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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연말정산으로 세금 12만원 늘었다? 이것 참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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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연말정산으로 세금 12만원 늘었다? 이것 참 멋지네!”

익명 (미확인) | 수, 2016/03/09- 10:23

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④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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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파행의 궁극적 목적은 무상급식 정당성 훼손이다.”

복지정책 전문가인 오건호(52)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과의 인터뷰 중 이 말이 귀를 확 잡아끌었다.

누리과정 파행 사태는 볼수록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못 주겠다고 하고, 교육청은 어서 내놓으라고 하는 사이에 어린이집은 교사 월급을 못 준다 하고, 학부모들은 가계 부담이 늘게 됐다고 아우성친다. 국가 예산이라는 게 실시간으로 증감하는 것도 아닐진대, 왜 이런 파행이 벌어지고 장기간 공방만 오가는지 시민들로서는 알 수가 없다.

오 위원장은 “무상급식의 정당성, 즉 보편복지의 방향을 훼손해서 기존의 선택적 복지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도가 정부에 있다”고 분석했다.

“공방을 계속하다가 불가피하게 서로 타협한다고 가정해보죠, 정부가 누리과정 어린이집 몫 필요 예산의 절반, 약 1조원만 교육청에 떠넘겨도 자체 수입이 거의 없는 교육청은 아주 힘듭니다. 다른 사업을 먼저 줄이더라도 결국은 무상급식을 선별지원 방식으로 바꾸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겁니다.”

학부모들도 “정부가 돈이 없다는데 어쩌겠나, 여유 있는 집에서 급식비 조금씩 내는 게 학교 시설 못 고치고 기본 교육 사업들이 파행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하고 현실적 판단을 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 국면의 여론조사에서 학부모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

또한 오 위원장은 “이렇게 무상급식 정당성을 훼손하면 진보 교육감들이 가져간 교육 현장의 행정 권력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보수 진영의 노림수도 엿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복지 없는 증세’는 사실과 다르다

애초에 이날 인터뷰의 초점이 여기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분석은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이어진다. “진보 세력은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으로 보편복지 의제가 다소 갑작스럽게 대두된 이래, 이 의제를 내실화하는 데 무슨 노력을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 위원장은 “이제부터라도 아래로부터 벽돌 쌓듯 복지 의제를 만들고, 복지 세력을 형성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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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기획한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오건호 위원장이 희망제작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3일이었다. 인터뷰는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이 진행했다.

사회학 박사인 오 위원장은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냈고 2012년부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 바로 전날(2월 2일) 출범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이하 어린이병원비연대)의 공동대표직도 맡고 있다.

이렇게 직함만 보고 무슨 일을 해왔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오 위원장의 모든 활동의 지향점은 ‘복지국가'(welfare state)에 있다. 복지국가는 복지 수준이 높은 국가 정도로 이해해도 틀리지는 않지만 사회보장제도와 최저임금, 고용 제도 등이 잘 갖춰진 서구권, 특히 북유럽과 같은 국가를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오 위원장은 이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 선거 공약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그런 오 위원장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라 복지 없는 증세’라는 야권의 비판은 동의할 줄 알았다. 반대로 그는 “책임 있는 위치라면 그런 부정확한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요 몇 년 사이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은 상당히 나아졌고 수혜자도 꽤 늘었다고 했다.

중간계층 불안 원인은 ‘사회안전망 부재’

그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에, 그럼 우리가 왜 복지가 늘어났다고 느끼지 못 하는지를 들어보자. 이 답은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의 첫 질문인 “대한민국 현실에 진단을 내려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의 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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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건 불안입니다. 어느 계층에나 불안은 늘 있지만 시대적 징후로써 강하게 느껴지는 건 중간계층의 불안입니다. 특히 현재에 대한 불안보다는 미래 불안이 큽니다. 앞으로 자신이 하향 이동하리라는 불안, 노후가 위태롭고 자식세대의 앞날도 깜깜하다는 불안입니다.”

중간계층이 불안을 느끼는 건 시스템이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봤으니 계층 상향의 꿈이 있었고,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자기 삶도 나아지리라 여겼는데, “기업이 언제든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 믿음이 깨졌다는 것이다.

‘중간계층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중화‧극화가 심해지면서 서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도 공통으로 겪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불안이 더 큰 이유가 바로 ‘복지’에 있다.

오 위원장은 “40~50대가 힘든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는 한 번 삐끗하면 미끄럼틀을 탄 듯이 내려가고, 다시 오를 계단은 없기 때문”이라면서 “거기다 사회에는 받아줄 최소한의 안전판이 없다보니 계층 변화를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사회의 안전판, 즉 복지 시스템 강화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오 위원장은 “실제로 2010~2014년 우리나라의 복지 확대 과정은 서구 복지국가 형성과정과 비교해도 굉장히 빨랐다”고 했다.

무상급식이 시작된 지 3~4년 만에 전국으로 확대됐고, 무상보육도 논의가 시작된 지 2~3년 만에 전면화됐다. 기초노령연금이 2008년 도입된 뒤 7년 만에 두 배인 20만원으로 올랐다. 국민연금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차등은 생겼지만 말이다. 대학 등록금도 애초에 과도하게 높은 것이 문제였고, 계층별 차등 지원 방식이지만 총액으로 보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오 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지난 4~5년 간 복지의 양적 확대는 대단했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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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잠시 사정이 나빠져도 복지가 있으니까 괜찮겠구나” 하는 안정감은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위원장은 그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사회보험 복지의 취약입니다. 최근 보육과 기초연금 영역에서 복지가 확대됐지만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근간은 질병‧노후‧실업 등에 대비하는 사회보험입니다. 아직 이 영역에선 복지가 제자리걸음이고 사각지대도 심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복지가 빠르게 늘어도 생활에 안정감을 줄 정도에는 이르지 못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복지 확대과정에서 형성돼야 할 사회적 연대와 협동이 빈약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오 위원장은 “복지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종합적 안전망”이라며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안전망까지 돼 줘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복지가 안전망이 되지 못 하는 것은, 지극히 물량주의적으로 정치권에 의해 위에서부터 선사되는 방식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2010~2014년 복지 확대는 정치권에 의해 ‘포퓰리즘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복지 확대를 요구해 온 쪽에서 가장 불편해 할 말이 ‘포퓰리즘’일 것 같은데, 오 위원장은 거리낌이 없었다. “복지는 선물처럼 받는 것, 주면 좋고 안 주면 아쉬운 것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는 선물이 아니라 연대해서 만드는 것”

복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까? 복지와 연대‧협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 위원장은 어린이병원비연대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전액 보장하라”는 운동을 펼치기 위한 단체다. 오 위원장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누적흑자가 17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 병원비 전액 보장에 필요한 연간 5,000억 원은 큰 부담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만 이뤄지면 당장이라도 ‘어린이 무상의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위’에서 결정해서 도입하는 방식이라면 그 다음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오위원장은 어린이병원비연대 운동에 기대가 컸다. 이 조직은 기존의 사회운동단체보다는 복지시설‧사회복지사‧어린이지원기관 등 일반 시민조직을 주축으로 한다. 이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지역조직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래로부터 함께 실천하는 경험을 통해 어린이 병원비 해결을 넘어서 공공의료를 향한 시민주체도 형성하겠다는 포부다.

