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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통화의 녹음도 상대 허락 받고 하란 말인가 – 김광림 의원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비리 노출 원천봉쇄하고 약자의 고발 무기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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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통화의 녹음도 상대 허락 받고 하란 말인가 – 김광림 의원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비리 노출 원천봉쇄하고 약자의 고발 무기 빼앗아

익명 (미확인) | 월, 2017/08/14- 10:39

내가 하는 통화의 녹음도 상대 허락 받고 하란 말인가

김광림 의원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비리 노출 원천봉쇄하고 약자의 고발 무기 빼앗아

 

지난 7월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법 하나를 발의했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하려 하면, 상대에게 그런 사실이 통지되도록 강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국민은 대화 당사자로서 통화 내용을 자유롭게 녹음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 개정안은 입법 취지의 측면, 현실적 부작용의 측면, 한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한 함의의 측면에서 모두 심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그 필요성을 서술하면서 딱 두 가지 근거를 댔다. 하나는 외국에서도 그렇게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쓸 때 촬영 소리를 내도록 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 ‘남들도 그렇게 한다’와 ‘촬영도 그렇게 한다’라는 것이다. 왜 꼭 이런 개정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이나 제안은 없다. 취지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민 기본권을 마구잡이로 침해하려는 것은 입법을 빙자한 횡포일 뿐이다.

게다가 이렇게 제시한 근거마저 부정확하고 자기모순적이다. 개정안은 “세계 각국에서는 대화내용 녹음에 대해 다양한 규제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엄격히 보호하고 있음”이라고 하면서 그 첫번째 사례로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뉴욕, 뉴저지 등 37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이라고 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미국의 대화 녹음 관련 법규를 요약하면, 50개 주 중에서 대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주는 12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주 중에는 필요에 따라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는 녹음에서 쌍방 동의를 필수로 하지만, 대화 내용이 범죄 사실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대 모르게 녹음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런데도 문제의 개정안은 쌍방 동의를 요구하는 주가 더 많은 것처럼 사실과는 반대로 서술했다.

통화 녹음 때 상대에게 이를 통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두 번째 근거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쓸 때 촬영 소리가 나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국 사례를 들며 개정안의 정당성을 내세운 첫 번째 주장과 모순된다. 외국에서 스마트폰의 촬영 소리를 의무화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촬영 소리가 나도록 한 근거는 법률이 아니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정한 법적 구속력 없는 ‘촬영음 표준(TTAK.KO-06.0063/R1)’이다. 권고 사항을 사례로 들며 유사한 법적 강제를 합리화하려 한 것이다. 이 촬영음에 대해서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는 점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을 개정하면서 이렇게 모순되고 부적절한 근거만을 선택적으로 추려내어 그 이유로 삼는 일은 어떻게도 합리화할 수 없다.

둘째,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금하는 개정안은 대화 당사자의 녹음할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 부조리를 밝히고 범죄를 드러내는 과정, 특히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그리고 약자가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에 근본적인 장애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통화 녹음 공개는 여러 차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건을 은폐하려던 부패한 자들의 음모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고, 한국은 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북돋을 수 있었다. 만일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였거나 상대가 알아채도록 되었다면 권력 구석구석에 스며 있던 부패를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부조리를 드러내려는 내부고발자나 언론에게 통화 녹음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증거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모든 범죄자들의 본능이고, 증거가 없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화 녹음을 통해 구현되는 공익의 실현을 도외시한 채 개인의 사생활, 심지어 범죄의 사적 측면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인과의 대화 녹음에 대해서는 이미 통신비밀보호법 등이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반대로 당사자의 대화 녹음은 통신비밀의 예외로서 보호하는 것이 법의 취지라 할 수 있다. 2자간 대화이든 3자간 대화이든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대법원 2006년 10월 12일 선고 2006도4981 판결). 이마저 금지하고 싶다면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야지, 녹음 통지 강제라는 편법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자의 억지, 언어 폭력, 위협, 갑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약자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통화 녹음이 거의 유일한 무기이기도 하다. 은밀한 녹음을 금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손으로부터 이런 무기를 빼앗아버리는 꼴이 된다.

셋째,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9명은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1명은 같은 정체성을 가진 무소속 의원이다. 자유한국당은 법안 발의 뒤, 이 개정안을 ‘이 달의 법안’으로 선정해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 정당이 사소해 보이는 개정안을 놓고 정당 이름을 걸고 밀어부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국정 농단 사태에서 통화 녹음을 비롯한 여러 디지털 증거물들로 인해 뜨거운 맛을 본 세력이 이제 그러한 일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개정안이 구악을 반성하기는커녕 비리가 드러날 여지를 없애려는 기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사생활 보호를 핑계로 대며 사회 곳곳에 스며든 부조리를 노출하고 청산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자유로이 통신 행위를 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마다않는 국회의원들은 각성하고 문제의 법안을 즉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2017년 8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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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8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실(위원장 노웅래)이 주관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하는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 PDF: 토론문(1)_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_오픈넷 박경신

피해자 없는 역차별 논의, 번짓수 틀린 과대소득 논의

 

I. “역차별” 담론 마저도 일관되게 갈라파고스적

“인터넷사업자는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 사업자는 동일한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업자에게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여당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적반하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국내 인터넷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무이하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다.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만 있으면 30일 동안 게시물을 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제도,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삭제차단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 우리 국민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로서 자본금 1억 이상이라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불법물을 사전차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조항들, 청소년의 합법적인 콘텐츠 접근을 막기 위해 실명제까지 하라는 청소년유해매체물실명제, 청소년유해물도 아닌 인터넷게임을 하려는 사람들도 실명확인을 하라는 인터넷게임실명제, 이들 실명제를 위한 온라인 상의 본인확인 방식도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고비용의 휴대폰본인확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강요하는 본인확인기관제도, PC방을 포함한 모든 스타트업들의 전용회선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는 발신자부담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모든 온라인결제와 행정민원 서명에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공인인증서제도, 밤 12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청소년을 잠을 자야 한다는 폭력적인 전제에 만들어진 게임셧다운제, 진실이나 감정표현도 불법물로 분류하여 매년 1만건 넘는 기소가 이루어지는 명예훼손/모욕죄 법규 등 수많은 제도들이 국내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이 법들이 우리나라에 공익적으로 좋은지 안좋은지를 지금 다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제들은 OECD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고 있으면 우리나라 인터넷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50년대에 법률로 유색인종들인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였는데 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들도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통 국가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든 규제에 대해 기업들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 인터넷기업들에까지 그 제도를 적용해서 ‘평등한 규제환경’을 만들겠다는 특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부르면서 외국 기업에 부담을 돌리려 하는가? 갈라파고스 제도로 사고를 쳐놓고 갈라파고스적인 해법을 내놓는 형국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법의 관할은 애시당초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터넷기업에 적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등 어느 법도 그 적용이 국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에 관할이 한정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2009년에 구글이 유튜브의 한국세팅에서 게시기능을 떼어낸 이유는 당시 정보통신망법 상 인터넷실명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당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 결함 있는 물건을 판매하면 당연히 한국법원의 제조물책임소송의 대상이 되듯이 한국에 결함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당연히 한국의 규제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법에서만 역외적용 논의가 별도로 있는 이유는 외국 기업의 행위의 효과가 물건을 매개로 직접 국내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는 특성 때문이었다. 공정거래법은 거의 유일하게 사람의 행위가 신호나 거래를 통하지 않고 ‘시장’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실체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제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외국 회사 A와 B가 가격담합을 하고 국내인이 A와 B의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또 국내인이 A와 B 사이의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가격담합이 국내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역외적용이 명시적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인과관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행력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기업들은 국내망을 통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불법영업을 하는 외국 웹사이트를 차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국에 국제전화를 하면 AT&T를 통해서 미국의 수신자와 통화를 하게 된다. 전화로 음란한 대화를 들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국민들이 이를 많이 이용한다고 하자.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AT&T에 우리나라 통신규제를 적용하자고 하는가? 우리가 중국에서 유해장난감을 주문하면 국제택배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중국업체에 한국의 유해물 규제를 적용하자고 하는가? 보통은 AT&T와의 연결을 끊도록 하거나 유해장난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세관에서 걸러낼 것이다.

