트가 끝나고 새로운 대법원장이 임명되는 지금, 다시 그때의 시도를 곱씹어 보면 좋겠습니다.

 

호모아줌마데스의 <만남>은 용산화상경마장추방대책위 정방 공동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용산화상경마장은 2013년부터 용산 주민들의 끈질긴 반대운동 끝에 최근 폐쇄하기로 결정된 곳입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학교 앞 경마장 건설 소식을 들은 이후 매주 집회에 나가고 1인시위, 천막농성을 하고 싸움에서 승리하기까지 5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싸워준 용산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열흘이나 됩니다. 그간 소원했던 이들과 덕담도 나누시고 가족과 함께 송편도 빚으며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기 바랍니다.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김균

화, 2017/09/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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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조속히 입학금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은 입학금 폐지 약속한 바 있어
먼저 입학금 징수 근거를 없애야 폐지 논의도 더 빨라질 것

 

입학금 폐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국공립대가 입학금을 폐지한 것에 이어 사립대도 단계적 인하에 동의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입학금 폐지를 사회적 합의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는 이와 다르게 입학금 폐지/인하 법안이 다수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입학금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서 입학금이 조속히 폐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립대는 현행 법상 ‘기타 납부금’ 항목으로 입학금 징수는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입학금을 받는 것은 지금껏 관례였고, 학교 재정의 주요 재원이 되므로 입학금 폐지에 대하여 완강히 반대해왔습니다. 급기야 홍익대학교는 2015년 등록금심의위에서 “신입생들은 과거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여러 가지 유무형의 혜택을 받는 것이므로 입학금을 내는 것”라고 까지 입장을 밝힌 적도 있었습니다.

 

국공립대 입학금 뿐만 아니라 사립대 입학금도 조속히 폐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가 고등교육법에서 입학금 징수 근거를 삭제해야 합니다. 사립대가 입학금 폐지에 대하여 반대하며 버티고 있는 첫번째 근거가 입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법률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원내 정당 대선 후보들 모두 대학 입학금 폐지를 약속한바 있으므로 국회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합니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화, 2017/09/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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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_화학물질의 습격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글. 이덕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호메시스』 저자

 

 

현실
지금 우리가 합성화학물질에 대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10차 방정식을 1차 방정식으로 만들어 풀려고 하는 것과 흡사하다. 20세기 이후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개발한 합성화학물질의 종류가 약 10만여 종이다. 여기에 매년 수천 종이 더해진다. 이 수천 종은 자본주의 사회를 이끄는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일은 취업이 잘되는 대표적인 전공이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생리대 회사에서 예전보다 더 얇으면서도 흡수력이 좋은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새로운 합성화학물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이러한 합성화학물질 덕분에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일상 생활용품은 예전보다 더 보기에 좋아졌고 더 사용하기에 편리해졌다. 우리의 먹거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졌다. 


현재 합성화학물질에 대한 패러다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철저히 개별화학물질 중심이다.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가 어떠니, 생리대에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질이 어떠니 하는 방식이다. 그런 개별화학물질 중심의 접근법은 당연히 개별 먹거리, 개별 생활용품의 접근법으로 이어진다. 눈만 뜨면 우리 주위에 있는 수많은 먹거리와 생활용품들이 하나씩 돌아가면서 이슈가 되는 이유다. 도대체 뭘 먹고 뭘 쓰고 살아야 하느냐고 한탄하는 케미포비아가 양산되는 이유다. 

 

착각
합성화학물질이 아주 높은 농도에서 생명체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성화학물질의 장점은 취하되, 단점은 피하는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위해성 평가라는 것을 만들었다. 하루에 얼마 정도까지는 노출되어도 안전하다는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기기묘묘한 숫자에 ‘허용기준’ 혹은 ‘안전기준’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허용’이나 ‘안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대중들은 모든 걱정을 잊는다. 


사람들은 지금 생리대가 이 사달이 난 이유로 생리대에 포함되는 화학물질들의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부가 서둘러 안전기준을 마련하면, 그래서 기업이 그 기준만 충실히 지켜 준다면, 드디어 그 모든 것이 다시 안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함으로 합성화학물질의 문제를 바라보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허용기준’과 ‘안전기준’이 그 단어 자체로 위험한 이유는 정부와 기업에서 그 기준만 충족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착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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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아주 오랫동안 합성화학물질들의 문제는 높은 농도에서 벌이는 일들이 전부라고 믿어 왔다. 이를 통틀어 독성이라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합성화학물질들이 아주 낮은 농도에서 높은 농도와는 전혀 다른 기전을 통하여 생명체에 이런저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구자들은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아는 지식이란 단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뿐이다. 


