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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읍, 김진태 의원 <형사소송법> 개정안 반대
전자정보 압수수색 절차 완화, 디지털·영상녹화물 증거능력 부여 등 정보자기결정권 침해,
공판중심주의 형해화 우려 커
참여연대, 법사위 위원들에게 반대 의견서 전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12/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김도읍, 김진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 개정안들은 디지털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방법과 절차 및 그 증거능력에 대한 내용으로, 참여연대는 개정안들이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정보주체의 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크고,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 개악안으로 평가한다.
현재 김도읍 의원의 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 김진태 의원의 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되어 있음. 참여연대는 두 개정안의 심사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다.
김도읍 의원의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평가 의견 (의안번호 1913878)
- 개정안은 정보 압수 후 예외조항을 둬 통지의무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피의자와 변호인의 참여 또한 배제할 수 있어, 정보주체들의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큼.
- 압수대상 정보의 출력ㆍ복제가 불가능한 경우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고, 정보처리장치와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된 정보저장매체도 별도의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할 수 있게 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그 압수수색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큼. 이는 대법원(2015.7.16.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이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방법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과도 배치됨.
김진태 의원의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평가의견 (의안번호 1915159)
- 영상녹화물의 증거사용은 현재 폐단이 많은 피의자신문조서보다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자백진술로 이끌기 위한 협박, 회유 등 인권침해적 수사관행을 촉진시킬 위험이 있으며, 영상 선별, 편집의 위험성도 있음.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시키며, 재판부의 심증형성을 왜곡시킬 위험성이 매우 큼.
- 검찰 및 수사기관이 작성한 전문서류의 증거사용을 확대하자는 안은 공판중심주의에 반함.
-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도 수사단계에서 왜곡, 조작될 위험이 커 최대한 억제해야 함.
‘쉼 없는 노동’: 디지털시대의 그림자1)
김기선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디지털화로 인해 ‘스마트 공장’과 같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사무직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디지털기술의 활용이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스마트 서비스, smart Service). 사무실 책상에 고정된 데스크탑을 이용한 업무처리는 점점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BYOD(Bring your own device)2) 가 되었든, CYOD (Choose your own device)가 되었든 날로 성능과 기능이 더해져가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첨단 정보통신전자기기를 활용한 업무 수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기는 장소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시간적 관점에서도 유연한 근로형태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스마트기기는 ‘업무(Arbeit)’와 ‘여가시간 (Freizeit)’ 두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근 로자가 여가시간 중에 업무상 연락을 받도록 만들기도 한다.
“퇴근 이후에라도 알림을 꺼놓을 수 없어요. 회사 일과 관련한 카톡방이랑 밴드가 있거든요. 편리한 점도 있지만 감시 받는다는 느낌이랄까요.”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일간지 기사 내용의 일부이다.3) 기사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스마트기기 등 정보통신전자기기의 발전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언제든 연락가능하게 됨(ständige Erreichbarkeit)에 따라 일과 생활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져 간다.