해외 인터넷기업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매우 쉽게 국내 규제당국의 집행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위의 여러 규제들의 집행력을 뒷받침해 줄 메타규제라고 할 수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신고제도도 지금 당장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에게 신고의무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관련자를 2년의 징역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6조) 당장 신고되지 않은 부가통신사업은 범죄가 되므로 이를 “교사 및 방조하는 정보”인 웹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차단을 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 “임시중지제도”가 별도로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관할과 집행력이 외국업체에 대해 존재하는 상태에서 역차별적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규제당국 자체가 자신이 집행하는 규제가 너무 갈라파고스적임을 알고 있어 규제집행의 의지가 없거나 규제를 실제로 집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가 자유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임을 규제당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차별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임시조치제도 등등 갈라파고스 제도들을 없애서 규제환경이 국제수준에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위의 규제들이 소비자나 공익 보호를 위해 명백히 필요하다면 모를까 그런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차단해야 한다는 임시조치제도는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박성호 사무총장이 국내 인터넷기업들을 대표하여 토론회에서 한 말을 기억해보자. “역차별을 빌미로 규제가 새로운 규제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즉 국내 인터넷기업을 “피해자”인 것처럼 치장시켜놓고 실제로는 국내 인터넷기업들을 옥죄는 새로운 규제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논의에 따라 아래 제안들에 대해 차례로 간략히 의견을 표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역외적용 명문화 – 불필요함.
  • 국내대리인제도 – 연락을 전달하는 ‘대리인’으로 기능하는 한에서는 반대하지 않음.
  • 임시중지제도 – 반대함. 제2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불가함.
  • 부가통신사업신고제 – 제도 자체를 폐지할 필요가 있음.
  • 국제공조체계 –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함.
  • 인터넷시장현황파악 – “부가통신서비스의 위상과 영향력이 증대”된 것에 대한 현황파악은 필요하나 이를 위해서는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산업과의 비교가 필요함. 예를 들어, 언론사의 광고주들과 네이버/다음 중에 누구의 메시지가 더 영향력이 있는가? 더욱 중요한 것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가 제공하는 컨텐츠들은 대부분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에 이들 플랫폼을 통해서 유통된다고 해서 이들 플랫폼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 부가통신사업자 적용 규제 새로이 개발 – 이미 충분한 규제들이 존재하고 있음. 더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 규제는 불필요함. 독점규제법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시장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기만’의 요소가 없는 한 독점규제법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임. 2018년4월 EU 온라인중개플랫폼 규제는 기업들과 소비자들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에 한하여 (1) 검색 및 매대 랭킹투명성 (2) 제재투명성 (3) 분쟁해결신속성을 요구하는 규제임. 우리나라에는 그런 규제가 없는가? 이런 규제가 역차별의 원인인가?

 

II. 망 이용 대가 논란

망 이용 대가는 역차별해소의 또하나의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즉 해외사업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벌어가고 있으니 망사업자에게 별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기업에 ‘망 이용 대가’를 물려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5G 시대에는 망사업자들이 인터넷기업들에 ‘고속’ 인터넷을 비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거나 국외 인터넷기업들에 국내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의 도구로 여겨져온 것은 인터넷의 ‘참여적인 매체’로서의 성격 때문이었다. 힘없는 개인들도 방송이나 신문과 같이 대중에게 동시에 호소할 수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생산자가 되어 이들의 ‘참여’ 아래 여론과 산업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인이 만인에게 한꺼번에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은 어떻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수억 개의 모든 단말이 다른 단말에 직접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의 혁명은 그렇게 하지 않고도 모두가 서로 통신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두가 서로의 전령이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A와 Z 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B, C, D, E, F, G 등 많은 단말들이 물을 먼 곳에서 길어서 불을 끌 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양동이를 전달하듯, 차례대로 정보 전달을 하기로 약속했다. 모든 단말이 각자 자신의 이웃 단말이 전달한 정보를 다른 방향의 이웃 단말에게 전달하는 소임에만 충실하면 모두가 모두에게, 즉 C도 W에게, L도 H에게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혁명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원칙이 필요했는데 각자가 자신의 이웃 단말과의 통신에 대해서 돈을 받지 않기로도 약속한 것이다. 우편이나 전화처럼 발신자나 수신자에게 돈을 받으려 했다면 발신자와 수신자는 중간에 몇개의 단말을 거쳤는가에 따라서 비용을 물고 그 비용은 각각의 중간 단말에게 배분됐어야 할 것인데 이를 정산하는 거래 비용만으로 인터넷은 붕괴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망 이용 대가’를 받자는 주장이 유럽에서 2012년도에 한 번 있었지만 단박에 폐기되었다. 유럽의 방송통신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BEREC은 “발신자부담원칙(Sending Pary Network Pays)은 인터넷의 분산화되고 효율적인 라우팅 방식을 통한 정보전달에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하였다.1)

결국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가 누구에게서 왔고 누구에게로 가는지 어떤 내용인지에 관계없이 다음 사람에게 무료로 전달해준다는 원칙이 정립됐다. 이렇게 모두가 모두의 정보 전달에 기여하는 대신 서로간에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망중립성이다. 정보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더 빠른 전달 또는 더 안정적인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과 등가이고 망중립성의 더 잘 알려진 표현인 ‘우대 금지(no prioritization)’ 원리이다. 또 정보의 내용이나 수발신인의 신원에 따라 정보전달을 차별한다는 것은 정보전달가격을 무한대로 한다는 것과 등가이니 역시 ‘차별금지(no discrimination)’도 여기서 도출된다. 인터넷의 민주성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 전달에 무상으로 기여한다는 참여적인 기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덕분에 인터넷은 무료 정보의 바다가 되기도 했다. 내 웹사이트에 다른 대륙의 누군가가 접속하여 정보를 퍼간다고 해서 내가 정보전달료를 물어야 한다면 나는 웹사이트에 무료로 정보를 올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정보까지 받아 올려 또다른 사람들이 퍼가도록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다음 메일, 네이버 검색,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을 우리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망중립성 덕택이다.

그런데 시대가 흘러 서로간의 연결을 대행해주고 돈을 받는 기업이 생겨났다. 이게 바로 망사업자이다. 망사업자는 많은 단말들 사이의 연결을 통제하게 되어 지금은 A에서 Z까지 가는 동안 30개의 단말을 거친다면 그중 10개쯤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망사업자들은 ‘정보전달 전 구간은 아니라도 상당 부분을 책임지므로 배달료를 받겠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전선의 용량을 키워서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자신과 오가도록 하는 접속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게 바로 한국 망사업자들이 ‘망 이용 대가’라고 부르는 것인데 외국에서는 이런 표현 자체가 없다. 굳이 대응되는 단어를 찾자면 ‘(망사업자의) 최종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요금’을 발신자로부터 받겠다는 의미로 ‘터미네이션 피’(termination fee)라고 부른다. 전화망 사업자들끼리는 이것을 받지만 인터넷에서는 금기시되어왔다.

‘망 이용 대가’라는 개념은 인터넷의 작동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결국 인터넷의 참여적 매체로서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국내 망사업자가 그렇게 돈을 번다면 외국의 망사업자들도 자신이 한국 국경까지 정보 전달을 한 것에 대한 ‘망 이용 대가’를 한국의 이용자나 망사업자들로부터 받으려 들 것이다. 심지어는 유력한 정보 제공자들은 국내 이용자가 정보를 퍼갈 때만 유료로 하려 들 것이며 ‘정보의 바다’는 한국에서만 귀신같이 증발해버릴 것이다.

 

III. 해외 paid peering 사례에 대한 오해

많은 통신사업자들이 다음 사례들을 들면서 ‘망 이용 대가’를 해외 인터넷기업들로부터 국내 망사업자들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미국 Comcast vs. Level3, 2014년 (미국) Comcast vs. 넷플릭스; 2012년 (프랑스) France Telecom v. Cogent; 2013년 (프랑스) 구글 vs. Orange; 2013년 (프랑스) 페이스북 vs. vs. Orange”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모두 콘텐츠사업자들이 망사업자와 직접 접속하면서 만들어진 paid peering사례들이며 국가가 이를 강제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협상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며 망중립성을 준수하면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망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자가 망 가치가 낮은 사업자로부터 접속료를 받는 것은 망중립성을 위반하지 않으며 이는 꼭 전 세계 모든 라우터들과의 연결을 책임지는 완전중계접속(full transit)료가 아니라 partial transit이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SKB-페북 사태 재발 방지…망이용료 가이드라인 만든다(김위수 기자  [email protected] | 입력: 2018-12-14 18:04)”는 보도가 떴는데 방통위가 제시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1) 직접접속을 강제한 후 fee 협상에 개입하거나 (2) 캐시서버 IDC설치비용 협상에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국내기업들이 OECD내 최고의 망접속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역차별을 해소하려면 외국기업들이 캐시서버 비용을 물도록 하거나 paid peering을 하도록 강요하고 그 액수까지 개입하면 역차별은 해소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결국 국내기업들이 물고 있는 망접속료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과연 국가가 이렇게 통신3사의 담합을 장려하여 망접속료를 높게 유지하여 취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더욱이 이와 같이 사기업들의 협상에 국가가 개입하여 한쪽을 협상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의 경우 FTA 위반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결국 국내에서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망접속료의 형태로 금전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과의 협상을 우리 기업쪽에 유리하게 이끄는 것은 정부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국내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성장을 마비시키는 행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BEREC’s comments on the ETNO proposal for ITU/WCIT or similar initiatives along these lines, 2012년11월14일 https://berec.europa.eu/eng/document_register/subject_matter/berec/others/1076-berecs-comments-on-the-etno-proposal-for-ituwcit-or-similar-initiatives-along-these-lines “IP interconnection agreements only involve the provision of capacity of the interconnection link and not the end-to-end transmission of particular data flows across different autonomous IP networks. Unlike voice traffic on old PSTN networks, data does not travel over an exclusive, dedicated network connection, and it is not possible to ascertain the nature or volume of a particular data flow end-to-end (and so not possible to charge for it that way either. . . ETNO’s proposed end-to-end SPNP approach to data transmission is totally antagonistic to the decentralised efficient routing approach to data transmission of the Internet.”

