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프리(cash free)라는 말이 있다. 현금 없는 경제를 말한다. 이번 블록체인 소동도 어찌 보면 캐시프리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이른바 ‘화폐 소멸시대’라고도 한다. 화폐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분석한 마르크스의 명저 <자본론>의 부제가 ‘정치경제학 비판’이고, 1권의 내용은 자본, 상품, 화폐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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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라면 걸인도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구걸하는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는 더하다. 스웨덴은 1661년 세계 최초로 지폐를 발행했지만 현재 현금 결제 비율은 2% 수준이다. 자판기에도 현금투입구가 없다고 한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 대부분 유럽국가는 1000유로 이상은 현금 결제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2017년 1월, 2018년 전유럽에 걸쳐 현금거래를 제한하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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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는 이미 화폐 없는 사회를 맞이했다. 공식화폐인 법화(法貨)를 갖고 있으면 부패와 탈세 혐의로 의심 받는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화폐의 종말>을 쓴 미국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이런 현상을 ‘현금의 저주’라고 했다. 따라서 화폐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새롭게 도안된 신권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실제 여러 나라가 이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2013년, 이듬해에는 일본이 20년 만에 신권을 발행했다. 그 뒤를 중국이 따르고 있다. 아직도 전두환 정권의 구권화폐를 가지고 있다는 사기꾼들이 잡히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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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화폐 소멸시대에 걸맞지 않은 5만원권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논의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5만원권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지하경제를 축소시키고, 보다 발전된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우선 5만원권 발행을 중단하고 더 나아가 폐지해야 한다.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보아야 한다. 또 하나의 적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