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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지온 박동현 회장, 역외 신탁통해 자기회사 지분 투자…수백억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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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지온 박동현 회장, 역외 신탁통해 자기회사 지분 투자…수백억 불려

익명 (미확인) | 목, 2017/11/09- 20:11

뉴스타파가 애플비 유출 문서 중 영국의 유서깊은 프라이빗 뱅킹 전문 은행 쿠스(Coutts)의 고객 명단에서 발견한 한국인 2명 가운데 1명은 카이스트 교수인 안성태 씨다. (안성태 씨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자산 신탁 관리 서비스에 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코스닥 상장 제약회사인 메지온의 박동현 회장이다.

메지온 박동현 회장, 케이맨 제도에 세 딸과 함께 수백 억 규모 신탁 소유

메지온은 ‘자이데나’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업체다. 원래 동아제약의 자회사 (동아팜텍)였으나 2013년 메이온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애플비 유출 문서에서 나온 쿠스의 고객 명단을 검색하다 메지온 박동현 회장의 이름을 발견했다. 유출된 문서에는 박 회장이 조세도피처에 만든 신탁의 구조가 상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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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20여년 전 케이맨 제도에 씨씨이 트러스트(CCE Trus)t라는 신탁을 만들고, 이 신탁에 예치한 자금으로 역시 케이맨 제도에 씨씨이 인베스트먼트(CCE investment)라는 투자운용회사를 세웠다. 박 회장에게 이 신탁에 대해 묻자, 그는 “약 20여년 전 미국에서 일하던 시절 번 돈으로 신탁을 만들었다”며 “미국 시민권자인 세 딸에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서 번 돈으로 신탁을 만든만큼 한국에서의 탈세나 불법 외화유출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미국에 내야할 상속세를 피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는 한국 시민권자인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세 딸에 대한 상속 목적” 주장.. 그러나 자신도 ‘실제 수혜자’로 지정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은 신탁의 설정자일 뿐, 세 딸이 실수혜자(Beneficiary owner)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은 신탁의 자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버뮤다 법률회사 애플비 유출 문서를 보면, 그의 이런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애플비 문서에는 그와 그의 세딸이 신탁의 실수혜자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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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보여주며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박 회장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났다”며 자신 역시 실수혜자에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세법상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신탁 설정자 자신도 실수혜자 명단에 들어가야한다고 해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신탁 통해 자기 회사에 지분투자.. 5억 투자해 300억 수익

박 회장과 그의 세 딸이 실수혜자로 되어있는 CCE Trust는 CCE investment를 통해 메지온 주식을 100만 주 이상 사들였다. CCE investment가 지분을 사들인 시점은 2009년, 메지온이 상장되기 3년 전이었다. 당시 액면가 500원이었던 주식은 현재 3만 원 이상, 투자금 5억 원은 현재 3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메지온의 공시자료를 보면 CCE investment는 박회장과 특수 관계라는 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즉, 공시자료상으로는 엄청난 주식 대박의 수혜자는 박 회장과 세 딸이 아니라 CCE investment라는 외국 자본인 것이다. 이는 실제로 박회장 일가에게 세금 상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CCE investment는 2016년 약 3억 원 어치의 메지온 주식을 팔았다. 원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자가 주식을 팔 때는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CCE investment의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라는 점이 공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메지온의 IR 담당자 역시, CCE investment가 박 회장과 특수관계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의에 “CCE investment는 박회장의 우호지분이긴 하지만 해외에 있는 투자자이기 때문에, 박회장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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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뉴스타파 질의가 시작되자 “공시를 누락한 것은 실수이며, 지금이라도 공시를 바로잡고 내야할 세금이 있다면 납부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밀 드러낸 이메일.. “주식 팔아 500억 원 예치할 것”

애플비 유출 문서 중에는 애플비 홍콩 지사의 담당자가 버뮤다 애플비 본사에 보낸 이메일도 있다. 이 이메일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4년 2월 홍콩을 방문해 애플비의 담당자를 만났다. 이메일 내용은 이렇다.