물론 공공의료, 무상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이 필요하다. 오 위원장은 “우리부터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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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가 하늘에서 떨어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히 직장 건강보험은 노사가 5대 5로 내는데, 사측은 보험 수혜자가 아니다보니 이 비용이 커지는 데 강력히 저항합니다. 그럴 때 노동자부터 ‘우리도 더 낼 테니 기업도 더 내자’고 할 수 있어야 건강 보험 보장성을 올리는 데 대한 합의가 가능해집니다.”

그러지 않고 건강보험료 인상을 다 같이 반대만 한 결과가 사보험 시장 성장이다. 어린이 대상 사보험만 해도 4조원 규모다. 오 위원장은 “무상의료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경로가 보이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사보험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공적 건강보험으로도 무상의료가 가능한 경로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그 힘을 키우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정산으로 자녀공제 축소? 한 번 더 하자!”

‘건강보험료를 더 내자’는 것은 ‘세금을 더 내자’는 주장과 같은 방향이다. 오 위원장은 증세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상의료‧무상보육과 같은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선별복지는 재정을 따지지 않아요. 정해진 재정을 놓고서 선별된 대상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겁니다. 보편복지는 모두에게 가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재원이 늘어야 합니다. 세입과 세출의 두 바퀴가 같이 가야 하는 것이죠. 무상급식 국면에서 서구에서 보편복지 담론을 급히 들여오긴 했지만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보니 세출 바퀴만 돌고 세입 바퀴는 제자리인, 제자리에서 맴돌면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수레가 된 겁니다. 이대로는 복지가 더 확대되지 못하고 피로감을 주는 논란만 되풀이될 우려가 큽니다.”

보편복지가 북유럽 등에서 성공한 것은, 중상위 계층 이상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고, 그 이점을 체험한 사람들이 증세에 합의하고, 이를 통해 재정이 확대되니 전체 복지 수준을 다시 올릴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이를 “코르피라는 학자가 말한 ‘재분배의 역설’, 즉 부자에게 복지를 주는 것이 재분배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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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증세를 거부하는 데는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연말정산에서 일부 계층에서 세금이 늘어난 사태를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한 야당과 진보 언론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에서 논란이 된 건 자녀 관련 공제였어요. 출산을 했거나 6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 있을 때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왔지요. 제가 마침 여기에 해당되는데 두 아이가 6세 이하여서 12만원이 늘었습니다. 물론 ‘안 그래도 양육비 많이 드는데 이게 웬 세금폭탄이냐’하고 화 낼 수 있지요. 하지만 ‘이거 멋지다! 한 번 더 하자’라고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오 위원장은 “자녀 관련 세금 혜택을 왜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양육비가 많이 드는데 그에 대한 사회보장이 빈약하니까 세금으로나마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부터 전 계층에 무상보육이 시행됐으니 이를 감안해서 세금혜택을 줄인 것이다. 오 위원장은 “저로서는 두 아이로 인해 연간 500만~600만 원의 무상보육 혜택을 받고 세금은 12만원 늘었으므로 반가운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이거 멋지네!’ 한다면 다른 것도 시도해 보자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세액공제로 전환된 의료비‧교육비 지출 항목들을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조건으로 아예 없앨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상당 규모로 존재하는 근로소득공제‧인적공제 항목 등으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다. 아동수당 도입‧기초연금 인상‧주거복지 등 다수 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와 연동해 이러한 공제까지 단계적으로 손보자고 말이다.

오 위원장은 “세금을 더 낸 대신 복지로 돌려받는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그 혜택을 각자의 이득으로만 해석해서는 한계가 있다. 무상급식이 처음 화두가 되었을 때 “가난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듯이 ‘함께 잘 살자’는 생각, 공동체 중심의 관점에서 복지 확대와 증세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복지 성과가 ‘한여름 밤 꿈’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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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세에 저항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직장인만 유리지갑’이라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탈세를 일삼는데 직장인들만 꼼짝없이 세금을 다 낸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제 어느 사업장이나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무척 높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불합리하지는 않다”고 했다.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을 줄이면 되지 왜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느냐는 논리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오 위원장은 “제일 답답한 게 증세 얘기만 하면 ‘4대강 사업 안 하면 되지’라는 반응”이라면서 “4대강 사업은 이미 끝났는데 지금 그 얘기만 해서 어떻게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조성할 수 있는 재원은 한정적이라는 게 오위원장의 판단이다.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덜 알려진 정보가 세금에 대한 것”이라면서 “강의 등으로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나면 증세 동의로 생각을 바꾸는 시민들이 많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정리하면, 오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불안, 특히 중간계층이 무너진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지를 통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정치권에 요구해서 선물 받듯이 받을 것이 아니라 어떤 복지를 원하는지 뜻을 모아서 요구하고, 그에 필요한 증세에도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못 하면 앞으로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 “2010~2014년 사이 잠깐 경험한 복지국가의 비전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당장 해 나가야 하 것은 ‘복지국가’를 위해 진지하게 의제를 기획하고 전략을 짜고 확산시킬 ‘복지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안타깝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복지세력이라고 부를 만한 주체는 미약하다”고 했다. 야권 정치인들이 2010~2012년 정치적 국면에서 무상급식 정당성을 주장하고 지켜 오기는 했지만 위에서 말한 연대와 협동, 함께 만드는 복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정부가 막 던져 놓은 복지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고, 축소 방침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시민의 힘 믿고 복지의제 과감하게 기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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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부정적이지는 않다. 오 위원장은 “우리에게는 복지국가 세력의 씨앗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했다. 2008년 촛불 시위 때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왔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때 외쳤던 ‘함께 살자 대한민국’의 구호에서부터 경쟁보다 협동‧연대를 지향하는 시민성이 새롭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이 확산돼 온 것도 새롭게 발견된 시민성이 바탕이 된 것으로 오 위원장은 해석했다. 물론 2010년 이후 확대된 복지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도 소중한 밑거름이다.

