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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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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와 국회

익명 (미확인) | 금, 2018/02/02- 09:35

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와 국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는 4건의 저작권법 개정안[1]을 병합 심사하여 2017. 12. 1. 위원회 대안(이하 “교문위 대안”)을 마련했다. 교문위 대안은 저작물의 사적이용 범위를 축소하고, 정보매개자의 면책 범위를 조약에서 약속한 것과 다르게 줄이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부여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범위 제한(안 제30조) –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행위까지 금지

교문위 대안은 현행 저작권법에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의 “복사기기”를 “복제기기”로 확대하였다. 확대 취지는 스캐너와 녹화기기 등 복제가 가능한 모든 기기를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음악이나 영화, 방송물을 다시 듣거나 보기 위해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행위까지 금지될 우려가 있다. 가령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동영상이나 문서, 음악 파일을 올리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네이버 클라우드를 교문위 대안의 “복제기기”로 볼 경우, 네이버 이용자는 자신이 구매한 정품 음악이나 동영상을 더 이상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없게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장려한다며 클라우드 산업발전법까지 만든 국회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만든 배경에는 북스캔 대행 서비스가 있다. 그동안 저작권자들과 문체부는 이용자가 구매한 책을 스캔해주는 서비스를 불법으로 몰아세워 단속해 왔는데, 이번 개정안에서 “복사기기”를 “복제기기”로 확대하여 “합법” 북스캔의 여지를 없애 버렸다. 정품을 구매한 저작물의 사적이용 범위를 이렇게 축소하면, 고가의 디지털 복합기를 사거나 북스캔 장비를 구입할 재력이 있는 개인에게만 사적이용이 허용되는 ‘사적이용의 빈부격차’를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기기나 플랫폼에 구속되지 않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법이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종이책을 샀다고 해서 종이책 형태로만 책을 읽으라거나,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한 음악은 스마트폰으로만 들으라고 강요하는 교문위 대안은 디지털 시대의 저작물 이용환경에 역행한다.

또 다른 문제는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이다.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목적상 필요하면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법 제25조 제3항). 여기서 수업목적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과제를 준비하기 위한 것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대학생이 시험 준비를 위해 책을 스캔하거나 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고,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문위 대안은 사적이용의 범위를 축소하여 이러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과도한 면책 요건 부과(안 제102조 제1항) – 한미 FTA의 불평등 이행 문제

교문위 대안은 정보매개자 중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요건을 축소하여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동일하게 변경했다.[2] 교문위는 이렇게 변경한 이유에 대해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요건을 다른 정보매개자와 달리 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검색 서비스와 호스팅 서비스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면책 요건도 달리 정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저작물의 송신을 시작하지 아니한 경우(제102조 제1항 제1호 가목) 면책을 주장할 수 있으나, 교문위 대안에서는 이것 외에도 저작물이나 수신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하고(동호 나목), 반복 침해자의 계정 해지 방침을 채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이행해야만 하며(동호 다목), 표준적인 기술조치를 수용해야(동호 라목)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교문위 대안에서 추가된 3가지 요건은 원래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것들인데, 이것이 우리 법에 들어온 이유는 한미 FTA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은 이행하지도 않은 요건을 한미 FTA에 넣어놓고 우리만 과도하게 이행한다는 점이다. 한미 FTA에서 정보매개자 면책 요건은 미국 저작권법 제512조를 반영하여 정했는데, 정작 FTA 조항(제18.10조 제30항)에는 미국법에는 없는 요건을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했고, 한미 FTA가 발효된 지 5년 가까이 미국은 FTA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교문위 대안이 한미 FTA를 우리라도 충실히 이행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FTA에는 명시되어 있는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예외를 개정안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취지로 보기도 어렵다. 즉, 한미 FTA 제18.10조 제30항 나호 2목에 따르면,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검색 기능 그 자체에 어떤 형태의 선택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이나 수신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면책 요건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데, 교문위 대안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검색 서비스의 특성과 한미 FTA 이행의 불평등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범위를 축소한 교문위 대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의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 부여(안 제133조의2 및 제133조의3) –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2012년 1월 18일 위키피디아 영문 사이트의 블랙아웃을 촉발한 법안이 있었다. 미국 의회에 제안된 SOPA(Stop Online Piracy Act), PIPA(Protect IP Act)로 불리는 법안이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해외 사이트를 미국 정부가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SOPA, PIPA는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여 결국 폐기되었다.

