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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승리한 이유, 미국 정치 3국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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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승리한 이유, 미국 정치 3국지에 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7/12/22- 17:46

민주당 대 공화당. 한국이 생각하는 미국의 정치 구조다. 그러나 이렇게 미국을 보면 지금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의 정치 담론에서 워낙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미국 문화와 제도는 무조건 ‘선진’이라는 믿음이 고착화되어 미국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미국 제도가 쇠락하고 있음을 인정하면 그 동안 한국이 쌓아온 가치와 우선순위의 모순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한국이 미국의 정치를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조로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믿음과 맞지 않는 사실이 발견되어도 결국엔 보수-진보의 이분법에 어떻게든 끼워 넣는다.

사실 미국 정치는 3개 정치 세력이 합종연횡(合從連橫)을 반복하는 삼국지에 가깝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아직 탄핵 당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삼각구도 덕분이다. 그럼 우리의 상식과 전혀 맞지 않는 미국판 삼국지 양상을 살펴보자.

영어 표현 ‘삼각 투쟁(three-way fight)’은 2006년 8월 3일 매튜 라이언스 (Matthew Lyons)가 블로그에 올린 논평 <적의 적을 지킨다(Defending My Enemy’s Enemy)>에서 시작됐다. 좌편향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정치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 글이다. 좌파와 우파, 억압과 해방의 이분법적 구조가 아니다. 글로벌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지배층과 혁명 좌파, 혁명 우파 등의 3개 진영에서 벌어지는 ‘삼각 투쟁’이다. 혁명 우파라고 하면 글로벌 자본의 지배구조를 다른 억압적 사회 질서로 대체하려는 극우파와 파시스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그는 적었다.

이 글에서 나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지배층’ 대신 세계화를 신봉하는 ‘글로벌리스트’, ‘혁명 좌파’ 대신 ‘반세계화 진보’, ‘혁명 우파’ 대신 ‘반세계화 보수’로 명칭을 바꿔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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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 구조는 더 이상 민주당 대 공화당이 아니다. 미국 정치는 이제 3개 정치 세력이 합종연횡을 반복하는 삼국지에 가깝다. 우리의 상식과 전혀 맞지 않는 미국판 삼국지 양상을 알아야 트럼프도, 미국 정치도 제대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내전이 천천히 전개되고 있다. 갈등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트럼프 정부가 아무리 원치 않아도 실질적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긴다.

한국인만큼 미국인도 자국의 모순된 정치 내러티브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미디어 탓이 크다. 주류 언론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민 대부분은 거대 미디어 기업 외에 다른 정보 경로가 없다.

고등교육을 받은 진보 중상위층의 노동자 무시도 삼각구조를 형성하는 데 한몫을 했다. 중상위 진보 계층은 가난한 노동자와 어떤 연결고리도 없기 때문에 소외된 노동자들은 흑인 등의 이민자로 구성된 엘리트 계층보다 반세계화 우파가 자신들을 더 대변해 준다고 믿는다. 반대로 진보 세력은 백인 저소득 노동자가 대표하는 이들 계층을 ‘무식한 인종 차별주의자’로 일축하며, 진정으로 소통하거나 이들의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 빈 자리에 트럼프가 뛰어들었다. ‘무시 받았다’고 믿는 이들 노동자 대부분은 백인이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계층과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트럼프는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외제차 수입 중단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적 국수주의를 내세웠다. 민족 다양성만 주장하고 계급간 이슈나 전체 근로자 계층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기업의 돈을 많이 받는 민주당 의원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연설이다. 이렇게 트럼프는 적어도 노동자 백인에게는 확실한 점수를 땄다.

반세계화 진보의 눈에도 트럼프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 자유무역과 군수산업, 기성 정치와 글로벌 금융에 지나치게 밀착된 클린턴보다는 급진적 인종차별주의와 고립주의를 주장하긴 해도 트럼프가 덜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이들은 (반세계화 보수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면모를 털어주길 바랬다. 트럼프라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거나 중동에서 분쟁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겠다느니, 1992년 이라크 침공이 실수였다느니 어이없는 발언을 많이 하긴 했다. 문제 발언 대부분 진심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의 가능성을 믿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치 아마추어 트럼프는 군수산업 쪽에 어떤 인맥도 없었다.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정치’꾼’들에 둘러싸여 우리에 가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극우파가 써준 대본이나 읽는 존재가 됐다.

그럼 진보 대 보수가 아닌, 글로벌리스트와 반세계화 진보, 반세계화 보수가 누구인지 살펴보자.

 

글로벌리스트

글로벌리스트가 신봉하는 이데올로기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이들은 진보처럼 자본 규제나 지방자치 정책을 주장하지 않으며, 보수처럼 기독교적 가치를 믿거나 인종과 민족, 성 정체성에 따라 어울릴 상대를 정하지도 않는다. 이들이 원하는 건 글로벌 자본을 온전히 통제하는 힘이다. 국가 제도에 관한 이들의 정치관은 가정환경에 따라 형성된 경우가 많으며, 이들에게는 세계 자본과 시장을 장악하려는 욕구가 모든 정치적 문제보다 우선한다. 이들의 세계관에 동의하고 글로벌 자본의 주요 원칙(상업은행의 자유로운 투자활동 보장, 이들을 위한 공적 자금 투입)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 또한 글로벌리스트다.

이들 글로벌리스트를 대표하는 후보가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다. 제프 부시나 테드 크루즈 또한 글로벌리스트다. 글로벌리스트는 초당적 존재다. 골드만삭스나 록히드마틴 입장에서는 클린턴이나 부시, 크루즈가 다를 바 없다. 단지 일반 대중을 향한 언어가 소속 정당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민주당이 다양성과 기회, 혁신을 이야기한다면, 공화당은 기독교적 가치와 애국주의, 강한 국방, 법치주의를 내세운다.

매일경제
미국의 월가가 지지하는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글로벌리스트를 대표한다. (이미지 출처:매일경제)

언어가 달라도 이들 글로벌리스트가 추구하는 이익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돈을 받는 대상이 다를 뿐이다. 민주당이 할리우드와 미디어, 제약사, 투자은행에서 돈을 받는다면, 공화당은 화석연료 기업과 방산업체,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에서 돈을 받는다. 공략 대상과 사용 언어가 다르다고 글로벌리스트에 진보와 보수가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중요한 건 권력을 형성하는 돈이 어디에서 오느냐다. 그렇기 때문에 공화당 글로벌리스트는 트럼프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싶어도 자신에게 돈을 후원하는 투자은행을 내칠 수 없고, 지지자들이 아무리 원해도 자유무역을 반대할 수 없다.

다양한 정치 분파가 ‘글로벌 자본’ 하나만 보고 뭉친 글로벌리스트 진영에서는 서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외부의 반대파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원칙은 하나다. 무엇을 논의하더라도 무역과 금융의 세계화는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부시와 크루즈의 경우 공화당의 지도자가 보여야 하는 강압적 카리스마를 보여야 하는 까닭에 권위적인 모습에 집중하다 보니 글로벌리스트들은 참여 정치와 다양성을 내세운 클린턴 쪽으로 기울었다.

 

반세계화 진보

보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반세계화 진보는 적임자에게 나라를 맡기기만 한다면 정부가 그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반세계화 진보 중에는 최근 정치에 입문해 정치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세력이 많아지고 네트워크도 탄탄해졌지만, 사실 1940년대 이후 이들 반세계화 진보는 주류 정치에서 밀려나 있었다. 세력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받았던 열렬한 지지를 생각했을 때 다른 형태의 민중 운동이 가능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세계 사회주의 웹사이트(WSWS: World Socialist Web Site)와 트루스디그(Truthdig) 등 반세계화 진보 (혹은 혁명) 미디어를 보면,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긴 해도 기사 수준이나 품질 면에서 이미 뉴욕타임스를 앞지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들 웹사이트를 잘 모르겠지만, CIA 애널리스트 중에서는 유의미한 분석을 위해 비밀리에 이들의 기사와 보고서를 읽는 경우가 많다. 이미 기고를 하고 있거나 정보를 주고 있을 가능성 또한 크다.

한국에서는 눈치채기 어렵겠지만, 반세계화 진보는 미국에서 조용히 세력을 늘려가는 중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졌고,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체제를 거부하는 혁명적 사고가 놀라울 정도로 널리 퍼졌다. 지난 대선의 버니 샌더스 열풍이 이를 잘 보여준다. 샌더스는 대선 기간 반세계화 진보 중 상당수를 지지층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샌더스가 민주당의 권력구조를 흔드는 게 아닐까 크게 불안해 했다. 샌더스의 연설을 들으면 계급주의 사회에 대한 1930년대식 은유와 표현을 느낄 수 있다. 이후 샌더스가 자신들을 배신했다며 민주당을 떠난 반세계화 진보가 많다. 아직 조직력이 약하긴 하지만, 이들은 곧 자신만의 조직을 정비해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Zack W., left, listens to Maurice Hardwick at a protest while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delivered an economic policy speech to the Detroit Economic Club in Detroit, Monday, Aug. 8, 2016. (AP Photo/Paul Sancya)
(사진: AP)

 

반세계화 보수

도널드 트럼프를 우상처럼 떠받드는 반세계화 보수는 계급과 정치 음모, 거대한 제도적 부패 쪽에서 점차 담론을 이끌고 있다. 진보 진영이 부패 문제를 몰상식한 개인의 범죄로 인식한 반면, 반세계화 보수는 이를 제도의 실패로 파악한다. 반세계화 보수 웹사이트 프리즌 플래닛(Prison Planet)은 충성스런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1930년대처럼 흑인과 무슬림을 쫓아내기 위한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 다음 차례는 유대인과 아시아인이 될 것이다. 이들은 9/11 사건 음모론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도한다. 반세계화 보수는 뉴욕타임스가 확정한 9/11 사건의 내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사우디 테러 분자 19명이 비행기를 납치해 세계무역센터(WTC)와 국방성 펜타곤을 공격했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한다. 이런 음모론은 우익과 좌익 양쪽에서 제안된 바 있지만, 주류 언론과 클린턴, 샌더스, 촘스키 등이 대표하는 진보 정치 및 지식인 진영에서는 그런 말 자체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론 폴과 도널드 트럼프처럼 반세계화 보수를 결집하려는 정치인들은 음모론을 공공연히 언급한다.

반세계화 보수는 따라가기 쉬운 단순 내러티브를 선호하며, 하버드 등 엘리트 기관에서 소외된 노동자 계급을 향해 손을 내민다. 트럼프가 미국의 체제 전체를 공격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이들의 소외감이 깊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으려면 이들 반세계화 보수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지방 정치인이라면 이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오바마는 히스패닉아시아계뿐 아니라 동성애자 친구들을 두루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투자은행가 혹은 변호사 등 엘리트 계층이다. 오바마는 아주 신중하게 말을 가렸지만, 지난 대선에서 그가 클린턴을 지지한 건 결국 어떤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는 대선기간 중 누군가를 총으로 쏴도 지지자들은 날 떠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고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 폭탄 발언을 하고도 대통령직에 당선되다니, 선례가 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빈부격차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정치는 계급 투쟁으로 변모한다. 트럼프의 자문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이런 근본적 변화를 눈치챘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맞닥뜨린 적 없는 기성 정치인들은 변화하는 미국의 정치 구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잊혀진 계급’ 백인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고, 그들은 트럼프에게 맹목적 충성심을 바쳤다. 트럼프가 기독교적 가치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고, 자신들과 성분이 다른 억만장자라 하더라도 이들의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다.