박동현씨는 올해 말 메지온 주식을 팔아 매각대금을 트러스트에 예치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매각대금은 5천만 달러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탁 자산의 0.2%나 수수료를 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CCE investment가 보유하고 있던 메지온의 주식을 팔아 트러스트에 돈을 예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후반 메지온의 주가는 4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지분을 팔았다면 5백억 원에 가까운 현금이 마련되었을 것이고 이 돈은 공식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돈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이 국경을 넘어 케이맨 아일랜드의 신탁에 예치되었을 것이다. 아무도 CCE investment가 박동현 일가 소유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저 외국 자본 하나가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해 빠져나가는 것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당연히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은 전혀 부과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형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의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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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CCE investment는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고, 지난해 3억 원어치의 주식을 판 것을 제외하면 아직 100만 주 이상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회장은, 애플비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깎기 위해서 거짓 계획을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도 나와있다.

그는 트러스트와 관련된 정보의 보안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포트큘리스 스캔들같은 정보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해 줄 것을 원했습니다.

포트큘리스(PTN: Portcullis TrustNet) 스캔들이란 지난 2013년 뉴스타파와 ICIJ가 함께 진행한 조세도피처 프로젝트를 말한다. 당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하던 업체, PTN에서 유출된 대규모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뉴스타파 등 국제 공조취재단이 조세도피처의 검은 세계를 파헤친 바 있다. 박동현 회장의 이 이메일은 당시 뉴스타파가 조세도피처의 비밀을 폭로하자, 이런 일이 또 일어나 자신의 신탁이 들통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단지 실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주장하는 그가 왜 그렇게 애플비 홍콩지사까지 찾아가 자료의 유출을 우려하며 보안을 신신당부했을까?

조세도피처의 신탁들.. 한국 부자의 자산은 얼마나 숨겨져 있을까

애플비 유출 문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박 회장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박회장은 매우 운이 없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비밀이 낱낱이 밝혀진 것에 대해 매우 억울해 했다. 박 회장의 사례는 사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자료가 유출되지 않은 수많은 조세도피처 법률회사들의 장부에는 수많은 한국 부자들의 자산이 숨겨진 신탁들이 등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자산들은 외국인 투자를 가장한 형태로 한국에 재투자되는 사실상의 내부 거래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한국인은 뉴스타파 취재결과 현재까지 모두 232명이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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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신규 확진 ‘0’…사망 1명, 퇴원 2명 추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감염자가 사흘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숫자가 182명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6월 29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명이 추가돼 모두 33명으로 늘었다. 신규 사망자는 50번째 환자(여, 81세)로 지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감염됐다.

퇴원자는 2명이 늘어 모두 95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 63번째(여 68세)와 103번째(남, 66세) 환자로 모두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었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수, 2015/07/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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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20대 국회의원과 의원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정책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온 정책연구 실태를 검증한 결과 표절 등 엉터리 정책연구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해당 예산을 국고에 전액 반납하는 국회의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현재 예산을 국고에 반납했거나 반납 절차를 진행 중인 의원은 모두 5명이다.

▲ 2018년 1월 5일 뉴스타파가 방송한 국회개혁 프로그램 1부

▲ 2018년 1월 5일 뉴스타파가 방송한 국회개혁 프로그램 1부

※ [국회개혁]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민낯 1부 : 세금의 블랙홀(링크)

신용현 의원, 400만 원 반납
“국민의 세금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2016년에 진행한 정책연구 2건이 인용과 출처 표기 없이 다른 사람의 논문 베껴 제출한 사실이 뉴스타파 보도로 밝혀진 이후, 해당 표절 정책연구에 들어간 국회 예산 400만 원을 전액 국고에 반납 조치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월 9일 취재진에게 보낸 메일에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들어간 의원실의 용역 결과가 (표절로 드러나)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회 예산 집행을 더 철저히 검증해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의원 500만 원 반납
“표절금지 서약서 도입 등 제도개선에 노력하겠다.”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학위논문을 베낀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예산 500만 원을 반납조치 했다. 김 의원은 1월 4일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메일을 보내 “(표절) 연구용역비 전액을 국회사무처에 환불 신청했다”고 전해왔다, 김 의원은 이와 함게 표절 금지 서약 작성을 의무화하고 검증 절차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위논문을 베껴 만든 표절 정책연구의 실무진행을 맡았던 비서관 등 2명의 보좌진은 의원 면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주 장관, 478만 원 반납.
“국민 세금이 표절 정책연구에 쓰여져 송구스럽다.”