또 다른 근거도 있다. 지난해 연말정산 이전까지 여러 여론조사나 학계 조사 결과를 보면 “복지가 늘어난다면 세금을 덜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찬반 응답이 절반씩 나왔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단순히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저 조사에서 ‘있다’고 답한 50%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원하는 복지 수준이 가능하려면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우리 자식 세대가 살아가는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승자독식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비참한 나락에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복지국가 세력’의 씨앗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정치권도 보다 과감하게 복지 의제를 기획하고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오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전까지 복지 정책에서 관전자‧수혜자였던 사람들이 이제 직접 토론하고 참여하며 의제를 쌓아 간다면 더 이상 정부도 정치권도 정책이나 공약을 막 던지고 ‘안 되면 말지’식으로는 하지 못 합니다. 더 이상 시민들이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렇게 하나 둘 쌓아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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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두 시간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분량은 상당했다. 말투가 온화해서 잘 느껴지지 않을 뿐 말이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최대한 쉽게 말하려 했고 사안마다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만 상대의 공감을 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오래 일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오 위원장은 다음 회의 일정을 위해 바삐 희망제작소를 떠났다. 듣는 내내 생소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었지만 지나고 돌아보니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세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결국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권하형 | 사진작가
영상 : 이윤섭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비디오에디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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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내용
기후위기에서 논습지가 갖고 있는 환경, 생태, 먹을거리
일, 2020/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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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살림 참여인증 평가회에 초대합니다

한살림과 이시도르연구소가 함께 한살림 참여인증 중심으로 친환경 인증의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2020년 12월16일(수) 오후 2시 ~ 5시 30분

??‍♀️주제토론

· 유기농의 가치, 농적 가치를 인증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나?

· 과정중심 평가는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 참여인증과 친환경인증의 관계성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토론자

강마야(충남연구원), 유병덕(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 윤병선_건국대학교 교수, 이승규(한살림사업연합 품질관리본부장),  임석호(에코리더스 인증원)

?온라인 참여 신청

https://forms.gle/nPjJDuMxTmYMJghb6

월, 2020/12/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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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분들께는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DM으로 개별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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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0/12/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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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디지털 기술, 사회를 말하다>를 지난 11월 25일에 개최했습니다.

1부 세션인 <기업-시민-정부 협업을 통한 디지털 혁신-실패의 교훈과 공동의 경험>은 총 세 편에 걸쳐 소개되었습니다. 2부 세션인 <디지털 사회혁신, 크라우드소싱 혁신과 디지털/데이터 리터러시>의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관련한 내용을 간추려 전합니다.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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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달 한국정보화진흥원(NIA)수석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황은미 활동가는 마스크앱 사례와 빠띠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사례가 디지털 사회혁신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전했습니다.

코로나19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 시민운동을 확산시킨 사례

먼저 류 수석은 코로나19 마스크앱 개발이 ‘시빅해커’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을 널리 확산한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빅해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회 및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운동의 한 형태입니다.

이번 마스크앱 개발도 시빅해커의 활약으로 이뤄졌습니다.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 많은 불편함을 겪자 시민 스스로 나서 이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나선 것입니다. 일종의 시민개발의 참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시민의 니즈와 움직임을 신속하게 파악한 후, 시민개발자, 기업, 정부 간 협력으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마스크앱 개발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개발 후, 민간과 공공에서는 협업으로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개발된 데이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빅해커와 기업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합니다. 이렇게 단계를 거치며 마스크앱이 최종적으로 나오기까지 15일 가량 시간이 걸렸습니다.

단 2주 동안 준비/개발 단계를 거쳐 시민에게 공급하는 동시에 개선하는 과정에 들어섰습니다. 비록 서비스 초기에는 마스크앱을 이용하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해 점차 안정화되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면할 정도의 취약 지역에서는 집중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앱 개발 사례는 기존에 정부 위주로 추진되던 공공서비스 사업에 비교하면 시민-기업-정부가 협업하는 사업으로 전례 없는 새로운 발상이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강력한 IT 기반과 우수한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류 수석은 코로나19처럼 국가적 재난에 직면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데, 시민의 니즈를 반영하고, 민간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펼쳤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공공 의료와 원격 교육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마스크앱은 명확한 공동 의제가 존재할 때 거버넌스가 활발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시민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민간 기업은 창의성과 기술력을 통해 시민이 제안한 해결을 발전시키고, 정부에서는 공공 데이터 확보와 지원을 통해 해결책의 탄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협업의 정수는 ‘공익 데이터 액티비즘’

이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황은미 활동가가 나서 <공익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시민, 데이터 액티비즘; 시민 주도 공익 데이터 활동>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황 활동가가 활동하는 빠띠에서는 일상 속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민주주의를 혁신하고 확산한다는 비전을 갖고, 시민과 함께 플랫폼, 커뮤니티, 툴킷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익 데이터 액티비즘’도 빠띠의 활동 중 하나입니다. 공공 데이터의 중요성은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요. 황 활동가는 “공공 데이터를 넘어 시민을 위한 공익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빠띠에서는 시민 개개인과 시민 사회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시민 주도의 공익 데이터 플랫폼을 꾸려나가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공익 데이터 액티비즘’은 운동가 혹은 시민 사회만 접근할 수 있는 운동 방식이 아닌 개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상 속에서 느낀 자신의 불편함을 사회문제의 일부로써 풀어가는 활동입니다. 시민이 직접 원하는 데이터를 만들고, 오픈소스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과 모여 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코로나19 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배경도 바로 공공 데이터의 활용 덕분입니다. 일종의 ‘공익 데이터 액티비즘’ 사례인데요. 공공 데이터는 국가적 차원에서 생성되거나 수집된 데이터입니다. 코로나19 속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확진자 동선 및 공적 마스크앱과 같은 서비스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 제공자는 공공 데이터를 일반 시민이 읽기 쉽도록 재가공하거나 카드뉴스처럼 시각화 데이터로 만들어 배포하는데요. 이러한 방식의 데이터는 한시적이며 시의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정보 제공자에 따라 인포그래픽 형태가 달라지는 등 표준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본 시빅해커는 코로나19 관련 공공 데이터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나아가 데이터 활용법과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작성에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해당 제안에는 정부가 단독으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시했고, 데이터를 개방해 정부, 시민, 기업, 공공기관이 협업해 코로나19를 대응하는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시민의 집단 지성으로 일군 디지털 사회혁신인 셈입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할 수 있는 데이터 액티비즘

또 다른 사례로는 <공익데이터 실험실, 가을스트린트> 프로젝트입니다. 데이터 액티비즘은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닌 모두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표방합니다. 시민과 여러 활동을 벌이면서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예컨대 장애인 놀이터, 쓰레기의 이동경로, 스토킹 법안, 코로나 이후의 무료급식 등 우리 삶과 근접한 문제점을 발견해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고, 공유하고, 스토리텔링하고, 나아가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더불어 <데이터 퍼블릭>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는 수집한 데이터를 아카이브하고, 콘텐츠로 재가공하면서 꾸준히 업로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의, 경실련 등 다양한 시민 사회의 활동을 아카이브하면서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데요. 시민사회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실천할 수 있을 지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황 활동가는 앞선 사례들이 데이터 전문가의 기여, 시민을 주체로 내세운 활동, 빠띠의 기술 플랫폼 지원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례의 결과물이 끝이 아닌 향후 기초 교육의 마중물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향후 데이터 활동과 관련한 컨퍼런스와 교육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데이터 활동가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한편 현재 제시된 ‘디지털 뉴딜’에 시민 참여의 부재를 꼬집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혹은 데이터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술을 활용하는 게 아닌 시민이 일상 속에서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처럼 녹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뉴딜’에도 ‘공익 데이터 액티비즘’이 반영되길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류영달 수석과 황은미 활동가의 발제를 통해 시민과 기업, 정부 간 협업의 중요성을 되짚을 수 있었습니다. 공적 마스크앱, 시빅해커 활동 등의 다양한 사례가 활발하게 공유돼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의 확산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글: 정보라 미디어센터연구원

토, 2020/12/1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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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디지털 기술, 사회를 말하다>를 지난 11월 25일 개최했습니다.

