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보장급여와 여타 각종 공적현금급여 간의 관계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허선 |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이하 ‘기초보장’) 제도에 의한 급여와 기초연금의 관계와 관련한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이는 곧 기초보장 수급자인 동시에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급여가 전액 기초보장법상 소득으로 인정됨에 따라 사실상 기초연금을 받는 효과가 없다는 문제제기(이른 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로부터 촉발된 것이다. 기초연금을 기초보장법상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보충성 원리에 의한 것이긴 하나, 위의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보충성 원리에 의해 기초보장 수급노인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11월에는 기초연금의 소득인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헌법소원청구서, 2017).

 

헌법소원으로까지 나아간 이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사실을 기초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이 문제제기의 근본배경에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와 낮은 공적복지 수준이 있다는 사실이며, 둘째는 보충성 원리의 적용문제가 비단 기초연금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공적현금 급여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전자에 주목할 때 우리는 이른 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제기를 해소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공적복지 수준의 획기적인 향상을 통한 노인빈곤의 해소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위의 헌법소원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로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후자에 주목하면, 기초연금에서 시작된 보충성 원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근본적으로는 기초보장 급여와 기초보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적현금 급여, 이를테면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아동수당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기초보장 수급자를 선정하거나 그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기초보장 수급자가 기초보장제도 이외의 제도에 의해 받는 각종 공적현금 급여(이하 ‘각종현금급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기초보장 급여 이외의 각종현금급여 중 기초보장 수급자의 소득으로 인정해야 할 것과 인정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정리할 수 있다. 만일 특정 현금급여를 기초보장 수급자의 소득으로 인정한다면(즉, 보충성 원리를 적용한다면) 그 수급자는 그만큼 기초보장의 급여를 삭감당할 것이고 더 나아가 자칫 기초보장에서 탈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특정 현금급여를 기초보장의 소득으로 불인정한다면(즉, 보충성 원리를 적용치 않는다면) 그 수급자는 기초보장 급여에 더하여 해당 현금급여를 추가소득으로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사실 중 후자에 주목하여, 각종현금급여 중 기초보장법상의 소득으로 인정해야 할 것과 불인정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원칙을 수립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기초보장제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각종현금급여의 성격을 이론적 측면에서 구분하고, 이를 통해 기초보장과 기초연금 간의 관계정립뿐만 아니라 기초보장과 각종현금급여 간의 관계정립을 위한 원칙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보충성 원리의 적용

일반적으로 공공부조에서 보충성 원리라 하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부조 급여보다 개인의 노력에 의한 시장소득이나 가족 간의 부양에 의한 사적이전소득을 우선함을 의미한다(안봉근, 2009 참조). 그런데 이 글의 논의대상이 되는 보충성 원리는 시장소득이나 사적이전소득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적극적 개입의 산물인 공적이전소득 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즉, 다양한 공적이전소득 중 어느 것을 더 우선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며,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종현금급여에 의한 공적이전소득 중 어떤 것을 기초보장법상의 소득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각종현금급여 중 어떤 것을 소득인정하며 어떤 것을 소득불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각종현금급여의 목적 내지 성격을 구분하여 그 목적 내지 성격에 따라 보충성 원리의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접근(외재적 접근)이며, 둘째는 공공부조(기초보장제도)에서 제공되는 급여의 성격을 구분하여 그로부터 보충성 원리의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접근(내재적 접근)이다. 이 두 접근에 의거하여 제도 간 관계를 설정할 원칙을 정한다면 그로부터 예외를 인정할 근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현금급여의 성격 구분 (외생적 접근)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보충성 원리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소득보장제도 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사회보험에 의한 급여를 소득으로 인정한다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예컨대 국민연금법상의 노령연금을 연금수급자의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국민연금 생활자가 여하한 이유로든지 생활이 곤궁해져 기초보장 수급자 신청을 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국가는 그가 받고 있는 노령연금을 자산조사상 소득으로 인정할 것이고 이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

 