국회의원 출신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1월 2일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국회예산 국회 예산 500 만원 중 세금을 제외한 478만 원을 국고에 반납 조치했다. 김영주 장관 측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표절 정책연구에 쓰여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설훈 의원, 300만 원 반납 진행 중
“잘못은 인정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표절 정책연구와 정책자료집에 들어간 300만 원의 예산을 국고에 반납하도록 국회사무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은 지난해 12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후 조치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고 국고 반납을 약속한 바 있다.

하태경 의원 100만 원 반납 진행 중
“적절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도 2015년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예산 100만 원을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 의원은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이기 때문에 국회사무처와 협의를 통해 적절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의원 정책연구 892건 검증

뉴스타파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지난해 6월 국회를 상대로 20대 국회의원과 의원출신 공직자들이 수행한 정책연구 집행 내역 공개를 요청했다. 그 결과 모두 193명이 892건의 정책연구를 수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국회예산은 32억 원이 집행됐다. 1건 당 평균 350만 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뉴스타파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6개월 동안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 용역실태와 비용을 추적해왔다.

국회의원의 정책연구 사업은 정책개발과 입법활동 명목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관련 연구를 맡기는 형태로 이뤄진다. 용역비용은 국회 예산 중 정책 및 입법개발비 항목에서 집행되고 있다. 정책연구 용역은 정책자료집 발간과 함께 국회의원의 주요 의정활동의 하나다.

그러나 정책연구 용역 실태를 검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회 도서관에 등재돼 있는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는 전체 검증 대상이 892건 이었으나 불과 250여 건뿐이었다. 개별 의원실에서 생산한 정책연구의 경우, 국회 기록관리 규정상 국회 도서관 등록이 의무화되지 않은 탓이다. 나머지 정책연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질의서 193명 중 133명 답변서 보내, 59명은 답변 없어

뉴스타파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4일부터 정책연구의 전체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193명 전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정책연구의 결과보고서와 수탁받은 연구자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133명이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러나 답변서를 보내 온 일부 의원들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연구자와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59명의 국회의원은 답변서조차 보내오지 않았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정책연구였지만 이들 의원들이 수행했다는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었고, 담당 연구자도 파악할 수 없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 정보의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고,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권리”라고 말했다. 서복경 교수는 또 “국회가 주요 정보를 공개를 하지 않으면 불신뿐 아니라 음로론까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서 “내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의 전체규모와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국회를 상대로 공개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래는 뉴스타파에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59명의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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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박중석, 최윤원
데이터 최윤원
촬영 김남범
웹디자인 하난희
자료조사 최유리

수, 2018/01/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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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 동안 국회의원들의 정책자료집 표절 실태를 취재하며 수십 명의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감춰져 왔던 국회의원 정책자료집의 비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이 털어놓은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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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책자료집이 뭔가요?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정책자료집은 국회의원의 정책의, 의정활동의 결과물인 거죠.

Q: 정책자료집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요?

OOO 국회의원 보좌관 : 대부분 보좌관들이 작성합니다. 의원님은 별 관여를 거의 안하시고…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정책자료집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의원)이 저는 많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제가 만들기 때문에 의원님은 모르죠.

OOO 국회의원 보좌관 : 더 바람직한 것은 이것은 국회의원 OOO, 이렇게 국회의원 이름을 달면 안 돼요.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러면 어떻게 달아야 됩니까?)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의원실로 해야 돼요.

Q: 정책자료집은 왜 만드나요?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정책자료집을 왜 만드냐 하면, 의원들의 기본적인 속성이 지역구가 같다 안 같다를 떠나서 경쟁관계입니다. 300명이 다 경쟁관계입니다. 그래서 뭐 (다른) 의원실에서 이걸 딱 내면 의원들이 “야 우리는 어디 간거야?”. 이렇게 말한다고요. “우리는 왜 안 해?” 그러면 정책자료집을 위한 정책자료집을 만들어야 내야 돼요.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과잉입법하고 똑같은 사안이죠.