교문위 대안은 SOPA, PIPA보다 더 강력하다. 저작권 침해물뿐만 아니라 침해물과 관련된 정보까지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법적 판단도 없이 침해 관련 정보를 게시한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문체부 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이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기본권인 정보접근권을 중대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보호원에게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주면 저작물의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저작권 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보호원은 원래 저작권자 단체들이 만든 사조직인 저작권보호센터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도록 2016년에 법정화한 것이다. 그리고 보호원은 저작권 보호라는 편향적인 사업을 주목적으로 한다(저작권법 제122조의2 제1항). 따라서, 보호원에 의한 사이트 접속 차단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위해 편향되게 이루어질 위험성과 과잉 차단이 남발될 위험성이 구조화되어 있다.

또한 문체부 장관과 보호원의 접속차단은 모두 보호원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저작권법 제122조의6 제2항은 심의위원회는 권리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와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정하고 있지만, 심의위원회는 이러한 법정 요건에 따라 구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권리자 편향적인 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2018년 2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1] 2017년 1월 4일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 2017년 2월 28일, 7월 10일 김정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2건의 개정안, 2017년 2월 6일 염동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2] 현행 저작권법은 정보 매개자를 4가지 유형 ① 접속 서비스 제공자, ② 캐싱(caching) 서비스 제공자, ③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 ④ 검색 서비스 제공자로 나누어 각각의 면책요건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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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민주당이 어제 (2021. 8. 19.) 국회 문체위에서 문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켰다. 언론 현업단체, 여러 시민사회단체, 대한변호사협회,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국제언론단체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오픈넷이 이미 수차례 지적한바와 같이, 언론, 표현 행위는 위법성 여부나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로서 함부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본 법안은 허위성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 없는 ‘중과실’에 의한 오보나, 직접 보도가 아닌 ‘매개’ 행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원칙에 위반하는 과도하고 위헌적인 입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엇보다 법안은 민사법의 대원칙을 거슬러 많은 경우 언론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함으로써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만들어놓았다.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요건들은 ‘제목,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 왜곡’, ‘반복적 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이며 보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과도 무관한 것들이다. 특히 이번에 기습적으로 추가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거의 모든 언론 소송에서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합리적 이유없이 민사소송상 당사자 일방의 지위를 불리하게 만드는 규정은 명백히 위헌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폭넓게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하고, 원고의 소송 제기 부담은 덜어주고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지위에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언론사에 대한 소송 제기를 더욱 활성화시켜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공인과 기업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민주당은 법원이 결과적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기에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침해될 일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은 애매한 분야라 누구도 법적 결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언론으로서는 큰 부담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공인과 기업들이 언론사와 포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기사열람차단 청구로 압박하고, 불안한 언론과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포털사는 기사를 내려주고, 해당 언론은 물론 다른 언론도 그 사안에 대한 후속, 추가 보도는 자제하게 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공직자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도,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며, 배액배상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뿐이지, 언론의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언론 상대 소송 남발의 증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 추가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역시 무용하다. 이는 최종 판결시 법원이 공익 목적을 인정하면 배액배상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공익 보도에 대한 소 제기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남발과 이로 인한 위축효과를 방지할 수가 없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지만 고소 남발과 수사개시로 인한 위축효과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공익 목적’은 이미 지금도 법원이 보도의 위법성 판단이나 배상액 산정에 있어 고려하고 있는 사항으로 따로 규정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공익 목적’은 보다 넓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인데 법안은 오히려 공익신고자보호법상의 공익침해행위, 부정청탁금지법상의 행위와 관련한 보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징벌’의 칼날은 누구나 휘두를 수 있고, 누구의 목에나 겨눠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징벌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주로 언론의 주요한 감시, 비판의 대상인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다.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 활동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손해로 돌아온다.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언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본 법안에 대한 강행 추진을 중단하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 국민공청회 등 사회적 숙의 절차를 밟으며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2021. 8. 20.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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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1/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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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최근 집게손가락 표현을 ‘남성혐오’라 우기는 억지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해 유사 표현들을 자체검열하고 있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이 여성혐오에 동조하는 블랙리스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공적 가치를 생산하는 정부기관과, 그와 유사한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공적 가치 생산과 사회적 자원 배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들의 의견 표명은 사회 질서와 균형을 잡는 데에 큰 무게감을 가진다. 그렇기에 정부기관과 대기업은 사회에 대한 막중한 책무를 항시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책무를 잊은 채 집게손 블랙리스팅에 적극 가담하였다. 검증되지도 않은 논란에 앞장서서 사과하고 억지 근거로 지목한 이미지를 바쁘게 지우고 표현의 당사자를 징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였고, 우리 사회 내 반페미니즘 풍조에 힘을 실어주어 페미니스트들의 대항표현을 전반적으로 위축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부 커뮤니티 내 남성들의 억지주장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이 그것을 기정사실로 오인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데 다 함께 일조했다. 