그렇다면 노령연금이 소득인정되는 것은 이것이 사회보험 급여이기 때문인가? 위에서는 논의의 출발을 위해 사회보험 급여로부터 시작했지만 사회보험 급여이므로 소득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근거가 약한 것 같다. 만일 노령연금이 보편수당 형태로 운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편수당 형태의 노령연금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그것을 받으면서 가난에 빠지는 사례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 역시 소득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급여의 운영방식(보편수당, 사회보험, 혹은 공공부조 등)이 소득인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급여가 가진 일차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소득인정하는 것이 맞다면 그것은 노령연금이 소득보장을 위한 급여이기 때문이다(이러한 소득보장을 위한 급여를 여기서는 ‘소득보전급여’라 칭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대표적인 것으로 장애수당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은 현행 제도에서도 소득불인정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장애수당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하려는 급여이며 만일 이를 소득인정하여 그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한다면 장애인 가구는 추가비용으로 인해 동일한 생계급여로 사실상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유동철, 2013: 169~171). 따라서 각종현금급여는 그것이 소득보전급여인가 비용보전급여인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자산조사여부와 교차하여 분류하면 <표 1-1>과 같다.

 

 

<표 1-1>의 구분 중 이 글의 논의에 비추어 중요한 것은 소득보전급여와 비용보전급여의 구분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회보장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의 고전적인 개념화로는 베브리지(Beveridge, 1942: 120)의 것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사회보장을 “①실업, 상병(sickness) 혹은 노동재해에 의해 소득이 중단된 경우 그 중단된 소득을 대신하기 위해, ②연령에 따른 퇴직에 대비하기 위해, ③타인의 사망으로 부양(support)이 상실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④출산, 사망, 혼인 등으로 인한 예외적 지출(exceptional expenditure)에 충당하기 위해 소득을 보장하는 것(securing of an income)”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와 함께 베브리지는 위와 같은 사회보장의 전제조건으로 아동수당과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의료 및 재활서비스, 그리고 고용의 유지라는 세 가지를 들었다(Beveridge, 1942: 120, 153). 

 

베브리지의 사회보장 개념에는 아동수당과 의료서비스가 포함되지 않는데 이와 달리 이 두 가지를 사회보장에 포함시킨 개념화로는 국제노동기구의 개념화가 대표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장을 ①상병・출산・노동재해・실업・장애・노령・사망 등으로 인한 수입의 중단 혹은 급격한 감소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곤궁에 대비하여 사회가 일련의 공적조치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보호와 ②의료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③아동이 있는 가족을 위한 보조금의 제공으로 규정하고 있다(ILO, 1998: 8).

 

