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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건강보험 부과체계 소득중심 개편의 위험성

[기획주제2] 건강보험 부과체계 소득중심 개편의 위험성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22

건강보험 부과체계 소득중심 개편의 위험성 

 

제갈현숙 / 민주노총정책연구원장

 

2013년 연간 근로소득이 2,000만 원보다 적은 249만 명은 약 5,234억 원, 1인당 약 18만 원가량의 소득세를 냈다. 반면 2주택 임대소득자들은 임대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유리지갑’으로 국세청에 고스란히 소득신고가 되기 때문에 소득만큼 조세 책임을 지고 있다. 반면 부동산 및 불노소득을 매개로 증식되는 재산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는 여전히 미약하다. 이러한 조세형평성의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시점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마저도 소득중심으로 개편된다면, 소득재분배에 역행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소득재분배는 재산을 포함한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수직적인 재분배가 클수록 효과적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에서 소득중심 혹은 소득단일 부과체계 개편은 국세청이 확보한 사업 및 근로소득의 신고 정도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과 같이 재산을 기반에 둔 고자산가에 대한 소득파악 자료의 미비로 이들에 대한 부과체계 기준이 마련되기 어렵고, 그 결과 보험료 수입구조에서 소득역진성이 발생한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로 조세의 형평성이 왜곡된 요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근로소득 이외에 임대, 배당, 상속, 증여와 같이 재산증식형 소득에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득중심 개편 방향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살펴본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의 배경과 경과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은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마련에 있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평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부과기준 차이,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문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에 따른 문제점이다. 이에 2012년 9월부터 직장가입자 중 7,200만 원 이상 종합소득자에 대한 추가 보험료가 부과되었고, 2013년 6월부터 금융, 연금, 임대소득이 각각 4,000만원 넘을 경우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시켰다. 이 두 가지 방안은 기존 부과체계 방안을 보완하고 소득수준에 따른 형평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수용 가능했다. 그런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중 재산에 따른 비중이 1998년 27%에서 2010년 40%로 증가하면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에 따른 문제점은 심화되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12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재정 부족분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에 대한 방안이 중심과제였다. 보고서에서는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부과함으로써 약 2조원을 마련하고 , 이 밖에 부가가치세에 건강세 부과, 연금소득 인정률 100% 상향,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감 규정 폐지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대한 부과 이외에는 서민증세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공단 밖으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한 건보재정 확대가 잠시 수면위로 올랐다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건보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후 2013년 7월 25일 건강보험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이 발족되어, 2014년 9월까지 운영되었다. 기획단의 단장은 맡은 이규식 교수는 의료민영화를 주장해왔던 대표적인 학자로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도입 등을 주장해왔을 뿐만 아니라,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 작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었다. 기획단의 건강보험부과체계는 2015년 1월 연말정산의 후폭풍 속에서 복지부가 개편안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가, 기획단 안이 마치 매우 친서민적으로 마련된 방안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가 재산부과에 따른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가 갖는 문제점과 고자산자 피부양자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되었다. 그렇다면 기획단의 소득중심 부과체계 방안대로라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 최종활동보고서의 주요 내용

 

첫째, 보수 이외에 별도의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직장가입자에 대해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직장가입자가 보수 이외에 임대소득 등 사업소득, 금융소득, 근로소득 등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경우에 대해 보험료를 추가 부과한다. 현재 직장가입자 중 보수외 소득이 연간 7,2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일반 보험료율의 1/2(’13년도 2.945%)을 적용하여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 부과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 보험료 대상층은 과연 부유층 혹은 고소득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금융소득에서 주식배상이나 펀드수익은 배제됐으며, 소득에 대한 부과 기준에서 양도․상속․증여 소득이 단일성 소득이란 이유로 배제되었다. 이렇게 볼 때, 국세청에 신고 되는 소득이 높을수록 부과되는 보험료는 증가될 수 있고, 보수월액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부족으로 투 잡을 하게 되는 노동자가 추가 보험료를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부담능력과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이다. 소득과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보험료 책임을 면해왔다. 그러나 부담능력 즉,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고 보험료를 부과 한다는 계획이다. 피부양자 중 종합과세소득 보유자수는 약 233만 명(전체 피부양자의 약 11.5%)이고, 이중 66%가 연소득 336만원, 월 28만 원 이하 소득자였다. 결국 주요 피부양자 박탈 대상자는 공적연금 수급자가 될 것이다. 

 

셋째, 지역가입자의 소득 이외의 보험료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재산보험료에서 재산에 대한 기초공제 제도를 도입 하고,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재산보험료 기초공제액을 적용할 경우 기초공제액 규모에 따라 재정 감소 액은 약 8천억 원에서 1.7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연소득 500만 원 이하 세대에게는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고, 연소득 500만원 초과 세대에 대해서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한다. 

 

약화되는 자본의 재정 책임 VS 강화되는 노동의 보험료 부담

 

기획단의 소득중심 단일화 방안대로라면 소득을 중심으로 직장가입 노동자들은 기존의 월급 이외에 추가적인 소득에 보험료를 더 부과 받게 된다.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은 해당 노동자가 개인으로 더 납부하게 되기 때문에 증가된 액수만큼 자본의 보험료 증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보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재정책임을 자본과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이 신자유주의 복지국가 개혁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노동자가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온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병수당(질환으로 입원 시 지급되는 생계비 급여)을 민영화하거나 노동측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혁되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자녀가 없는 경우 보험료율을 더 내는 방식 등이 유럽에서는 사용되었다. 그러나 공적 의료보험 급여와 관련된 보험료 부과에서 노동과 자본의 부담률을 차등적으로 적용하진 않았다. 

