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지배 편의 하나를 위해
왜곡된 보험사 자산운용규제 바로잡아야”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종걸 의원 대표발의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시켜라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관련 자산평가 방식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임시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었다. 발의 당시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4개 단체가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법안의 국회 논의는 1년 넘게 진척이 없었다. 4개 단체는 다시 한 번 뜻을 모아 왜곡된 보험사 자산운용규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 법률 개정안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나라 금융규제법은 공통적으로 금융기관의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자산운용비율의 한도를 정하고, 각 금융기관은 이 한도 이내에서 자산을 운용토록 하고 있다. 보험회사도 예외가 아니어서 보험업법은 동일 개인이나 법인, 동일차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나 유가증권 취득에 한도를 설정하고, 또한 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나 그들이 발행한 유가증권 취득에도 한도를 설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보험업법은 대표적으로 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유가증권 보유액(분자)을 보험사 총자산(분모)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은 금융위가 관할하는 보험업 감독규정에 위임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업 감독규정이 분모(보험사의 총자산)는 시가로 평가하면서 분자(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유가증권 보유액)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분모의 크기는 보험사의 성장에 따라 증가하지만 분자의 크기는 취득 당시의 가치로 고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사실상 보험업법이 규율하는 자산운용비율 3%를 훨씬 초과하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렇게 왜곡된 자산평가 방식에 따라 보험업법 규제의 취지를 벗어나 계열사 주식을 초과 보유한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딱 2곳뿐이다.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권에서 자산운용 규제와 관련된 자산 평가 시 시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유독 보험사에 대해서만 취득원가 방식을 반세기 넘게 고수하고 있는 것은 삼성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에 규제 당국이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는 점을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분자에 해당하는 자산을 시가평가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이종걸 의원안’이 발의된 2014년 4월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 중 약 14.4조원을 팔아야 3% 이내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건희 총수일가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산운용비율 규제 관련 자산 평가방식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이종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생명법에 대한 4개 단체의 기본 입장은 자산운용비율에 관한 보험업법 규제의 취지가 삼성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 편의 하나를 위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식적인 법안에 대해 금융위는 여전히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우며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정무위 법인심사소위에서 “보험업은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현행대로 시가가 아니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발언했다. 동석한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일본이 취득원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용태 새누리당 위원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식가치가 큰 폭의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법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모두 반대 근거로서 타당성이 없다. 첫째, 보험업의 장기투자 여부와 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에 대한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규제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둘째, 일본이 취득원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만 분자만이 아니라 분모도 취득원가 방식을 적용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안은 법안 통과 이후에 5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초과된 계열사 주식을 단계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와 여당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앞세워 삼성의 이익에 봉사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보험업법상 대주주 규제의 기본 취지를 법안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자산운용비율과 관련한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과도한 삼성전자 주식으로 인해 금융건전성이 취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부실해질 경우 그 위험이 삼성생명으로 전이되고, 삼성생명의 위험은 보험계약자와 그룹 전체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4개 단체는 다시 한 번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