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재정' 예산안, "소득주도성장과 증세는 '양립불가'"

[the300]국회 예결위 주최 예산공청회, "미래세대 경시" vs "패러다임 전환" 의견 엇갈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입력 : 2017.11.03 16:58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소득주도성장과 증세는 사실상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가계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겠다는 게 정부 입장 아닌가"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정부 예산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전문가 6명은 내년도 예산안이 '확대재정' 기조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를 두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안길 정도로 과도하다는 주장과 구조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공청회에는 조 교수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소득주도성장과 증세는 '양립불가' =조 교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이론적, 실증적 기반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문제를 푸는 게 아니고, 답을 먼저 내고 거꾸로 문제를 내는 역진적 구조일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과 증세는 사실상 논리적으로 양립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가계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겠다는 게 정부 입장 아니냐"며 "올해 예산안보다 27조 많은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 돈이 가계 주머니에 남아있었다면 소비되고 선순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면서 민간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조 교수는 "정부는 증세를 통한 초과세수로 복지를 늘리겠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이전소득'"이라며 "이전소득은 근로소득과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론적으로 볼 때 감세가 진정한 소득주도 성장"이라며 "세금을 줄이면 기업이나 가계 주머니가 두둑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지출 확대? 부자증세만으로 어려워 =김용하 교수는 복지지출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점에선 예산안 기조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에 상응한 증세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확대재정을 위해선 이에 맞게 증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 부자증세만으론 부족하고 포괄적 증세 통한 균형재정을 그 기반으로 복지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준모 교수도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했다. 양 교수는 "조세부담, 고용부담 상승. 금융 비용, 부동산 비용, 에너지 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예산안"이라며 "보조금에 의존해선 그 어느것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증원? 인건비 부담 가중…미래세대 경시 우려 =양 교수는 정부의 공공기관 고용 확대 방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이번에 공무원을 증원하면 상당기간 인건비 부담을 안고 가게 된다"며 "혁신 관련 성장동력을 마련할 예산이 미흡한 점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양 교수는 "사람 중심의 따뜻한 재정운영이라는 의미가 모호하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기조, 목표, 투자 중점적 방향 간 논리적 연계성이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교수도 공공부문 일자리가 민간부문 일자리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재교육과 기술훈련 등 적극적 노동정책을 펼쳐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규제에 따른 면허 관련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 변호사 등 정부 규제에 의한 면허 수가 증가하면 서비스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고 적은 비용에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며 "정도(正道)를 두고 시장 질서를 위배해 비효율을 발생시킬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예산안은 미래세대의 이익을 다소 경시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편익을 얻는 세대가 그 비용도 지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산안을 보면 소비적 지출 늘리고 미래세대 투자에 해당하는 투자적 지출을 줄였다"며 "국가채무를 늘려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 위해 과감한 재정지출 필요"= 이번 예산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우려와 달리 수입확대를 고려하며 재정건전성을 지켰다는 평가다. 

정세은 교수는 "지출구조를 개혁해 하드웨어가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라며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데 내년 예산안이 여기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려면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예산안은 총수입 증가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총 지출을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다"며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정창수 소장은 "이번 예산이 변화의 시작이지만 중간편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한국 재정에 복지예산이 적고 경제예산 많다"며 "이 불일치가 재정 변화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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