 

[관련 글]

일, 2018/12/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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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적인 ‘역외적용’론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국내 인터넷 사업자는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 사업자는 동일한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업자에게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 같은 주장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다.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만 있으면 30일간 게시물을 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제도,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삭제차단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 우리 국민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로서 자본금 1억원 이상이면 무조건 신고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가 그렇다. 또 불법물을 사전차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조항들, 청소년유해물도 아닌 인터넷게임을 하려는 성인들도 실명 확인을 하라는 인터넷게임실명제, 이들 실명제를 위한 온라인상의 본인 확인 방식도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고비용의 휴대폰 본인 확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강요하는 본인확인기관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PC방을 포함한 모든 스타트업들의 전용회선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는 발신자부담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모든 온라인 결제와 행정민원 서명에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공인인증서제도,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청소년은 잠을 자야 한다는 폭력적인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셧다운제, 진실이나 감정 표현도 불법물로 분류하는 명예훼손 법규가 국내 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이 법들이 공익적으로 좋은지 안 좋은지를 지금 다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제들이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있으면서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역외적용론’은 마치 미국에서 1950년대에 법률로 유색인종들은 기차와 버스의 앞에 못 타게 했는데 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들도 기차와 버스의 앞에 못 타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부르면서 외국기업에 부담을 돌리려 하는가? 갈라파고스제도로 사고를 쳐놓고 갈라파고스적인 해법을 내놓는 형국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법들 모두 애시당초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터넷 기업에 적용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어느 법도 그 적용이 국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2009년 구글이 유튜브의 한국세팅에서 게시기능을 떼어냈던 이유는 당시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실명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당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또 해외 인터넷 기업들은 국내망을 통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없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사업자에 대한 권한을 통해 불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불법영업을 하는 외국 웹사이트를 차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구글 본사가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를 안 한다고? 전기통신사업법상 징역 2년에 처해지는 범죄이고 유튜브 사이트는 이를 ‘교사 방조하는 정보’이므로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차단하면 된다.

법도 있고 집행력도 있는데 외국업체에 대해 집행하지 않는 이유는 규제당국 자체가 규제가 너무 갈라파고스적임을 알고 있어 집행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역차별’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임시조치제도 등 갈라파고스적 제도들을 없애서 규제환경을 국제수준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을 대표한 이상적인 발언이 나왔다. “규제가 규제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역차별 논의 반대한다.” 역차별론으로 더 이상 국민을 가두지 말라.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19.01.03.)

월, 2019/0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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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은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들에 시민들의 신상정보를 요청하여 수집한 국가정보원, 서울지방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2016. 6. 1.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1심 패소 판결을 2018. 12. 13.에 받았습니다(2016가소5944347).

소장(공유용)

청구원인 요약: 통신자료 제공은 수사기관 등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즉 개인정보를 법원의 영장 없이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합니다. 또한 달리 정보주체에게 사전 또는 사후 통지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아, 정보주체로서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확인 신청하지 않는 한 전혀 알 수 없으며, 제공된 정보에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통신자료 제공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함에 있어서, 수사기관이 그 제공 요청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됨으로 인하여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본권 등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의해 통신자료가 제공되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되었다면 그 책임은 이를 제공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니라, 이를 요청하여 제공받은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에 직접 추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이 사건 수사기관 등은 원고들의 사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원고들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함으로써 제공 요청권한을 남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수사기관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들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판결문(공유용)

판결이유: 원고들은 피고가 수사 대상 사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원고들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하여 제공 요청 권한을 남용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원고들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위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음

재판 결과에는 오픈넷이 수사기관이 법원에 관련 수사기록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이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행위의 불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프라이버시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오픈넷이나 원고는 어떤 필요에 의해서 통신자료 제공이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으므로 피고인 수사기관들이 그 이유를 통신자료제공요청서 등 관련 문서의 제출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기각하면서 원고가 정보공개법 상의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보공개 신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사유에 해당되어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아래 설명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 원고들이 많습니다). 결국 이들 원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선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이유를 설명하지도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배상을 하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되는 것입니다.

법원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및 요청사유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1호의 인용문서도 아니고, 제344조 제2항의 공문서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 따라서 공개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문서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서제출명령신청서 및 재판부의 결정(2016가소5944347)

고등법원의 즉시항고결정문(2017라52)

대법원에서의 재항고 기록 및 결정문(2018마마5311)

오픈넷은 우선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소송의 피고가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 또는 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법원이 그 증거의 제출을 명하지 않고 재판과 무관한 법에 의해서 증거를 취득할 것을 주문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해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 포스트에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월, 2019/01/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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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는 사단법인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제기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 12. 4. 선고 2017가합401488 공개 청구의 소). 판결의 취지는 이동통신사는 이용자에게 착신 전화번호를 포함한 착신내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착신 전화번호가 제3자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착신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발신내역만 제공해왔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2017년 2월 주식회사 케이티를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첨부 소장 참조). KT에서 개인정보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서비스를 통해 개인정보 열람 신청을 하자 KT가 수집하고 있는 개인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KT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의하면 KT는 아래와 표와 같이 매우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에게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 주소, 아이디, 결제정보만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보유여부만 O, X로 표시해서 제공했다.

KT 개인정보처리방침(필수항목) (출처: KT 홈페이지)
KT 개인정보처리방침(선택항목) (출처: KT 홈페이지)

고객센터 등을 통해서 수차례 구체적인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청했으나,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최후의 수단으로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거의 2년에 가까운 지난한 소송의 과정에서 조정 등을 통해 KT는 발신내역(발신전화번호, 통화시각, 사용도수 등), 접속 IP 등 다른 정보는 불완전하나마 제공했으나, 착신내역만은 착신 전화번호가 제3자의 개인정보란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결국 공개 청구 개인정보를 ‘착신내역’으로 한정하는 청구취지 변경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통사는 이용자의 요구가 있을 시 착신 전화번호를 포함한 착신내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장을 강화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픈넷은 빠른 시일 내에 소송 과정에서 제공된 개인정보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9년 1월 1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 참가자를 찾습니다. (2016.01.18.)

목, 2019/01/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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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1. 국제사이버법연구회가 개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특별세미나’에서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종합토론에 참여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현재까지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가연 변호사는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하여 개정안 중 어떤 안도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개인정보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위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특별세미나 종합토론문

김가연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1. 총평

제1세션과 제2세션 발제 모두 현재까지 발의된 개인정보의 활용 및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들을 개정안에 대한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정보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발제자들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2. 개인정보 활용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

개정안들을 전반적으로 보면 GDPR의 가명정보와 익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하자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정보의 경우에는 非개인정보이며, 가명정보의 경우에는 개인정보이지만 가공된 개인정보로서 어느 정도 처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개인적으로는 공감합니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GDPR에 비해 협소해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는데, 특히 “접근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명화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결합정보(추가정보)의 분리 보관을 소홀히 하거나 재식별 금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력하게 사후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여태껏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법원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법에서 요구하는 기술적 조치가 정부가 제시하는 특정 “기술”을 의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어떤 안도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와 제26조에 따르면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수 있고 개인정보처리자는 지체없이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열람 후 개인정보의 정정 및 삭제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종합적이라 할 수 있는 인재근 의원안에도 프로파일링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 개인정보 중심 설계 및 기본 설정(Privacy by Design, Privacy by Default), 개인정보 영향평가의 확대 등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에 관한 내용들이 빠져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 개인정보 거버넌스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 대한 의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고 기존의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을 이관하는 등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위원회로 통합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치정보와 신용정보 등에 있어 방통위와 금융위와 공동으로 권한을 행사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쉽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완전한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위원의 구성 관련해서는 현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을 배제하고, 국회 추천을 통해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게 합의제 위원회의 특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보입니다. 이상입니다.

화, 2019/02/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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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I 필드 차단 기술을 도입하여 https 보안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불법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했다.   