 

그런데 기획단의 방안대로라면, 생계를 위한 모든 노동에 부과된 세금은 국세청 자료로 등록되고, 이것이 건강보험 보험료 산정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이제까지 직장소득이외 종합소득으로 추가적인 7,000만 원 이상의 소득 기준보다 더 하향화된 기준이 제시된다. 이것은 자칫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노동자의 소득에 준한다. 자본의 추가적인 소득이나, 주식배당, 펀드 수익은 아예 배제된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인데 첫째, 자본의 사회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책임을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실제 고소득층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고, 이들은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형태를 유연화 시켜왔다. 그 결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료 책임에서 벗어나 있고, 국가복지를 위한 재정 책임에서도 법인세 인하라는 혜택을 받아왔다. 그런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서 더 많은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누락시킴으로서 건강보험 재정 책임의 주요 주체에서 이탈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가입자의 위치를 개개인의 소득으로 집중시킴으로써 가입자 내부의 왜곡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끊임없이 노동자 내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새로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과체계 개편의 근본적인 목적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 제고가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책임의 정의로운 책임 부과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부과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고자산가와 국가의 재정책임 강화의 필요성

 

기획단의 핵심 고려 대상은 재산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었다. 그 과정에서 공단의 보고서에서 유의미했던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삭제된 반면, 피부양자의 자격상실 기준을 연간 4,000만 원 이상에서 2,000만원으로 낮췄다. 이렇게 될 경우 공적연금 수급자 중 월 167만 원 이상 연금을 받게 되는 노년층은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월평균 최소 65,000원의 보험료를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8억 원 상당의 주택소유자이지만, 국세청에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의 경우 한 푼의 보험료를 내지 않게 된다. 즉 문제의 핵심은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보험료 인상기준이 소득중심 부과체계에서는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득중심 방안은 국세청의 과세자료를 근거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부동산을 매개로 증식되는 소득에 대한 과제자료 및 세금 산정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2012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62.7%, 근로자의 소득파악률은 100.3%, 임대소득의 경우 과세 대상자 중 신고자는 단 6%로, 신고 된 수입은 추정치 44조원의 단 2%에 머무는 1조 2,963억 원이다. 이렇게 볼 때 소위 ‘불로소득’의 근원이 되는 재산에 대한 부과기준 마련이 오히려 필요하다. 이러한 고자산가들에 대한 재정 책임은 불명확한 반면, 소득이 낮은 가입자에 대한 재정책임은 명확하게 했다. 

 

기획단은 ‘소득이 없더라도 누구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회보험 원칙을 고려’해서, 소득파악 문제로 인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소득 없는 세대에 대해 정액의 최저보험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보험의 원칙에서 소득이 없는 대상자가 반드시 갹출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이것은 가입자의 재정 책임 원칙을 과도하게 적용함으로써 국가 재원으로 지원해야할 공공부조 대상자에게 정액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마치 사회보험의 정의인 것처럼 호도하고 것이다. 현재 월 보험료 16,480원 이하 세대는 지역 가입자 중 127만 세대로 16.8%에 이르고, 체납세대 비율을 보면 이들 중 대부분은 보험료 납부 자체가 어려운 상태이다. 500만원 미만 소득이 없거나 소득 자료가 없는 세대에 대해 최저보험료를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정액 보험료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원리와 지원은 구분되어야 하고, 국가는 공공부조 대상자에 대한 의료보장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급여 수혜율이 전 국민의 단 2%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급여 대상자의 획기적인 확대가 국가재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공평성보다는 재정책임에 대한 공정한 부과에 역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논의된 소득중심 부과체계는 재산증식형 소득에 대한 부과체계 기준 마련보다는 노동을 매개로 한 소득에 대한 더 많은 보험료 부과의 우려가 있다. 또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이 축소되지 않고, 강화될 수 있는 방안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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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맞이, 서울대병원 소아병동 앞 최초로 우리 아이들에게 무상의료를 요구하는 "노란풍선 기자회견"

 

일시 : 2016년 5월 4일(수) 오전 11시30분 / 장소 :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앞

 

SW20160504_기자회견_어린이날맞이어린이에게무상의료기자회견 (1)

 

[기자회견 개요]
- 사   회 : 현지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
- 여는말 : 김경자(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상임집행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발   언 :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우지영(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
               변혜진(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연구원)
- 기자회견문 낭독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의사회

 

[기자회견문]

건강보험 흑자 17조로 어린이부터 무상의료를!

2조 5천억 원이면 아픈 아이들에 대한 본인부담금 폐지 가능

5,000억 원이면 입원 소아 환자들 무상치료 가능

 

모든 정치인이 어린이가 한 사회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올해에도 여러 정치인들이 맘 놓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정책을 발표할 것입니다. 또 각 정당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사회 조건의 개선 중에 중요하게 되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동을 위한 보편 건강권입니다. 