이 글은 디지털화가 노동과 휴식이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경계를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즉, 노동시간 외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업무수행의 실태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와 같은 우리 노동의 실태가 제기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노동과 휴식의 경계를 세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근로시간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근로시간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제조업 및 주요 서비스 업종(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만 20세 이상부터 만 60세 미만까지 2,402명의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3%가 업무시간 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4) 이러한 실태조사는 스마트기기의 발전이 점점 근로시간과 휴식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스마트기기의 광범위한 활용이 근로시간과 휴식의 경계를 점점 더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근로자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언제든 연락 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음(Always-ON)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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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수행하는 업무의 형태와 관련해서도 실태조사에 의하면 스마트기기를 활용하여 근로자가 업무 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수행하는 업무가 업무시간 중에 수행하는 업무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에서 제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업무의 형태로는 ‘직장 메일 연동을 통한 메일 수신 및 발신’이 63.2%, ‘직장 업무 관련 파일 작성 및 편집’이 57.6%, ‘메신저, SNS를 통한 업무처리 및 지시’가 47.9%, ‘직장 사내 시스템 접근을 통한 업무처리 및 지시’가 31.3%, ‘인터넷 원격 접근을 통한 업무처리’가 24.5%, ‘스마트기기를 통한 현장 모니터링’이 18.7%로 나타났다.5)
뿐만 아니라 업무시간 외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업무수행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와 관련하여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근로자의 상당수가 업무시간 이외에도 스마트기기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근로자가 업무시간 외 업무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은 구간대별로 ‘없음(0분)’이 3.9%, ‘30분 이하(1~30분)’가 27.1%, ‘1시간 미만 (31~59분)’이 9.8%, ‘1시간’이 10.0%, ‘2시간 미만(1시간 1분~1시간 59분)’이 8.6%, ‘2시간 초과’ 가 20.1%로 조사되었고, 근로자가 업무시간 외에 업무의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일 1일 평균 약 1.44시간(86.24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6)
이 실태조사에 의하면 퇴근 이후뿐 아니라, 휴일에도 스마트기기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휴일에 근로자가 업무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을 구간대별로 나누어보면, ‘없음(0분)’이 24.5%, ‘30분 이하(1~30분)’가 21.4%, ‘1시간’이 11.5%, ‘1시간 초과~2시간 미만’이 6 .3%, ‘2 시간’이 8.6%, ‘2시간 초과 3시간 미만’이 3.4%, ‘3시간 초과’가 15.5%로 조사되었고, 업무시간 이외에 업 무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의 휴일 1일 평균은 약 1.60시간(95.96분)으로, 평일 1일 평균인 약 1.44시간(86.24분)보다 10분 정도 긴 것으로 조사되었다.7)
‘쉼 없는 노동’,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치다
노동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짐으로 말미암아 발생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신건강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의 노동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신적 건강에 대한 안전보건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측된다.8) 한병철(2014)은 디지털시대의 문제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한다.
“더 많은 자유를 약속하는 스마트폰에서 하나의 치명적인 강제가 생겨난다. 커뮤니케이션에의 강제. 사람들은 최근 들어 디지털기기와 거의 강박적 관계에 빠져들었다. 여기에서도 자유는 강제로 전도된다. 소셜네트워크는 커뮤니케이션에의 강제를 엄청나게 강화한다. 결국 그러한 강제는 자본의 논리로 소급된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은 더 많은 자본을 의미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순환이 가속화되면 자본의 순환도 가속화된다.”9)
연구조사 결과는 한병철의 이와 같은 진단이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기기를 사용함에 따라 사용불가 지역에 있으면 불안하다” 는 문항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매우 그렇다, 그렇다)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1.2%)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불안이 상당하고, “스마트기기 사용에 따라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문항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조사대상 근로자 중 40% 이상으로, 적지 않은 근로자가 스마트기기 사용에 따른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10) 이와 같은 결과는 스마트기기가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 특히 정신적 안전보건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위험이 초래한 결과는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일 수 있다. ‘소진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번아웃증후군’에 대한 정교한 학문적 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번아웃증후군’은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 에너지가 다 소진돼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 상태를 말한다. ‘번아웃증후군’은 질병이 아니라, 상태에 대한 진단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경우 ‘번아웃증후군’은 파국적인 결말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근로시간과 휴식의 경계, 어떻게 세울 것인가?
근로시간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은 ‘근로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11)에서는 근로시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근로시간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판례 등 해석에 맡겨져 있는데, 법원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 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환경은 이와 같은 해석만으로는 대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발생시킨다.
