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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칼럼 양승태대법원 특집⑦] 대법원, 민주화의 이름으로 비수를 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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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칼럼 양승태대법원 특집⑦] 대법원, 민주화의 이름으로 비수를 꽂다

익명 (미확인) | 목, 2017/07/27- 15:27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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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15. 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 / 곽노현

06. 21. ② 제주해군기지 사건과 환경민주주의 / 김필성

06. 28.  '시효' 의 장벽 뒤에 은폐되는 국가책임 / 이상희

07. 05. ④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 / 김태욱

07. 12. ⑤ 키코(KIKO) 사건 판결의 재조명 / 박선종

07. 24. ⑥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한 시대착오적인 판결 / 임재홍

 

[광장에 나온 판결] 문인간첩단 사건(2015.1.22.선고 2012다204365판결, 전원합의체)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박보영, 조희대, 권순일, 김신, (다수의견)/ 이상훈, 김용덕,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소영(소수의견)

 

대법원, 민주화의 이름으로 비수를 꽂다

 

변호사 조영선 

 

너무도 짧은 봄날

 

대법원 긴급조치 제1호 위헌판결(2010.12.16.선고 2010도5986 판결)은 1970년대 유신긴급조치 시대에 대한 첫 사법적 단죄였다. 긴급조치를 발동할 상황도 목적도 아니었고, 박정희 군사정권의 정권연장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음이 30년 넘어 때늦게나마 확인된 것이다. 과거 긴급조치 정찰제 판결을 했던 사법부가 비로소 자기 판결로써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몸부림을 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과거 한국전쟁 전후 울산 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한 뒤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를 인용하였다(대법원 2011.6.30.선고 2009다72599판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긴급조치 사건, 재일동포 사건 등 많은 과거사 문제의 법률적 쟁점이었던 소멸시효, 법률의 위헌 여부, 입증정도 등에 관한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봄날은 너무도 짧았다. 

 

2011. 9.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출범하다 

 

울산보도연맹 사건 이후 법원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에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결정이 있은 때까지를 시효중단으로 보고 3년 시효를 적용하여 피고 대한민국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도 민간인 학살사건(2013.5.16. 선고 2012다02819 전원합의체)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소멸시효를 6개월로 단축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도 진화위 결정 후 3년으로 판시함으로써 퇴행의 전초를 마련하였다. 결국 고문ㆍ폭행, 증거 조작에 의해 파출소장 딸을 강도ㆍ살인하였다는 누명을 쓴 채 15년을 산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단 한 푼의 국가배상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더니, 이른바 1970년대 여성 노동조합운동의 상징이었던 동일방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2014.3.13.선고 2012다45603판결)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재판상 화해규정을 적용하여 기각하였다. 이후 원풍모방 노동자 사건(2014.4.30.선고 2012다202192판결), 문인간첩단 사건(2015.1.22.선고 2012다204365판결, 전원합의체, 이하 ‘비평대상판결’이라 한다), 그리고 백기완 사건(2015.7.23.선고 2015다212695판결) 등 수많은 긴급조치 사건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현재까지 부인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대법원(2015.3.26.선고 2012다48824판결)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써,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마저 부인하였다. 이로써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이유로,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화해규정에 의해 이중 삼중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대부분 국가배상 청구를 부인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긴급조치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은 대법원이 연출한 과거사 퇴행의 백미라 할 것이다. 

 

대법원, 민주화의 이름으로 비수를 꽂다


비평대상판결 다수의견은 민주화운동관련자가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위원회가 결정한 보상금을 받았다면 그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어떤 피해보상도 더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상금 지급 이후 원고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아 그 억울함이 밝혀졌더라도 말이다. 

 

애초에 민주화보상법은 2010. 1. 12. 제정할 때, 5.18 보상법과 동일하게 진상규명과 실질적 보상을 전제로 재판상화해규정을 두었던 것인데, 5.18보상법과 같은 실질적 보상은 되지 않고 재판상 화해 규정만 삭제되지 않은 채 유령처럼 남게 된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2013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 화해 주장을 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피고 대한민국이 보다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사실 피해자는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보상청구 당시 나중에 형사재심과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비평대상판결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보상금 등을 받았을 때 나중에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무죄가 선고되는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그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더라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까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타당하다. 소수의견은 적어도 동의 이후 재심무죄,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정까지 포함해서 청구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이후의 정신적 위자료 청구까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화보상법에 의하면 변호사 등 전문직, 일정 직급 이상 공무원, 일정소득 수준 이상의 피해자들은 보상 등을 받을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곤궁하여 보상금 등을 받은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여유가 있는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재판상화해규정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곤궁한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알량한’ 몇 푼 보상 등을 받고 국가배상청구권을 빼앗긴 것이다. 