소위 급진적이라는 민주당 의원조차 당에서 정한 방침 때문에 노동자 계급이 가장 아프게 감내했던 자유무역의 부작용에 대해 거론하지 못했지만, 트럼프는 자유무역을 맹렬히 비판하며 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줬다. 그렇게 해서 트럼프를 누구보다 먼저 지지하게 된 백인 중하위 계층은 지금도 트럼프의 ‘시멘트 지지층’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자신은 글로벌리스트에 가깝지만, 그는 청중이 원하는 걸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트럼프는 지지층의 요구를 알아내고 이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에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반세계화 보수와 백인 국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백악관에 밀어 넣긴 했지만, 사실 트럼프는 이들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는 (반세계화 진보와 보수 모두가 싫어하는) 이스라엘과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반세계화 보수 중에는 이스라엘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스라엘 편들기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세계화 보수 사이에서 유대인 공격이 벌써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글로벌리스트와 반세계화 진보, 그리고 반세계화 보수. 이들이 이룬 삼각형 안에서는 사안과 전략에 따라 서로 공격하고 편을 먹는 이합집산이 이어진다. 어쩔 때에는 반세계화 보수가 반세계화 진보와 팀을 이루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선례가 없는 이 현상은 최근 들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리스트와 반세계화 진보

소위 ‘배운 집안’ 출신이 많은 금융 쪽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문화적 세계관과 관용의 원칙을 체화한 사람이 많다. 금융 자본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세력만 아니라면 이들은 반세계화 진보 인사를 파티에 초대해 기꺼이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인도적 지원 및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판을 뒤흔드는 혁명 정도가 아니라 의례적 진보 수준에 머문다면, 글로벌리스트는 기꺼이 이들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글로벌리스트가 반세계화 진보와 의견을 같이 하는 분야가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글로벌리스트는 (자본의 이익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둘 사이 많은 협력이 이루어진다. 글로벌리스트가 고안한 탄소거래제를 반세계화 진보에서 받아들이는 모순까지 감내할 정도다. 반세계화 진보는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까지 그 수가 많지 않다. 이들의 정치관에 동조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정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세계화 보수처럼 교회 네트워크를 구심점으로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힘들다. 게다가 진보 지식인의 경우 굳이 선택하라면 백만장자에 가까울 정도로 부유층 출신이 많아서 노동자와 쉽사리 가까워지지 못하기 때문에 글로벌리스트와 연합할 필요성이 있다.

 

글로벌리스트와 반세계화 보수

반세계화 보수에 어필하기 위해 ‘권리’와 ‘자유’를 내세우는 건 글로벌리스트의 고전적 전략이다. 반세계화 보수가 애착을 갖는 낙태 및 흑인 범죄 등의 정치 이슈에 관해 공화당내 글로벌리스트가 반세계화 보수 편을 들어주면, 이들은 반대로 글로벌리스트에게 중요한 무역 및 금융 쪽에서 글로벌리스트를 지지하는 맞교환이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다. 항상 효과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글로벌리스트와 반세계화 보수의 가장 일반적 협력 방식이다.

교도소 산업은 글로벌리스트와 반세계화 보수를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다. 지금 미국의 교도소는 도시 슬럼가 출신 소수민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상당수가 시민의 안전보다 교도소 사업에 투자한 글로벌리스트의 투자 이익을 위해 갇혀 있다고 보는 냉정한 평가가 있다. 주로 한적한 지방에 위치한 교도소의 간수직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가난한 백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군 복무 경력을 이용해 경찰이나 간수로 전역하는 코스가 아주 인기가 좋다. 저소득 백인은 글로벌리스트와 이들이 다른 국가 일에 여기저기 간섭하며 일으키는 제국주의 전쟁을 증오하지만, 얄궂게도 이들 전쟁은 저소득 백인 청년이 군인으로 경력을 쌓아서 경찰이나 교도소 간수로 옮겨갈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를 제공한다. 반세계화 보수는 군수 계약뿐 아니라 교도소 건설에 투자하는 글로벌리스트와 의도치 않는 공생관계를 갖는다. 글로벌리스트는 반세계화 보수의 이런 모순점을 공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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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잊혀진 계급’ 백인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고, 그들은 트럼프에게 맹목적 충성심을 바쳤다.

반세계화 진보와 반세계화 보수

반세계화 진보와 반세계화 보수의 연합은 삼각구도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만남이다. 신기하게도 극우와 극좌는 무역 및 금융 정책에서 의견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정부의 정당성을 완전한 부정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반정부 캠페인에서 극우와 극좌가 연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2016년 대선 기간 트럼프는 위키리크스 지지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샌더스를 지지하는 진보 웹사이트에는 보수 진영에서 만든 클린턴 비난 자료가 올라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기성 정치인과 이들에게 돈을 대는 금융자본 및 미디어는 자신을 보호하고 배를 불린다는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다. 기득권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수조 달러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이들은 워싱턴에서 권력을 손에 쥔 자와 글로벌 특수 이익집단을 위해 일한다. 이들에게 국민의 안녕은 안중에도 없다는 연설을 했는데, 이런 트럼프의 정부 기득권 비판은 진보 쪽에서도 많은 사람이 지지를 했기에 계속 될 수 있었다.

트럼프의 정부 비판 논리는 다수 유권자에게 먹혔다. 그는 버니 샌더스도 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신랄하게 기득권과 정부를 비판했다. 당연히 진심은 아니다. 트럼프의 뒤에는 억만장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표를 얻기 위해 한 말이거나 정말 별 생각 없이 한 말일 수 있다.

트럼프는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힘들지만, 힐러리 클린턴이라면 손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힐러리는 더 많은 분쟁을 일으키고 더 많은 피해를 줄 능력이 있다. 에너지 기업과 유착관계를 가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재난적 프로그램을 트럼프보다 쉽게 통과시킬 것이라는 녹색당 대통령 후보자 질 슈타인의 발언을 보면 어떻게 해서 반세계화 진보와 반세계화 보수가 서로 손을 잡았는지, 그리고 왜 트럼프를 지지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정치를 끌고 가는 삼각구조와 필요에 따른 이들의 연합을 설명했다. 2000년 이후부터 미국에서는 미국식 정치의 근간을 형성했던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와 의회, 정치인은 국민을 소외시키는 정치를 펼쳤다. 국민은 이에 염증을 느꼈고, 떠나려는 지지자를 잡기 위해 수정된 정치 노선과 담화는 지금처럼 복잡하고 모순된 양상을 띠게 됐다.

삼각 대립과 이들의 합종연횡은 미국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독특하게 만들었지만, 언론에서는 이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보수 대 진보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지금의 미국 정치를 바라본다면 끊임 없이 이어지는 삼각구조의 권력 다툼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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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6/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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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세계질서를 재편할 만한 두개의 국제회의가 진행되었다. 그 하나는 선진경제국의 클럽이라고 불리는 G7 정상회담이고, 다른 하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다. 캐나다 퀘벡에서 G7회담이 열리는 동안,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한,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는 국가들의 대표가 참석한 SCO가 진행되었다.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해온 G7회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고 급기야 국제외교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욕설이 오고간 반면, SCO회의에서는 상호신뢰와 호혜를 기반으로 한 공존공영의 선언이 이루어졌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미친트럼프의 긍정적인 역할과 다른 결을 보이고 있는 국제질서의 흐름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심각하다. 

 


지난주 지정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두 회담이 열렸다. 그 분위기와 성과 면에서 기존과는 매우 다른 회담이었다. 각 회담은 나름대로 현재 진행 중인 세계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대변하면서 크게 달라질 미래를 암시했다.

그 두 회담 중 하나는 캐나다 퀘벡 시에서 개최된 (일부 참가국은 G6+1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G7 정상회담이었다. (GDP 기준) 6대 서방 선진 공업국과 일본의 정치 지도자가 참석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대통령은 우방국들을 향해 그의 뿌리 깊은 경멸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트럼프는 느지막이 도착해 별다른 공헌 없이 일찍 일어나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싱가포르 행 비행기에서 그는 퀘벡에서 합의된 줄로만 알았던 공동선언문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이번 회담을 주최한 캐나다 트뤼도 총리를 향해 신랄한 인신공격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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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해당 회담에 도착하기 전, 2014년 이후 제외된 러시아를 다시 G7에 초청할 것을 제안하는 말 폭탄까지 던졌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G7의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트럼프의 제안은 다른 G7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G7 재가입에 동의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G7의 정치인들이 지정학적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러시아가 직접 나서 “우리는 다른 협의체에 집중하겠다”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이 ‘다른 협의체’란 러시아가 주요국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다자간 회담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회담 중 하나가 세계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와 러시아가 만난 브릭스(BRICS) 경제연합체이다. 2018년 IMF가 발표한 세계 10대 경제에 브릭스 회원인 중국, 인도, 브라질 3개국이 포함되었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들이 G7 회원국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번째 모임은 그 회원국 중 러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다. EAEU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BRI) 전략 사업과 주요한 협력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발효를 목표로 이란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도 했다. 이란은 유라시아와 그 외 지역에서 이미 체결된 다국 간 협정뿐만 아니라 경제적, 금융적, 그리고 지정학적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협정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러시아가 주목하는 세 번째 모임은 매년 중국 칭다오에서 연례 회담을 개최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이다. 이번 SCO 회담이 공자가 태어난 산둥반도에서 개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이번 회담의 개막사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콕 집어 공동의 선(善)을 추구하는 대의에 관한 공자의 가르침을 인용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유교의 철학은 2013년 아스타나(Astana)에서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의 비전을 천명한 연설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 철학이 이제 상호신뢰, 호혜, 평등, 협상, 다양한 문명 존중 등을 강조하는 소위 상하이 정신 (Shanghai Spirit) 속으로 녹아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G7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엄청난 대조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SCO 회담은 2017년 파키스탄과 인도가 정식 회원으로 인정받은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었다. 이 두 나라는 어려운 역사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서방의 기대와 달리 SCO라는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겠다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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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불법 개입과 점령으로 발생한 끔찍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까지 합세한 이 평화적 프로세스 구축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미 카터 (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자 알 카에다(Al Qaeda)를 탄생시킨 사이클론 작전(Operation Cyclone)의 설계자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1997년,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전략적 원칙은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국가들의 모임이 부상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어쩌면 이란”의 연합을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꼽았다.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확실히 그런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정책들은 역효과를 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점점 더 여러 유럽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동방정책’이다.

러시아와 이란 같은 미국의 적뿐만 아니라 이란핵협정(JCPOA)의 정신과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유럽의 “동맹국들”에까지 미국 제재의 영향이 미치면서 유럽인들은 과연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상호 보완적인 경제 및 자원 등 여러 요소와 서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 함께 할 때 더 안전하다는 깨달은 중국과 러시아는 점점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은 칭다오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독특한 우정의 메달(Medal of Friendship)을 선사했으며, 러시아를 중국의 “최우방국”이라고 칭했을 뿐 아니라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전략적 파트너”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브레진스키의 책이 출간된 지 20년이 흘러 푸틴이 뮌헨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온 연설을 한 이후 11년이 지난 오늘날, 새로운 정치 질서가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BRICS와 SCO 그리고 EAEU는 모두 국제무역의 수단으로서 미국 달러가 가지는 입지를 좁히는 선봉에 서있고,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메리카의 여러 국가가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다. 위안화 표시 금 파생상품이라든지 이와 유사하게 현재 런던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에서 협상 중인 국가 통화를 통한 거래,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외국환 SWIFT(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를 대체하기 위한 칩의 개발 등이 모두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의 일부이다.

미국 패권의 근간이 빠르게 부식되고 있으며, 비극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이 이런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를 막기 위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니다. 미국은 이를 막으려고 할 것이고, 그 때문에 제 기능을 못 하는 미국의 리더십과 논리적 전략계획의 부재로 인해 엄청난 혼란과 문제들이 야기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미국이 결과를 지시하고, “동맹국”의 맹목적인 복종을 기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번 SCO 회담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상호존중과 상호이익, 다른 국가의 주권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정책만이 퀘벡에 모여 다투기 바쁜 자들의 저물어가는 제국주의를 이길 수 있는 카드 패가 될 것이다.

 

글로벌리서치 (Global Research), 2018년 6월 17일 자 기사

제임스 오닐 (James ONeill): 호주의 온라인 잡지 “New Eastern Outlook”의 전속 법정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 2018/06/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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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의 '시간표' 맞추기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분석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과 미국의 정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9시 4분부터 아세안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북한과 미국 정상의 '첫' 만남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빨간 넥타이에 정장을 한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서로의 손을 잡는 '역사적' 순간, 전 세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목을 잡는 과거"를 넘어서는 시공간으로 정상회담의 첫 순간을 정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 발언은 정상회담의 "성공"이었다.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음을 상기한다면, 상상이 불가능했던 첫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첫"(first)과 "역사적"(historic)은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의 첫 머리였다. 이 두 단어는 미지의 길을 가야하는 현재의 한반도를 정의한다.

