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합의금 장사 대응 매뉴얼 – 형사편

 

최근 형법 제311조 모욕죄를 악용한 합의금 장사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저작권 합의금 장사와 유사하게, 모욕죄가 친고죄라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한 뒤 합의금을 받고 고소취하 또는 소취하를 해주는 수법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수사기관으로부터 소환을 당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게 되면 충격과 두려움에 당황하게 되고, 법률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오픈넷은 모욕죄 합의금 장사 대응 매뉴얼을 형사편과 민사편으로 나눠 공개합니다.

※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본 매뉴얼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 포털 등으로부터 정보제공요청 이메일을 받은 경우

닉네임으로 작성된 게시물, 댓글 등의 경우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포털, 웹사이트나 게시판 운영자 등)에게 아래 법 조항에 따라 이용자 정보를 요청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6(이용자 정보의 제공청구) ① 특정한 이용자에 의한 정보의 게재나 유통으로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제44조의10에 따른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성명·주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말한다)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②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는 제1항에 따른 청구를 받으면 해당 이용자와 연락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그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그 밖의 이용자 정보 제공청구의 내용과 절차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는 정보제공을 하기 전에 이용자의 의견을 듣게 되어 있으며, 보통 2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의견을 제출하도록 안내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의견진술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의견진술을 한다고 해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제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있을 민형사상의 소의 예고편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분쟁민원 이용안내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소(訴) 제기를 위한 이용자 정보 제공청구

 

2. 수사기관으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경우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 등으로부터 조사를 위해 나와달라는 전화를 받는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은 수사기관이 언제 어디로 출석해달라는 요청에 무조건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게 됩니다. 하지만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어떤 신분에서 조사를 받는 것인가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초기에 잘 대응해야 합니다.

전화가 와서 경찰서 또는 검사실로 출석을 요구하는 경우, 소환하는 담당자의 성명, 소속, 연락처를 확인하고, 무슨 일로 출석을 요구하는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참고인인 경우는 출석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라면 자신의 피의사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세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경우 고소인이 누군지도 확인하세요. 수사기관을 귀찮게 하면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은 출석을 요구하는 이유를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흥분하지 않고 정중하게 물어본다면 수사기관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답변을 해줄 것입니다. 당당하고 침착하게 대응하시고 미리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담당자와 출석 일시를 정하게 되는데, 무조건 수사기관이 정한 날에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조사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고 본인 일정을 고려해 가능한 날로 정하세요. 이미 수사기관이 나오라는 날로 정해버려서 아차 싶을 수 있지만, 다시 전화를 걸어 일정을 조율하시면 됩니다. 실무적으로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수사기관의 소환 일정에 조사자가 다른 일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배려해 시간 조정을 해주고 있습니다. 저녁 7시 이후에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주말을 이용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반드시 일과시간 중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한 소환요구를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학교나 직장 등에 통보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 외의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은 불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출석요구서를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세요. 소환 통보는 문서로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보내줄 것입니다. 전화 통화 없이 출석요구서만 받으신 후에는 출석요구서에 나와 있는 담당자에게 연락해 출석 일정을 잡으면 됩니다. 만약 일정을 정했는데 출석을 미루어야 할 사정이 생겼다면, 병원치료, 출장, 생계, 업무, 변호사 선임 등의 이유를 들어 다시 일정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다만 전화로만 이야기하면 단순히 소환불응으로 정리하여 이후 체포영장 등 청구의 사유가 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불출석 사유서를 작성하시어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두는 것이 좋습니다.

출석요구서를 받으신 뒤 아래와 같은 사항을 포함하여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두시길 바랍니다.