 

보상과 배상이 헌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다른 성격임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결국 비평대상판결 다수의견은 위헌적인 민주화보상법 재판상 화해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재판상화해, 헌법재판소에서 잠자다 

 

그래도 용기 있는 판사는 있기 마련이다. 지난 2014.6.11. 서울중앙지방법원(2014카기50515결정)은 ‘재판상 화해규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하게 재판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고, ‘실질적 보상 없이 생활지원금 5천만 원 한도에서 지급하면서 재판상화해까지 적용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재판상 화해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를 제청하였다.

 

그런데 굳이 ‘용기’라고 하는 것은 2013년 이래 대법원의 위와 같은 퇴행적, 반역사적 판결에 대해 하급심의 침묵이 너무도 길기 때문이다. 손꼽을 몇 개의 판결을 제외하고 누구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대법원 판결에 대들지 않았다.  

 

결국 민주화보상법 상 재판상화해규정의 위헌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다. ‘용기 있는’ 재판부가 위헌제청을 한지 3년이 넘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헌법재판소의 ‘용기(?)있는’ 전향적 결정을 학수고대한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다른 법률에 따른 보상 등과의 관계 등) ② 이 법에 따른 보상금등의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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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21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2018년 1월 8일(월)부터 2월 14일(수)까지 6주 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27명의 청년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청년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배우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직접행동도 직접 기획하고 실천합니다. 이번 후기는 조민재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

 

* 청년공익활동가학교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그 동안 방중마다 실시되었던 참여연대 인턴프로그램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청년들의 공익활동을 위한 시민교육과 청년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배움 공동체 학교입니다.  >> 청년참여연대 더 알아보기(클릭)

 

 

“만약 건축가가 독단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가 건축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시각적 유희의 형태·이것을 만들어낸 기술적인 재주나 솜씨 그리고 건축가의 이름뿐일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눈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우리를 의미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 하고,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변화시키지도 못할 것입니다.” 

 

 건축가 김명식 씨가 펴낸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라는 책의 일부입니다. 

 

 지난 1월 24일 저는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1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쟁기념관 그리고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두 곳은 모두 전쟁 때문에 빚어진 역사를 기억하는 곳이지만 정 반대의 성향을 갖는 곳입니다.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21기 활동 중 가장 보람 있는 체험 중 하나였습니다.

 

 

 상승의 기억, 전쟁기념관

 

 선열들의 위국헌신을 기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는 호국안보 교육의 장. 전쟁기념관의 설립 목적입니다. 저는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혼란스럽고 씁쓸했습니다. 군을 필두로 한 ‘애국자’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평화란 무엇일까. 전쟁에 뒤따르는 부속에 불과한 것일까. 어쩌면 사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햇빛이 기념관 앞 광장에 부딪혀 밝게 빛났지만 마음 한 편엔 오히려 그늘이 짙게 드리웠습니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21기 후기 사진  청년공익활동가학교21기 후기 사진

 

기념관은 정문에서부터 계단을 올라 꼭대기까지 올라오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건물에 오르기까지 관객은 용사상, 수많은 부대의 깃발, 전투를 묘사한 부조와 마주합니다. 기념관 입구에 다다르면 6·25 전쟁 등에서 숨진 전사자의 명패가 저 끝까지 이어져 관객을 압도합니다. 