 

첫째, 이차대전이 계속되고 있던 1945년 미국이 한반도를 소련과 분할점령하기 위해 38도선을 그었을 때, 한반도의 북쪽지역은 미국과 적대할 소지를 가지게 되었다. 냉전과 열전과 냉전을 거치며 한반도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적대적 관계를 생산해 왔다. 조선에게 미국은 "철천지 원쑤"였고, 미국에게 조선은 "악의 축"이었다. 이차대전 이후 패권국가 미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 가운데 전쟁을 했던 중국과 베트남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던 쿠바와 관계개선을 했지만, 북한만은 미국에게 예외국가였다. 패권국가 미국과 작은 국가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70여 년의 적대 역사, 최후의 냉전을 종식시키려는 첫 걸음이었다.

 

둘째, 핵확산금지조약 밖에서 핵국가가 된 북한과 핵확산금지조약 안에서 공식적인 핵국가인 미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병행협상을 위해 만났다는 점도 주목의 대상이다. 탈냉전시대에 북한은 미국적 주류 국제정치학의 문법과 다른 국가행동을 계속해 왔다. 미국과 중국이란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한 국가에 편승하여 안보를 보장받는 방식이 아니라 핵억제력의 확보라는 내적 세력균형정책을 통해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고자 했다. 북한은 작은 국가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 운반체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그 능력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했다. 북한의 핵은 인정투쟁을 위한 도구였다. 핵국가를 선언한 북한이 남북 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길을 가겠다고 하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용했다.

 

셋째, 오리엔탈리즘의 발로이겠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서구적 시각에서 '문명국가' 미국이 '야만국가' 북한을 인정하는 자리였다. 미지의 국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개인에 게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숭고한 의무"라고까지 표현했던 중국방문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한다면, 싱가포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해외방문지였다. 더불어 미국적 민주주의의 문법을 벗어난 지도자이자 이차대전 이후의 국제정치경제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야만국가'의 지도자가 만난다는 사실도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적 사건으로 만든 이유였다. 아시아적 가치를 담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네팔 출신의 용병을 쓰는 권위주의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라는 사실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역사적 사건으로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첫, 역사적 만남에서 북미정상은 공동성명을 만들어냈다. 2018년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후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북미 간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실무협상이 전개되었음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간략한 합의문이었다. 그러나 70여년의 북미 적대역사를 생각한다면,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세부내용보다는 북미의 "새로운" 관계를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간략한 공동성명 일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했다는 <조선중앙통신> 6월 11일 자 보도를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조선반도비핵화"를 둘러싸고 의견교환이 있을 것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예시했다.

 

공동성명은 "첫 역사적인 수뇌회담"을 언급한 이후, "새로운 조미관계수립"과 "평화체제구축"과 관련하여,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은 채, 두 정상이 논의했음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는 구절이 이어진다. 대통령과 위원장이 개인이 아니라 제도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조선이란 두 국가가 아니라 두 정상의 이름으로 "안전담보"(security guarantees)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가 언급되었다. "호상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그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적 신뢰구축이 북미 정상회담의 일차적 목표였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 2일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전장을 만난 이후 북미 정상회담을 "과정"(process)이라 언급한 것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이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에 동의했음을 추론하게 한다.

 

공동성명 1항은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새로운"에 있다. 낡은 과거가 70여 년의 적대의 역사였다면, "새로운"은 사실상 적대의 종언을 선언하는 표현이다. 공동성명 2항에는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 담겼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3항과 같은 표현으로, 주체만이 "남과 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즉 남북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공동성명 2항은 읽힌다. 그러나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경로에 대한 세부계획이 공동성명에서 제시되지는 않았다.

 

공동성명 3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이다. 1항, 2항과 달리 3항의 주어는 북한이다. 북한이 '자발적'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후인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고, 이 사실을 5월 12일에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공보"를 <로동신문>에 게재하는 형태로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린 바 있다.

 

이 3항은 몇 가지 쟁점을 담고 있다. 

 

첫째, "판문점선언"의 "재확인"이란 구절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성명 3항은 남북의 합의에 기초하여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길을 가겠다는 것에 미국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핵화와 관련하여서도 북미관계만큼이나 남북관계가 자율성을 갖는 단위가 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둘째,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하루 전 기자회견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비핵화'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공동선언 3항에는 판문점 선언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비핵화만이 담겼다. 남한의 대북특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3월 8일 미국에 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의사를 확인한 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전개된 실무협상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핵심 의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공동선언 3항에 완전한 비핵화만 담긴 것은, 북한의 반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까지 벌어진 미국과 북한의 말의 공방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비핵화의 실행과정에서 다시금 검증과 불가역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선언될 수는 있지만, 북한은 주권의 문제와 관련된 검증과 '잠재적' 핵국가의 지위를 포기하게끔 하는 불가역이란 두 문구가 공동성명에 표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공동성명 3항은 미국의 후퇴로 읽힌다. 비핵화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process)으로 보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전환도 3항과 같은 미봉을 가능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협상에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갈 때 그에 상응하여 제공되는 교환 품목들이 있다. 그 품목들은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조치들이다. 비핵화의 내용과 시간표가 공동성명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보상은 "새로운 조미관계"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모호하게 표현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언급했던 종전선언도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반면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보상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그 일단이 제시되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단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은 2015년 1월부터 자신의 핵미사일실험의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단, 이른바 쌍중단을 교환하고자 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한 축인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되면 한미동맹에 기초한 핵관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금지하는 '최소 비핵지대화'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제거가 '최대 비핵지대화'이지만 북한은 이를 의제화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방어적이라는 공식 담론을 폐기하고 "도발적"(provocative)이었음을 인정했다. 사실상 한반도 안보딜레마를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지속이란 세 목표가 동시에 달성될 수 없는 삼중모순(trilemma)의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수정을 선택한 셈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무역전쟁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주한미군의 주둔의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하는 트럼프식 외교도 이 수정에 기여한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단이 자신의 제안이라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6월 13일 <로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리해를 표시하면서,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서로의 국내정치적 필요 때문에 발생한 차이인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지를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보상, 즉 "안전 담보"로 해석했다. 북한이 미국에 제공한 상응의 대가는, <로동신문> 보도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미사일엔진 실험장의 폐쇄였다.

 

그리고 북한은 <로동신문> 보도에서 미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조선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는 내용을 첨가했다.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였음을 추론하게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중 국경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말로 중국이 사실상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을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또 다른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었다.

 

북미 공동성명 4항은 북미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발굴을 진행하여 이미 발굴 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의제였고, 과거 미군 유해발굴과 송환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즉각 이 의제를 수용했다고 한다. 4항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고려가 담긴 추가였다.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해석은, 미국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을 취해나간다면" "다음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를 취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북미 정상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쌍중단을 선언한 북미 정상회담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쌍궤병행으로 가는 첫 걸음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해석은 중러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일본은 북미 공동성명에 대해 일단 비판적이지만, 북미관계의 진전에 따라 중국과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북일관계의 개선을 도모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가 제거되었다고 자평했다. 

 

미국 내에서는 북미 공동성명에 비핵화의 내용과 시간표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야만 국가' 북한을 인정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외교적, 경제적 조치는 미국 국내정치를 통과해야만 가능한 보상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북미 공동성명의 실행이 관건일 수밖에 없다. 북미 공동성명 이외의 부속합의서가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에 따른 시간표와 그 시간표에 조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결합될 때, 북미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한 전환의 기록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월, 2018/06/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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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후 한반도 상황은 급진전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되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반면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은 아직 많은 불안요인(unstable and unpredictable)을 안고 있다. 우선 북미관계 정상화에 승부수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내 정치적 입지가 매우 불안하다. 상대적 진보라고 여긴 민주당과 CNN 등 주류사회는 오히려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또한 파리기후협약의 묵살, 이란핵합의의 일방적 파기, 유엔 인권이사국 탈퇴,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갈등에 더하여,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적으로 설정해온 자유무역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외교적 고립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질서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간의 대결과 긴장은 통상의 영역을 넘어서 군사 외교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반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두 대국간 향후 전개가 자못 심각한 양상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초미의 대상이다. 이에 세계적인 경제일간지 Financial Times의 전문취재단이 북한이 향후 어떤 체제로 변할지 예측한 특별기사를 소개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한 그의 대략적인 비전을 설명하면서 서구사회의 이상과도 같은 해안가를 조망하는 호화로운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 정상회담이 열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모델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 모델은 바로 중국이었다. 34세의 독재자 김정은은 국제적 긴장 완화와 북한 경제개발이라는 새 시대를 위한 중국의 재정지원을 얻고자 이틀간 중국을 방문 후 지난 수요일 베이징을 떠났다.

북한의 진정한 야망을 두고 회의론이 여전하지만, 새로운 낙관론과 함께 풍부한 광물 매장량과 엄청나게 저렴한 노동력 등을 포함한 미지의 북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북한 경제에 대한 쟁탈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이 자유로운 자본주의가 아니라 거대한 이웃국 중국의 경제모델인 국가 주도형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우정과 정치적 친밀감을 쌓아온 중국은 그간의 투자에 대한 자신의 몫을 챙길 태세다. 과거 CIA 최고의 중국 분석 전문가 중 한 명이었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심히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을 중국과 가까이 묶어둘 수 있고,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거나 김정은 정권에 반하는 민주항쟁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면 경제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스탈린주의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북한은 2011년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조용하지만 큰 변화의 시간을 거쳤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농업개혁, 2014년 법률개정, 2015년 회사법 정비 등을 단행했는데 이들은 모두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줄이고, 약간의 임금 상승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는 대부분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북한 정권 내 거대 기관의 그림자 틈에서 사기업을 통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아냈다. 김 위원장은 선친이자 전임자인 김정일과는 달리 시장 경제의 번영을 허용했고, 경제개발을 추구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정치적인 자유를 동반한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은 중국을 인정하지는 않고 그저 베끼고 있습니다. 개방은 없는 개혁인 셈이지요.”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의 말이다.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란코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한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원하는데, 현재 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투자를 유치하는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기꺼이 북한을 도우려 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Global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개혁, 개방 그리고 경제개발”이라는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북한 관료들을 맞이했다.

이들의 베이징 방문은 중국 국경 근처 북한 경제특구인 신의주 주재 중국대사의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통제된 경제개발 모델을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번 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에 북한 경제개혁을 이끄는 핵심인물인 박봉주가 포함되면서 중국 모델을 향한 김 위원장의 관심이 다시금 강조되었다. 서울 소재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연구원은 “이번 중국 방문의 일차적 목표는 경제적 지원을 얻는 것”이었다면서 “북한에게는 중국의 경제모델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고, 현실적인 선택이며 [중국의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필시 북한의 정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북한을 안심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복제를 시도한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중국 남부의 선전(Shenzhen)과 주하이(Zhuhai) 등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 경제특구(SEZs)이다. 북한은 현재 20개 이상의 경제특구를 대부분 국경 지역에서 운영 중이지만 이들 중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많지 않다.

북한의 경제특구는 국제 제재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견고한 북한의 관료주의와 전기와 도로 등 인프라의 부족, 재산 몰수에 대해 두려움으로 인해 이미 매력을 잃은 상태였다. 란코프 교수는 “때로는 북한이 정치적 동요를 막으려고 일부러 이런 경제특구를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들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북한은 항상 투자유치를 원했지만, 항상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투자유치를 원했고, 중국도 과거 이런 조건에 난감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런 조건을 수용할지도 모릅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한국전문가 이성윤 교수는 “김 위원장은 외화창출을 위해 고립된 땅에 통제된 경제특구만을 추구”했다면서 북한 내 경제개혁의 범위에 의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개혁과 개방은 은행과 민간 부문의 자유화를 가져오고 금융과 무역의 투명성을 높일 터인데, 장기집권에는 모두 저주나 다름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북한의 경제 자유화와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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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신문

문재인 정부는 이미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동서 해안을 따라 철로를 개발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개발로 은둔 국가 북한이 더 넓은 지역과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경제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재벌들은 북한 내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이달 초 167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북제재가 해제 시 북한에 투자할 준비가 되었다고 답한 비율이 75%에 육박한다. 최근 몇 주간 철강, 시멘트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시멘트의 주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 조짐과 함께 3월부터 6월 사이 50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NH투자증권 정연욱 PB는 “열기가 대단하지만,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의 많은 이들이 남북의 오랜 대립 관계 때문에 이러한 투자전망이 꺾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PB는 “이미 지난 10년간 중국과 한국은 서로 북한에 접근하려고 경쟁해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더욱 편하게 생각하고, 덕분에 중국은 이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특파원 브라이언 해리스(Bryan Harris),

베이징 특파원 루시 혼비(Lucy Hornby),  드미트리 세바스토풀로(Demetri Sevastopulo)

화, 2018/06/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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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과 서방의 주요 여론들은 헬싱키에서 있었던 미러 정상회담(통역만을 동반한 순수한 개인적 만남)에 대하여 비난과 경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심지어 공화당 주요인사들조차 트럼프에게 배신과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내 진보포탈인 Moon of Alabama는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이를 재구성하고 있다. 키신저의 조언을 받은 트럼프가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상인적 감각으로 느끼면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중러 간의 파워게임을 grand-theory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러한 접근이 우리가 기대하는 북미간 평화협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7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 이후 미국 내의 반응이 꽤나 재미있다. 언론은 이성을 잃어갔다. 마치 진주만 공습과 통킹만 사건 그리고 9.11테러가 모두 같은 날 일어난 것 같았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런데 누구와의 전쟁인가?