근로자가 여가시간에 집에서 디지털기기를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것이 근로자가 스스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한 명시적 지시나 묵시적 수인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론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근로자가 집에서 휴식 중에 5~10분 정도 업무상 메일을 수신하고 답신메일을 작성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또한 근로자가 회사와 언제든 연락 가능한 스마트기기를 켜놓고 있어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개념을 재검토하여 이를 제도화하거나 근로시간이나 휴식으로 판단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호출대기(Rufbereitschaft)’와 같이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12)
다른 한편, 디지털시대가 만들어 내는 24시간 언제든 연락가능한 상황은 실근로시간의 증가 등 근로자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노사협정의 방식으로 근로자의 ‘연락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디지털화가 빚어내는
이와 같은 상황은 글로벌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리 노사가 합의에 의한 자율적인 방식에 의해 근로자의 적정한 휴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제도적 측면에서 일정 시간의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최소 11시간의 최소 휴식시간일 필요는 없다) 또는 연락이 허용되지 않는 시간대를 설 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13)
우선, 노사가 합의에 의한 자율적인 방식에 의해 근로자의 적정한 휴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이와 같은 노사의 노력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장치에 의한 ‘근로자와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상황(immer Erreichbarkeit)’이 유발하는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막기 위해 휴식시간의 업무상 연락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근로시간대 종료 30분 이후 회사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은 차단되고, 서버 기능은 다음 날 근로시간대 개시 30분 전에 다시 가동된다.14) 따라서 폴크스바겐의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는 자는 18시 15분에서 다음 날 7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는 업무상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화통화는 허용된다. 이 규정은 폴크스바겐의 대략 4,000여 명의 단체 협약 적용자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고위관리직 (leitende Angestelle)이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직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다임러(Daimler)에서는 모든 직원에 대해 휴가기간 또는 5일 이상의 부재 시에는 도착한 이메일이 직원의 요청에 따라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되어 있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을 정한 규정이 없다. 이에 20대 국회에는 근로종료 후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토록 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15) 제출된 안에 따르면, 사용 자는 근로자에게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하여 11시간(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자의 경우에는 12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다만, 일시적인 근로수요의 증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연속적인 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고, 사태가 급박하여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과 관련해서는 규정의 도입필요성을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강성태 교수는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근로기준법에 일간휴식 제도를 신설하여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연속 하는 11시간 이상의 일간휴식을 보장한다. 새 조문의 위치는 휴게(제54조)와 주휴일(제55조)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한편,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의 특례 제도(제58조)와 근로시간 등의 적용의 제외 제도(제63조)의 규율을 받는 근로자에게는 일간휴식의 특례를 인정하여 1시간 정도의 단축은 인정하되, 적어도 10시간 이상의 일간휴식은 부여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행법상 무한정한 연장근로가 가능한 두 제도의 적용 근로자들에게도 최소한도의 휴식시간을 부여함으로써 건강보호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6)
휴식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는 우리 노동의 모습을 ‘휴식이 있는 삶’으로 바꾸어 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 또한 디지털시대가 만들어 내는 24시간 언제든 연락가능한 상황은 실근로시간의 증가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정 시간의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 또는 연락을 허용되지 않는 시간대를 설정하는 것은 검토될 필 요가 있다고 생각된다.17)
다만 최소 휴식시간을 설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독일의 근로시간법에 최소 11시간의 일간 휴식시간 (Ruhezeit)이 규정되어 있으나, 디지털 변화에 따라 휴식시간 중 경미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흔히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모두에 대해 11시간의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을 적용하여 새로이 휴식시간이 개시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과, 이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그 시간이 반드시 11시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1) 이하의 글은 필자가 이 주제와 관련하여 발표했던 글을 재정리한 것 임을 밝혀둔다. 필자가 그간 이 주제와 관련하여 발표했던 글은 각주 에서 그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
2) 김기선(2014), 「Bring your own device의 노동법상 쟁점」, 『노동법 률』 vol. 274, ㈜중앙경제사, p.72-75.
3) 경향신문 2013년 12월 20일자 보도, “권리를 잃은 사림들(2) 스마트 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4) 이경희ㆍ김기선(2015),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 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p.16.
5) 보다 자세한 내용에 대하여는 이경희ㆍ김기선(2015),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p.31 이 하 참조.
6) 이경희ㆍ김기선(2015),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 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p.91-95.
7) 이경희ㆍ김기선(2015),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치 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p.95-99.
8) 김기선(2015), “산업안전보건의 현대적 과제”, 『노동법학』 제55호, 한국노동법학회, p.16.
9) 한병철(김태환 옮김)(2014), “무리 속에서-디지털의 풍경들”, 『투명 사회』, 문학과 지성사, p.164.
10) 이경희ㆍ김기선(2015),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 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참조.
11)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 시간으로 본다.
12) 이경희ㆍ김기선(2015),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 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p.188.