OOO 국회의원 보좌관 : 파도타기 유행식으로 정책자료집을 경쟁적으로 내고, 의원의 성과로 홍보하는… 정책자료집 몇 권을 내면 쫙 깔아놓고 ‘이러한 정책자료집을 냈습니다’라고 SNS 등에 홍보를 하고…열심히 일한 국회의원이 모습이 되니까요.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입법 및 정책개발비가 남으면 자료집들을 많이 찍죠. 사실은 그 남은 비용들을 쓰기 위해서.  

OOO 국회의원 보좌관 : 반대로 불용되면, 불용시키면 의원실이 쪼들리는 살림이 감당이 안 되거나.

(그 말씀은 그러면  정책자료집을 냈기 때문에 정책개발비를 받는 게 아니라 거꾸로 정책개발비라는 그것을…)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안 쓰면 불용인데,

(정책개발비를 타먹기 위해서?)

OOO 국회의원 보좌관 : 네, 정책자료집을 말하자면, 페이크(가짜)라도 몇 페이지 갖다 내야 정책개발비라는 걸 수령할 수 있고.

Q: 정책자료집 베끼기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어떻게 연구를 합니까 우리가…  발췌하고, 발췌해서 믹싱하는 거지 어떻게 연구를 하냐고요. 저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란 말입니다.

국회가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지 아시잖아요. 누가 의원이 의정활동하다 말고 그걸 연구해서 냅니까? 보좌관이 연구해서 냅니까? 그건 논문이죠. 그렇게 되면 논문이죠. 자료집이 아니라. 자료집이라는 것은 이 사람 저 사람 갖다 쓰라고 있는 거잖아요.

연구보고서 원 저자 : 국회의원 보좌관실에서 요청할 때가 있어요. 자료를 뭐 만들어 달라고 나중에 가보면 거기다 껍데기만 붙여서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심하게 말씀드리면 그냥 껍데기만 바꿔서. 그걸 ‘표지 갈개’라고 하죠.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저희가 거꾸로 (기관 등에)요청을 해요. 저희가 국감 때 이런 자료를 써야 하는데 좀 자료를 달라고.

연구보고서 원 저자 : 저희는 그걸 갖다가 전략적으로 활용을 해요. 솔직히 말해 우리의 요구 사항을 담아가지고 그쪽에다 주는 거죠.

자기 쪽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확보하려고 노력들을 많이 하거든요..일단 우리의 의견을 가장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죠.

Q: 국회사무처는 제대로 검증하고 예산을 지급할까?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자료집을 만들면 다 사무처에 제출합니다. 세 권인가 제출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발간했을 때 ‘돈 주십시오’ 하려고 들고 갔는데 그러면 ‘뭐 발간했어요?’할 때 증빙이 없으면 돈을 줄 수는 없잖아요.

(국회 사무처에서 관리 감독을 안 하나요?)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사무처에서 터치를 할 수 없죠

(내용은 전혀 터치 못합니까?)

OOO 국회의원 보좌관 : 형식을 갖추게 되면 못하죠.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자금의 집행이라도 행정적인 집행인 거죠. 영수증 처리가 잘 됐나만 확인하는 거지. 내용이 어떻다고 걔네들이 확인하기가 어렵죠. 그리고 그걸 확인하는 순간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실의 지원기구인데 너네들이 나의 입법 정책과정에서 대해서 개입하는 이게 뭔 이야기냐. 지금’ …이런 구조죠.

OOO 국회의원 보좌관 : 입법 정책개발비만 그런 게 아니라 의원실에서 집행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사무처가 그 내역을 쉽게 들여다보기는 어렵죠. 그렇잖아요? 구조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취재 최윤원 박중석
촬영 김남범,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그래픽 하난희

목, 2017/10/1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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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한림대 성심병원 갑질 사건의 본질은 온갖 편법을 동원한 총체적 체불임금이다. 결국 전방위로 진행된 ‘노동법 위반’ 사건이 터졌다.

강동성심병원은 고용노동부가 산정한 체불임금 240억 원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와 체불산정 기준이 다르다는 입장으로 시정지시와 달리 62억원 만 지급했다. 이 때도 개별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니 병원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까지 받았다.