이러한 패닉의 이면에는 대(大)전략을 보는 상반된 시각이 숨어있다.

45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영상) 전문을 읽다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트럼프는 예전에 했던 말만 했다. 두 대통령이 진짜 무엇에 대해 이야기했고, 무엇에 동의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나중에 푸틴은 이번 회담이 예상보다 가치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비공개로 나눈 이야기이니 누설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부터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기타 여러 분쟁지역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두고 보면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진보주의’ 진영은 이번 회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최근 뮬러 특검의 기소 결정은 회담을 방해하기 딱 좋은 시기에 이뤄졌다. 헬싱키에서 두 정상이 만나기 전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와 푸틴을 애인 사이로 묘사한 짧은 코메디 영화 한 편을 리트윗했다. 동성애혐오적 요소가 있는 이 영상을 3주나 지나 한번 더 공개한 것이다. 이런 쓰레기를 게재하다니 그레이 레이디[1]의 수치가 아닐 수 없지만,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회담 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반(反) 트럼프 인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존 브레넌(John O. Brennan)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다. (@JohnBrennan – 15:52 UTC – 16 Jul 2018)

도널드 트럼프가 헬싱키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연기는 이제 “중대범죄와 경범죄[2]”의 기준을 넘어섰다. 반역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멍청한 소리만 한 게 아니라 완전히 푸틴 손바닥 위에 있다. 공화당 애국자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존 매캐인(John McCain) 상원의원은 신랄한 성명을 발표했다.

… “지금까지 미국의 그 어떤 대통령도 독재자 앞에서 이토록 비굴하게 군 적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변해 미국을 미국 답게, 국내외의 자유에 전념하는 자유로운 시민들의 공화국 답게 만드는 가치를 지켜내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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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일보

이 어리석은 자들은 트럼프의 대전략에 숨은 현실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핼퍼드 매킨더(Halford John Mackinder)의 심장부 이론을 알고 있고, 러시아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핵심임을 알고 있다. 유라시아가 정치적으로 결속하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영국이 그랬듯 해군력으로 결코 이들을 이길 수 없다. 트럼프의 반대자들은 카터(Carter)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가 거대한 체스판(The Grant Chessboard)에서 언급한 중-러 동맹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체 왜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가 트럼프에게 크림반도를 포기하도록 조언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015년 트럼프 본인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큰 그림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주장 있다.

“…  푸틴은 오바마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아주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러시아가 중국으로 손을 뻗는 순간, 미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석유 거래로 둘이 손을 잡았습니다. 우리가 둘이 손을 잡게 했다는 겁니다. 미국에게는 끔찍한 일입니다. 무능한 리더십 때문에 이들이 친구가 되었어요. 저는 푸틴하고 아주 사이 좋게 지낼 생각입니다. 아시겠죠?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제재는 필요 없다고 봅니다. 러시아하고 아주 지낼 겁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많은 국가들과 잘 지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오늘보다 부유해질 겁니다.

세계에는 크게 세 곳의 지리적 권력 중심지가 있다. 흔히 ‘서구’라 불리는 영미/대서양권,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인 러시아로 볼 수 있는 매킨더의 심장부, 그리고 역사적으로 아시아를 다스려온 중국이 그들이다.

키신저와 닉슨(Nixon)의 가장 큰 정치적 성공은 중국과 소련을 떼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이 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소련의 동맹은 끝낼 수 있었고, 미국은 동급최강,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키신저도 이미 러시아와 다시 손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예견했다.

1972년 2월 14일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예정된 닉슨의 방중과 관련한 협의를 하기 위해 만났다. 닉슨의 역사적 중국 방문을 위해 이미 비밀리에 중국에 다녀온 키신저는 러시아인들과 비교해 중국인은 “그저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 위험하다.”고 표현했다.

키신저는 나아가 “20 , 후임 대통령이 닉슨만큼 현명하다면 결국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쪽으로 기울 ”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목에서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은 “이 세력 균형 게임에 매우 침착하게 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바로잡고 규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방향이 뒤바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입장이 바뀌기까지 키신저가 예측한 20년이 아니라 45년이 걸렸다.

냉전 이후 미국은 20세기의 이념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믿었다. ‘일방주의’를 마음껏 행사하며 러시아를 적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 약속과 달리 나토(NATO)를 러시아 국경까지 확장했다. 이 세상 최고의 독보적인 권력이 되고자 했다. 동시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로 인도해 폭발적 경제 성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균형을 잃은 정책은 결국 큰 피해로 돌아왔다. 미국은 산업 능력을 중국에 빼앗기는 와중에 러시아를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었다. 세계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매우 비싼 것이었다. 이는 2006년 미국 경제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미국인들은 패권의 이점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균형을 찾는 동시에 중국의 점증하는 힘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이 상황을 역전시키고자 했다.

트럼프의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브레진스키는 지미 카터(Jimmy Carter)의 안보보좌관으로서 계속해서 중국에 닉슨/키신저 정책을 썼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만을 무시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는 여전히 미국이 러시아에 대항하여 중국과 연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좋을 것이 없다.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러시아도 혼자 남지 않으려면 이를 따르도록 하는게 미국에게는 훨씬 이롭다. 이런 구도일 때 미국은 전세계에 총체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준다.”

그런데 중국이 무슨 이유로 이런 계획에 참여한단 말인가? 어떻게 러시아를 ‘강제’할 수 있나? 그 길을 가기 위해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러시아를 바라보는 브레진스키의 시각은 항시 음울했다. 그의 가족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서부지역인 갈리시아(Galicia)에 살던 하부 귀족 출신이다. 소련이 유럽대륙 중앙까지 세력을 확장하자, 그의 가족은 폴란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러시아는 언제나 적일 것이다.)

키신저의 견해가 좀더 현실적이다. 그는 미국이 혼자서 세상을 지배할 수 없고, 반드시 좀 더 균형잡힌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극화된 세계 질서가 부각되는 지금 러시아를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 균형을 위한 필수 요소로 보아야 한다.

키신저는 다시 한번 러시아와 중국의 분열을 위해 애쓰고 있다. 다만 이번에 부상해야 할 쪽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다. 미국은 러시아와 친구가 되어야한다.

트럼프는 키신저의 견해를 따른다. 러시아와 중국을 떨어뜨려 놓기 위해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한다. 그의 (옳은) 판단에 따르면 미국에게 장기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위험한 쪽은 중국이다. 때문에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했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Peter Lee 목소리로 들어보자).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중국의 손아귀에서 낚아채려는 것이고, 푸틴과는 사이 좋게 지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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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와 도널드 트럼프(사진: 한국일보)

그렇다고 러시아가 중국과의 유익한 동맹을 깨도록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행동, 특히 중앙 아시아에서의 행보가 러시아에게 장기적인 위험요소인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인구와 경제력은 러시아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러나 미국은 그동안 한번도 러시아와 관계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시 신뢰를 얻기까지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반면 중국은 약속을 지킨다. 그들은 ‘심장부’ 정복에는 관심이 없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군사력이 우월한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러시아를 중립으로 만드는 동시에, 중국에 관세 및 제재를 부과하고 대만과 일본 등 반중 의도를 가진 다른 국가들을 가까이 하면서 중국의 경제력 상승에 맞서는 것일 듯싶다.

미국은 미국의 ‘일방주의 시대’를 망쳐버렸다. 러시아와 우방이 되는 대신 그들이 중국의 손을 잡게 만들었다. 패권 세계화와 일방적인 전쟁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 증명되었다. 미국인들은 그로부터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트럼프는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세계는 결국 앵글로 아메리카, 러시아, 중국이라는 세 개의 권력중심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노쇠하고 분열된 유럽은 저물어갈 것이다.) 이 권력중심지들이 서로를 향해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주변부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며, 그 중심에 한국, 이란, 우크라이나가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의 이해관계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해 중국에는 맞서면서, 더 이상의 중-러 연합은 막아야한다. 이 그림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신보수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냉전시대 브레진스키가 러시아를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다시 권력을 잡게 해준 경제적 세계화만이 우리가 따라야 할 참된 길이라 여전히 믿고 있다. 미국 유권자 90%가 겪은 피해를 인지하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생각이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터무니없는 반응들을 보면 트럼프에 반대하는 힘이 여전히 강하다. 그들은 사사건건 트럼프를 방해할 것이다. 이 시점의 큰 위험은 이런 자들의 세계관이 다시 권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 뉴욕타임즈의 별명

[2] 미연방 헌법 제2조 4절에 대통령이나 부통령을 탄핵하는 이유로서 반역죄, 수뢰죄와 나란히 열거되는 죄

토, 2018/07/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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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주: 이번에는 오랜만에 중국 다른 매체의 소식을 전한다. CCTV 인터넷사이트(cctv.com, 央视网)의 ‘국제평론’ 7월 26일자에서 나간 위 제목의 글은 많은 해외 매체의 인용을 받았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지 시각 7월 25일 오후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융커는 백악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통해 쌍방의 무역장벽을 낮추고 무역마찰을 완화하는 데 동의하였으며, 상대 상품에 대한 새로운 추징관세를 잠시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선언하였다. 일순간 미국과 유럽연합이 경제무역 문제에 있어 화해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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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의 일시 휴전은 지연책에 불과

미국과 유럽이 만약 무역전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환영할만하다. 왜냐하면 역사적 경험이 반복하여 증명하듯, 무역전은 낡고, 효력이 없고, 승리자가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번에 정말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일찍이 두 달여 전에 똑 같은 워싱턴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을 하지 않고 서로 추징관세를 멈추기로 합의했으나, 10일 후 백악관이 약속을 뒤집고 500억 달러의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포함으로써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을 기억한다.

트럼프 정부가 잘 변하는 전과 때문에, 사람들은 그와 유럽연합이 도달한 합의에 대해 아마도 더욱 신중하면서, 그것이 한 차례 잠시의 ‘휴전’이지 정식 ‘종전’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 협의한 내용을 보자면, 먼저 미국과 유럽연합은 제로 관세를 위해 노력하며,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비자동차 제품에 대한 보조 정책을 중지하고, 앞으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해 강철·알루미늄 관세와 각종 보복성 관세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부문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방향성과 태도성 표현이며, 협의를 실현하기 위한 시간표와 세부 사항 및 해결 기제 등이 없다.

협의에서 미국 측은 유럽연합의 강철·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추징관세 중지에 대한 명확한 동의를 하지 않았다. 특히 자동차관세 방면에 있어, 이는 유럽연합의 최대 관심사인데, 트럼프는 일찍이 “벤츠가 뉴욕 5번가에 출현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협의에는 어떻게 자동차관세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가 여전히 유럽연합의 ‘일곱 치’를 비틀어 쥐면서 언제든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협의가 얼마나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협의 쌍방은 또한 얼마나 상호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둘째, 트럼프 정부가 유럽에 대해 ‘제로 관세’를 제안한 것은 결코 독자적인 창안이 아니며, “새 병에 옛 술을 담는” 격이다. 일찍이 오바마 정부 시기 미국과 유럽연합이 ‘대서양 교역 및 투자 동반자 협정’(TTIP)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때, 쌍방은 97% 이상의 수입상품에 대해 관세를 취소하기로 제안하였었다. 하지만 정부구매, 농산품 시장진입, 금융감독 등 분야에서 적지 않은 의견 차이가 존재하여, 쌍방은 몇 년간 담판을 하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제 미국의 중간선거가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선거표가 유일한 관심인 트럼프 정부가 얼마만큼 시간과 인내심이 있어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통해 비자동차 공업품의 제로 보조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까?

