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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100일에 읽은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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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100일에 읽은 링컨

익명 (미확인) | 목, 2017/08/17- 11:22

3년 전 사다 놓고 밀쳐 둔 책을 이제야 읽었다. 도리스 컨스 굿윈의 <권력의 조건>이다. 4년 전에 상영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링컨>의 원본이다. 아마 <링컨>을 보고 나서 책을 샀던 것 같다.

느리고 게으른 독서였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즈음해 읽은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링컨은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를 뚜렷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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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학자 굿윈의 ‘권력의 조건’과 이를 바탕으로 만든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 이 작품들은 링컨의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링컨을 빌어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 역정을 닮은 링컨을 좋아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로 한정하면 문 대통령이 더 링컨을 닮았다.

링컨은, 남북대립에 노예 해방 문제로 정치가 극심하게 분열하는 상황에서 취임했다. 문 대통령 역시 여소야대에 불평등 심화, 보수정권 적폐, 외교 난맥의 산적한 과제를 안은 채 취임했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변두리 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미국인은 부적격자를 뽑았다고 걱정했다. 정치경험이 부족하고 선거전에서 자기 비전과 리더십을 각인시키지 못한 문 후보가 당선됐을 때도 많은 이들이 적임자인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링컨이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거듭났듯이 문 대통령도 100일 만에 ‘문재인 회의론’을 깨뜨리는 반전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 모두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연설로 지지를 받았고, 그 지지는 또한 개혁 추진의 동력이 되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도 어떻게 시민을 설득하고 단합시키는지 입증했다.

<권력의 조건> 원제는 ‘Team of Rivals’, 즉 적수들로 구성한 내각이라는 뜻이다. 링컨은 사람들이 대통령감이라고 여겼던 당내 경쟁자, 야당인 민주당 출신에게 주요 자리를 맡겼다.

문 대통령도 당내 경쟁자를 배려한 인사로 당의 결속을 꾀하며 개혁을 이끌었다. 하지만 링컨처럼 정치적 통합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것이 문재인 100일이 드러낸 최대 약점이다.

야 3당은 대선 패배와 당내 분란으로 정신 차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조기에 공고한 반문재인 대열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상당 부분 야당의 도움을 원치 않았던 문 대통령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는 링컨과 다르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즉시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와 짐을 함께 질 훌륭한 사람이 필요했다.”

100일 이후는 첫 100일과 다를 것이다. 우선 허니문이 끝났다. 야당과 보수세력은 총공세를 시작했다. 재벌개혁 등 합의 이슈는 탈원전과 같이 나라를 흔드는 갈등 이슈로 대체될 것이다. 큰 갈등이 한번 사회를 지배하면 합의 이슈도 방법론을 둘러싸고 대립할 여지가 많다. 100대 국정과제에는 그런 것들이 수두룩하다.

링컨은 느리지만 꾸준히 목표에 다가갔다. 문 대통령은 빠르지만 끝까지 목표를 향해 갈지 아직 알 수 없다. 이는 개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구축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다.

링컨은 협치했기에 목표를 달성했지만 문 대통령은 대결정치에서 소수파로 남아 있기에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치가의 덕목은 시민이 맡겨준 과제를 해결하는 책임윤리에 있다. 그걸 실천한 이가 링컨이다. 노예해방·연방 유지라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지만 따진 링컨은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썼다. 노예해방을 위한 헌법수정안 통과에 두 표가 모자란다는 보고에 링컨은 말했다.

“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합중국의 대통령입니다.”

그는 야당의원을 집무실로 불러 압박하고 설득했으며 선거에 낙선해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야당의원에게는 관직, 선거자금, 사면을 제의해 표를 모았고 결국 노예의 사슬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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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치는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란 악마적 힘과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신념과 맞는지, 정치적 태도가 올바른지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은 야당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는 일은 천사들에게 맡겨져 있지 않다.