▲ 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심병원 직원들이 새벽에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직장갑질119

▲ 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심병원 직원들이 새벽에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직장갑질119

조기출근에 따라 미지급한 임금에 대해 강동성심병원은 간호부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했으나, 그밖의 성심계열 병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조기출근, 체육대회, 화상회의 준비, 장기자랑 준비, 교육 및 워크샵 등 시간외근무에 따른 체불임금은 성심계열 모든 병원에서 이뤄졌다.

조기출근, 교육, 행사 시간외수당 미지급

강동성심병원은 무급 조기출근을 인정해 전 직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했으나, 그 밖의 다른 성심병원은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기관실, 전기실 직원에게만 최저임금 미달분을 추가로 지급하면서도 다른 부서 직원들에겐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병원은 최저임금에 미달한 이들에게 지난 10월 급여명세서에 ‘전월급여’라는 명목으로 체불임금(미달분)을 줬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미달한 근본원인을 고치지 않아 여전히 최저임금 위반상태다.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기본급(962,100원)과 직급수당(50,000원), 조정수당(99,300원)의 합이 111만 1,400원에 불과하여 법정 월 최저임금 135만 2,230원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기출근과 교육, 병원 행사(체육대회)에 동원된 시간에 대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외래 주간근무자는 근로계약서상 출근시간 8시30분인데, 1시간 정도 당겨 출근해야 했지만 1시간치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업무시간 외에 진행한 교육에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성심병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쉬는 날(비번)에 교육에 참석하고 출근시간을 당겨 교육 후 곧바로 근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병원 이사장 주재로 매주 화요일 오전 6시30분에 열었던 화상회의 준비를 위해 약 2달 동안 오전 6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한 직원도 있었다. 물론 준비시간과 화상회의 시간조차 시간외수당은 나오지 않았다.

한림대 성심병원의 조기출근은 의료기기 작동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 10월 14일엔 오전 7시 44분, 15일엔 7시 43분, 16일엔 8시 7분, 17일엔 7시 46분 등 근무시간 전에 기기를 가동했다.

▲ 근무시간 훨씬 전인 오전 7시대에 가동한 의료기기 작동내역 Ⓒ직장갑질119

▲ 근무시간 훨씬 전인 오전 7시대에 가동한 의료기기 작동내역 Ⓒ직장갑질119

선정적 춤으로 문제가 된 체육대회나 장기자랑 등 각종 병원행사에 참가했을 때도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았다. 교대근무 간호사는 직장갑질119에 올린 글에서 “체육대회 한달전부터 연습에 들어갔는데 새벽에 출근해 오후 4시쯤 퇴근하는 교대근무 간호사들조차 오후 6시까지 남아 운동연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했다.

호봉 낮춰 수당 줄이기

병원은 주간근무자가 야간당직으로 근무가 바뀔 땐 시간외수당을 적게 주려고 호봉급수를 낮춰 임금총액과 시간외수당을 줄였다. 7급 B24인 한 간호사는 야간당직으로 옮기면서 7급 D18로 호봉급수가 낮춰졌다.

▲ 주간근무때 7급B/24호봉이었으나, 야간근무자로 바뀌면서 7급D/18로 낮춰졌다. Ⓒ직장갑질119

▲ 주간근무때 7급B/24호봉이었으나, 야간근무자로 바뀌면서 7급D/18로 낮춰졌다. Ⓒ직장갑질119

연차 강제지정, 응급OFF 남발

병원은 6급 이상 직원에겐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는 대신 대체휴가제도를 시행했다. 하루치 시간외근로에 대한 대체휴가는 1.5일을 줘야 하는데도 1일만 휴일로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자기 재량으로 연차휴가 날짜를 정하도록 했지만, 이 병원에선 매월 근무표에 연차휴가가 지정돼 원하는 시기에 연차를 쓰지 못했다. 병원은 사용하고 남은 연차에 대한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병원은 일시적으로 환자가 없을 땐 직원들을 급하게 비번 근무(응급 OFF)로 돌린 뒤 연차휴가를 사용한 걸로 처리했다. 보건의료노조 전소희 노무사는 “환자가 없어 실시하는 응급 OFF는 경영상 이유로 인한 휴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휴업수당을 줘야 하는데도 휴업수당은커녕 미사용 연차휴가를 처리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이나 근무시간 2시간 전에 갑자기 ‘응급OFF’라는 문자를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 ‘응급OFF’ 피해를 본 직원들의 글 Ⓒ직장갑질119

