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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60cm의 비밀’… 뒤틀리고 썩어가는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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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60cm의 비밀’… 뒤틀리고 썩어가는 4대강

익명 (미확인) | 목, 2017/08/31- 19:47

낙동강 준설 이후, 최대 50% 넘는 하도 변화량 확인

2011년 4대강 준설 이후 지난 5년 동안 반복되는 퇴적과 세굴(강바닥이 침식되는 현상)로 인해 하도 변화율(강의 단면 변화율)이 일부 지점의 경우 최대 5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결과는 2011년 수심 6미터의 준설 이후 단면이 일정한 형태로 유지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4대강 사업 이후 각 강의 바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료로 2011년 4대강 준설 단면도와 2015년 말 현재 4대강의 하도 변화 상태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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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낙동강의 경우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구간에서 퇴적은 최대 9%, 세굴은 최대 46%인 것으로 확인돼 최대 55%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강은 충주조정지댐에서 강천보 사이에서 퇴적은 최대 32%, 세굴은 14%로 전체 하도 변화율은 46%였다. 금강은 대청댐과 세종보 구간에서 최대 38%가 변했고 영산강은 담양댐과 승천보 구간에서 최대 34%가 변동됐다.

또 4대강의 평균 하상고(강바닥의 높이) 변동량을 보면, 한강 최대 4.7m, 낙동강 최대 3.7m, 영산강 최대 1.3m 하상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4대강 ‘헛 준설’의 현장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가다

낙동강과 감천의 물길이 만나는 낙동강 구미보 하류 지점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11년 4대강 살리기를 한다며 강바닥을 수심 6미터까지 파낸 이후 낙동강이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하늘에서 본 낙동강 감천 합수부, 한눈에도 감천에서 흘러나온 퇴적물이 쌓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낙동강 감천 합수부, 한눈에도 감천에서 흘러나온 퇴적물이 쌓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감천 합수부 지점을 이른바 ‘수심 60cm의 비밀’을 간직한 ‘헛 준설’의 대표적 사례라며고 말한다. 실제 낙동강 감천 합수부 지점은 사람이 강 한가운데까지 걸어들어가도 겨우 발목 정도가 물 속에 잠길뿐이다.

▲ 감천과 만나는 낙동강 구미보 하류지점은 거의 강 한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갈 정도다.

▲ 감천과 만나는 낙동강 구미보 하류지점은 거의 강 한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갈 정도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었던 수심 6미터를 계속 유지하기위해서는 매년 천문학적인 준설과 관리 예산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진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면답변을 통해 일부 지점에서 세굴과 퇴적으로 하상변동이 일어났지만 4대강 수계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곳곳에서 메탄가스 기포 확인

취재진은 강바닥의 오염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 8월 29일 낙동강 구미보 상류에서 잠수를 시작했다. 수심 10미터까지 내려가자 바닥에 오니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낙동강 구미보 상류 수심 10m지점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메탄가스 기포

▲ 낙동강 구미보 상류 수심 10m지점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메탄가스 기포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 나타났다. 크고 작은 기포가 강바닥에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것이 수중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바로 메탄가스다. 강바닥 곳곳에서 메탄가스가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낙동강 바닥이 이미 썩을대로 썩었다는 증거다.

오염된 물질이 뒤섞인 진흙의 퇴적이 계속 진행돼 두터운 층을 이루고 있었다. 메탄가스 기포가 발생하고 있는 오니층의 두께가 과연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했다. 구미보 상류 지점에서의 오니층은 최소 40센티미터에서 최대 1미터 40센티미터까지 쌓인 것으로 나왔다. 낙동강 본류에서 1미터가 넘게 오니층이 쌓이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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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오니층 형성과 메탄가스 발생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 본류에서 메탄가스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지시자 이번엔 밝혀낼까?

이렇게 비극적인 환경 파괴와 천문학적 예산 낭비로 귀결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 과연 누구의 지시로, 어떤 정책과정을 거쳐 진행됐을까? 그 진실을 밝혀줄 정부 기록물은 과연 온전히 남아 있을까?

4대강 사업을 총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는 이미 없어졌다. 따라서 4대강 추진본부가 생산했던 모든 기록물은 주관부처인 국토부로 이관됐어야 한다.

뉴스타파는 4대강 사업 관련 정부 기록물의 보존 실태에 대해 국토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관련 질의서도 보냈다. 그러나 국토부는 추진본부로터 이관받은 기록물이 모두 몇 건 인지조차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4대강 관련해 4번째 감사다.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3번의 감사와는 달리 이번엔 4대강 사업 초기 정책 결정 과정을 규명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밝혀줄 기록물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치밀하고 똑똑한 분입니다. 절대로 명확하게 지시하는 법이 없어요. 표면적으로는 밑에서 요청을 하고 자신은 피치 못해 한 것 처럼 만들어놔요.

이명박 정부 시절 공직자

하지만 4대강의 진실을 온전하게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나라를 바로세우는 중요한 걸음이다. 이는 촛불시민들의 명령이고, 그래서 새정부의 지상과제다.


취재 : 박중석, 이보람
촬영, 드론 : 김기철
수중촬영 : 복진오, 배인탁
현장조사 : 인제대
편집 : 박서영,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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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⑩]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독자들의 성원으로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 목표액이 달성됐지만 모금은 계속합니다. 31일까지 모인 후원금은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비로 전달합니다. 김종술 기자가 낙동강을 지키는 정수근 기자에게 카약을 선물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투명 카약 2대'로 진화했습니다. 두 기자는 8월 24일부터 2박3일 동안 투명카약을 타고 낙동강을 취재했습니다. 현장 탐사보도에 이어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안을 담은 기획 기사를 싣습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해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한다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지만, 모든 것이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4대강에 많은 물을 모아뒀지만, 이 물을 펌프로 수백 미터 끌어올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강원도나 경기도의 산골에 보낼 수 없고, 해안지역이나 섬에 보낼 수도 없다.

높은 산골에 모아둔 소양댐의 물도 이들 지역에 수돗물로 보내지를 못하고 있는데, 더구나 낙동강 하류에 담아둔 물을 이들 지역에 농업용수로 보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끝났지만 최악의 가뭄은 계속됐다.

홍수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홍수 위험을 키웠다. 홍수 피해 지역의 상류에다 댐을 지어 홍수를 막는 것은 흔히 하는 방법이지만 4대강 사업에서처럼 홍수 지역의 하류에다 댐을 만들어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상식을 거스른다.

정부는 이를 '보'라고 부르고 있으나 국제대형댐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높이가 5미터 이상이고 저류량이 300만 톤 이상이면 대형댐으로 분류된다. 함안댐은 저류량이 1억2700만 톤에 이르고 16개 댐 모두가 저류량은 이 기준을 훨씬 넘는다. 세종댐만 높이가 5미터에 못 미치고 나머지 15대 댐은 모두 대형댐의 반열에 들어간다.

