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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참사]사망 원인 세균, ‘신생아실 싱크대’에서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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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참사]사망 원인 세균, ‘신생아실 싱크대’에서 검출

익명 (미확인) | 수, 2018/01/17- 18:08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신생아 중환자실 내 싱크대에서도 네 아기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아직껏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세균의 감염경로 추적과 이대목동병원의 부실했던 감염관리 실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 핵심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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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신생아실 역학조사 과정서 ‘주사준비실 싱크대’서 세균 검출 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12일 공식 발표했다. 숨진 신생아들에게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사고 전날 투약된 주사제(스모프리피드20%주)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국과수는 주사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의료진이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항생제 내성을 띤 장내 세균이다. 대변 안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 세균이 몸 속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면 병을 일으킨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몸 속에서 배출된 뒤에도 주변에 남아있을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방광을 타고 올라가면 요로감염을 일으키고, 폐로 넘어가면 폐렴이 생긴다”며 “사망한 신생아들 같은 경우에는 오염된 수액을 통해서 혈관 내로 균이 바로 침투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폐혈증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결과, 신생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신생아 중환자실 내의 주사준비실 싱크대에서도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번 국과수와 경찰의 공식 발표에는 빠져 있던 내용이다. 박창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2계장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주사준비실 내에 싱크대가 있는데, 그 싱크대 검체는 경찰이 아닌 질본이 수거해 간 것”이라며 “앞서 질본이 발표하지 않은 내용을 경찰이 발표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 경찰과 질본 관계자 설명 바탕으로 그린 주사 준비실. 실제 주사준비실과 다를 수 있음

▲ 경찰과 질본 관계자 설명 바탕으로 그린 주사 준비실. 실제 주사준비실과 다를 수 있음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은 신생아 사망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17일, 앞서 경찰과 국과수가 수거한 주사기 등 각종 의료용품들을 넘겨받는 한편, 역학조사 매뉴얼에 따라 세균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공간과 용품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팀은 신생아실 내부의 주사준비실을 조사하던 중 싱크대 설비를 발견하고 배수구에 남아 있던 검체들을 수거해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싱크대 검체에서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앞서 숨진 신생아들의 혈액배양검사와 사고 전날 신생아들이 나눠 맞은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균이었다.

그러나 질본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이 균이 스모프리피드 주사제 속 균의 원인균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감염된 주사제를 사용한 뒤 버린 분량에서 나온 것이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즉, 감염 경로 추적에 있어 선후관계가 명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본 관계자는 “보통 감염 원인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선후 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싱크대 오염의 선후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어서 발표하지 않았다. 선후 관계에 대한 판단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조사단 쪽에서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환자실 내 싱크대는 ‘세균 배양처’… 감염관리 지침에도 위반

일단 신생아실 내 주사준비실 싱크대 속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4명의 신생아들을 숨지게 한 감염원이었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반반이다. 그러나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완벽에 가까운 오염 통제가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실에, 그것도 환자의 몸으로 직접 들어가는 주사제를 준비하는 공간 내에 이런 싱크대 설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처럼 물을 좋아하는 균들은 싱크대와 같은 환경에서 잘 증식한다. 물이 있는 싱크대는 웬만한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균들이 모두 발견되는 곳”이라며 “때문에 주사 준비실과 싱크대는 분리해 놓거나 최소한 물이 튀지 않도록 칸막이라도 만들어 구분을 시켜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현장조사 당시, 외부에 손 씻는 공간이 별도로 있었는데 주사준비실에 왜 싱크대가 들어가 있는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중환자실 감염관리 표준지침’에 따르면 소독된 물품을 보관하는 ‘청결지역’과 오염되거나 사용한 물품을 보관하는 ‘오염지역’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인증기준을 봐도 오염된 물품 반납 창구와 멸균 물품 불출 창구는 구분하도록 돼 있다. 즉 청결지역인 주사준비실과 오염지역인 싱크대는 반드시 분리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의 주사준비실은 주사제 작업대와 싱크대가 별다른 격리물도 없이 매우 가깝게 붙어있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이 최소한의 감염관리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주사준비실 싱크대에 닿았던 수액 연결 호스…감염 원인일 수도