망사업자를 통한 접속차단 시스템이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URL 차단, IP 차단, DNS 차단 기술을 이용한 접속차단 역시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을 읽고 워닝 페이지로 접속되도록 변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술의 도입으로 국가기관의 요청에 따라 망사업자가 관리, 통제하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 영역이 SNI 필드까지 확장되었다.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 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 차단 방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다. 이렇듯 규제를 이유로 이용자의 보안접속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지속하면 국가기관 스스로 국민의 인터넷 보안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물론 접속차단이 곧바로 개별 이용자들의 패킷이나 접속기록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용자의 패킷을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형식의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또한 불법감청은 아니라고 하여도, 이러한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보다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신의 통신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통제되거나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차단 대상 사이트가 성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음란물 규제 찬반 양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듯이 보이나, 접속차단 대상은 비단 음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는 모든 불법정보 및 불법에 이르지 않는 유해 정보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포쉐어드’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며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는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차단했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명은 ‘과도한 욕설’ 사용을 이유로 접속차단 결정을 받았었다.

불법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함부로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사이트 차단은 그 안의 합법적인 정보까지 모두 차단되는 과검열, 과차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보고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만에 번복한 해프닝도 있었다.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결정은 한해 평균 15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터넷 심의 제도로 인해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터넷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접속차단 기술의 강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이렇듯 과도한 심의 제도와 맞물려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위험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터넷 이용자의 보안과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접속차단 시스템을 재고하고 광범위한 인터넷 심의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가길 바란다.

2019년 2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목, 2019/02/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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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허브 전략 국가론은 폐기해야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

 

2013년에 등장한 특허 허브 국가론 또는 특허 허브 미래전략론이 국회와 대법원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2014년 9월 국회의원 64명을 회원으로 하는 ‘특허허브국가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대법원은 이번 달에 ‘IP Hub Court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이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김앤장이 전도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 세계 특허 분쟁을 우리나라에 유치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부가가치 창출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편하도록 소송절차상의 특혜를 부여하려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기술무역 적자 규모가 한해 5조원에 달하는 만성적자국이다. 기술무역이 적자라는 말은 강력한 특허권을 보유한 외국 기업에게 지불되는 특허 로열티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분쟁을 늘리면 기술무역 적자폭만 늘어나고 그 피해는 국내 기업들과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특허권자에게 온갖 특혜를 부여하여 분쟁을 제기할 유리한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 폐해를 지적한 특허 괴물에게 국내에서 활동하라고 멍석을 깔아주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특허 분쟁을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소송을 대리하는 김앤장과 같은 일부 대형 로펌일 뿐인데 이를 어떻게 국가 전략으로 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입법부와 사법부가 함께 나서서 무분별한 특허 소송을 부추길 수 있는 제도 변경을 꾀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대법원이 추진하는 지재권 전담 법원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최후 보루로서의 사법부의 역할보다 특허권자의 포럼 쇼핑을 위한 법률 서비스라는 시장 논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은 도외시한다는 데에 있다. 특허 제도는 특허권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민간 영역의 기술지식이 어떻게 하면 사회전체로 스며들게 할 것인지가 목적이다. 기술지식이 특허권자의 독점이윤 추구의 도구로만 활용되고, 특허 허브 국가론이 내세우는 것처럼 특허분쟁을 통해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특허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진보하더라도 그 혜택이 우리 사회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기술 혁신을 위한 국가 정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바로 그 때문에 국제인권규범도 기술의 진보로부터 혜택을 볼 권리를 보편적 인권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기술지식의 사회적 의미를 무시한 반인권적인 전략인 특허 허브 국가론은 폐기해야 하며, 국회와 대법원은 특수한 이해집단의 이해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정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2016년 6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정보공유연대 IPLeft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목, 2015/06/2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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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법원,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 및 위헌의견을 존중하여 실존하는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2015년 6월 25일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아청법 제2조 제5호에 대한 합헌 결정(합헌 5, 위헌 4)은 법원 및 수사기관에 대해 ‘법률의 합헌적 해석 및 적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었다. 오픈넷은 현행 아청법의 위헌성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 아청법 개정 운동에 매진할 예정이다.

 

금일 헌법재판소의 선고대상이 된 사건들은 아래와 같다.

 

(1) 이른바 성인 교복물에 아청법이 적용되어 기소된 사건에서 “죄형법정주의 위반, 표현의 자유, 청소년의 성적결정권의 침해 및 청소년 전과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이유로2013년 5월 서울북부지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2013헌가17),

(2) 가상표현물(만화)에  아청법이 적용되어 기소된 사건에서 “만화를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2013헌가24) 등

 

지난 2013년부터 창작자 단체 및 다수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아청법 대책회의를 구성하여 입법 캠페인 및 공익소송을 진행한 오픈넷은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실존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의 성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표현물에 대한 과도하고 불명확한 형사처벌 규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 실존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성 보호가 아청법의 진정한 입법 취지이다.

(2)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어떤 표현이 금지되는지가 명확해야 하며 이는 특히 형사처벌 조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금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번 합헌 결정의 전체적 취지 및 4인의 위헌 의견을 존중하여 합헌적 법률해석을 해야 한다.

 

위헌 의견(4인)은 오픈넷의 주장과 같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등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가상의 아동·청소년음란물에의 접촉과 아동·청소년을 상대로하는 성범죄 사이에 인과관계도 명확히 입증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합헌 의견(5인) 역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이처럼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는 전제 하에 아청법의 적용범위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합헌 결정의 전체적 취지와 4인의 위헌의견을 존중하여 아래와 같이 기존에 확립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범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1) 성인교복물

 

대법원은 이미 성인 교복물에 대해 아청법이 적용된 경우 무죄 판결(대법원 형사 1부(2013도12607 선고 2014.9.26, 주심 대법관 김용덕), 형사 2부(2014도5750선고 2014.9.25 주심 대법관 신영철), 형사 3부(2013도4503 선고 2014.9.24, 주심 대법관 김신) 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 형사2부는 위 판결에서 “그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장인물의 신원 등에 대하여 주어진 여러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외관상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에만 아청법으로 의율할 수 있다는 합헌적 법률 해석의 기준을 명시했다.

 

(2) 가상표현물

 

애니메이션 등 가상 표현물이 적용된 피고사건에 대해서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판결(2014고단285)과 같이 원칙적으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위 판결에서 애니메이션 등 가상표현물에 아청법이 예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표현물의 제작에 있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모델 등으로 참여한 경우 △표현물의 제작에 있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컴퓨터 합성 등을 통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한 것처럼 조작이 된 경우 △표현물의 제작에 있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참여하거나 참여한 것처럼 조작된 바는 없지만 이미지 또는 스토리 등에 의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특정돼 해당 아동·청소년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

 

계류중인 아청법 개정안의 통과 및 수사기관의 합헌적 법률 적용을 촉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는 4인의 위헌의견에서 드러난 위헌성의 완전한 해소를 위해 아청법 제2조 제5호의 적용 범위를 현재 ‘실존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에 한정한 개정안(최민희 의원 대표발의)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수사기관 역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 및 위헌의견을 존중하여 가상 표현물이 문제된 사건에 대해서 기소를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수사기관은 온라인 상에서의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를 중단하고, ‘실존’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2015. 6. 25.

사단법인 오픈넷

 

(참고) 아래는 그동안의 아청법 대책회의의 주요 활동 내역과 참여단체이다.

 

(1) 2013. 3. 6. 아청법 개정안,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표현물인 경우에만 처벌 http://opennet.or.kr/trend/969

 

(2) 2013. 3. 14. 사단법인 오픈넷,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과도한 적용에 헌법소원 제기 http://opennet.or.kr/924

 

(3) 2013. 3. 29.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사건 1년 만에 22배 늘었다 http://opennet.or.kr/trend/1344

 

(4) 2013. 5. 30. [논평] 법원의 아청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환영한다. http://opennet.or.kr/3002

 

(5) 2013. 6. 27. [논평] 성인교복물 아청법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http://opennet.or.kr/3374

 

(6) 2013. 7. 22.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SICAF)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 서명운동 http://opennet.or.kr/3674

 

(7) 2013. 8. 12. 아청법 2조5호 개정 토론회 – 피해자 없는 범죄자 양산인가, 아동청소년 보호인가? http://opennet.or.kr/3903

 

(8) 2013. 8 20. [논평] “애니메이션에 아청법이 적용되는 경우 위헌”이라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http://opennet.or.kr/3981

 

(9) 2013. 12. 13. 진정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만들기 토론회 개최 http://opennet.or.kr/4896

 

(10) 2014. 9. 30 [논평] 성인교복물 및 애니메이션에 대한 법원의 아청법 무죄 판단을 환영한다.(2014. 9. 30.) http://opennet.or.kr/7534

 

아청법 대책회의 참가 단체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문화연대 오픈넷 법무법인 이공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

목, 2015/06/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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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특허법 개정안(원혜영 의원대표발의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 PDF로 보기: 특허법 개정안(원혜영 의원대표발의안)에 대한 의견서_오픈넷