13) 1일 최소 11시간의 최소 휴식시간원칙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견해로 강성태, “노동개혁을 위한 노동법의 과제”, 『노동법학』 제56호, 한 국노동법학회, p.94 참조. 한편, 근로시간법에 최소 11시간의 일간 휴식시간(Ruhezeit)이 규정되어 있는 독일에서는 이를 완화할 필요 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
14) Spiegel Online vom 23.12.2011, http://www.spiegel.de/ wirtschaft/service/ blackberry-pause-vw-betriebsrat-setzt- E-Mail-stopp-nach-feierabend-durch-a-805524.html(방문일: 2016년 10월 17일).
15)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한정애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000843).
16) 강성태(2016), 「근로기준법상 휴식제도의 개정」, 『노동법연구』 제41 호, 서울대노동법연구회, p.115.
17) 김기선(2016), 디지털화와 노동: 디지털시대 노동의 과제, 『기술변화 와 노동의 미래』(개원 28주년 기념세미나) 참조.
지난 주, 노컷뉴스는 "최근 4년 동안 성매매로 징계를 받은 경찰 20명 중 파면, 해임 등 중징계(배제 징계)를 받은 이는 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 : '성매매' 경찰들 월급 깎이면 그만…'가중처벌'도 없어)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한 경찰 성비위 징계 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사였습니다.
2018년 9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장면 (출처 - 연합뉴스)
지난 번 교사들의 성비위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서 유독 성매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관련 글 : 스쿨 미투 이후, 성비위 저지른 교사들에 대한 징계 현황은?) 오늘은 예고한 바와 같이 경찰과 검찰의 성비위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서, '성매매에 관대한'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먼저 경찰청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경찰공무원 성비위 징계 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성비위로 인해 경찰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건수는 총 228건입니다. 이때 성비위는 성희롱, 성매매, 성범죄로 나뉘는데, 이때 성범죄는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강간, 강제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연음란" 등을 말합니다.
이번에는 비위 유형별로 징계 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제2조에서는 견책, 감봉을 경징계, 정직, 강등, 해임, 파면을 중징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징계가 이루어진 내역을 살펴보면, 성희롱과 성범죄에 비해 성매매에 대해서는 경징계 위주의 처분이 내려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 신분을 완전히 해제하는 배제징계(해임, 파면)가 내려진 경우는 전체 19건 중 네 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성매매에 대해 경징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비단 경찰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검찰의 사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바로 위의 표는 같은 기간 검사와 검찰 공무원들의 성비위 징계 처분 27건을 정리한 것입니다. 경찰에 비해 성비위 징계 내역이 현저히 적은데, 이는 경찰공무원이 11만 명이 넘는 것에 비해 검사와 검찰공무원들은 각각 2천명, 6천명 정도에 불과한 것이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징계는 총 5건인데, 견책이 3건, 감봉이 2건으로 모두 경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역시 성매매에 대한 징계 처분이 경찰과 마찬가지로 '관대'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7건의 징계 중 검사와 5급 이상의 고위 검찰 공무원의 성비위 징계는 총 6건으로, 성희롱 1건(견책), 성추행 5건(감봉 2건, 면직 2건, 해임 1건)입니다. 검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서 법무부 징계처분 공고로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에 관대한 것은 비단 교사, 경찰, 검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간 성매매특별법과 청소년성보호법(성매수)을 위반한 공무원들은 총 466명에 이릅니다. 각자 소속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전부 살펴보기 어렵지만, 과거 정보공개센터가 일부 중앙 부처에서 확보한 공무원 범죄 징계 처분 내역을 기반으로 일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자료는 지난 해 정보공개센터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일부 중앙부처의 소속 공무원의 범죄사실 통보 내역 중에서, 범죄 사실 통보 내역이 성매매로 되어 있는 경우들을 따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6건의 내역 중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징계가 내려졌으며, 가장 약한 처분인 견책으로 끝난 경우가 절반이 넘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한 경우에만 파면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성매매에 대한 징계가 약한 것은 징계 관련 법령의 미비함이 한 몫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성매매 자체가 공무원 비위 유형으로 명문화 된 것이 겨우 2011년의 일입니다. 2011년 당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성매매를 성희롱과 같은 수위로 징계하도록 하였습니다.