심지어 사망한 신생아들에게 투약할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연결될 튜브 끝부분을 이 싱크대에 걸쳐놓고 작업을 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신생아들에게 투여하는 수액은 긴 호스를 통해 주사기와 연결하는데, 이 호스 끝 부분이 싱크대에 닿아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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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선후 관계가 증명되진 않았지만, 만약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신생아들 사망 이전부터 싱크대에서 증식되고 있었다면, 바로 이 과정에서 주사기 속으로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사망 이후 버린 주사제가 남아있던 것이라고 해도 싱크대에서 세균이 증식돼 또 다른 신생아에게 언제든지 감염시킬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뜻도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수액을 연결하는 호스가 1.5m로 길어 주변 싱크대에 닿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감염관리 원칙상 호스가 주변 환경에 닿으면 안 되고, 연결 조작도 환자 앞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 싱크대가 먼저 오염돼 있었고 그 곳에 호스가 닿았다면 싱크대도 유력한 감염경로가 될 수 있는데,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잠복기 등을 조사해 선후 관계가 명확해지면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 외부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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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서 발견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감염경로 상 선후관계는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싱크대가 주사준비실 내에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대목동병원이 신생아 중환자실의 감염관리를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국과수가 사망 원인으로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고 당시 16명의 신생아 가운데 13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대목동 병원에서 사망한 고 안다현 아기의 아버지는 “13명의 신생아 중에 누가 로타바이러스를 갖고 입원을 했겠느냐”며 “아기들 숨이 넘어간 사인은 균에 의한 패혈증이더라도 저희가 마음에 더 응어리가 지는 건, 부모로서 아이를 그런 감염 위험이 있는 병원에 입원을 시켰고, 병원이 그런 환경을 방치하고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 홍여진, 김성수
촬영 : 오준식,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삽화 : 김용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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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세월호 관련 비밀전문 등을 입수해 최초로 공개합니다. 뉴스타파는 미국 국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 문서들을 입수했습니다.

이번에 입수한 미국 국무부 문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부터 2015년 9월 4일까지 1년 5개월 동안 생산된 46건의 외교전문입니다. 아쉽게도 문서의 상당 부분은 삭제된 채 공개됐습니다. 아직 전면 공개하기엔 민감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미국이 세월호 참사를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했고,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얼마나 면밀하게 살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미국정부로부터 공개받은 주한 미대사관의 전문을 모두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1편은 세월호 참사 발생 후 한달 간, 2편은 한달 이후부터 100일까지, 3편은 100일 이후부터 나머지 기간까지 생산된 전문의 주요 내용을 다룹니다. 각 편 마다 외교전문 원본과 번역본을 전부 첨부합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삭제한 채 공개한 전문 내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을 찾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미국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초대형 이슈였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발생 첫날부터 한달째인 5월 15일까지 주한 미대사관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외교전문 13건을 본국에 보냈다. 2,3일에 한 건 꼴이었다. 주한 미대사관은 이 전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여론 동향과 언론의 오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 6.4 지방선거 변수 여부 등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13건의 전문 중 9건이 일일보고(Seoul Daily) 형식이었고, 나머지는 박근혜 대통령 입지와 지방선거 동향을 주제로 한 특별보고서같은 형식이다. 특히 주한 미대사관은 세월호 침몰 이틀만에 “세월호 부실 대응이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입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담은 전문을 보낸다. 박근혜 탄핵 이후인 현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의미 심장한 대목이다.

2014년 4월 16일 ~ 17일

2014년 4월 16일 세계표준시로 07시 44분,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4시 44분 주한 미대사관은 ’서울 일일보고(Seoul Daily)’라는 제목 하에 본국 국무부에 세월초 침몰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한다. 3급비밀(confidential)로 분류된 이 전문은 첫 문단에 미 해군이 한국해군사령관의 ‘공식요청(official request)을 받고 미 7함대 소속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함 전단을 급파해 현지 시각 오후 5시 쯤 사고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보고한다. 전문은 이어 통신사 뉴스를 인용해 당시까지의 사망자 및 실종자 현황과 구조 현황 등을 알린다. 이어 (주한 미대사관) 영사부가 세월호 승객 명단에 미국 시민권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본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15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대사관은 자국민의 안전 여부를 빨리 확인해서 사고 1보에 담아 본국에 알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전문은 전체가 3페이지 분량이지만 이 문단만 빼고는 전부 삭제된 채 공개됐다.