강의 수위를 올리면서 이미 물에 잠긴 농지도 있고, 지천의 수위도 오르면서 둑이 터져 침수를 당한 곳도 많다. 낙동강에는 총 10개가 넘는 댐이 줄줄이 세워졌는데 홍수가 날 때에는 각각의 댐이 자기 마음대로 수문을 여닫아서는 안 된다. 연계해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한 댐이라도 잘못해서 무너지는 날이면 그 아래의 모든 댐들이 줄줄이 무너져 대형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수문 하나의 무게가 수십 톤 내지 100톤에 가까워 이 수문을 여닫는 게 쉽지도 않다. 벌써 작동이 안 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즉, 수문 관리 실패나 실수로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홍수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모래 위에 세운 댐

댐은 단단한 암반에 짓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이 아래로 옆으로 새면서 댐이 터질 수가 있고 또 방류수로 인해 하천 바닥이 침식돼 댐 구조물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대강에 세운 댐들은 모래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벌써 물이 새는 것이 관측되고 있고 댐 하류 바닥도 계속 파이고 있다.

또 물의 압력이 세기 때문에 댐의 옆구리도 암벽에 걸쳐 지어야 한다. 그러나 4대강의 댐들은 옆구리를 대개 흙더미에 걸쳐놨다. 이런 댐들은 큰비가 오면 옆구리가 터져 큰 홍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테톤(Teton)댐, 일본의 후쿠시마댐, 인도의 델리댐, 중국의 샤오랑디(小浪底)댐 등 각국의 수많은 댐들이 옆구리가 터져 큰 피해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연천댐도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옆구리가 터져 무너졌다. 이런 댐들은 단단하지 않은 암벽에 걸쳤다가 터졌다. 흙더미에 걸친 4대강의 댐들은 우환덩어리인 것이다.

댐이 예상치 못한 홍수로 붕괴됐을 때에는 오히려 대형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963년에 바이온트(Vajont)댐이 무너지면서 2000여 명이 죽었고, 인도에서는 1979년에 Machchu II댐이 무너지면서 2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75년에는 중국의 양쯔강 유역에서 반차오(板橋)댐이 무너지면서 23만 명이 죽는 사상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세계 최대 저류량을 자랑하는 이집트의 아스완댐은 이집트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6일 전쟁 당시, 아스완 댐을 폭파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이집트는 항복했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로는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들은 더 이상 대형 댐을 짓지 않는다.

MB의 '물그릇'론은 허구

[caption id="attachment_153109" align="aligncenter" width="600" class="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0일 오후 대구 강정고령보를 찾아 디아크에서 터치스크린에 자신의 사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0일 오후 대구 강정고령보를 찾아 디아크에서 터치스크린에 자신의 사인을 하고 있다, ⓒ 조정훈[/caption]

이명박 정부는 또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그릇을 키워 물을 깨끗하게 하겠다며 '물그릇'론을 내세웠다. 즉 물그릇을 두 배로 키우면 오염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래서 낙동강은 물그릇을 11배 키웠고, 거기다 4조 원을 들여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배출을 95%, 인 배출량을 90% 줄였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4대강 물은 이제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형편없이 더 더러워졌다. 녹조가 걸쭉하게 강을 뒤덮어 이를 상수원으로 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물고기들은 죽어 어민들이 생계의 수단을 잃었고, 강바닥은 오물이 쌓여 썩은내가 난다.

물은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 많이 모아둔다고 깨끗해지는 게 아니다. 댐을 만들어 물을 흐르지 못하게 하면 큰비가 땅바닥을 씻어 내리는 오염이 호수 바닥에 쌓인다. 이 오염은 해가 갈수록 더 축적돼 수질은 갈수록 더 악화된다.

우리나라가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에 맑은 물 대책에 30조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호수의 수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하천 바닥의 모래가 수질을 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부산 낙동강의 수질이 대구보다 더 좋고 남한강 여주 상류보다도 여주 하류의 물이 더 깨끗한 이유도 모래가 정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이라는 것도 원수(原水)를 강모래에 한번 쓱 걸러서 소독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이 모래를 다 파내 버렸다. 이로인해 강은 정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했다.

녹조는 '독'이다

[caption id="attachment_153110" align="aligncenter" width="600" class="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지난 26일 오전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지난 26일 오전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caption]

지금 4대강을 덮고 있는 녹조는 남조류가 주종이다. 이 남조류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해 독성이 강한 물질들을 분비하는데 가축들이 이런 물을 마시고 죽었다는 기록이 많이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주로 간에 축적이 돼 독성을 나타내는 발암의심물질이다. 이런 독성물질은 미량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복용하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환경을 잘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상수원에서 남조류가 번성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으며 이런 곳에서는 물고기도 잡지 못하게 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인구 50만의 톨레도(Toledo)시는 5대호 중의 하나인 이리(Erie)호에서 취수를 하는데 작년에 그 취수원 인근에 남조류 녹조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는 즉각 시민들에게 설사, 구토, 간기능 장애 등을 이유로 수돗물 음용은 물론 양치질도 하지 말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목욕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시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했다(New York Times, "Tap Water Ban for Toledo Residents", 2014. 8. 3).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들은 남조류가 번성하면 아예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고 판정한다.

UN 총회에서 칭찬받은 MB... 하지만

4대강 사업을 영어로는 'Four Major Rivers Restoration Project'라고 부른다. '4대강 복원사업'이다. 정부는 이를 국제사회에 홍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9월 23일 UN 총회에서 "4대강 복원 사업으로 하천생태계를 복원하고(원래 모습으로 돌려주고) 있습니다"라고 연설해 많은 칭찬을 듣고 상도 받았는데, 하천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진실이 아니다. 우리 강이 언제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원래 구불구불 흐르던 것을 곧게 만들었고, 여울을 다 없앴고, 강바닥의 모래도 다 파버렸고 수변 구역을 훼손해 많은 개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그리하여 물고기들이 떼죽음했고 강바닥은 썩어 조개들이 살 수 없게 됐으며 강변 습지를 찾던 새들도 다 떠났다. 하천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됐다. 국제사회는 칭찬을 거둬들였고, 태국에 수출했다고 자랑하던 태국판 4대강 사업은 무산됐다.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우선 당장 급한 것은 따로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 이런 물을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4대강의 수문들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물은 흘러 교란이 생기면 녹조가 번성하지 못한다. 신곡수중보 상류에 그 걸쭉하던 녹조도 하류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4대강 댐 허는 데 2000억 원... 유지 관리에는?