이 두 개념화에는 우리가 앞에서 말한 소득보전급여와 비용보전급여의 구분이 함축되어 있다. 우선 베브리지의 개념화 중 ①, ②, ③은 ILO의 개념화에서 ①로 합쳐져 있는데 이들은 사회적 위험에 의한 소득상실(income loss, 소득감소를 포함)에 대비한 소득보장(income maintenance)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글에서 말하는 소득보전급여에 해당한다. 그리고 베브리지의 개념화에서 사회보장의 전제조건으로 간주된 세 가지 중 아동수당과 의료서비스는 ILO의 개념화에서는 사회보장으로 규정되고 있는데(ILO 개념화에서 ②와 ③), 이들은 기본적으로 추가적 지출 혹은 예외적 지출에 관련된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현물급여이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생략하기로 하고,1)  아동수당에 대해서는, 베브리지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의 임금체계로는 가구원의 수가 다른 각 가족에게 국민최저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자본주의의 임금체계에 그런 것을 요구할 수도 없으므로 국가가 아동양육비용의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다(Beveridge, 1942: 154, 156). ILO는 아동수당이 추가비용을 보전하려는 것임을 좀 더 명시적으로 말하는데 이는 베브리지가 말한 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즉, ILO는 사회보장의 다른 급여는 임금이 중단되거나 노령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소득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면 아동수당은 임금이 아동양육의 책임을 반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임금과 함께 제공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한다(ILO, 1998: 75). 또한 이 점에 있어서 피에터스(Pieters, 2015: 158)는 자녀의 존재는 특수한 지출을 발생시키므로 아동수당은 자녀양육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에게 그 비용의 일부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베브리지의 개념화와 ILO의 개념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회보장(여기서는 소득보장)에 의한 급여는 크게 소득상실에 대비한 소득보전급여와 추가지출에 대비한 비용보전급여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소득보장급여 중 노령급여와 장애급여, 유족급여, 상병급여, 모성급여, 노동재해급여, 실업급여 등은 소득보전급여에 속하며, 아동수당은 비용보전급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할 때 이 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초연금은 노령급여의 한 형태로서 소득보전급여로 분류된다. 노령급여로서의 기초연금이 소득보전급여로 분류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령이라는 사회적 위험이 갖는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령은 단지 생물학적 의미의 연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사회적・정치적으로 규정된 특이한 개념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 이전까지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가 본격 출범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노쇠로 인해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계속 일했다(마일즈, 1992: 22, 31; 해리슨, 1989도 참조). 나이가 많아져서 일을 그만 둔다는 것은 매우 부유한 일부 계층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퇴직제도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로 전환하고 노동속도가 중요해지면서 고령노동자가 점차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변화하게 된 것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퇴직제도가 금방 도입된 것은 아니다. 퇴직제도의 확립에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 정치적 과정의 핵심이 바로 공적연금의 확립이었다(마일즈, 1992: 41~47). 물론 공적연금을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1880년대 말의 독일이었지만 이 당시 독일이 도입한 연금의 급여는 월 13.5마르크로 같은 시기 독일의 빈민구호 수준인 월 20마르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어서 퇴직제도를 확립하는 데 필요한 연금이라기보다는 빈곤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보호의 한 형태였다(마일즈, 1992: 43). 독일을 따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연금을 도입했지만 이들 역시 퇴직제도 확립에 소용되는 것이 아니라 방빈적(防貧的)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공적연금의 성격이 진정으로 변화한 것은 2차 대전 이후부터여서 이 때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노령은 곧 퇴직을 의미하게 되었다(마일즈, 1992: 46). 이로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보편적으로 일정연령이 되면 노동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퇴직하여 공적연금에 의해 소득을 보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노령은 일정연령으로 획일적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이는 다시 말해서, 노령은 곧 퇴직을 의미하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인으로 분류되는 연령에 도달하면 소득활동의 기회를 상실한다고 일반적으로 가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령급여가 연금형태로 주어질 경우 그것은 몇 가지 형태로 세분할 수 있는데, 그것에는 일정연령에 이른 사람들에 대한 소득대체에 보다 중점을 둔 것(노령연금)과 일정연령에 이르러 직업활동을 그만 둔 사람들에 대한 소득대체에 보다 중점을 둔 것(퇴직연금) 그리고 오랫동안 보험에 가입했거나 오랫동안 일을 하였거나 기여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연공연금(seniority pension))이 있다(현실에서 명칭은 통상 이러한 구분을 하지 않고 노령연금이 보편적이다)(피에터스, 2015: 108). 하지만 이들 각 형태에 공통된 것은 공적연금이라는 것이 어떤 높은 연령에 도달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특수한 지출을 보상함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피에터스, 2015: 109). 즉, 공적연금은 그것이 노령연금과 퇴직연금, 연공연금 중 어디에 중점을 둔 것이건 기본적으로 노령(퇴직)으로 인한 소득상실에 대해 소득을 보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제도라는 것이다. 노령으로 인한 추가지출 보상은 공적연금이라는 현금급여보다는 건강보험이나 노인돌봄과 같은 서비스에 의해 대처되는 경향이 있다(피에터스, 2015). 

 

최저생활보장으로서의 기초보장제도의 성격 (내재적 접근)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부조제도는 이를 최저소득보장제도(minimum income protection; 이하 MIP)라 할 수 있는데, 이 MIP는 잔여적인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특성과 사회적 최저선의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는 특성을 갖는다(Bahle et al, 2011: 13~16). 최저선의 보장이란 곧 그 누구도 그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되는 국민최저수준을 모두에게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잔여적인 최후의 안전망이란 이 글에서 논의하고 있는 보충성 원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최저생활보장의 마지막 수단임을 의미한다. 한국의 기초보장제도는 MIP가 갖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도이다. 다만 그 최저보장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고 자산조사가 그 대상범위(extent)와 영역범위(scope)가 모두 넓은 엄격한 자산조사의 성격을 갖고 있다(Bahle et al., 2011: 15).2) 

 