성비위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상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으로 분류됩니다. 성매매가 비위 유형으로 명시된 것은 2011년, 위 내용대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8월, 다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성희롱의 징계기준이 한 단계 강화되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성폭력과 유사한 수준까지 징계 기준이 강화된 것입니다. 그러나 성매매에 대한 징계기준은 처음 명문화된 2011년부터 지금까지 강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견책'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성매매에 대한 징계기준이 다른 비위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인사혁신처에서 발간하는 공무원 징계사례집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들은 공무원 징계사례집에서 언급되는 성매매에 대한 징계 사례입니다. (클릭하면 커져요!)
순서대로 각각 미성년자 성매수를 시도하다가 일당에게 폭행 당한 사례(견책), 성매수 행위가 적발되었지만 공무원 신분을 감춘 사례(견책), 채팅앱으로 성매수를 한 사례(감봉1개월)입니다. 인사혁신처는 성매매가 "공무원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징계 수위는 높지 않아 제대로 된 경고의 효과가 날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시도한 공무원의 사례를 들며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쓰거나, 성구매자 계도를 위한 '보호사건송치' 처분에 대해서 단순히 "배우자 얼굴 보기 창피해진다"고 서술하고 있는 것을 잘 살펴보면 성매매에 대한 공직 사회의 인식이 '범죄'라기보다는 단순히 '부도덕'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점차 커져만 가고, 그만큼 성 착취의 피해자 역시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성매매 산업 규모는 30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약물과 사채 시장, 폭력 조직 등과 연계되어 거대한 불법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단속과 행정처분 등의 권한을 집행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성매수 행위가 범죄이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더 큰 불법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엄격한 인식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다시함께상담센터의
공무원들의 성매매는 실제로 '일탈'이나 '부도덕'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성매매업주를 비호하는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경징계 처분을 받는 공무원들의 성매매가 정말로 '가벼운 행위'에 불과한 것인지, 왜 공무원 성매수가 거대한 불법에 가담하는 것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따져보고자 합니다.
정보공개 자료 원문 다운로드는 아래 링크에서!
191007 정보공개(경찰공무원 성비위 징계 현황).hwp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저술한 『진보의 미래』에서 “(자신이)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도 실패하고 있는 관료 문제에 대해 어느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들은 ‘늘공(늘 공무원인 사람들)’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사실 현재의 5년 단임제는 ‘영원한 관료지배의 충분조건’일지도 모른다. 각 분야 관료개혁의 세부적인 각론 없이 허허벌판에서 총론만 들고 적폐청산을 외치다 보니,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 할 관료들에게 각론을 의지하게 된다. 개혁적인 정권이 들어서서 장·차관, 기관장 몇 명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편다 해도 관료사회는 꿈쩍하지 않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문재인 정부, 아직 임기 500여일이 남았다”, <오마이뉴스> 2021. 1. 10.)
우리 사회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이 홀로 우뚝 서서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채 온 나라를 좌지우지 통치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 권력이란 단지 전체 공무원 조직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권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관료들은 바뀌지 않은 채 언제나 강고하게 온존하면서 그 핵심적인 자리를 장악한다.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장관은 거의 없을 만큼 너무도 수시로 바뀐다. 그러니 행정부 부처의 실질적 주인은 필연적으로 관료일 수밖에 없다. 환경정책이나 노동정책도 대통령과 장관이 지휘하는 듯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불과 몇 가지 정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정책들을 관료들이 행사하고 있다.
국회 역시 겉으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온갖 비난을 모두 들으면서 정치와 입법을 좌지우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국회 입법관료들이 보이지 않은 실권을 행사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는 사실상 관료들이 지배하는 관치(官治), 관헌(官憲) 국가이다. 이 나라는 대표적인 행정 비대 국가다. 정책 하나하나마다 수백 수천 명의 이해가 걸려 있다. 공무원이 가진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 법제가 입헌군주 국가인 일본의 식민지 강점기에 만들어졌고, 그 뒤에도 그것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우리 법제에는 관헌국가적 잔흔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을 하고자 하는 자는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식으로 행정청의 권한을 간접적으로 규율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 이는 국민을 행정권 발동의 단순한 수동적 존재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관(官)주주의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법’과 ‘규정’이 사회를 일상적으로 지배하게 된 이른바 ’87체제 이후 ‘법치주의’의 이름하에 결국 이들 관료집단의 지배력이 갈수록 확고해져왔다. ‘시험 권력’이 ‘선출 권력’을 사실상 조종하고 지배하는 이러한 사회는 민주주의가 실종된 사회다.