[caption id="attachment_153111" align="aligncenter" width="600" class=" "]▲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흰천을 녹조에 담근 뒤 줄에 매달아 놓았다. ⓒ 권우성  ▲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흰천을 녹조에 담근 뒤 줄에 매달아 놓았다. ⓒ 권우성[/caption]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면 4대강에 세운 16개의 댐들은 물이 흐르는 데 방해만 될 뿐 아무런 기능을 못 할 것이다. 다 헐어야 한다. 이 댐들을 허는 데는 2000억 원이면 충분한다. 그런데 이 돈은 해마다 4대강의 유지관리에 쏟아 붓는 몇 조 원의 금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강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는 농사에 방해되고, 모래먼지가 날리고, 땅 임대료만 나갈 뿐이다. 강에 도로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강 수위가 낮아지는 것도 막고 강의 수질 정화 기능도 살린다.

호수의 수질은 큰비 올 때 땅바닥을 씻어 내리는 오염(비점오염, 발생 위치·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오염)이 강바닥에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을 지어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을 흐르게 하면, 큰비는 오히려 강을 재생시키고 비가 안 올 때에는 하수관을 통해 강에 들어가는 오염(점오염, 발생 위치·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오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수처리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4대강 사업으로 BOD를 95% 줄였다면 흐르는 강의 수질은 이에 걸맞게 개선될 것이다. 하수처리장 건설로 안양천·중랑천의 수질이 이전보다 대폭 개선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가뭄과 홍수 대책은 실제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나는 그 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이 부족한 마을마다 저수지를 잘 정비하고, 산림이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도록 녹색댐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실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두는 시설을 만들어야 하고, 또 마을마다 마을 단위로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가뭄을 해결하고 또 홍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 10만 개 정도의 농어촌 마을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이들 마을의 도랑을 살려야 강도 깨끗해진다. 즉,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 이런 대책은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돈의 몇십 분의 일만 있어도 할 수가 있다.

해마다 50개 댐 허무는 미국... 현재까지 무려 1000개

EU는 물관리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 제4조에 "회원국은 WFD가 발효된 후 늦어도 15년까지는 모든 인공적이거나 심하게 변질된 수체를 부록V에 제시된 good surface water status(인간의 간섭이 약간만 허용된 상태를 말한다)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수체를 보호하고 강화하고 복원해야 한다"라고 명시해 인공적으로 변형된 하천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 제404조에 하천에서 준설, 매립, 댐, 제방, 개발사업(고속도로·공항 등), 골재 채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하려면 "(1) 습지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2) 습지에 잠재적인 영향이 최소화 돼야 하고 (3) 피할 수 없는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인공적인 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해마다 50개가량의 댐을 허물어 지금까지 1000여 개에 이르는 댐을 해체하였고 3만7000여 개에 이르는 하천을 복원했다. 유럽도 이런 추세로 나가고 있다. 강을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하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예산과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인공적인 장애물을 제거하고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몇 년간 지켜보고서 그 방향을 도와주면 강은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간다.

우리나라 소하천들의 경우에는 4~5년 안에 놀랍도록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대강의 경우에는 댐을 해체하고 하천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를 도로 강에 돌려주고 강변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거하면 된다. 그러면 강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가서 생태계도 회복되고 수질도 개선될 것이다.

 
 
금, 2015/09/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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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탐지’ 법적 근거 흐릿해 되레 ‘도청’ 논란
절차와 범위 두루뭉술… 시민 불안 부추겨
민간 업체 실태 점검도 허술

국가 전파 감시•감독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의 도청(불법감청) 탐지 절차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35개 민간 불법감청설비탐지업 등록법인에 대한 실태 점검 체계도 허술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전파관리소 사법경찰관과 민간 불법감청설비탐지업자가 누구의 어떤 대화를 엿듣고 녹음 파일을 얼마나 만들어 어떻게 다뤘는지 낱낱이 확인할 수 없는 상태. 관련 자료 보존•폐기 여부도 오로지 도청 탐지 장비를 다루는 공무원과 민간 업자의 양심에 기댈 뿐이다.

특히 전파관리소가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의 영업 실태를 점검할 근거마저 없어 문제다. 전파관리소 관계자도 “(위법 행위) 예방 차원에서 1년에 한두 번 계도할 뿐 장비 현황이나 운영 실태, 영업 실적 따위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확인했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가 도청 여부 탐지를 맡긴 시민의 개인 정보를 얼마나 가졌고, 어떻게 보호•관리하는지조차 제대로 살펴볼 수 없어 개선이 요구된다.

전파관리소도 “근거 애매하다” 시인

법이 애매한 경우도 많으니 (도청 탐지 근거를) 명확히 하자. 법이 명확하지 않으니 (전파관리소가 시민 대화를 엿듣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 않나 하는 취지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3월 18일 전상하 중앙전파관리소 불법감청설비팀장의 말. 지난 2월 22일 광주전파관리소가 사기도박 몰래카메라 영상과 무선 통신 내용을 녹화•녹음한 뒤 경찰과 함께 혐의자들을 붙잡은 게 되레 국가기관의 도청 논란으로 번지며 불거진 전파관리소의 고민이 들어 있다. 전파관리소 쪽이 도청 탐지 행위의 법적 근거를 다 갖추지 못한 상태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파관리소가 도청 탐지 근거로 내세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를 보면 그 누구든지 전기통신을 엿듣거나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 간 대화를 녹음•청취할 수 없지만 ‘혼신 제거 등을 위한 전파 감시’를 예외로 해 뒀다. 이 예외 조항에 기대어 ‘전파 감시 활동 중에 감청과 녹음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던 것.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의 예외 근거로 이어진 전파법 제49조와 51조는 허가받지 않았거나 혼신을 일으키는 전파를 찾아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주파수를 타고 흐르는 남의 대화를 듣거나 녹음하는 데 쓸 기준은 아니다. 해당 법률에 ‘도•감청’이나 ‘녹음’ 같은 낱말이 명시되지도 않았다. 이처럼 두루뭉술한 근거 때문에 늘 시빗거리가 될 수 있음에도 법률과 세칙 따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사기도박 증거로 감청•녹음을 내민 터라 전파관리소 스스로 감청 논란을 불러왔다.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줄 가운데)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를 찾아가 오승곤 당시 전파보호과장(오른쪽 줄 아래)으로부터 불법감청 탐지 체계에 관해 들었다.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줄 가운데)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를 찾아가 오승곤 당시 전파보호과장(오른쪽 줄 아래)으로부터 불법감청 탐지 체계에 관해 들었다.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앞)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이동형 전파측정장비를 살펴봤다. 장비를 설명하는 이는 민원기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최시중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앞)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이동형 전파측정장비를 살펴봤다. 장비를 설명하는 이는 민원기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광주전파관리소는 실제로 “콜, 들어가라. 콜, 콜” 같은 대화를 담은 44초짜리 녹음과 몰래카메라 영상 녹화로 사기도박 혐의자를 잡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전파관리소의 이런 능력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시민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전파관리소의 시민 사찰 의혹과 걱정을 내놓은 까닭이다.