중과부적이라고 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점점 더 많은 적들과 마주하고, 더 많은 소모적 갈등에 빠져들 것이다. 최근 안보위기를 맞아서도 야 3당은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가도록 힘을 모아주는 게 아니라 힘을 빼는 데 열중하고 있다. 야당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큰 화를 부른다. 하루라도 빨리 적을 퇴치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는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링컨은 자신을 “긴팔원숭이”라고 조롱한 사람을 요직에 앉혔다.

“저는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사람 중에서 가장 비천한 사람인지라 모든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링컨에게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문 대통령에게도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칼자루 아닌 칼날을 쥐고 싸울 이유가 없다.

문재인, 당신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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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7. 6. 13)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촛불시위와 대선,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사회는 큰 전환기에 섰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육정책 즉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급인력 양성과 장기 국가발전 전망 수립이다.

그런데 교육정책이라 하면 우리는 언제나 대학입시 개편을 떠올리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국가나 사회의 지력(智力), 즉 학문 생산 능력이다.

지력은 국제 대학랭킹에서 국내 대학들의 순위, 혹은 교수들의 영어 논문 편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얼마나 생산해 낼 수 있는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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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규모를 감안했을 때, 미국내 한국 유학생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미지 출처: http://premium.chosun.com/)

2011년 봄 유네스코와 국제사회과학협의회가 공동으로 <세계 사회과학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 집필에 한국 사회과학계를 대표하는 학자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보다 학문적으로는 뒤처졌다고 생각했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및 라틴아메리카’ 학자들이 상당수 참여했다는 사실이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 내 유학생 수에서 한국 학생은 전체 3위이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압도적 1위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 학술시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십년째 교수나 박사 연구자를 미국 대학에서 공급받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미국 박사의 비율은 80% 이상이며, 경제학 교수의 95% 이상이 미국 박사다.

타계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자 암스덴은 한국만큼 재벌 대기업 문제가 중요한 나라가 없는데, 한국에 대기업 연구자가 드문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한 적이 있다. 다른 중요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학원은 한국 학생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줄 리 없기 때문일 것이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대학의 기능은 학문과 교육인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국민들의 입신출세, 지위추구 열망에 부응하는 학부 중심의 대입 정책은 넘쳐났어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학문 정책은 없었다.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 육성은 언제나 무시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세계의 유명 대학은 거의 대학원 대학이지만 한국의 상위권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부 대학이며, 특히 사회과학 분야 박사과정은 거의 텅 비어 있다.

배울 학문적 내용과 학위취득 후 취업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부정적이다. “학부는 한국에서, 박사는 미국에서”, “이론은 중심부에서, 적용은 현지에서”. 식민지 지식순환 체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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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등했던 한국 유학생은 미국 박사를 따고 한국에 돌아오면 엘리트 지식인으로 대접받으며 지배계급의 일부로 편입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종영 교수의 <지배받는 지배자>는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서울대나 주요 대학 학부 정원을 축소하고 박사과정을 내실화하자는 요구는 지난 20여년 동안 수없이 제기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소 지원 사업, 특히 국내 인문사회계 박사과정 학생 지원도 이런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 주요 대학이 학부 대학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연구 중심, 대학원 대학으로 변신을 시도하면 가장 좋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지식의 만성적인 외국 의존, 서울 주요 대학의 국내에서의 지위독점 구조를 극복하고, 한국의 정치·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회과학 박사를 양성하기 위해서 국가 사회과학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단극적인 지식권력 독점구조를 다극화하고, 지방 국립대학들의 사회과학 연구의 허브 기능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종시가 최적지일 것 같다.

세종시에 입주한 정부기관, 국책연구원의 정책 의제를 수용하고 지방 국립대학과 교수·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큰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한 나라의 수준은 대학, 아니 대학원과 지식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 국가가 자체 사회과학 박사를 양성할 수 없다는 말은 아직 국가의 장기 정책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인문학,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현장성, 문제의식, 역사성, 그리고 정치·사회적 적용 가능성에 기초하되 보편성을 지향한다. 사회과학자들의 국제적인 교류는 더 활성화되어야 하고, 국내 박사과정생도 더 국제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과학의 독자성과 독창성, 박사 양성의 기반 마련이다.