1부 세션인 <기업-시민-정부 협업을 통한 디지털 혁신-실패의 교훈과 공동의 경험>은 총 세 편에 걸쳐 소개되었습니다. 2부 세션인 <디지털 사회혁신, 크라우드소싱 혁신과 디지털/데이터 리터러시>의 주제로 마스크앱을 대표사례로 시빅해커의 활약으로 만드는 디지털 사회혁신에 대해 앞서 살펴보았습니다.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열린컨퍼런스②] 스마트시티를 시민참여로
[열린컨퍼런스③] 디지털뉴딜, 시민사회의 역할은?
[열린컨퍼런스④]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의 활약

이번 글에서는 온라인 컨퍼런스 <디지털 기술, 사회를 말하다> 의 마지막 후기로 -데이더 기반 정책혁신 전문가인 허태욱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동욱 희망제작소 연구원의 토론발제를 간략히 전해드립니다.

디지털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동창작’ 필요해

먼저 허태욱 교수는 최근 대만의 오드리 탕(Audrey Tang) 디지털 장관을 초청해 디지털 혁신에 관해 나눈 대화를 소개했습니다. 오드리 탕 장관은 공동창작(co-creation)을 디지털 혁신의 핵심요소로 꼽았습니다.

[참고 기사] ‘마스크 대란’ 막은 39세 대만 장관 “투명한 정부 만들기 앞장”
[참고 기사] 대만 디지털 사회혁신과 시민참여 민주주의, 어떻게 가능했을까

공동창작의 원칙은 ‘3F’입니다. 신속(Fast), 공정(Fair), 재미(Fun)입니다. 허 교수는 한국의 공동창작에 있어 신속함을 인정할 수 있지만, 공정 요소에 관해선 우리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디지털 혁신이 소외 계층까지 고려했는지, 디지털갭을 살펴봐야 한다는 뜻인데요. 특히 사회의 공정성 측면을 봤을 때 한국사회 내에서는 커뮤니티 중심의 접근이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단순히 데이터 소비자로서 읽고 활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창조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디지털 액티비티의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액티비티를 기초로 한 공동창작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하는 게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경계가 너무 분명합니다. 수도권에는 젊은층 위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분리는 사회혁신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의견 반영에 있어 실질적인 니즈파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넓혀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사회혁신에 있어 지역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혁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창작의 핵심 요소 3F, ‘신속, 공정, 재미’

이동욱 연구원의 토론 발제도 오드리탕 장관이 언급한 ‘3F‘에서 착안됐는데요. 이 연구원은 ‘신속’과 ‘공정’ 측면도 중요하지만 ‘재미’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크라우드소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여러사람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하향식 과정도, 온라인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상향식 과정의 구조도 아닙니다.

실제 원초적인 의미로서 크라우드소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크라우드소싱이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재미와 흥미가 없다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정보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지식이 있는 전문가의 주도로 움직이게 됩니다. 일례로 데이터 주권운동이나 데이터 관련 활동을 벌일 때 ‘시민없는 시민운동’과 같은 한계에 부딪히기 십상입니다.

이 연구원은 데이터 활동을 하더라도 시민에게 ‘데이터 리터러시’에 관해 계몽적으로 교육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에서 데이터와 기술을 쉽게 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심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게임화(Gamification) 교육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실제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 교육보다 쉽습니다.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학습할 수 있고, 데이터를 이용하고 싶은 흥미와 욕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요를 이루고, 수요를 통해 데이터가 공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현재 많은 시민이 데이터가 개방되어있는지 여부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 이용에 관한 흥미나 욕구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주입식으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벌이기보다 수요자(시민)의 흥미와 재미 측면을 좀 더 살릴 수 있을 지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허 교수와 이 연구원이 언급한 3F 요소 중 신속성은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혁신을 위해 보다 더 공정과 재미 요소를 강화하고, 3F 요소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소외되는 목소리 없이, 모든 니즈를 정책에 담아 다수가 만족하는 사회혁신을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 글: 정보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화, 2020/12/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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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를 지난 11월 25일 개최했습니다.
1부 세션인 중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의 기조 발제 내용을 카드뉴스로 전해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열린컨퍼런스②] 스마트시티를 시민참여로
[열린컨퍼런스③] 디지털뉴딜, 시민사회의 역할은?
[열린컨퍼런스④]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의 활약
[열린컨퍼런스⑤] 디지털혁신의 조건, ‘공동창작’

수, 2020/12/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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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를 지난해 11월 25일 개최했습니다.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토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열린컨퍼런스②] 스마트시티를 시민참여로
[열린컨퍼런스③] 디지털뉴딜, 시민사회의 역할은?
[열린컨퍼런스④]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의 활약
[열린컨퍼런스⑤] 디지털혁신의 조건, ‘공동창작’

목, 2021/01/0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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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20 서울시 예산학교>를 기획 및 운영했습니다. 이번 <2020 서울시 예산학교>에 참여한 강준원 회의설계소 퍼실리테이터를 직접 만나 참여 예산과 시민참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강준원 님은 회의설계소에서 시민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공론장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만큼 ‘즐거운 고민’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럼, <2020 서울시 예산학교>에서의 경험은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되었습니다.)


▲ 에 참여한 강준원 님(회의설계소 퍼실리테이터)

Q. <2020 서울시 예산학교>에 함께 하셨죠. 교육에 참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강준원: 저는 이미 참여예산 제도에 관해선 잘 알고 있었어요. 실제 지난 2018년부터 함께하는시민행동을 통해 서산, 양평, 부여 등 지자체의 참여예산 사업제안서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2019년에는 서울시 25개 구 자치구별 참여예산 운영 및 추진계획을 모니터링하기도 했거든요. 직접 서울시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해보고 싶어 필수 과정인 서울시 예산학교 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Q. 직접 <2020 서울시 예산학교>에 참여해보니 기억에 남는 점이 있나요.
강준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참여예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참여예산의 큰 흐름, 본류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특히 최인욱 서울시 시민협력팀장의 강의를 산 관련 위원회, 분과나 옴부즈만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통해 참여예산의 시작을 비롯해 그 역사를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을 얻었어요. 또 참여예산제도를 주민의 편에서, 시민의 편에서 실현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미 시민사회 영역에서 꽤 오래 활동하셨죠.
강준원: 지난 2008년부터 시민사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세상이 참 많이 변한 것 같아요.(웃음) 당시만 해도 시민의 역할이 기존에 시민사회 운동을 벌여온 개인이나 단체에 후원하는 데 그쳤죠. 개인이나 단체가 시민을 대리해 언론, 입법 운동을 하는 게 지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제도 혹은 리더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경도돼 있던 데 반해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참여의 힘을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제가 참여한 예산학교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시민참여를 통해 변화를 일구는 사례를 직접 목격하니까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디로 나아갈지 궁금합니다.