주한 미대사관은 세월호 침몰 다음날인 4월 17일에도 일일보고를 통해 사고 해역의 수색작업 재개 소식을 전하며 언론보도를 인용해 9명이 사망하고, 287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는 상황을 본국에 보고했다.

4월 18일

참사 발생 이틀 뒤인 4월 18일자 전문은 ‘일일보고’가 아니라 “높은 박근혜 지지율과 휘청거리는 야당…여객선 침몰 비극이 시험대가 될 것인가?(Park’s Approval High as Opposition Stumbles; Ferry Sinking Tragedy a Challenge?)”라는 제목이 달렸다. 제목 그대로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와 여야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있다.

이 전문은 세월호 참사 발생 이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받는 이유로 외교안보 정책,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노련하게 피하는 박 대통령의 능력’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박 대통령은 과거 논란들에 대한 책임을 피해 왔으나, 당선과 동시에 공공의 안전을 우선시하겠다는 공약에 비춰 볼 때 이번 여객선 침몰사고 및 이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박 대통령의 입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한 미대사관은 한국정부가 세월호 구조 상황을 거짓으로 발표한 게 드러났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날 전문은 4월 17일 ‘성난 희생자 가족들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은 (중간 부분 삭제) 정부 관계자들에게 희생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고 서술하고, 바로 다음 부분에서 같은 날 세월호 선체 내에 공기를 주입한다는 해경의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는 대목을 추가해 박 대통령의 지시가 말뿐이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기도교육청이 구조된 승객 숫자 발표를 번복하면서 여론의 분노를 샀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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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자 보고서에는 뉴스타파의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된 내용도 들어있다. 이 전문은 ‘한 온라인 뉴스채널은 4월 17일 정부가 안전기준 준수여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고, 해수부 문서를 통해 안전점검에 선박 한 척 당 고작 몇 분씩만 할애한 사실을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이 보도가 널리 알려지면서 해당 언론사의 웹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2014년 4월 17일 뉴스타파는 ‘정부 재난관리시스템 불신 자초‘라는 제목의 보도로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세월호에 대한 점검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도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실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4월 21일 ~ 28일

주한 미대사관은 미국 측의 세월호 수색 작업 지원 현황을 본국에 지속적으로 보고했다. 4월 21일 자 전문은 ‘2014년 4월 21일 현재 본험 리처드함은 여전히 세월호 침몰 해역에 머물며 한국 해군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미 해군 구난함 세이프가드함은 한국 해군이 이번 작전에 세이프가드함이 할 역할이 없다고 밝히면서 철수한 상태’라고 보고한다. 다음날인 4월 22일 자 전문은 ‘한국 해군작전사령관과의 긴밀한 협의와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2일 본험 리처드함의 수색과 구조작전을 종료할 것을 지시했다. 본험 리처드함의 임무 종료는 한국군 사령관들이 한국(군) 소속 선박과 항공기만으로도 향후 수색과 구조를 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내용을 본국에 알린다.

주한 미대사관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움직임과 여론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4월 21일 전문은 정부의 세월호 사고 대응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하려는 희생자 가족의 행진을 경찰이 막았다고 기록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재난대응 절차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방문을 요청했고, 여성가족부는 대형 재난사고 생존자 및 가족에게 제공하는 상담서비스와 관련된 미국 측의 경험에 대해 문의했다는 사실도 체크해 본국에 알렸다. 4월 22일 자 전문은 금융감독원이 청해진해운 조사에 착수했음을 전하고 있다.