셋째,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연맹인데, 각 국의 발전 정도가 다르며 미국 무역마찰 문제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대항하겠다는 태도도 있고, 타협하고 싸움을 피하려는 목소리도 있다. 비록 융커가 유럽연합의 ‘수석 집행관’이고 유럽 정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지위에 있긴 하지만, 그러나 그가 트럼프와 이룩한 최종 합의는 필히 유럽연합 각국 지도자의 승인을 얻은 후라야 효력이 있다. 만약 유럽연합의 어떤 한 명의 지도자가 반대 의견을 표시하거나, 혹은 트럼프에 대한 말이 공손치만 않아도 전체 협상과정은 아마 뒤집어 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추징관세의 잠시 중지 합의는 일종의 태도일 뿐이다. 미국이 유럽연합을 겨눈 무역 총구는 놓아지지 않았으며, 그것은 잠시의 지연책일 뿐이고 그 의도는 더욱 높은 요구를 하려는 것이다. 또 트럼프가 언제든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이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제출한 ‘제로 관세’ 제안이 사실상 유럽연합에 함정을 파논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유럽연합이 제로 관세를 거절하면 보호무역주의자가 되고,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는 트럼프는 오히려 자유무역주의자가 된다. 만약 유럽연합이 제로 관세에 동의하고 실현할 수가 없다고 하면, 트럼프는 약속위반을 이유로 유럽연합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은 도대체 얼마나 양보를 해서 트럼프가 벌린 사자 입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는 말일까? 기세등등하게 문을 부수고 진입해 돈을 요구하는 강도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에게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 패권주의에 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용감하게 맞서 견결하게 반격하는 것이다. 양보만 하는 것은 존중과 이해를 구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진일보하게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을 자극하고, ‘타협자’ 자신은 이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 2018년 7월 30일 <레디앙미디어> 에 게재된 글입니다. 
화, 2018/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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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센토사 북미정상회담 전후하여 핵실험장을 폭파시키고 미사일 발사대를 해체하고 있으며 미군 유해를 송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이 북한에 취하고 있는 더욱 강경한 제재조치에 의아하고 있다. 캐나다에 소재한 글로벌 리서치는 이러한 배경에 대해 아래의 글처럼 매우 소중한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뒤에 숨어 있는 네오콘들, 특히 폼페이오와 헤일리 등은 강화된 봉쇄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면서 북한의 일방적 양보(굴복)와 중국으로부터 격리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강경파는 북한 핵무장 해체라는 과정을 악용하여 동아시아에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고 연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 가능한 옵션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regime change)를 기대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트럼프 자신은 김정은에게 여전히 호의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11월 중간선거와 2년 뒤에 있을 차기 재선에 북한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로 최대한 활용하는데 골몰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는 관심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담대히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 “북한이 얼마나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1994년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성공리에 마친 후)

 “비핵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혼동할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서구 언론의 여러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각자 그 뜻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은 다음을 명시하고 있다.

“3. 북한은 2018년 4월 27일의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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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일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후 공동 서명한 합의문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천명했다. 그런데 해당 합의문의 어느 구절에도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는 명시되지 않았다. 그리고 7월 20일 성사된 폼페이오 장관과 헤일리 (Nikki Haley)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유엔 안보리의 만남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성사시킬 뜻이 없으며, 싱가포르 회담의 두번째 약속인 다음의 항목을 지킬 것이라는 근거도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다.”

확실히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 북한에 명령을 내리고, 유엔 안보리를 압박해 추가적인 대북 석유공급을 중단, 북한의 숨통을 더욱 조일 작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중국과 러시아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공격적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헤일리는 대북제재에 반하여 89차례나 배에서 배로 석유를 옮기는 “사진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진증거”는 과거 콜린 파월(Colin Powell)이 유엔 안보리에 제시했다가, 이후 허위임이 밝혀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은 헤일리 대사의 주장이다.

“더 많은 정보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우리의 친구들 중 규칙을 피해가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겁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헤일리 대사는 계속해서 북한을 향해 “일단 쏘고 보고하라 (shoot first, ask questions later)” 식 접근법을 들이대고 있다. 북한은 이를 일컬어 “깡패 같고 암적이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친구들 중 규칙을 피해가려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 “규칙”을 도입하고, 이런 악성 제재를 지지하도록 안보리를 협박, 위협, 매수한 것은 미국인 바,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의연하게 대처하며 미국이 강요하는 “규칙”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질책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런 야만적인 제재조치를 수년간 지지했다는 것이 비극이다. 이제라도 스스로의 위엄과 자존심을 찾고 북한의 굴복을 받아 내기 위한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면 이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헤일리 대사는 마치 유치원 교사가 반항하는 학생들을 타이르듯 다음의 주장을 이어 나갔다.

“현재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준수하고, 현 상황의 훌륭한 조력자로서 비핵화를 돕도록 이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헤일리 대사의 황당한 주장과는 반대로 유엔 안보리 제재는 지난 12개월간 전 세계를 핵전쟁의 구렁텅이에 내던진 심각한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북한으로서는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로 내내 북한을 위협해 온 휴전이 끝나기 전까지 비핵화를 실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비록 북한은 1년 가까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지 않았고, 미국은 최근 도발적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했지만, “북한정부 참수작전”이라 불리는 오싹한 군사훈련이나 북한을 두렵게 할 수 있는 지시 등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1994년 북한과 평화협정 협상을 성공리에 마친 후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를 포함,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까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해타산을 따지느라 평화협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최근의 위기상황을 지속시켜왔다. 왜 미국이 평화조약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의 평화조약 거부는 결국 언젠가, 가깝거나 먼 장래에 1950년에서 1953년까지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벌어진 거대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를 암시한다. 1950년 미국은 북한이 촉발한 침략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는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북한을 공격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안보리를 압박해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제재 결의안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제재들은 명백한 반 인도적 범죄들로 구성된다. 과거 소련의 안드레이 그로미코 (Andrei Gromyko) 외무장관이 마키아벨리 스타일의 현실주의를 시현하고, 미국이 이를 이용해 북한에 전쟁범죄를 자행할 “명분”을 얻은 이후 68년이 흐르는 동안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핵무기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Siegfried Hecker) 박사는 안전을 위해 비핵화는10년 또는 그보다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폼페이오와 헤일리, 거기에 트럼프까지 나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것은 모르는 척 인명을 해하는 위선적인 제재정책에서 기인하는 기아와 질병 및 기타 잔혹한 제재의 영향 등으로 북한 주민들을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이는 정신나간 요구라고 말한다. 폼페이오는 “북한은 완전하고 충분한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조치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세계가 요구하는 조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가 구축된다는 조건 하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그런데 폼페이오와 헤일리, 트럼프가 그의 입장을 곡해하는 것은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배반이며, 북한이 묘사한 “암적인” 태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짧은 기사 하나를 조용히 실어 다음을 시인했다.

“지난 8월 발표된 유엔 제재조치는 인도주의적 피해는 피하려 했던 기존 제재의 일부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7월 23일 CNN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전 평화를 위한 ‘과감한 행동’에 나서고, (중략)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한다. (중략) 이 문제에 대한 북한 내부 입장에 정통한 한 관료는 미국이 한국전 휴전협정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영구적 평화로 대체할 의지가 없다면, 북한도 더 이상의 비핵화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칼라 스티(Carla Stea) 글로벌리서치의 뉴욕 유엔본부 담당 특파원이다.  

수, 2018/08/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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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UN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헤일리 UN대사 그리고 강경화 외교장관 간의 회담이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상당히 많이 알게 됐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나

그동안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마주 앉아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것이었다. 또 다른 궁금증은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싱가포르 회담의 공식 문서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서로 원하는 것을 균형감있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이었다. 이런 균형감은 지난 십 년간 북미관계에서 매우 드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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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흘러나오는 공식 발언은 지속적으로 북한을 패자로 취급하고 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갈루치 전 미 북핵대사는 CVID는 위험하고,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에는 이전의 균형감이 사라져 버렸다. 어쩌면 의회와 백악관 보좌진들이 트럼프에게 압력을 행사해 싱가포르 회담의 이행을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폼페이오를 도와 싱가포르 회담을 준비했던 노련한 실무진은 2선으로 쫓겨났다. 트럼프에게 유용한 조언을 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과의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 DMZ으로 상징되는 전쟁상황을 어떻게 종결지을 것인지에 대해 미국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재 완화와 같이 김정은에게 절실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폼페이오의 공식 발언을 보면, 여전히 제재를 강화하고, 외교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려고 하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미국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없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트럼프도 협상장에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의 주류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폼페이오의 발언을 보면, 그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폼페이오는 트럼프에게 북미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고, 조금씩 진전해야 하며, 그럴 때에만 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솔직하게 직언하지 못한 것이지도 모른다.

 

한국의 모호한 역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교착상황을 좌우의 관점, 또는 보수-진보의 틀로 파악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더 근본적으로 시대변화를 정확히 아느냐, 모르느냐의 관점으로 파악돼야 한다. 혹은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 전략적 외교를 하느냐, 아니면 공허하고 무능력한 외교를 하느냐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고립탈출, 경제개발과 관련된 이슈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와 관련된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이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답습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처럼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16년 후에 힐러리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대북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이럴 경우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 중간자로서 남한의 역할은 모호해진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1990년대의 강력한 대북협상 전략은 확실히 북핵 개발을 억제했고, 북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이에 비해 서울과 워싱턴의 강경보수파들은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자극했고, 기존의 효과적인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강경보수파의 무능에서 벗어나는데 한국은 10년, 미국은 16년이 걸렸다.

트럼프는 어쩌면 부시, 오바마, 힐러리라면 상상도 못할 협상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최상의 외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북한 핵동결 협약(the Agreed Framwork)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의 참모들은 북한을 상대했던 경험이 없다. 그래서 그저 윽박지르고, 협박하는게 전부다.

지난주 폼페이오와 헤일리의 기자회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의 실용적 외교 경험을 살릴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폼페이오의 무능은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키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킨 이란 협상에서도 볼 수 있다. 설사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그의 참모진, 그리고 의회가 반대할 것이다.

 

한국은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지금, 과거의 길을 답습하느냐, 아니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관리자가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이 후자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지난 7월23일, 코리아타임(Korea Times)의 기고에서 스펜서 김은 이렇게 적었다. “포괄적인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모든 관련자가 원하는 디테일을 담아야 하고,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한국, 미국, 북한) 3개국 중 누군가가 펜을 집어들고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안보 구조가 세워진다면, 이 사업의 관련자들이 얻는 배당금은 매우 오랫동안 두둑할 것이다”

2000년 6월, 김대중과 김정일의 평양회담은 코리아 비즈니스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고, 관련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이번 협상을 통해) 일본인 납치인 문제에 대한 일본의 요구,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저 역시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돕지 못합니다”

현재 김정은은 핵개발 대신 경제개발을 선택했다. 미국이 여전히 제재와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된다. 한국전쟁으로 한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미국은 한국을 도왔다. 그로부터 65년 후,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졌다. 외교적 의미에서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이제 한국이 미국을 도울 차례다.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통해 두 나라의 공동 이익을 지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막연한 기대와 희망의 시간은 끝났다. 지금 서울에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 있다. 강경화 외무장관은 미국과 UN 전문가이다.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와 빈센트 브룩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다. 이런 인적 자원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로드맵을 만들고, 주변의 지지를 확보하라. 그리고 협상을 주도하고 결실을 맺어라.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년 8개월 뿐이다. 2018-07-31.

일, 2018/08/0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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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 얼마 전 트럼프와 푸친의 헬싱키 회담을 전후로 국제 언론계 일각에서는 한 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즉 미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공동전선을 펼칠 것이라는 것인데, 이하는 이에 대한 환구시보의 사설이다.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러시아와 연합하여 중국에 대항”하도록 부추겼는가?