전파관리소의 자랑이었던 도청 탐지

그동안 전파관리소는 도청 탐지 활동으로 사기도박단을 잡아낸 걸 자랑할 일로 여겼다. 국가기관의 부지런한 전파 감시 덕에 사기도박 덫에 빠진 시민을 구해 낸 미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중앙전파관리소가 2011년 5월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0년 불법감청설비 적발 수가 25건이라고 널리 알렸을 정도. 이 가운데 하나인 2010년 1월 19일 대전전파관리소의 사기도박단 검거 사례도 올 2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했다. 무선 영상 몰래카메라와 생활 무전기를 갖춘 채 사기도박으로 생각된 ‘전파에 담긴 음성’을 추적해 잡아냈다.

이 사건이 더욱 눈길을 끈 건 “아산시 전파 관리를 위해 설치한 원격 지능형 전파측정시스템에 의해 사기도박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감지돼’ 전파 송신 위치를 추적했다”는 대전전파관리소 쪽 설명. ‘원격 지능형 전파측정시스템’은 서울•부산•광역시•도청소재지를 중심으로 설치한 붙박이 전파측정장비 70식(주변기기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 체계)과 준붙박이 장비 14식이다. 중앙전파관리소 쪽 설명으로는 “국내 거주 지역의 35%”를 덮는 규모. 이 체계에 이상한 전파가 감지되면 방향탐지장비 15식과 전파측정차량 23대를 이용해 송신 위치를 찾아간다. 아산시 사례는 전파관리소가 폭넓은 전파 속 음성 탐지와 위치 추적 체계를 갖췄음을 방증했다.

2009년 4월 17일 대전전파관리소가 대전지방검찰청에 송치한 사기도박단 사건도 전파 탐지와 위치 추적 형태가 비슷했고 보도자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대전에 사는 100억 원대 자산가 김 아무개 씨가 사기도박 덫에 걸려들었다는 내용과 모자에 숨겼던 몰래카메라 사진까지 곁들여 흥미까지 불러일으켰다.

▲움직이며 전파를 측정하는 전파관리소 자동차(왼쪽)와 2009년 4월 대전전파관리소가 잡아낸 사기도박용 몰래카메라•무전기.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 보도자료)

▲움직이며 전파를 측정하는 전파관리소 자동차(왼쪽)와 2009년 4월 대전전파관리소가 잡아낸 사기도박용 몰래카메라•무전기. (사진: 옛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앙전파관리소 보도자료)

2008년 10월 30일 더 재미있는 보도자료도 나왔다. 중앙전파관리소가 그해 11월을 ‘불법감청(도청) 예방 및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지방 전파관리소별로 전국 일제 단속에 나선다는 것. 단속 기간에 도청 대응 심포지엄을 열어 무료로 탐지 서비스까지 해 주겠다고 곁들여 마치 잔치를 벌이는 듯했다.

오승곤 당시 중앙전파관리소 전파보호과장은 “소형 도청기를 이용한 사기도박, 개인비밀 도청, 관음적 촬영 등의 불법 행위가 발생하기 때문에 집중 단속이 불법감청으로 인한 국민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 불법감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 과장과 중앙전파관리소는 보도자료에 ‘불법도청 예방수칙’까지 곁들여 눈길을 모았다. 가정 무선 전화로는 중요한 대화를 하지 말라거나 복제될 수 있으니 휴대폰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지 말라는 내용을 넣은 ‘도청 예방 10계명’을 내놓은 것. 처음 보는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가 주변에 있다면 전원을 끈 상태로 서랍에 넣어두라는 ‘불법감청 육안 체크리스트’들도 담아내 전파관리소가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도청 탐지 체계를 운영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2008년 10월 30일 중앙전파관리소가 내놓은 도청 예방 10계명.

▲2008년 10월 30일 중앙전파관리소가 내놓은 도청 예방 10계명.

민간 도청탐지업 실태 관리에 구멍

통신비밀보호법에 실태 점검을 해라 그런 게 없어요. 법이 미비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저희한테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어요. 그분들(불법감청설비탐지업자)이 등록한 뒤 (위법 행위) 예방 차원에서 계도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3월 21일 이재택 중앙전파관리소 조사계장(방송통신기기•불법감청설비 총괄)의 말. 올 2월 기준으로 35개에 이른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의 영업 활동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법 행위를 막을 만한 관리 체계가 없다는 뜻이다.

“예방 차원에서 계도한다”고는 하나 “그 업체에서 (사법경찰관이 사업장에) 오셔서 지도 점검할 근거가 있느냐고 되물으면 (대답할 게) 없다”는 게 전파관리소 관계자의 설명. 도청 전파를 찾아 녹음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자유롭게 영업하는 불법감청탐지업체의 위법 행위를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른바 ‘계도’를 위한 업체 방문도 “웬만하면 1년에 한 번 이상 가려고 노력한다”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체가 새로운 도청 탐지기를 사들였더라도 전파관리소에 ‘장비 변경 신고’를 할 의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사업 등록을 할 때 유선(통신)선로분석기와 주파수스펙트럼분석기를 각각 1식만 갖춘 뒤로는 장비에 관한 감독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민간 업체가 일하며 알게 된 고객의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이 또한 사업 등록을 할 때 ‘이용자 보호 계획’을 낸 뒤로는 중앙전파관리소의 감독이 미치지 않는 상태다. 고객 정보 관리 실태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다.

한 불법감청탐지업체 대표는 “(고객) 개인 정보를 다 파기한다”고 말했으되 일하다가 음성을 녹음한 건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회사 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나중에 녹음한 것도 지우느냐는 질문에도 “보안상 모두 말씀드릴 수 없고, 개인 정보는 저희가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전파관리소가 계도 차원에서 실태 조사 같은 걸 나왔을 때 고객 정보 관리 상황을 살펴봤느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전파관리소는 벤츠급이고 우리는 그랜저나 소나타급”이라며 도청 탐지 장비의 기능상 차이가 없음을 내보인 또 다른 업체의 대표도 ‘녹음이 적법하냐’는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이 법적 근거 여부로 이어지자 갑자기 “(도청 탐지 중에 들리는 음성은) 사람 목소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2013년 어느 날 서울 서초동 한강변 아파트를 지날 때 ‘탐색기에서 한 여성의 통화 내용이 들렸다’고 소개해 뒀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스펙트럼분석기와 전파방향탐지기를 들고 ‘음성이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고도 밝혔다. 고객이 도청 탐지를 의뢰하지 않았음에도 대화를 일부러 엿들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 시비에 휘말릴 개연성이 커 보였다.

