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이주하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코로나 시대에 막 오른 대선 레이스에서 ‘기본’이라는 단어로 채색된 다양한 정책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기본시리즈’로 명명되고 있는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 중 맏형은 당연히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기폭제로 재조명을 받은 기본소득이다. 동시에 기본소득의 쌍둥이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의 소득세(Negative Incentive Tax: NIT)’가 정치 진영과 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변주로 제기되고 있으며, 기본소득류의 대안과 결을 달리 하면서 ‘기본자산’과 ‘기본 서비스’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그간 복지동향이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포함해 기본소득 찬반논쟁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다루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번 호에서는 보편적 기본서비스, NIT‘들’, 기본/기초자산제, 그리고 사회수당(범주형 기본소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기획 글은 보건의료, 교육, 돌봄, 교통, 통신, 주거 등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모두에게 보장하자는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 UBS)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영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UBS의 지지자들은 작은 규모라도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기본소득에 비해 기본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적 수요를 통해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에 직접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효과성, 연대성 및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하나의 패러다임 아래 총괄적인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논리가 부족한 지점이 있으 나, 그동안 상당 부분의 ‘기본’서비스를 감당해왔던 가족의 의미가 바뀌고 있고, 핵심적인 인 간 욕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UBS가 가지는 대안으로서 의미는 간과 하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 글은 최근 들어 안심소득 또는 공정소득이라는 변형으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는 NIT‘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NIT는 설계방식, 즉 소득세율과 급여감액률을 포함한 누진적 조세체계와 급여조건에 따라 기본소득과 수렴될 수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NIT는 현실에 적합하게 급여 대상과 보장 수준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장점과 추진 주체의 의도에 따라 기존 복지의 폐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P경제정책 어젠다 2022의 NIT와 오세훈 시장의 안심소득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이 글은 ‘근로참여소득 보장제’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근로연령층(20~64세) 중 근로무능력자는 공공부조에서 보호하고, 이를 제외한 미취업자와 저소득불안정 노동자에게는 일정수준의 소득까지 ‘급여감액’을 통해 ‘차등지급’한다면 근로유인을 유지하면서 일정한 기초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글의 주제인 기본자산은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이 ‘청년기초자산제’를 제1공약으로 내놓을 때만 해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가, 토마 피케티가 신작 P자본과 이데올로기4에서 ‘기본재산’을 강조하고, 올해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이 기본자산제를 본격적으로 주창하면서 다시금 부각되었다. 주지하듯이 오늘날 소득불평등이 문제라곤 하지만, 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게 자산이며, 옹호자들은 기본자산제가 자산불평등 완화에도 특효약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핵심은 해당 자산이 발생시킬 수 있는 일시적 또는 정기적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가격)이며, 자산불평등 완화는 바로 높은 (누진)세율을 통해 자산에서 유래하는 소득을 줄이고 편중성을 낮추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본자산제를 보는 색다른 시점을 제공하는데, 개인에게 지급되는 기본자산액을 통해 (자산)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속ㆍ증여세제 또는 자산소득ㆍ자산소유에 대한 세제의 신설ㆍ강화를 통해 걷힌 재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지점이다.

 

마지막 글은 ‘과도기적 기본소득’ 혹은 ‘범주형 기본소득’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회수당을 고찰하였다. ‘부분 기본소득’ 유형인 범주형 기본소득은 특정범주에 있는 개인에게 무조건적,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이는 사실 오랜 기간 복지국가에서 운영되어 온 사회수당과 동일한 의미이기도 하다. 인구학적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성 급여를 통해 최저소득보장(Guaranteed Minimum Income)을 목표로 하는 사회수당은 시민권에 근거하는 보편적인 소득보장제도이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핵심 문제인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 1인가구 빈곤 증가 등을 극복하기 위해 시급한 대안은 바로 기존에 도입된 수당제도들의 확대라 할 수 있다. 즉 만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장애인의 70%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아동수당은 초등학교 전 학년(만 12세 미만)까지 확대하고, 아울러 다자녀 가구에 대한 급여 차등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 다. 또한 청년과 만 50~64세 이하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수당도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선 시계가 다가올수록 당분간 ‘기본’ 관련 제도들 간의 경합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논쟁이 우리 사회가 ‘기본’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길, 그리고 시민들의 ‘기본’ 생활보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