4월 28일 자 전문은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사임 소식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사실을 담고 있다. 주한 미대사관은 정 전 총리의 사임이 ‘세월호 대응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지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또 정 총리의 사임에 대해 ‘한국의 대통령제는 총리보다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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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4월 30일자 전문은 하루 전인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터져나온 유가족들의 격한 반응을 상세히 기록했다. 미 대사관은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 조문 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등의 현장 분위기와 함께 유가족의 거센 항의에 박 대통령이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는 것도 함께 전했다. 이날 전문은 또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해 보도통제를 시도했다는 내용이 담긴 방통위 내부보고서가 공개되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방통위 측의 해명도 함께 담았다.

5월 2일 ~ 15일

2014년 5월 2일부터 15일 사이에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주한 미대사관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에 세월호 사건이 미칠 영향을 주로 분석했다. 또 방한이 예정된 미국 고위 관료들 위한 사전 참고자료로 세월호 사건 이후 나타난 한국의 국가적 추모 분위기와 여론 동향을 보고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5월 2일 자 전문을 통해 ‘ 6.4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세월호 사건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5월 12일 자 전문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음에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인 전체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적 반성의 시기에 다가온 지방선거(Local Elections Coming at Time of National Reflection over Tragedy)’’라는 제목의 5월 15일 자 전문에서 세월호 참사가 6.4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상세히 분석해 본국에 보고한다. 주한 미대사관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이 낮은 선거율로 이어지고, 새누리당의 보수 지지 기반의 경우 과거에도 선거 당일 높은 투표율을 보여온 것으로 볼 때 여러 핵심 경쟁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을 국무부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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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대사관은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거세진 비판 여론이 박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전문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뒤늦게 대응하고 초기에 사고의 심각성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배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심스럽게 쌓아온 박 대통령의 결단력 있고 유능한 이미지도 손상됐다’고 평했다. 또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하며 ‘이공계 출신인 박 대통령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는 꼼꼼한 스타일의 지도자이지만, 사람들은 애도의 시기에 공감해 줄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며 박 대통령의 공감 능력 부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 5월 15일 자 보고서는 총 4페이지 분량으로 미국 국무부가 뉴스타파에 공개한 46건의 전문 유일하게 비교적 온전히 공개된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달 동안 생산된 미 국무부 문서 13건의 원본과 번역본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번역 정리 : 임보영
정보공개청구 : 김수린

– 미국 국무부 입수 문서 한글 번역본(PDF)

금, 2017/04/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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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18일.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를 외치는 마산 시민들의 시위가 격렬했던 당일 밤, 유치준(당시 51세) 씨는 실종됐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고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도 유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일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은 다음날 경찰서와 의료원을 찾아가 수소문을 했지만 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부마민주항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경찰 두 명이 유치준 씨 집을 찾아왔다. 경찰은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일러줬다. 경찰은 가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미 부검에 가매장까지 한 상태였다. 아버지의 소지품에는 주민등록증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뒤늦게 가족에게 아버지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가족들은 영원히 아버지의 행방을 모른 채 살았을지도 모른다.

도시락 안에서 뒤늦게 주민등록증을 발견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회사 가실 때 항상 도시락을 들고 가셨거든요. 도시락 안에 주민등록증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어린 나이에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당시 열아홉 살이던 유치준 씨의 아들 유성국 씨는 “도시락 안에 주민등록증이 있었다”는 경찰의 말이 의아했지만 더 이상의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렸고 시절은 엄혹했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낸 가족들은 2011년 지인의 소개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찾게 된다. 그 곳에서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가족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인 고 유치준 씨의 가족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유치준 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인 고 유치준 씨의 가족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유치준 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부마민주항쟁 기념 단체들은 1989년 부마항쟁 10주년을 기념해 자료집 한 권을 발간했다. 이 자료집에는 부마항쟁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취재 보고 기록이 남아 있다. 거기에는 “50여 세로 보이는 노동자가 대림여관앞 도로변에서 죽어 있었다”는 내용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 나이, 옷차림 등이 모두 유치준 씨와 일치했다.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의 신원이 처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5월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보상법)이 통과됐다. 부마항쟁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부마민주주의재단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마항쟁 관련 공약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1년 넘게 위원회 구성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부마민주항쟁 35주년을 며칠 앞둔 2014년 10월이 돼서야 위원을 임명했다.

유치준 씨 가족은 부마항쟁 진상규명위가 설립되자 아버지를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또 한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 어떤 활동을 해온 것일까.