 

당장 한국사회는 유엔아동협약 24조에서 규정하는 어린이들이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를 되물어야 합니다. 또한 26조에서 규정하듯이 국가는 “모든 아동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국민건강보험으로 걷은 보험료가 국고에 17조나 쌓여있습니다. 아파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과 아이들이 있기에 남은 돈입니다. 그런데 이 돈을 아픈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는커녕, 투자기금화 한다는 방침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 정책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와 양육자들은 건강보험 따로 민영 어린이 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공공보험이 아니라 ‘태아보험’ 이라는 민영보험에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의지하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세계 경제규모 십 몇위 라는 한국사회는 아직도 아이가 큰 병에 걸리면 ‘아이 치료비에 얼마나 들까요’라고 병원에 물어야 하는 사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이들이 꿈나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꿈나무가 되려면 사회보장으로 건강보험으로 아프면 아무런 조건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부모나 양육자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치료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거나, 차선의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의 책임은 병이 나서 아플때 그 치료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약속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현재 18세 미만 어린이들의 의료비는 일년에 약 7조원 정도가 듭니다. 이 중 매년 약 2조 5천억원 정도를 가계가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증 입원소아환자의료비 5,100억원도 가계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이용해 보험회사들은 산모들에게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려면 태아보험이나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라고 선전을 하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다른 OECD 국가들의 경우 애초에 무상의료에 가까운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아픈 어린이들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가장 의료비 부담이 많은 미국조차 어린이들을 위한 무상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7년에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P,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을 시행하여 건강보험이 없어도 어린이들에게만은 무상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무상의료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 제도는 2009년 미국시민권이 없는 이민자 가정의 어린이들에게까지 확대 되었습니다. 

 

한국과 똑같은 본인부담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6세 미만 미취학아동들은 의료비를 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초등학생까지 의료비를 내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80%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도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의료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마음 놓고 아이를 낳으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우선돼야 합니다. 아이들은 태어나 홀로 밥을 먹고 홀로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아플 수 있고, 아프면서 커가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에게 국가가 돈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겠습니까? 아픈 아이들에게 돈을 받고, ‘수납부터’ 시키는 사회, 이런 나라에서 저출산 1위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린이들이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의무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당장 17조 원의 건강보험 흑자를 투자운용 한다는 발상을 폐기하십시오. 그 돈은 아픈 아이들과 시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서 쌓인 돈입니다. 당장 5천억 원 이면 어린이들의 입원비부터라도 무상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2조 5천억 원 이면 어린이에 대한 완전 무상의료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날 가장 큰 아이들을 위한 선물은, 아픈 아이들에게는 돈, 즉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모든 어린이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조건없는 무상의료 시행을 요구합니다. 2016년 어린이날은 모든 아이들의 건강권이 제대로 기지개를 펼칠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2016.5.4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수, 2016/05/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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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집을 지켜내기 위한 청년들의 이야기

임대주택 반대여론과 청년주거

 

이한솔 |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

 

 

아, 청년들도 집에 살고 싶다

지난 5월 17일, <서울시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규모로 버스를 타고 서울 시청 앞으로 이동해서 집회를 진행하였고 민달팽이유니온을 비롯한 청년 단체들은 일방적으로 반대 집회가 조명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아, 청년들도 집에 살고 싶다”라는 맞불집회를 같은 장소에서 기획해서 대응했다. 4월 말과 5월 초에는 영등포구에서 임대주택 추진을 촉구하는 농성도 진행했고, 다양한 영상물을 기획해서 반대가 심한 지역을 찾아가기도 했다. 나에게 이런 활동이 딱히 새삼스럽지는 않다. 민달팽이유니온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8년 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임대주택 계획이 발표되면 현장에서 온갖 모욕을 당해가며 반대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왔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고난의 기억도 미화되기 마련인데, 매번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리뉴얼 시켜주니 20대 나이에 사리가 나올 것 같다.

 

임대주택을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비상식적인 정서가 청년들을 광장에 서게 만들고 집주인들과 대치하게 만들었다. 청년들은 현장에서 “지역이 슬럼화 된다”거나 “퇴폐적 문화가 확산된다”라는 등 비상식적인 비난을 들어가며 버티고 있다. 그래도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우리 청년들은 나름 재미있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부터 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민달팽이 청년들의 구질구질하면서도 신박한 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첨언을 하자면, 민달팽이유니온에게 있어서 ‘청년임대주택’은 기숙사와 행복주택 등 임대료를 내며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모든 집을 포함하는 단어이다.

 

청년인 그대가 집을 구한다면

임대주택 문제를 들여다보기에 앞서, 청년 주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 여성이 집을 구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가정해보자. 기숙사에 살고 싶었지만 턱없이 낮은 수용률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집을 구하기에도 사전정보가 너무나 부족하고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막막해 진다. 긴 시간의 의무 교육을 받았지만 그 누구도 집은 어떻게 구해야하는 건지, 부동산은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계약서는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알려준 적은 없다. 그렇다보니 계약과 관련되어 문제를 겪는 일도 많다.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뻔한 적도 있고, 억울하게 수리비를 부담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민간임대시장에서 청년은 철저한 ‘을’이고, 나이가 어린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더 무시를 당하는 일이 많다.

 

겨우 구한 집은 경제적 여건상 좁은 골목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주택가가 대부분이다. 집 안에서 고작 열 걸음도 걸을 수 없는 그 좁은 집에 살기 위해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관리비 5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막상 집을 구하더라도 마음을 놓기는 쉽지 않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 사이에서, 혹시 누가 쳐다보진 않을까 창문도 못 열고, 늦은 시간 술 취한 남성의 목소리에 숨을 죽이고, 수리할 게 있다며 벌컥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임대인에게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하는 상황이다. 혹시나 혼자 사는 집이라는 게 노출될까봐 누가 봐도 엉성한 남자 신발을 현관 앞에 두며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가끔 겁에 질려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지칠 때면 대로변에 있는 좋은 오피스텔, 여성 전용이라는 원룸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그런 집들은 하나 같이 훨씬 높은 비용을 요구해 함부로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이런 사이클이 6개월마다, 12개월마다 반복된다. 가격, 주거환경, 삶의 안전 가운데에서 청년들은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사진=민달팽이유니온>