참여예산, 시민의 편에서 실현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어

Q. 최근 준원 님이 관심 두는 이슈가 있나요.
강준원: 가장 눈길이 가는 문제는 ‘혐오’에 관한 이슈입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인 회의설계소에는 남성과 여성 각각 두 명씩 일하고 있는데요. 막상 사업적으로 일하다 보면 현장에서 여성들이 불편해하거나 차별을 당하는 경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때가 있어요. 뉴스만 봐도 혐오나 범죄 사건이 넘쳐나고, 일상적으로 차별이 만연하다는 걸 느껴요. 당사자만큼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문제들을 계속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내 일상에서부터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있습니다.

Q. 말씀하신 이슈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강준원: 돌아보면 지난 2016년부터 조금씩 혐오 이슈나 차별 문제가 두드러지면서 저도 본격적으로 관심이 쏠린 것 같아요. 머리로는 현상을 이해하지만, 실제 주변을 돌아보면 쉽사리 변화가 생기진 않더라고요. 요즘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동료와 툭 터놓고 이야기도 해보기도 하고,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요. 또 친구들과 만날 때 불편한 지점이 보이면 그냥 넘기지 않고 짚고 넘어가는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해요.

Q. 현재 일하고 계신 곳이 회의설계소라고 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시나요.
강준원: 저는 무얼 위해 사는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인데요. 언제 행복한지,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를요. 물질적 풍요도 좋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 기여할 때 보람을 느껴요. 회의설계소에서 퍼실리테이터를 선택한 이유도, 저를 매개로 집단이 가진 최대의 효용을 낼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대개 자본주의의 효율성 위주로 말하는데, 들여다보면 개인의 다양성을 꺼내서 집단이 낼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방향성에서 지난 2016년부터 협치, 도시재생, 청년, 거버넌스 등의 분야의 공론장을 진행해왔습니다. (회의설계소에서 펴낸 모두의 공론장 살펴보기)

Q. 공론장을 기획하면서 인상 깊은 경험이 있다면요.
강준원: 공론장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레 행정가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시민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행정가는 촉진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과 대화하면서 제가 행정 분야에 갖고 있던 편견이 많이 무너졌어요. 시민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시민을 주체로서 동등하게 바라보고 실천하려는 분이라 전율을 느낄 정도였죠.

시민은 누구나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믿음

Q. 준원 님은 이번에 <2020 서울시 예산학교> 참여자였는데요. 본업인 퍼실리테이터의 시선으로 보면 참여예산 제도가 운용될 때 좀 더 고려해야 할 지점이 보였을 것 같습니다.
강준원: 참여예산 교육이든 무엇이든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고 봐요. 우리 지역 문제를 발굴할 때 꼭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아도 안정된 관계를 통해 학습하다 보면 학습이 촉진되는 현상이 나타나거든요. 다만, 주민이 참여하는 참여예산의 경우 주민이 현장에 오기 전부터 이미 워크숍은 시작된 거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이 비슷하기에 유사한 문제를 나열하거나 새롭지 않은 대안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이럴 땐 문제를 발견하는 방식을 달리하면서 접근하는 게 좋죠.

Q.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강준원: 어느 지역이든 사람이 살고, 자원이 있기에 지자체마다 보유한 보고서가 많을 겁니다. 사전에 주민에게 관련 정보나 보고서를 제공한 뒤 워크숍 당일에는 문제를 발견하는 쪽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고요. 문제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도 문자 위주보다 휴대전화로 문제의 현장을 찍어서 오게끔 하면 주민 간에 말이 아닌 이미지 위주로 공통된 인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내가 지각하는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경험, 상대방과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기회인 셈이죠. 어쨌든 시민의 힘을 믿어도 된다는 거죠. 시민의 참여를 촉진하는 사람들은 시민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공을 들이면 될 것 같아요.

Q. <2020 서울시 예산학교> 참여자로서, 퍼실리테이터로서 경험을 말씀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희망제작소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강준원: ‘희망제작소’라는 이름에 모든 게 들어있죠. 현재 우리의 희망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매우 다양하고,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도 복잡하고, 문제의 층위도 제각각이잖아요 그런데 소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지나갔기에 시민참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발현될 수 있는 공동체와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이에 관한 밑그림을 함께 그려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시민, 더 열린 참여
2020년, 서울시 예산학교를 더 넓혔습니다.

‘참여예산’은 정부의 예산을 더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시민이 직접 예산 운용 전 과정에 참여하여 그들의 수요와 선호에 맞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재원 배분의 공정성을 높이는 참여 민주주의의 실천수단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참여예산을 잘 운영하기 위해 매년 “예산학교”를 개최합니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예산학교는 참여예산과 서울시 예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자, 시민참여예산위원이 되기 위한 필수 교육 과정입니다.
희망제작소는 2019년부터 서울시 예산학교를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한 “2020년 서울시 예산학교”는 권역별 기본교육을 입문자와 경험자과정으로 구분하여 참여자의 사전 학습 정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작년에 처음 시도했던 장애인 교육을 개선하고, 이주민·사회재난 교육을 새롭게 개설하여 더 많고 다양한 시민참여의 경로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예산학교도 코로나 19의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교육은 연기를 거듭하다 취소되거나, 인원수를 대폭 줄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육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체온 측정 등 여러 불편함도 따랐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성과가 있다면, “온라인 교육”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오프라인 참여가 어려운 시민도 예산학교 수강이 가능해졌고, 원하면 반복하여 들을 수 있어 학습 이해도 또한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1년에도 희망제작소는 더 많은 시민의 더 열린 참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시민이 주인 되는 희망의 길을 내어가겠습니다. 그 길을 우리 함께 걸어 나가요!
–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팀장

– 글/인터뷰: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희망제작소

수, 2021/01/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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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험대이자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 위기는 기후위기와 특징이 유사합니다.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영향을 미치며 지구적 차원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개발국가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기후 부정의가 발생하듯 코로나19도 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등이 생계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불평등을 심화한 사회적 재난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코로나19를 두고 “치명적인 불평등을 드러낸 위기”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을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경제 전환 전략으로 활용하는 그린뉴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생태적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나눈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발제(참고자료)중 사례를 중심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기후 관련 지출을 측정하는 ‘기후예산 태깅’

생태적 전환이 화두인 만큼 기후변화 목표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기구와 여러 국가에서는 기후변화 목표를 정책통합 수단으로 예산에 반영하는 실험을 벌이는 사례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개발계획(UNDP) 등은 기후변화 목표와 예산을 통합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OECD는 2017년 ‘녹색예산에 대한 파리 협력’을 시작했으며, UNDP는 지난 2011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기후예산 태깅’(Climate Budget Tagging)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후예산 태깅은 예산에 태그 또는 계정 코드와 같은 기후예산 마커를 표시하여 기후 관련 지출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의 재정 및 지출을 관리할 때 기후변화 목표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모니터링하는 방식입니다.