개별화학물질들이 높은 농도에서 보이는 독성은 위해성 평가라는 그럴듯한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낮은 농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두고 개별화학물질이 이러니저러니 따지는 것은 실험실에서만 의미가 있을 뿐, 사람에게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이 영역은 수천, 수만 가지 합성화학물질들이 혼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간에는 매우 복잡한,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유들은 꽤나 많지만 그중 하나가 비선형성(非線形性)이다. 비선형성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선형성을 이해하기 힘든가? 화학물질이 높은 농도에서 나타내는 독성은 반전의 기회가 없다.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더 해롭다. 그러나 낮은 농도에서 벌이는 사건들은 우리 몸이 이를 적절한 시점에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생명체는 즉각적으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다. 외부 환경에 대하여 내부의 항상성 유지를 위한 노력은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다. 이 노력의 결과가 화학물질의 경우 비선형성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현상을 혹자는 ‘호메시스’라고 불렀다. 

 

선택 
의학은 나날이 발달하는데 아픈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최근 들어 아주 낮은 농도를 가진 합성화학물질들이 많은 질병의 감춰진 원인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 수많은 합성화학물질의 존재가 단지 정부가 무능해서 그리고 기업이 탐욕스러워서 발생한 문제일까? 아니다. 그냥 우리가 사는 시대가 그런 시대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피해자이자 모든 사람이 가해자인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개별 합성화학물질이 아주 높은 독성영역에서 벌이는 문제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제대로 일을 할 줄 아는 성실한 정부가 존재할 때, 그리고 이윤 추구만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아님을 아는 정직한 기업이 존재할 때,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같은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현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법, 규정, 그리고 엄정한 관리를 통하여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의미 없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등장하는 발암물질, 중금속,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특정 먹거리나 특정 생활용품 피하면서 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피해야 할 것이 자꾸 늘어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오면 의미 없는 것에 더하여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이런 삶은 종국에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란 자고로 생명체가 화학물질이 내 몸에 끼친 영향을 바로 잡기 위한 자구책 마련 노력을 방해하는데 일등 공신이다. 병적인 케미포비아가 되면, 피하면서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이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환자들은 예외다. 운이 좋다면 피하며 살기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음은 내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바로 내 몸을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끊임없이 온갖 경로를 통하여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합성화학물질을 몸 밖으로 빨리 내보내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이들이 세포 수준에서 벌이는 일들을 빨리 인지하여 우리 인체의 항상성 유지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떻게? 바로 우리가 움직이고 우리가 먹는 것이 핵심이다. 살을 빼기 위하여, 근육을 만들기 위하여, 영양소를 챙기는 목적이 아니다.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이 21세기에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일종의 생존 방법이다. 이 생존 방법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아는 만큼 바뀔 수 있다.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1.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2.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3.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4.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화, 2017/09/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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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_화학물질의 습격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글.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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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은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가톨릭 내부에 벌어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독자들로 하여금 사실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밀도 있게 그려냈다. 신을 모시는 성직자 내지는 종교의 세계에도 선악이 있다면 속세, 즉 인간의 세계에서, 나아가 지구와 우주에서도 거의 모든 것이 선악으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을 포함한 뭇 생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물과 공기이다.

 

하지만 이것들조차 선과 악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라고 일컫는다. 물 없이 생명은 지탱할 수 없다. 산소를 포함한 공기도 마찬가지다. 천사의 모습이다. 하지만 물과 산소는 천사의 모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악마의 모습도 하고 있다. 한꺼번에 물을 과도하게 마시거나 산소가 가득한 공기를 계속 들이마신다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맞게 된다. 물과 공기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오늘 다룰 주제인 화학물질은 물과 공기보다 더 확실하게 천사와 악마라는 두 얼굴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화학물질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 만큼 일상생활과 문명, 그리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그것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수병과 화장실 변기, 각종 살충제와 농약, 포장재, 건축자재, 자동차, 배, 비행기 등 교통수단과 연료, 의약품, 화장품, 식품, 식품첨가물, 향료, 감미료, 휴대폰과 컴퓨터, 옷 등은 그 자체가 화학물질이거나 화학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모든 생명체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생체화학, 즉 생화학은 논의 대상에서 빼자. 