위원회 구성에 1년을 허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원 선정에서 또 한번 실망을 안겼다. 행정자치부 장관, 경상남도지사 등 당연직 위원 4명을 제외하고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10명의 위원 중에 4명은 박근혜 선거 캠프 또는 인수위 출신, 2명은 박정희와 역사교과서를 옹호하는 인사들이었다.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이른바 ‘친박’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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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보상법상 본위원회에는 부산과 창원의 부마항쟁 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2인이 반드시 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기존에 수십년 동안 활동해온 기념사업회가 아니라 2013년 법률 제정 이후 설립 등기를 한 ‘동지회’라는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부산동지회, 마산동지회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했던 인사들이 가입해 있는 단체였다. 기념사업회 추천 인사들은 본위원회에서는 배제된 채, 2개의 실무위원회에만 위원으로 임명됐다.

진상규명위의 운영도 파행이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졌다. 기념사업회에서 추천된 일부 위원들이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기념사업회 추천 실무위원 4명은 지난해 10월 “더 이상 들러리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특히 진상규명위는 유치준 씨 사건과 관련해 당시 창원지방검찰청이 작성한 1장 짜리 검시사건부를 찾는 것 외에 조사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서둘러 ‘관련자 아님’으로 결정을 내리려다 기념사업회 추천 실무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유치준 씨의 가족이 신청을 철회했다.

▲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과 마산에서 연행된 시민은 16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가 출범한 후 관련자로 신청한 사람은 194명에 불과하다. 이 중 166명은 인용되고 28명은 기각됐다.

▲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과 마산에서 연행된 시민은 16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가 출범한 후 관련자로 신청한 사람은 194명에 불과하다. 이 중 166명은 인용되고 28명은 기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현재 진상규명위는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 그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규명위는 오는 10월까지 진상조사를 마치고 내년 4월까지 보고서를 내게 돼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조차 현재 상태에서는 보고서를 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진상조사보고서가 자칫 국정교과서처럼 관련 단체들의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재 조현미
촬영 정형민 김기철 김남범 오준식
편집 박서영 이선영
CG 정동우
그래픽 하난희

목, 2017/08/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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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상품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금융사의 광고만 보고 투자처를 결정하지는 않았습니까? 대형 금융사의 이름만 믿고 덥석 소중한 자산을 맡기려 하지는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 금융사들의 ‘성적표’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금융제재 공시 2,914건 전수 분석… ‘금융사 성적표’ 공개

금융감독원은 각종 검사 감독을 통해 확인한 금융사들의 부실과 불법행위를 수시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시 내용에는 금융사가 언제 어떤 불법행위를 했는지, 어떤 부실을 갖고 있는지, 또 그에 대해 금융당국은 어떤 조치를 했는지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투자에 앞서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참고해야할 필독 자료입니다. 뉴스타파는 우리 금융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금감원이 지난 8년간(2010~2017년 6월) 공시한 검사결과 제재 2,914건을 모아 전수 분석해봤습니다.

5대 금융그룹과 재벌 금융계열사가 ‘제재 단골 손님’

대형 금융그룹에 소속된 금융사에 돈을 맡기면 좀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현실은 기대와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체 제재 건 수의 절반(46.8%)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요 금융그룹, 재벌그룹 소속의 금융사(제재 건 수 상위 52개 그룹 기준)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재를 많이 받은 상위 10개 그룹을 추려봤습니다.

1 신한 99건
2 NH 94건
3 삼성 86건
4 KB 85건(현대증권 제외)
5 하나 75건(외환은행 제외)
6 우리 65건
7 한화 61건
8 미래에셋 48건(대우증권 제외)
9 동부 44건
10 흥국(태광) 38건

이른바 ‘5대 금융그룹’으로 불리는 신한, NH, KB, 하나, 우리가 나란히 최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삼성, 한화, 동부 같은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도 금융 분야만 다루는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1인 오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그룹, 미래에셋과 태광도 제재 조치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금융사들의 ‘역주행’ …제재 하루 2번 꼴