‘학문’에 뜻을 둔 청년들이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에 갔다 와서 한국을 이론 적용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

수, 2017/06/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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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적십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한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현 시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찬물을 끼얹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상황에 바로 달려들어 양국 간 의견 차이를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 “첫 가시적인 불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 간 균열이 실제로 얼마나 깊은지, 아니면 이를 언론에서 과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의 결과로 양국 정부는 남북 양자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완화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자신도 지난 7월 19일 여야 4당 대표와 가진 회동에서 모든 대북대화의 초기 단계에서 인도적 대화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조건”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회동

▲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회동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이 같은 언론보도는 트럼프 정부가 평양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과거 미 국무부에서 근무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해왔다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트랙 투 대화’로 알려진 미-북 비공식대화를 위해 북한 당국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져 온 미국 전직 관료 및 전문가 그룹에 속해 있다.

미-북 간 대화의 존재는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하기 직전인 지난 6월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6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북한의 고위 핵협상 담당자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평양 및 유럽 등지에서 비밀리에 ‘트랙 투’ 회담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부터 “미국과 북한 간의 공식, 비공식 접촉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트랙 투’ 회담의 미국 측 참여자들의 주선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 국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 네 명의 처리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 국장은 노르웨이를 떠난 뒤 기자들에게 “여건이 무르익으면” 북한 당국이 미국 관계자들과 만나 북핵 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윤 특별대표는 지난 6월 뉴욕에서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특별대표는 당시 송환대상자로 고려되던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윤 특별대표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웜비어를 데려오기 위해 평양으로 향했다. 며칠 뒤 웜비어가 사망하자, 트럼프 정부가 숙고에 들어감에 따라 북-미 간 새로운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시걸 국장은 “이것을 대화 중단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트럼프가 이 절차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트럼프 정부의 최근 발표를 토대로 볼 때, 양자 간 직접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고, 오히려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7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기자들을 자신의 펜타곤 사무실로 불러모은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미국과 북한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진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그는 위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계획은 “전적으로 외교적”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이를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매티스 장관이 다른 사람들이 계속 그리려고 하는 금지선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미국 내에서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의 강경파는 모두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북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핵심 관계자들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외에는 핵무장과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열망을 해결할 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여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목소리 중 일부는 냉전 시기에 경력을 쌓은 전직 미국 정보부 고위관료들로부터 나왔다. 그 중 하나는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부장으로, 2014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송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수도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는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하기 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1980년대에 한국에서 군사정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클래퍼는 북한에 “대화와 평화 협정 체결 대가로”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는 외교다. 북한과의 대화가 최선이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서울의 한 포럼에서 2014년 자신의 평양 방문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자신과 같은 차에 탑승한 북한 정보부 고위관료로부터 분단의 아픔을 전해들은 사실을 애석해하며 말하기도 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 역시 협상을 통한 평화를 지지한다. 1991년부터 1993년 사이 CIA 국장을 지낸 그는 CIA에서 거의 27년간 근무했다. 그는 최근에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보유하는 대신 미사일에 대한 엄격한 제한에 동의하게 하자는 포괄적 제안을 공개했다. 그가 7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피델 카스트로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권 교체 정책을 포기”하고, 김정은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의 구조에 대해 “부분적인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게이츠의 계획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전적으로 중국의 중재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이츠의 제안에 따르면, 북한이 합의사항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무기시설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게이츠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그것이 당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면, 우리는 당신들이 싫어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에서는 이 같이 “중국이 하게 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전략국제연구센터)에서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빅터 차 선임고문이다. 그는 부시 정부에서 북한과의 6자 회담에 미국 측 차석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과 최근 공동으로 작성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여 미-북 간 협상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썼다. 이들은 “중국 또한 협상의 중요한 대상”이라며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축소하도록 하는 비용을 미국보다는 중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많은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것이라는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중국 및 구소련에 대한 북한의 외교정책에 정통한 역사가인 제임스 퍼슨은 “북한은 자신들을 비핵화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강요 행위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가장 분개할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을 중국에 위탁해서는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슨은 7월 10일 워싱턴 소재 정부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실용주의적인 관점은 최근 몇 달 사이 전직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 중 하나인 윌리엄 페리는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북한과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했다. 페리는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어떠한 조건도 없는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문에 서명한 전직 고위 관료 중 하나였다. 페리는 지난주에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북한은 미치광이 국가가 아닙니다.