그런데 기초보장제도가 MIP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은 원칙적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여기서 그 성격에 관한 논의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과거 논란이 된 바 있었던 통합급여 대 개별급여 논쟁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논쟁은 기초보장제도가 시행됨과 거의 동시에 전개되었고 그 결과 2015년에는 개별급여의 입장이 반영된 형태로 제도가 변경되었다(이른 바 맞춤형 급여). 개별급여론자들이 과거의 기초보장제도에 대해 그것이 통합급여방식이라고 비판한 가장 중요한 의도는 통합급여방식이 탈빈곤 동기를 저하시킨다는 것이었고 이 점은 개별급여론자들에 의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식으로 표현되었다. 탈빈곤동기 저하를 문제 삼은 저변의 의도는 사실상 개별급여론자들 사이에서도 동일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비판은 자활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물질적 기초를 가진 것이었다. 자활과 관련된 탈빈곤의 문제는 이 글의 논의범위를 넘어서므로 더 이상 논의하지 않을 것인데 통합급여 대 개별급여 논쟁에서 이 글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현재 개별급여방식으로 전환된 기초보장제도가 과연 통합급여의 요소를 완전히 삭제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개별급여방식의 기초보장제도는 수급자의 자산(소득인정액) 수준에 따라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다층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선정기준은 위 급여의 열거순서대로 기준중위소득의 30%, 40%, 43%, 50%이다. 그래서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30% 이하이면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30% 초과 40% 이하이면 의료・주거・교육급여, 40% 초과 43% 이하이면 주거・교육급여, 43% 초과 50% 이하이면 교육급여를 받는다. 그러므로 현재 개별급여방식으로 전환되었다고 하는 기초보장제도도 생계급여 수급권자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은 통합급여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초보장제도가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MIP로서의 성격을 갖는 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본질적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통합급여 대 개별급여 논쟁은 그 논쟁의 구도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이었다. 통합급여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개별급여방식을 적용해야 하는 자산의 수준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가가 문제의 요체였던 것이다. 즉 과거 통합급여라 칭해지던 기초보장에서 수급자 선정수준을 넘는 가구, 즉 차상위층 혹은 차차상위층에 대해 지금의 개별급여와 같은 급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이지 통합급여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통합급여는 MIP의 본질적 요소이다. 이 점은 이 글의 논의와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즉, 기초보장제도를 MIP라고 할 수 있을 때 그것은 통합급여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서의 기초보장에 한정된 것이다. 따라서 현행 기초보장의 선정기준이나 급여수준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MIP의 성격은 생계급여기준선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기초보장제도는 통합급여 대 개별급여라는 잘못된 논쟁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과거 통합급여가 이루어지던 수준을 현행의 생계급여수준으로 타당한 근거도 없이 하락시킨 것이라고 본다면, 과거 통합급여방식의 기초보장제도 선정기준이 MIP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현행 기초보장에서 적어도 의료급여기준에 해당하는 수준 혹은 의료급여기준과 교육급여기준의 중간 어딘가에 해당하는 수준까지가 MIP이고 그것을 넘어서는 수준의 급여는 MIP라기보다는 특정 지출목적을 위한 목적성 급여(tied benefit)(Bahle et al., 2011: 13)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보충성 원리는 원칙적으로 통합급여방식이 적용되는 의료급여기준 혹은 그것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 

 

기초보장의 통합급여는 최저생활보장을 주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특정한 추가적 지출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저생활유지에 필요한 일반적인 지출을 위한 소득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소득보장은 소득보전급여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기초연금이 갖는 소득보전급여로서의 성격과 동일하다. 기초보장의 통합급여와 기초연금은 둘 다 소득보전급여이므로 이를 국가가 중복으로 제공한다면 이는 소득보장의 과잉이라 할 것이며 또 기초보장의 통합급여는 MIP로서 최후의 안전망이므로 둘 중 어느 하나를 우선해야 한다면 기초연금을 우선하여 이를 기초보장법상의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초보장의 틍합급여를 넘어서는 수준의 급여3)에 대해서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할 근거가 약하다. 이들은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각각의 급여가 의도하는 바의 추가지출을 보전하려는 성격이 강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통합급여 수준을 넘어서서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꾀하게끔 유도하려는 성격도 가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초연금급여를 소득인정하여 이로 인해 어떤 노인이 기초보장 수급자에서 아예 탈락하게 된다면 이는 추가지출보전의 성격을 가진 급여까지 지급치 않음으로써 기초연금의 소득인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헌법소원청구서, 2017: 16~17)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충성 원리 적용의 원칙