2018-08-02 00:05 (현지시각)

서구 매체와 중국 인터넷에서는 요즘 추측 하나가 떠돌고 있다. 즉 트럼프와 푸친의 헬싱키 회담은 키신저가 건의해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또한 지난해 6월 키신저가 모스크바에 가서 푸친을 만났다는 소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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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레디앙미디어

분석하길, 그것은 키신저가 트럼프를 도와 크렘믈린궁에 대한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견해는 더욱 대담한 추측을 낳았는데, 즉 키신저가 트럼프로 하여금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도록 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The daily beast>가 얼마 전 익명의 내막을 아는 사람의 말을 인용해 가장 상세한 관련 보도를 하였는데, 점차 언론계에서는 키신저가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도록 건의했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그러나 키신저 본인과 미국 정부는 모두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미국 매체의 보도가 “바람 없이 파도는 일지 않는다.”(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뜻-주)라고 간주하는 편이다. 만약 키신저가 정말로 트럼프를 도와 러시아와 관련된 전략 구상을 하였던들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키신저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이며 또한 견실한 미국의 애국자이다. 그가 당시 닉슨 정부로 하여금 “중국과 손잡고 소련에 대항”토록 한 것은 미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만약 그가 반대로 트럼프 정부로 하여금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토록 추동한다면 이 역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이며, 여기서의 사상과 행위 논리는 모두 일관된다.

문제는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있다. 설령 미·러 관계가 얼마간 개선된다 하더라도, 미국 측이 이 같은 행동에 사치스럽게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한다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당시 “중국과 손잡고 소련에 대항”하는 것과 같은 뜻이거나 심지어는 전략적 등가물이라 할 수 있는가이다. 키신저의 수준이 미국 매체의 작은 편집만큼 조잡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90세가 넘은 그가 다시 ‘국제정치 표시 당’(뭔가 깜짝 놀랄 용어나 개념을 개발하여 남들의 시선을 끌려는 세력을 일컫음-주)을 만드는 선례를 열 정도는 아니리라고 믿는다.

키신저는 아마도 트럼프로 하여금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를 완화시켜 미국이 ‘양면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피하도록 격려하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것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먼저, 미·러가 ’연합‘ 하는 일은 매우 곤란하며, 쌍방은 우크라이나·시리아 등의 여러 옭매듭이 있다. 러시아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또 미국의 양보는 곧 유럽의 신임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다음으로, 중국에 대한 ’대항‘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 러·중은 일찍이 국경문제를 해결하였으며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관계에 있다. 러시아가 중국에 대항하는 것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하는 것에 대해선, 이처럼 손해 보는 전략적 거래를 할 만큼 크레물린궁은 어리석지 않다.

21세기의 세계는 이미 냉전시대가 아니며, 이데올로기적 경계선이 전체적으로 보아 약화됨으로써 어떤 대국도 진정으로 이념외교나 진영외교에 빠져들지는 않는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현존하는 동맹체이다. 미국이 “유럽연합과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것은 가장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가능한가? 융커와 트럼프가 타협을 이루었지만, 마치 싸구려 남방처럼 이 같은 타협의 질량은 매우 낮아서, 유럽으로 돌아와 물 하나 건넜을 뿐인데도 각종 쟁론 때문에 전혀 딴판이 되었다.

또 미국이 “인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일은 매우 그럴 듯해 보이며, 중·인 간의 국경분쟁 때문에 “인-태 전략‘은 단번에 실현될 것만 같다. 그러나 인도 총리 모디는 금년 들어 두 번이나 중국을 방문하였으며, 인도는 서방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동시에 중국과는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교활한 전략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는 지금까지 미국에게 전략적인 총알받이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유럽 및 인도와 비교할 경우, 러시아와 미국·서방의 관계는 온갖 풍파를 다 겪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충분한 외교적 경험이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과 격심한 이익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는 절대 중·러 간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관계를 대항관계로 바꾸는 높은 대가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투항서’(投名状)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키신저와 트럼프 모두 그것이 러시아에 있어서는 ‘좋은 거래’라고 간주한다면 워싱턴의 자기도취는 정말 구제불능이라 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전시기의 그 같은 대삼각 관계(大三角关系)는 이미 재현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시기의 국가 관계는 진영이 분명하였지만, 지금 각국 관계는 훨씬 복잡하며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미소 대결 때와는 다른 방식을 채택할 것이 요구된다. 연합한다거나 대결한다는 이 같은 사고방식은 이미 시대에 뒤처진 것이다.

그럼에도 위에서 언급한 소문은 그래도 우리를 각성시킨다. 중국에게 있어 이후 러시아 및 기타 모든 중요 국가들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며,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이 그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중국인이 또 생각해볼 일은,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데, 중국이 일본과의 긴장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조처들을 내놓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미국이 이미 중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지명한 이상, 중국은 비록 미국과 첨예하게 맞서 맞대응해서는 안 되겠지만, 워싱턴이 중국을 겨냥해 통일전선의 전략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와해시키는 일은 마땅히 힘써야 한다.

  • 2018년 8월 7일 <레디앙미디어> 에 게재된 글입니다. 
금, 2018/08/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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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자신들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핵무기와 관련 시설 폐기를 위한 진정한 의지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그에 대한 대가로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합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합의문 이행까지 앞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 펼쳐질 듯하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 이후 무려 한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은 워싱턴의 많은 지식인들과 한국의 보수 정치계, 상업 미디어, 그리고 기업의 지원을 받는 기성 싱크탱크 내 한국 전문가들의 눈에는 실패작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까지 취소하면서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미 풍계리 핵실험 시설과 평양 근처의 ICBM 조립시설을 폐기했고, 동창리에서는 미사일 발사시설 해체의 신호도 있다.  

게다가 김정은은 7월 30일,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으로 송환했다. 유해 대부분은 한국전 당시 북한 땅에서 전사한 미군들이다.

북한은 이 정도면 마땅히 미국으로부터 “한국전 종전선언” 같은 구체적인 응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어떤 법적인 확약은 아니지만, 평화협정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이 미국의 최종 결정을 늦추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남한과 북한 모두 늦어도 곧 있을 유엔총회 기간동안 종전선언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은 특정 조건만 충족된다면 정말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난해 화성 15호를 발사한 이후 김정은의 바램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북한주민들도 번영과 평화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그는 “병진전략”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다시 말해 핵개발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고, 따라서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악수를 나눈 후 보여준 트럼프의 행동과 발언을 보면 정말 그가 싱가포르 합의를 지킬 의향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단은 트럼프가 진심으로 싱가포르 회담의 내용과 정신을 이행할 뜻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트럼프가 그럴 능력이 있나?” “김정은 정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나? 정말 북한이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행하면 북한주민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나?”일 것이다.

트럼프가 “워싱턴의 함정”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한 이런 약속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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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의 함정이란 미국 워싱턴 내 반(反) 북한 정책을 지칭하며, 이는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 어떤 미 대통령도 북한에 호의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도, 적용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트럼프도 예외없이 이 함정에 걸려들었다.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이 함정을 빠져나오지 않는 한 북한에 큰 양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함정의 목표는 북한을 이 세상에서 가장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 파괴되어야 마땅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전멸시켜야 옳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극단적 방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류 언론과 기업 산하 연구기관들을 동원, 미국인들이 북한을 싫어하고 불신하도록 만들었다.

이 함정은 극도로 공격적인 논리 전개를 따라 구성된다.

첫째, 북한을 미국과 한국, 일본을 위협하는 존재, 즉 위험한 존재로 묘사한다.

냉전시대 북한은 공산주의 진영의 일부였고, 따라서 남한을 위협하는 존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그들은 남한을 위협할 의지도 능력도 잃었다.

북한은 단 한번도 미국을 위협하지 않았고, 그럴 힘도 없었다. 항상 미국이 먼저 공격을 하면, 그런 경우에만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말해 왔을 뿐이다.

즉,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남한에게도 미국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 보수파와 미국의 미디어는 북한의 위협성을 오래도록 강하게 강조해오고 있고, 그 결과 이제는 북한의 위협이 아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한국 내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굳게 믿고 있다. 이렇게 무서운 북한 이미지의 조성을 위해 충실히 헌신해 온 한국의 3대 일간지가 있으니 바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일명 조중동이다.   

둘째, 북한에 불법국가 꼬리표를 붙인다. 북한은 “사악한 괴물”이 되어, “독재국가”, “불량국가”, “악의 축”, “부패한 국가” 등의 꼬리표가 달렸다. 미디어는 이런 꼬리표를 반복해 보도하고, 미국인들은 언론에서 보고 읽은 것을 그대로 믿게 된다.

북한과 북한주민에 대한 이런 지독한 이미지들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덕분에 다소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주입된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는 어렵다.

반 북한 선동의 세번째 무기는 신뢰할 수 없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과 정부관료, 언론인,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북한이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을 역설해오고 있다.

 “북한은 1994 합의를 위반했다.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 대화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대북제재를 강화해야한다.”

2007년과 2008년 대북협상에 참여한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er) 전CIA 요원과 전 주한미국대사 크리스토퍼 (Christopher Hill)은 북한이 불량국가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George W. Bush)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 중 하나로 지정했다.

이후 북한의 정직성에 대한 의심은 한층 더 심해졌고, 미국은 1994 합의와는 관련 없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도 1994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보자. 2008년 북한이 일본을 지나는 위성을 발사했다. 그러자 마치 1994 합의를 위반한 것처럼 해석되었지만, 사실 이는 합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증인들도 많다. 199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중지를 확인했다. 2008년, 조지 W. 부시 정부의 국무부가 1994 합의가 위반되지 않았음을 공식화했고,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콜린 파월(Colin Powell) 역시 1994 합의가 건재함을 밝혔다.

실제 북한은 이 1994 북미 기본합의(Framework Agreement)에 의거, 다수의 핵폭탄 생산이 가능한 원자로 2기의 건설은 물론 영변 원자로의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해당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북한의 진정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지부진함에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미국 측은 한, 미, 일이 구성한 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즉 KEDO(Kore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에 제대로 자금지급을 하지 못했다. 이 컨소시엄은 자금이 있어야 합의문에 명시된 경수로 2기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합의문에 약속된 50만톤 연료 지급에 실패했다.

1994 합의를 위반한 쪽은 누구인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이에 북한은 1994 합의가 무용지물임을 깨닫고, 군사옵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1994 합의 이후 미국의 행동을 보면 다음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북정책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나? 비핵화가 미국의 진정한 의도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 합의만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생산해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만해도 북한은 핵무기 생산을 완성하지 못했다.  

미국 대북정책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무엇인가 일수도 있다. 군사력을 동원한 북한 정권교체일수도 있다.

실제 1990년대에 클린턴 (Bill Clint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려 했지만 지미 카터 (Jimmy Carter) 대통령의 개입으로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도 여러 차례 군사행동을 언급해왔고, 2017년에 보수파인 박근혜 정부가 계속 청와대 (한국의 백악관)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실제 대북 공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북한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수십만에 달하는 남북한 주민은 물론 만명에 가까운 주한, 주일 미군도 희생될 수 있다. 세계 제3차 대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예컨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이었다면 대북 전쟁은 “물론 끔찍하겠지만, 전쟁은 한국 땅에서 일어날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고, 북한에게는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되겠지만, 미국 땅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보는 세계: 전쟁 또는 평화』,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빅 (Morillot-Malovic) 공저, 2018)

미국의 상원의원이 이런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

트럼프는 일단 당분간은 북한과의 전쟁 계획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이 CVID를 이행하지 못하면 군사 옵션을 포함한 여러가지 선택지를 고수할 것임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북제재의 범위, 강도, 효율성이 점점 더 커졌다. 북한주민들이 지하 무역망과 지하 금융거래망을 만들지 않았다면, 대북제재로 북한의 주체사상 정권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북한주민들의 용기, 인내, 상상력, 창의력이야 말로 강력한 제재에 맞서 북한이 살아남은 힘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한국전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그동안 훈련의 규모는 커지고 더욱 위협적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2008년, 가장 노골적으로 북한을 적대시한 아베 신조(Shinzo Abe) 정권과 이명박(Lee Myong-buk) 정권이 각각 일본과 한국에 들어서며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진해졌다.

이들은 동북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들이다. 그리고 정치적,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핵 문제를 십분 활용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을 통해 미국에게 대북정책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세계 지배를 위한 필수 요소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시점에 스티븐 렌드먼(Stephen Lendman)이 다음의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은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을 대신할 서구친화적 꼭두각시 국가를 원하고 있다. 북한도 그 후보 중 하나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북한이 얼마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 복종하는가 달려있다.” (트럼프 정권은 여전히 북한에 적대적이다 (Trump Regime Remains Adversarial toward North Korea), 글로벌리서치, 2018년 7월 9일)

정리해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고, 불량국가이며, 믿을 수 없는 국가이므로 북한을 다루기 위해 대화가 최선은 아니라는 논리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전쟁이나 북한 내부의 격변으로 정권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데 전쟁은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내부 격변이 해결책이다.

