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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후퇴 –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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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후퇴 –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익명 (미확인) | 금, 2016/03/04- 10:44

헌재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후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1.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비방의 목적으로 타인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일명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 합헌 결정(합헌 7 : 위헌 2)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은 해당 법 조항이 ‘비방의 목적’과 같이 명확하지 않은 구성요건으로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하여 내부고발 등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킨다는 점을 간과하고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킨 것으로서 유감스럽다.

2.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과 형벌조항은 엄격한 명확성 원칙에 따라 더욱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방의 목적’이 명확한 개념이라고 판단하였다. 헌재는 ’공익의 목적’이 있을 경우 ’비방의 목적’이 상쇄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소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개념들은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한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할 공익도 크고 개인에 대한 비난의 목적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주된 목적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홈페이지의 입주민공간 자유게시판에 아파트 노인회의 간부 부부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본조의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았는데, 해당 폭행자 중의 한 명은 폭행죄로 유죄확정판결까지 받은 상태여서 보는 시각에 따라 입주민 간 몰상식한 행동을 고발하고 이를 위축시키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주된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였다. 이렇게 불명확한 기준으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면 수범자인 국민은 어떠한 진실된 표현이 보호받는지 혹은 처벌받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3. 다수의견은 또한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적인 표현은 개인의 인격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고 인터넷이 갖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인터넷 글을 신고에 따라 일단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나 민사적 구제방법 등은 실효성이 없고 형벌과 같은 위하력과 예방효과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사처벌 조항으로 인해 개인은 진실한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에서 구속될 수 있고 징역형으로까지 처벌될 수 있다. 더군다나 불명확한 기준으로 죄의 성립이 좌우되기 때문에 피의자들이 보통 수사과정에서 부당하게 합의금 종용에 응하게 된다. 진실한 사실을 가린 채 형성된 사람의 명예는 진실한 것이 아닐 것임에도, 이러한 명예의 보호가 표현의 자유, 나아가 형사처벌에 수반되는 다른 중대한 기본권들의 침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4. 진실을 말한 사람이 범죄자로 처벌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모순된다. 이 법조항의 존재는 결국 ‘타인이 듣기에 좋은 소리’ 혹은 ‘명백히 공익적인 진실’만을 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는 국제적 흐름이며 같은 이유에서 UN자유권위원회는 작년 11월 대한민국 심사에서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적 흐름을 다시금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6년 3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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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 이슈와 관련하여 정부, 기업, 시민사회, 학계, 기술 커뮤니티, 이용자 등 국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본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위원장 이동만, KAIST 교수)는 국내 인터넷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 개정을 논의하였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종걸의원 대표발의로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동 개정안은 현행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로 강화하여 심의를 넘어 의결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상향식으로 위원을 추천하여 고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Multi-stakeholder model) 참여 및 국내 인터넷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합니다.

○ 문의처
KIGA 워킹그룹 위원장, 박지환 변호사(오픈넷 자문위원) [email protected]
KIGA 운영위원회 위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email protected]

다자간 인터넷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주소자원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지난 10월 28일, 이종걸 의원의 대표발의로 인터넷주소자원법 개정안(의안번호: 2023107)이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의 운영 원리인 다수당사자 협의방식(Multi-stakeholder model)을 수용하여 정부, 업계,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주소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는 이 개정안이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시의적절하게 개정안이 발의된 것을 환영합니다.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체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한 거버넌스는 여러 관련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하는 합의(consensus) 방식의 상향식(Bottom Up) 운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전통으로서, 민간전문가, 관련 업체, 그리고 인터넷 정책 집행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관계자가 인터넷주소위원회(NNC)를 구성하여 ‘합의’ 방식으로 주소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2004년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현 KISA) 산하로 편입된 이후에는 정부 주도하에 인터넷 주소자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정부의 역할 강화를 통해 주소자원 정책 및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였으나, 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제약하였으며, 민간 참여에 의한 상향식 인터넷주소자원 관리를 택한 국제적 흐름에도 뒤쳐져 있습니다.

개정안은 현재 국제적인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한 것입니다.