 

최초의 화학물질 천사, 매독치료제 살바르산
먼저 천사의 얼굴을 한 화학 내지는 화학물질을 들여다보자. 1492년 콜럼버스 탐험대가 신대륙에 도착해 이곳을 본격 탐험·정복한 뒤 매독균을 유럽에 옮겨와 16세기부터 유럽에 매독이 유행하기 시작됐다. 매독은 곧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감염병 반열에 올랐다. 독일 과학자 폴 에를리히(Paul Ehrlich)는 606 차례의 실험 끝에 1910년 매독균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화학물질을 개발했다. 바로 살바르산(Salvarsan)이다. 세계 최초로 화학요법제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살바르산은 마법의 탄환처럼 여겨졌다. 물론 지금은 그 부작용이 크고 다른 약물로 대체돼 사라졌지만 말이다.


살바르산 이후에도 화학제품은 우리의 생활과 문명 자체를 바꾸어놓을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내지 수백 개의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이 사라진 세상은 상상 자체가 어렵다. 독일화학자협회장을 지낸 볼프람 코흐는 “우리는 화학 덕분에 복지 혜택을 받고 일상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화학은 도처에 깔려 있다’는 말은 환경 문제 토론에서는 욕이나 다름없었지만 실은 화학의 일상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자이자 저술가인 독일의 크바드베크제거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세상은 화학으로 이루어졌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우리는 화학이 지닌 위험 속에 살고 있다는 것과 바로 연결된다. 화학은 천사뿐만 아니라 악마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므로.

 

냉장고 냉매 프레온 가스, 천사에서 오존층 파괴 악마로 
천사의 모습으로 인류 사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나중에는 악마로 낙인 찍혀 영구추방당한 화학물질은 많다. 대표적 사례로는 냉장고 냉매와 각종 스프레이 용매로 쓰였던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를 꼽을 수 있다. 프레온 가스가 인류에게 끼친 긍정적 역할은 엄청났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이것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은 지구상에서 쓸쓸하게 사려졌다.

 

디에틸스틸베스트롤(DES, diethylstilbestrol)이라는 합성 비(非)스테로이드에스트로겐 호르몬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38년 첫 합성에 성공한 이 물질은 1940년부터 1971년까지 무려 30년 넘게 유산 방지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임신 여성에 처방됐다. 미국에서만 이 기간 동안 무려 3백만 명이 이 약물을 처방 받았다. 하지만 1971년 이 물질을 복용한 여성에게서 외려 유방암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뒤 임신부뿐만 아니라 태아에게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여성의 질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드러나 즉각 퇴출됐다. 

 

살충제 달걀, POPs의 악마성 경계 게을리 한 결과
‘살충제 달걀’ 사태로 다시 우리 기억에서 되살아난 디디티(DDT, 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는 농약의 대명사였다. 디디티는 한때 모기와 파리, 그리고 이, 벼룩 따위를 잡아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천사 같은 존재였다. 몸과 머리카락에 득실거리는 이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천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디디티는 잠깐 천사의 모습을 한 뒤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책 출판을 계기로 악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충뿐만 아니라 새와 인간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악마성을 지니고 있다고 카슨 여사는 경고했다. 그리고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들도 그 경고를 받아들여 1970년대부터 말라리아모기 퇴치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구상에서 퇴출시켰다. 디디티는 생물농축성이 있고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 잔류성이 강한 대표적인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이다. 

 

국제사회는 디디티와 같은 팝스 물질이 지닌 위험성에서 생태계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 5월 22일 스톡홀름에서 POPs 제조와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①을 맺었고 2004년 발효되었다. 규제 대상은 12개 잔류유기성오염물질로 폴리염화비페닐, 다이옥신, 퓨란, 알드린, 디엘드린, DDT, 엔드린, 클로르덴, 헥사클로로벤젠, 마이렉스, 톡사펜, 헵타클로르 등 대부분 염소계 농약, 즉 살충제이다. 팝스 물질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 20~40년이 됐지만 여전히 수생태계와 토양 등에 남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모유나 생물농축을 통한 먹이사슬 상위포식자, 그리고 이들이 잔류하고 있는 토양에서 자란 식물과 과일 등에서 이들 악마의 화학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닭 등 가축을 방목하거나 과수와 채소를 재배하기 전에 반드시 토양에 이들 물질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사하는 필수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디디티 닭, 디디티 달걀은 팝스 물질이 지닌 악마적 성격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계를 게을리 해 일어난 것이다.

