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중앙 조달행정을 개혁하라
감사원은 예산낭비 조장 관료와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즉각 고발하라
국회는 과거 조달행정 전반에 대하여 전면적 감사를 요청하라

지난해 10월말경 시작된 조달행정(조달청장 정경무)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감사내용은 예정가격(이하 ‘예가’)이 작성되는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방식에서, 예가초과자에 대한 낙찰자 결정이 적법했는가라는 One-Point다. 경실련은 그간 「한국은행 통관별관 건축공사」에서 나타난 600억원 규모의 예산낭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정부와 청와대 에 감시 사각지대인 중앙조달행정 개혁을 요구해왔다.

경실련이 파악한 예가초과 6건 사업의 낭비규모는 약 1천억원에 달한다(2018. 6. 4. 『예산낭비 조장해온 조달청을 문책하라』 성명 참조). 감사과정에서 더 많은 사업이 적발되었을 수 있을 것이지만, 감사사안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다. 국가계약법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 ‘예가를 작성하는 모든 입찰에서는 예가 범위내 낙찰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조달청장에게 회신했다(2019. 1. 15. 『혁명보다 어려운 조달관료개혁,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보도자료 참조). 감사원이 이러한 일련의 경위를 지난해에 충분히 파악하였음에 불구하고, 최종 감사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달관료의 조직적 저항에 “결과가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 취임사에 부합하는 당연한 감사결과마저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않은지 깊은 의문이 든다.

감사원은 ‘제식구(관료)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속 후련한 감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조직적 예산낭비 조달행정은 가중처벌해야 마땅하다. 다수 국민들은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나?’라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바, 이런 항간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예가초과낙찰 조달행정에 대한 국회의 질타가 있었다. 그럼에도 행정부는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간헐적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조달청은 오히려 예산낭비에 대한 면책(불가피성)으로 책임을 비껴가려고 할 뿐이다. 문제는 중앙조달에 대한 문제가 6건의 예가초과 입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조달청의 중앙조달행정은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이기에, 조달행정의 불법·초법적 행태와 부정부패 재생산구조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 그간 관련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국회의 잘못도 작지 않다. 국민으로부터 예산심의·의결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밥값”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시점이다. 담당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물론이고,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을 가진 예산결산위원회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6건의 예가초과 낙찰자 결정뿐 아니라 그간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부패를 유발했던 공공공사 조달행정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와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번 감사에서 단순 책임자 처벌로 그칠게 아니라 이번 사태를 기회삼아 불공정한 평가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만약 「한국은행 통관별관 건축공사」마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나 공익감사청구로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조달청은 계속해서 불법·초법적 예산낭비 행태를 지속했을 것이다. 문제가 밝혀져야만 개선하는 현재의 공공공사 조달행정 실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는 조달행정에서 판치고 있는 로비를 조장하는 가중치평가방식, 전세계 유례없는 강제차등점수제, 공사비 검증시스템 부재 등 부패유발 제도혁파에 나서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