 

바닥까지 내려간 청년 주거 권리

최저주거기준 미달, 지하와 옥탑·고시원 같은 주택 이외의 거처,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월세 임차인을 ‘주거빈곤’층으로 분류한다. 민달팽이유니온이 2017년 통계청 자료에 기초해 분석한 주거빈곤율을 보자면, 서울의 경우 만 19~34살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이 무려 40.4%에 이른다. 다른 지역 역시 서울에 비해 조금 낮지만 대부분 30%를 넘는다. 혼자 사는 청년 세 명 중 한 명은 계층상 주거 빈곤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다보면, 청년 세대의 주거문제가 특별히 심각한지에 대해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청년층 이외 세대의 주거빈곤 비율은 20% 안팎으로 나타난다. 주거 취약 계층이 세대 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월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율(RIR, Rent-to-Income Ratio)도 서울 거주 청년층은 무려 40%에 이른다. 서울의 최저주거기준에 겨우 충족되는 작은 원룸 가격도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을 넘는 수준이니, 이러한 통계 수치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RIR 지수가 25%만 넘어가도 주거 지원 정책 대상으로 분류하고 지원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청년의 주거 문제는 사회적 차원의 개입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었다. 여타의 ‘청년 문제’ 중에서도 주거 문제는 청년들의 삶의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 안정적인 생애 설계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촉진과 건설 경기 부양을 골자로 하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1-2인 가구 민간임대시장에 살아야만 하는 청년층의 주거권은 바닥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청년들의 주택을 구매할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무너진 상태이다 보니, 주거 복지정책의 기본 지향점인 주거 사다리를 통한 주거 문제 해결의 가능성도 희박해진 상황이다.

 

‘지(하)/옥(탑방)/고(시원)’라고 불리는 청년 주거의 대표적인 형태는 이러한 주거비 절벽 앞에서 궁지로 몰린 청년들의 실태를 너무나 자명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지옥고’ 같은 취약한 주거 형태는 여성 1인 가구 청년에게 있어서는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장기간 미래를 바라보는, 무엇보다 향후 주택시장의 주요한 주축이 될 이들의 현재 상황과 미래를 예측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투기심에서 비롯된 부동산 신화의 환상을 깨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주택 정책보다는 경기부양을 위주로 한 부동산 정책이 중심이 되고 있으니, 현재의 상태에서 획기적인 주거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은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청년주거 정책이 탄생하다

참다못한 청년들이 직접 뭉쳐서 주거권을 외치기 시작했다. 멘 땅의 헤딩하듯이 접근했던 2011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움직이지 않을 줄 알았던 사회의 분위기도 조금씩은 변해갔다. 그렇지만 기성 정치권은 ‘청년’이라는 정치적 효용성만 가져가고 실질적인 정책을 내지는 못했다. 초기에는 정치권에서 자신이 해결하겠다며 ‘유스하우징’ 등의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몇 백 세대에 그치며 생색내기로 끝났다. ‘LH전세임대주택제도’가 추진되는 과정에서는 전세난으로 인한 실효성과 전세값 폭등 문제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지만 급속한 집행으로 인해 문제가 심화되었고, 이에 민달팽이 청년은 LH 본사 앞에 살다시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갈등의 클라이막스는 행복주택/공공기숙사라는 대규모의 임대주택이 공급되면서 펼쳐졌다. 목동에서 추진되었던 행복주택 국면에서는 맞불로 기자회견을 하다가 욕을 한 바가지 먹기도 하였고, 목동 주민 커뮤니티에 민달팽이유니온이 무려 ‘경계 및 위험 단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구의동 공공기숙사 공청회에서는 문란과 퇴폐라는 주제로 눈앞에서 주민들에게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최자인 공무원들은 이 모든 광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결국 이 두 사업은 모두 백지화되었다. 초기에는 이처럼 공공사업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반대 흐름은 대학 내의 기숙사 문제까지 잠식해갔다.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등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임대업자들은 대학이 지으려는 기숙사까지도 무산시키려 싸우기 시작했고, 몇 년이 지나도록 기숙사 소식이 요원한 대학도 많은 상황이다.

 

청년임대주택 투쟁사 다이제스트

 

*2010년 – 기숙사, 청년층 입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신축 운동 시작

*2011년 – 대학생 임대주택 ‘꿈꾸는 다락방’ 입주 시작, 연세대 기숙사, 공공기숙사, 공공임대주택 등 청년임대주택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 수립 시작

*2011년~12년 - 민자기숙사로 인한 대학본부와 학생 사이의 갈등

*2012년 – 서대문구 공공기숙사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

*2012년 – LH전세임대주택제도 신설했으나 부실로 인한 문제점 속출 및 대응

*2013년 – 구의동 공공기숙사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 (사업 백지화)

*2013년 – 목동 행복주택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 (사업 백지화)

*2014년 –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 심화 (신촌 지역을 제외하면 사업 중단 상태)

*2014년 – 가좌지구 대학생 특화 행복주택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

*2015년 – 행복주택 제도 부실로 인한 문제점 속출 및 대응

*2015년~17년 – 구의동, 고려대, 한양대 등 행복주택/기숙사 신축 투쟁 지속 (변동 없음)

*2018년 –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

 

청년임대주택으로 인한 갈등의 재점화

잠잠하던 청년임대주택 문제가 ‘서울시 2030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다시 불붙었다. 부지로 선정된 지역 대부분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영등포구와 강동구에서는 강력한 조직적 움직임이 벌어지며 지역 여론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목동, 구의동, 고려대, 한양대의 악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며 내세우는 논리는 슬럼화, 집값 폭락, 퇴폐적 문화 확산 등의 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기숙사와 행복주택이 들어선 지역에 대한 후속 연구를 보았을 때, 지역 주민들이 문제제기한 지점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택 가격에 대한 영향조차도 미비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청년들을 위한 주택 하나가 들어선다고 해서 그 지역의 ‘건전했던’ 문화나 부동산 가격 자체가 뒤바뀔 일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심지어 반대하는 주민도 사실 인정하고 있다. 