‘행정’과 ‘사무’ 그리고 ‘규정’만이 군림하다
원래 행정사무 업무란 보조적 업무여야 한다. 그리하여 사무 및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그 명(名; 이름)과 실(實; 내용)이 부합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는 전반적으로 행정사무 업무가 오히려 상위에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그 대표적 사례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재판을 보조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인사관리와 기획조정 업무를 장악하면서 스스로 법관에 대한 감독기관으로 군림하였다. 국회사무처 역시 전형적 사례이다. 독재 권력이 국회를 하수인 혹은 거수기로 전락시키기 위하여 도모한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기제는 국회 입법관료에게 과도하고 ‘위헌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관료 조직은 대부분 행정사무 부서가 인사와 예산 그리고 각종 사무분담 업무에 의거해 원래 보조기관이지만 실제로는 상위에 군림하면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객전도요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공공성과 가치와 철학은 사라지고, 대신 오직 사무와 규정이 군림하면서 상명하복과 형식주의만이 만연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회를 비롯하여 감사원, 대법원, 정당 등등 국가의 공공 시스템과 기관 중 자기의 명칭에 부합하는 위상을 지니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국회 전문위원’이라고 하면 누구든지 ‘전문가’들이 임명되어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모두가 국회에서 순환 근무한 국회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토보고’라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국회 공무원이다. 미국 의회의 위원회에 근무하는 전문가 스태프 조직은 모두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 독일 의회에서 이들 정책 ‘전문위원’은 독일 사회의 각계 전문가 출신으로서 자부심이 높은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시 정당 소속이다.
미국 의회 소속기구인 법제실의 법제관은 변호사나 법학박사 등 모두 법제 전문가로 구성된다. 반면에 우리 국회의 경우, 모두 순환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또 미국 의회예산처의 처장은 주로 경제학을 전공한 인사가 임명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주로 국회사무처 공무원인 수석 전문위원 출신이 임명된다. 부실하고 왜곡된 우리 입법지원 기구의 모습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관료집단을 새롭게 바꿔내야 한다
엉망이 된 우리의 정치과 경제, 사회, 노동 그리고 환경문제의 저변에는 언제나 관료집단이 도사리고 있다. 관료집단은 본질적으로 현상 유지와 친(親)재벌 사고방식의 보수적이고 기득권 편향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변화와 개혁에 저항한다. 더구나 외부로부터의 진입이 철저히 차단된 독점구조에서 감시견제 기제가 부재한 채 책임감과 의식 부재가 더해져 스스로도 갈수록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관료집단은 일반 시민과의 접촉은 별로 없고(혹 만나더라도 부정적이거나 거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반면 기업 측 인사들은 빈번하게 만나게 된다. 그래서 관료집단은 ‘시장 친화적’이며 시장경제 옹호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등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이 고착화되고 보수화가 강화되며 한 치의 변화와 개선조차도 어려워지기만 하는 것은 바로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관료지배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심각하기 짝이 없는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의 문제에서도 관료집단은 아무 의식 없이 그저 규정과 관행만을 내세우고 모르쇠, 시간끌기로 일관할 뿐이다.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명백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관료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의 어느 것 하나도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 우리의 미래 역시 없다. 우리의 미래를 이들 낡은 관료조직에 맡길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관료집단을 새롭게 바꿔내야 한다.
시험에 의한 공무원 선발, 과연 ‘공정’한 것인가?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시험에 의하여 공무원을 선발하는 방식이 최고의 미덕으로 치부된다. 그렇지 않은 그 어떤 공무원 채용도 불공정성으로 매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공무원 선발제도를 일률적으로 중앙인사기관이 독점하여 고스란히 관리하는 시험제도만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각 부처별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1993년 정부혁신처(NPR; National Performance Review)가 설치되면서 인사관리의 분권화와 권한 위임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각 부처에 채용권한을 위임하고 각 부처는 자체 실정에 맞게 채용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 형태가 각기 상이하다.
