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반기 중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핵심은 ‘통곡의 벽’을 낮추느냐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번번이 예타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인구 부족, 인프라 미비에 따른 사업 경제성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춰 지역의 SOC 사업에 대해 예타 문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분별한 SOC 사업을 걸러내겠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상반기 중 예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선 방향으로 평가항목 조정, 수행기관 다원화, 조사기간 단축 등을 제시했다. 사업당 평균 15개월이 걸리는 예타 기간을 압축하는 것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집중된 평가기관을 다양화하는 문제는 여러 차례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관건은 평가항목 조정이다. 현재 예타는 경제성 분석(전체 점수에서 35~50% 비중), 정책성 분석(25~40%), 지역균형발전 분석(25~35%)으로 구성돼 있다. 이 세 항목의 종합평가(AHP)가 기준치를 넘어야 대규모 SOC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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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우후죽순 추진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입맛에 맞게 예타 제도가 개편돼 혈세를 낭비한 전례도 있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 4대강 사업을 예타 없이 추진하기 위해 면제 사유에 ‘재해 예방’ 항목을 끼워넣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대규모 SOC 사업은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고, 유지·보수를 위해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예타라는 마지막 안전장치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