무엇보다 공적 가치 생산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공공기관이라면 집게손가락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물론이고 남성혐오표현이 성립 가능한가부터 따져보았어야 마땅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 보고서는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단순히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표현이 아닌 것이다. 특정 맥락에서 사용된 집게손가락 표현이 남성의 성기크기를 비하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남성의 사회적 지위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집게손가락 표현은 혐오표현은 물론이거니와 남성혐오표현이라고도 규정할 수 없다. 또 특정 사회에서 다수이거나 그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판적 표현이나 희화화한 표현 역시 혐오표현으로 성립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표현이 혐오표현으로 규정된다면 백인을 대상으로 한 소수 인종의 대항표현, 일제의 식민통치를 비판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비판적이고 대항적인 표현 역시 모두 혐오표현으로 제한받게 될 것이다. 더욱 허탈한 것은 지금까지 문제시된 포스터들이 명확하게 남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라는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정부기관과 기업이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과하고 삭제하는 데 급급하기 전에 이들 이미지가 명백하게 누군가를 경멸하려는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가를 거듭 생각해봤어야 했다. 집게손 이미지는 물론이고 집게손가락 표현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 전인류적으로 보편화된 이미지이다. 정부기관과 기업의 고민없는 즉각적인 반응은 우리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보편적인 표현 하나를 없애버렸다. 집게손가락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더 이상 집게손가락 표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남성들의 비난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후에서야 그 도를 넘은 비난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는지 우리 사회는 깨달아가고 있다. 부디 얼마 지나지 않아 꺼져버릴 불씨에 허둥지둥하다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후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기업과 정부기관이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에 휘둘리며 더 이상의 블랙리스트를 생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기관의 중심잡힌 대처를 요청한다. 

현재까지 집게손가락 표현이 포함된 포스터에 대한 지적에 사과하고 포스터를 삭제한 정부기관과 기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정부(공공)기관>
행정안전부, 국방부, 서울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북 포항시, 경기 평택시, 전쟁기념관, 인천교통공사

<기업>
교촌치킨, 서울이랜드FC, 스타벅스RTD, 제네시스비비큐, 카카오뱅크, GS리테일

2021년 8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1/08/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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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8월3일 17개 국제인권단체들과 함께 태국정부가 코로나 관련 긴급사태에 대응하겠다며 공포한 규정29호(Regulation No. 29)가 “(대중에게) 공포를 주입하는” 정보를 규제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해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미얀마,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연이어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명목으로 인권에 반하는 법안들이 통과되고 제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태국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고 2020년3월25일 공포된 비상사태행정에 대한 긴급시행령 제9조3항(section 9(3) of the Emergency Decree on Public Administration in Emergency Situation B.E. 2548)의 하위법령인 규정29호는 “공포를 주입하거나” 또는 “정보를 왜곡하여 비상상황을 오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국가안보, 공공질서 또는 국민도덕에 영향을 주는 문건”의 배포를 최고 2년의 징역형 및 벌금에 처하며 이와 관련된 정부부처의 규제권한을 강화하였다. 우리나라의 언론중재법이 “허위 조작 보도”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내어 소위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배상책임을 창설하려고 했던 움직임에 견줄 수 있다.

형사처벌 외에도 망사업자들은 법원의 영장이 없더라도 통신규제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관련 IP주소를 즉시 차단함은 물론 IP주소를 제출하여 경찰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었으며 이 의무를 방기하는 망사업자들은 징계된다.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3항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영장 제시 없이도 가입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에 견줄 수 있다.

규정29호는 코로나 상황과 관련하여 태국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여러 시도들의 정점에 와 있다 – 긴급조치, 규정 1호 및 27호, 컴퓨터관련형법 2017년 개정법, 국왕모독죄,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 우리나라처럼 명예훼손죄, 모욕죄가 고위공직자들의 평판 보호에 이용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이들 법률들은 소위 “가짜뉴스” 규제를 위해 동원되어 정부의 방역조치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수사 및 처벌로 이어졌다. 이번 규정29호 역시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영문 원문은 여기 http://opennetkorea.org/en/wp/3367.