현재 국제적인 인터넷 주소 관련 정책에 대한 관리는 정부, 민간 전문가, 업체 등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의 토론과 참여에 의한 합의 도출을 원칙으로 하는 다수당사자 협의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2016년 10월 인터넷 주소의 핵심 자원에 대한 관리 권한이 미국 정부에서 글로벌 인터넷 커뮤니티로 이양된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본, 뉴질랜드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민간의 자율적 참여에 기반한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의 인터넷주소자원 관리 제도를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상향식 운영방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현행법에 따른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로 강화하여 심의를 넘어 의결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에는 정부, 업계, 학계, 기술계,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가 고르게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 위원 선임 과정에서 관련 이해관계자 단체에서 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실제 위원 추천 과정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이 입법화된다면 좋을 것입니다. 법안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제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선진적인 인터넷 거버넌스를 구현하자는 것인만큼, 여야간의 정치적인 쟁점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도 충분히 협의가 된 만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법안도 아닙니다.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관심과 논의를 촉구합니다.

2019년 12월 2일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위원장 이동만)

※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소개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설립된 민관 협의체로서 정부, 산업계, 학계, 기술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메인 네임, IP 주소 등 주소자원 정책 협의를 위한 국제주소자원관리기구(ICANN)에의 참여, 유엔 주최의 인터넷 공공정책 포럼인 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 참여와 한국 IGF의 개최 등 국내외 인터넷 거버넌스의 이슈를 발굴, 분석, 소개하고 한국 인터넷 공동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에는 다음과 같은 분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제6기 운영위원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9/12/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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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민주당이 어제 (2021. 8. 19.) 국회 문체위에서 문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켰다. 언론 현업단체, 여러 시민사회단체, 대한변호사협회,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국제언론단체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오픈넷이 이미 수차례 지적한바와 같이, 언론, 표현 행위는 위법성 여부나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로서 함부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본 법안은 허위성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 없는 ‘중과실’에 의한 오보나, 직접 보도가 아닌 ‘매개’ 행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원칙에 위반하는 과도하고 위헌적인 입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엇보다 법안은 민사법의 대원칙을 거슬러 많은 경우 언론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함으로써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만들어놓았다.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요건들은 ‘제목,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 왜곡’, ‘반복적 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이며 보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과도 무관한 것들이다. 특히 이번에 기습적으로 추가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거의 모든 언론 소송에서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합리적 이유없이 민사소송상 당사자 일방의 지위를 불리하게 만드는 규정은 명백히 위헌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폭넓게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하고, 원고의 소송 제기 부담은 덜어주고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지위에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언론사에 대한 소송 제기를 더욱 활성화시켜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공인과 기업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민주당은 법원이 결과적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기에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침해될 일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은 애매한 분야라 누구도 법적 결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언론으로서는 큰 부담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공인과 기업들이 언론사와 포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기사열람차단 청구로 압박하고, 불안한 언론과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포털사는 기사를 내려주고, 해당 언론은 물론 다른 언론도 그 사안에 대한 후속, 추가 보도는 자제하게 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공직자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도,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며, 배액배상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뿐이지, 언론의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언론 상대 소송 남발의 증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 추가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역시 무용하다. 이는 최종 판결시 법원이 공익 목적을 인정하면 배액배상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공익 보도에 대한 소 제기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남발과 이로 인한 위축효과를 방지할 수가 없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지만 고소 남발과 수사개시로 인한 위축효과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공익 목적’은 이미 지금도 법원이 보도의 위법성 판단이나 배상액 산정에 있어 고려하고 있는 사항으로 따로 규정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공익 목적’은 보다 넓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인데 법안은 오히려 공익신고자보호법상의 공익침해행위, 부정청탁금지법상의 행위와 관련한 보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징벌’의 칼날은 누구나 휘두를 수 있고, 누구의 목에나 겨눠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징벌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주로 언론의 주요한 감시, 비판의 대상인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다.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 활동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손해로 돌아온다.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언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본 법안에 대한 강행 추진을 중단하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 국민공청회 등 사회적 숙의 절차를 밟으며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2021. 8. 20.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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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1/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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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하여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칼럼이 공직선거법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조항을 위반했다며 저자 임미리 연구교수와 위 글을 게재한 경향신문 관계자를 고발했다. 이에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사법고발 형태로 대응한 여당의 행위에 거센 비판이 일자,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다음날인 2월 14일 검찰 고발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고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검찰 수사는 진행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측의 고발은 없던 것이 될 수 없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공직선거법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고발행위를 규탄한다. 또한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구성하는 정치세력이 야당 시절 자신들이 개혁하려던 제도를 이용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 이 사건 칼럼의 표현은 판례상 금지ㆍ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연구교수와 경향신문 관계자들이 위반하였다고 주장한 공직선거법상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