이 업체가 서울 서초동에 사는 어느 여성의 통화 내용을 엿듣기만 했는지, 녹음까지 했는지를 전파관리소 쪽이 알거나 확인할 길이 없다. 통화 내용에 담겼던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넘겼거나 달리 이용했는지도 깜깜하기로는 매한가지. 모두 도청 탐지 장비를 든 이의 양심에 맡겨야 할 따름이다.

▲한 불법감청탐지업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도청 탐지 사례. 탐지 장비를 켠 채 돌아다니다가 도청 전파에 담긴 음성을 엿들은 것으로 보였다. 설거지 소리까지 들렸다는 내용도 있다.

▲한 불법감청탐지업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도청 탐지 사례. 탐지 장비를 켠 채 돌아다니다가 도청 전파에 담긴 음성을 엿들은 것으로 보였다. 설거지 소리까지 들렸다는 내용도 있다.


▲불법감청탐지업체들이 인터넷에 소개한 여러 장비. 도청 탐지 전파에 담긴 음성을 녹음하는 기능이 있는 걸(오른쪽 위 빨간 점선 원) 확인할 수 있다.

▲불법감청탐지업체들이 인터넷에 소개한 여러 장비. 도청 탐지 전파에 담긴 음성을 녹음하는 기능이 있는 걸(오른쪽 위 빨간 점선 원) 확인할 수 있다.

전파관리소도 사법경찰관 양심에 기댈 뿐

전파관리소도 도청 탐지 장비를 쓰는 사법경찰관 20명의 양심에 기댈 뿐이다. 불법 전파를 감시하다가 만난 도청 내용(음성)을 얼마나 들어야 할지, 녹음할지 말지 따위의 기준과 절차로 미리 정해 둔 게 없기 때문. 엿들은 정보와 녹음을 사사로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넘기지 않는 것 또한 사법경찰관 제각각의 도덕에 맡겨야 한다.

이런 지경임에도 미래창조과학부와 전파관리소의 도청 탐지 사법경찰관에 대한 교육이나 활동 관리 체계마저 허술했다. 1년에 한두 차례 지방검찰청별로 수사 관련 교육을 할 뿐 도청 탐지 기술이나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는 사법경찰관의 개별 경험에 기대는 형편이다.

녹음과 개인 정보를 포함한 도청 탐지 수사 자료의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청 탐지 활동을 몇 년 동안 얼마나 벌여 몇 건을 잡아냈고, 어떤 내용을 녹음해 검경에 증거로 제공했는지 따위를 따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게 전파관리소 쪽 설명. 전파관리소 한 관계자는 “수사 자료 원본을 모두 검찰에 송치한다”며 기자의 정보 공개 청구가 있더라도 “(전파관리소 차원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파악하지 않는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로 헤아려 관리하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공개할 게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옛 정보통신부 출신 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전파 쓰임새가 많아지다 보니 불법 이용에 대한 감시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역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파 감시 장비를 다루는 공무원(사법경찰관)과 민간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보았다.

금, 2016/04/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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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포스코 비자금 수사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0여 명을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실패한 수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실패했기 때문. 비자금 조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됐고, 정 전 회장은 부르지도 못했다. 호가호위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포스코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지난 6년 간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다. 두번째, 포스코의 브라질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형사 소송 취재 결과다. 한 토목협력업체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데, 100억 원 가까운 공사대금이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협력업체는 이 자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 1.포스코건설, 의문의 수의계약 106건
  • 2.포스코 브라질 공사에서 사라진 100억

1.포스코건설 의문의 수의계약 106건

검찰 수사에 따르면, 포스코는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포스코가 직접 비자금을 만든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협력업체는 비자금을 조성해준 대가로 하청을 받아갔는데, 대부분 수의계약이었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좋은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었다.

<뉴스타파>는 포스코건설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발주한 3857건의 수의계약 목록 전체를 입수해 분석했다. 포스코건설 토목·플랜트·건축사업본부가 발주한 전체 수의계약 목록이다. 자료엔 수의계약 내용과 방법, 금액과 공사 기간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자료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건 수의계약을 한 이유를 기재한 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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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기업처럼, 포스코건설도 수의계약 관련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특허업체거나 독점업체, 성능이 보장된 거래처에 금액과 관계없이 수의계약을 줄 수 있다. 사회공헌 차원의 수의계약도 허용한다. 포스코측은 “수의계약의 첫번째 기준은 업무의 효율성”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입수한 수의계약 목록을 보면, 포스코건설이 수의계약을 주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았다. 예를 들어 ‘경영상 필요’나 ‘수주 기여’ 라고 적힌 것들이다. 이것은 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 포스코건설에 질의서를 보내 이 부분을 물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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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한 전직 포스코건설 임원에게서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경영상 필요’라고 적힌 수의계약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수의계약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장애인 고용기업에 하청을 주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그런 사례는 별로 없어요. 그냥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특허기업이나 우수기업처럼 수의계약 사유가 명확한 경우가 아닐 때 계약 사유를 그렇게 적어요. 실무자는 왜 하청을 주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정리하면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하청은 대부분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하청’이란 것이다. 뭔가 이유가 투명하지 않은 하청이란 의미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이런 사례는 얼마나 될까.

▲ 검찰에 출두하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 검찰에 출두하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2008년부터 6년간 포스코건설이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발주한 수의계약은 총 136건이었다. 금액으로는 7000억 원이 넘었다. 그 중엔 포스코플랜텍이나 포스코아이씨티 같은 관계사에 몰아준 일감도 30건이나 됐다. 나머지 106건은 30개 정도의 협력회사가 받아간 걸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건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하청을 받아간 회사들 중에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 포스코 비자금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베트남에서 20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원청인 포스코건설에 건넨 사실이 드러난 흥우산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분석한 결과 흥우산업은 총 5건, 금액으로는 100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받아갔다. 흥미로운 건 계약시점. 흥우산업이 국내에서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수의계약을 받아간 건 모두 베트남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던 2009년 직후였다. 비자금 조성이 수의계약의 대가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흥우산업이 수의계약을 따낸 공사는 주로 영흥화력발전, 포항신항, 새만금 신항만 토목공사 같은 관급공사였다.

