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 머금은 알찬 배추주머니
배추만두
어릴 적,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백 포기 가까운 배추를 절이고, 무채를 썰어 김칫소를 만드는 일은 가족 모두가 동원돼야 할 집안의 큰 행사였지요. 시끌벅적한 집안을 돌아다니며 잔심부름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기억. 김장하는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김치 보쌈을 빼놓을 수 없지요. 노란 배추잎 한 장 뜯어 돼지고기 수육을 올리고 뻘겋게 버무려진 김칫소를 얹어 먹는 그 맛이란! 아삭아삭 씹히는 고소한 배추와 맛깔나게 매운 김칫소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요.
김장을 떠올리면, 침부터 고이는 것도 그런 까닭이겠지요. 그 후 잘 익은 배추 한 포기가 상에 오르기 전까지 생채, 쌈, 국 등 다양한 요리로 밥상 위에 오르던 배추. 이번 김장하실 때도 속이 꽉 찬 배추 한 포기 남겨 두세요. 배추 한 포기가 선사할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합니다. 배추만두처럼요.
김장하느라 힘든데 웬 만두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배추 몇 잎과 한살림 돼지고기동그랑땡이면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맛있는 김장 담그시고, 한숨 돌린 뒤 만들어 보세요. 그 맛법 제법이다, 하실 겁니다.
요리 채송미 한살림연합식생활센터 연구위원·사진 김재이·그릇 청강도예 푸른햇살접시 대
배추만두찜 이렇게 준비하세요!
재료
배추 잎 12장, 한재미나리 12줄, 돼지고기동그랑땡 400g, 청·홍고추 1개씩, 후추, 밀가루, 건대추
(소스 식초 1.5큰술, 설탕 3큰술, 진간장 1.5큰술, 전분물 2큰술, 물 1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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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잎은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 다음 잎사귀만 잘라둔다. 한재미나리는 데쳐 물기를 제거한다.
Tip. 배추 잎을 데칠 때는 줄기 쪽부터 넣고 숨이 죽으면 잎을 넣고 데쳐야 무르지 않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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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동그랑땡은 해동한 뒤 손으로 으깬 뒤 다진 청고추와 홍고추, 후추를 섞어 반죽한다.
Tip. 두부, 불린 당면 등을 더하여 반죽하거나 동그랑땡 대신 잡채를 넣어 만들어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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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배추가 맛있는 이유?!!
한살림 배추는 7월 말에서 8월 초 파종해서 11월에 수확한 90일 배추입니다. 속성 재배한 45일, 60일 배추나 수확 전 물대기를 하는 배추, 비료를 사용한 배추와 달리 쉽게 물러지지 않고 맛이 좋은 것이 특징입니다. 속이 노랗고 수분 함량이 적어 김치를 해두고 오래 저장하여도 맛이 잘 변하지 않는 품종을 선택하여 재배하였습니다. 벌레와 해충을 손으로 잡아가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스레 키운 맛있는 한살림 김장배추. 겉잎도 그냥 버리지 마시고, 알차게 갈무리해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