▲ ‘응급OFF’ 피해를 본 직원들의 글 Ⓒ직장갑질119

만삭에 야간근무, 생리휴가 신청 못해

광범위한 모성보호권 침해도 드러났다. 임산부에게 야간근무는 기본이고, 육아휴직을 제한하거나 복귀 뒤에도 불이익을 줬다. 생리휴가 신청을 불허한 사례도 잦았다. 임산부에 대한 야간, 휴일근무는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원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간호과는 임신 당사자에게 야간, 휴일근로 청구서를 작성해 오라고 했다. 한 간호사는 “만삭 때까지 야간근무를 계속하는 바람에 근무복을 수선해서 입어야 했다”고 했다.

병원 내 일부 부서는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이나 임산부 단축근무도 제한했다. 육아휴직을 갔다 오면 다른 부서로 배치전환해 업무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전자시스템으로 당사자가 직접 휴가를 신청하는데, 신청사유에 ‘생리휴가’ 자체가 없어 생리휴가 신청이 불가능했다.

그밖에 업무외 부당한 지시도 잦았다. 간호사에게 청소와 이삿짐 나르기나 광고지 배포 등을 지시하고, 심지어 환자 유치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특정 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 모금을 강요하기도 했다. 병동에서 체온계 같은 의료기구가 분실되면 간호사가 개인 돈을 다시 사야했다.

홈페이지에는 강동성심병원이 지난달 이전엔 계열병원으로 함께 표기됐는데 지난달부터 빠졌다. 이는 재단이 강동성심병원과 나머지 다른 병원들을 분리시켜 체불임금으로 문제가 된 강동성심병원의 시정지시가 나머지 병원으로 옮겨 붙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 왼쪽(10월24일)엔 강동성심병원이 표기됐는데, 오른쪽(10월28일)엔 빠졌다. Ⓒ직장갑질119

▲ 왼쪽(10월24일)엔 강동성심병원이 표기됐는데, 오른쪽(10월28일)엔 빠졌다. Ⓒ직장갑질119

한림대 학교법인 일송학원 윤대원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사회적 물의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속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성심병원 관계자는 “임금체불 문제는 노동부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15일과 1일 두차례에 걸쳐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만나 한림대병원 등 광범위하게 터져 나오는 노동법 위반 사례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금, 2017/12/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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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이’ 대표·바탕 상품 값 똑같아
03년 이후 “이통 가격 경쟁 전무”

한국 이동전화 시장의 88%를 지배하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엘티이(LTE)’ 대표 상품 값은 모두 월 6만5890원이다. ‘엘티이’ 바탕 상품 값도 3사 모두 월 3만2890원, 가격차는 0원이다. 소비자가 관련 상품들을 두고 값을 견줘 볼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전화를 사들인 5612만4217명(2017년 11월 기준 점유율 88.2%) 가운데 ‘엘티이’를 쓰는 4811만9087명의 상당수가 고르나마나한 선택을 한 셈이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비슷한 류 (3사) 서비스를 보면 (값이) 똑같다”며 “2003년 이후 (3사의) 3G 및 엘티이 이동통신 요금이 사실상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 경쟁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2002년 ~ 2017년 4월 이동전화 요금 비교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

▲2002년 ~ 2017년 4월 이동전화 요금 비교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

요금제 많다지만

2018년 1월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이동전화 3사 ‘엘티이’ 주력 상품은 27개. 인터넷을 살피거나 TV·영화를 볼 때 쓰일 데이터를 내주는 양에 따라 상품 값을 9개씩 나눠 뒀는데 3사 모두 ‘월 3만2890원’부터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KT ‘LTE 데이터 선택 32.8’, LG유플러스 ‘데이터 일반’이 3만2890원짜리. 이 상품에 돈을 치르기로 한 소비자는 다달이 데이터를 300메가바이트(MB)까지,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3사가 내주는 게 똑같다. 상품 바탕이 같다는 얘기. 손에 3만2890원을 들고 ‘엘티이’를 쓰려는 소비자에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사이 값을 견줘 더욱 알뜰하게 선택할 기회가 없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요금 안내. KT ‘데이터 선택 32.8’과 LG유플러스 ‘데이터 일반’도 주요 내용이 같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요금 안내. KT ‘데이터 선택 32.8’과 LG유플러스 ‘데이터 일반’도 주요 내용이 같다.

