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가 더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희뿌연 공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었지만 시민들은 방비책이 없다. ‘재난’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일상이 지옥이 돼 가고 있다. 파란색 하늘이 회색으로 변한 집 밖으로 어린아이들을 내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속은 타 들어간다. 성인들도 밖에서 걷다 보면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침침해지는 게 일상이 됐다. 한반도에서 점점 숨 쉬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한 걸까. 정부는 왜 미세먼지 대책에 소홀했을까. 시사저널은 이번에 미세먼지 사태의 뿌리, 근본원인을 집중 취재했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시사저널의 취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것은 네가 택한 삶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미세먼지 사태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정부가 택한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거기에 얹혀간 우리의 삶은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서글프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순간을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값싸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순간의 파티를 즐긴 우리에게, 그 청구서가 지금 잔인한 짙은 회색빛으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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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산 분석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흩어져 있는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합치면 총 1조8240억원이다. 전년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밝힌 미세먼지 예산 1조7000억원보다 조금 많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분류기준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책과 같은 ‘대응’ 예산은 미세먼지 ‘증대’ 예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증대 예산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와 관련된 것이다. 그 규모가 무려 3조4400억원에 달한다. 화석연료 업계에 지원되는 유가보조금이 2조원, 농어민 면세유 1조1000억원, 석탄 관련 보조금 34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미세먼지를 해결한다면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고 있다”면서 “화석연료 업계나 저소득층에 대해서도 직접 지원보다는 소득지원 등 복지 혜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석탄산업을 유지하고, 석탄산업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데 또 돈을 쓰게 되는 현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도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환경 조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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