UNDP의 지원을 받은 네팔과 캄보디아에서는 지난해 3월 포럼을 통해 ‘기후예산 태깅’ 사업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7년 기후 관련 공공 지출 예산을 검토한 결과를 담은 ‘시민 기후 예산’을 발행했는데, 정부 지출의 30 %는 기후 변화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다룬 만큼 향후 나머지 지출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편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캄보디아의 국내 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홍수, 폭풍, 가뭄 등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국민의 일상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기사보기)

이러한 ‘시민기후예산서’는 시민사회 뿐 아니라 정부의 유관 부처, 의회, 지방자치단체,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에도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기후예산 태깅을 도입한 결과 정책 담당자의 인식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자원 배분 및 다양한 정책 목표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 밖에 OECD에서는 녹색 예산의 5가지 도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예산 태깅과 유사한 환경과 기후 영향을 코드화하여 전체 예산 중 관련 부문을 분류하는 ‘녹색예산 태깅’ △새로운 예산 수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환경영향평가’ △환경의 외부효과에 대해 탄소거래제와 같이 세금이나 거래 시스템으로 가격을 매겨 각 국가가 환경·기후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탄소배출 생태계서비스 가격 설정’ △예산안 평가 기준에 효율성뿐 아니라 국가‧환경 기후 목표를 포함하는 ‘녹색관점에서 지출 검토’ △국가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 기후, 환경에 관해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녹색관점에서 관점 목표 설정’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기후렌즈평가’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방식과 더불어 각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정합성을 높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 2018년부터 기후렌즈평가(Climate Lens Assessment)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부문을 평가하는데요. 공공부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을 측정합니다. 또 사업을 실행했을 때 기후변화와 관련된 잠재적 위험이나 기후 회복 탄력성을 종합적으로평가하고, 이러한 결과를 정부 투자 결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참고자료)

노르웨이 오슬로 시는 지난 2016년 6월 시의회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거버넌스 툴로 기후예산제(Climate Budget)를 도입해 2017년 예산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시는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과 비교해 2022년까지 50%, 2030년까지 95%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감축 목표를 에너지, 건축, 교통 등 세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분화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차 공간이 적어지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버스에 전원을 공급하고, 자전거 사용을 늘리고, 가정과 사무실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태적 전환의 성공 조건, 탄소인지예산

국내에서는 저탄소로 전환하기 위한 탄소인지예산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탄소인지예산이란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온실가스 배출 영향도를 별도로 평가하고 이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것인데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기후예산’, ‘탄소예산’ 등과 유사합니다.

이처럼 국제기구와 각 국에서 실시하는 예산 실험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 예산이 일관성을 가지고 집행 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함인데요. 고재경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후변화 목표에 기반한 예산 배분 기준과 규칙은 유해 보조금과 세금을 줄이는 대신 기후변화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예산 비중을 높이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재설계하여 시장에 장기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생태적 전환’을 위한 실험이 필요합니다.

실제 국내에서는 대전시 대덕구가 탄소인지예산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탄소감축 가능한 사업을 선정해 2022년부터 탄소인지예산제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금, 2021/01/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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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험대이자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 위기는 기후위기와 특징이 유사합니다.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영향을 미치며 지구적 차원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경제 전환 전략으로 활용하는 그린뉴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생태적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박정연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과 나눈 ‘기후위기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 발제 중 사례를 중심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생태적 전환과 지자체의 움직임

유럽은 지난 2019년 12월 그린 딜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 전략을 세웠습니다. 한국판 뉴딜의 한축으로 경기부양하는 동시에 2025년까지 73.4조 원을 투자하는 ‘그린뉴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한 것인데요. ‘기후위기 비상선언’에는 1.5도 상승을 억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광역지차제 17곳과 기초지자체 63곳이 모여 ‘탄소중립지방정부실천연대’를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지방정부가 발벗고 나서 드라이브 스루, 착한 임대료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 것처럼 기후재난에 취약한 약자를 위해 적응 계획을 실행하는 주체로 지방정부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최우선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에서는 ‘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행을 위한 안내서’를 내놓았습니다. 지방정부에서는 선언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면 될 지, 공무원, 의회 의원, 정책 연구자, 활동가, 시민과 지역기업 등 다양한 참여자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면 될 지에 관한 기준을 발표(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안내서 내려받기)한 것인데요. 자세한 내용은 첨부 문서를 통해 확인해주시고, 관련 내용을 간추려 전해드립니다

목표 설정: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 억제를 위한 ‘2050 탄소배출 제로(Net-Zero)’ 목표를 설정한다.”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해 2025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시민과 함께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수립합니다.

시민 사회/의회 조례 제정: “시민사회, 의회와 논의하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지방정부, 의회는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의회가 합의한 정책은 조례-예산-직제 편성을 통해 정책적 연속성을 확보하고,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기금 등 재정 수단을 마련합니다.

세부계획 수립: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한다.”
재정, 리더십, 자원, 지지세력 등 기후정책 이행과 세부계획 수립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파악하고, 지역 주체의 기후위기 역량강화를 위한 전담조직 설치를 검토합니다. 또 기후위기비상선언과 모순되는 도로 및 공항 확장 등 토건 개발 사업은 지양합니다.

정책 거버넌스 구성: “시민, 기업, 의원, 공무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지역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운영한다.”
지역의 기업을 반드시 포함해 다양한 구성원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거버넌스의 합의로 수립된 목표와 세부실행을 통해 지역에서 창출되는 이익과 책임은 모든 구성원에게 정의롭게 공유되게끔 합니다.

공유와 협력의 상호관계와 상호작용: “지역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공유하고, 지방정부/중앙정부와 협력하고 견인한다.”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공유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문제점을 파악합니다. 중앙정부와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대규모 재정투자를 비롯해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앙에서 가진 자원과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도록 요구합니다.

지방정부의 도전, 시민과 사회의 역할은

희망제작소와 같은 연구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연구 및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폭염, 홍수, 가뭄으로 입게 되는 피해 당사자가 더욱 늘어나고, 이러한 피해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기후위기의 피해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취약계층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과 현장 연구가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당장 오는 4월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들의 ‘기후 에너지 공약’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 지 따져보는 것도 유효합니다. ‘2050 탄소중립선언’의 연장선에서 과연 후보자들이 기후 에너지 정책에 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추적하고, 나아가 ‘기후 부정의’ 이슈에 관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할 역할일 뿐 아니라 참여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 봅니다.