이제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여 기초보장과 각종현금급여에 대해 보충성 원리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원칙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는 외재적 방법을 적용할 경우이다. 앞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현금급여가 소득보전급여일 경우에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여 전액 소득인정하고 반면 각종현금급여가 비용보전급여일 경우에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치 않아 전액 소득불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선별적 제도로서 공공부조는 가난한 자를 선별하여 그들에게 최저생활유지에 필요한 소득을 보전하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최후의 안전망이므로 다른 각종현금급여로서 동일한 소득보전목적을 가진 수당이 제공될 경우 그 수당을 우선하여 그것을 소득으로 산정하는 것은 소득보장의 과잉을 막는 합리적인 조치이다. 반면 특정한 추가비용이 있어 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수당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만일 이 수당을 소득인정하여 그만큼 공공부조의 생계급여를 삭감한다면 이는 비용보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여기에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치 않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기초연금은 소득보전급여이므로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여 소득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아동수당은 비용보전급여이므로 소득불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의 접근방법은 첫째의 것과 달리 각종현금급여가 아니라 기초보장급여의 성격 규명에서 출발하는 내재적 접근인데 이를 적용하면 이 역시 앞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기초보장의 통합급여는 최저생활보장을 목적으로 한 MIP이므로 이와 중복되는 소득보전급여에는 보충성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통합급여수준을 넘어서는 급여에 대해서는 이들 급여가 특정지출에 대한 목적성 급여, 즉 비용보전급여이므로 예컨대 기초연금과 병급 가능하다는 것을 원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추가적인 고려사항

위의 두 접근방법은 사실상 아동수당에서는 차이가 없고 기초연금에서만 차이가 있다. 즉 아동수당의 경우에는 어떤 접근방법에 의하더라도 그것이 비용보전급여이므로 소득불인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추가비용의 발생이라는 것은 그 비용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있다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의 경우에는 두 접근방법이 약간 차이가 있으며 또 그로부터 약간의 다른 고려를 할 여지가 있다. 

 

첫째, 기초연금의 수급대상이 되는 노인에 대해 추가비용, 즉 노인성 추가비용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추가비용만큼 소득불인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기존의 실증연구들에서는 노인성 추가비용이 발생치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예컨대, 김태완 외, 2013 및 석재은・김태완, 2000 참조), 노화로 인한 건강의 저하 내지 상실이 초래하는 다양한 부수효과, 즉 활동의 저하나 생활의 불편함 등을 추가비용 계측에서 어떻게 고려하는가에 따라 기존의 실증연구와 달리 추가비용이 인정될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험적 검증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노인에 대한 추가비용 인정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를 감안하여 현세대 노인들이 경제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하여 기초연금 중 일부를 공로 혹은 공헌에 대한 보상급여로 합의할 수 있다면 이 역시 그 부분만큼을 소득불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는 경험적 입증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만일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소득불인정되는 부분만큼을 ‘노인공헌가산급여’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위의 두 방안은 현행 기초연금의 제도구조를 변경을 고려치 않은 것인데, 이와 달리 보충성 원리의 적용뿐만 아니라 기초연금의 보장수준 향상을 함께 고려하여 기초연금의 제도구조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즉, 현행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 최소연금(예컨대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제1범주와 소득수준별 차등급여를 지급하는 제2범주(소득하위 10%에게는 최대 40만원 지급)로 나누고 제1범주의 최소연금은 일종의 부가급여로 간주하여 소득불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경로연금의 예와 유사하다. 그리고 이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위의 세 방안이 외재적 방법을 전제로 한 것인데 내재적 방법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즉 기초보장의 통합급여 수준까지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여 기초연금을 소득인정하고 대신 기초연금 소득인정으로 인해 기초보장에서 탈락하는 경우에 대해 일부 목적성 급여를 특례조치로 계속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방안은 정부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보건복지부, 2018). 

 

아동수당의 소득인정 주장에 대한 검토

이 글에서는 아동수당을 소득불인정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아동수당을 소득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견해의 대표적인 주장은 현재 양육요인으로 인한 가구특성별 지출은 한부모가정과 소년소녀가정, 입양가정, 농어민가구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가구로 확대 적용하는 것에는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 2018). 그리고 이 입장은 만일 가구특성별 지출로 아동수당을 인정할 경우 기초연금이나 보훈급여 등도 모두 소득산정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입장의 주장 중 후자의 주장에 대해 먼저 언급하면, 기초연금은 이 글에서 본 대로 비용보전급여가 아니라 소득보전급여이므로 아동수당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고, 보훈급여와 관련해서는 이에 대해 보상적 급여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보훈급여가 전적으로 공로에 대한 보상적 급여라면 이를 소득불인정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아니라 소득보전급여라면 소득인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로에 대한 보상적 급여는 비용보전급여와 동일하게 취급하면 된다. 

