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국회 전초전…소득주도 성장·SOC 삭감 등 충돌
민주 "양극화 고착·열악한 복지 처방 위한 예산"
野, 文정부 예산 '복지 치중·성장 동력 약화'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서혜림 기자 = 여야 의원들은 3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공청회에서 소득주도 성장, 사회간접자본(SOC) 삭감, 법인세 인상 등 쟁점 사안을 두고 충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이 저성장·양극화 고착을 타개할 '처방전'이라고 강조했고, 야당은 이에 맞서 '복지 치중·성장 동력 약화'라는 프레임으로 비판에 나섰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이전 정부에서 재정을 아주 '짠돌이'처럼 운영해 저성장과 양극화 고착, 저임금 근로자 확산, 열악한 복지시스템이란 결과가 나타났다"며 "처방을 제대로 내야 하는데 이런 의지를 갖고 새 정부의 첫 예산이 편성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도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이번 예산의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복지가 재정파탄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국민이 안심하고 지낸다면 국가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승희(민주당)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사업하기 좋은 국가 4위가 한국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대기업의 해외투자 증가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대기업을 상대로 한) '핀셋증세'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내년 예산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의 김광림 의원은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 3조 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3조7천억 원, 아동수당 1조1천억 원 등이 배정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22년으로 가면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선 의원은 "국민이 최대 고용주가 되는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예결위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확장적 재정 기조 속에 SOC 투자를 줄인다는 것은 상충적"이라며 "SOC 대폭 감액으로 일자리 감소, 성장잠재력 훼손, 세수 구조 악화가 자명해 과감한 증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견진술차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복지예산을 늘리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주장이 있지만, 고령화와 출산율을 고려할 때 성장 위주 지출구조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SOC 예산이 4조 원 줄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 중단이 아니라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라며 이월에 따른 재정의 비효율성을 바로잡은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을 얘기하면서 민간의 주머니를 얇게 하는 식으로 편성한 예산"이라며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이 급여 인상, 배당에 여력이 생겨 민간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세가 진정한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이번 예산안은 미래 세대의 이익을 경시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공 부분 일자리가 민간부문의 마중물 될 것이란 계획은 논리적으로 비약이 아닌가 하며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고민해서 재교육, 기술훈련, 인적자본 투자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이날 전문가들의 발표 도중 '구호뿐인 성장 동력' 등의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이 '특정정당의 주장을 설파하려고 나왔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에 "교수가 학자의 양심을 갖고 말하는 것인데, 취사선택해서 의원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될 문제"라고 맞섰다.
예결위는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종합정책질의 및 부별 심사(6~13일), 소위심사(14일부터), 본회의(12월 2일)를 이어가며 한 달간 예산 심사 레이스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