–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자료 출처: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금, 2021/01/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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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을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경제 전환 전략으로 활용하는 그린뉴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생태적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나눈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발제 중 사례를 중심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기획①] ‘생태적 전환’을 위한 예산 실험
[기획②] ‘생태적 전환’, 지방정부의 성공 조건

토, 2021/02/0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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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을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경제 전환 전략으로 활용하는 그린뉴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생태적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박정연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과 나눈 ‘기후위기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 발제 중 사례를 중심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기획①] ‘생태적 전환’을 위한 예산 실험
[기획②] ‘생태적 전환’, 지방정부의 성공 조건

화, 2021/02/0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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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국회 본회의를 통해 법안이 의결되기에 앞서 2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이 의결되면서 안밖으로 논란이 일어났는데요. 바로 ‘주민자치회 근거조항’이 모두 삭제된 채로 의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본 회의 의결되기 전에 관련 조항을 다시 살리기 위한 공동성명이 이어졌으나 결국 관련 조항이 삭제된 채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지역 현장에서는 ‘주민자치가 없는 지방자치법 개정’이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방자치법 32년만의 개정, 그러나 ‘주민자치’ 조항은 삭제

우리는 왜 지방자치법 개정에 주목해야 할까요?
주민자치회 근거조항 삭제는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개정된 다른 조항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와 같이 공공기관의 역할 정리 및 권한 변화를 위한 내용인 데 비해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은 주민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행사하는 역할 및 권한에 관한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즉,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은 지역 내 주민들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삭제된 주민자치회 조항은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자치회 운영과 기능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 공적인 동력이 되는 부분으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어 온 ‘주민자치회’가 시범사업이라는 딱지를 띄고 주민대표기구로서 역할을 확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존 제도와의 차별성 등을 조항삭제 이유로 들었고, 운영방안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소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의 차별성과 주민자치회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질적으로 다르고 자치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며,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방법과 정치적 중립의무조항 명시 등의 대안과 관련한 의견들이 오갔지만 결국 삭제된 것입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 주민자치회 조항이 빠졌다고 해서 주민자치회 추진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7조 주민참여권 강화 조항(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 신설)을 통해 주민자치회 운영 목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지방4대 협의체는 주민자치회 설치와 관련해 추후 개정을 통해 보완할 것을 밝혔습니다.

안타깝지만 주민자치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은 이 상황을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현실적 난관을 명확히 인식했고, 개선지점을 요구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법의 의무사항에 따라 추진하는 게 아닌 주민이 주도해 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사회적 기반을 단단하게 마련하는 기회로 삼는 게 필요합니다. 주민자치회 운영,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동안 추진한 사례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의 근거조항 신설이 중요했던 이유는 지역 내 주민자치회 위상과 관련한 태생적 특징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주민자치회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자율방범대,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평생학습네트워크, 동복지협의체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능단체 및 주민조직을 포괄해 주민대표기구라는 위상을 갖고 활동하는데요.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주민자치회를 구성해 운영합니다. 지역 내 이미 형성된 다양한 활동 단위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표자격을 부여하지 않으면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그 위상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향후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반영해야 할 사항이며, 법 개정 이전에 지역 내에서 조례를 제정해 그 기반을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적 기반 위에 운영하고 있는데, 이 자치법규 내 주민자치회를 주민대표기구로 하는 정의가 필요합니다.

주민자치의 위상 정립에 더해 적절한 운영 지원도 필요해

지역 내 위상 정립과 함께 중요한 것이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운영 지원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자치회 전환이라는 표현이 곳곳에서 쓰이고 있지만,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모두 이관되는 것이 아닌데요. 주민대표조직으로서 새롭게 시민을 모집, 구성해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사업을 확정해 직접 실행까지 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대폭 넓어졌습니다.

넓어진 역할을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 다수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지역별 모델을 연구해 실행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참고가 될 주민자치형공공서비스구축사업_주민자치 분야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시 역시 마을공동제치원센터를 통해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매해 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박람회는 2020년 총 19회를 운영했으며, 주민자치, 지역활성화, 학습공동체, 주민조직 네트워크, 제도정책 분야에서 우수사례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박람회 역사가 긴 만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진화하기까지 주민들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학습할 수 있는데요. 이는 앞서 법 개정과정에서 언급한 주민자치회에 갖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자치회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공익적 활동을 스스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의 민주주의가 기반인 우리 사회에서 주민자치를 대안적으로 결합해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기에 소수의 주민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린 주민자치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사회적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 오지은 경영지원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화, 2021/02/0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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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주민자치/기획①] ‘진짜’ 주민자치로 가는 길
[주민자치/기획③] 주민참여를 포인트적립으로?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이 핵심 주체인 주민이 그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어떻게 참여해 왔고, 또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참여하고자 하면 어떤 역할들을 하게 되는지 간단하게 정리해 소개합니다.

우리 동네 주민참여, 통·반장이 전부일까

우리가 동네에서 봐온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떠올리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동네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주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가가호호 방문해 중요한 문서나 정보를 전해주는 통·반장이 익숙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폭설이 내리면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우는 분들이나 어두운 밤 동네를 순찰하는 자율방범대원, 현수막을 통해 스치듯 본 것 같은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떠오를 수도 있고요.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기도, 그만큼 전통적인 지역 내 주민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같은 활동은 민선 5기인 지난 2010년 이후 활발해졌습니다. 주민참여예산,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평생학습, 협치, 주민자치회와 같이 다양한 주민참여정책들을 지역 내에서 진행하고 있고, 그만큼 주민들의 역할도 다양해진 셈이죠.

어떤 역할을 할까, 주민 참여 활동 BIG 3

주민들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과 역할을 간추려 소개합니다.

첫 번째,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통·반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반장은 행정시책의 원활한 추진과 동 행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통‧반 관할 지역주민들의 생활지원을 하고 행정시책을 홍보하며 주민여론 및 상황 등을 행정에 공유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실제 수원시에서는 조례에 의거해 주민자치대학 내 통장과정을 운영해 통·반장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교육 과정을 통해 통·반장의 역할을 학습할 수 있는데요. 주민들은 통·반장의 역할을 경험하되, 관할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현장답사 및 토의과정을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 현장에 적용하는 등 지역 의제에 관해 보다 깊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공공시설 주차장 활용, 불법주차 관리대책, 청소와 쓰레기 문제해결, 불법광고물 단속 및 제거방법, 외국인과 함께하기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 지난 2011년 이후 전국적으로 의무화된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이 직접 내가 사는 지역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에서 주민들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합니다. ▲동네나 시‧군‧구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는 ‘제안자’역할 ▲제안된 사업을 심의해 총회에 올리고, 선정된 사업의 집행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등 제도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예산위원과 지역회의위원’ 역할 ▲제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동네에 필요한 사업을 결정하는 투표과정에 참여하고 전체 예산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 등입니다.