 

아동수당을 소득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가진 보다 중요한 주장은 아동양육으로 인한 추가지출을 전체가구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한마디로 말해 아동수당의 성격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자녀의 양육으로 인한 추가비용의 발생은 한부모가구 등 특정한 가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구에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특정 형태의 가구에 대해 적용되는 추가지출 가정(假定)을 전체가구로 확대 적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논리적 하자가 없다. 이는 많은 나라들이 아동수당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임금체계가 가구규모를 고려하여 결정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사실로 인해 현실에서 아동수당을 소득인정할 것인가 여부는 나라에 따라 달리 결정될 수 있다. 즉 MIP에서 아동에 대한 추가비용을 적극 반영하여 자녀가 출생한 경우 MIP의 급여에 아동양육비용을 상당정도로 반영해준다면(이는 노동시장에서 불가능한 것을 국가가 가능케 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아동수당을 굳이 소득불인정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한국의 기초보장제도가 가구균등화 지수를 적용하는 것을 가지고 아동 수를 고려한 급여를 하고 있다고 말하나(보건복지부, 2018) 가구균등화 지수의 적용은 단순히 가구규모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반영한 것이지 아동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사 가구균등화지수의 활용으로 아동의 욕구를 반영한다 해도 이는 아동으로 인한 추가지출의 극히 일부를 반영한 것이므로 역시 아동으로 인한 추가지출의 일부를 보전하려는 아동수당을 가구균등화 지수를 근거로 소득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주장이다. 

 

하지만 아동수당을 전체가구에 대해 소득불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일 근거가 없지는 않은데 그 경우는 아동수당을 모든 가구에 대해 소득불인정함으로써 아동수당에 소요되는 재원마련의 한 방안으로 조세환수(tax back)를 시행할 논리적 근거를 취약하게 만들 것을 우려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저소득층에 대해 아동수당을 비용보전급여로 간주하여 소득불인정한다면 고소득층에 대해서도 소득불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하고 이렇게 되면 조세환수가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아동수당을 소득불인정한다고 해서 그들보다 몇 배나 소득이 많은 고소득층의 아동수당을 소득인정하는 데에 그처럼 어려움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만일 이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공공부조 대상자에 대해서는 자녀로 인한 추가비용보전을 현행 가구균등화 지수를 적용하여 고려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획기적인 수준만큼 기초보장의 급여로 반영하고 그런 다음 이들 가구에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소득인정하고 나아가 전체가구에 대해서도 소득인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기초보장급여와 각종현금급여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원칙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원칙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외재적 접근에 의할 경우 각종현금급여가 소득보전급여인 경우 소득인정해야 하며 비용보전급여인 경우 소득불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수 있고, 내재적 접근에 의할 경우 기초보장의 MIP 수준까지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해야 하고 그 이상의 급여에 대해서는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세울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원칙이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다양한 대안도 생각할 수 있고 본문에서 그 중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사회의 노인빈곤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심각한 빈곤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초연금과 관련한 보충성 원리가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충성 원리의 적용과 관련된 원칙의 수립에 못지않게 노인빈곤문제의 해소를 위한 보장수준의 획기적 향상과 같은 접근이 시급히 그러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1)  베브리지가 예외적 지출을 초래하는 예로 든 출산과 사망, 혼인의 세 가지 중 혼인은 오늘날 사회보장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출산과 사망은 의료서비스에 포괄되어 있다.

2)  자산조사의 대상범위란 자산조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수를 말하며, 영역범위란 자산조사에 포함되는 경제적 자원의 범위를 말한다. 대상범위와 영역범위가 넓은 것은 엄격한 자산조사이며 그 반대는 완화된 자산조사이다(Bahle et al., 2011: 15 참조). 

3)  현행 제도의 선정기준을 인정한다면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이지만, 현행 제도가 통합급여수준 자체를 하락시킨 것이라 본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틍합급여를 넘어서는 급여가 여전히 없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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