올해 들어 금융가에서는 연일 ‘사상 최대의 실적’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실적만큼이나 금융사들의 내실과 도덕성도 점점 나아지고 있을까요? 금감원 제재 공시자료의 분석 결과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재조치요구일 기준으로 연도별 제재조치 건 수 추이를 살펴보니 제재의 빈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2010년 197건이었던 제재 건 수는 매년 늘어나 2015년 491건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는 소폭 감소하며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금의 추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700건(6월 현재 389건)이 넘는 제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 2번 꼴로 금융사들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곧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각 제재 건을 맡았던 담당부서를 기준으로 사안의 성격을 분류해보니, 금융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분야에서 더 많은 부실이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 공시 중 ‘관련부서’가 확인되는 2748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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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24.6%), 금융투자(17.4%), 저축은행(11.4%), 자산운용(7.3%) 등 금융투자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7개 분야를 묶어보니 전체의 79%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특수은행(4.6%), 행정감독(2.2%), 기획검사(0.6%), 외은/외환(0.5%) 같이 금융소비자와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는 전반적으로 제재 빈도가 낮았습니다.

과태료와 과징금 규모가 컸던 대형 금융사고 20건을 모아봤습니다(2010년 이후).

제재대상기관 그룹 제재조치요구일 과태/과징금(만원)
경남제일상호저축은행   2013-06-13 669200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주식회사   2014-10-02 241900
현대스위스이상호저축은행   2012-12-18 216000
신안상호저축은행   2013-06-13 189700
흥국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흥국 2011-08-31 188050
프라임상호저축은행   2011-06-09 168000
경기상호저축은행   2010-06-21 127000
골든브릿지캐피탈   2014-05-26 120100
한화생명보험주식회사 한화 2015-01-22 118000
농협생명보험주식회사 농협 2014-03-19 96900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 삼성 2017-05-19 89400
한국상호저축은행   20100621 87000
신한금융투자 주식회사 신한 2017-01-26 85220
동부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동부 2014-03-26 82000
하나은행 하나 2015-01-28 75000
흥국생명보험주식회사 흥국 2011-09-02 74000
삼일상호저축은행   2013-10-16 70400
피닉스자산운용   2013-10-23 69250
골든브릿지증권   2013-04-23 57200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2012-12-18 54000

▲ 상호명을 클릭하면 금감원의 공시 내용으로 이동합니다.

20건 가운데 12건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중소금융사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들의 적발 내용은 한결 같았습니다. 대주주 등 금융사와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에 불법대출을 하거나 과도한 신용공여를 한 것입니다. 금융사 내부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 자료를 조작하고 손실 위험이 큰 후순위채권을 충분한 설명없이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도 이들 중소금융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적발 사항입니다.

태광그룹의 두 금융계열사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은 2009~2010년 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하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삼성생명과 신한그룹은 각각 ‘보험금 미지급’과 ‘고객돈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 올해 금감원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실효성 없는 제재… ‘경고, 주의’라는 이름의 면죄부?

문제는 이렇게 공시까지 해가며 금융사들을 압박해도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8년간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대해 내린 제재 조치 내용들을 보면 그럴만도 합니다.

전체 제재의 64%는 경영 유의나 개선 명령, 기관 경고 및 기관 주의 등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조치에 그쳤습니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기관경고 등의 제재 조치가 반복될 경우 ‘영업 및 업무 정지’, 심할 경우 ‘등록 취소’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이같은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전체 제재 건 수의 3.2%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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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따른 과태료와 과징금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각종 금융사고를 일으키고도 금융사가 내는 과태료는 1억 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79.4%)입니다. 운이 나빠서 금융당국에 적발되더라도 과징금 액수는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을 다시 환수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금융사로서는 금융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법과 탈법행위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김남범
편집 : 이선영

화, 2017/07/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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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타임스, 국민 99%를 “개와 돼지”에 비유한 한국 공직자 망언 -도날드 트럼프도 무색할 극심한 망언 -국민적 격분과 자멸감,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워 미국의 엘에이 타임스는 한국의 고위공무원이 국민 99%를 “개-돼지”에 비유한 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엘에이 타임스는 11일 ‘South Korean official faces wrath after saying 99% of his countrymen are ‘like dogs and pigs’ – ...
수, 2016/07/1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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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에 대해 보도해왔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 수백 명의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면서도 뉴스타파가 아직까지 한 번도 다루지 못한 이야기기가 있다. 부자들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조세도피처를 이용한 세금 회피와 자금세탁의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들, 바로 변호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애플비.. 역외의 마법 서클

올해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촉발했던 애플비는 변호사만 200명 넘게 거느리고 있는 법률회사다. 애플비는 이른바 ‘역의의 마법 서클’ (Offshore magic Circle)이라고 불리는 일단의 법률회사 가운데 하나다.