 

기념관은 9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3개가 6·25 전쟁에 관한 전시실입니다. 6·25 전쟁실I부터 들어가 봤습니다. 해설사가 초등학생들에게 북한의 남침 배경을 설명하는데 어떤 말이 귀에 박혔습니다. ‘살인병기 조선의용군’ 조선의용군은 1940년대 중국 본토와 만주에서 일제에 맞서 싸운 군대입니다. 그러나 해방 후 남한이 아닌 북한을 택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닌 살인병기로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21기 후기 사진  청년공익활동가학교21기 후기 사진

 

 Ⅰ·Ⅱ·Ⅲ 전시실까지 각각의 전시실에는 전쟁 유물과 시청각 자료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이 6·25의 발발부터 휴전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체험하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우리 국군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의도한 결과입니다. Ⅱ전시실은 특히 그런 의도가 민망할 만큼 강하게 드러나는 곳인데요. 

 

 국군의 북진 섹션으로 가는 길은 바닥이 오르막으로 되어 있고요. 중공군의 개입과 흥남 철수 섹션으로 넘어갈 때는 바닥이 내리막입니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진격과 후퇴의 감정을 느끼고 동화되도록 설계한 것이죠. 

 해외파병실·국군발전실 등 다른 전시실도 영웅주의와 애국심을 인위적으로 고조시키는 장치투성이였습니다. 전쟁의 장면을 컴퓨터 게임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백린연막탄 등 비인도적 무기가 버젓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공습·학살·성범죄 등 국가 공권력의 폭력과 이로 인한 피해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베트남전 섹션의 경우 라이따이한 같은 우리 군의 그림자 대신 “백 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로 대표되는 선한 부분만이 전시실을 채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21기 후기 사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추모하고 북한의 잔혹함을 규탄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선과 악, 규범과 비규범, 이성과 비이성이 충돌하고 혼재돼 있는 전쟁의 역사 가운데 자랑스러운 역사만을 편집해 보여준다는 데서 전쟁기념관의 문제가 비롯됩니다. 이런 편집으로 인해 전쟁 공간 속 각각의 인간들은 전쟁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소품 혹은 박제에 머무릅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의심을 하면 사상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전시관 안에서 ‘멸공 전쟁’을 유일한 길이라 인식하고 돌아갑니다. 전쟁기념관은 그렇게 오늘도 목표 달성을 위한 개인 억압을 정당화하고 부당한 권력의 역사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좋은 기억만 갖고 북쪽을 향해 상승 북진하는 뾰족한 화살표가 되어야 하는 걸까. 답답했습니다. 

 

 

 

 눈높이에서의 기억,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화살표로 빗대볼 때 앞서 둘러본 전쟁기념관이 위를 향한다면 이곳은 아래를 향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려면 눈높이를 맞춰야 하죠. 그럼 무릎을 굽히든 아니면 앉든 시선과 몸이 아래를 향하게 돼 있습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즉 ‘위안부’란 이름으로 끌려가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묻어둔 이야기를 자리에 앉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이곳은 관람 동선 또한 아래를 향합니다. 총성과 군홧발 소리가 가득한 계단을 내려가면 피해자 할머니들의 말씀들이 벽돌에 박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인데 일본 정부는 왜 증거가 없다고 합니까!” 하는 말씀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180124 청년공익활동가 학교 21기 수요집회, 전쟁기념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방문  180124 청년공익활동가 학교 21기 수요집회, 전쟁기념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방문

 

저를 분노하다 못해 가슴 저리게 한 것은 우선 당시 일본군에게 지급된 콘돔이었습니다. ‘돌격 1호.’ 여성을 욕구 해소의 대상 내지 소모품처럼 취급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물건이죠. 두 번째는 故 정서운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 정말이지 “그 말을 어디다 다 할꼬.” 또 생계유지를 위해 미군을 상대하는가 하면 매독을 치료하지 못 해 기형아를 낳는 등 할머니들이 해방 후에도 빈곤과 후유증, 사회적 차별에 시달렸다는 점을 처음 알았습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돌아가는 길에 관람을 같이 한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일본 정부는 언제 제대로 사과를 할까요?” 저희 둘은 씁쓸하고 막막한 마음에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 했습니다. 

 

 

 

이날은 수요일이었습니다. 섭씨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도 어김없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가 열렸고 저도 함께했습니다. 바람도 몹시 불어 너무도 손이 시리고 추웠지만 길을 가득 채운 시민들, 친구들과 같이 구호를 외치니 속에서부터 열기가 올라왔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 대사와 아베 총리가 우리의 외침은 아랑곳 않고 한가로이 점심을 먹고 있을 모습이 떠올라 피켓을 더 높이 들었습니다.  

