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상임위원회 예산심사에서 전년 대비 1조92억원을 증액했다. 감액은 2306억원에 그쳤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역시 지난해 증액 1조1932억원, 감액 1486억원을 결정했다. 2011년 국토해양위는 5조원대가 넘는 예산을 증액했다. 하지만 상임위의 증감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가 본격적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9일에는 행안위 농식품위 외통위 등 상임위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결소위)가 개최됐다. 국토교통위는 이날 국토교통부 소관 2018년도 예산을 약 2조3600억원이나 증액하는 등 상임위 차원의 예산심사가 본격화됐다. 각 상임위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까지 예산심사를 마무리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심사안을 넘기게 된다.


그러나 “쓸데없는 일에 힘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며 국회 예산심사 관행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상임위 예산심사안이 예결위로 넘어간 이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위는 상임위의 예산심사 내용 중 감액 부분은 거의 100% 반영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예산 증가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증액 부분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 예산 증액분은 대부분 삭감된다. 실제 지난해 농식품위는 1조원이 넘는 예산 증액을 요청했지만, 예결위를 거친 뒤 예산 순증액은 1134억원에 그쳤다. 

일부 상임위는 예결위에 넘기는 예산심사안에 ‘상당부분 감액을 했으니 증액에 반영해 달라’는 부대의견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상임위가 많이 검토했으니 증감 의견을 존중해 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상임위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상임위가 예산을 깎으면 깎을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각 상임위는 정부부처 예산을 깎는 데 소극적인 대신 무작정 예산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이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사업계획서도 없는 민원성 예산을 들이밀어도 해당 부처 관계자들이 이를 쉽게 받아준다. 어차피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깎이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도 굳이 의원들과 언성을 높여가며 증액의 정당성을 다툴 필요가 없다. 수십년간 되풀이돼온 상임위 예산심사 부실화의 악순환이다.

담당 정부부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상임위 예산심사가 무력화되면 예산 배정의 전문성이 저해되고 429조원에 달하는 나라예산이 소수에 의해 좌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처 관련 사업 및 예산 내역을 가장 잘 아는 상임위 의원의 의견이 무시되고, 예결위 소속 의원 50명이 모든 부처의 예산을 주무르게 된다. 특히 예산이 최종 결정되는 순간에는 예결위원장과 각 당의 예결위 간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 소수가 예산분배의 결정권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당내 실력자들의 예산민원, 일명 ‘쪽지예산’이 난무하고, 특정 정치인 지역구에 예산이 집중 배치됐다는 비판이 매년 되풀이된다.

국회 안팎에서는 예결위가 상임위별로 가용한 예산 한도만 정해주고, 상임위가 그 한도에서 예산을 짜도록 하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예결위 역할은 예산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개입이 가능하도록 제한된다. 상임위별 예산심사 독립성을 보장하고, 예산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절충안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매년 바뀌는 예결위원들에게 전문성이 쌓이지도 않는데 상임위의 예산 관련 의견이 마냥 무시되는 것은 문제”라며 “실효성 있는 예산 심사를 위해 제도 개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말했다. 

노용택 김판 기자 [email protected], 그래픽=이석희 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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