데이터를 제한 없이 쓰는 ‘엘티이’ 값(2018년 1월)도 3사 모두 ‘월 6만5890원’부터 시작한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퍼펙트’, KT ‘LTE 데이터 선택 65.8’, LG유플러스 ‘데이터 스페셜 A’가 6만5890원짜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다달이 기본 데이터로 11기가바이트(GB)와 매일 2GB씩, KT는 10GB와 매일 2GB를 내주며 관련 상품을 ‘무제한 서비스’라고 광고한다. 정해 둔 용량을 넘어서면 데이터 전송속도를 3메가(M)bps(bit per second)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도 3사가 똑같다. 이 또한 상품 바탕이 거의 같다는 뜻. 소비자에겐 3사 상품 값을 견줘 본 뒤 사들일 여지가 없다.

▲LG유플러스 ‘데이터 스페셜 A’ 요금 안내.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퍼펙트’와 주요 내용이 같다. KT ‘LTE 데이터 선택 65.8’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상품보다 월 데이터 사용량이 1GB 적지만 값이 같다.

▲LG유플러스 ‘데이터 스페셜 A’ 요금 안내.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퍼펙트’와 주요 내용이 같다. KT ‘LTE 데이터 선택 65.8’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상품보다 월 데이터 사용량이 1GB 적지만 값이 같다.

3사는 모두 6만5890원짜리 상품을 가장 많이 팔리거나 인기 있는 ‘엘티이’로 꼽았다. SK텔레콤은 “90만 원에서 100만 원대 프리미엄 휴대폰을 쓰는 사람의 60 ”, KT가 “엘티이 데이터 선택 전체 가입자의 39%”, LG유플러스는 “이동전화 새 가입자의 30% 후반이 선택한다”고 밝혔다.

3사의 나머지 ‘엘티이’ 상품은 데이터 사용량 0.1GB~0.6GB 차이를 두고 월 110원~2090원씩 값이 달랐다. 기본 데이터 사용량을 바탕으로 삼아 가격을 따로 정했으되 서로 큰 차이를 두지 않아 소비자 선택권이 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되풀이되는 ‘단순 비교 불가’ 장단

2017년 12월, 한국 이동전화 3사의 ‘엘티이(LTE)’ 데이터 바탕 값이 얼마나 되는지에 소비자 눈길이 모였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모바일 전략 컨설팅업체 리휠이 지난해 12월 1일 내놓은 ‘모바일 접속가능성 경쟁력(mobile connectivity competitiveness) 제8차 모니터링’ 결과 때문. 한국에서 ‘엘티이’ 데이터 1GB를 쓰려면 13.4유로(1만7100원쯤)가 드는데 41개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비쌌다고 발표했다. 나라마다 30유로(3만8300원쯤)로 살 수 있는 기가바이트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본 결과였다.

한국은 캐나다·미국·일본·독일 사업자들(operators)과 함께 “기가바이트 가격을 여전히 지나치게 (많이) 매긴다(charge)”는 게 리휠의 분석. ‘여전히(still) 지나치게(exorbitant)’ 비싸다고 본 건 2017년 5월 공개된 7번째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한국이 캐나다·독일·미국·벨기에·일본과 함께 데이터 요금이 높은 나라였기 때문으로 보였다.

▲리휠 모니터링 결과. 화살표가 가리킨 곳에 한국이 언급됐다(출처 : 리휠 홈페이지)

▲리휠 모니터링 결과. 화살표가 가리킨 곳에 한국이 언급됐다(출처 : 리휠 홈페이지)

한국 언론계는 이 리휠 모니터링 결과에 뜨겁게 반응했다. 2017년 12월 5일과 6일 ‘한국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소비자 반응도 뜨거워 기사마다에 이동전화 3사와 정부 가격 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역류도 일었다. 이동전화 3사 쪽에서 나라마다 서비스 환경이 달라 요금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리휠 모니터링 결과를 깎아내렸다. 3사 관계자가 “(한국에는 25% 선택약정할인제가 있어 더 싸다”거나 “(값싼) 알뜰폰 사업자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반론을 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몇몇 매체는 이동전화 3사 쪽 반응을 전하며 리휠 모니터링이 아예 ‘엉터리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에 물음표(?)를 붙여 이른바 ‘엉터리 논란’에 살을 덧댄 매체도 있었다.