 

180123 청년공익활동가 21기 여성혐오와 한국사회 및 수요집회 준비  180123 청년공익활동가 21기 여성혐오와 한국사회 및 수요집회 준비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고 그보다 아시아-태평양전쟁, 6·25전쟁,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의 머릿속은 여전히 생생한 전쟁터니까요. 피해자들은 국가 공권력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을 하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요지부동입니다. 일본 정부만 봐도 그렇죠. 군이 개입한 정황 등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10대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과는커녕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국내와 베트남에서 공권력에 의해 죽거나 다친 이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간접 관할하는 전쟁기념관은 군의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은 철저히 배제한 전시를 하고 있고요. 미국 뉴올리언스의 2차대전박물관이 승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흑인과 일본계에게 가해진 차별, 전쟁이 가정에 끼친 영향을 전시에서 다루고 있는데 말이죠.  

 

180124 청년공익활동가 학교 21기 수요집회, 전쟁기념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방문

 

저는 한낮 내내 수요시위와 박물관들을 들르면서 꽉 막힌 현실 그리고 작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열리지 않는 일본대사관의 문을 보면서, 인물과 사건을 임의로 재단하고 심지어 없었던 일 혹은 신나는 일 취급하는 전쟁기념관을 관람하면서는 벽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바뀌는 건 없고 전쟁 피해자들의 시간은 가고 있다 생각하니 어쩜 그리도 길이 안 보이고 아득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여럿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보고 나니 한편에는 피해자들의 피와 눈물을 닦아주고 강자의 논리에 오염된 사회를 씻어낼 맑은 샘이 있구나 싶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물러 터진 제 자신에게 다짐해 봅니다. 전쟁이 났을 때, 아니면 평범한 일상에서 저나 주변의 어떤 이가 인권과 행복을 부당하게 빼앗긴다면 최소한 침묵하지는 않겠노라고 말이죠. 때로는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인간이니까요. 

 

 

월, 2018/02/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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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로부터 3차례 부당 해직된 손병돈 교수
교원소청심사위로부터 3번째 해직 취소 처분 받아”

사학비리 심각한 수원대, 즉시 공익이사 파견 통한 정상화 추진되고 
해직교수 전원의 즉각적인 복직 및 명예회복 조치 이루어져야

 

1.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불법 비리를 고발해 지난 8월 31일 3차 재임용거부 처분(부당 해직)을 받은 손병돈 교수가 2017년 11월 16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3번째“부당해직 취소” 결정을 받았습니다. 손병돈 교수는 수원대 교수협의회의 (현)공동대표로서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사학비리에 대한 공익제보와 내부고발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인수 총장으로부터 3차례나 보복성 해직을 당한 바 있는데, 관련된 모든 교원소청 심사와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복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원대는 손병돈 교수와 이원영 교수를 포함한 모든 해직교수를 즉시 복직시키고, 교육부는 신속하게 공익이사를 파견하여 수원대의 정상화를 추진해야할 것입니다.

 

2. 손병돈 교수가 수원대로부터 3연속 부당 해직을 당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재임용거부 처분 취소 관련 행정소송 교원소청심사위원회 2014-40, 서울행정법원 2014구합13195, 서울고등법원 2014누74253, 대법원 2015두51477

에서 법원은 수원대가 손병돈 교수에게 적용한 재임용 평가기준의 차등 적용, 연구실적의 차등평가, 자의적인 미달자의 선별 구제, 자의적인 봉사영역 평가 등이 합리적이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한 심사가 결여되어 위법하다고 판시하며, 수원대학교가 손병돈 교수에게 행한 재임용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후 수원대가 항소하고 상고했고, 2년여 간 걸친 1차 해직에 따른 구제절차로 대법원 판결이 2016년 1월 15일에 선고되자(1차 부당해고 무효) 수원대학교는 손 교수에게 준비할 여유도 없이 재임용심사 심사를 진행하여 손병돈 교수에 대해 2차 재임용거부 처분을 자행했습니다.

  

3. 2차 재임용 거부 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어 서울 행정법원 역시 손병돈 교수 2차 재임용거부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2차 부당해고 무효), 나아가 수원지방법원 31민사부는 2017년 6월 22일, 3개월 이내에 재임용심사를 다시 완료하고, 이를 위반 시에 1일 50만원씩 손병돈 교수에게 지급하라 판결하였습니다.