그는 샌더스 의원에게 말했다.

그들이 무모하고 무자비하긴 해도 미치진 않았습니다. 그들은 논리와 이성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주된 목적은 바로 정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정권을 유지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윌슨 센터 기자회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이 기자회견은 제인 하먼 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이 진행했다. 지난 가을, 그녀는 퍼슨과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제안하는 기고문을 보냈다. 그는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정당화시키는 실존적 위협으로 알려진 미국만이 안보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썼다. 윌슨 센터 기자회견에서 퍼슨이 이 제안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판도를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믿을 만한 방어전략”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북한이 더 큰 사정거리를 가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역량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의 문이 열렸을 때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화시킬 때까지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최대한의 역량을 확실히 갖도록 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간 직접적인 협상은 어떤 모습일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과 한국의 연례 군사훈련을 줄이라는 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윌슨 센터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한미 군사훈련을 봄에 하기 때문에 미국이 그러한 제안을 할 ‘절호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면 “지금부터 다음 봄까지 우리는 별로 잃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20년 넘게 상대해 온 시걸 국장은 어떤 합의라도 미국 측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하는 현행 프로그램 동결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뿐만 아니라,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이 수십 년간 요구해 온 것처럼 ‘적대적인 정책’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분열 가능 물질의 생산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지만, 돈이 아니라 적대적인 정책으로부터 멀어지는 의미에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군사훈련, 일부는 제재 해제, 그리고 일부는 평화 정착 절차와 관련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해결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현실성있는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취재 : 팀 셔록
한국취재 및 번역: 임보영
촬영: 신영철
편집: 박서영

화, 2017/07/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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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값 1.5 만든 후보 간 미분류율 차이… 지지성향과 투표자 연령대가 만들었다

영화 <더 플랜>, K값 1.5와 R제곱 0.98을 근거로 개표 조작 의혹 제기해

<더 플랜>은 18대 대선 개표에 사용된 투표지 분류기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투표지 분류기가 성공적으로 분류한 ‘분류표’에서의 각 후보 득표율이 분류를 보류한 ‘미분류표’에서의 득표율과 다르게 나타난 것이 부정 개표의 핵심적인 정황증거로 제시됐다. 이른바 전국 251개 선거구에서 구한 ‘K값’의 평균이 1.5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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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값의 분자는 미분류표에서의 박근혜, 문재인 후보 득표 비율이고, 분모는 분류표에서의 두 후보 득표 비율이다. 즉, K값이 1보다 크다는 것은 미분류표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 높아졌고,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18대 대선 당시 전국 251개 개표구 대부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더플랜>은 이러한 규칙성을 사람이 개입한 인위적인 흔적이라고 설명한다.

<더플랜>은 분류표와 미분류표에서의 득표율 차가 얼마나 규칙적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회귀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회귀분석은 어떠한 두 가지 변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통계방법이다. <더플랜>이 보여준 단순회귀분석에서 종속변인은 K값의 분자인 미분류표에서의 득표율비, 독립변인은 K값의 분모인 분류표에서의 득표율비다.