 

이번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빈민아파트’ 논란과 민달팽이유니온을 비롯한 청년단체들의 대응으로 여론이 뒤바뀌지 않았다. 결국 강동구와 영등포구 반대 주민들은 기존 입장을 무르고 “청년들에게 무의미한 기업형 임대아파트 반대”라는 주장으로 선회했다. 기업형 임대아파트는 민달팽이유니온 같은 단체가 뉴스테이 정책을 비판할 때 사용했던 단어였는데, 어느새 임대주택 반대주민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을 가려 놓으면 누가 주장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그만큼 기존의 논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였을 뿐이고, 결국은 알짜배기 땅에 개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돈 되는’ 시설을 위해 임대주택을 반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년임대주택 논란은 과한 투기심으로 누군가의 주거권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목소리가 우리 공동체에서 당당히 외쳐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역세권 임대주택이 아닌,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한 목소리

앞서 밝힌 것처럼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들에게 마냥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은 과거 20% 이상의 수익률을 남기고 고가의 임대료를 받았던 ‘뉴스테이’ 사업과 매우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서 분양전환의 시점도 8년으로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고, 시세의 80%라는 임대료 책정도 유사하다. 역세권 자체의 시세가 매우 높기 때문에 80%의 임대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고가의 임대료가 책정될 것은 자명하다. 물론 공급량의 약 20% 수준을 서울시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나머지 80%의 물량이 뉴스테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된다면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정책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서울시에서는 분양 전환 시점을 20년으로 연장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해나간다고 하지만, 아직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선언 정도라고 느껴진다. 공공이 소유하는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며, 분양 전환의 시점 연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2030 역세권 임대주택>을 무조건적으로 찬성할 수도 없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행위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다행히 사회적 여론이 ‘임대주택 반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민들이 입장을 선회했고, 청년들도 주장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은 나아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갈등 국면을 단순히 <2030 역세권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찬반으로 보기보다는 임대주택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투기심에 대한 사회적 환기로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임대주택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대화는 결국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해 줄 테니, 본인들의 주택에도 지원책을 마련해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끝났다. 조금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청년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너무나 절실하게 달려왔는데 결국은 혜택 조금 더 받겠다고, 계속된 비난을 가했던 것이다. 언론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임대주택 갈등 문제에서 ‘합의’에 기초한 ‘상생’의 그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도 유사한 그림을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존권 등 기본권과 개인의 이득 사이에서 합의가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 현재의 분위기를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면, 누군가의 삶을 볼모로 잡고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사회 전체가 약자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있는 꼴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민달팽이는 천천히 끝까지 간다

임대주택 문제를 대응하다보면, 한국 사회가 가진 집에 대한 인식과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을 돌아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한국 사회의 주거문제 패러다임 전환은 새롭게 주거약자로 등장한 ‘청년’ 들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외침과 바람이 주거 정책으로 반영된다면, 그것은 곧 집이 돈 벌이 수단이 아니라 따뜻한 보금자리로서 인식되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수십 년 간 지속적으로 요구한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실현은 여전히 요원하다. 1인 가구,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배제와 불평등은 주거 정책에서도 즐비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올 해에 발생한 임대주택 갈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청년 임대주택 정책은 1-2인 가구와 주거 약자의 수요자성에 기초하여 마련된 주택 공급 정책이며, 현재의 논란은 사회적으로 집을 두고 발생하는 혐오와 차별을 극복해나가는 토론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백지화된 청년임대주택 사업도 많지만, 연세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반대 임대업자들을 설득해 신축된 기숙사도 많다. 서울시는 ‘청년 주거 기본 조례’를 제정하여 직·간접적으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개발, 집행하고 있다. 정부도 대선 기간에 민달팽이유니온이 제안한 ‘주거정책 7대 개혁과제’를 수용하고 ‘주거복지로드맵’에 반영하여 정책을 준비 중에 있다. LH, SH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을 공급하였고, 청년주거상담, 보증금·전세 대출, 주거 바우처 등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많은 청년에게 작은 손길을 내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달팽이 청년들은 지역을 찾아가 UCC제작, 파티, 간담회 등을 기획하며 주민을 설득했다. 다수의 청년 당사자가 모여서 오픈테이블을 열고 토론하며 정책을 개발하기도 했다. 청년 임대주택을 두고 다양한 지역 주민과 예비 청년 입주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간담회도 기획 중에 있다. 싸울 땐 제대로 한 판 싸우고, 웃길 땐 신나게 웃기고, 설득할 땐 진정성 있게 설득하며, 질기고 질긴 싸움을 끈기 있게 해나간 결과물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2030 역세권 청년임대주택도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더불어 언젠가는 집이 돈 벌이 수단이기 이전에 사람이 살아가는 따뜻한 보금자리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어 낼 것이다.

