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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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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7/08/04- 16:52

조기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4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개인 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휴대전화에 회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거부한 KT 노동자에게 내린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그것입니다.

소송을 낸 이는 KT 노동자 이영주 씨입니다. 그는 1995년 통신기술직으로 입사했다가 2014년 명예퇴직을 거부한 이후 CFT(현 업무지원단)에 배치됐습니다. 이 씨는 무선품질 측정 업무를 맡게 됐는데 회사 측은 이 씨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습니다(KT 업무지원단 운영 실태에 대한 내용은 “해고가 쉬워지는 나라, 당신의 의자는 안전할까” 방송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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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앱을 설치할 경우 사측 관리자가 이 씨의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 연락처와 문자 메시지 정보는 물론 현재 위치, 달력일정, 계정과 사진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회사가 맘만 먹는다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씨는 앱 설치를 거부했고 사측은 성실의무 위반과 조직내 질서존중 위반 등의 사유로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씨는 징계 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회사의 업무지시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

소송을 낸 지 1년 7개월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과학기술이 진보하면서 기업의 노동감시 활동이 전자장비와 결합해 확대됨에 따라 노동자의 인격권·사생활 침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서비스 제공자(사용자)가 단말기 정보를 얼마나 수집하고 어디까지 활용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업무 지시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씨가 회사측과 불편한 관계를 감내하면서까지 앱 설치를 거부했던 이유는 뭘까요? 힘없는 노동자도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가 있고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은 사람이 사는데 인권은 공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잖아요. 노동자의 인권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이지, 자기 스스로 인권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런데 ‘너희들은 내가 안 보면 일을 안 할 거야‘ 그런 식으로 사람답지 못하게 감시당하고 통제당하고…

이영주 / KT 업무지원단

최근 들어 노동 현장에서 감시 논란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갈수록 첨단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를 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동의 절차도 없이 사무실 출입구에 CCTV를 달아놔도, 업무용 차량에 위치를 추적하는 GPS 장치를 설치해도 사측에 항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측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게 뻔한데다 인사 불이익은 물론 자칫 해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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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에 일하는 A/S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도 취재했습니다. A/S 노동자들은 월별로 평가받은 점수가 미달할 경우 경고장을 받고 이것이 누적되면 반성문 같은 대책서를 써 제출하도록 요구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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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적 평가 항목에는 A/S 기사들의 능력밖의 항목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령 삼성전자 제품 자체의 하자로 인한 고객 불만이나 표준 단가가 이미 정해져 있어 A/S 기사들에게 재량권이 없는 수리비 청구에 대한 불만 사항도 A/S 기사의 책임으로 물리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든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해고될 수도 있다는 각서까지 쓰게 한다고 합니다. 올해 5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팀장과 A/S기사 사이에 오간 대화의 일부입니다.

A/S기사 : 이 이상 더 쓸 게 없습니다.
팀장 : 그럼 뭐 개긴다는 거야? 나는 너랑 같이 일 못한다고 분명히 얘기했어, 그치?
A/S기사 : (고객 불만) 또 뜨면 그만 두겠습니다 이런 거 적어야 돼요? 그렇게 못 해요.
팀장 : 그럼 계속 (고객 불만을) 띄운다는 거 아냐.
A/S기사 : CMI(고객만족) 하나 잘 못하면 내가 그만 둬야 됩니까? 내가 왜 그런 것을(각서) 적습니까?
팀장 : 왜 안 적는데?
A/S기사 : 그렇게 못 적습니다.
팀장 : 노동부에다 신고 할 거 아냐? 그럼 내가 뭘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냐. 부당 노동으로 해고했다고 갖고 오라고 할 거 아냐.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냐?

직장동료 앞에서 자기반성과 복명복창 등 ‘공개적인 망신주기’

실적이 저조한 A/S 기사들은 직장 동료를 앞에서 ‘복명복창’을 해야 합니다.

누적점수를 한 번 봐 볼까요, 이 세 분들, 000씨가 88점 잘 한 건가? 고객이 고장 원인 내역설명을 잘 못 들었다는 얘기야 고객이. 시작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협력업체 팀장

팀장의 ‘시작’과 함께 지적을 받은 서비스 기사 3명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3번 외쳐야 합니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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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적 평가가 낮은 이들은 직장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기 반성을 발표해야 합니다. .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해서 (고객이) 깎아달라고 했는데,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게(고객 불만) 5번이 떴거든요. 불만이 떠서 정말 죄송하고요. 앞으로 (불만) 뜨지 않게 신경 써서 잘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제작진은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센터 2곳에서 각각 지난해 1월과 올해 7월 A/S 기사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자기반성과 복명복창 행위가 이뤄졌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게 됩니다. 인권 단체나 노동 단체는 전형적인 ‘공개적인 망신주기’ 행태라며 노동자의 존엄성을 무시한 비인간적 처사라고 말합니다.