* 관련 성명서: 특허 허브 전략 국가론은 폐기해야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

 

특허법 개정안(원혜영 의원대표발의안)에 대한 의견서

 

원혜영 의원이 2015. 2. 13. 대표발의한 특허법 일부 개정법률안(의안번호: 13980, 이하 “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1. 특허 허브 국가론의 문제점

1-1. 특허 허브 국가론의 내용

개정안은 특허 허브 국가론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은 한 마디로 말해 전 세계 특허 소송을 우리나라에 유치해 보자는 것입니다. 즉, 특허 허브 국가론의 ‘허브’는 특허 허브 또는 기술혁신의 허브가 아니라 특허 소송 또는 특허 분쟁의 허브를 말합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에 따르면 전 세계 특허 분쟁은 시장 규모가 연간 200조원에 달하고, 관련 분야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500조원에 달하는 블루오션이라고 합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이 제시하는 미래 전략의 핵심은 이를 추진하는 ‘대한민국 세계 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인 원혜영 의원과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언론 인터뷰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 “이 시장[특허 소송 시장]은 제조업처럼 설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 인력만 있으면 되는 블루오션이다 … 한국이 특허 허브국가로 발전하면 200조원의 10분의 1만 유치해도 20조원이다. 이보다 좋은 창조경제 아이템이 어디에 있나”(원혜영 의원, 전자신문 2015. 1. 22. 인터뷰)
  • “특허분쟁 시장의 10%만 우리가 가져와도 한해 50조원을 벌 수 있다”(정갑윤 국회부의장, 주간조선 2015. 3. 2.자 인터뷰)

특허 소송 허브 국가가 되려면 외국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국내에서 제기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특허 허브 국가론은 크게 3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소송에게 이긴 경우 거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둘째, 입증책임 등 법률상의 부담을 줄여 소송을 제기하기 편하게 하며, 셋째, 시간 낭비 없이 신속한 판결이 내려지도록 하자고 합니다.

1-2. 특허 허브 국가론은 국가의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에서 내세우는 시장 규모 200조원은 근거가 없습니다. 관련 분야 파급 효과까지 고려할 때 500조원에 달한다는 것도 지나치게 부풀린 수치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국제무역통계 2014(Interantional Trade Statistics 2014)1)만 보더라도, 전 세계 지재권 무역2)의 수출 규모 전체가 2012년에 2,950억 달러, 2013년에 3,100억 달러로 약 300조원 규모입니다. 따라서 지재권 무역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적은 특허 분쟁 시장이 관련 분야까지 포함하더라도 50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이 수치들은 국가 정책의 기초로 삼을 수 없습니다.

설령 시장 규모가 200조원이라 하더라도 이 돈은 모두 특허권자가 침해자로부터 받아가는 손해배상액과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 보수입니다. 이 돈이 어떻게 국가가 전략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특허 소송에서는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이 더 높고, 그 피해는 국내 기업과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특허 분쟁 시장은 우리에게 ‘블루오션’이 아니라 ‘잿빛 피바다’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처럼 특허 허브 국가론은 학문적·이론적 근거가 취약하여 미래전략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 입니다. 특허 소송을 국내에 유치하여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은 변호사들입니다. ‘세기의 특허 전쟁’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분쟁에서 최후 승자는 변호사란 분석3)은 특허 허브 국가론이 실제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간파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합니다(애플과 삼성이 특허 분쟁에 지출한 소송비용이 2013년 말에만 1,000억이 넘었다고 합니다).

1-3. 기술무역수지 적자폭만 키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술 무역 수지 만성 적자국4)입니다. 아래 그림과 표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기술무역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WTO의 국제무역통계 2014(Interantional Trade Statistics 2014)5)에서도 우리나라의 지재권 무역(royaltie and license fee) 수지는 수출 2012년 38억 달러, 2013년 41억 달러, 수입 2012년 85억 달러, 2013년 96억 달러로, 적자 규모가 2012년에는 47억 달러, 2013년에는 55억 달러 즉, 매년 약 5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술무역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적자 규모는 2010년까지 계속 증가하여 그 규모가 약 7조원까지 되었다가 2011년부터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무역 수지가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총 규모는 18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4% 증가하였는데, 기술수출의 증가는 기계, 섬유 분야가 주도한 반면, 기술도입의 증가는 국내 주력산업인 전기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해외 기술 활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무역현황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기술무역 통계조사」(각 년도)

http://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335]

기술무역현황2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적자는 대부분 미국, 일본, 독일 등과의 무역에서 발생합니다. 이들은 우리와 달리 기술무역 흑자국입니다.

기술무역수지
이처럼 국내 기업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받는 특허 로열티보다 외국 기업에게 지불하는 특허 로열티가 2배 이상 많습니다. 따라서 특허 허브 국가론의 주장처럼 특허 침해 배상액을 늘리면, 기술무역 수지 적자폭만 커질 뿐입니다.

또한 원고인 특허권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피고에게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면 무분별한 특허 분쟁만 늘어나고,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폐해를 지적하는 ‘특허 괴물(patent troll)’에게 이제 국내를 무대로 활동하라고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

1-4. 근거 없는 오해들

특허 분쟁 허브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싱가포르를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3년에 ‘IP 허브 기본 계획(IP Hub Master Plan)’을 채택하였지만, 그 후 특허 분쟁이 싱가포르 법정에서 많이 발생하였다거나, 분쟁 증가로 싱가포르가 어떤 혜택을 보았다는 통계는 없습니다. 여전히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지재권 무역 적자국으로 남아 있습니다(2012년 수출 20억 달러, 수입 199억 달러, 2013년 수출 20억 달러, 수입 202억 달러).

또한 특허 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고 배상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권자가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특허 허브 국가 전략론은 인천공항 사례를 들고 있으나, 인천공항이 아무리 서비스를 강화해도 목적지나 경유지가 우리나라가 아닌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나 관련 시장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승소가능성만을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특허 소송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가별로 별개의 권리가 발생하고 침해 소송과 같은 권리 행사는 어차피 개별 국가에서 해야 합니다. 인터넷 도메인 이름 분쟁과 같이 판정 결과가 국경과 무관하게 모든 나라에 미친다면 모를까 개별 국가별로 권리 행사를 해야 하는 특허 분쟁을 우리나라에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상식에도 반합니다.

그리고 우리 법원이 특허 침해 사건에서 손해액을 낮게 인정한다는 것도 근거 없는 오해입니다. 설령 손해액을 낮게 인정하더라도 이는 실제 손해가 적기 때문이지 법원이 특허권을 경시하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이 근거로 삼는 낮은 손해액과 달리,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특허침해 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22건을 분석한 결과 손해액은 평균 10억원에 달하며 인용율도 60%나 됩니다.

 

2.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특허법은 특허권 보호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닙니다.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연구 개발의 성과, 즉 기술지식을 어떻게 하면 사회전체로 흘러넘치게 할 것인지가 특허법 또는 특허 정책의 핵심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들의 기술성과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으로 기술지식이 생산되지 않는 일종의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간 동안 기술지식의 생산자에게 특허권이란 인위적 독점권을 부여합니다. 이런 점에서 특허 제도는 기술지식의 과소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시장개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특허제도에서 특허권의 보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수준으로 기술지식이 생산되도록 하려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수단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는 기술지식의 사회적 활용에 있습니다. 특허권자가 기술지식의 독점이윤을 독차지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면 국가가 개입하여 특허권을 보장해줄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허 정책에서는 기술지식의 과소 생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하로 기술지식이 이용되는 과소 소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이나 기술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제법상 의무이기도 합니다. 사회권 규약 제15조와 세계인권선언 제27조는 “과학의 진보와 응용의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체약국이 보장할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기술지식의 진보로부터 혜택을 볼 보편적 인권은 특허권을 강화하고 우리나라를 특허 분쟁의 전쟁터로 만든다고 보장되지 않습니다.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특허권 보호와의 적절한 균형을 도모할 때 비로소 보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 허브 국가론은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여 우리나라를 인권 후진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허 제도의 기본 취지와 인권법적 함의에 비추어보면, 특허 허브 국가론은 특허권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특허권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 변경만 모색할 뿐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정책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3. 조문별 의견

3-1.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

개정안은 특허출원이 공개된 경우 특허권자가 침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상금(안 제65조)과 특허권자가 침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 추정 규정(안 제128조 제4항)을 개정하여,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통상적으로”란 용어를 삭제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특허권자가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되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게 지불해야 할 특허 로열티만 늘어나 기술무역 적자폭 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3-2. 고의·중과실 유무의 고려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침해자에게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그 사실을 고려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려고 합니다(안 제128조 제5항). 이는 특허권의 성질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한 제안입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특허권 침해는 타인의 특허 기술을 모방했을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특허 기술을 모방하지 않고 스스로 개발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허 기술과 동일하거나 균등(equivalent)한 경우에는 특허권 침해가 됩니다. 저작권 침해의 경우에는 타인의 저작물을 모방해야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특허권은 절대적 독점권이라 부르며, 완전한 승자독식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특허 분쟁이 모방자가 아닌 독자 개발자를 상대로 제기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특허 소송 사례를 보면 특허 기술을 모방하지 않았는데도 특허 소송에 휘말린 경우가 90%를 넘습니다.6) 따라서 특허 기술을 모방하지 않은 선의의 경쟁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선의의 경쟁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애려고 합니다. 개정안과 같이 특허법이 바뀌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선의의 경쟁자가 특허 소송에 엮여 모방자와 똑같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는 정의의 관념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의 기술을 사장시켜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며, 특허권자에게 지나친 독점 이윤을 몰아주는 부당한 결과가 됩니다.

