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로 효력이 끝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더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지난주 재천명했던 정부가 불과 일주일 만에 오히려 “제도 연장을 검토 중”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세제 개편의 부담에다, 최근 직장인들의 심상찮은 조세 저항 움직임까지 더해지자 ‘과도한 조세감면 축소’라는 대원칙이 다시 한번 보류된 셈이다.

해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소득공제 축소ㆍ반대’ 갈등은 기형적인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무적 판단으로 매번 대의를 그르치기에 앞서, 정부나 국민 모두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소 방침 일주일 만에 ‘철회’ 

기획재정부는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올해 말 일몰 종료(폐지)하지 않고, 연장되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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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소득세 감면체계 

이번 공방은 왜곡된 소득세 과세체계 손질이 얼마나 어려운지 함축해 보여준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득세수의 비중(2016년 기준 4.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4%)의 절반에 그친다. 최고세율(2018년 46.2%)은 OECD(2016년 평균 43.9%)보다 높은데도 세수는 훨씬 적은 것이다.

이는 신용카드 등 각종 소득ㆍ세액공제가 지나치게 많아서다. 실제 2017년 근로소득자의 총급여(634조원)에서 근로소득공제(162조원), 인적공제(53조원), 특별공제(72조원)를 거친 과세표준은 347조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여기에 소득세율을 곱한 1차 소득세수(48조원)에서 추가로 또 교육ㆍ의료비 등 각종 세액공제(13조원)를 빼준다. 결국 최종 소득세수는 35조원에 그친다. 실효세율(총급여에서 최종 납부 세금이 차지한 비중)로 치면 5.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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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따로 노는 현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액 중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일정 한도로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제도다. 현금거래가 많은 자영업자의 세원을 포착하기 위해 1999년 일몰 시점이 정해진 ‘한시 제도’로 도입됐다.

2016년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자영업 소득에서 과세당국에 신고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달하는 등 당초 도입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 진작부터 세제 전문가나 정책 담당자들은 대다수가 ‘원상 복구’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반대 여론을 넘지 못하고 계속 생명을 연장하는 중이다. 기재부는 작년에도 일몰기한을 올해 말까지 1년만 연장하며 이번에야말로 축소를 관철하겠다고 전의를 다졌지만, 결국 이번에도 허무하게 뜻을 접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금에 기반한 복지혜택을 피부로 느껴본 경험이 적고, 정부 재정운용 불신도 커 기존 공제 축소에는 광범위한 조세 저항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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