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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은 민주주의와 전혀 상관없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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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은 민주주의와 전혀 상관없는 곳이 되었다

익명 (미확인) | 월, 2016/03/28- 13:00

그날은 ‘민주주의가 퇴행한’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한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일들이 많다. MB정부의 민간인 사찰사건, 2012년 대선 때 국가공권력 개입 등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굵직한 사건만이 아니라, 대학 내에서도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신호를 감지할만한 여러 일들이 비일비재다. 교수의 성추행, 선배의 폭력은 물론이고 재단의 부패, 총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 학교의 각종 갑질(언론사 장악, 학생회 선거 개입, 동아리 자치활동 예산 삭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생사의 문제라 할 수 있는 학과 통‧폐합을 구성원과 일체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 등이 그러하다. 나아가 이런 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교수들에게 “그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 말하는 초현실주의 이사장까지 현실에 버젓이 존재한다. 나는 이런 일들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나쁜’ 경우로 규정하고 ‘우리가 왜 분노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하지만 ‘그날’, 학생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차가웠고 이유는 명쾌했다. 한 학생의 단호한 발언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말씀해 주시는 사례들이 민주주의 가치가 퇴행되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견도 없습니다. 그런데요, 알겠는데요, 별 느낌이 없어요.” 그리고 이는 한 학생만의 의견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공감을 표출한다. ‘느낌이 없다’를 학생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어떤 사실이 머릿속에 인지되어도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그런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요.”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여태껏 단 한번도 ‘그것이 다른 어떤 것에 비할 바 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들어본 적, 교육받은 적 없는데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에 ‘무감’(無感)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항변했다. 과거보다 경쟁은 빨라졌고 강해졌다. ‘더러운’ 사회를 떠날 수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어쩔 수 없다’는 세뇌가 한결 전략적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별다른 효용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 “그래서 그게 돈이라도 돼?”라는 질문 앞에서 극도로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무슨 청천벽력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가 이상한 분위기에 노출되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정녕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지만)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학이 오직 자본의 논리에 ‘진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이라면서 교육부가 2천억이 넘는 연구비를 책정하여 야심차게 준비하는 ‘프라임’사업을 보면 지금의 대학에서 ‘사회’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취업 안 되는 학과의 정원은 과감히 줄일수록 유리한 평가를 받는 이 사업의 이름, ‘프라임’(PRIME)의 뜻은 이렇다. Program for Industry needs Matched Education. 즉, 산업이 사회 자체가 되어버렸다. 사회 ‘안’의 시장이 아니라, ‘사회=시장’이다. 이를 천명하는 대학은 ‘선두’(prime)가 된다. 자본주의에 잘 적응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공간에서 민주주의는 부차적으로 이해된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느낀 충격은 이런 분위기의 산물이었다. 나는 사회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우리 역사에서 찾는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저런 일이 발생한지를 정확히 따져 묻고 그 사회적 기원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것은 학문의 도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청해진 해운’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언론에서 하면 되지만 왜 한국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규정이 저리도 엉성한지, 그런데 그런 규정조차 ‘관례’라는 이름으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왜 이리도 잦은지를 따지는 건 교육의 임무 아닌가.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어두웠던’ 한국의 현대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정경유착, 재벌중심의 경제발전 등 경제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한 지난 역사의 물줄기를 끄집어와 이런 것을 비판하지 않은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의 가해자이기도 함을 인식하는 것, 그런 강의를 했다. 하지만 반응은 “그 사건을 말하는데 재벌 이야기가 왜 나와요?”였다.

놀랍지 않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특정한 문제를 큰 그림에서 이해하는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효율성을 유일한 잣대로 삼은 대학에서 “문제의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자!”와 같은 발상은 매우 덧없다. 그런 건 대학평가 지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글 : 오찬호 | <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대학의 자화상> 저자

P.S) 이 글의 일부는 필자의 다른 글 “한국의 대학에서 교양강의는 이미 다른 개념이 되었다”(『대학의 배신: 인문학은 N포세대를 구원할 수 있는가』(2016, Michael S. Ruth, 최다인 역, 지식프레임)의 해제)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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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상가 임차인 상담소 시즌2


기자회견

2015년 12월 10일(목) 15:00

홍대입구역 8번출구 문화부동산 앞


명함 배포

홍대 앞 상가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수, 2015/12/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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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이다/테마토크.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2회

 

한국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멀게는 구한말 부터 해방이후까지 보수의 기원을 찾는 '설'이 있긴 하지만, 해방이후에는 진보, 보수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수주의가 서양에서는 진보에 대한 반발 - 서양에서는 프랑스 혁명 - 로 시작되었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는 1950년대 진보당에 대한 대항마로 '보수'라는 이념이 잠깐 등장했습니다. 이념적 성향으로서의 보수주의는 1997년 IMF 이후 '뉴라이트'의 등장 이후 부터 이고, 이때부터 보수vs진보라는 이념 논쟁이 진행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보수주의는 '반공이념, 개발독재, 기득권세력, 수구'라는 표현과 연결되기도 하고,  진보는 오히려 '분열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합니다.

