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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의 워싱턴리포트⑥]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빠진 것,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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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의 워싱턴리포트⑥]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빠진 것, 미국

익명 (미확인) | 목, 2017/09/14- 16:15

코리아타운에서 <택시운전사> 관람…광주 기억 다시 떠올라

지난달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코리아타운에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나는 지난 4월과 5월 광주에 다녀온 기억에 휩싸였다. 당시 나는 광주시의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내가 기증한 5.18 관련 미국 정부의 기밀해제 문서 3,500건을 5.18기록관이 수집한 유물, 사진, 부검보고서, 영상자료와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거리나 식당에서 광주 시민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다가와 함께 셀카를 찍고 이야기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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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 기자와 김준태 시인

그들 중 일부는 김준태 시인처럼 5.18 당시 항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었다. 다른 이들은 부모의 경험이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통해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광주 시민들이 광주 학살의 참상을 최초로 찍어 전세계에 보도했던 독일 촬영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그랬던 것처럼,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내가 한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영화에서 한 시민은 광주 사태 보도를 막으려는 정부의 탄압에 대해 “그들의 거짓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달라”고 광주를 떠나는 힌츠페터 기자에게 부탁한다. 광주 시민들은 그에게 공식 뉴스는 ‘말도 안 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군부가 사용한 ‘폭도’나 ‘빨갱이’라는 용어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을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매도했다고 말한다. 이 단어들은 나도 2017년에, 그리고 1980년대에 광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모두 들었던 적이 있는 것들이다.

힌츠페터의 영상이 광주항쟁 취재 계기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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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6일 광주 망월동에서 열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추모식.

그러나 나에 비하면 힌츠페터 기자의 공헌이 훨씬 더 크다. 힌츠페터 기자와 그를 군이 봉쇄한 광주시로 데리고 간 운전사 김사복은 광주 보도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진실을 기록하겠다는 힌츠페터 기자의 결심은 전두환의 군부가 정권을 잡으며 자행한 범죄를 만천하에 드러내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중앙데일리가 보도한 것처럼, 그가 촬영한 영상은 “한국 역사상 가장 비통하고 괴로운 순간들 중 하나를 포착했다.” 그는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군부 파시즘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게 도움으로써 전두환과 그 정권의 평판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그의 업적은 나에게도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1980년대에 대학원생이자 정치활동가로서 나는 그가 포착한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고,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일이었다는 것을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비록 그 영상을 힌츠페터 기자가 찍었다는 사실은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의 영상을 통해 알게 된 광주의 참상은 내가 5.18 당시 미국의 역할을 밝히는 데 큰 동력이 되었다. 나는 영원히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2016년에 나는 그에게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할 기회를 갖게 될 뻔했다. 그 해 5월, 광주시는 나를 포함하여 격동의 현장에 광주시에 있었던 몇몇 외국인 ‘5.18 언론인’ 을 사흘간의 행사에 초청했다. 안타깝게도 힌츠페터 기자는 그 해 1월에 세상을 떠났다. 대신 그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가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고, 2016년 5월 16일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 망월동 묘역에서 연설을 했다. 망월동 묘역은 5.18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 옆에 있다. 나는 그녀의 연설과 현수막에 적혀 있는 힌츠페터 기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크게 감동받았다.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도 알 수 있었다. 내 필름에 기록된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 날 5.18 언론인들을 위한 오찬장에서 나는 브람슈테트 씨에게 그녀의 남편의 훌륭한 업적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최근에 나는 그녀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서울에서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소식을 접하고 기뻤다.

광주학살 재조사에 5.18 당시 미국의 역할도 반드시 포함돼야

올해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 시내에서 60명 이상의 시민이 총에 맞아 숨진 1980년 5월 21일에 누가 발포명령을 내렸는지 규명하기위해 군부의 학살 사건을 조사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의 진실은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다”고 말했다. 이번주 초 한국 국방부는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헬리콥터에서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의혹과 전두환이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전투기를 준비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5월 21일에 군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참혹한 장면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잘 묘사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5.18의 진상규명에 있어 영화에서도, 국방부 조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5.18 당시 미국의 역할이다.

내가 1996년에 광주항쟁 관련 기사에서 문서로 제시한 바대로 카터 행정부의 최고위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1980년 5월 22일 백악관에 모여 당시 한국 군부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두환과 그의 계엄군이 5월 18일부터 21일 사이에 발생한 참혹한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영화가 좀 더 정확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발포한 다음날 미국 정부가 전두환의 광주 진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었다는 사실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자막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한국 사람들에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알리고, 동시에 위대한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업적을 기릴 수 있을 것이다. 광주 시민들은 적어도 그 정도 대접은 받아야 한다.

※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취재 : 팀 셔록
번역 : 임보영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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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반대’, ‘5.18 북한 개입설’ 망언 규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망언에 대한 입장 밝히고 책임 물어야

지난 3월 12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 행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본인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공약을 득표를 위한 공수표 공약으로 폄훼하는 망언까지 쏟아냈다. 어제는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18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는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집권당의 최고위원과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까지 5.18 정신을 훼손하는 망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개탄스럽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을 내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5.18 정신을 훼손하는 정부여당 인사들의 잇따른 망언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광훈 씨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해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직접 밝힌 이 공약이 득표를 위해 던진 공수표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전광훈 씨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가리켜 “전라도에 대해서 립서비스 하려고 한 거지?”라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들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개인 의견”이라며 “지금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빗발치자,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사과를 했지만 진심 어린 사과로 볼 수 없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북한 개입설’과 ‘군 헬기 사격이 허위’라는 견해를 밝힌 전력이 있어 임명 때부터 논란이 컸던 인물이다. 5.18단체들의 반대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거 자신의 주장에 대해 사과는커녕 과거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5.18 북한 개입설’을 ‘5.18 북한군 개입설’과는 다르다는 식의 망언을 이어갔다.

김 최고위원과 김 위원장의 망언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이대로 넘긴다면, 광주 시민들과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나아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5.18과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에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5.18 유족들과 피해자들이 아직도 끊이지 않는 여권 인사들의 망언과 2차 가해에 고통받고 있으며, 5.18의 진상은 완전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이다. 두 사람의 망언을 용인한다면, 여권 인사들의 5·18 유족들과 피해자들에 대한 연쇄적 망언과 2차 가해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일련의 망언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광동 위원장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윤 대통령부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과 자신이 임명한 김광동 위원장의 망언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을 촉구한다. 또한 진실화해위원장의 자격이 없는 김광동을 경질해야 마땅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포함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 등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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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3/03/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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