워싱턴의 함정은 미국 내 군사/안보 권력층과 한국과 일본 보수진영이 공모하여 탄생했고, 언론과 보수 지식인들이 이를 홍보했다. 이 함정은 매우 견고하게 자리잡아 미국의 일반 대중은 무엇이 위험에 처한 지도 모른 채 당연히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워싱턴 지식층과 상업 미디어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렌드먼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미국선거 개입은 거짓말(The Russian US Election Meddling is Lie), 글로벌리서치, 2018년 7월 10일).

“미국인들을 속이기는 쉽다. 과거에 몇 번을 속았든, 어떤 내용이 마음 속에 주입되든, 주요 미디어의 확성기를 통해 공식적으로 조작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선전하면 무엇이든 믿도록 조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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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 5주가 더 지났고, 트럼프는 이제 어려운 과제 한가지를 마주하고 있다. 말로는 싱가포르 합의 실현을 위한 선한 의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인 CVID의 속력을 내기 위해 열심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로 한 일이 없다.

오히려 북한이 싱가포르의 약속에 대한 그들의 진정한 열망을 보여주는 일들을 몇 가지 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장 최근에는 한국전 당시 북한 땅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를 전달했다.

왜 그에 대한 답으로 트럼프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지 묻고 있다. 트럼프는 딜레마에, 워싱턴의 함정에 빠졌다. 미국인들이 보기에 트럼프가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 같으면 반 트럼프 바람이 더 크게 번지는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기대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지 못한다면 CVID 프로세스는 더 늦어지거나 아예 중지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트럼프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딱 한가지 옵션만이 가능해 보인다. 조작된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 전부, 또는 적어도 일부를 버림으로써 워싱턴의 함정을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문화 및 스포츠 교류가 필요하고, 학문과 연구의 교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일어나고 나면 트럼프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든, 보수적 군사/안보 단체와 주류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이 쌓는 장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니 김정은에게 양보를 하기 위해 트럼프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 이런 상황에서 CVID는 완료되기 어렵고, 잘 된다 한들 부분적 이행에 그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정치적 단두대 앞에 서는 수밖에 없다.

다만, 한가지 탈출구가 있다. 북한이 불량국가이고, 온갖 나쁜 특성을 다 가졌지만, 미국 친화적으로 만들어 중국 견제를 위한 흥미로운 도구로 쓸 수 있다고 미국 내 강경파와 일반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워싱턴의 함정에 빠진 자들에게 북한이 미국의 유순한 신하임을 알려야 한다.  

물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제스처에 발맞춰 뭔가를 보여주기는 해야 한다. 미국 내부정세를 고려해보면 트럼프가 시간을 좀 벌 수 있을 듯하고, 북한에게는 핵무기 제품 목록을 작성하도록 요청해 두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을 포함하는 목록을 작성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목록을 미국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아마도 숨겨둔 핵무기와 핵시설이 더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조작된 불신의 필연적 결과라 하겠다.

한국의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는 지난 8월 3일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의 “북한 관료가 미국에게 북한 핵탄두 및 핵시설 규모를 속이기 위한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기사를 인용했다.

그런 계획을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멍청한 북한 관료가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이 에피소드만 봐도 북한에 대한 미국 내 불신이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있다.

비핵화의 전 과정이 불신으로 인해 중지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은 지속되고, 미국의 군사/안보 권력층과 한국의 보수진영은 행복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으며, 싱가포르 회담의 실패는 북한 탓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이를 믿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점점 더 고립되고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의 지배에 의한 평화)는 사라질 것이다.

 

조셉 H. 정(Joseph H. Chung)

현재 퀘벡대학교 몬트리올 캠퍼스의 경제학 부교수이자

 Study Center for Integration and Globalization (CEIM)의 Observatory of East Asia (OAE) 부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글로벌리서치(Center for Research on Globalization)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월, 2018/08/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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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국의 행동 없이 북 더 이상 조치 없다. -북, 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발사장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조치 취해 -북의 핵무기 포기 위해 미국도 행동 보여야 -일방적 무장해제 요구 협상 이끌어 낼 수 없어 -단계적, 동시적 방법으로 상호 보조 맞추어야 뉴욕타임스가 데이비드 강 남가주 대학 정치학 교수이자 한국학 연구소장의 “Why Should Nor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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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8/08/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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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미국 언론계의 전설이 된 우드워드 기자가 오는 9월 11일 ‘ Fear : Trump in the White House’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으로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로 번역된 칼럼의 내용처럼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의 주류사회는 지난 수 십년간 북한에 대해 근거도 없이 매우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여온 반면에, 트럼프는 이런 흐름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지난 6월12일 북미간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성사시키면서, 한반도에 종전과 평화체제의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한국인에게는 마치 평화의 수호천사로 다가왔다. 그러나 상기 책을 통한 우드워드 기자의 폭로는 괴물 트럼프라는 인물이 단지 미국사회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백년은 문재인 정부가 단지 트럼프가 제공하는 기회와 가능성을 활용하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미대통령으로서 그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역시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만 한다고 제안한다.


 

“백악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중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 중 10분의 1만 사실 이어도 우리는 진정 국가비상사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제이크 존슨 (Jake Johnson), 전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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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 (Bob Woodward) 기자가 2017년 1월 3일, 뉴욕시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그 인수팀은 내각 및 새 행정부의 고위관료를 구성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가 다음달 새 책을 출간한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첫 1년 6개월 간의 자세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화요일 워싱턴 포스트CNN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했는데, 보좌관들조차 대통령을 ‘멍청이 (idiot)’, ‘바보천치 (fucking moron)’, ‘입만 열면 거짓말인 (professional liar)’ ‘초등학교 5, 6 학년’ 정도의 이해력 밖에 가지지 못한 ‘빌어먹을 얼간이 (goddamn dumbbell)’로 부르고, 그 대통령 때문에 백악관이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멍청이다. 그에게 뭔가를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는 선을 넘었고,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 존 켈리 (John Kelly), 대통령수석보좌관

우드워드가 기자와 편집인으로서 수십년간 몸담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그의 신간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는 대체로 “북한과의 긴장관계나 향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등을 포함한 주요 결정과 백악관 내부의 의견 충돌”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요 결정과 의견 충돌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함과 내각과의 부조화가 드러나는 놀라운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존 켈리 (John Kelly) 대통령수석보좌관은 소규모 회의에서 ‘트럼프는 멍청이다. 그에게 뭔가를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선을 넘었고,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대체 우리가 백악관에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가져본 직업 중 최악이다.”

이번 달 11일 출간되는 이 책의 가장 의미심장하고 충격적인 구절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죽여버리자! (Let’s fucking kill him!)”

우드워드는 지난 4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President Bashar al-Assad) 대통령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는 혐의를 받자 트럼프는 제임스 매티스 (James Mattis) 국방장관에게 아사드 대통령을 암살하고 싶다고 했다고 썼다.  

매티스 장관과의 통화에서 “죽여버리자! 시리아로 들어가자. 그것들 죽여버리자.” 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이런 이야기들을 백악관 고위 관료들과 수백시간 동안 인터뷰를 바탕으로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매티스는 트럼프에게 바로 착수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고 자신의 보좌관에게 ‘대통령이 말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다.

사람 죽이는 데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You don’t need a strategy to kill people.)”

지난 7월 한 회의에서는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들이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가르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 회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엉망이 됐지만,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전략 논의는 군 장성들에게 떠넘기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군인 여러분은 지금 적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사람 죽이는 데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라고 했다고 전한다.

증언하지 마세요. 공개망신, 아니면 감옥 갑니다.”

트럼프가 자신은 로버트 뮬러 (Robert Mueller) 특별검사와의 면담에서 자신이 “진정 훌륭한 증인”이 될 것이라고 고집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사임한 트럼프의 전 변호사 존 다우드 (John Dowd)는 트럼프가 뮬러 특검과 이야기하면 위증죄를 저지르고 말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다우드 변호사는 지난 1월 뮬러 특검에게 대통령이 ‘거기 앉아서 멍청이처럼 보이게’ 둘 수는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증언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다우드 변호사는 이 면담 대본은 유출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것 봐라. 트럼프는 멍청이, 빌어먹을 얼간이라고 했지. 대체 우리는 왜 이런 멍청이를 상대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상황이 올 것을 노심초사했다.

이후 다우드 변호사는 트럼프에게 직접 이렇게 애원했다고 한다. “증언하지 마세요. 증언하면 공개망신, 아니면 감옥 갑니다.”

그는 답답한 남부 사람”

트럼프가 습관적으로 제프 세션스 (Jeff Sessions) 법무장관을 공식석상에서 질책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훨씬 더 거칠고 공격적인 발언으로 세션스 장관을 조롱한다고 썼다.

트럼프는 앨라배마 (Alabama) 상원의원 출신인 세션스를 법무부 수장으로 고르면서 ‘이 사람은 정신박약’이라고 했다. “그는 답답한 남부 사람이죠… 앨라배마에서 혼자 작은 변호사 사무실도 열지 못할 걸요.”

행정부의 쿠데타”

백악관 보좌진들은 언제 터질지 모를 트럼프의 무식함과 충동성의 조합에 불안한 나머지, 트럼프의 책상에서 문서를 훔쳐서 트럼프가 보지 못하게 또는 서명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고안했다고 한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게리 콘 (Gary Cohn) 전 국가경제 위원장은 지난 봄 ‘트럼프의 책상에서 편지 하나를’ 슬쩍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 서한에 서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탈퇴할 계획이었다.  

나중에 콘은 한 직원에게 트럼프는 그 편지가 없어졌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한다.

 

목, 2018/09/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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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남한과 북한이 한국전쟁의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시작을 반드시 자신들만의 힘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북한의 단계적 핵 보유능력 포기는 종전이나 평화체제와 같은 프로젝트와 병행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가 곧 실현될 듯도 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가 즉각 다차원적인 가치라는 이점을 누릴 것이다. 과거의 투자와 현재의 필요, 미래의 이익을 고려할 때 이런 이점은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를 넘어 미국에까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상당히 확실해 보이지만, 정부의 많은 관료와 전문가, 언론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두고 상충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의견은 행정이나 공개토론뿐 아니라 지도자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달 여러 중요한 회의와 기회가 다가오는 만큼 특히 아래 세 지도자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한겨레)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 (Antonio Gutierrez). 9월에 열리는 유엔총회는 한국 문제에 추진력을 더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유엔은 회원국이 요청하기 전까지는 행동에 나설 수 없으므로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책임을 피할 변명거리가 있다. 그러나 유엔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위하여 창설되었다. 유엔은 최근 수십 년간 다양한 국면에서 미국의 협박을 받아왔으며, 수많은 일방적 결의안을 통해 마치 북한은 핵 억지력을 가질 합당한 사유가 없는 듯 굴면서도 북한보다 강력한 다른 당사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시작하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곧 열리는 유엔총회가 남북한이 진행 중인 협상에 신뢰성과 정당성 그리고 지속성을 부여한다면 과거 유엔의 이 부끄러운 기록이 가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유엔이 나약함과 불안정성이 과감한 행동의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유엔의 그러한 약점이 과감한 행동을 위한 동기가 되어야 한다. 코피 아난의 죽음이 유엔 본부의 뜻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가 처했던 환경은 오늘날 구테헤스가 처한 환경과는 다르지만, 협박에 맞설 수 있는 정치적 기민함과 능력, 필요할 때는 단호한 그의 모습은 유엔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 상기시켜준다.