▲ 버뮤다 법률회사 애플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는 애플비로부터 유출된 데이터로부터 시작됐다.

버뮤다 법률회사 애플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는 애플비로부터 유출된 데이터로부터 시작됐다.

’마법 서클’이라는 말은 원래 기업금융과 은행, 신탁과 관련한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최상위 법률회사 5곳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말을 차용해 역외 지역, 즉 조세도피처 지역에 본점을 두고 있으면서 역시 기업금융, 은행, 신탁과 관련한 법률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최상위 법률 회사 5곳을 ‘역외의 마법서클’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조세도피처 지역에서 이같은 업무를 주로 한다는 것은, 세금 회피나 자금 세탁 등 불법적인 요소와 연계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역외의 마법 서클’이라는 말은 반드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마법 서클’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회사들일까?

페이퍼 컴퍼니 소유자의 고백…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모두 설계해줘”

지난해에도 뉴스타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가 조세도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포함해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바로 ‘파나마 페이퍼스’보도다. 이 보도가 나가자 뉴스타파 사무실에 한 자산가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페이퍼 컴퍼니에 막대한 재산을 숨겨두었던 사실을 고백하며 조세도피처와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털어놨다. 그의 얘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변호사들에 대한 얘기였다. 사업에 성공해 어느 정도의 부를 모으자 변호사들이 먼저 접근을 해왔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조세도피처의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해 자산을 은닉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변호사들은 모두 대형 로펌의 이른바 ‘잘 나가는’ 변호사들이라고 한다.

제일 큰 로펌은 그 부서가 있어요.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는 부서가 있다니까요. 그 사람들 전부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부자의 돈을 관리해주고 그 댓가를 받는 사람들이 법조인들 아닙니까. 계리사나 그런 사람도 있지만 법조인들이 마스터 플랜을 짜고 계리사들은 실행을 한다고 봐야죠. 그런 법조인들은 어느 나라든지 다 있어요. 한국도 없을 리가 없죠, 있죠. 제가 알기로는 뭐 이름은 하나 하나 말할수 없지만, 있어요, 한국도 그걸 관리해주는 변호사들이.

애플비 출장보고서… 김앤장, 율촌, 광장 변호사들과의 면담

뉴스타파가 애플비 유출 문서에서 발견한 파일들 중에는 한국의 변호사들과 관련한 문서들도 있었다. 그 중의 하나는 애플비 변호사들이 작성한 ‘출장보고서’다. Jeffry Kirk과 Mark Cummings라는 애플비 변호사 2명은 2013년 5월 23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 법률회사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그리고 그 방문에서 만난 한국 변호사들과의 면담 기록을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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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비 변호사들이 처음 방문한 곳은 역시 김앤장이었다. 이들은 김앤장에서 김앤장의 금융파트를 대표하는 정모 변호사와 박모 변호사, 백모 변호사와 면담을 가졌다. 이 면담에서 김앤장의 박모 변호사는 “요즘 한국에서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많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들의 면담이 이루어진 2013년 5월 23일은 뉴스타파가 첫번째 조세도피처 보도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뒤다. 뉴스타파는 당시 보도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페이퍼 컴퍼니를 보도한 바 있으며, 당시 보도를 통해 이름도 생소했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가 일반에 널리 회자되었다. 박 변호사의 언급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그래도 큰 관계는 없다는 듯 “한국에서는 케이맨 제도에 등록된 회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덧붙인다. 그러자 함께 면담을 하던 백모 변호사 역시 “한국의 헤지펀드들은 케이맨 제도의 페이퍼 컴퍼니를 많이 사용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후 이들이 방문한 곳은 법무법인 광장이었다. 광장의 변호사 3명을 만난 애플비 변호사들은 “(광장 변호사들이)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를 기록해두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만난 이모 변호사에 대해서는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애플비 변호사들은 김앤장과 광장, 율촌 외에도 외국 로펌인 폴 헤이스팅스, 클리포드 챈스, K&L 게이트 등을 방문했고, 사모펀드인 IMM도 방문해 고위 임원과 면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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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애플비 변호사들과 만난 한국 법률회사의 변호사들에게 애플비와의 관계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애플비 고객 명단의 한국 변호사들