금, 2018/06/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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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장애인 분야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전체적인 평가 

2018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정책 지출예산(예산+기금)은 2조 2,200억 원으로 2017년도 본예산 대비로는 11.0%, 추경 대비로는 7.4% 증가한 금액으로 편성되었다. 2016년도 1.0%, 2017년도 1.2%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 증가율이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될 필요가 있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2018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 중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의 소득보장사업 34.5%(7,653억 원), 장애인활동지원사업 30.2%(6,717억 원),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 20.8%(4,619억 원)의 총 예산은 85.5%(1조  8,989억 원)이며, 장애인 예산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2017년 본예산 대비 12.1%, 추경 대비 8.3% 증가하여 장애인 예산의 전체 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세부사업 평가

장애인소득보장

장애인소득보장사업 중 장애인연금은 2018년도에 6,356억 원으로 편성되어 2017년 장애인연금 예산 대비 13.5%(추경대비) 증가하였으나 장애수당은 1,298억 원으로 2017년도에 비해 2.2% 감소하였다.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이 75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4.0% 감소하였고 차상위계층 장애수당은 548억 원으로 2017년 대비 0.3% 증가하였다.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이 감액 편성된 것은 기초수급 경증장애인이 9,529명(4.0%)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데 따른 것이며 지원단가는 월 4만 원으로 동결되었기 때문이다(차상위층 장애수당의 지원단가도 4만 원으로 2017년과 동일). 

 

한편 장애인연금은 지원대상이 35만 2,000명에서 35만 5,000명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 급여액은 기초급여에 대해 20만 5,430원에서 25만 원으로 큰 폭(21.7%)으로 증가(부가급여는 지난해와 동일)시킴으로써 관련예산이 5,600억 원에서 6,356억 원(13.5%) 증가한 것이다. 

 

장애인소득보장에서 그간 장애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장애인연금의 급여액을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시킨 것은 주목할 만하나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에서 기초수급 경증장애인이 감소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추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볼 필요가 있다.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은 제도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는 제도개혁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현재 장애수당(기초 및 차상위 경증장애인 대상) 및 장애아동수당(기초 및 차상위의 경증과 중증 대상)은 추가비용보전성격의 급여이지만,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전성격의 기초급여와 추가비용보전성격의 부가급여가 혼재해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와 장애수당 및 장애아동수당을 통폐합하여 장애로 인한 추가지출을 보전하는 성격의 제도로 명확히 하고, 장애인연금은 가득능력상실정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소득보전제도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추가지출보전급여는 보편적 수당으로, 소득보전급여인 장애인연금은 근로능력상실도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과 주거시설운영지원

2018년도 복지부 장애인예산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점은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6,7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본예산 대비 23.0%)로 증가하여 장애인예산의 평균증가율 7.4%보다 높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의 경우 지원대상자를 6만 5,000명에서 6만 9,000명으로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원단가도 기존의 9,240원에서 1만 760원으로 16.4% 증액(중증장애인 활동보조 가산급여는 동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장애계가 요구해왔던 사항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애인주거시설운영지원사업의 예산은 4,6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여 장애인예산 평균증가율보다 낮게 증가하였다. 거주자 1인당 지원단가가 연간 2만 6,905천 원에서 2만 8,390천 원으로 5.5% 증액되었으나 지원인원은 2만 5,136명에서 2만 4,180명으로 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의 예산은 22~23%,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26~27%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정책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의 도모를 기조로 한다는 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2018년도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예산 증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앞으로 관련 예산의 증가와 제도개혁, 정책방향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

2018년도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예산은 269억 원으로 전년도 311억 원 대비 42억 원, 13.5%가 감액되었다. 그런데 세부항목을 보면 장애판정체계 시범사업이 종료되어 감액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심사제도 운영 등 나머지 하위사업들은 소폭이지만 대부분 예산이 증액되었다. 증액된 하위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사제도 운영비가 252억 원으로 전년도 247억 원 대비 2.0%의 소폭으로 증가하였다. 심사제도 운영비의 증가가 소폭이라고는 하나 이것이 그동안 장애등급심사를 통한 수급권리 제약의 한 원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의구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제도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2019년도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준비 예산이 3억 1,000만 원 신설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관련하여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는데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되어 장애등급심사제도의 개혁에도 공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일자리지원

2018년도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은 957억 원으로 전년도 814억 원 대비 16.1% 증액되었다. 시각장애인안마사파견사업의 지원단가가 1.2%의 소폭 증액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하위사업들(일반형일자리, 시간제일자리, 장애인복지일자리,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자 보조일자리)의 지원단가가 16.3% 비교적 큰 폭으로 증액되었다.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의 증가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서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자립생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간 장애인일자리지원 사업의 지원단가가 증액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나 실효성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 앞으로 예산이 증액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지원

2018년도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은 84억 7,000만 원으로 전년도 90억 8,000만 원 대비 6.7% 감액되었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이 2015년 11월부터 시행된 이래 매년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은 감액되는 등 소극적인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위사업별로 보면 공공후견지원 예산과 발달장애인 부모・가족지원 예산이 각각 3억 원과 4억 원 감액되었고, 발달장애인개별지원계획 서비스변경 시범사업은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 

 

 

결론

2018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은 2017년 대비 7.4%(추경기준, 본예산 대비로는 11.0%) 증가하여 지난 정권의 1%대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총예산 증가율 9.8%(2017년 추경기준)보다는 낮아 장애인복지예산의 구성비는 2017년 추경 대비 소폭 하락하였다.

