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주요내용 및 문제점

 

전진한 l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정부가 올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률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6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 법안을 직접 언급하며 국회에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곧이어 이 법안은 대통령 담화 후속조치로 발표된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추진계획’에서 3대 ‘주요법안’ 중 하나로 강조되었다.

이 법안에서 다루는 ‘국제의료’란 바로 “외국인환자 유치사업과 의료 해외진출사업 등 국내외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보건의료서비스 및 이와 연관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체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국제의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강조해왔다. 보건복지부는 해외 환자를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약 63만 명 진료하여 총 1조원의 진료비 수입을 올렸고 이것이 소형자동차 9만5천대를 수출한 액수와 같다고 홍보한다. 또 2017년까지 150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면 2만8천개의 청년 일자리도 생길 수 있으며,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병원은 운영이 튼튼해져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로 대외적 경제성과를 내고 의료 기술 발전을 자극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일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국제의료지원법안의 주요 내용들은 사실 국내 규제 완화책일 뿐으로 자본이 그간 추진해왔던 의료민영화 정책과 다르지 않다.

 

한편, 야당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대한 대체법안 성격으로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야당의 안 역시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비슷한 문제점을 담고 있으며, 일부는 더욱 우려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야당 안이 발의되면서 두 법안이 함께 복지위에 상정되었으며, 연계되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두 법안 사이의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으로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발판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 담긴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정부가 추진해온 대표적 의료민영화 정책인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 허용이다.

 

보험자본이 해외환자 유치 허용을 정부에 요구하는 이유는 이것이 곧 병원과의 직접계약 체결을 통하여 의료공급체계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에 지불을 직접 하게 되면 보험사가 갑, 병원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허용된 미국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수익을 많이 남기는 방법으로 병원 진료에 간섭을 하여 온갖 진료왜곡과 과소의료를 통한 의료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핵심인 보험-병원 복합기업(HMO)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HMO는 보험회사가 병원을 아예 통째로 사서 운영하는 형태다. 미국에서 민영의료보험은 병원을 소유하며 의료 체계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뿐 아니라 공적 의료보험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잠식하였다. 이는 현재 전 국민의 6분의 1이 의료보험조차 없이 치료비를 부담하지 못해 사람이 죽어가는 미국의 상황을 초래하였다. 한국에서도 HMO가 등장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은 무너지고 그 자리를 민간보험이 대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것은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보험사들이 미국식 의료체계를 형성하여 국민건강보험을 무력화할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2005년 삼성생명내부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정부의 건강보험 대체’라는 계획을 갖고 있고,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방향으로 “보험금 직불 시스템 도입”(병원-보험사 간 직접계약), “요양기관 계약제도 시행”(요양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을 주장하였다. 또한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산업고도화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보험자가 공급자에게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관리의료형 민간의료보험(HMO)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2011년 보험연구원의 보고서도 관리형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주장하며 이와 관련한 법적 토대 마련을 주문했다. 해외환자 유치라는 것은 허울뿐, 사실 이 조치는 다음 단계인 국내 환자대상의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을 위한 민간 보험사 규제완화 정책이다.

 

국내보험사의의 매출규모에 비교하여 외국환자유치의 보험매출액 상승은 너무 적어 국내보험사가 외국인환자 유치에 나설 경제적 유인은 거의 없다. 즉 외국인환자 유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목적은 병원과의 직계약 규제완화에 맞추어져있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의료광고 : 보험사 병원 광고 허용 및 의료상업화 부채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삽입된 ‘외국인환자 대상 의료광고’ 조항에는 의료광고의 주체와 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 허용은 의료기관의 과잉 광고경쟁을 유발하여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효과를 낳고 국민들의 의료 이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외국인 광고 규제는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 시 국내 유치·알선행위로 인하여 의료전달체계가 파괴되고 환자 몰이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된 것이다. 의료기관의 과잉 경쟁과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과거보다 크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만 가능하였던 광고를 ‘유치업자’ 즉 민간 보험회사까지 열어준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의료기관 광고는 ‘삼성생명-OO병원’ 광고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은 유력한 보험사의 브랜드와 연계하기 위하여 민간보험회사와의 계약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과 더불어 민간보험사의 병원 지배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광고를 ‘국제공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허용한다고 하니 사실상 그 장소는 무제한이 된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문형표 前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국제공항이나 명동 거리나 지하철 이런 식의 외국인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곳’을 상정하고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해외환자 원격의료 : 국내 원격의료 도입의 발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개인의 질병정보 유출이라는 치명적 문제가 있고,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아 비용은 많이 들지만 안전과 효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IT 및 통신기업의 이해를 위해 추진되는 대표적인 정부의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지난 해 2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는 해외에 있는 의료인 또는 외국인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환자로 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던 영리병원이 결국 국내 환자용이 된 것처럼 한번 규제가 완화되면 그 완화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쉽다.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가 국내 허용을 위한 명분이라는 것은 정부의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계획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2차 시범사업의 핵심과제 네 가지 중 하나로 ‘해외환자 원격협진 활성화’를 꼽았다. 결국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해외진출 성과를 명목으로 국내의 원격의료 허용 명분 쌓기로 활용될 것이다.