3-3. 징벌적 배상액

특허권 침해자에게 징벌적 배상액을 인정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허권 침해자를 형사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액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특허법은 특허권 침해자를 징역 7년 이하에 처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형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특허법 제225조). 그리고 양벌규정까지 두어 법인의 대표자에게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제230조). 또한 특허권을 침해한 물건뿐만 아니라 침해에 사용된 물건까지 몰수하여 폐기할 수 있습니다(제231조).

따라서 개정안과 같이 미국식 징벌적 배상액 제도를 그대로 모방하자는 제안은 기초적인 비교법적 검토만 해보더라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징벌적 배상액은 미국이 대부분의 FTA 협상에서 제안하였다가 최종적으로는 철회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징벌적 배상액 요구에 대해, 실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 민법과 맞지 않는다는 등이 이유로 반대하였고, 최종 협정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징벌적 배상 제도는 사회적 법익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권 침해로 인한 피해는 특허권자 개인의 피해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특허권 침해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가 제기되는 친고죄입니다. 상표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 없어도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비친고죄인 것과 다른 점입니다. 따라서 특허권 침해에 대해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특허권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특허권자가 실제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배상받도록 함으로써 특허권자에게 부당이득을 안겨주자는 부당한 제안입니다.

3-4. 실시행위 제시의무

개정안은 특허침해 소송에서 피고가 자신이 실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행위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려고 합니다(안 제126조의2). 이는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피고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특허권자가 소송을 편하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무분별한 특허 소송을 부추길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개정안대로 특허법이 개정되면 특허권자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경쟁사가 어떤 기술을 실시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이 국내 경쟁사의 기술을 알아내기 위하여 이 제도를 활용할 것이고, 기술유출을 특허법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3-5. 자료 제출 의무

개정안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피고로 하여금 침해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와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의무화하려고 합니다(안 제132조 제1항). 그리고 피고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요증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합니다(안 제132조 제4항).

이는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부당하게 전가하여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하는 대단히 잘못된 제안입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의 불법행위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점과 그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입증책임의 배분은 합리적 개인이라는 근대적 사상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 소송에서 피고 역시 합리적 개인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원고 측에서 주장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손해와 불법행위간의 인과관계 및 손해액을 피해자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권 침해에 대해서만 유달리 피고를 합리적 개인으로 평가하고 원고가 부담할 입증책임을 뒤집어쓸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특허권 침해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특허권자 개인의 피해에 불과한데 다른 사인간의 분쟁과는 달리 특허권자에게만 특혜를 부여하려는 개정안은 형평성에도 반합니다.

더구나 “침해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특허 침해 소송에서 원고가 입증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사실인데, 이를 원고가 아닌 피고가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제출하지 않은 경우 특허권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하자는 제안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 절차의 기본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특허 허브 국가론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부 소수 집단의 배불리기 전략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 특허 분쟁이 늘어나고 소송 규모가 커지면 이익을 보는 집단의 편향적인 주장에 헌법 기관인 국회가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개정안과 같이 특허권자에게 온갖 특혜를 인정하면 우리나라가 특허 분쟁의 전쟁터가 되어 국내 기업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고,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이 저해되어 특허 정책의 실패를 불러올 것입니다. 따라서 개정안을 폐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6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정보공유연대 IPLeft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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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wto.org/english/res_e/statis_e/its2014_e/its14_toc_e.htm

2) WTO는 이를 “royalties and license fee”란 항목으로 집계하는데, 여기에는 특허 뿐만 아니라 저작물, 상표, 디자인, 프랜차이즈와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로열티 등이 포함됩니다(royalties and licence fees, covering payments and receipts for the use of intangible non-financial assets and proprietary rights, such as patents, copyrights, trademarks, industrial processes, and franchises)

3) 전자신문 2013. 12. 10.자 기사 http://www.etnews.com/201312100395

4) 기술무역이란 국가간 기술거래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OECD TBP(Technology Balance of Payment) 지침서에서는 기술무역을 기술 및 기술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된 국제적·상업적 거래로 정의하며, 기술은 매매 및 라이센싱, 기술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거래되며, 국가간 거래에서 기술도입과 기술수출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기술무역통계는 해당국의 기술 및 산업구조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로도 활용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무역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2001년도 실적분부터 OECD TBP 지침서에 따른 기술무역통계를 매년 작성하여 발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http://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335 참조.

5) https://www.wto.org/english/res_e/statis_e/its2014_e/its14_toc_e.htm

6) Christopher A. Cotropia & Mark A. Lemley, ‘Copying in Patent Law’ (2008) <www.law.berkeley.edu/files/Lemley_Copying-in-Patent-Law1.pdf>

목, 2015/06/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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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서울시 경전철 계획, 13년 기본계획에서 2년 동안 바뀐 것이 없다

국토부가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구축계획'을 승인하면서, 경전철 10개노선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신림, 동북, 면목선 등 10개 노선에 총연장 90킬로미터의 경전철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해당 계획은 2013년 7월에서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시 도시철도기본계획'에 반영되었던 사항으로, 공개 당시부터 타당성 조사에 있어서 데이터 누락, 과소한 승강장 규모 등 시민안전 우려, 무인 운전을 기본으로 하는 운영체계의 문제점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http://seoul.laborparty.kr/44). 이에 대해 당시 박원순 시장은 끝장 토론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담당 부서인 도시교통본부의 비협조로 인해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서울시가 밝히고 있는 '철도중심의 도시교통'이라는 상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서울과 같은 도심구조에서는 탄력성이 떨어지는 철도보다는 버스가 더 우월한 교통수단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현재 경전철은 민자사업인 탓에 사업자의 사업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승강장 시설 등이 일반 지하철에 비해 형편없다. 당장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이용하기가 불편할 지경이다. 또 10개 노선별로 민간사업자가 별도로 구성된다면 사실상 서울시 지하철은 너무나 복잡한 운송기관이 난립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요금 체계도 천차만별이 될 공산이 크다. 역설적으로 서울시가 통합요금제를 실시하면 할 수록, 현재 지하철9호선과 마찬가지로 보조금을 줘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경전철 중심의 도시교통 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시는 경전철의 안전성보다는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향을 찾아봤다.  실제로 <서울시 경전철 수익성 확대방안 조치계획 보고>에 따르면, 2014년 7월 박원순 시장의 수익성 검토 지시에 이어 최근까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우이선 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추진 중인 신림선, 동북선의 수익성을 검토했다. 그리고 그 방향이 "역세권개발"과 연동된 것으로, 사실상 경전철 민간사업자에게 역세권 개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기 설계된 신림선의 세부적인 수익성 개선방안을 보면(4쪽), 지상화장실 사용을 전제로 역사 내 화장실 공간을 수익공간으로 전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상부에 각종 개발사업을 연동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신교통수단의 도입에 있어 시민안전과 편의성보다는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경전철 추진계획은 적절하지 않다고 제안한다. 더구나 앞서 언급한 대로 10개의 민간사업자를 둔 도시철도 운영체계가 효과적일지도 검증되지 않았으며, 각기 상이한 요금체계를 운영한다고 할 때 기존 지하철 교통망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지도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서울시의 경전철 도입 계획은 교통계획이라기 보다는 숫제 경전철을 이용한 도시개발계획에 가깝다고 본다. 교통수단이라면, 그것도 대중교통수단이라면 일차적으로 그것이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얼마나 필요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일지를 따져야 한다. 그 다음이 수익성이다. 지금 서울시는 앞 뒤가 뒤바뀌어 있다. 대중교통요금인상 밀어붙이든 경전철 계획도 이대로 밀어붙일 공산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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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6/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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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요청]

 

일제와 독재를 견뎌 온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을 지켜주세요

 

● 일시_ 2015년 7월 1일 오전 10시

● 장소_ 종로구청 앞

 

  1. 무악제2구역은 일제시대부터 ‘현저동 101번지' 서대문형무소 앞에 위치한 옥바라지 여관 골목으로 100년의 시간 동안 일제와 독재정권에 의해 핍박 받아 온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던 곳이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곳입니다.