노동자로서 존엄 혹은 인권에 대한 존중을 느끼면서 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굴욕감을 줘서 망신을 당하신 분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자기는 저렇게 망신을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것까지 낳게 되거든요.

명숙 /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현장에서 전자 감시와 공개적인 망신주기 등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계가 급한 노동자들은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아 뚜렷한 개선책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노동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촬영 심재엽
글 구성 이조훈
취재 연출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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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8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실(위원장 노웅래)이 주관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하는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 PDF: 토론문(2)_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그 해법은_오픈넷 박경신

우리나라 인터넷 접속료: 과대소득을 올리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역차별 해소와 해외 기업 망이용료 주장들은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소득은 올리고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소득 과세 문제를 따져보자. 기업은 전 세계에 재화와 용역을 수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수출 기업은 외국에서 소득을 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현지 정부에 소득세를 내지는 않는다. 소득세는 소득을 올리기 위한 행위가 어디에서 벌어지는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는 국제 세법의 상식이고 이중과세를 방지한다. 구글·페이스북의 국내 소득에 대해 과세하려면 현대, 기아 자동차의 미국 내 소득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되는 ‘구글세’는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의 성격을 전제로 하고 새로운 국제 세법을 만들려는 OECD의 논의가 마무리돼간다.

이 외에 살펴볼 것은 국내 망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접속료이다. 보통 인터넷접속료는 Mbps당 가격으로 비교하는데 우리나라는 $9.22로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남 (Telegeogrphay 2018자료)”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예상되는 통신사 반박은 “아시아지역 평균보다는 낮다”는 것인데 아래 Figure 4와 Table 4(2013년)를 보라.1) 마닐라나 뭄바이 등은 접속료가 매우 높다. 이들 도시들을 비교대상으로 할 것인가? 우리나라보다 낮은 홍콩, 싱가폴, 일본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인터넷접속료는 세계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드는데 왜냐하면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무정산직접접속(peering)을 더 많이 하면서 또는 무정산직접접속이나 중계접속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IX에 접속하는 망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각 망사업자들이 자신들의 고객인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전 세계 라우터들과의 인터넷접속을 제공하기 위해 더 높은 망 가치를 가진 망사업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중계접속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Telegeography의 2018년 보고서2)를 보면 일본은 2불/mpbs, 싱가포르 1불 39센트/mbps로서 우리나라의 $9.22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뭄바이도 가격이 떨어져 이제 한국보다 더 싸다(2016년 자료).3)

그 원인은 무엇일까? Figure 5를 보라. 통신사 경쟁상황과 GDP대비 인터넷접속료가격의 상관관계를 보라.4)

결국 우리나라의 높은 인터넷접속료는 우리나라의 시장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즉 대기업 3개사가 모바일의 100% 및 유선 85%를 과점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3년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보고서https://www.unescap.org/sites/default/files/Discussion%20Paper-Transit-…

2) https://blog.telegeography.com/outlook-for-ip-transit-prices-in-2018

3) Brianna Boudreau, Senior Analyst, TeleGeography http://www2.telegeography.com/hubfs/2017/presentations/telegeography-pt…

4) 전게서, 2013년 UN보고서

 

[관련 글]

수, 2018/12/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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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는 사단법인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제기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 12. 4. 선고 2017가합401488 공개 청구의 소). 판결의 취지는 이동통신사는 이용자에게 착신 전화번호를 포함한 착신내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착신 전화번호가 제3자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착신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발신내역만 제공해왔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2017년 2월 주식회사 케이티를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첨부 소장 참조). KT에서 개인정보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서비스를 통해 개인정보 열람 신청을 하자 KT가 수집하고 있는 개인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KT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의하면 KT는 아래와 표와 같이 매우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에게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 주소, 아이디, 결제정보만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보유여부만 O, X로 표시해서 제공했다.

KT 개인정보처리방침(필수항목) (출처: KT 홈페이지)
KT 개인정보처리방침(선택항목) (출처: KT 홈페이지)

고객센터 등을 통해서 수차례 구체적인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청했으나,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최후의 수단으로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거의 2년에 가까운 지난한 소송의 과정에서 조정 등을 통해 KT는 발신내역(발신전화번호, 통화시각, 사용도수 등), 접속 IP 등 다른 정보는 불완전하나마 제공했으나, 착신내역만은 착신 전화번호가 제3자의 개인정보란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결국 공개 청구 개인정보를 ‘착신내역’으로 한정하는 청구취지 변경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통사는 이용자의 요구가 있을 시 착신 전화번호를 포함한 착신내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장을 강화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픈넷은 빠른 시일 내에 소송 과정에서 제공된 개인정보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9년 1월 1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 참가자를 찾습니다. (2016.01.18.)