① 출석 요구서에 기재된 사건명: 모욕 또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② 문제가 된 댓글, 게시물 등
③ 댓글 작성 경위 등 진술할 내용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고 해서 미리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불안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소가 들어온 이상 일단 사안이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출석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고소처리절차>

고소처리절차

출처: 경찰 민원포털

※ 대검찰청 검찰내비게이션: 고소, 고발, 진정사건의 수사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 법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고소ㆍ고발

 

3. 참고인으로 출석요청을 받은 경우

참고인은 형사절차상 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출석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경찰은 ‘참고인’이라고 출석요구서를 발부해놓고, 경찰서를 방문하는 당사자에게 사실상 ‘피의자 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다만, 피의자가 아니어서 출석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후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할 수도 있습니다. 고소인이 누군지, 피의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시고 본인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출석을 거부하시되, 본인 사건이 맞다면 조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출석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4. 출석을 요구한 수사기관과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는 경우

출석요구를 한 수사기관이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면 이송신청서를 수사기관에 보내 가까운 곳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경찰이 이송신청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경찰은 이송신청과 상관없이 추가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할 수 있습니다.

 

5. 수사기관에 출석하기로 결정한 경우

 

(1) 출석하기 전

출석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본 매뉴얼을 참고하시되 가능하면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세요. 대부분의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을 위해 무료 또는 소정의 상담료를 받고 상담을 해주니 적극적으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나 서울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에서도 무료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은 사이버상담뿐만 아니라 일정 조건이 맞는 경우 법률구조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경우 정말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면 거의 벌금형이기 때문에, 변호사를 유료수임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만 비슷한 전과가 있거나 건수가 많다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면 변호사와 상의한 후 되도록 함께 출석을 합니다. 또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불리한 상황에 있을 경우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석하여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란 피의자의 가족, 친구, 시민단체 상담원 등이 해당됩니다. 특히 중, 고등학생 등 미성년자인 경우 변호사와 동석할 수 없다면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석하여 조사를 받겠다고 반드시 요청하세요.

그리고 오픈넷 논평에서 언급된 모욕죄 사건에서 수사기관에 제출한 의견서를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강용석 변호사 모욕죄 고소사건 의견서

 

(2) 조사받을 때

경찰은 신문하기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였다는 확인서를 피의자에게 받고 있습니다. 경찰이 진술거부권 고지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하면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고 진술거부권의 내용이 무엇인지 숙지합니다. 조사를 받을 때 가급적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합니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며 대답한 내용이 이후에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이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경찰은 먼저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나, 경찰이 이미 신원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굳이 진술을 거부해서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진술을 거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일체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을 수 있고, 개개의 불리한 질문에만 선택적으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유리하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선 대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서 추측으로 진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 대답하기 싫은 것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모욕죄와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는 업무량이 과다한 수사기관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조사할 만한 사건은 아닙니다. 글을 작성한 게 본인이 맞는지, 글을 작성한 경위가 무엇인지, 합의 의사가 있는지 정도를 확인하고 되도록 빨리 조사를 마치려고 할 것입니다. 본인이 작성한 글이 맞다면 수사기관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하되 이런 글이 죄가 될 수 있는지 몰랐고 이렇게 고소를 당해 심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여 담당 수사관의 인정에 호소하고, 양형사유(법을 잘 지키는 선량한 시민이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사유들)가 있다면 강조하세요.

경찰은 피의자에게 질문을 하고 피의자가 대답한 것을 기록하여 피의자신문조서를 만듭니다. 조사가 다 끝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지문날인을 요구합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에,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이 진술한대로 작성되어 있는지 잘 확인해야 합니다. 진술한 대로 정확하게 적혀있는지, 유리한 진술이 잘 반영되었는지, 왜곡 또는 확대해석의 여지가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불리하게 보이거나 미심쩍은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수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정중히 수정을 요청한다면 대부분 받아주지만, 혹시라도 거부한다면 신문조서에 날인을 할 수 없다고 하세요. 그리고 지문날인은 도장이나 서명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 날인을 하고 나면 조사가 끝난 것이므로, 어떤 처분을 받게 될 것인지(벌금, 기소유예, 불기소 처분 등), 언제쯤 처분 결과를 받게 될 것인지 등 궁금한 점을 물어보시고,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부탁하고 좋게 마무리를 하시면 됩니다.