 

  1. 옥바라지 여관 골목은 종로구청의 골목길 해설사의 해설 코스 중 하나로 종로구가 강조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심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입니다.

 

  1. 그럼에도 이 곳은 무악제2구역으로 묶여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는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1. 박원순 서울시장은 옥인 재개발과 관련하여 역사성의 유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으며 서울시는 일찌감치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재개발 위주의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1. 무악제2구역은 사직제2구역과 함께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성곽의 주변 환경을 이루는 중요한 경관적 가치와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역임에도 아파트 재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기존 재개발의 부풀려진 사업성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를 넘어 공공의 역사문화 자원을 훼손하거나 훼손을 방관하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1. 무악제2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되어 있으며 서울시에 갈등조정 신청이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로구청은 법적 기한인 30일 보다 훨씬 앞당겨 충분한 확인과 검증 없이 관리처분계획을 승인할 방침입니다.

 

  1. 이에 재개발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하여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사업적 측면에서나 역사문화 유산의 보존 측면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무악제2구역 재개발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역사문화유산 보존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코자 합니다.

 

  1. 7월 1일 오전 10시 종로구청 앞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많은 관심과 취재를 요청드립니다.

 

2015년 6월 30일

 

 

무악제2구역재개발비대위, 사직제2구역재개발비대위, 노동당서울시당,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재개발행정개혁포럼, 문화연대, 도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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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06/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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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6일을 넘어서는 송파 가락시영재건축사업에 대한 비리수사 촉구 1인시위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시영아파트는 6,6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로 10년(조합설립 2003년)이 넘도록 한 명의 조합장이 좌지우지하는 사업지다. 서울시가 2012년 종신조합장제를 없앤다고 공언을 했음에도 이전에 구성된 조합에는 소급적용하지 않은 탓에, 이후 4차례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조합장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대규모단지인 탓에 막대한 조합운영비가 소요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추가부담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8년과 2011년에 무리하게 추진된 조기이주로 인해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집을 떠나 전월세를 전전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금융이자를 매월 6~70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는 조합의 전직 사무장이 고발한 비리혐의가 서울동부지검에 고발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작년에 접수된 고발건이 현재에 이르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으며, 이 상황에서 7월초 가락시영재건축사업은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배옥식 씨는 지난 12월 8일부터 매일 동부지검 앞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해왔다(*참고: http://seoul.laborparty.kr/529). 건물청소 일을 하는 배옥식 씨는 새벽에 일을 시작해 일을 마치는 오후 3시 정도부터 1시간 가량을 꾸준히 1인시위를 해왔다. 지난 6월 28일이 꼭 200일이 되는 날이었다(*참고: 100일 경과 관련 논평 http://seoul.laborparty.kr/609). 

노동당서울시당은 가락시영재건출 문제와 함께 양천 신정뉴타운 등 오랫동안 뉴타운재개발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연대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깨닫을 수 있는 것은, 행정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감독 권한만 조기에 활용했다면 장기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서울시나 관련 구청은 마치 정책의 목표가 무슨일이 있어도 뉴타운 재개발은 되어야 한다는 정책목표가 있는 것마냥 주민들의 불만과 지적을 무시해왔다. 그동안 한 것이라곤 형식적인 조합 조사와 경제성 조사가 전부이며, 그것도 시범사업 형식으로 몇 몇 군데에 머물렀다. 

가락시영재건축사업은 강남권의 최대 재건축단지로 원든 원치않든 서울시내 재건축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이 종신조합장이라는 해괴한 구조 속에서 비리로 문들어져가고 있다는 주민들의 고발이 나오고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적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6,600명 가락시영재건축 조합원 중 10%도 재정착이 힘들만큼 분담금 규모가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서울시나 송파구와 같이, 애초 사업허가를 내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배옥식 씨가 서 있는 저 자리는 서울시와 송파구의 행정 부재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그래서 그의 200이 넘는 시간이 안타깝다. 노동당서울시당은 2013년 처음 당사를 찾아왔던 배옥식 씨에 대한 마음 그대로 언제나 연대할 것임을 밝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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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7/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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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도주나 증거 인멸의 위험이 있는 피의자에 대해서만 구속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상식이다. 경찰은 노점상인 김정모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을 적용했다. 이미 지난 5월 노원구청의 고발로 전국노점상연합회 서울북서부지회 압수수색이 이뤄져 대부분의 증거자료가 경찰로 넘어갔고 (http://seoul.laborparty.kr/671), 일부에 대해선 개인에게 반납까지 완료된 상태다. 또한 6월 초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로 지역 노점상과 구청장 간의 합의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니 경찰의 구속수사는 느닷없는 일이다. 


경찰이 구속수사 방침을 적용하면서 어렵게 조성되고 있던 지역합의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김정모 지역장은 지역 노점상들의 대표로서 회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에 열심이었을 뿐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금권이 오갔거나 혹은 구청에서 말하듯 '먹고 살만한데' 노점을 하는 이였다면, 노점상들이 대표로 뽑아주었겠는가? 

수년 째 반복되고 있는 노원구의 노점상 분쟁은 어찌보면 노원구청의 행정편의주의가 빚은 참사에 가깝다. 노원구청은 노점상에 대한 강제철거의 명분으로 언제나 '민원 해소'를 내걸었다. 만약 민원 해소가 행정의 일차적인 목표이고 그래서 모든 민원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노원구는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민원을 통해서 제기하고 있는 뉴타운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법에 보장된 조합원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청장의 관리감독 권한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조합만 보호할 뿐이다. 

경찰이 김정모 지역장에게 묻는 죄는 '특수공무집행방해'다. 일반적으로 '공무집행방해'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해당 공무행위의 적법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국회에서 발동된 경위권에 항의하는 당직자에 대해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되지 않는 최근의 판례를 봐도 그렇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무거운 특수공무집행방해를 김정모 지역장에게 적용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상 괘씸죄이거나 본보기일 개연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미 노점상 양성화와 관련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불시에, 그리고 무리하게 진행하는 공무집행은 설사 적법하다 할지라도 보호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점상은 지역 주민의 생계가 걸려있는 일이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법집행이 무조건 타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김정모 지역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통해 김성환 노원구청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합의를 하는 것과 법 위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합리화가 구청장의 '쫌생이 마음'을 더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구청장은 화합과 조화를 위한 자리이지 주민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혹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본인이 지금 조선시대의 벼슬을 하고 있다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행정편의주의로 환원되지 않는 삶의 고귀함을 믿는다. 어떤 생산수단도 없이 새벽녘 길거리 노점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헌법적 의무가 있는 정부의 일을 대신하는 이들이다. 경찰은 김정모 구역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중단하라. 김성환 구청장은 김정모 구역장의 불구속 수사를 도와라. 이것이 지역갈등을 푸는 첫단추임을 믿는다. [끝]

● 전국노점상연합회 김정모 북서부지역장 탄원서 작성하기 https://goo.gl/CdF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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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7/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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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에서 일하고 싶다면 구글 정책 펠로우십에 지원하세요!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을 여는 오픈넷이 2015년 하반기, 10주간 풀 타임 인턴으로 일할 인재를 모집합니다.

지원자격은 전공에 상관없이 대학원(전문대학원 포함) 재(휴)학생이며, 선발인원은 1명입니다.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인원에게는 총 8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선발된 인원은 8월 초순부터 10주간 오픈넷 사무국에 배치돼 오픈넷이 수행하는 인터넷 정책 관련 실무의 일부를 담당하게 됩니다.

모집기간은 7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이며, 지원서 접수는 인터넷을 통해 받습니다. 제출서류 및 자세한 사항은 오픈넷 홈페이지(http://opennet.or.kr/933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픈넷은 2014년부터 구글(Google)의 정책 펠로우십(http://www.google.com/policyfellowship/) 프로그램의 호스팅 기관으로 선정되어 2014년 여름에도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올 여름에도 인터넷 정책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오픈넷은 그 외에도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첨부. 구글 펠로우 모집 안내문

[오픈넷 2015 구글 정책 펠로우 모집 안내]

오픈넷이 2015년 하반기 10주간 풀 타임 인턴으로 일할 인재를 모집합니다.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오픈넷과 함께 보람찬 여름을 보내고자 하는 학생 여러분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 오픈넷은 2014년에 구글(Google)의 정책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호스트로 선정되어 2014년에도 펠로우와 같이 일한 바 있습니다. (구글 정책 펠로우십 안내: http://www.google.com/policyfellowship/)

 

■ 선발인원 및 지원내용

∘ 선발인원: 1명

∘ 지원금액: 총 800만원(세액 공제 전)

 

■ 지원요건

∘ 대학원(전문대학원 포함) 재학생, 휴학생

∘ 전공 무관

∘ 인터넷 정책 및 오픈넷 활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열정

∘ 인터넷 정책과 관련 우수한 분석 능력, 의사소통 능력, 글쓰기 능력, 외국어 능력

 