화, 2021/09/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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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9273)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익제보 목적의 개인정보 이용·제공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5와 제28조의7을 개정해 가명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열람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데이터3법의 통과 직후부터 제28조의7의 문제를 지적하고 민병덕 의원실과 함께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개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다음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꼭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이유와 주요내용에 의하면 “현재 가명정보는 어떠한 경우에도 재식별화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정보주체가 열람권과 정정권 등을 행사하려고 할 때도 재식별화를 할 수가 없어 권리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있고, “가명정보의 재식별화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명정보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의 열람권과 정정권을 제약한 것은 GDPR이 과학적 연구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는 연구를 급부로 하여 정보주체의 열람권 정정권 등을 제약하려 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하여 이용된 가명정보”에 대해서만 정보주체의 열람권 등을 제한하고, 다른 목적의 가명정보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제28조의7을 개정하면서, 정보주체의 권리 행사나 개인정보처리자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식별화가 가능하도록 제28조의5를 개정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법 제18조 제2항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을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GDPR과 달리 공익제보의 목적 외 이용 또는 제공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 공익제보를 가로막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공익을 위하거나 개인정보처리자의 공무수행에 필요한 경우”와 “개인정보처리자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를 추가하여 공익제보를 활성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또한 오픈넷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부분이다.

현행법에서 가명정보도 개인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가명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열람권(제35조), 정정·삭제권(제36조), 처리거부권(제37조)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큰 침해이다. GDPR에서는 ‘과학적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archiving) 등의 목적’을 위해서 이용된 경우에만 열람권, 정정권, 처리거부권 등이 제한되고 있고, 이를 위해 해석상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 즉 열람, 정정, 처리거부 등을 위한 가명정보의 재식별화는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 가명처리가 되었다고 해서 과학적 연구 목적 등 이용에 대한 동의요건이 없어짐은 물론 모든 목적의 이용에 대한 열람, 정정, 삭제, 처리거부 등의 권리도 없어진다면 ‘가명정보도 개인정보’라는 GDPR의 대전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처리자 입장에서는 가명정보의 재식별화가 예외없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해주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동 조항들에 근거해 가명정보 처리에 관한 정보주체의 권리 행사를 거부하고 있고, 참여연대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7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의 핵심에는 데이터 활용에 기반한 데이터 산업 육성이 있고, 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 기조 하에 2020년 데이터3법의 개정이 급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28조의7과 같이 정보주체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들어오는 등 졸속입법의 한계가 드러났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데이터3법 개정이 이루어진지 1년도 안 되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민병덕 의원안의 내용이 반영된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4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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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1/04/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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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의원은 2020년 12월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계약 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안번호: 2106370)을 발의하였다. 조문 자체는 ‘불합리’, ‘차별’을 금지한다는 미사여구로 이루어져 있으나 결국 입법취지와 조문구조를 살펴볼 때 ‘망이용료’를 법제화하는 세계유일의 법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입법시도는 망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의무에 대해 잘못된 정책적 시그널을 보내 최근 불거진 인터넷속도 과대광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속되는 망이용료 법제화 시도에 반대하며 이와 관련된 웨비나를 5월 18일 오후1시 30분에 개최할 예정이다. (웨비나 참가신청)

한국에서 쓰는 ‘망이용료’라는 개념 즉 망사업자가 콘텐츠제공자의 데이터를 망사업자의 고객들에게 전달한 대가를 콘텐츠제공자로부터 받는 ‘데이터전송료’로서의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실행된 바가 없다. 2012년에 유럽망사업자연합회가 데이터발신자가 데이터를 받아주는 망사업자에게 전송료를 내야 한다는 발신자종량제(Sending Party Network Pays)규칙의 입법을 국제통신기구(ITU)에 제안했다가 유럽통신규제기구(BEREC)에 의해 신랄하게 비판을 받고 포기한 바 있다(아래 발췌문).

[번역: <유럽통신규제기구의 2012년 유럽 망사업자의 발신자종량제 제안에 대한 답변> 인터넷 상호접속계약은 접속용량의 제공에 대한 것이지 여러 독립된 망사업자들을 횡단하는 데이터 흐름의 단대단 전송에 대한 것이 아니다. 과거 전화망의 음성 트래픽과 달리 데이터는 독점적으로 점유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하지 않으며,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특정 데이터 흐름의 성격이나 통행량을 특정하기도 불가능하다(그래서 그런 식으로 과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상호접속에 대한 과금은 상호접속지점에서 제공되는 용량에 비례해야 한다. 유럽망사업자연합회의 발신자종량제 제안은 인터넷의 분산화된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방식에 완전히 반한다. . . 개별 트래픽의 가치나 통행량에 비례한 과금은 현재 인터넷의 과금체계에 대한 과격한 일탈이다.]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 연방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명령(Open Internet Order)에서는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아래 발췌문). 