 

(3) 조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수사기관에서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경찰관 또는 수사관으로부터 폭언,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체포, 구금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바로 시정을 요구하시고, 상황에 따라 각 경찰서 청문감사관실(국번 없이 182)에 수사관 교체를 요청하거나 검찰 신고센터(국번없이 1301)에 신고하세요. 수사기관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6. 검찰의 출석요구 및 검찰조사시 대응 요령

이상의 내용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인터넷 게시물이나 댓글에 의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경우 정말 중대한 사안이 아닌 이상 경찰을 건너뛰고 검찰에서 직접 조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만약 검찰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면 기소될 확률이 높은 것이니 꼭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중대한 사안이 아니지만 이미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받았는데도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하거나 경찰의 송치 의견을 번복할 경우입니다. 성의껏 조사에 응하시되 경찰에서 한 진술을 부인하거나 바꾸면 진술 번복으로 불리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진술하세요. 수사기관에서의 가혹행위 및 고문으로 인한 자백은 법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한 진술(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는 재판받을 때 그 내용을 부인하면(즉, 경찰에서 비록 시인하거나 자백했더라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법정에서 번복하면)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의 조서만을 증거로 해서는 유죄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검찰조사 단계에서 한 진술(검찰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은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진술에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

 

7. 합의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

친고죄인 모욕죄의 경우(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 합의 여부가 사건의 처리에 중요합니다.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 사건이 바로 종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고죄인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합의 의사를 물어보게 됩니다. 고소의 취소는 제1심 판결 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바로 결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셔서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고소합의와 취하의 방법 및 효력>

new_고소합의와취하의방법및효력출처: 경찰 민원포털

먼저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유죄가 인정된다면 모욕죄는 보통 50-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판례에 의하면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으며(2015도2229), 모욕적 언사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2003도3972). 따라서 상대방에게 다소 부정적인 말을 했다고 해서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나 수사기관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그나마 확실한 기준이 있다면 욕설의 포함 여부입니다. 다만 모욕죄가 인정되더라도 초범이라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게시글의 수위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무혐의 처분(주로 증거불충분)을 받게 됩니다. 이기적이다, 뻔뻔하다, 나쁘다 정도의 단순한 부정적 의견 표명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법원에 수 차례 불려나갈까 두려워 합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벌금형은 약식절차에 의해 부과되므로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을 일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고소인이 예상되는 벌금에 비해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더라도 혹시라도 벌금형을 받으면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되어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범죄경력 조회는 법률에서 규정된 특별한 경우에만 할 수 있고, 이러한 사유 없이 범죄경력을 조회한다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사를 받지 않는 이상 전과가 밝혀질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인터넷 상의 댓글이 모욕죄가 될 수 있는지 여부
※ 진보넷: 구직시 범죄경력 조회

 

8.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경우

불기소처분이란 검사가 수사의 결과,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처분을 말합니다. 모욕죄 사건의 경우 주로 기소유예 처분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됩니다.

 

(1) 기소유예 처분

기소유예 처분은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공소제기, 즉 기소를 미루는 처분입니다. 공소제기가 되지 않으므로 벌금고지서가 날라오거나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가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기소유예 처분은 실질적으로는 수사기관에서 유죄라고 판단을 한 것이므로, 불기소처분 중에 가장 불리한 처분입니다. 이를 다투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셔야 합니다.

※ 대검찰청: 내 사건이 기소유예 됐다고요?

 

(2) 무혐의(혐의없음) 처분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처분은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은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경우입니다. 실무상 모욕죄 사건에서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즉 억울하게 조사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경우 고소인을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을 당했다면 해당 사실을 설명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는 이상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 법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무고죄 피해자ㆍ가해자

 

9. 법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경우

약식명령이란 공판절차 없이 벌금 등 재산형을 부과하는 법원의 재판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모욕죄 사건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 경우 법원에 출석할 일이 없습니다.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을 발부하면, 피고인에게는 피고인의 범죄사실과 ‘피고인을 벌금 00원에 처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약식명령이 송달됩니다. 만약 범죄사실이나 벌금의 액수 등 약식명령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려면 약식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해야 합니다. 7일이 지나면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어 따로 재판을 통해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므로(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 정식재판을 청구하더라도 법적으로 불이익은 없습니다. 다만 정식재판으로 가면 법정에 출석해서 판사 앞에서 직접 진술을 해야 하는 등 통상의 공판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 대검찰청: 벌금 좀 깎아주세요!
※ 법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