 

한국적 보수와 진보의 기원과 현재의 모습, 지금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75379

 

같이보기

 

같이듣기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1 - “불평등”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2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3회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4회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화, 2016/05/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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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이다/테마토크.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3회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 회는 '자유, 나라사랑, 애국'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와 우리 사회에서 사용돼온 역사적 맥락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반공=자유'라는 개념으로 쓰여왔고, 원래 '자유'라는 의미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자유, 개인의 권리'는 희석되고 '공동체의 이익'을 중요시하면서 전체주의와 동일시 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한국의 보수주의는 '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자유'이외의 자유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보수주의는 과연 얼마나 자유를 추구하고 있을까요?

 

또한, 진보주의는 국가를 사랑하지 않는다? 진짜 그럴까요?

2년 전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라는 존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그 국가에 속한 구성원들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라고 생각되는 많은 사람이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 안전한 사회'를 요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진보주의'의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오래 갈 수 있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 사랑은 애국이 아닐까요?

 

철학사이다를 들으며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80442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DXQOEn

 

이번회 소개된 인물과 책

  • 존 롤스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On Liberty》

 

월간 참여사회 2016년 6월호 특집 - 고장 난 나라, 빗나간 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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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1 - “불평등”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2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3회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4회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월, 2016/05/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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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문제의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2017년 3월 8일(수) 2시 ,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공동주최 : 도종환 국회의원, 송기석 국회의원, 노회찬 국회의원,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취지와 목적


블랙리스트는 헌법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국가의 중립성 의무를 심대하게 훼손하여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든 사건임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바에 의하면,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이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지시를 내리고, 청와대 각 수석들이 문체부에 이를 하달하면 문체부 공무원들 등 관련 기관에서 집행하는 구조였음.

 

국가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고 국가는 국가자원을 배분함에 있어서 중립의 의무가 있음. 박근혜 정권은 국가공무원을 동원해 자신의 사적 이익을 공고히 하고 정치적 비판 입장을 억누르기 위해 국가 자원 배분에서 비판 세력을 철저하게 배제시킨 것임.

 

이와 같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 진단 및 법률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함

 

개요

○ 제목 : 블랙리스트 문제의 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 일시와 장소 : 2017년 3월 8일(수) 2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 공동주최 
   도종환 국회의원, 송기석 국회의원, 노회찬 국회의원,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진행 순서

- 인사말 (공동주최 각 정당 국회의원)
- 사회 :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
- 패널1. 강신하 (블랙리스트소송 대리단 단장) -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국가손배의 의미, 전망- 
- 패널2.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블랙리스트와 검열: 헌법위반의 지점 - 
- 패널3.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교 교수) - 블랙리스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 
- 패널4. 김선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 기존 사례들을 통해 본 국가의 견해차에 따른 차별과 해법 
- 패널5.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저항의 문화적 의미  
- 패널6. 장지연 (문화문제대응모임 공동대표) - 블랙리스트사태와 예술인의 지위 

 

○ 문의 : 예술인소셜유니온 하장호 위원 010-6430-1871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02-723-0666

 

화, 2017/02/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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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_청년노동 #매일노동뉴스 * 김민수위원장의 이번주 매일노동뉴스 칼럼을 공유합니다. "청년문제는 단순 고용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는 소득 영역에서의 빈부격차를 넘어 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다층적 영역에서 단단하게 맞물려 회복 불가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나아가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돼 세습자본주의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과 원인을 두고 ‘다중격차’라는 개념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수십 년 전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청년문제를 정의하고 대책을 쥐어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유일한 법률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인데, 이에 따르면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자’로 정의되고 중앙정부가 펼치는 모든 청년정책은 ‘취업자수(일자리 숫자)’를 목표로 추진·점검된다. 청년문제로 집약되는 한국 사회의 다중격차를 해소할 구조인식이 부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청년대책의 대표 브랜드로 제기하는 한편, 종합적 청년정책의 유일한 소통창구라 할 수 있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를 폐지함으로써 이와 같은 경향성을 크게 강화했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 일변도의 청년대책을 비판하고자 한다."


청년문제는 단순 고용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는 소득 영역에서의 빈부격차를 넘어 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다층적 영역에서 단단하게 맞물려 회복 불가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나아가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돼 세습자본주의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과 원인을 두고 ‘다중격차’라는 개념이 제시되기도 한다.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수십 년 전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청년문제를 정의하고 대책을 쥐어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유일한 법률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인데, 이에 따르
월, 2017/09/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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