개정 전 공직선거법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ㆍ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선거운동기간이 아님에도 정당 또는 후보자 명의가 표시된 현수막 등이 무분별하게 이용되어 오히려 사실상 선거운동의 탈법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으로 개정하게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 신설 이후에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ㆍ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투표참여를 권유한 경우 그러한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대상이 되지는 않았으며, 다만 그러한 행위가 다른 공직선거법 조항에서 금지ㆍ처벌하는 행위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해당 조항에 의하여 형사처벌되었다”고 하였다(헌재 2019. 7. 26. 2017헌가9).

법원도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 제58조의2 단서 제3호를 신설한 입법 취지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ㆍ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선거운동에는 이르지 않는 투표참여 권유행위까지 금지ㆍ처벌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빙자한 편법적인 선거운동을 보다 명시적으로 금지ㆍ처벌하려는 것”이라고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10. 선고 2016고합1007). 

따라서 선거운동에는 이르지 않는 투표참여 권유행위는 금지ㆍ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을 “특정 후보자의 낙선에 필요한 모든 행위 중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 계획적 행위”라고 판시하였고(헌재 1994.7.29. 93헌가4등; 헌재 2001.8.30. 2000헌마121등) 대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6.4.26. 선고 96도138판결; 대법원 2007.3.15. 선고 2006도8869 판결 등).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이 사건 칼럼의 표현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판례상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이 이를 몰랐다는 것도 문제고, 알면서도 고발을 했다면 국민의 정치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므로 더욱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위의 법해석은 우리나라의 선거규제가 선거과열을 예방하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시간 장소 방법의 제한으로 유권자들의 입을 막아왔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을 구성하는 정치세력도 야당 시절 이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었다. 여당이 된 후 자신들이 개혁하고자 했던 제도에 기대어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모습은 전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2.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여당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한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이다(헌재 1992.2.25. 선고 89헌가104).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정권과 정당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또한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고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순기능을 제공하는 민주주의의 동반자이다. 여당은 국회를 통해 검찰의 운영 및 예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기관이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 실현에 대하여 국가권력을 동원하는 고발의 형태로 이를 묵살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하여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국민의) 상전”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비판한 칼럼에 여당이 불쾌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응당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비판을 비료삼아 발전할 수 있는 뼈아픈 계기로 삼고, 검찰 고발로 국민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 대신 입장문을 내는 형태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 오픈넷은 집권여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에 큰 우려를 표하며,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취소 취지를 받아들여 검찰이 해당 칼럼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여당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 사전선거운동금지 조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현행 선거 규제를 재검토하고 향후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0년 2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토, 2020/02/1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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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게임에서 삭제하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와 같은 사상검증은 사상의 플랫폼으로 기능해온 인터넷게임 문화에 반하는 행위임을 밝히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2016년 넥슨이 개발한 게임에 성우로 참여한 김자연씨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업계에서 퇴출당한 이후 게임업계 내 여성 창작자들에 대한 사상검증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2건의 게임일러스트 삭제 사건이 터졌다. 1월 3일에는 게임사 요스타가 배급하는 게임 ‘명일방주’ 운영팀이 사전 예약 300만명을 돌파하는 기념 축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가 이전에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트위터 게시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제작한 작품을 웹상에서 삭제했다. 2월 3일에는 국산 인디게임 ‘크로노 아크’의 스킬일러스트를 외주로 제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개발자는 디시인사이드에 큰 절을 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의 활동명을 공개하며 관련 일러스트를 모두 교체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모든 것을 ‘철저한 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사죄’의 글을 올렸다. 