▲리휠 모니터링 결과가 ‘엉터리 논란’에 빠져들었다거나 물음표를 붙여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보도

▲리휠 모니터링 결과가 ‘엉터리 논란’에 빠져들었다거나 물음표를 붙여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보도

특히 중앙일보는 2017년 12월 5일 ‘세계에서 데이터 요금 가장 비싼 나라, 한국’이라고 보도했다가 이레 뒤인 12일 ‘한국이 세계에서 데이터 요금 가장 비싸다고?!?!’로 제목과 내용을 바꿨다. 12일 보도에는 5일 자 기사에 없던 ‘우리나라 데이터 요금이 진짜 비싼지 이동전화 3사 직원들에게 물어본 결과’를 담았다. 답변은 “비싼 것이 아니”고, 많은 사용자와 서비스 속도 때문에 “장비를 많이 설치해야” 하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더 올려야 하는 게 정상”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5일과 12일 보도가 백팔십도로 달라진 것이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5일(왼쪽)과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12일 자(오른쪽)에선 제목과 내용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5일(왼쪽)과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12일 자(오른쪽)에선 제목과 내용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주요 내용. 5일 자와 달리 이동전화 3사 쪽 입장과 직원 답변을 덧댔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주요 내용. 5일 자와 달리 이동전화 3사 쪽 입장과 직원 답변을 덧댔다.

나라마다 시장 환경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이동전화 3사 쪽 주장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사이 가계통신비 차이를 알아볼 때로부터 되풀이됐다. 2014년과 2011년 ‘OECD 커뮤니케이션스 아웃룩(communications outlook)’에서 한국이 1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통신비 비중 1위를 기록했을 때마다 불거진 반발이었다.

언뜻 일리 있는 주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리휠 모니터링을 ‘엉터리’로까지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50달러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는지를 견줘 보는 빅맥지수처럼 ‘30유로를 들여 쓸 수 있는 이동전화 데이터 사용량’을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 세세한 비교 기준을 두고 얼마간 논란이 있더라도 나라 사이 가격차를 견줘 본 뒤 ‘한국이 서 있는 곳’을 가늠하고, 정부 정책을 짤 때 참고할 만하다는 뜻이다.

열쇠는 결국 기본료 폐지

수렴하는 현상은 있습니다.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이 한국 이동전화 3사 주력 상품 값을 두고 한 말. 한국 이동전화 시장이 “아무래도 과점적이다 보니까 요금제가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3사 이동전화 상품을 비교해 더 싸되 질 좋은 걸 골라 뽑을 여지가 많지 않다는 얘기.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가계 통신비 부담(OECD)과 가장 비싼 데이터 요금(리휠)까지 짊어져야 한다. 이런 흐름을 살핀 끝에 가장 효과가 좋을 정책으로 제시된 게 ‘기본료 폐지’다. SK텔레콤과 KT 데이터 요금에 포함된 1만1000원, LG유플러스 상품 안에 녹아 있다는 1만900원을 없애면 가격 관련 골칫거리 여러 개를 한꺼번에 풀어낼 것으로 보였다.

2017년 8월 31일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 정책이 살아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없어진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본료가 정확하게 규정되어야(defined) 폐지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어렵고 법률적인 절차를 거쳐야 돼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대안으로 빨리 (인하)할 수 있는 걸 먼저 한 다음에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추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0일 정책 실무 책임자인 전영수 통신이용제도과장도 “공식적으로 기본료 폐지를 추진 안 하는 것으로 결정된 건 없다”며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계속적으로 논의하자고 해 놓은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본료 폐지’ 열쇠를 여전히 손에 쥐었다. 문제는 시간. ‘언제 없앨 것이냐’다.


취재 : 이은용

 

목, 2018/01/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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