한국 대통령 문재인. 이제 한미 동맹의 진부하고 모양새 사나운 컨셉을 벗어날 때도 되었다. 한미 동맹은 수십 년간 한미 양국에서 반(反) 화해 및 반(反) 민주주의 단체들에 의해 이용되었다. 이는 한국전쟁에서 그리고 그 이후 한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국가의 군인과 애국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Harry Harris)와 주한미군 사령관 빈센트 브룩스(Vincent Brooks)는 이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미관계에 대한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왜 이런 한미 동맹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이 청와대를 쥐락펴락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믿음의 핵심은 한국이 불안정하고 연약한 동맹국의 지도자가 부리는 변덕에 복종해야 한다는 기대에 있다. 그러나 이 허술한 우정은 교묘한 조종, 공허한 이데올로기, 또는 박애주의의 달콤함으로 금이 가거나 몰락할 수 있기에 지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당혹스러운 발상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길목마다 한미 동맹은 바위처럼 견고하다. 이 순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이익이나 백악관의 정치 혼란을 미국의 이익과 혼동한다면 그것은 용서받지 못할 실수이다. 미국의 이익은 단계적 비핵화,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 남북간 평화 구축, 제재 완화 및 경제 발전에 분명하게 맞춰져 있다. 대다수의 노련한 미국인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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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에게는 여러 역설적인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는 트럼프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야말로 그의 외교정책 중 유일하게 나쁘지 않은 지점이라는 것이다. 부시와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이 속절없이 실패하고 있을 때 트럼프는 판을 뒤집었다. 다만 그의 공은 판을 뒤집은 순간, 시작과 동시에 끝났음이 분명해졌다. 미국은 앞으로 수년간 방관자의 태도를 고수할 것이다. 이는 폼페오 미 국무부 장관의 언동이나 미국의 다른 정부 관료들, 그리고 이번 주 한반도 문제를 위한 “조정관”을 임명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다른 누군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 간 어떤 갈등이 필요하다거나 한반도 상황의 진전에서 미국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로 미국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격언의 한 구절처럼,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물을 마시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고, 어쩌면 영영 안 마실 수도 있다. 그런데 한반도는 그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미국 정부가 지난번 개발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 거래를 파기한 이후 이미 17년을 기다려왔다. 한국의 대통령 단임제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3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능력이 급격히 쇠락하는 지금,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의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설 수도 있지만, 이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단둘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른 강대국들의 지지 하에, 현재 미국이 채울 수 없는 것들은 오직 유엔만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게 잘만 된다면 9월은 큰 변화를 불러오는 달이 될 수도 있다.

화, 2018/09/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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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글은 지난 6월 북미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 있었던 취소와 번복의 소동에 대하여, 미국에 오래 거주한 재미교포(Edward Lee)가 폐북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글이지만,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현재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조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만 의존하고  있는 듯한 한국정부의 미국에 대한 외교역량에 대해 날선 비판과 더불어, 미국내 아군인 공화당과 백악관에서 조차 고립을 면치 못하는 트럼프를 넘어서서, 미국 정치시스템과 문화 그리고 미국시민들의 정서까지 파고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인에게만 의존하여 발생하였던 존 홉킨스대학을 둘러싼 사태와 이후에 보여준 한국정부의 대응 과정은 우리를 부끄럽고 불안하게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부터 차분하게 우리 스스로 기본을 닦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글속에서 언급하듯이 때로는 미국을 무시한 듯한 걸음으로, 유대인과 중국 민족이 먼저 보여준 선례를 참조하며 배달민족의 고유하고 당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동해 가야 합니다. 남북이 먼저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문대통령의 성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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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북미회담 취소와 번복은 우리는 엄청난 것을 배우고 체득했다. 좀 아프게 체득한 만큼 잊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족의 도약을 위해 좋은 경험으로 받아 들인다면 이는 분명 남는 장사다. 하룻새 마음을 바꾸어 회담재개 가능성을 비친 변덕을 보더라도 노인들의 특징은 감정기복이 매우 심하고 지나치게 의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쉬 휘둘리기도 한다. 그런 사람 가까이 전쟁광 볼턴이 있다는 게 비극이다. 노인들이 변덕이 심하고 보수화 되어간다는 것은 일단 신체의 변화에서부터 온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감이 생겨나고 의심이 도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물학적으로 보수나 수꼴이 되어가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자칭 보수연합이라고 하는 ‘꼴통’들이 바로 그 예다. 게다가 트럼프는 전문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당내 기반이 아주 취약하다. 주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의심이 많고 변덕을 부리게 마련이다.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트럼프에 올인하지 말고 미국 정치시스템을 공략해야 한다. 미국 정치의 특성상 트럼프 임기 끝나면 또 약속을 깰 가능성 농후하다. 욕하고 화 낼게 아니라 차근차근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당하지 않을 것 아닌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것은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전이된다. 외교는 인맥(정보)에서 갈린다. 그런 인맥의 부재가 이번 회담취소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막지 못한 것이다. 그냥 앉아서 당한 것 아닌가? 아무리 외교적 결례를 들어 트럼프를 욕한들 상황은 다르지 않다. 힘없는 아이가 큰 애에게 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힘없는 자에게나 법이 필요하지 힘있는 자들은 법 위에 군림해 버린다. 우리의 한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나쁘지만은 않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돼 다행이다.

나는 이번 일로 우리정부의 정보 취약성과 이에 따른 외교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현재 워싱턴에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친한 인사가 없다. 누가 미 정계나 사회에서 한국정부를 위해 교류하고 있는지 아는 바 없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의심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인맥을 매우 중시한다. 믿을 수 없으면 쓰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사회는 신용(Credit)을 중시한다. 지난번 말한 바 있지만 전신애 전 차관보는 부시 가문과 막역한 사이로 등용돼 임기 8년을 함께 했다. 문화는 지식이 아니고 체화된 감정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문화(뉘앙스 포함)는 단기간에 배워서 캐치할 수 없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체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안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유학했거나 상사 근무 몇 년간 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에 나가 미국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분들께는 정말로 죄송하지만 미국은 그런 정도로 알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물론 다방면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너무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의 생활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활반경을 벗어나면 사실 아는 게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로 미국을 판단하고 알아온 게 우리 실정이다. 이것이 미국을 잘못 판단하게 한다.

나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알고 있었던 것과 너무 달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여기서 아이를 낳고 길러 대학을 보내고, 사회에 내보내면서 경험한 것으로 이 나라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알지만 이곳 사람들과 매주 20 여 년 넘게 교류를 해도 그들을 잘 모르겠다. 태생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데도 그렇다.

한인 2세 사회학교수인 친구에 따르면 미국화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세대, 즉 100년 이란다. 이민 3세가 되어야 비로소 미국인이 된다는 말은 다소 충격이었다. 그게 그런게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많은 2세들이 한국을 전혀 모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래를 좋아하고 문화를 즐긴다. 그냥 피가 땡기는 것이다. 미국을 내밀하게 아는 것은 현지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지 않다. 그 기저에는 문화라는 함정이 있다.

지난번 삼성관련 글에서도 말했지만 정보원들이 대를 이어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측면이다. 단기간 훈련으로는 완전한 정보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언컨데 현지 한인 우수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의심이 많은 나라다. 말로는 안된다. 확실한 것을 보여주고 그들과 융화해 내밀한 그들의 뉘앙스를 캐치하려면 문화전반을 이해하고 체화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간 우리사회는 온통 국내정치에 몰입해 해외 인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 외교력에서 취약점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정치에 급급한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으로 여전히 발전이 없는 가장 경제성 없는 집단이다. 외교는 정보를 기반할 때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친한 인맥으로 형성된 신뢰나 호감을 바탕하지 못한 외교는 분명한 한계를 노정한다. 박통 시절의 ‘박동선 게이트’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실패했고 방법이 좋지 않았지만 필요성은 지금도 당위다. 돈으로 매수하는 저열한 방법 말고 건강하고 투명하게 교류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정치단체나 각종 사회단체들과 교류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사회를 경험하고 체감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정보원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와 정치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교(架橋)다. 이런 기반에서 외교가 펼쳐져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투명하고 신뢰를 기반하지 못한 외교는 현란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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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두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는 현지 한인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게 한국학교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모르면 그들은 머리 검은 미국인일 뿐이다. 세계가 하나로 묶이면서 붐이 일었던 게 각 기업들의 해외우수 인력의 배치였다. 그러나 참담한 실패로 끝난 이유는 소통의 부재와 양국의 문화적 차이다. 그래서 나는 공관 인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학교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외교관들의 특성이 모난 짓(?)에 관심이 없고 보신에 급급해 일이 전혀 진척이 없다. 물론 현지 한국학교가 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언어는 역사와 문화가 기반되지 않으면 그저 글자를 익히는 것에 불과하다. 이래선 진정한 소통은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한국학교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고 체계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들은 미래의 동량으로 엄청난 국가 자원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정부가 유태인연합과 중국 ‘화상(華商)’을 벤치 마킹해 설립한 한상(한인상공인연합회)의 활성화다.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특징은 세계화로 인한 해외 인적자원의 네트워킹이라고 할 수 있다. 1천만에 가까운 해외동포의 네트워킹과 인적자원 활용의 극대화 전략이 마땅히 필요하다. 중국의 화교정책은 해외의 약 6,500만 명에 이르는 화교들을 정부 주도하에 1991년부터 세계화상 대회로 네트웍화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무역의 40%가 화교기업간에 이뤄진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인도의 경우도 막강한 10억 인구와 영어를 백그라운드로 해 실리콘 벨리 등 첨단 산업단지 현장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 그들만의 네트웍을 이용해 첨단 IT기술과 솔루션을 전세계시장에 소개하고 그 과실을 본국의 재투자로 연계시킨다.

유태인의 경우는 실로 교과서다. 전세계 유태인은 1,300만 명이며, 미국에 이스라엘 인구 500만명보다 더 많은 600만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소위 유대인 공동체 ‘WZO'(world zionist organization), 즉 쥬이쉬(Jewish)의 거대한 성곽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재계 실력자들의 대다수는 유태인으로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 미국 내 랭킹 50대 재벌의 36%, 언론미디어들이 거의 유태계 기업이다. 이런 유대인공동체와 중국 화상의 초국가적 네트웍은 그들이 세계의 정치, 경제를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상에 정부의 관심과 독려가 필요한 이유다.

이제라도 우리정부가 범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 큰 그림을 구상하고 그에 따른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해 나가길 바란다. 그 기본 작업이 해외 우수인력의 네트웍이다. 이를 위해 국내정치가 안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체들은 부디 민족의 번영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고 상생의 협력관계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대들은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열강의 틈새에서 변방취급을 받고 있는 우리가 이번 북미회담의 일방적 취소와 번복에서도 배우지 못하면 우리의 무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이 더 긴밀하게 공조해 번영을 꾀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북미간의 대화는 우리 쪽에서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다. 미국을 다루는 방법은 남북의 완전한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으로 인한 공동번영이다. 남북이 공조를 단단히 하면 열받는 쪽은 오히려 미국일 게다. 적당한 무관심도 때론 상대를 달구는 방법이다.

화, 2018/09/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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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무임승차 하고 있다고?

한국 방위비분담 협상 1분 정리 

 

2019년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위한 7차 협상이 9월 19일~20일 워싱턴에서 열립니다. 

미국은 협상 시작부터 한국이 분담금을 적게 내고 있고,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비용도 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습니다. 결국 미국은 지난 5차 협상에서 '작전지원' 항목을 신설해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했습니다.  

 

방위비분담금, 도대체 무엇이고, 미국의 이런 주장이 왜 말이 안되는지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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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이 무임승차 하고 있다고?

한국 방위비분담 협상 1분 정리 

 

#2 

"한국 방위비 안 낸다" 

- 도널드 트럼프 

 

#3

방위비분담금이란?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경비 

 

#4 

한국의 2018년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 원이야 

 

#5 

이에 더해 직•간접 지원까지

주한미군 주둔 경비의 65% 넘게 내고 있어

 

#6

2015년에는 총 5조 원 넘게 지원했지

* 한국국방연구원(KIDA), 유준형 연구 

 

#7 

미국은 한국이 준 분담금을 남겨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불법 전용하고

이자수익까지 챙겼어

 

#8

한국은 충분하다 못해 

너무 많이 내고 있어

 

#9

그런데 미국은 

더 심한 걸 요구하고 있어

 

#10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미군 전략자산 전개비용도 한국이 내줘”

 

#11 

하지만 이건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지원하는 

협정의 목적에 어긋나

 

#12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판문점 선언> 위반이고

 

#13

한반도 평화체제에 걸림돌이될뿐

그 비용을 한국이 댈 이유가 없어

 

#14

게다가 항목 신설은 

미래세대에 두고두고 부담을 지우는 일이야

 

#15 

협상은 아직 진행 중

미국의 과도한 증액 요구나 

‘작전 지원’ 항목 신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16

주한미군 지원금 삭감!

협정 기간 최소화!

전략자산 전개비용 NO!

 

#17

새로운 평화의 시대,

미국의 요구대로 주는 

방위비 협상은 이제 그만!

수, 2018/09/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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