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거대 정당들의 정치독점을 공고히 하는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25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연대기구입니다. 서울, 인천, 울산, 충북, 광주, 부산 등 지역 단체들과 여성, 청년 등 부문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당득표에 따른 의석 배분과 비례대표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국회를 상대로 거리와 지면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개혁 논의가 국회 안에 좁게 갇혀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 학계, 시민운동가, 이해당사자 등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 연재합니다.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선거제도만 바꿔도 달라진다①] 국회의원 수 늘리는 것, 그것이 개혁이다 - 강우진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제도만 바꿔도 달라진다②] 전셋값 걱정, 이렇게 해결하세요 - 박창수 목사·주거권기독연대 공동대표
[선거제도만 바꿔도 달라진다③] 여성의원수 190개국 중 111위, 부끄럽다 - 박진경 인천대 객원교수·여성연합 성평등연구소장

[선거제도만 바꿔도 달라진다④] 소수자·약자 배려하는 선거제도 개혁되어야 - 이은영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지도위원

 

 

 

100인 정당, 한국에선 불가능한 이유

[선거제도만 바꿔도 달라진다⑤] 정하윤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시간강사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의 매개자로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정당이 국민과 정부를 연결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정당설립, 조직결성, 활동 등 정당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8조 제1항에서도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명시하면서 정당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당의 실질적 자유는 제한받고 있다.

 

1962년 헌법조항을 근거로 제정된 정당법은 자유로운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명목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정당의 자유를 통제하고 새로운 정당들의 출현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지녔다. 이후 몇 차례의 정당법 개정을 통해 개별 정당의 고비용 정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정당 자유에 대한 통제는 지속되었다. 

 

특히 현행 정당법의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시·도당 구성(제3조)', '중앙당의 중앙선관위 등록을 통한 성립'(제4조), '5개 이상의 시·도당'(제17조), '시·도당의 1천인 이상의 당원'(제18조) 조항들은 사실상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과 기득권 중심의 사고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군소정당, 지역정당과 같은 소수 세력을 배제시킴으로써 안정된 다수 세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그동안 비판이나 문제제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승자독식을 유도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제도 역시 기득권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이와 같이 기득권에 유리한 정치제도 하에서 새로운 세력은 도전장을 제출하기도 전에 경쟁의 장으로부터 배제되었다. 그 결과 중앙의 거대 정당들이 정치를 독점하게 되었고,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정치에 중앙정당이 참여하고 개입하였고, 지방선거에서는 중앙의 대리전 양상이 나타났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일당이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어 지역주의가 고착화되었다. 다원화, 지방자치, 분권화의 시대에 이러한 중앙 중심적 사고가 반영된 정치제도는 오히려 역방향의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였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결집하여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매개체로서의 정당 기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외국 국가들의 경우, 정당설립 요건이 까다롭지도 않고, 정당원 수에 대한 최소요건이나 중앙당이 필요하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정당법은 정당 활동을 육성한다는 목적에 근거하여 선거참여의 진지성, 구성원 및 소재지 요건을 요구하지만, 시·도당이나 지구당 당원의 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정당설립에 대한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정당으로 등록하면 정당으로 인정받게 된다. 일본 총선에는 정당이 일정한 득표율이나 의석이 있어야 후보 추천이 가능하지만, 지방선거에는 정치단체도 제한 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정치단체가 지방선거와 중앙선거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신진 세력의 진입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 국가들에서는 정당을 의견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치단체로 간주하여 정당법보다는 정치자금법으로 정당을 규제하기 때문에 정당의 설립, 조직결성, 활동에 있어 실질적 자유가 존재한다. 외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한국의 정당법은 새로운 정당들의 설립과 진입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당법 개정을 통해 정당의 자유를 확대하는 경우,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정당들이 난립하여 정치 불안정성이 초래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복수 정당들이 정치과정에 진입하여 경쟁을 하게 된다면, 유권자의 선택의 폭 역시 확대될 수 있다. 

 

기존 정당이 간과하였거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였던 환경, 청년, 다문화, 소수자문제 등에 대한 유권자의 의견이 다양한 정당을 통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정당 설립 요건이 낮아진다면, 동원이 아닌 유권자 참여에 의한 '상향식' 정당 설립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일상생활과 밀착된 문제까지 다룰 수 있게 된다. 만약 자격이 미달되는 정당이라면,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에 의해 자연스럽게 쇠퇴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들의 경쟁의 장 진입 완화와 다당적 경쟁의 확대는 보장되어야만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당법의 중앙당 설립 요건을 폐지하는 경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정당이 등장하여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그러나 지역 수준에서 활동하는 지방정당의 허용은 오히려 지방정치를 활성화할 수 있다. 만약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력이 지역 내부 동력을 통해 등장하여 성장할 수 있다면, 일당 지배에 도전이 되어 다원화된 경쟁이 이루어지고 결국 지역주의의 고착화된 틀을 깰 수 있다. 따라서 정당법의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는 규정은 중앙정치와 기득권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폐지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

 

헌법에는 복수 정당제가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중앙의 거대 정당들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들의 자유로운 설립이 보장되어야만 정당의 자유로운 조직결성과 활동이 가능해진다. 즉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자율성을 지닌 정당들이 등장하여 기존 정당과 신생 정당 간 경쟁과 견제를 하는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복수 정당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개방된 정치과정 내에서 정당들의 다원화되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역시 고취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