흥우산업의 수의계약 목록 중엔 ‘수주 기여’라고 기재된 것도 여럿 있었다. 말그대로 원청인 포스코건설 사업을 도운 대가로 흥우산업이 수의계약을 받았다는 뜻이다. 비자금이 만들어진 새만금 방조제, 낙동강 사업 등에서 이런 내용이 발견됐다. 흥우산업은 2008년 세종시의 한 도로공사에서도 230억 원이 넘는 하청을 받아 갔는데, 이때 계약 사유도 ‘수주 기여’로 되어 있다. 흥우산업이 이 같이 ‘수주 기여’ 명목으로 수의계약을 받은 규모는 620억 원이 넘었다. 흥우산업이 포스코건설에 어떤 ‘수주 기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흥우산업의 지난 수주 실적을 보면, 이 회사가 그 동안 포스코건설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베트남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기 시작한 이후, 더 정확히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포스코건설 하청 물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흥우산업의 포스코건설 하청 실적은 미미했다. 2000~2007년까지 8년 간 따낸 게 총 11건으로 연간 1건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2008년부터 수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08년 6건, 2009년엔 5건을 수주했고, 2010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3년 간 총 18건의 하청을 받아냈다. 2008년 이전보다 최소 6배 수주량이 는 것이다. 수주 패턴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2008년 이전에는 흥우산업의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 주로 하청을 수주(11건 중 9건)했는데, 2008년 이후엔 수주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부산 회사가 일약 전국구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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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동조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제이엔테크도 ‘경영상 필요’에 따른 수의계약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제이엔테크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건, 114억원 가량의 기계설비 관련 수의계약을 포스코건설에서 따냈는데, 그 과정이 특이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1월 포스코건설 협력회사가 된 제이엔테크는 같은 달과 다음달 2건(약 35억원)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계약 이유는 모두 ‘경영상 필요’. 일단 이렇게 작은 공사를 수주한 제이엔테크는 이후 공사 진행 과정에 맞춰 연속적으로 같은 공사를 수주하며 매출을 늘렸다. 수의계약 목록에는 이것들이 모두 ‘연속 수의’라고 기재돼 있다. ‘경영상 필요’에 이은 ‘연속 수의’ 방식의 물량 가져가기 행태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뉴스타파>는 제이엔테크의 매출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급증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2007년 26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매출이 2008년엔 100억, 2010년 226억, 2013년 231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회사 규모가 10배 가량 커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변변한 공장도 없는 제이엔테크는 2011년부터는 베트남, 브라질 등 포스코건설의 해외사업에도 진출해 1000억 원 가까운 하청물량을 받아냈다. 특혜 말고는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 명제산업 주지홍 대표(오른쪽) (사진출처: 경북매일)

▲ 명제산업 주지홍 대표(오른쪽) (사진출처: 경북매일)

▲ 동하이엔씨 박용선 대표(왼쪽 첫 번째) (사진출처: 브레이크뉴스)

▲ 동하이엔씨 박용선 대표(왼쪽 첫 번째) (사진출처: 브레이크뉴스)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수의계약을 받아간 회사 중에는 유독 포스코 출신 인사가 대표인 기업이 많았다. 2009년 3월 포스코건설 철구조물 관련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J산기, 2008년 1월 140억 원대 크레인 설비 하청을 받은 H중공업, 제이엔테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H중공업은 제이엔테크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포스코건설 협력회사가 된 뒤 곧바로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하청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정치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기업도 여럿 확인됐다. 모두 여당인 새누리당 출신이었다. 2010년 2월 전기설비 수의계약을 받은 동하이엔씨의 대표는 경상북도 도의원인 박용선 씨다.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하청을 받을 당시 박 의원은 한나라당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이었다. 2010년 8월 수의계약을 받아간 광명에스지는 대북 사업 관련 기업으로 유명한 광명전기의 자회사다. 이OO 광명전기 회장은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이 추진됐던 인물이다.

지난 5월, 검찰은 포항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 명제산업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청송 성덕댐 주변 도로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하청 대가로 비자금을 조성해 포스코건설에 건넨 의혹을 받았다. 30억 원으로 시작한 공사비가 설계변경을 거쳐 70억 원대로 늘어난 경위도 수사대상이 됐다. 이 공사를 수주하기 전 명제산업의 연매출은 20~30억 원에 불과했다. 연매출의 3배 가까운 하청을 포스코건설에서 한 번에 받은 셈이다. 그런데 명제산업이 수주한 공사 역시 수의계약 목록에 ‘경영상 필요’라고 기재돼 있다. 한국 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 출신의 명제산업 주지홍 대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던 지난 4월에는 새누리당 자문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수의계약 자료를 보면, ‘경영상 필요’ 만큼이나 많은 계약사유는 ‘긴급수의’였다. 공개입찰을 할만큼 시간이 없는 경우의 하청이었다는 뜻이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포스코건설 조경협력업체인 대왕조경(인천 소재)이 받아간 하청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2013년까지 6년 간 대왕조경이 받아간 수의계약 23건(약1300억원) 중 6건이 ‘긴급수의’에 의한 수의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긴급수의’를 이유로 받아간 조경공사는 주로 인천시 홍보관이나 세계도시축전 기념관 같은, 긴급을 요하는 공사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대왕조경은 오랫동안 각종 공사현장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포스코건설측에 상납해 왔다.

검찰이 왜 이 회사에 주목하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먼저 대왕조경은 지난 수년간 합당한 이유 없이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의 조경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싹쓸이했다. 게다가 대주주이자 대표인 이모(64) 씨는 2009년 2월 포스코를 떠난 이구택 전 회장의 조카다. 내부 부정이 의심된다. 수년 간의 성장과정을 보면 의혹은 더 굳어진다. 2002년 설립된 대왕조경의 매출은 2007년까지는 연간 8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100억여 원, 2009년 180억 원으로 늘더니 2013년엔 300억 원이 넘었다.

대왕조경의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8~2009년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직후이면서 이 전 회장이 포스코를 떠난 때와 겹친다. 정준양 전 회장, 정동화 전 부회장의 재임기간과는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경영 행태는 그 동안 검찰 수사 대상이 된 포스코 하청 기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던 현상이다. 이처럼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내부자료만 분석해 봐도 포스코 수사가 흐지부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금, 2015/08/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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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블랙골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GS건설에 3천억 원대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랙골드 프로젝트는 땅 속에 묻혀 있는 오일 샌드, 즉 굳은 원유가 섞여 있는 모래나 흙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시설로, GS건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공사 일체를 도맡았다.