 

4. 간접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수원대학교는 어쩔 수 없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3차 재임용 심사에 돌입하였으나, 또다시 3차 재임용거부 처분을 내린 것입니다.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재임용심사 기준을 그대로 또다시 적용하여 손병돈 교수를 3번째 해직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부당한 기준을 재차 적용하여 해직한 것은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하는 것이며 내부 고발자에게 끝없는 보복을 가하는 비열한 작태라 할 것입니다. 결국, 11월 16일 그동안 계속해서 손병돈 교수에 대한 재임용거부 취소 처분을 내린 교원소청위는 2차 재임용 거부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수원대학교의 부당해직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붙임 결정문 참고) 

 

5. 수원대의 재임용 심사는 매우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원대는 2014년도 재임용 심사 시 15명을 재임용 거부 처리하고 1명을 제외한 14명을 구제하였고, 2015년도에는 14명을 재임용 거부 처리하고 전원 구제하였으며, 2016년에는 17명을 재임용 거부 처리하고 16명을 구제한 바도 있습니다. 이인수 총장에게 비판적인 사람만 찍어내는 것으로 재임용 절차를 명백하게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6. 내부고발 교수에 대한 끝없는 보복 행위 뿐만 아니라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사학비리는 너무나 심각합니다. 최근 교육부 사학혁신추단은 수원대학교 감사 결과 100억 원대 회계 부정, 이인수 총장 가족회사 일감몰아주기, 부당한 교수 재임용거부 등을 적발하고, 이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 검찰에 고발(4건) 및 수사의뢰(3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인수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진 7명의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7. 이제 수원대는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사학비리는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합니다. 이인수 총장과 그 배우자 최서원 이사(전 이사장)가 학교를 장악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양심적인 교수들을 파면 해직을 남발하여 치졸한 보복을 자행해온 이 부당한 역사를 하루빨리 끝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흔들림없이 이인수 총장과 수원대 이사 전원을 승인 취소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공익이사를 파견하여 수원대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며, 손병돈 교수, 이원영 교수 등 모든 해직 교수들이 즉시 복직이 되고 명예가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끝

 

수원대교수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 붙임 

1. 손병돈 교수 복직 법정 투쟁표 

2. 3차 교원소청결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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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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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집회 주최자 대법원 유죄 선고에 대한 입장

10년 동안 진행된 재판 끝에 대법원 유죄 선고

야간 집회‧시위 금지 위헌 등 집회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판결들도 있었지만

집회의 자유‧국민의 기본권 억압하는 종전 판례의 한계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해

 

지난 주 12월 22일(금) 대법원(제3부)은 2008년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약칭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상황실에서 활동했던 안진걸씨(현 참여연대 사무처장/당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에 대해 도로를 부분적·병존적으로 점거하여 행진한 부분과 미리 차벽으로 차단된 도로를 행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미신고 집회 주최와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서는 유죄의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2023 판결). 검찰은 애초에 안진걸씨에 대해 야간집회·시위 주최 혐의로도 공소를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일부위헌 결정으로 야간집회·시위 주최 공소부분은 철회하였다.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굴욕적인 대미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독재로 회귀하는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100여 일이 넘게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다. 서울에서만 매일 수천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주말에는 수십만 명이 넘은 시민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차벽으로, 물대포로, 방패로 억압하는 데에만 주력했다. 당시만 해도 야간 집회‧시위가 금지되 있어서 시민들의 항의의 목소리는 물리적으로 막혔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막혀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법원도 2008년 촛불집회 재판을 계기로 헌법상 중대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옥죄는 야간집회 금지 조항, 도로에서 진행되는 집회·시위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한 중한 처벌을 가하는 관행 등에 제동을 거는 전향적인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리기도 했다. 