일본의 공무원제도는 우리나라와 많은 측면에서 유사하지만 우리의 경우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선발하여 각 기관에 배분하는 형식을 취하는 반면, 일본은 시험을 중앙 인사원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지만 각 기관별로 채용후보자 명부를 작성할 수 있다. 그리하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바로 임용되지 않고, 우선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되어 명부 순으로 각 행정기관에 추천된다. 따라서 성적이 좋을수록 희망하는 기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각 기관은 엄격한 면접과 심사로 임용을 다시 결정하기 때문에 어려운 관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대통령 공공관리 인턴(PMI: Presidential Management Intern)’ 프로그램이라는 고급공무원 임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공정책 분야에 우수한 석․박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하여 1977년 카터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매년 공공정책 프로그램의 분석 또는 관리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약 200명 이상의 젊은 인재들이 미국 국민에게 연방정부 공무원이 되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2년 동안 연방정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들은 ‘순환 인턴십 기회’를 통하여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게 되며, 이 프로그램에 의하여 우수한 석․박사 인력들이 연방정부에 채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유명한 국립행정학교, 즉 에나(ENA)를 통하여 고위공무원을 채용한다. 2003년의 경우 총 선발인원은 100명으로서 이 중 50명은 외부 경쟁시험, 41명은 내부 경쟁시험, 9명은 ‘제3의 시험’을 통하여 선발된다. 외부경쟁 시험은 28세 이하이고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다. 내부경쟁 시험은 현직 공무원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고, 학력 제한 없이 5년 이상의 공공 부문 근무경력을 충족시킨 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한다.
‘제3의 시험’은 40세 미만이고 전문직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원으로 8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자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제3의 시험’은 고위 공무원의 사회적, 지리적 배경을 다양화시켜 공무원 충원의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프랑스는 이렇게 하여 고급 공무원의 사회적 배경의 균형을 추구하고 전문가의 공직 진출 가능성을 제고시키기 노력하는 한편, 그밖에도 계급제의 단점인 충원 형태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공개채용시험 외에 다양한 충원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채용과 전체 공무원의 20%에 이르는 계약직 공무원 제도의 활성화로써 계급제 하에서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한편 영국의 경우에는 속진(速進) 임용제를 적용하여 공무원 중 고위직 공무원 직위에 도달할 수 있을 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별도의 훈련 및 능력개발기회와 조기승진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영국 고위공무원단의 1/3에 가까운 인원이 속진 임용제를 통하여 선발된다.
고시 출신의 군림과 육두품 출신의 슬픔
공무원이 기피대상으로 되던 시기가 있었다. 공무원 임금이 너무 낮고 대우도 좋지 않아 일반 대졸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시기에 5급 고시는 우수한 인력을 공무원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의 제도였다.