뉴스타파가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2012년 5월 블랙골드 프로젝트 공사 계약을 변경해주고 처음 계약한 금액보다 3,400억 원이 많은 공사비를 GS건설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8월 자회사인 하베스트를 통해 GS건설과 총 공사비 3,100억 원에 럼썸(Lump sum) 즉 일괄지불 방식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 방식은 실제 비용이 얼마 들어가는 지 상관없이 양측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합의한 일정 금액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이같은 일괄지불 방식의 계약을 파기하고, 실비정산(Reimbursable) 방식으로 바꿔 매달 공사비를 지급했다. 실비정산 방식은 공사비 상한선 없이 시공자가 비용을 지출한 만큼 공사비를 늘려주는 방식이어서 발주자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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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계약 변경 당시 GS건설측은 총 공사비가 5,200억 원으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으나, 최종 정산 과정에서 6,500억 원으로 늘었다며 관련 비용을 모두 청구했다. 계약 변경 전 GS건설이 받을 수 있었던 공사대금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돈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특혜를 준 것은 아니며, 계약 변경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안범희 부장은 “GS건설측에서 2011년 11월 사업비용의 증가를 견디지 못하고 계약 이행을 포기해 현장 공사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해 기존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GS건설 홍보 관계자는 “블랙골드 프로젝트 입찰 당시 경험도 없고 시간도 없어 알차게 견적을 내지 못하다 보니 일을 할수록 적자가 커졌다”고 계약변경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당시 GS건설의 상황이 공사 중단을 운운할 만큼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GS건설이 공사 포기 선언을 하기 2달 전까지 블랙골드 사업을 총괄했던 프로젝트 매니저는 뉴스타파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프로젝트를 관리할 동안 일괄지급 방식이 유지됐고 이에 대한 이의는 없었다”며 “프로젝트 공사비가 현실적으로 책정됐다고 믿고 있으며, 제가 근무하던 동안에는 정해진 공기와 비용에 맞춰 토목공사도 시작됐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더라면 공사비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진 못했다.

예기치 못한 공사 대금 지출이 급증하면서 하베스트는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블랙골드 프로젝트 현장에 하루 1만 배럴의 원유생산 시설을 완공됐지만 12월 현재까지 시운전도 못한 상태다. 하베스트는 올해 초 1백 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현재 2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반면 블랙골드 건설 담당 GS건설 직원들에겐 억대 연봉이 책정됐다. 가장 직급이 낮은 사원이 매달 11,000 달러를 받았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1,260만원으로 2012년 당시 석유공사 대졸 초임 연봉의 6배에 해당된다. 과장은 1,800만원, 차장 이상은 매달 2000만 원이 넘게 받았다.

 

목, 2015/12/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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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500만 원 내는 영어유치원

서울 대치동 학원가. 아침 9시가 좀 넘자 노란 버스들이 하나 둘 한 건물 앞으로 모여들었다. 버스에서는 대여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줄지어 내린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었다는 것.

이 건물에는 대치동 엄마들이 선망한다는 G 영어유치원이 있다. 영재시험을 통해 상위 5%로 인증된 아이들만이 G 영어유치원의 입학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잠시 각 층의 교실을 둘러봤다. 아침 시간이지만 이미 곳곳에서 외국인 강사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5세 아이를 둔 부모라며 기자가 직접 입학 상담을 받아봤다. 먼저 궁금했던 것은 학원비였다. 학원 상담사는 기본 원비가 월 178만 원이고 기타 비용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표를 구해보니 기본 원비는 월 166만 원이었고 급식비 12만 원과 재료비 36만 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연간 한 번씩 부담하는 여름, 겨울철 원복과 체육복 비용을 더하면 학부모의 연간 부담액은 2500만 원을 넘어선다. 비싸면 더 잘 팔린다는 상술이 통하는 것일까?

강남 지역 학부모들은 줄지어 입학을 기다린다. G 영어유치원 압구정점 상담사는 영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열 명 가량의 대기자가 있어 당장 입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G 영어유치원의 가격표

▲ G 영어유치원의 가격표

영어유치원에서 시작된 강남 지역의 ‘금수저’ 교육은 값비싼 선행학습을 통해 이후의 교육과정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초중고반을 모두 두고있는 대치동 S 학원의 상담실장은 “초등학교 6학년 즈음 되면 고등학교 ‘수학의 정석’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괴로워 한다”며, “그 전까지 영어를 어느 정도 끝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입시반을 운영하는 M 학원의 상담사는 “여기는 고등학교 수학을 중3까지 끝내는 시스템”이라며 기본 횟수 8회를 기준으로 학원비는 과목당 월 52만 원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대치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한 학부모를 만나 대치동 ‘금수저’ 교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들어봤다.

김미라(37, 가명) 씨 인터뷰

김미라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였다. 김 씨는 아이를 사고력 위주 수학 학원, 교과과정 위주 수학학원, 스케이트 학원, 미술 학원, 영어 학원 등 다섯 곳의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기자와 만났을 때에도 아이를 직접 학원에 데려가는 길이었다.

기자 : 총액으로 봤을 때 월 학원비가 어느 정도 들어가나요?

김 : 평균적으로 12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 방학 때는 20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어요.

기자 : 아이 학년이 올라가면 앞으로 비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나요?

김 : 올라갈 수 있죠. 아직 저학년이니까 특정한 목표는 없지만, 만약에 경시대회 준비를 한다든가 영재원 준비를 한다고 하면 더 늘어나겠죠. 2학년부터는 논술도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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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자신이 대치동 엄마들 치고는 “최하”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채워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 학원이 어쩌면 얘네들 사회에요. 1학년인데도 그게 크더라고요. 그냥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애들은 없으니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반 이상은 다 영유(영어유치원) 출신이고 영어 실력들도 굉장히 좋아요. 이런 데 안 다니면 친구도 없고, 사실 바빠서 모여 놀지도 못 해요.

기자 : 비용이 비싸서 이런 사교육이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

김 : 효과가 있어요. 아이러니하지만, 확실히 있어요. 레벨 테스트를 받아보면 등급이 올라가고 시험을 봐도 점수가 달라지는 게 보여요. 영어인증시험을 봐도 급수를 따니까 안 받을 수 없죠. 저는 아이 1등 시키려고 보내는 건 아니에요. 이 동네 사니까 여기서 아이가 중간은 가려면… 안 할 수가 없죠.

금수저, 은수저 교육은 세대를 건너 반복되고 있었다. 김 씨는 초등학교 때 처음 대치동에 이사와 쭉 이 지역에서 살았다. 자식이 흙수저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주변의 학부모들 가운데서도 어릴 때부터 이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출신 대학이나 사회적 지위는 별 차이가 없다보니까 여기는 고등학교 어디 나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지역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학부모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강남 3구 출신이 서울대 합격자의 13.2%

강남 지역에서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평균 사교육비는 122만 원 선이다. (2013년 강남구 사회조사 결과) 이는 전국 평균 사교육비 23만9천 원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강남 지역의 실제 사교육비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액수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말한다.