애플비 유출 데이터에서는 애플비가 관리해온 것으로 보이는 고객들의 명단도 발견됐다. 이 파일의 제목은 “South Korea”이며 한국인 71명의 영문 이름과 소속 회사, 이메일 등이 정리되어 있다.

71명의 고객 명단 가운데에는 SK와 대한항공 등 대기업 임직원들의 이름이 19명, 금융업계 임직원의 이름이 9명 있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 것은 변호사들이었다. 변호사는 71명 가운데 무려 35명으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변호사 가운데는 역시 잘 알려진 대형 법률회사의 변호사들이 많았다. 김앤장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화우가 5명, 광장과 세종이 각각 4명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율촌 소속 변호사들도 각각 3명씩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는 국립대 로스쿨 교수로 자리를 옮긴 유명 변호사들도 있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법률회사의 대표 출신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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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연락처가 파악되는 변호사 25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이유로 변호사님의 성함과 연락처 등이 애플비 내부 자료로 남겨져 있는지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2. 역외 금융 체제는 자본 도피, 세금 회피, 자금 세탁, 금융의 불투명성 증대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일 뿐 아니라, 2007년 이래 최근의 금융 경제 위기를 발생시킨 핵심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외 금융 체제의 일원이 되어 기여하고 계시다는 사실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5명 가운데 모두 7명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이 가운데 3명은 애플비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도 없으며 명의 도용이나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된다고 답했다. 7명 가운데 2명은 국제 학술 대회 등에서 애플비 관계자를 만나 명함을 교환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명함을 교환한 뒤로 애플비의 홍보성 이메일을 몇 차례 받은 적이 있다는 변호사도 있었다. 업무와의 연관성을 인정한 것은 단 2명 뿐이었다. 이들은 조세도피처가여러 불법의 온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계좌나 자산을 도피시키고 탈세 목적으로 관련 국가를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의뢰인에게 탈세나 자산도피와 연관될 수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중대하게 처벌된다는 점을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애플비 고객 명단에 등재된 변호사 이메일 중

본인의 업무가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도 주장한 변호사도 있었다.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수익에 대해 현지국가에 세금으로 모두 납부해야 한다면 해외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한국 투자자들은 외국의 조세수입만 늘려주는 꼴이 되므로 절세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애플비 고객 명단에 등재된 변호사 이메일 중

이 변호사의 주장은 케이맨 제도의 페이퍼 컴퍼니를 경유해 영국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한 삼성생명 관계자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이런 논리는 국적을 막론하고 부자들이나 대기업이세금을 회피함으로써 생기는 재정 부담을 평범한 납세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귀결된다.

조세도피처는 협력자들 없이 유지될 수 없다.

뉴스타파와 연락이 닿은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조세도피처가 불법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만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애플비 고객 명단에 이름이 들어있다거나 애플비 변호사들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도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조세도피처를 이용한 세금회피와 자금세탁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조력을 안 받고 일반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회사 설립하고 해외 송금하고 이런 것들 엄두를 낼 수 있을까요? 거기에 답이 있을 겁니다. 적어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가 불법으로 드러나는 순간, 거기 조력했던 조력자들, 변호사 회계사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이들도 같이 처벌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대순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조세도피처와 역외 금융 체제는 시간이 갈수록 규모도 커지고 구조도 정교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철옹성처럼 보이는 이 체제도 변호사 등 협력자들의 도움 없이는 결코 유지될 수 없다. 변호사들의 성찰과 이를 유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목, 2017/11/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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