 

특히, 일몰 후의 일체의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0조의 규정으로 인하여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마치고 저녁 이후에야 집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시민들이 모두 범죄자로 취급되고 처벌받았었는데, 안진걸씨의 형사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판부는 이러한 야간집회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야간집회 금지는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것으로(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 2009. 9. 24. 선고 2008헌가25 결정), 이어서는 일몰 후부터 24시까지의 야간시위 전면금지 조항은 위헌인 것으로(일부 위헌, 2014. 3. 27. 선고 2010헌가2) 결정했다. 2008년 촛불집회가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와 기본권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집회·시위는 도로나 광장 등 공적인 공간에서 개최되었고, 헌법 제21조의 집회·시위의 자유는 이러한 도로나 광장 등에서의 집회·시위를 보호하는 취지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도로를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인데,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도로파괴나 장애물 설치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장기 10년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독일과 일본을 거쳐 계수된 일반교통방해죄 규정이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용되자, 2006년 법무부에서도 이를 개정하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안검찰은 일반교통방해죄를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주최 단체들을 중하게 처벌하는 근거로 광범위하게 악용하고 남용하였다. 2008년 촛불집회 주최자 재판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러한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고,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하면서도 법관의 엄격한 해석을 통해 도로파괴나 장애물 설치로 교통을 불통시키려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직접적인 교통방해의 의도와 현저한 교통방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취지를 받아들여 그 뒤 법원도 2008년 촛불집회 재판에서 도로의 일부 차선만 점거하여 행진한 경우는 무죄판결을 하게 되었다. 안진걸씨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부는 경찰에 의해 미리 차벽으로 도로가 차단되어 빈 공간을 행진한 경우에도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좀 더 신장시키는 판결을 한 바 있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무죄판결의 정당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도로 전차선을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시위에 대해서는(그것이 집회 참가 인원이 도로를 꽉 채울 정도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파괴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해 고의적으로 불통시키는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법리를 고수하고, 야간집회금지 규정에 의해 신고를 하려고 해도 경찰이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던 사정을 무시하고 미신고 집회 주최로 처벌함으로써 지나치게 편의적이었고 기본권 침해를 일삼았던 경찰행정의 입장에만 치우친 판결을 내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2008년 당시는 야간집회와 시위가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어 원천 금지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집회 주최 측은 야간에 집회를 하겠다는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방법이 없었다. 즉, 법에서도 금지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경찰은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주최 측이 신고를 하지 못한 것은 법의 잘못(위헌) 때문이지, 주최 측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에서 전면 금지·처벌하고 있었던 행위(야간시위)라도, 그리고 이것이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주최 측은 신고를 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법’의 ‘신고의무’라는 집회 판 불고지죄의 등장이라 할 만하다. 법과 공권력이 아무리 잘못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국민들은 불가능한 일을 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실체 없는 가상세계, 발이 지상에 닿지 않는 허공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판단은 정당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 매우 비현실적이면서 이상한 판결인 뿐인 것이다. 

 

또한, 부패하고 무도했던 박근혜 정권을 국민의 직접민주주의로 무너뜨린 2016~17년의 촛불시민혁명도 위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모두 일반교통방해죄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에 한참 못 미치는 대법원의 인권의식이나 헌법수호 의지의 결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시민들이 태평로를 촛불을 들고 꽉 채운 것은 둘 다 동일하지만, 2016~17년은 경찰의 행진 금지 또는 제한통고를 법원이 집행정지 함으로써 집회와 행진이 합법적으로 진행되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반면, 2008년은 야간집회·시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합법적 집회가 아니고, 따라서 일반교통방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들도 합법적으로 집회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법이 위헌적으로 야간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의 집행정지를 받을 여지도 없었다. 합법적으로 할 방안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2008년과 2016~17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하나는 유죄이고 하나는 죄가 안 된다는 것이 사법부의 태도라고 한다면,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반교통방해죄를 만든 독일이나 이를 계수하여 우리에게 전달한 일본에서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도로를 파괴한 행위와 동일하게 중하게 처벌하는 경우를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왜 한국의 사법부 안에서는 진지한 입법적 검토와 법리적 검토 없이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도로를 파괴한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려는 무리한 법리가 횡행하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의 설명 없이 그냥 유죄가 선언되었을 뿐이다.

 

2008년에서 2017년 말까지 10년 째 진행된 이 촛불집회 사건 재판 시기동안, 2008년 대검찰청 공안부장 시절 촛불집회 처벌을 진두지휘한 박한철 검사는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다 퇴임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촛불재판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던 신영철 판사도 대법관 임기를 모두 다 채웠다. 반면, 국민들의 정당한 열망과 항의에 함께 했던 촛불집회 주최자는 2017년 연말 여전히 유죄의 선고를 받고 있다. 이번 2008년 촛불집회 주최자에 대한 대법원의 기계적 유죄 판결은, 결과적으로, 사법개혁이 매우 절실하다는 반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끝.