 

친환경생태 농축산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져
이처럼 살충제, 농약 등 살생물제의 위험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큼지막한 사건을 여러번 겪고도 왜 우리는 ‘살충제 달걀’ 파동과 같은 사건을 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인가? 우리보다 유해물질 관리가 더 철저할 것 같은 서구유럽에서도 ‘살충제 달걀’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인류 사회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더불어 식량 대량생산, 그리고 육식에 매달리는 방향으로 급격히 이동해갔다. 수익을 내기 위한 농축산가는 저밀집 내지 방목 사육이 아니라 대량밀집 사육 방식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사육 방식은 닭 등 사육 가축의 면역력 약화를 가져오고 각종 가축 감염병과 이, 진드기 등 해충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사람이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내성균이 생겨 점점 더 센 항생제를 개발해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듯이 가축에도 점차 더 강한 독성 내지는 심지어는 발암성까지 있는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 사용이 허용된 살충제라 할지라도 농도와 양, 빈도도 더욱 많이, 자주 사용함으로써 닭이나 달걀, 그리고 소·돼지 등 가축들이 날이 갈수록 더 심하게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소비자 건강 위협으로 연결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과감한 사육 방식의 변화, 즉 무늬만이 아니라 진짜 친환경 생태 사육을 하고 육식을 점차 줄여나가는, 이른바 농축산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지금이야말로 친환경 생태농업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화학물질이 지닌 악마의 모습을 또 만나게 될 것이다. 

 


① 스톡홀름협약 또는 팝스협약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1.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2.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3.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4.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화, 2017/09/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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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3_화학물질의 습격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생활화학제품과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가습기살균제와 생리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또는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었고, 계란은 많은 사람들이 섭취하는 먹거리라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안전에 관해 아무런 의심 없이 매일 사용하거나 먹는 제품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이를 가능한 한 멀리하려는 움직임인 ‘케미포피아’ 현상은 시민과 소비자로서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자 자구책이다.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의 공통점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져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문제를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 파악과 대책 마련에 손을 놓아버렸고 제조사는 나 몰라라 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늘 힘없는 소비자만 당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피해자를 찾고 대책을 제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 처음 2년 동안 공식적으로 피해자를 찾는 과정이 없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피해자 신고를 받고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함께 피해조사를 실시하자 마지못해 정부가 나섰다. 지금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서지 않고 신고 전화만 받고 있다. 


기업은 더하다. 자사 제품을 쓰다가 발생한 문제인데도 ‘피해자 신고접수 창구’를 지금까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생리대의 경우 단순 교환만 해줄 뿐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키저’는 민사소송에 대응하면서 자사 제품의 안전조사 자료를 조작하고 은폐했다. 


갈수록 ‘위험사회’란 말이 실감 난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여기서 주로 언급하는 세 가지 사건이 그렇다. 모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후의 해결 과정이 더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인 안전대응과 피해대책은 물론이고 원인파악도 쉽지 않다. 피해자만 억울한 상황이 반복된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수록 사회가 더 안전해져야 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환경보건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등 관련 법률과 제도가 마련되고 보강된다고 하지만 ‘제2의 가습기살균제를 막겠다’는 정부의 큰소리를 믿기 힘들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하고 피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니 ‘대통령이 립서비스 한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장 · 차관이 임명된 지 서너 달이 지났지만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마련된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문제를 풀려면 숲을 보아야 하는데 장 · 차관부터 실무자까지 모두들 개별 나무를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야 
참여사회 독자들에게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조금은 원론적이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재발방지 방향을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기업의 영업권보다 소비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현행 화평법 등으로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막지 못하고, 제품 내 화학물질 안전관리도 어렵다. 두 번째, 소비자제품과 어린이용품 중 화학물질 안전관리는 전문부처인 환경부로, 식품에 대한 안전은 식약처로 일원화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제품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예방적 안전점검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화평법의 화학물질 등록평가와 함께 화학물질이 함유된 소비자제품 자체에 대한 등록과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사전 안전검검이 없으면 시장도 없다는 원칙 ‘No data No market’에서 나아가 안전도 없다(‘No Safety’)를 강조해야 한다. 