그러나 이제 공무원은 이 나라 모든 젊은이들의 꿈으로 되었다. 9급 공무원 시험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다.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 밀집해있는 노량진역 부근은 공시족으로 언제나 인산인해다. 몇 년 전부터 이제 5급 공채(고시)나 7급 시험이나 차이가 없다는 주변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 우수한 인력들을 공무원으로 선발해 잘 운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는 고시 출신, 고시족들이 전두환 시절의 군대 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처럼 공무원 사회를 장악하고 독점하는 데 있다. 모두 고시 몇 기 몇 기로 통하고, 이들끼리 모든 요직과 지휘계통을 장악한다. 고시 출신이 아닌 다른 공무원은 마치 신라 시대의 ‘육두품’처럼 들러리로 전락한다. 진골과 성골 그리고 육두품의 출신 성분은 너무도 명확하다. 서슬이 퍼런 이런 계급 사회에서 기상천외하게 아부하는 재주가 있지 않는 한, 육두품 출신이 요직에 오르기 어렵다. 비(非)고시 출신으로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요직에 오르게 될지라도 이미 비고시로서의 정체성은 상실된다. 아니 오히려 비고시 집단에 적대적으로 스스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시족 집단에 대한 높은 충성심이 이미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서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을 위한 역동성이나 미래지향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국회사무처의 경우를 살펴봐도 수석 전문위원과 전문위원을 비롯한 요직과 국장급에서 5급 공채, 즉 ‘입법고시 출신’의 비율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강화된다. 최근에는 과장급까지 고시 출신의 독점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 국회사무처의 주요 보직 중 고시 대 비고시 출신 비율은 2006년 48: 52였는데, 2011년에는 58: 42였고 2016년에는 80: 20으로 그 독점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5급 공채로 관료사회에 진입하면 30대에 이미 3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은 지나치게 빠른 승진이고,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심지어 사회 경험이 적은 본인에게도 불행이다. 최근 판사 임용도 최소 3년 내지 5년의 법조 경력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5급 공채라는 ‘특급 대우’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다양한 나무 품종으로 이뤄진 숲이 가장 번성한 숲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시험이라는 한 가지 단일한 형태로만 공무원을 선발하는 현재의 방식은 “우리가 남이가”의 가족주의와 온정주의를 낳고 이는 결국 부패와 무능을 심화시키게 된다. 그것은 오직 특권과 독점의 상징으로 되었고, 상명하복으로 권력에 무조건 아부하고 줄서기와 승진에만 몰두해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 고위 공직자로 있던 어떤 후배는 필자에게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는 대부분의 4급 이상 공직자들에게 ‘승진’에만 필요한 비상한 능력을 보유하고 발휘한다는 점 이외에 그들에게 특별히 대단한 능력을 가졌거나 실행하는 모습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제 공무원 조직도 과거와 같은 일반 행정가로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다. 앞으로의 공무원은 ‘일반 행정가(generalist)’ 보다는 공직사회 내에서 특화된 전문 능력을 보유하면서 유능한 행정가로서 종합적인 관리 능력을 보유한 ‘전문성을 지닌 행정가(specialized generalist)’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1940년대 이후 지역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가능한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를 채택하고 있다. 대표관료제란 한 나라 전체의 인구 구성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집단별 인구비례에 따라 정부 공직이 배분되어야 한다는 인사 원칙이다. 미국에서는 이 대표관료제를 적용하여 고용평등조치, 차별철폐조치 그리고 적극적인 고용할당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인재의 지역할당제 역시 이러한 적극적인 인재할당 대표관료제의 일종으로서 인력충원에 지역이라는 변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일종의 ‘지역주권’의 신장을 추구한다.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지역별 비례에 의하여 국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선발된 인력이 국가 공직사회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출신 지역과 관련된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적 대표성(political representativeness)’, 혹은 ‘정치적 대의성’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시험만에 의한 공무원 선발, 현대 국가에 적합하지 않다
고시제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각급 공무원 시험제도는 사실 과거제도를 계승한 것이다.
흔히 과거제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평성의 측면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왔다. 하지만 중국 역사에서 과거제도는 본래 치국의 인재를 배양하고 선발할 수 없고 도리어 황제 전제정치의 필요에 충실하게 부응한 제도이기도 하였다. 명나라 말기의 학자 고염무는 팔고문(八股文: 과거 시험이 엄격하게 요구했던 여덟 가지 형식)의 폐해가 진시황의 분서(焚書)와 같으며 인재에 대한 파괴는 오히려 진시황의 갱유(坑儒)보다 더 심하다고 갈파하였다. 그리고 결국 중국은 크게 낙후되었다.
오늘날 세계의 선진국들은 공무원을 직무별로 수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직 암기식의 단일시험 제도를 통해 일시에 공무원을 선발한다. 그리고 연공서열에 의하여 결정되는 승진과 급여 체계 대신 이제 성과와 실적에 의하여 결정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시험만으로 우수하고 도덕적이며 유능한 공무원이 선출될 수는 없다. 시험으로만 선발되는 현 공무원 제도 그리고 연공서열에 의하여 모든 시스템이 운영되어서는 전문성과 창의성 그리고 역동성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의 수요에 결코 효과적으로 부합할 수 없다.
소준섭
검찰 직원 성비위 징계처분 현황.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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