목, 2019/01/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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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 때였다. 경상남도는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남도민과 학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홍준표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까지 일어났다.

새학기를 앞둔 2016년 3월부터 중단됐던 무상급식이 재개됐다. 그러나 여전히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언제 또 다시 급식이 중단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현행 무상급식은 관할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시행돼, 지자체의 ‘선택 사항’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 급식 관련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무상급식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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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1년 만에 다시 재개된 경남도의 무상급식은 앞으로 어떻께 될까?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재개의 현장을 다녀왔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공개 : 3월 18일(금요일) 업로드
매주 토요일 밤 11시 시민방송 RTV

 

목, 2016/03/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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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적인 ‘역외적용’론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국내 인터넷 사업자는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 사업자는 동일한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업자에게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 같은 주장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다.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만 있으면 30일간 게시물을 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제도,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삭제차단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 우리 국민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로서 자본금 1억원 이상이면 무조건 신고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가 그렇다. 또 불법물을 사전차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조항들, 청소년유해물도 아닌 인터넷게임을 하려는 성인들도 실명 확인을 하라는 인터넷게임실명제, 이들 실명제를 위한 온라인상의 본인 확인 방식도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고비용의 휴대폰 본인 확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강요하는 본인확인기관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PC방을 포함한 모든 스타트업들의 전용회선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는 발신자부담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모든 온라인 결제와 행정민원 서명에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공인인증서제도,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청소년은 잠을 자야 한다는 폭력적인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셧다운제, 진실이나 감정 표현도 불법물로 분류하는 명예훼손 법규가 국내 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이 법들이 공익적으로 좋은지 안 좋은지를 지금 다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제들이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있으면서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역외적용론’은 마치 미국에서 1950년대에 법률로 유색인종들은 기차와 버스의 앞에 못 타게 했는데 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들도 기차와 버스의 앞에 못 타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부르면서 외국기업에 부담을 돌리려 하는가? 갈라파고스제도로 사고를 쳐놓고 갈라파고스적인 해법을 내놓는 형국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법들 모두 애시당초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터넷 기업에 적용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어느 법도 그 적용이 국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2009년 구글이 유튜브의 한국세팅에서 게시기능을 떼어냈던 이유는 당시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실명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당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또 해외 인터넷 기업들은 국내망을 통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없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사업자에 대한 권한을 통해 불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불법영업을 하는 외국 웹사이트를 차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구글 본사가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를 안 한다고? 전기통신사업법상 징역 2년에 처해지는 범죄이고 유튜브 사이트는 이를 ‘교사 방조하는 정보’이므로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차단하면 된다.

법도 있고 집행력도 있는데 외국업체에 대해 집행하지 않는 이유는 규제당국 자체가 규제가 너무 갈라파고스적임을 알고 있어 집행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역차별’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임시조치제도 등 갈라파고스적 제도들을 없애서 규제환경을 국제수준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을 대표한 이상적인 발언이 나왔다. “규제가 규제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역차별 논의 반대한다.” 역차별론으로 더 이상 국민을 가두지 말라.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19.01.03.)

월, 2019/0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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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I 필드 차단 기술을 도입하여 https 보안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불법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했다.   

망사업자를 통한 접속차단 시스템이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URL 차단, IP 차단, DNS 차단 기술을 이용한 접속차단 역시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을 읽고 워닝 페이지로 접속되도록 변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술의 도입으로 국가기관의 요청에 따라 망사업자가 관리, 통제하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 영역이 SNI 필드까지 확장되었다.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 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 차단 방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다. 이렇듯 규제를 이유로 이용자의 보안접속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지속하면 국가기관 스스로 국민의 인터넷 보안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물론 접속차단이 곧바로 개별 이용자들의 패킷이나 접속기록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용자의 패킷을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형식의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또한 불법감청은 아니라고 하여도, 이러한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보다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신의 통신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통제되거나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차단 대상 사이트가 성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음란물 규제 찬반 양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듯이 보이나, 접속차단 대상은 비단 음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는 모든 불법정보 및 불법에 이르지 않는 유해 정보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포쉐어드’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며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는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차단했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명은 ‘과도한 욕설’ 사용을 이유로 접속차단 결정을 받았었다.

불법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함부로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사이트 차단은 그 안의 합법적인 정보까지 모두 차단되는 과검열, 과차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보고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만에 번복한 해프닝도 있었다.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결정은 한해 평균 15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터넷 심의 제도로 인해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터넷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접속차단 기술의 강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이렇듯 과도한 심의 제도와 맞물려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위험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터넷 이용자의 보안과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접속차단 시스템을 재고하고 광범위한 인터넷 심의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가길 바란다.

2019년 2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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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9/02/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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