■ 수행기간 및 업무내용

∘ 근무기간: 2015년 8월 초순부터 10주간 (협의에 따라 시작, 종료일 일정 변경 가능)

∘ 근무시간: 월~금 (주5일, 평일 근무), 오전 10시~오후 6시

∘ 근무처: 오픈넷 사무국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50길, 62-9, 한림빌딩 402호)

∘ 업무내용:

- 오픈넷이 수행하는 공익소송, 입법제안, 정책보고서 기획, 조사 및 연구 업무 참여

- 오픈넷이 주최하는 각종 세미나, 정책캠페인 기획, 수행 및 보고 업무 참여

 

■ 추진일정

∘ 신청 및 접수: 2015년 7월 1일(수) ~ 7월 20일(월) 자정 마감

∘ 제출처: [email protected]

※ 접수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제출 시 제목은 “구글 정책 펠로우십 지원(이름, 소속)”으로 기재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원서류>

1. 지원요건을 설명하기 위한 자기소개서 1통(자유양식, 분량 제한 없음)

2. 재(휴)학증명서 1통

※ 제출서류는 PDF 양식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향후 일정 안내

접수(7/1~7/20) > 서류심사 > 면접심사 > 선발(7월말)

※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 합격자 발표는 합격한 분들에 한해 개별 통지됩니다.

※ 상기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문의

오픈넷 사무국 T. 02-581-1643 E-mail. [email protected]

수, 2015/07/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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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일제와 독재를 견뎌 온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

아파트 재개발로 인한 소멸 위기에서 지켜져야 한다.



최근 일제 강제징용의 뼈아픈 역사가 서린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라고 허물어져야 하는 것도 보존의 가치가 작아지는 것도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며 인간의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더더욱 강하게 역설하고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그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논란은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모색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그 물음을 조금은 다르게, 하지만 비슷하게 다시 한 번 마주치고 있다. 무악제2구역재개발로 인한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 그 물음이다.


1907년 일제의 조선통감부가 지은 서대문형무소(당시 ‘경성감옥’)는 1911년 105인 사건으로 수감된 수많은 독립 운동가,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다 체포된 김좌진, 그리고 김구, 강우규, 유관순과 민족대표 33인을 비롯한 삼일운동 참여자들이 수감된 바 있는 일제 시대 고난과 핍박의 현장이다. 또한 해방 직후에는 친일세력들이, 건국 이후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피흘려 싸우던 이들이 수감되거나 목숨을 잃은 현장으로써, 근현대사의 부침을 그대로 겪어 온 가슴 아픈 현장 중 하나이다. 이에 더해 시국과 관련되지 않은 수많은 ‘잡범’ 중 한 명이었던 지강헌은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 보다 높은 형량의 억울함으로 탈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서대문형무소 마룻바닥에 못으로 쓰여 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글씨는 조용히 그들의 옥바라지를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이들이 머물던 옥바라지 여관 골목을 가리키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바로 앞에서 ‘현저동’이라는 같은 지명을 공유하던 옥바라지 여관 골목은 1970년대 종로구 편입과 함께 무악동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지명만 바뀌었을 뿐 서대문형무소와 여전히 마주보며 골목과 여관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새벽과 함께 시작되는 사형 집행에 입회하기 위해(참조기사 1), 혹은 부당한 형 집행을 막기 위해 머물렀을 그 여관방 하나하나를 말이다. 서대문형무소와 옥바라지 여관 골목은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강하게 묶여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대문형무소만 기억할 뿐 형무소에 억울하게 수감된 이들을 불철주야 옥바라지 하느라 드나들었을 이들의 간절한 삶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서대문형무소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소식에도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악동 옥바라지 여관 골목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역사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 선택적으로 그 일부를 백안시 하는 것은 문화유산과 역사성의 보존을 위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주변 환경의 보존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무악동은 서대문형무소는 물론이고 서울시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한양도성(서울성곽)의 주변 환경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점이다. 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우리가 잃는 것은 일제와 독재를 견뎌 온 옥바라지 여관 골목 뿐만이 아닐 수 있음을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의 무악동은 조선의 천도 과정에서 정도전과 무학대사가 도성 경계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곳이다. 도읍의 성곽은 유교이념과 풍수지리를 바탕에 두고 축조되었으며, 그 입지와 좌향은 주변을 이루는 경관적 요소와 강하게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도성 주변의 경관은 도성 그 자체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가운데 이미 성곽 바로 아래에서 신축 공사가 한창인 돈의문뉴타운 건설현장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현재진행형 실패의 대표적인 예이다. 성곽 주변 환경의 훼손으로서는 물론이고 경기감영과 영은문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역사 유적들이 아파트 신축으로 한 순간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월암동 바위조차 기념물로 지정된 바위글씨만 남긴 채 재개발 과정에서 바위 전체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남겼다(참조기사 2).


성곽을 가운데 두고 돈의문뉴타운 반대쪽으로는 사직2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에서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무악제2구역과 더불어 600년 도읍의 성곽을 결정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는 재개발 사업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모순이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신설하면서 등재 취소가 된 독일 드레스덴의 엘버강 일대의 예는 바로 지금 더더욱 선명하게 상기되어야 하며,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타산지석의 선례로 재확인 되어야 한다.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은 서대문형무소에서 형 집행을 기다리던 독립운동가와 민주투사들, 혹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괴로워했던 ‘잡범’들 처럼 재개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가슴 타는 초읽기를 하고 있다. 일제와 독재를 견디며 100년이 넘도록 서대문형무소 주변을 드나들었던 이들의 발자취로 남아있는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 엉뚱하게도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참조기사 3).


역사를 철거하고 아파트를 얻겠다는 기존의 개발 문법을 넘어 역사와 보존, 그리고 생활환경 조건의 향상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함께 상승하는 새로운 도시의 문법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과 주거재생사업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아파트 재개발의 패러다임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건은 관에서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역사성의 보존과 주거재생에 적극적으로 나서는가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옥인동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과 관련하여 경관과 역사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참조기사 4). 이어 올해에는 역사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피력하였다(참조기사 5). 쉽지 않지만 환영할 일이고, 끊임없이 대안을 강구하고 실현시켜야 할 일이다.


무악제2재개발구역은 5월 23일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을 통과시켰다. 이어 구청과 협의를 거쳐 지난 17일 관리처분계획을 구청에 접수하였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 분양신청자와 현금청산자의 비중이 크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일반 분양가가 시세 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사업성이 부풀려진 탓에 조합원의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될 개연성이 높은 점 등을 두고 조합 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 측에서는 서울시와 종로구청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검토 요청 및 갈등조정 신청을 접수하고 접수된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정보공개청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확인과 검증 절차에 돌입하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로구청은 돌이킬 수 없는 문화유산 훼손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재개발의 관리처분계획을 조합원의 문제제기 조차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졸속적으로 인가를 내어주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의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의 정보공개청구와 갈등조정신청이 예고되자 법적으로 정해진 기한인 ‘30일 이내’ 보다 현저하게 재촉하여 인가를 결정하여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무마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물론 깊은 역사성이 깃들어있는 문화유산을 아끼는 이들로 하여금 심대한 우려스러움을 넘어 당혹을 금치 못하게 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종로구청은 관리감독 및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담당 관청으로서 무악제2구역 재개발 관리처분계획을 둘러싼 갈등 조정에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이며, 제기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수반되기 전에는 재개발 갈등 심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인허가를 경솔하게 서둘러서는 안된다. 더불어 한 번 사라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문화 자원의 결정적 훼손에 분별없이 손을 들어주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것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재개발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물론 역사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들도 근현대사의 역사문화유산 중 하나인 무악제2재개발구역의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의 보존 여부를 주시할 것이다.



2015년 7월 1일


무악제2구역재개발비상대책위원회, 사직제2구역재개발비상대책위원회, 노동당서울시당,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재개발행정개혁포럼, 문화연대, 도시연대


20150701_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 재개발 반대 공동 기자회견.pdf



[참조기사 1]

인혁당 사형 참관 목사 “박근혜가 유가족에 사과해야…”, 한겨레, 2012.9.11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1248.html


[참조기사 2]

종로 월암바위, 뉴타운 개발로 훼손위기, 내일신문, 2014.7.14.

www.naeil.com/news_view/?id_art=114414


[참조기사 3]

옥바라지 아낙들의 기거...'100년 여관 골목'을 보다, 오마이뉴스, 2015.2.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0598


[참조기사 4]

박원순 "정몽준 사실 아닌 것 갖고... 정말 답답", 오마이뉴스, 2014.5.2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6468


[참조기사 5]

박원순 시장, “옥인동 ‘윤씨 가옥’ 역사성 살리겠다”, 한겨레, 2015.5.28.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93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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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7/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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