[ 미분류표에서의 박근혜/문재인 득표비 ] = [ 분류표에서의 박근혜/문재인 득표비 ] X 1.5

이 회귀모형에 따르면 분류표에서의 득표비에 1.5를 곱하면 미분류표에서의 득표비를 예측할 수 있다. 분석 결과 회귀모형의 설명력을 의미하는 R제곱이 0.9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더 플랜>은 이 수치가 사람이 개입한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영화 <더플랜>중 회귀분석 설명 장면

▲영화 <더플랜>중 회귀분석 설명 장면

후보간 미분류율 차이, 지지성향과 투표자 연령대로 상당부분 설명돼

K값은 박근혜 후보의 미분류율을 문재인 후보의 미분류율로 나눈 값과 사실상 같은 값이다. 예를 들어, 두 후보의 미분류율이 같다면, 분류표에서의 두 후보 득표율비가 미분류표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K값은 1이 된다. 박 후보의 미분류율이 더 높으면 K값은 1보다 커지고, 문 후보의 미분류율이 더 높으면 반대로 K값이 1보다 작아진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미분류율 3.67%를 문재인 후보의 미분류율 2.67%로 나누면 1.38이 나온다. 이 값은 전국 단위에서 K값을 계산한 결과인 1.39와 거의 같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최보승 교수, 경기대 경영학과 이동희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두 후보의 미분류율 차이(박 후보 미분류율 – 문 후보 미분류율)가 선거구의 지지성향(박근혜 득표율/문재인 득표율)과 투표자 연령대(투표자 중 특정 연령대의 점유율)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정 연령대 투표자의 점유율 데이터는 선관위에서 전체 투표자 10%에 대해서 표본조사하는 18대 대선 투표율 분석 자료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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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류율이 높은 곳에서는 미분류율의 차이도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선거구마다 서로 다른 미분류율 수준을 통제하기 위해 회귀분석에 미분류율을 포함했다. 독립변인인 지지성향과 60대 이상 투표자의 점유율은 미분류율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T검정의 유의확률이 0.05 이하로 나타나) 모두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그리고 투표자 중 60대 이상 투표자의 점유율이 높을수록 두 후보 간 미분류율 차가 커지는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20~30대 투표자 점유율이 높아지면 미분류율 차가 작아지는 관계도 확인됐다. 그러나 20~30대 비율은 60대 이상 비율과 -0.9 이상의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 사실상 같은 변수(다중공선성 존재)로 보고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40대 비율이나 50대 비율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마찬가지로 분석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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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류율의 차이를 종속변인으로 제안한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는 분석 결과 “보수가 미분류율을 높게 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가설이 꽤 설명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18대 대선뿐만 아니라 19대 대선에서도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통계학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최보승 교수는 “한 지역에서 60대의 투표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박근혜의 미분류율이 문재인의 미분류율보다 더 많이 커진다”고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한편, <더플랜> 측이 내놓은 R제곱 값 0.98에 대해 통계학자들은 그 수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회귀분석은 독립변인과 종속변인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인데, <더플랜> 분석에서 사용한 독립변인(분류표에서의 박근혜/문재인 득표비)과 종속변인(미분류표에서의 박근혜/문재인 득표비)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보승 교수는 이 경우에는 R제곱이 높다고 해도 단순히 두 변인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뿐,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유성 교수도 <더플랜>이 회귀분석한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은 같은 추세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데이터인데 인과관계를 분석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터 공개

뉴스타파는 분석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취지에서 이번 분석에 사용된 18대 대선 데이터와 19대 대선 데이터를 공개한다. 아래 링크에서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다.

– 18대 대선 투표지 분류기 운영결과 – 회귀분석 데이터
– 19대 대선 투표지 분류기 운영결과 확인

금, 2017/07/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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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귀국후 대선 출마행보는 이명박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움직인다 즉 이명박이 움직인다는 뜻. SNS 반응을 정리하여 반기문에 대한 여론를 살펴본다
일, 2017/01/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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