 

2018년도 장애인 예산에서 특징적인 사실은 복지부 장애인예산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장애인소득보장사업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각각 10.5%, 10.8% 증가하였고,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은 1.5%로 소폭 증가하였다. 단년도 예산안으로 중장기적인 방향을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제도개혁을 지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장애인소득보장의 경우, 추가비용보전성격의 장애수당 및 장애아동수당,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를 통합하고,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는 소득보전급여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정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자 밝히고 있듯이 장애등급심사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되어져 개도 개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지원사업은 관련 법률 시행 후, 예산이 삭감되는 등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편성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의 경우 기초수급 경증장애인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 부분은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이 지원단가의 인상을 동반한 것은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나 이것이 그간 사실상 하락해온 지원단가를 단순히 현실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수, 2017/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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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보육을 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하루를 돌아보며

 

문경자 |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대구지부 지회장,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보육특별위원회 위원장, 장애아동지원교사협의회 대표

 

 

우리는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해 보육교사가 되는 과정을 배웠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무엇을 알려줄 것인가 끊임없이 보육이 아닌 교육에 중점을 두어 교재를 준비하고 교구를 만들어 우리가 만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제공할 교육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배워왔다.

 

그러나 아이들, 부모, 교사와 원장의 관계 등 보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었다.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졸업을 하고, 수료를 하고 어린이집에 온 순간부터 우리는 교육이 중점이 아닌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면대면의 교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지내며 스스로 알아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번 반성과 다짐을 반복하며, 지금의 상황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른 채 지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 또한 배우고 성숙하며 성찰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시스템은 아이와의 관계형성 보다는 목적과 목표를 두어 최대한 보편화 된 삶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더 늦기 전, 이 시점에서 우리 보육교사의 정체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획일화 된 시스템, 그 안에서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고정된 체인이 보육교사이다

어린이집은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보육교사들은 평일 12시간 근무가 정상적인 노동시간인 줄 알고 일을 해왔다. 어린이집도 주 40시간 제도 안으로 들어오면서 근무시간이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육교사의 실제 근무시간과 관련해서는 조사단체에 따라 적게는 9.5시간 많게는 10.5시간으로 그 결과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이 직접 말하는 현실은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자, 그럼 평균 10시간 근무한다고 하자. 그 10시간이 어떻게 이루어질까?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 보통이다. 출근해서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고, 오전 간식준비와 그 날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이는 이상향일 뿐이다. 

 

현실은 출근과 동시에 아이들을 맞는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모의 출근시간 전에 아이들을 맡기고 가기 때문에 어린이집 문을 여는 시간이 곧 등원시간이 된다. 보육교사의 보육은 출근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출근을 어린이집으로 하는 경우는 이렇게 시작된다고 하지만 차량운행을 하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의 하루는 조금 더 빨리 이루어진다. 도보로 등원이 이루어지든 차량으로 이루어지든 그 순간부터 보육업무는 시작된다.

 

연령별로 구성된 프로그램 안에서 아이들의 개별화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쌍둥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의 기본 욕구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연령을 정해두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접근하여 아이들의 개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보육교사 한명이 봐야 하는 아동들의 비율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세쌍둥이를 한사람이 하루 10시간 씩 보육할 수 있을까? 쌍둥이라도 각기 다른 욕구를 맞춰주기가 힘든데 월령이 다른 세 아이의 보육을 한 교사가 담당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곳이 우리나라의 보육현장이다. 심지어 돌이 지난 아이들은 한 교사가 법적으로 정해진 아동수를 넘어 초과보육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까지 마련되어 있어, 보육의 질은 그야말로 바닥 수준이다. 교사 대 아동비율이 높고, 여기에 더해 초과보육까지 허용되는 현실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의 욕구를 맞춰주고 서비스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에도, 보육현장에 대한 사회적 바람과 시선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남들 다 쉬는 휴게시간, 어린이집에도 있을까?

휴게시간이 무엇인가? 휴게라 함은 사용자의 지휘,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어린이집 교사에게도 사용자, 즉 원장의 지휘,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까? 일단,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가정해보자. 보통의 다른 직업군처럼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작업장을 벗어난다면, 보육교사 한명이 보육해야 하는 아이들은 어찌된단 말인가? 아이들끼리 잘 지내기를 바라며 4시간마다 30분씩 쉬었다 올 수 있을까?

 

혹자는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점심시간은 아이들이 올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지도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시간으로 엄연히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교사 한명이 담당하는 아이들의 식사지도를 마치면 점심시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현장 보육교사에게 점심식사는 밥을 ‘마시며’ 일하는 시간이다. 이 웃지 못 할 상황이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이 슬프다.

 

아이들 낮잠시간에 잠시 쉬면 안 될까?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지금부터 ‘코~ 자자’ 하면 잠들었다가, ‘자,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하면 한꺼번에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다 똑같지 않듯 수면습관도 아이들마다 다르다.

 

한 명 한 명 잠자리를 봐주고, 잠이 든 뒤에도 잘 자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혹시나 잠들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작은 목소리로 동화책 읽어준다. 다행히 모두 잠들어 시간이 남는다면 각 가정으로 보내는 개인수첩에 아이들의 일상을 보고하듯 적는다. 이런 시간에 쉴 수 있을까? 쉰다면 어디서 쉴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누워 잠이 들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가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돌연사 사고소식을 보고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거의 낮잠시간에 돌연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서 자고 있지 앉는지 숨소리는 고른지 뒤척이지 않는지 가장 집중적으로 보육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이 바로 낮잠시간이다.

 

청소시간? 아이들의 하원시간? 오후에는 조용하니 쉴 수 있을까?

오후, 아이들의 하원시간이 되면 차량으로 하원 하는 아동의 차량 동승교사로, 도보로 하원 하는 아동의 인수인계 담당교사로,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아동을 보육하는 전체보육 담당으로 역할 한다. 그 와중에 돌아가며 청소와 일지 쓰기, 교재교구 제작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이상일 뿐이다.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적은 수의 교사들은 돌아가며 이 모든 것을 쳐내고 있다. 결국 밀려나는 일은 서류작업이고, 퇴근할 때는 남은 서류뭉치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결국 복지부가 나섰다. 그것도 아주 기가 막히게!