개인이 지향하는 정치적인 이념과 사상을 트집잡아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행태는 노동인권의 측면에서 당연히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게임산업의 핵심 토대인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로막아 게임시장을 다채롭게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다름과 이질성을 전제한다.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의 교두보 역할을 한 표현주의, 야수파,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입체 등의 미술사조는 세상을 보는 보편적인 관점에 의문을 품고 환경에 따라, 개인의 인식에 따라, 감정상태에 따라 사물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했지만 한때 이 ‘다름’은 퇴폐적이며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병리적인 결과물이라 낙인찍히기도 했다. 1997년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 역시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광고캠페인에서 “미친 자들을 위해 축배를 들자.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 같은 이들, 이들은 … 천재이다.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친이들, 바로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라며 ‘다름’에 가치를 부여했다. 

태어난 곳에서부터 신체적인 면에서, 사회적인 지위에 있어서, 경제적인 여건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모두 다르다. 일별할 수 없이 다른, 그래서 다양할 수밖에 없는 가치관을 가진 개인은 이러한 천차만별의 조건에 의해 구성된다. 모든 이들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이 동일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동일한 생각만 한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이질적인 존재들은 다름, 불편함, 부당함을 느끼며 사회개선을 시도하기도 하고, 세상에 없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니 이들의 다름을 두려워할 필요도 적대시할 필요도 없다. 다름은 또 다른 가능성일테니 말이다. 

페미니스트들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르고 이질적인 집단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도 다채로울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을 내치고 그들의 작품을 삭제하는 것은 우리가 보지 못한 혹은 경험하지 못한 그 어떤 것을 경험할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다양성을 전제로 한 창의성을 중시한 것은, 창의성이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지며, 혁신적인 제품의 생산은 높은 이윤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남성 게임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기울어진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게임문화를 보다 더 다양하게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게임이용자 대부분이 남성이므로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남성 게임이용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성 게임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일러스트를 삭제한 게임개발자들의 반박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게임이용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에 있어서 여성 이용자들의 숫자는 남성 이용자들의 숫자와 유사한 수준이었다(여성 57.2%, 남성 60.8%). 여성 게임이용자들이 비가시화된 것은 남성 이용자들의 사이버불링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감추면서 게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게임백서 상의 수치와 여성들의 게임 이용 특성은 여성 게임이용자들이 잠재고객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니 게임개발자들의 반박은 그저 아둔한 변명이 된다. 인디게임 ‘마녀의 샘’ 역시 원화가에 대한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마녀의 샘’을 개발한 장영수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남성 이용자들의 요구에 무심하게 대처했다. 남성 이용자들이 메갈게임이라고 낙인찍고 불매운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등의 악의에 찬 댓글을 남겼지만 현재 마녀의 샘은 4번째 시리즈까지 출판되었고 콘솔게임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온라인게임업계는 이미 ‘온라인게임을 많이 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낙인으로부터 비롯된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규제의 만년폭풍 즉 게임셧다운제, 게임실명제, 대리게임처벌법 등을 오랜 기간 겪어왔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온라인게임은 다양한 사람들이 여가를 통해 자신을 발현하는 플랫폼이며 소수가 겪게 되는 병리적 현상이 게임업계 전체에 대한 규제정당성으로 일반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게임업계 스스로가 게임이용자들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평균주의에 매몰되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퇴출시키고 그들의 창작 활동을 가로막는 것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오직 강화할 뿐이다. 더불어 게임개발사들이 여성 창작자들의 사상을 검열하고 작품을 삭제하고 그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것은 결국 게임시장의 다양성을 가로막거나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올바른 게임 문화 정착과 게임시장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여성 창작자들의 사상을 검증하는 시대착오적인 문화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2020년 2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0/02/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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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감염자의 과거 위치정보를 국가기관이 강제적으로 수집함은 물론 장래의 위치를 감시하기 위해 손목밴드 등의 기기착용을 강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들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과도하게 일반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와 별도로 국가기관이 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 대해서도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원칙을 위배할 우려에 주목한다.  

감염자 및 감염의심자의 위치 확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으로 강제수사와 비슷한 수준의 프라이버시권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다. 감염병예방및관리법 제76의2조 제1항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감염자나 감염의심자의 인적사항, 진료기록, 출입국 기록,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의 사용명세 및 CCTV 내역을 제3자에게 요청하여 수집할 수 있고, 동조 제2항에서는 이중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기초 및 광역지자체장도 경찰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 및 위치정보사업자로부터 수집할 수 있다. 본인이 감시대상이 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 행적이 고스란히 국가에 의해 취득된다. 