 

▣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화, 2017/12/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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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the 80%!

공수처 설치법 2월 통과 촉구 서명에 동참해주세요

국민 80% 이상이 찬성합니다 

자유한국당은 보이콧 철회하고 국회는 공수처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80% 이상의 국민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몽니부리기식 공수처 보이콧으로 일년이 지나도록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년 간 공수처 설치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의 요구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공수처 설치법 2018년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 캠페인에 동참해주십시오.

 

- 서명 캠페인 기간 : 2월 18일까지

- 문의 :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참여연대 02-723-0666)

 

*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소개

지난 2017년 9월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투명성기구,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017 정기국회 1호 법안은 공수처>라는 슬로건으로 발족하였습니다.

 

* 참고자료 및 시민사회 주요활동

[공동행동 논평] 국회 사개특위의 최우선 과제는 공수처 도입 (20180112) 

[공동행동 성명] 검찰개혁 철저히 외면한 자유한국당 규탄한다 (20171221) 

[참여연대 성명] 5년 전 공수처법 발의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공수처 도입 나서라 (20171218)

[공동행동 항의행동] 공수처 설치의 걸림돌 (20171124) 

[공동행동 성명] 국회는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논의에 즉각 나서라! (20171103) 

 

서명하러가기 [클릭]

 

 

고발인 명단은 입력 후 5분가량 기다리시면 업데이트 됩니다.

월, 2018/01/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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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교육 폐지 환영

 

국가보훈처·국방부의 나라사랑교육 폐지를 환영한다

병영 체험 등도 전면 폐지하고 평화·인권교육으로 전환해야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전면 폐지에 이어 국방부도 학교 방문 나라사랑교육을 폐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6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가 “내년부터 현직 정훈장교가 제복을 입고 이전 방식으로 학교를 방문해 벌이는 나라사랑교육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가보훈처와 국방부의 나라사랑교육 폐지 방침을 환영한다. 

 

‘나라사랑교육’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은 지난 2010년 ‘전 국민의 안보의식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으로 확대되었으며 관련 예산도 대폭 증액되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보훈처는 ‘6년간 500만 명 교육 실시’를 목표로 전문 강사진을 구성하여 어린이, 청소년, 성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안보교육을 진행했다. 국방부 역시 학생과 교원 등을 대상으로 학교 방문 교육이나 병영 체험 등을 진행해왔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를 비롯한 평화단체들은 그동안 적대적인 안보관과 맹목적인 애국관, 군사주의를 주입하는 안보교육을 전면 폐지하고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바 있다. 

 

이러한 안보교육 정책의 폐해는 지난 몇 년간 수없이 드러났다. 2014년 초등학교 나라사랑교육 시간에 군 장교가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된 영상을 상영하여 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교실을 이탈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회 예산 심의 때마다 정치적 편향성이 지적되었지만 변화는 없었다. 국가보훈처는 중점 교육 내용으로 ‘사드 배치’를 명시하는 등 나라사랑교육을 통해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했다. 올해 5월에도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 강사가 한 초등학교에서 촛불 시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강의를 진행하다가 교사들의 항의로 강의가 중단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취임 후 “안보관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과거의 교육은 안 된다”면서 “나라사랑교육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실제로 진행된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 전면 폐지와 국방부의 학교 방문 나라사랑교육 폐지 방침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 이러한 흐름이 국방부의 학교 방문 교육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대상 병영 체험 폐지와 군 정신교육 폐지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어린이들이 총을 쏘는 체험을 하거나 상명하복 질서에 따라 군대식 훈련을 받는 병영 체험은 폭력성과 적대심을 키우는 부정적인 영향을 남길 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부활한 국방정신전력원의 군인 대상 정신교육 역시 적개심만을 고취시키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도 수차례 드러난 만큼 이 역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더불어 어린이·청소년에게 안보교육 대신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을 교육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기관에서 진행하는 평화·인권교육이 확산되어야 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7/12/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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