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주도하는 셀프개혁 성공할 수 없어
각계 참여하는 법원개혁 추진협의체 구성되어야
지난 27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주재하에 법원개혁 입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농단의 ‘행동대’였던 법원행정처에게 법원개혁 추진을 맡긴다는 것이다. ‘셀프개혁’은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핵심 조치는 모두 피해간 개혁이 될까 우려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법원행정처가 추진하는 ‘셀프 개혁’을 중단하고,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를 모두 아우르는 법원개혁 추진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원행정처 폐지를 포함한 개혁과제를 집행할 것을 촉구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농단의 핵심 부서로, 폐지되어야 할 개혁의 대상이다. 그런 법원행정처가 그 법원개혁 추진을 담당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더욱이 사법농단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법원이 셀프개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행정처 내 기획조정실은 20대 국회의원들의 신상을 분석하고 연관 재판정보를 수집해 로비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원행정처가 주도하는 셀프개혁은 반드시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법원 개혁을 법원행정처 중심으로 생각하는 법원의 인식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를 내부 문제를 인식하고, 재판거래란 있을 수 없다는 법원의 오만한 인식의 연장선상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법원개혁은 법원내부의 문제만도 아니며 법관들에게만 맡겨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 법원 외부인사도 골고루 참여하는 법원개혁 추진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협의체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권 분산 등을 포함해 일련의 개혁과제들을 확정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설치된 사법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 추진위원회의 전례는 참고할만 하다. 증발되어버린 사법 신뢰의 회복을 위해 이제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과 국회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은 법원행정처에게 개혁 실무를 맡길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 자체부터 개혁하고, 사법농단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