국가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한 원칙을 따르자면,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기본권도 법률에 의해 강력한 공익적 목표를 위해 제한될 수는 있다.  압수수색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범죄수사라는 공익적 목표 때문 정당화된다. 하지만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과 같은 요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며 그 판단 역시 수사의 진전에 이해관계가 없는 공직자, 즉 판사에 의해 영장이라는 사전서면승인절차를 거쳐야만 이루어진다. 

그런데 감염병예방및관리법 하에서 강제적인 정보수집은 정보수집에 이해관계를 가진 보건당국 스스로의 판단 하에 이루어지며, 심지어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선출직인 기초지자체장의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판단이 자의적으로 내려지지 않도록 통제할 안전장치가 없다. 국가기관이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게 영장없이 강제적으로 과거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상시적 법제를 갖춘 나라는 거의 없어 싱가폴 외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시대응에 준하는 한시적 입법으로 비슷한 정보수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의회에서는 비슷한 조항을 논의하다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폐기된 바 있고, 정보의 중앙수집 없이 감염자의 폰에 근접한 폰들에 자동으로 경고신호를 보내주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궁극적으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감염자를 상대로 세밀히 감시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간주하여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첫째, 신용카드 사용명세, 진료기록부, 상세 위치정보(기지국위치정보뿐 아니라 GPS정보까지)에 이를 정도로 세세한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둘째, 심지어 감염자가 아닌 감염의심자까지 감시대상에 포함하고 있는데 감염의심자에는 접촉자가 아닌 “접촉의심자”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셋째, 정보수집을 온갖 범죄에 대한 수사 즉 별건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을 통해 하고 있어 문제이다. 다만 우리나라법의 해당 조항에서 정보수집·제공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 감염병 예방 및 전파 차단의 목표로만 정보가 이용되어야 한다는 목적 제한, 업무 종료시 지체 없이 파기할 의무를 규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는 모두에게 처음이며 특히 범죄수사 외의 목적으로 위치정보를 강제수집하는 것이 타당한지, 타당하다면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국제인권기준은 명백하지 않으며 위와 같은 정보수집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검사를 자신있게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위와 같은 제도를 통해 접촉자나 접촉의심자를 다수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법이 국제적 지평 내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의식하면서 위 법을 집행하고, 위기상황을 벗어나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자가격리대상자의 위치감시

정부는 격리대상자의 위치감시를 위해 손목밴드 착용의 강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자가격리앱은 격리자의 동의에 의해서만 설치되어 설치율이 낮고 폰을 두고 다니거나 위치추적기능을 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질문에 답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자가격리 명령은 감염병예방및관리법 제42조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를 어기면 처벌도 된다. 이와 같은 준법의무 외에 자가격리앱이든 위치추적 기기이든 특정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국민의 신체에 강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만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하물며 자동차 안전벨트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이 있기 때문에 강제될 수 있는 것이다. 과속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조항 만을 근거로 속도감시앱을 국민의 자동차에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률의 준수는 국민의 윤리적인 책임으로 맡겨져야지 물리적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고도의 사회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결국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가격리앱의 설치를 격리대상자에게 강제할 수 없었던 것인데 방법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즉 손목밴드로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또 설치율 제고가 아니라 탈착방지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손목밴드든 뭐든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어차피 그런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그런 처벌규정이 없다면 자가격리앱과 똑같은 실효성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감염자가 아닌 사람에게 접촉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자가격리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 더욱 더 비례성에 어긋난다. 

선거운동기간인 현재 국회를 통해 이와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손목밴드 착용의 강제가 불가능한 이상 정부는 손목밴드 착용 강제 계획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 때문인지 강제가 아니라 동의를 얻어서 시행하겠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러면 설치율 제고를 어차피 할 수 없고 탈착이 불가한다면 더욱 설치율은 낮아질 것이다. 

방역격리 명령의 준수를 물리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특정기기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국제적인 인권기준 역시 아직 불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입국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국경통제를 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이며 입국자 격리에 대한 감시욕구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권 제한의 대원칙은 지켜져야만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통해 지키려는 우리 사회의 가치들이 온전히 보호될 것이다. 

2020년 4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0/04/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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