세 번째, 최근 주민대표조직으로 위상을 정립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앞선 기획 연재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총회를 거쳐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사업을 편성해 직접 실행까지 진행합니다.

지난 2020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당진시 신평면의 사례를 통해 주민의 역할을 살펴봅니다. 신평면 주민자치회는 20여개의 지역 내 여러 단체조직과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주민주도형 마을계획 실행을 위한 마을계획을 수립 및 결정했으며, 대표적으로 청소년 100인 토론회에서 제안해 만들어진 여성‧청소년 자치센터 위탁운영을 들 수 있습니다. 여성‧청소년 자치센터 위탁 운영은 2020년 주민총회를 통해 결정됐고, 시의회 동의를 거쳐 시와 협약을 체결해 2025년까지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어려운 농가들과 외출이 꺼리는 주민의 먹거리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농산물 드라이브스루 장터’와 ‘찾아가는 음악회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방과 후 초중학생 대상으로 한 마을 교육을 진행하고, 공동육아 품앗이, 주민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음악회, 지역자원인 신평 양조장-대장간-세한대학교를 연계한 신평시장길활성화사업, 축산농가 악취저감을 위한 상생 정례 간담회 등을 추진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자치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주민자치회 사업실행법인 사회적협동조합인 ‘꿈꾸는 나무’를 창립했습니다.

우리 동네 마을계획부터 예산편성까지, 더 열린 주민참여로

행정의 역할을 나누는 통·반장에서 주민들이 직접 마을 계획을 실행‧운영하는 주민자치회까지 지역 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합니다. 각각의 권한과 역할이 다르듯이 주민은 누구나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게 그 역할을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민참여 활동의 참여 통로가 더욱 개방되어야 합니다. 또 각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주민 스스로 주도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결국 각 활동들은 지역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따로 또 같이 연계해 시민들의 주권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주민참여예산과 주민자치회를 통합‧연계해 운영하는 과정을 통해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신평면의 마을실행법인, ‘꿈꾸는 나무’ 사례처럼 마을 내 다양한 주체가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해 각각의 역할을 살려 공동 생산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 오지은 경영지원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2/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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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주민자치/기획①] ‘진짜’ 주민자치로 가는 길
[주민자치/기획②] 통장, 반장? 주민이 참여하는 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과 참여의 기회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참여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미룰 때가 있을텐데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정책이나 활동에 참여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기에 종종 참여의 장벽이 높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민 참여는 민주주의 확산의 주춧돌이기에 다양한 형태로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지역 이슈에 의견을 내고, 주도적으로 참여할수록 민관협치가 활성화될 수 있기에 주민자치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통해 내가 사는 지역에는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첫 시작이 될 거라고 봅니다.

주민 참여할수록 포인트가 쌓인다!

평소 마트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가격을 할인 받나요? 소액이라도 할인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죠.
민간 영역에서 활성화된 포인트 제도를 공공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여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통해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광주시 광산구, 남양주시, 충북 음성군, 동두천시 등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주민의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 일환으로 ‘포인트’를 활용한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민참여 포인트제’는 기본 조례에 근거해 구정에 직접 참여한 주민에게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광산구에 주소를 둔 주민이나 광산구에 소재한 사업체에 근무하는 사람 혹은 기타 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추천된 사람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정 활동에 참여할 경우 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15조(주민참여 포인트)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주민제안 등 구정에 직접 참여한 주민에게 주민참여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 포인트 내역은 구 홈페이지 등에서 열람하도록 할 수 있다.
누적된 포인트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상금 등으로 지급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활동을 할 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으로는 광산구 홈페이지 내 활동(구민제안, 정책제안, 발명아이디어, 구정제보, 예산참여방)을 했을 때 500~3000점을 적립할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는 공청회, 세미나, 간담회, 주민 대상 공개강좌, 공모전, 설문조사, 입법예고 의견제출 등 주민참여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경우 500~3000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참여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쌓은 포인트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종량제봉투, 음식물폐기물 납부필증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주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주민 참여 시 직장인 ‘공가’를 사용하자!

주민 참여에 관심 있더라도 업무상 평일에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죠. 주민자치회 활동이 근로기준법 제10조의 ‘공의 직무’에 해당된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 해석을 받았지만, 실제로 자치 활동을 위해 공가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요.

당진시에서는 지난 2019년 직장인의 지역사회 활동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12개 기관이 참가해 공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향후 직장인들이 좀 더 주민 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여전히 여러 회사들이 주민 자치 활동을 인식하는 게 주요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는 경우 사업장에 ‘공가’ 신청이 가능한 만큼 근로자의 주민 자치 참여의 통로가 좀 더 넓어졌다는 건 반길 만한 일입니다.

주민 자치의 성공사례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처럼 주민자치를 통해 지역에 어떤 변화가 벌어졌을까요. 주민 주도로 이뤄진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공구공유센터 사례를 소개합니다.

은평구 주민들은 지난 2006년 동네 가까이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으로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은평구에서도 노후된 주택 10개 필지를 구입하며 노력했지만, 예산 문제로 작업이 연기되었고, 2011년에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은 좀 더 구체적인 자치활동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바로 주민들이 2011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에 응모해 종자돈을 만든 겁니다. 예산 확보뿐 아니라 도서관 마을이 만드는 사업 초기부터 시설 조성 및 운영에 이르는 등 전 단계에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주민이 참여해 구산동 골목길에는 작은 연립주택들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노후 주택 3채를 리모델링해 기존 건물의 구조와 형태를 보전했다고 하는데요. 도서관 내부 중앙에는 1990년대 지어진 주택 외벽을 그대로 남겨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마을’과 ‘공동체’라는 가치가 두드러지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지역문화의 산실, 은평공유센터

은평구에 또 다른 사례는 공유문화를 확산하는 은평공유센터(자세히 보기)입니다. 은평공유센터는 지난 2015년 비영리민간단체인 ‘은평e품앗이’의 활동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설립된 물품, 지식, 재능,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단체인데요.

공유경제의 가장 기본단계인 물품 공유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인 만큼 생활용품, 캠핑용품, 전동공구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혹 일상에서 필요하지만, 구매하기 어렵거나 망설여지는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이 대여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한 물품뿐 아니라 주민들의 지식과 재능을 공유하는 클래스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양말 공예, 가죽 공예, 목공 클래스 등 주민이 한 공간에서 만나 교류하고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주민 자치가 딱딱한 정책의 얼굴이 아닌 ‘지역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지방분권법에 따른 근로자의 주민자치활동 ‘공가’ 신청가능
기억의 보존과 전달…’구산동 도서관마을’

– 글: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2/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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