영재고 대비 특별반 5~6명 모집을 한다, 이거를 공식 프로그램으로 하는 게 아니라 소위 돼지엄마 같은 엄마들한테 홍보하는 거죠. 5~6명 모아라, 그리고 강사 페이 3천만 원 채워줘야 하니까 맞춰오라고. 그리고 계좌이체 안 된다, 현금으로만 내라, 이렇게 은밀한 반들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렇게 비밀리에 오고 간 수업이나 오피스형 과외의 경우 규모도 안 잡히고 단속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계에 잡힌 월평균 사교육비와 실제 사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사교육, 즉 돈이 만들어내는 합격자 수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2015년 서울대 합격자 3261명 가운데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 출신이 432명이나 된다. 전체의 13.2%다. 강남구의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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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강남의 ‘금수저 교육’이 아이들의 명문대 진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이현 씨는 근 20여 년 간 대입 사회탐구 유명 강사였고 강남, 송파, 신촌 등지에서 대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주)스카이에듀 대표를 지냈다. 사교육계에서 지난해 은퇴한 뒤 현재는 계간지 <교육비평>을 발행하고 있다.

이현 <교육비평> 발행인 인터뷰

▲ 이현 전 스카이에듀 대표, <교육비평> 발행인

▲ 이현 전 스카이에듀 대표, <교육비평> 발행인

이현 씨는 강남 출신 아이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서울대가 그런 학생들이 뽑히도록 전형 방식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가 80% 안팎으로 뽑아 온 수시 전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세 가지가 어떻게 ‘금수저’ 아이들을 우대하는 전형으로 쓰이는지 설명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심화교과(전문교과) 이수 여부나 다양한 체험활동 기록이 담깁니다. 심화교과는 영어 심화, 스페인어 심화, 독일어 심화, 국제법, 국제경제 같은 과목들인데 일반고에서는 재원도 부족하고 학부모들의 지원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일반고에 비해 5~6배가 넘는 학비를 내는 특목고, 자사고에서나 운영할 수 있는 과정인 거죠.

서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특목고, 자사고의 천만 원대 학비는 그나마 공식적 학비인데, 비공식적인 찬조금 운영비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이런 학교에서나 운영 가능한 특별한 활동들을 서울대가 학생부 평가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으니 결국 귀족학교 우대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씨는 수시 전형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역시 값비싼 고급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 자녀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강남 지역에는 고1때부터, 늦어도 고2때부터 학생부를 관리해주는 전담 컨설팅 서비스가 있습니다. 컨설턴트가 자소서에 들어갈 커리어를 쭉 관리해주다가 마지막에 세련된 자소서를 써줍니다. 아주 순박한 어떤 고등학생의 자기 이야기하고 이렇게 윤문된 세련된 자기소개서하고는 레벨이 다른 것이죠.

추천서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아이들은 추천서를 초등학교 은사님이나 동네 목사님, 이런 분들께 받아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만약에 누가 전직 장관이 써준 추천서를 들고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재벌급 회사의 고위 임원, 현직 국회의원이 써준 추천서들이 동네 어른들이 써준 추천서와 같이 놓여있을 때 누가 이 추천서의 레벨을 동일하게 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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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천만 원 안팎의 학비가 들어가되 학교 내에서 다양한 심화교과를 배우고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교육’이 입시 제도에 특화된 값비싼 ‘특별한 사교육’을 만나 평범한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는 ‘로열 로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이 씨의 진단이었다.

“사교육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가지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하나가 공개적인 대중적 사교육이고 하나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사교육입니다. 공개적 사교육이 작동하는 분야는 수능하고 학교 내신 경쟁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라면 대부분이 경험하는 종류의 사교육이죠.

이것 말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사교육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생부나 자소서를 관리하는 서비스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 특별한 종류의 사교육이 특별한 공교육과 결합한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강남 3구에 살고 있는 겁니다. 돈도 있고 정보력도 있고 지역적 접근성도 있는 사람들이죠.”

‘특별한 공교육’과 ‘특별한 사교육’이 결합해 평범한 아이들이 접근할 수 없는 ‘로열 로드’를 만들어내는 사이, 이런 특별한 교육의 바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일반고를 찾아가봤다.

‘금수저 교육’의 바깥

일선 교사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 중 하나가 고교서열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고등학교는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등으로 분리됐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지만, 학업 의지를 가진 아이들이 특목고와 자사고 등으로 빠져나간 뒤 일반고의 학업 분위기는 상당히 악화됐다.

22년간 일반고에서 교사 생활을 해온 조연희 씨는 “20년 전만 해도 반에서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다거나 무기력에 빠져있는 학생이 반에서 한 명 있을까 말까였다”면서, “지금은 심한 경우 한 반의 3분의 1 정도가 수업을 포기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게 특목고 자사고 등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학교를 포기한 학생들에 대해 “내가 노력을 하면 과연 뜻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으니까 과외나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일단 혼자 시도해보게 되는데, 모의고사 같은 걸 보면 시험 문제가 상당히 어렵게 나오다 보니까 지레 포기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십대 때 학교에서 겪는 패배감이 아이들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뉴스타파 취재진은 서울 시내 자사고와 일반고 학생 100명씩을 상대로 희망직업을 조사했다. 성별이나 성적 수준으로 인해 희망 직업에 특정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녀 숫자는 동수로 맞췄고 조사 대상은 자사고에 입학 성적 제한이 없어진 현재의 고교 1학년 학생들로 한정했다. 희망 직업을 조사한 뒤 ‘2015 한국직업전망’(한국고용정보원) 자료의 직업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희망 직업의 평균 소득값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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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자사고 아이들이 희망한 직업의 평균 소득은 430만 원으로 집계 됐다. 반면 일반고 아이들이 희망한 직업의 평균 소득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284만 원 정도로 나타났다. 자사고 아이들이 희망 직업으로 많이 써낸 직종은 검사, 의사, 고위공무원 등이었고, 일반고 아이들이 많이 써낸 직업은 요리사, 일반 회사원, 간호사, 제빵사 등이었다.

일반고 아이들 중에는 꿈이 없다고 답한 학생도 100명 가운데 13명이나 있었다. 반면 꿈이 없다고 답한 자사고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직접적으로 자식의 소득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국대 최필선 교수는 2004년 고3이었던 학생 1,300여 명을 10년 간 추적해 부모의 소득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최 교수가 올해 9월 발표한 논문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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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무학, 유전유학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교육조차 경제적 계층에 따라 분리된 상황이지만 정부는 해결 의지가 없다.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교육청에 들어가 정책 연구를 하고 있는 교사 김학윤 씨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자사고 문제나 특목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진보교육감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정부도 느끼고 있고 그 문제를 정비하려고 하다가 해결을 못 했거든요. 그런데 진보교육감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걸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초등교육 시행령까지 바꿔서 교육청이 지정취소라든가 재지정을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거예요.

중앙정부가 딴지걸기를 하는 사이 아이들은 점점 교육현장의 불평등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인다. 금수저만 주로 키워주는 한국 교육이 점점 아이들의 꿈마저 갈라놓고 있다.

목, 2015/11/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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