넷째, 소비자제품 중 화학물질 정보공유에 기반을 둔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 위해우려제품에 대한 성분등록제를 화평법에 도입하고,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전성분표시제를 확대하고 특히 어린이용품에 관해 성분등록제 및 안심마트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다섯 번째, 징벌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제조물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실질적으로 제조자에게 묻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의 ‘최소보호 금지원칙’ 위배 또는 부작위에 의한 국가배상을 통해 국가가 국민과 소비자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가습기살균제 유사제품추방 및 스프레이 제품 중 흡입독성이 확인 안 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독성생리대 3대 환경보건 사건비교표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사건비교표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1.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2.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3.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4.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화, 2017/09/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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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_화학물질의 습격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글. 이동우 변호사

 

 

가습기살균제 피해, 독성 생리대 문제와 같이 다수의 국민이나 소비자에 대해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대표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어떤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위의 두 제도는 제한적이나마 이미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두 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부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제기하는 ‘집단소송’
집단소송에 대한 정의는 법률이나 문헌보다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시행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르면,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중의 1인 또는 수인(數人)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말한다. 즉, 피해자 전부가 아닌 일부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이른바 옵트인(Opt-In) 방식과 나에게는 재판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해달라고 청구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나뉘는데, 현재 논의되는 내용은 대체로 옵트아웃방식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나 독성 생리대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거론되는 집단소송법 도입은, 쉽게 설명하자면 현재 ‘증권의 매매 또는 그 밖의 거래과정’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집단소송을 소비자나 국민 다수가 피해자인 경우까지 확대해 적용하자는 논의다. 

 

특집-이동우-사진

 

지나치게 엄격한 소송제기 요건의 완화가 필수적
그러나 현재 도입된 집단소송법은 허용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해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즉, 현재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소송하려는 구성원이 50인 이상이고, 구성원들의 보유주식이 발행주식의 1만분의 1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50인 이상을 모으기도 어렵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해장 주식의 1만분의 1을 보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차제에 도입되는 집단소송법은 이러한 소송제기 요건을 완화해서 잘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의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영·미에서 발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더 많은 배상을 하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영미법에서 발달한 제도이다. 영미법에서는 전통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와 과실의 불법행위를 구별하여 전자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강화하고 고의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공정거래 관련 법률인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조물 책임법」 등에 도입되어 있으며, 현재 도입이 논의되는 소비자 피해 등도 대체로 공정거래 사안으로 분류된다. 즉,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의는 대체로 공정거래, 좀 더 정확히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와 관련되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작동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우리나라도 하도급법 등에 이미 3배 손해배상제도(treble damages)가 도입되어 있으나 현재까지 해당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로 파악되는 데 먼저 인지세 및 패소 시 부담비용과 같은 ‘소송비용’의 문제이다. 현행법은 청구하는 소송가액, 쉽게 말해 손해배상요구금액에 따라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인지세가 높아지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인지세도 3배를 내야 한다.

 

그러나 위 제도로 승소한 사례가 없는 만큼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3배나 높은 인지세를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아울러 패소했을 경우에도 3배를 기준으로 변호사비용이나 감정비용 등의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지세는 일정액으로 고정시키고, 패소 시 부담도 3배가 아닌 원손해를 기준으로 하도록 해 해당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3배의 범위다. 현재 하도급법의 경우, 3배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원사업자(원청업체)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수급사업자(하청업체)는 관련 업계에서 더 이상 영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원청에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순간 당사자는 거래단절 및 해당 업역에서 퇴출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 피해와 함께, 객관화되고 수량화되기 어려운 손해는 손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민사법 체계를 고려한다면 3배의 배상범위는 피해기업이나 피해자가 해당 제도를 이용할 유인(誘因)이 되기 어렵다. 범위 확대에 관해서는 이미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적어도 앞선 사항 등을 고려하면 10배 이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고의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측면에 비추어 보아도 배상범위의 상향은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사안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논의되는 고의의 불법행위, 특히 불공정거래행위는 그 성격상 뇌물죄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즉 직접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되는 간접증거와 관계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주의와 변론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엄격한 서면 증거 중심의 판단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 민사재판의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사안의 특수성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 영 · 미식의 디스커버리제도의 도입과 함께 국민들이 직접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국민참여재판을 불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현행 민사법원의 엄격한 서면 증거주의 문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민들이 건전한 법감정과 경험법칙을 토대로 보편적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판단을 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그만큼 판사들의 부담도 완화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손해배상제

 

제도 도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제도의 활성화
이처럼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미 우리 법체계에 일부나마 도입되어 있으나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무작정 제도 도입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도입한 후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대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 각 분야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앞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토대로 제대로 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과 활성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특집.  화학물질의 습격  2017_10월호 월간 참여사회

1.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 
2.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의 화학물질 

3. 화학물질 안전망이 필요하다 

4.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화, 2017/09/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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