고용노동부는 올 7월부터 특례업종이었던 직업군에도 휴게시간을 강제 지급 하라는 개정안을 냈고 복지부도 이에 맞춰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해 보육교사에게 휴게시간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내용이 엄청나게 기가 막혀, 소위 ‘개그’ 수준이다.

 

법적으로 교사 한 명 당 돌볼 수 있는 아동의 수는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4세 이상 20명이다. 그런데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부여 의무화에 맞춰 교사들의 교대근무를 통해 휴게시간을 보장하고자, 교사 한명이 두 개 반을 담당 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단 것이 대책이다. 어떻게 이런 것을 대책이라며 만들 수 있을까? 휴게시간을 가지겠다고 자기 반 보살피기도 힘든 동료에게 내 반 아이들까지 맡긴다고?

 

그 시간대 안전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 시간대 보육의 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이들에게 모두 일제히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라 하면 되는 것인가?

 

결국 휴게시간을 갖기 힘든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휴게시간이 아니라 특례업종을 예외로 두어 8시간 근무 후 퇴근을 보장하는 것이다. 법을 만들면 늘 예외적용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초등학교 교사는 점심시간을 식사지도 시간으로 인정받아 점심시간을 포함한 8시간을 근무한다. 보육교사에게 휴게시간을 의무화하는 방법이 현실성 없다면, 초등학교 교사처럼 점심시간을 식사지도 시간으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8시간 근무를 보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인력과 예산이다

어린이집 12시간 운영원칙에 반대하는 보육교사는 드물다. 어린이집이 생긴 이유는 맞벌이 저소득 가정의 돌봄 욕구로부터 출발한 것이기에 이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다만, 12시간을 운영하되 12시간 동안 이뤄지는 보육의 질적 수준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효과가 이어지기에 더욱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질적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말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십 년 전부터 보육교사들이 요구해 온 ‘8253제도’를 이제는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8253제도는 다음과 같다.

 

12시간 운영원칙을 따르되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은 8시간으로 한다.

인력은 2명의 교대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 한 명이 보육을 담당하는 시간은 5시간으로 한다.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해 보육교사에게 3시간의 연구시간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아래 <표2-1>에서 알 수 있듯이 2명의 보육교사의 근무가 겹치는 시간이 존재하고 그 시간대에 연구 및 서류업무, 기타 잡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글을 마무리 하며

매년 보육예산을 늘고 있고 수요자 중심으로 보육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이 미래’ 라고 한다. 그리고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미래를 책임지는 우리 아이들의 첫 선생님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보육정책을 제대로 잡아야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 교사들이 행복하게 일할 권리, 부모들이 행복하게 맡길 권리, 그 권리를 이제는 누려보고 싶다.

일, 2018/07/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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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와 평화체제, 그리고 평화복지국가로 가는 여정

 

이미진 |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시행되었다. 2010년에는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보편적 복지가 선거쟁점으로 부상되었던 반면, 2018년에는 선거에 대한 관심도 저조하였고 정책적으로 쟁점이 되었던 이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올해 봄에 대통령이 개헌안카드를 꺼내들자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좀 일어나는가 싶었지만, 연이어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는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블랙홀이 거의 모든 정책적, 사회적 이슈를 빨아들어 버렸다. 대부분 지방선거의 결과라는 성적표에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지방분권 논의는 아예 증발되어 버렸다. 

 

물론 한반도의 냉전은 반공이데올로기의 굳건한 물적 토대를 제공하였고, 이에 사회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회주의자, 빨갱이로 오인받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헌법에 보장된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이제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필자는 마냥 기쁘다. 종전선언, 그리고 북미 평화협정의 체결은 한반도를 평화체제로 이끌 것이고,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고대하여 왔던 평화복지국가로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려준다. 

 

그런데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는 어떤 복지국가가 될까? 단순히 국방비 예산을 절감함으로써 복지예산 지출을 늘릴 수 있게 될까? 이번 달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의 기획주제인 스웨덴 모델이 여전히 한국복지국가의 이상이므로 이를 추구해야 할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분단체제에서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아직 찾지 못하였는데,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를 떠안은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어떤 평화복지국가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전문가 집단만이 제시해야 하는 답은 아니라고 본다.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같이 손을 잡고 그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는 어떠한가? 필자 역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것이 작동되어 복지국가로 이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시의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즐비하고, 기초단체장 역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는지 회의가 든다면서 지방선거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 중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의원도 많으므로 국회의원을 없애버리면 민주주의와 인권이 달성되는 데 더 효율적일까? 아니면 국회의원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누구의 주장대로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면 문제가 해결될까? 필자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견인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지,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식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면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선거가 없어진다면 민주주의는 더 퇴보할 수 있고,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다.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제도와 정책, 사업이 시행되기 위한 통로로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존재하지만, 지방분권이라는 물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리고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역내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시민단체나 지역언론 등이 거의 없거나 그 역할이 미약한다는 점도 지방자치의 발전이 더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역내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은 지난한 과정이다. 지방선거를 시행한지는 3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우리의 지방자치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너무 박한 측면이 있다. 지방자치에 대해 비판을 하기는 쉬워도 대안을 만들기는 어렵고,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복지국가는 어떤 국가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지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 개헌논의를 지피우고 지방분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일, 2018/07/0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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