[번역: 미국연방통신위원회 2015년 망중립성 명령, <113문단> 마지막으로, 차단금지규칙은 브로드밴드 사업자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가통신사업자의 콘텐츠, 서비스 또는 앱이 브로드밴드 고객들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망중립성 명령은 트럼프 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에 의해 취소되었지만 망중립성을 수호하려는 주정부들에 의해 2018년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에 계승되었고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 금지 조항은 3101(a)(3)(A)에 계승되었다(아래 발췌문). 참고로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은 트럼프 정부 때 법무부의  소송합의에 의해 효력정지가 되었다가 바이든 정부 법무부가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현재 유효한 법이다.

[번역: 캘리포니아 2018년 망중립성법 – 캘리포니아 민법 3101조(a)항: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이용자들에게 인터넷트래픽을 전달하는 금전적 또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느 법조문에도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개념은 없었다. 단,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망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접속료를 발신자종량제의 형태로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2020년에는 서비스안정화의무법을 통해 콘텐츠제공자에게 데이터전송서비스를 안정화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2016년 시행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경우에도 입법취지에서 ‘망이용료’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1년에는 전혜숙 의원 법안에서 입법취지에서 ‘통신망 이용료’를 명시하면서 ‘통신망 이용 및 제공에 대한 계약’의 변경권한을 규정하였다.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처음 인정하려는 것은 물론 정부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 징수를 직접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도록 하였다. 

물론 모든 사인간의 계약은 정부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그런 권한의 화신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규제, 담합 예방, 소비자보호 등의 목적으로 계약관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혜숙 의원 법안은 정부가 나서서 망사업자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입법흐름과 전혜숙 의원 법안에 반대한다. 첫째,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재정적으로 감당해왔던 망중립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들의 자발적인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누군가 소유하면서 타인에게 이용권을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통신시스템이 아니다. 단지 모든 망사업자들이 서로 접속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이웃으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를 도착지에 가깝게 옆으로 한 칸 전달한다는 약속으로 뭉쳐져 있고 그 약속을 뒷배삼아 고객들에게도 접속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망사업자가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데이터사용량이 아니라 접속속도(용량)이고 망사업자가 해외의 상위망사업자로부터 구매해오는 것도 접속속도(용량)이다. 망사업자들이 전송료를 받게 되면 콘텐츠를 올린 사람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열람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해야 할 것이며 인터넷이 열어젖힌 표현의 자유의 세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 엄청난 전화비와 우표값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로 퇴보할 것이다. 

망사업자들의 광고비의 혜택을 받는 국내의 다수언론은 외국에서는 망사업자들이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망사업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지만 과거에 극소수에 있었다가 그마저도 거의 없어진 사례들로서 일반화할 수 없다. 특히 어떤 사례들은 전송료가 아닌 접속료를 내고 있는 것(paid peering 사례)으로서 망사업자와 실제 접속을 하는 콘텐츠제공자에게만 적용되고 종량제가 아닌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부가되었기 때문에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라고 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안정화의무법 및 전혜숙 의원 법안은 조문상 망사업자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콘텐츠제공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물론 망사업자간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이 콘텐츠제공자에게 전송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 인터넷이 열어젖힌 전송료 무료의 표현의 자유세상에 재를 뿌리는 것이다. 

둘째, 망사업자들은 이용자들과 계약한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책임을 이용자들에게 지고 있고 이를 위해 망설비를 증축할 책임이 있다. 망사업자들은 자신의 데이터센터에서 이용자들 단말까지의 인터넷속도를 보장할 의무도 있고 해외단말과의 접속에 대해서도 상위망사업자들과의 접속속도(용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발신자종량제-서비스안정화의무법-전혜숙의원법으로 이어지는 규제를 통해 마치 망사업자들이 망증축 재원을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만 허용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제로레이팅이 폭넓게 허용될 것처럼 홍보하여 망사업자들이 본연의 업무인 인터넷속도보장에 소홀히 하게 만들었다. 

전혜숙 의원 법안은 전 세계 어디에도 법제화하지 않은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결국 망사업자들은 국내지역 망설비를 확충하여 광고속도를 보장할 의무에도, 상위 망사업자의 접속속도를 확보할 의무에도 소홀히 하게 될 것이며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의 메시지가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뿌려질 때마다 전송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2021년 5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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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1/05/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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