 

의료관광·해외진출 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 : 지역불균등을 심화시키고 의료상업화를 부추길 정책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민간보험사를 비롯한 유치업자와 의료기관에게 금융, 세제, 재정 지원 및 정보제공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가 나서서 조사연구와 해외마케팅 및 홍보활동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의료수출 전문인력 양성에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가뜩이나 편중되어있는 대형병원중심-대도시 중심의 병원 지역불균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의료관광 유치 의료기관의 경우 대도시에 집중되어있고 대형병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소형병원의 경우 피부 미용 등 영리적 목적으로 진료를 하는 병원들이다.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은 상업화되고 영리화 된 국내의료체계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키는 조치다.

 

이는 정부가 국내의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하고 의료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해외환자 유치 기관에만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할 대상은 지방의료원 등 적정진료와 소외계층 및 재난의료를 담당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그리고 의료수출 인력이 아니라 정부가 민간에 맡겨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학생들의 교육에 투자하여, 국내 공공의료기관에 복무할 보건의료인들을 양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 법안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험회사 해외환자 유치 부분을 삭제하고 원격의료를 ‘원격모니터링’으로 한정하는 등 의료민영화 독소조항을 빼고, 의료의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 유치 관련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는 법안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의 내용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일부는 더욱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투자‧배당 허용하는 전면적 병원 영리화

이 법안은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명확히 정의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이 법안 2조는 “의료 해외진출”을 “해외 의료기관의 설치·운영 또는 그 지분의 취득”,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법인의 설립 또는 그 지분의 취득”, “해외 의료기관의 운영에 대한 컨설팅 또는 위탁운영”, “해외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기술의 이전 또는 의료인 파견”, “그 밖에 해외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 비영리법인으로 규정되어 영리활동이 금지된 국내 의료법인이 병원 자산을 해외 의료기관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투자를 하고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해외 의료기관’이란 영리병원일 수밖에 없다.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 영리병원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의료법인의 해외 투자는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의료법인들은 해외진출 가능 여부 및 그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지난 8월 정부가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를 배포하면서 의료법인의 해외진출을 독려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가 안내서로 내놓으며 독려한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현재 의료법인은 자산을 고스란히 환자와 노동자를 위한 복지와 시설 투자에 쓰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병원에 재투자되어야 할 자산이 영리적 해외 투기의 종자돈으로 새어나가게 되면 병원 본연의 기능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의료법인이 투자로 손해를 본다면 그 결과는 환자와 병원 노동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설령 이득을 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외 영리병원에서 환자와 노동자를 쥐어짠 돈을 쥐게 되는 것에 불과하며, 병원은 이 수익을 바탕으로 또다시 투기에 뛰어들 것이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도 ‘해외진출’과 ‘해외진출기관’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비해 이 법안은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이런 해외진출 의료기관에 특혜를 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해외환자 유치와 해외진출 사업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에 세금을 지원할 수 있고, 정부가 해외 의료시장 분석과 상담‧자문, 해외진출 의료기관의 협상을 위한 지원, 마케팅 및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처럼 금융‧세제 혜택을 준다는 조항까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병원자본의 돈 놀음에 국민 세금을 투여하고 정부 역량을 투여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려는 원격모니터링 허용사례 창출

이 법안은 원격의료가 아닌 원격모니터링만을 허용하여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는 다른 내용처럼 소개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정부가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원격모니터링이다. 원격모니터링은 진단과 처방이 아닌 관찰, 상담,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한 시범사업 결과를 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원격모니터링으로 한발 물러서 우선 의료기기‧IT 업체들의 판매망부터 확보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격모니터링도 사실상 원격의료의 다른 말일 뿐 안전성과 비용효과성, 개인질병정보보호의 취약성 등 모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법안은 한국에서도 허용이 되지 않아 기반도 근거도 없는 원격모니터링을 해외에서 허용하여 시행 사례를 정부에 제공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다르지 않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원격의료”로 명시하긴 했지만 “외국인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찰・상담 또는 교육” 즉 엄밀한 의미에서 원격모니터링만을 허용하고 있다. 즉 이 법안은 원격의료에 대한 부분에서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

 

두 가지 ‘국제의료’ 관련 법안의 본질은 국내 규제완화이며 전면적 의료민영화 법안이다. 사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의료민영화 법안들이 의료관광 및 의료수출이라는 명분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국제의료 관련 법안에 포함된 내용 외에도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에 규제완화 및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 추진,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 의료관광호텔(메디텔) 허용, 그리고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연구 규제완화 등이 그렇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로 돈을 벌겠다며 내세우는 장밋빛 전망의 실체는 국내의 전면적 의료민영화를 위한 눈속임이다.

 

또한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에 보건의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 의료체계 전체의 상업화를 가져오고 공공의료를 왜곡·마비시킬 수 있다. 돈벌이가 되는 해외환자 유치산업으로의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의 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민간의료 부분의 팽창으로 인하여 의료비가 증가하고, 결국 공공의료 및 의료이용의 경제적 접근성 저하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의료 관광을 국가적으로 장려한 해외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한결같은 결과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의료로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상업화시키는 것 자체도 문제이고,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을 명목으로 국내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현 정부의 계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국제의료’가 아니라 무너진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